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88화 (88/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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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프랑스의 윙어 아르노는 빠른 스피드를 지녔다.

게다가 U―20 월드컵에 나온 선수 중,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뛰어난 드리블 실력까지 지녔다.

그러다 보니 한국 선수 2명이 달라붙었음에도 뚫려버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런 상황에서.

“안녕?”

아르노의 앞을 가로막은 신재욱이 인사를 건넸다.

반가워서 한 인사는 아니었다. 지금처럼 긴박한 상황에서 한가롭게 인사를 나눌 이유는 없으니까.

다만 의도는 확실히 존재했다.

“뭐야? 갑자기 뭔 인사를 하고 난리…….”

잠깐이지만 아르노의 집중력을 흔드는 것.

‘지금!’

신재욱이 움직였다.

대답하는 아르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거리를 좁혔다. 퍼억! 몸을 정면으로 강하게 부딪쳤다. 아르노가 깜짝 놀라서 몸을 회전하려고 했지만, 신재욱의 팔이 아르노의 움직임을 막는 게 더 빨랐다.

“이런 야비한 놈이……!”

답답해진 아르노가 상체 페인팅과 함께 반대편으로 몸을 돌리려고 했다. 그러나 이 움직임은 신재욱의 예상 범위 안에 있었다.

퍽!

신재욱은 어깨를 먼저 집어넣으며 아르노가 몸을 돌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와 동시에 발을 뻗었다. 이미 중심이 흔들린 아르노는 발밑으로 들어오는 신재욱의 스탠딩 태클을 피해내지 못했다.

― 오오오오오! 신재욱이 필사적으로 돌파하려던 아르노를 막아냈습니다! 놀라운 수비를 보여주는 신재욱입니다!

― 이야~! 공격에서든 수비에서든 신재욱 선수는 정말 든든하네요! 드리블을 굉장히 잘하는 아르노 선수인데, 신재욱을 뚫어내지 못했습니다!

해설들은 경악하고 있었다.

이들의 눈엔 보였으니까.

짧은 순간에 펼쳐진 신재욱과 아르노의 공방이.

― 신재욱이 공을 멀리 걷어냅니다! 방금 수비 장면은 너무나도 인상적인데요? 신재욱 선수는 수비수로 전향해도 잘할 것 같습니다. 절대 과장이 아닙니다! 방금 아르노 선수를 막아낼 때의 플레이 수준이 굉장히 높았거든요!

― 맞습니다. 마치 전문 수비수를 보는 듯한 움직임이었죠! 신재욱 선수, 대단합니다! 프랑스를 상대로도 전혀 밀리지 않고, 오히려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주네요! 경기가 시작되기 전만 해도 신재욱 선수의 실력이 프랑스를 상대로는 통하지 않을 거라고 주장하던 팬분들도 많았었는데, 아마 이 경기를 보면서 생각을 바꾸시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놓친 프랑스 선수들은 허탈해하고 있었다.

더구나 이들 모두 바라보고 있었다.

“아…… 또 쟤야? 저 한국의 5번! 저놈은 공격형 미드필더면서 아르노를 막는다고? 대체 뭐야?”

“아르노는 웬만해서 막히는 친구가 아닌데…… 저 한국의 5번, 수비 실력이 보통이 아니야.”

“……아르노가 못한 게 아니야. 저 한국인이 잘한 거지.”

“그냥 잘하는 수비수라고 해도 믿겠는데……? 한국에 저런 선수가 있었다고?”

이름조차 외울 필요를 못 느꼈던, 그래서 등 번호로만 기억하던 신재욱을.

특히 신재욱과의 일대일에서 패배한 아르노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쟤 뭐야 진짜…? 내 드리블을 이렇게 쉽게 막는다고……? 그리고 저렇게 잘하는 애가 왜 한국에 있어…?”

같은 시각.

한국의 축구팬들 역시 신재욱의 수비에 놀라움을 드러냈다.

└신재욱 공미잖아? 근데 수비를 어떻게 저렇게 잘하지? 말리전에서도 장난 아니었잖아?

└말리전에서도 신재욱 수비 빛났지. 진짜 개쩔었지ㅋㅋ

└아르노 쟤 드리블 미쳤던데……? 뭐지? 신재욱한테 쪽도 못 쓰는데?

