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99화 (99/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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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브라질의 오른쪽 윙어 필리페 쿠티뉴.

그는 오른발을 매우 잘 쓰는 선수다.

오른발을 이용한 슈팅도 훌륭했고, 오른발을 이용한 패스 역시 높은 정확도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 필리페 쿠티뉴의 오른발이 지금도 위력을 발휘했다.

터어엉!

측면에서 강하게 찬 공이 순식간에 한국의 페널티박스 안으로 휘어 들어갔다.

그리고 그 공을 향해 쏜살같이 파고든 브라질의 공격수 윌리앙 주제가 발을 뻗었다.

하지만 윌리앙 주제의 발끝은 아슬아슬하게 공을 건드리지 못했다.

― 오우……! 위험했습니다! 방금은 거의 골이 될 뻔했죠! 조심해야 합니다! 우리 선수들이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잃자마자 곧바로 위기를 맞지 않았습니까?

― 역시 브라질은 무섭네요……!

― 방금처럼 보셨듯이 필리페 쿠티뉴 선수의 오른발이 상당히 날카롭거든요? 이 선수는 크로스를 잘 구사할 뿐만 아니라 슈팅 능력도 굉장히 좋은 선수이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특히나 조심해야 합니다! 또 이 필리페 쿠티뉴 선수는 지난 경기들에서는 좌우를 스위칭해가며 좋은 활약을 펼쳤거든요? 때문에, 오늘 우리 측면 수비수들이 집중하지 않으면 힘든 경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기회를 한 번 만들어낸 이후로 브라질은 계속해서 강한 압박 전술을 펼쳤다.

탈압박 능력이 부족한 한국으로서는 힘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대론 안 되겠는데?’

신재욱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는 특유의 넓은 시야로 이미 경기장의 분위기를 읽고 있었기에,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도 느끼고 있었다.

더불어 이럴 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판단이 느리면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내려가서 볼 키핑을 해줘야겠어.’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있던 신재욱이 중앙 미드필더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 신재욱 선수가 내려와서 플레이하고 있네요? 중원 싸움이 너무 밀린다고 생각한 걸까요?

― 그렇습니다. 좋은 판단으로 보이네요. 지금까지 한국엔 공을 지키는 역할을 해줄 선수가 없었기 때문에, 브라질의 압박에 취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신재욱 선수가 내려가서 공을 받아준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신재욱 선수는 이번 U―20 월드컵에 나온 어떤 선수보다도 볼 키핑 능력과 탈압박이 좋거든요?

신재욱은 밑으로 내려가서 브라질 선수들의 공격 전개를 방해했고, 동료들의 패스를 받을 때마다 공을 뺏기지 않고 소유해주며 안정감을 불어넣어 줬다.

이처럼 역할을 바꿨지만, 안기혁 감독에게 별다른 보고는 하지 않았다.

이번 U―20 월드컵 내내 필요할 때면 자유롭게 판단하라는 지시를 받고 있었으니까.

― 드디어 우리 선수들의 숨통이 트인 것처럼 보이네요. 신재욱 선수의 역할 변경이 아주 큰 효과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 신재욱 선수는 정말 든든하네요! 필요할 때면 꼭 나타나서 팀을 구해주고 있습니다!

투욱!

우민규에게 공을 받아낸 신재욱이 재빨리 몸을 돌렸다. 덤벼드는 상대의 압박을 떨쳐내기 위해서였다.

다만 상대 선수는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필사적으로 신재욱에게 달라붙었다. 신재욱을 막으면 한국을 쉽게 무너뜨릴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신재욱이 누구던가.

이와 같은 집중 견제를 늘 받아왔던 선수였다. 당연하게도 이런 선수들의 압박을 버텨내는 것에도 익숙했다.

퍼억!

브라질의 미드필더 두두가 강하게 몸을 부딪쳤지만, 신재욱은 자세를 낮추며 버텨냈다. 버티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위해서 꾸준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왔으니까.

다만 버티고 있지만은 않았다. 휘익! 휙! 신재욱은 상체를 좌우로 움직이고, 몸을 회전하며 두두의 압박에서 벗어났다. 두두는 계속해서 강하게 압박하려 하고 있지만, 신재욱에겐 여전히 부담되지 않는 과정이었다.

물론 탈압박 당하는 두두는 크게 당황했다.

“뭐야?! 무슨 탈압박을 이렇게 잘해…?”

그러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신재욱은 두두의 말을 무시한 채 공격을 전개하고 있었으니까.

