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95화 (95/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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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정태.

그에겐 꿈이 있었다.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가 되겠다는 꿈.

그러나 그는 재능이 없었다. 열심히 해도 남들을 이기지 못했다.

꿈이 멀어진다는 생각이 들수록 열등감에 찌들었다. 그는 자신이 축구를 잘하지 못하는 원인을 다른 사람들에게서 찾으려고 했다.

즉, 남 탓을 하며 살았다.

하지만 남 탓을 한다고 없던 축구 실력이 생기지는 않았다.

그렇게 김정태는 꿈을 접고, 새로운 직업을 얻었다.

스포츠 기자.

열등감에 찌들어버린 김정태에겐 최고의 직업이었다.

자신은 되지 못했던, 축구선수라는 꿈을 이룬 사람들을 괴롭히는 기사를 쓰며 즐거워할 수 있었으니까.

선수에게 악영향을 끼칠 질문을 일부러 던지고, 그에 따른 답변을 이용해 악의적 기사를 작성할 때마다 쾌감을 느꼈으니까.

그리고 지금.

김정태 기자는 콜롬비아로 날아와 U―20 국가대표팀 선수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했다.

인터뷰에 나선 그의 목표는 뚜렷했다.

“한국에서 다시는 볼 수 없을 스타일의 천재라고? 겨우 만 16세에 U―20 월드컵에 출전해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어? 재수 없는 놈! 넌 내가 무조건 망하게 해주마.”

U―20 한국 대표팀의 막내이자 에이스인 신재욱을 괴롭히는 것.

더 나아가 신재욱의 멘탈을 완전히 무너뜨려 결국엔 축구선수를 포기하게 만드는 것.

그게 바로 김정태 기자의 목표였다.

“큭큭……! 내 먹잇감이 드디어 오는구나!”

몇몇 선수들의 인터뷰를 무난하게 마친 그는 낄낄대며 웃어댔다.

인터뷰를 위해 다가오는 신재욱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오늘 펼쳐진 콜롬비아와의 경기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

한국 축구팬들을 열광하게 만든 선수.

그러나 김정태 기자의 눈엔 무너뜨리고 싶은 질투의 대상으로 보일 뿐이었다.

“저 당당한 표정을 다시는 짓지 못하게 만들어주지.”

김정태 기자는 비릿하게 웃으며 신재욱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신재욱 선수.”

당연하게도 김정태 기자는 몰랐다.

그의 눈앞에 있는 신재욱이 베테랑 선수 출신이라는 것을.

만 16세의 어려 보이는 겉모습은 그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 * *

‘짜증 나네.’

신재욱은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기자라는 사람에게 언론에 물어뜯기기 좋은 질문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에이스라고 인정하는 느낌을 주는 순간 걸려드는 거지.’

하지만 신재욱이 누구던가.

환생 전의 삶을 포함하면 수많은 경험을 겪어온 베테랑이지 않은가.

그래서 첫 질문을 어렵지 않게 넘겨냈다.

그런데 문제는 두 번째 질문이었다.

― 이번 U―20 월드컵에서 빨간색 머리로 나타난 모습에 많은 팬분들이 큰 충격을 받은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그리고 많은 색깔 중에 하필 빨간색으로 염색한 이유가 있을까요?

“…….”

신재욱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기껏 한다는 질문이 머리 색에 관련된 거라니.

황당했다.

‘이게 과연 콜롬비아한테 대승을 거둔 뒤에 받을 만한 질문인가?’

질문을 던진 기자는 붉게 상기된 얼굴을 한 채, 신재욱을 쳐다보고 있었다. 기분 나쁜 눈빛이었다.

그리고 신재욱은 저런 눈빛을 한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뒤가 구린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

신재욱은 기자의 명찰을 확인했다.

‘김정태 기자라고?’

들어본 적은 없는 이름이었다.

‘그냥 쭉 몰랐으면 좋았을 것을.’

김정태 기자는 얼른 답변을 달라는 듯한 표정으로 신재욱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황당한 상황.

하지만 상대의 의도에 말려들어 줄 생각은 없었기에, 신재욱은 여전히 미소를 띤 채로 입을 열었다.

“그냥 저랑 잘 어울릴 것 같아서 했어요.”

그 순간 김정태 기자의 표정이 굳었다.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전혀 흔들리지 않는 신재욱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나온 반응이었다.

그래서일까?

