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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프랑스 선수들은 충격에 빠졌다.
완벽히 골이 될 거라고 봤던 라카제트의 슈팅이 막혔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골키퍼나 수비수가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 신재욱에게.
코너킥을 얻어내긴 했지만, 다행이라고 말하긴 어려웠다.
너무 좋은 기회를 놓쳤으니까.
게다가 코너킥까지 막힌 지금.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프랑스 선수들과 달리, 신재욱은 앞으로 튀어 나가고 있었다.
이어서 그는 동료가 걷어낸 공을 받아냈다.
툭!
꾸준히 날카로운 감각을 유지해온 볼 터치.
공이 발에 부드럽게 감기는 느낌이 났다.
‘좋은데?’
지금과 같은 역습 상황에선 첫 번째 볼 터치가 매우 중요하다.
볼 터치가 얼마나 잘됐냐에 따라서 역습의 속도도 달라지니까.
― 신재욱 선수! 엄청난 활동량입니다! 어느새 앞으로 나가서 구재윤 선수가 걷어낸 공을 받아냈습니다!
― 보면 볼수록 신재욱 선수는 공이 날아오는 위치를 캐치하는 능력도 대단히 좋네요! 조금 전 라카제트 선수의 슈팅을 막아낼 때도 그런 능력이 발휘됐던 것이고요!
볼 터치가 좋았기 때문에, 신재욱은 속도를 살려서 전진할 수 있었다.
넓은 시야로 좌우, 앞을 보며 전진했다.
상대 선수들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고, 지원을 오는 동료들의 움직임까지 전부 파악하고 있었다.
“더 빨리 나가줘!”
신재욱은 동료들을 향해 존댓말도 생략하며 소리쳤다.
역습 상황은 초 단위로 움직여야 하는 시간이었다.
더구나 상대는 프랑스이지 않은가.
조금만 시간이 지체되면 역습을 끊어낼 수 있는 선수들이었다.
“퍼져서 달려!”
다시 한번 소리를 지른 신재욱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우왕좌왕하며 역습을 나가던 동료들은 뜨끔하며 훈련 때 했던 것처럼 넓게 퍼져서 뛰었다.
프랑스의 수비수들을 멀리 끌어내며 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신재욱의 옆엔 어느새 프랑스 선수 하나가 접근했다.
프랑스의 수비형 미드필더 프랑시스였다.
큰 덩치를 지닌 그는 어울리지 않는 빠른 스피드를 지닌 선수였다.
‘엄청 빠르네.’
신재욱의 눈이 커졌다.
프랑시스의 스피드가 빠를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버스에서 본 자료에 나와 있었으니까.
그러나 실제로 본 프랑시스의 스피드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랐다.
‘덩치가 커서 그런지 더 빠르게 느껴지네.’
가까이 접근한 프랑시스는 신재욱을 향해 손을 뻗었다.
역습을 끊어내겠다는 의지를 담은 행동이었다.
여기서 신재욱은 짧게 고민했다.
‘제칠까?’
프랑시스를 상대로 탈압박을 해낼 자신은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시간이 끌리게 된다. 빠른 역습을 하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신재욱은 가장 믿음직스러운 동료를 이용하기로 했다.
“다시 찔러줘요!”
외침과 함께, 신재욱은 옆에서 함께 달리는 이찬호에게 공을 넘겼다.
툭!
동시에 속도를 더욱 높였다. 공이 없는 상태였기에 더 빠르게 달릴 수 있었다.
― 한국의 역습이 굉장히 빠릅니다! 좋은 기회입니다!
이찬호는 앞으로 달려 나가는 신재욱에게 패스를 뿌렸다.
속도를 내며 드리블하는 상황이었지만, 기본기가 좋은 선수답게 괜찮은 퀄리티의 패스가 나왔다.
‘좋아!’
신재욱은 낮게 깔려오는 공을 발의 바깥쪽으로 컨트롤하며 전진했다. 좋은 터치였다. 더구나 이찬호와 공을 주고받은 플레이로 인해서 역습 속도를 줄이지 않고도 프랑시스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 오오오! 좋은 호흡을 보여주는 신재욱과 이찬호입니다!
신재욱은 드리블하면서도 계속해서 고개를 좌우도 움직이며 주변을 확인했다.
그 순간 그의 눈엔 보였다.
아주 좋은 패스 길이.
툭!
전속력으로 달리던 동료 공격수 오정훈을 향한 킬패스였다.
타이밍과 방향 모두 정확한, 퀄리티가 높은 패스였다.
투웅!
하지만 긴장을 한 탓인지, 오정훈의 퍼스트 터치가 너무 길었다. 아쉬운 플레이였다.
그러나 기회가 사라지진 않았다.
애초에 패스를 받은 순간부터 오정훈은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을 맞이했으니까.