└엌ㅋㅋㅋㅋㅋ 신재욱 수비 오져버리죠~? 스무스하게 막아버리죠~?

└키 좀 더 크고 피지컬만 좀 더 좋아지면 센터백으로 뛰어도 되겠어.

└인정ㅋㅋㅋ진짜 수비수로 전향해도 잘할 거 같아. 공중볼도 잘 따내던데?

└신재욱이 수비 엄청 잘하긴 해. 우리 수비수들을 다 털어버린 아르노를 신재욱이 쉽게 막아버리네ㅋㅋㅋㅋ 근데 그렇다고 수비로 전향하기엔 공격 재능이 너무 아까워.

그리고 지금.

신재욱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르노를 막은 뒤에 떠오른 메시지 때문이었다.

[대인방어가 1 올랐습니다!]

“앞으로는 수비 더 열심히 해야겠는데?”

* * *

신재욱이 밑으로 내려와서 수비 가담에 신경을 쓴 이후로.

한국의 수비진은 안정감을 찾았다.

하지만 아무리 신재욱이 도와준다고 해도 모든 곳을 막아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신재욱이 미처 신경 써주지 못한 곳에서 빈틈이 나오기 시작했고.

후반 41분, 프랑스는 기어코 한국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 라카제트입니다! 우리 선수들은 라카제트 선수가 슈팅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합니다!

라카제트가 부드럽게 공을 받아냈다.

한국의 페널티박스 안에서 동료 프랑스 선수의 킬패스를 받은 것이었다.

그리고 라카제트는 한국의 수비수들이 달라붙기도 전에 슈팅을 때려냈다.

― 막아야만 합니…… 아…! 라카제트의 골입니다……! 구재윤 선수가 붙어보려고 했지만, 너무 늦어버렸네요…….

― 반대로 라카제트 선수의 슈팅 타이밍이 빠르기도 했죠. 우리 선수들! 그래도 괜찮습니다! 아직 스코어는 3 대 2로 우리가 앞서고 있지 않습니까?! 저는 우리 선수들이 남은 시간 동안 프랑스의 맹공을 잘 버텨낼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2골을 기록하며 3 대 2로 따라붙은 프랑스는 기세가 올랐다.

하지만 마음이 급했다.

‘빨리 동점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 시간 몇 분이지? 아…… 얼마 안 남았네? 빨리해야 해.’

‘최대한 빠르게 기회를 만들어야 해.’

경기가 종료될 때까지 남은 시간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일까?

프랑스 선수들의 움직임엔 날카로움이 줄어들었다.

― 아~! 아르노가 공을 받지 못했습니다! 방금은 프랑시스의 패스가 너무 강했죠?

― 그렇습니다. 프랑시스 선수는 패스 실력이 괜찮은 편인데, 마음이 급하니 실수가 나오네요. 우리 선수들! 힘들겠지만 조금만 더 버티면 됩니다! 시간은 우리 편이거든요!

경기 종료를 앞둔 시각.

다른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신재욱 역시 공격에 나서지 않고 수비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이처럼 모든 선수가 수비만 하며 시간을 보내는 건 신재욱이 좋아하는 경기 운영은 아니었지만.

이기는 게 우선이었다.

‘이겨야 더 올라가지. 그래야 능력치 성장에 도움이 더 될 테니까.’

애초에 신재욱이 이번 U―20 월드컵에 참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성장이지 않은가.

성장을 위해서라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뛸 힘도 안 남아있고.’

체력도 바닥나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신재욱의 현재 체력 능력치는 74.

청소년 대표팀 내에서도 좋은 편이 아니었다.

물론 정상적으로 뛰면 풀타임을 소화할 수는 있는 수준의 체력이었지만.

오늘의 신재욱은 평상시보다 훨씬 더 많이 뛰고 있었다.

공격형 미드필더의 역할을 소화했고, 중앙 미드필더처럼 경기장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공을 받아주고 패스를 뿌렸고, 적극적인 수비 가담까지 계속해 왔다.

이렇게 여러 개의 역할을 소화하다 보니 체력이 남아나지 않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불과 3일 전에 펼쳐졌던 말리전에서도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며 풀타임을 소화하지 않았던가.