마지막 질문을 내뱉는 김정태 기자의 목소리의 톤은 더 높아져 있었다.

― 세리머니를 하지 않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시는데, 그러시는 이유가 있나요? 그리고 그런 신재욱 선수의 행동이 상대 팀을 무시하는 것 같다는 의견을 드러내는 팬분들도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뭔 개소리야?’

신재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정도면 위에서 컨펌받은 질문에다가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막 갖다 붙인 수준인데?’

김정태 기자에게 받은 마지막 질문은 다른 질문들과 마찬가지로 수준이 낮았다.

선수들을 만나기 전, 미리 윗선에 허락을 받은 질문이라는 게 놀라울 정도였다.

그래도.

신재욱은 대답을 내놓았다.

기자들이 물어뜯기 힘들 정도로 깔끔한 대답이었다.

“상대 팀을 무시한 적은 없어요. 세리머니를 잘 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더 많은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기 위해서예요.”

* * *

경기장에서 빠져나가며, 신재욱은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어딜 가나 이상한 기자들은 꼭 있구나.”

방금과 같은 일들은 환생 전, 영국의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하던 시절에도 겪었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래서 잘 대응할 수 있었다.

“자주 안 봤으면 좋겠네.”

거기까지였다.

신재욱은 김정태 기자를 향한 관심을 끊었다.

지금은 승리를 즐길 시간이지, 쓰레기 하나에 신경을 쓸 때가 아니었으니까.

‘분위기 좋네.’

신재욱은 라커룸에 들어가자마자 볼 수 있었다.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있는 U―20 대표팀 동료들의 모습을.

심지어 안기혁 감독마저도 선수들과 함께 어울리고 있었다.

“조 1위야! 조 1위로 16강에 올라갔다구! 예이~예!”

“이거지! 이대로 8강까지 가는 거지!”

“다들 고생했어! 너무 잘했다. 진짜로!”

그때였다.

라커룸 안에 있던 사람들이 뒤늦게 들어온 신재욱을 발견했다.

그 순간 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신재욱을 반겼다.

“오! 왔다! 신재욱이다!”

“재욱아! 오늘 진짜 최고였어!”

“네 덕분에 대승할 수 있었어! 특히 마지막에 나온 프리킥 골은 캬……! 감탄만 나오더라!”

“맞아! 재욱이 프리킥 진짜 쩔었어! 조금 과장해서 데이비드 베컴인 줄 알았잖아?”

“왜 다들 재욱이 드리블 얘기는 안 해? 드리블은 거의 호나우지뉴였잖아? 콜롬비아 선수들 쉽게 제쳐버리는 거 대박이었다고!”

민망할 정도로 쏟아지는 칭찬 세례.

크흠! 신재욱은 헛기침하며 주제를 돌렸다.

“……모두 열심히 뛰어줘서 이길 수 있었던 거죠. 다들 다음 경기도 잘할 수 있게 푹 쉬면서 몸 관리 잘하길 바랄게요.”

같은 시각.

신재욱은 신경을 껐지만, 한국의 축구팬들은 분노하고 있었다.

경기가 끝난 뒤에 펼쳐진 인터뷰 때문이었다.

└인터뷰 뭐냐? 난 이렇게 개념 없는 인터뷰를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이건 걍 신재욱 대놓고 담그려는 의도 아님?

└인터뷰한 새끼 누구야? 미친놈인가? 오늘 4골 넣은 선수한테 머리 색깔 얘기를 왜 쳐하고 있지?

└ㅅㅂ기레기 새끼들이 물어뜯기 좋은 질문만 던져대네. 인터뷰한 기자가 신재욱 안티냐? 맞지?

└개열받네!!!!!! 신재욱한테만 뭔 저딴 질문을 해? 질문이 전부 다 쓰레기 같은데????

└이해할 수가 없네? 이건 그냥 인터뷰한 사람이 신재욱을 싫어하는 듯. 진짜 개패고 싶네

└기다려봐. 내가 저 인터뷰한 놈 누군지 찾는다.

└다른 선수는 몰라도 신재욱은 건드리면 안 된다는 걸 모르나? 최선을 다해 뛴 선수한테 왜 저렇게 예의 없는 질문을 하지?

└재욱아! 빨간 머리 엄청 잘 어울리니까 신경 쓰지 마!!!!!

└ㅇㅈㅇㅈ 빨간 머리 잘 어울리고, 세리머니 안 하고 바로 공 가지고 뛰는 것도 간지나니까 전혀 신경 쓰지 마!!!!