툭! 투욱!

신재욱은 공을 컨트롤하며 전진했다. 속도를 내면서도 몸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았다. 안정감이 넘치는 드리블이었다. 게다가 드리블하는 상황에서도 고개는 높이 든 채 상대 선수들의 움직임을 확인했다.

그 순간 브라질의 미드필더가 덤벼들었다.

이미 보고 있었기 때문에 신재욱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페인팅과 동시에 방향을 전환했다.

그리고 덤벼들던 상대는 갑자기 방향을 바꾼 신재욱에게 완전히 속아버렸다.

“헙!”

― 신재욱이 오늘도 뛰어난 드리블을 보여줍니다! 이야~! 신재욱 선수는 공을 정말 안 뺏기네요!

― 하하! 저도 신재욱 선수가 공을 뺏기는 건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반칙에 당했을 때를 제외하면 정말 못 본 것 같은데요?

― 그만큼 공을 잘 다룬다는 거겠죠. 드리블 능력도 뛰어나고요. 특히 상대의 심리를 전부 파악하고 움직이는 듯한 드리블은 신재욱 선수의 전매특허죠.

속도를 높여 전진한 신재욱은 어느새 중앙선을 넘었다. 이쯤 되자 브라질 선수들이 쉽게 달려들지 못했다. 신재욱의 드리블 실력이 뛰어나다는 걸 직접 보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제 자리를 지키며 신재욱을 기다렸다. 안정적으로 기다리는 수비를 펼친 것이다.

다만 신재욱에겐 오히려 여유가 생겼다.

“이렇게 공간을 주면 안 될 텐데?”

그렇게 중얼거린 신재욱은 곧바로 패스를 뿌렸다.

뒷공간으로 파고드는 이찬호를 노린 롱패스였다.

터엉!

* * *

“크…… 아깝다.”

신재욱이 아쉬움을 드러냈다.

브라질의 수비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이찬호의 움직임이 좋았고, 롱패스를 뿌리는 타이밍도 좋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패스의 강도가 조금 셌다.

“미안해요!”

신재욱은 이찬호를 향해 손을 들어 올려 미안하다는 신호를 줬다.

반대로 이찬호는 엄지를 들어 올리며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 정말 아깝네요! 패스가 아주 조금만 짧았으면 바로 골키퍼와의 일대일 기회가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는데 말이죠! 하지만 패스를 하기 전까지 보여준 신재욱 선수의 플레이는 아주 훌륭했습니다!

― 비록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이런 플레이가 자주 나와줘야 합니다. 그래야 브라질이 마음대로 라인을 끌어올리지 못하거든요!

해설들의 말처럼 위험한 위기를 넘긴 브라질은 조금은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지금까진 과감하게 라인을 올리며 공격을 했다면, 이제는 한국의 역습을 생각하며 움직였다.

자연스레 템포도 느려졌다.

그리고.

신재욱에겐 속도가 줄어든 브라질은 더 상대하기 쉬운 상대였다.

― 오옷! 신재욱 선수가 태클로 끊어냅니다! 중앙으로 파고들던 필리페 쿠티뉴의 돌파를 깔끔하게 막아냈습니다!

― 필리페 쿠티뉴 선수도 어지간해선 공을 뺏기지 않는 선수인데…… 신재욱 선수에게 걸리면 이 선수도 어쩔 수가 없네요…!

필리페 쿠티뉴는 당황하고 있었다.

브라질 동료들에게도 공을 거의 뺏기지 않는 그였건만, 한국의 5번 선수에게 너무나도 쉽게 공을 내주고 말았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웠다.

‘저 한국의 5번 선수…… 바이에른 뮌헨 소속이라고 했지? 근데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저 실력이 말이 되나? 내가 이렇게 당한다고?’

실력에 자부심이 넘치던 필리페 쿠티뉴였기에, 신재욱의 앞에서 아무것도 못 하는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는 당연히 몰랐다.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경기 내내 신재욱이라는 벽을 넘지 못할 거라는 것을.

― 신재욱이 측면으로 벌려줍니다! 좋은 패스네요! 장호연이 받습니다! 장호연 선수! 스피드가 빠른 선수는 아니지만, 발재간이 좋은 선수죠!

― 장호연, 무리하지 않고 이찬호에게 패스합니다. 아~! 이건 좀 아쉬운데요? 방금은 확실하게 크로스를 올리든, 돌파를 시도하든 무언가 마무리를 짓는 게 더 좋았을 것 같거든요? 이러면 사실 역습은 이미 늦었죠! 보시다시피 브라질의 수비수들이 전부 복귀하지 않았습니까?