― 우리 선수들이 많이 지쳐 보이네요……! 이제 추가시간만 버티면 됩니다! 조금만 더 힘을 내줬으면 좋겠습니다……!

― 특히 신재욱 선수가 굉장히 지쳐있네요……! 오늘 엄청난 활동량을 보여주며, 대단한 활약을 펼친 신재욱 선수거든요?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안기혁 감독은 신재욱 선수를 뺄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팀에서 이 선수가 맡은 역할이 중요하다는 거겠죠?

― 그렇습니다. 신재욱 선수가 이번에 처음으로 U―20 대표팀에 들어온 선수지만, 지난 말리전과 오늘 펼쳐지는 프랑스전을 보면 이 선수는 우리 대표팀의 에이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해설들의 말 그대로였다.

현재 신재욱은 팀 내에서 가장 지쳐있지만, 안기혁 감독은 차마 신재욱을 빼지 못했다.

신재욱을 빼는 순간 지금까지 유지하던 균형이 단번에 깨질 거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 신재욱이 막아냈습니다! 몸을 던져가며 프랑스의 슈팅을 막아냈습니다!

지친 상황에서도 위험한 순간마다 팀을 구해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신재욱도 사람이었다.

‘힘드네.’

수많은 경험으로 다져진 정신력과 요령들을 써가며 버텼지만.

이제는 걸을 힘조차 남지 않았다.

그래도.

신재욱은 상대 선수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상대가 다시 공격해온다면 쓰러지면서라도 방해할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삐익! 삐이이익!

심판의 휘슬 소리가 들렸다.

경기가 종료된 것이다.

― 끝났습니다! 우와아아아아! 대한민국이 프랑스를 잡아냈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믿을 수 없는 대이변을 만들어냈습니다!

― 이러면…… 대한민국은 U―20 월드컵 16강에 확정적으로 오르게 됐습니다! 우리 선수들!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승리가 확정된 지금.

신재욱은 잔디에 드러누운 채 거친 숨을 내쉬었다.

‘하…… 죽겠다…….’

체력이 완전히 바닥나버렸다.

경기가 종료되기 직전엔 정말 단 한 걸음도 움직이기 힘든 상태였다.

‘이렇게까지 많이 뛴 게 얼마 만이지?’

신재욱은 여전히 거친 숨을 내쉬며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렸다.

항상 많이 뛰는 스타일이긴 했지만, 오늘만큼 많이 뛰었던 기억은 연장전을 치렀던 경기를 제외하면 떠오르지 않았다.

‘생각이 안 나는 걸 보니 오늘이 역대급이구나.’

피로가 몰려왔다.

잔디가 푹신하게 느껴졌고, 눈을 감으면 바로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이토록 힘들지만, 신재욱의 표정은 밝았다.

“이겼네.”

전력이 더 강하다고 평가받던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승리했으니까.

그리고 지금.

“오……!”

허공에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으니까.

[특성이 성장합니다!]

[‘놀라운 정신력(C)’이 ‘경이로운 정신력(B)’으로 성장합니다!]

* * *

신재욱은 미소를 띤 채로 성장한 특성의 정보를 바라봤다.

[경이로운 정신력]

[등급] B

[효과] 체력이 완전히 바닥났을 때, 경이로운 수준의 정신력을 발휘하며 더 뛸 수 있게 됩니다.

정보를 본 지금, 신재욱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성장하기 전에도 좋았는데, 더 좋아진다고?’

경이로운 정신력(B)으로 성장하기 전인 ‘놀라운 정신력(C)’도 굉장히 좋은 특성이었다.

실제로 경기가 끝나기 직전, 체력이 바닥난 상태로 더 뛸 수 있었던 건 ‘놀라운 정신력(C)’ 특성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체력이 바닥나도 더 오래 뛸 수 있겠어.”

그 말을 끝으로 신재욱은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그에게 달려오는 동료들과 감독, 관계자들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인간 샌드위치가 될 수는 없지.”

신재욱은 달려오는 사람들의 반대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성장한 특성의 효과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름이 ‘경이로운 정신력(B)’이었지? 이거 효과 되게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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