이처럼 한국의 축구팬들은 신재욱에게 무례한 질문을 한 기자를 비난했다.

더구나 한국 축구팬들은 머지않아 그 기자의 이름이 김정태라는 것도 알아냈다.

└김정태 이 새끼 옛날부터 쓰레기 같은 기사 써대는 놈임ㅋㅋㅋㅋ 기자 같지도 않은 놈이야ㅋㅋㅋㅋ

└와…… 예전에 쓰던 기사 몇 개 찾아봤는데, 얜 그냥 인간성이 덜된 쓰레기네. 잘 나가는 한국 선수들을 깎아내리는 기사만 써대는데? 이상한 제목으로 어그로도 엄청 끌어대네.

└ㅋㅋㅋㅋㅋㅋㅋ리얼 기레기가 검거됐구나!!! 김정태 이 쓰레기 같은 놈! 감히 신재욱을 건드려?

└내 친구가 김정태 기자랑 중학교 때 동창이었다는데, 김정태 이 양반 축구선수였다던데? 근데 축구도 더럽게 못 하는데 인성도 쓰레기라서 평판이 안 좋았었다네. 그래서 잘나가는 축구선수들한테 열등감 표출하는 듯.

└위에 진짜임?

└ㅇㅇ 진짜야. 이런 걸로 뭐하러 거짓말을 해.

└검색 좀 해보니까 김정태 얘 축구선수 출신 맞네ㅋㅋㅋㅋ 걍 동네 듣보잡 축구선수였는데 그만두고 지금은 기자하고 있는 거 맞아.

└그냥 열등감 덩어리에 인성까지 쓰레기인 미친놈이었네.

자연스레 ‘김정태’라는 이름은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다.

2위는 ‘김정태 기자’였다.

다만, 여느 기자들이 그렇듯 김정태 기자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당연히 신재욱을 향한 사과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한국 축구팬들은 생각했다.

김정태 기자가 앞으로 신재욱을 건들지는 못할 거라고.

* * *

콜롬비아와의 경기가 끝난 다음 날.

신재욱을 포함한 U20 대표팀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서 휴식을 취했다.

3일 뒤에 펼쳐지게 된 U―20 월드컵 16강전 때문이었다.

“으어어! 죽겠드아아아!”

옆에서 들려오는 비명에 신재욱이 고개를 돌렸다.

범인은 같은 방을 쓰는 이찬호였다.

침대 위에 있는 그는 스트레칭을 하면서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괜찮아요?”

“전혀! 전혀 안 괜찮아……! 으어어…… 재욱아, 넌 괜찮아? 거의 제일 많이 뛰었으면서 꽤 괜찮아 보이네?”

“괜찮을 리가요.”

이찬호의 질문에 신재욱이 고개를 저었다.

실제로 전혀 괜찮지 않았다.

콜롬비아와의 경기에서 굉장히 많이 뛰었고, 거친 반칙도 여러 번 당했기 때문에 몸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어마어마했다.

특히 다리에서 느껴지는 근육통이 강했다.

“크흐흐! 하긴 괜찮을 리가 없지. 다음 일정 때까지 회복되겠어?”

“모르겠어요. 근데 열심히 쉬면서 회복해봐야죠. 그리고 그나마 다음 경기 때까지 3일이나 있어서 크게 걱정하진 않고 있어요.”

“그러니깐. 3일이라서 다행이야. 난…… 아마 내일이면 많이 좋아질 듯?”

“다행이네요.”

“나보다 네가 빨리 회복해야 할 텐데…… 진짜 이번 U20 대표팀은 너 없으면 절대 안 되거든.”

“에이, 다들 잘하고 있잖아요.”

“네가 한 3인분 이상 해주니까 잘할 수 있는 거야. 솔직히 네가 그 정도 활약하고 있는 건 인정하잖아?”

“그건 맞죠.”

신재욱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이찬호의 말처럼 인정할 건 인정했다.

U―20 월드컵에서 펼쳐진 모든 경기에서 3인분 이상을 해준 게 맞았으니까.

‘아니지, 3경기에서 9골 4도움을 했으니까…… 4인분은 한 건가?’

이제껏 기록한 공격포인트에 만족감을 드러내며, 신재욱은 두꺼운 종이를 손에 들었다.

‘다시 공부 좀 해볼까.’

종이엔 16강에서 만날 팀의 정보가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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