― 이찬호가 너무 고립됐는데요? 도와주는 선수가 있어야죠! 아! 신재욱이 받아주러 올라왔네요!

이찬호는 브라질 선수 두 명에게 둘러싸이며 강한 압박을 느끼던 상황이었다. 때문에, 신재욱은 발견한 그는 곧바로 공을 넘겼다.

“재욱아!”

신재욱이 공을 받은 위치는 브라질의 측면.

첫 터치와 움직임만 좋으면 즉시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위치였다.

그리고.

신재욱은 그걸 해냈다. 투욱! 타닷! 이찬호가 넘겨준 공을 순간적으로 중앙 쪽으로 방향을 틀며 받아낸 뒤, 속도를 높였다.

곧바로 슈팅각이 나온 상황.

브라질의 수비수들은 깜짝 놀라며 신재욱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신재욱은 이미 슈팅을 때려내고 있었다.

퍼어엉!

반대편 골대 구석 상단으로 감아 차는 슈팅.

비록 날카로운 궤적은 아니었지만, 상대 골키퍼가 예측하지 못한 타이밍에 나온 슈팅이었다.

그거면 충분했다.

브라질의 골문을 열기에는.

철렁!

― 우와아아아아아아아! 들어갔습니다아아아아아! 신재욱의 원더골이 나왔습니다! 이번에도 신재욱이 보여주네요!

― 대단합니다! 브라질을 상대로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던 신재욱 선수였는데, 기어코 개인 능력으로 골까지 만들어냈습니다! 신재욱 선수의 선제골로 한국이 브라질에게 1 대 0으로 앞서갑니다!

신재욱의 중거리 슈팅 골이 터진 지금.

경기를 지켜보던 한국 축구팬들은 열광했다.

└예에에에!!!!!!!!!!!!!!!!!!!! 신재욱이 할 줄 알았어!!!!!!

└ㄷㄷㄷㄷㄷㄷㄷㄷ 지렸다ㄷㄷㄷㄷㄷㄷㄷ

└워!!!!!!!!! 쩔었다!!!!! 브라질도 신재욱을 못 막네ㅋㅋㅋㅋㅋㅋ

└오우! 오우! 오우! 이대로 브라질 잡자 그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만 지렸냐?ㅋㅋㅋㅋㅋ 이걸 퍼스트 터치 한 번으로 각 잡고 때려버리네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월클 스트라이커들이나 보여주는 움직임 아니냐고ㅋㅋㅋㅋㅋ 어떻게 만 16세짜리가 보여주냐고 이런 걸ㅋㅋㅋㅋ

└신재욱은 그냥 한국인이 아닌 듯ㅋㅋㅋㅋㅋ 얜 아예 다른 종족이 거 같아ㅋㅋㅋㅋㅋㅋ 괴물임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 이러면 또 응원 안 할 수가 없잖아ㅠ퓨ㅠㅠㅠ 진짜루 신재욱 한 명 때문에 응원한다ㅠㅠㅠㅠ

└신재욱은 리얼 미친놈이야 진짜ㅋㅋㅋㅋㅋ 상대를 안 가리고 다 패버리네ㅋㅋㅋㅋ

└얜 대체 얼마나 크게 되려나? 지금까지 한국에 없던 유형의 선수인 건 당연하고, 실력도 유럽에서 유망주라는 애들보다 훨씬 뛰어난 거 같은데? 실제로 봐봐. 브라질에 있는 필리페 쿠티뉴랑 오스카, 카세미루 쟤네 엄청난 유망주거든? 근데 신재욱한테 존재감에서 걍 찍어 눌림ㅋㅋㅋㅋㅋ

└훠우!!!!! 이번 경기 어떻게 되려나?ㅋㅋㅋ 당연히 질 줄 알았는데 이러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ㅋㅋㅋㅋ

다른 팀도 아니고 유력한 우승 후보인 브라질을 상대로 넣은 선제골이었다.

한국 축구팬들은 시간이 지나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관중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신재욱을 좋아하지 않던 콜롬비아 관중들이었지만, 환상적인 골을 본 지금만큼은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역시 브라질은 영양가가 많아.”

신재욱은 미소를 지은 채, 허공에 떠오른 메시지를 바라봤다.

[체력이 1 올랐습니다!]

[속도가 1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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