골키퍼가 다급하게 뛰쳐나오고 있었지만, 슈팅을 때릴 타이밍은 충분히 나왔으니까.
퍼엉!
오정훈은 칩슛을 잘 구사하는 선수였지만, 지금은 시도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긴장감 때문에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조금은 운에 맡긴 슈팅을 때려냈다.
자칫 잘못하면 골키퍼가 막아낼 수도 있는, 강하게 감아 차는 슈팅.
그러나 운이 따랐던 것일까?
날아간 공은 프랑스의 골키퍼가 뻗은 손에 걸리지 않았다.
철썩!
프랑스의 골망이 크게 흔들렸다.
한국의 두 번째 골이 터진 순간이었다.
* * *
― 고오오오오오올! 한국이 프랑스를 상대로 2 대 0으로 앞서갑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 나비효과죠! 신재욱 선수가 라카제트 선수의 슈팅을 몸을 던져 막아냈기 때문에 생긴 나비효과입니다! 게다가 방금 골도 신재욱 선수가 어시스트한 것이지 않습니까?
― 경악스러운 경기력입니다. 우리 선수들이 프랑스를 상대로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가진 기량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 이러면 프랑스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죠!
해설들의 말처럼 프랑스 선수들은 당황하고 있었다.
명백히 골이 나올 거라고 봤던 상황에서 골을 넣지 못했고, 오히려 골을 허용해버렸으니까.
“벌써 2골이야…… 다들 왜 끝까지 책임을 안 지는 거야?”
“똑바로 안 해? 진짜 지면 어쩌려고 이래?”
“왜 자꾸 저 5번 한국인한테 말리는 거냐고!”
제아무리 프랑스라고 해도 나이가 어린 선수들이 모인 U―20 대표팀이었다. 큰 충격을 받으면 멘탈이 잘 흔들리는 나이였다.
때문에, 예상치 못하게 2 대 0이 되어버리자 프랑스의 분위기는 급격히 나빠졌다.
그러나.
흔들리는 프랑스도 결국 프랑스였다,
자존심을 제대로 구긴 프랑스는 한국을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했고.
한국 선수들은 프랑스의 압박을 견뎌내지 못하며 불안한 모습을 드러냈다.
― 우민규 선수의 패스가 끊겼습니다! 얀 선수의 압박이 너무 좋았습니다!
― 아……! 이러면…… 한국! 위기인데요? 빨리 끊어내야 합니다! 아! 위험합니다!
빌드업을 하려던 과정에서 패스가 끊겼다.
프랑스는 기세를 몰아 한국을 몰아쳤다. 측면으로 공을 연결했고, 프랑스의 윙어 아르노가 크로스를 올리는 척 페인팅을 주며 깊숙이 돌파했다.
페널티박스 근처까지 접근한 아르노는 한국의 풀백 민동기까지 뚫어내며 날카로운 컷백 패스를 뿌렸다.
그리고.
프랑스의 스트라이커 라카제트는 아르노가 보내준 공을 단숨에 골로 연결했다.
― ……들어갔습니다! 프랑스가 한 골을 만회했습니다.
― 아…… 라카제트 선수에게 골을 허용했네요…… 우리 선수들이 이 아르노 선수와 라카제트 선수를 잘 막아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선수들이 사실상 프랑스 공격의 핵심이거든요? 이 둘을 막지 못하면 또다시 골을 허용할 수도 있습니다.
― 집중해야 합니다! 프랑스는 언제든지 골을 만들어낼 수 있는 팀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방심하면 안 됩니다!
프랑스의 골과 함께 분위기가 변했다.
2 대 1 스코어로 아직은 한국이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기세가 더 강한 건 오히려 프랑스였다.
― 라카제트가 편하게 슈팅할 수 없게 해야 합니다! 이 선수의 슈팅은 굉장히 위협적이거든요!
그중 가장 강한 기세를 뿜어내는 선수는 프랑스의 스트라이커 라카제트였다.
오늘 한 골을 기록한 그는 더욱 과감한 플레이를 하며 한국의 수비진을 괴롭혔다.
이에 한국의 수비수들은 크게 흔들렸다.
이대로면 또다시 골을 허용할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내가 막아야겠네.’
신재욱이 밑으로 내려왔다.
그는 공격 전개를 위해 앞선에 서 있었는데, 이대로라면 공격은 하지도 못할 것 같았다.
우선 수비를 돕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 신재욱이 어느새 많이 내려왔네요? 라카제트의 앞을 가로막습니다!
― 차라리 태클이 좋은 신재욱 선수가 라카제트 선수를 막는 게 효율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라카제트 선수의 움직임이 너무 좋거든요? 어쨌든 신재욱 선수는 수비수가 아니기에 라카제트 선수를 막는 게 조금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 맞습니다. 신재욱 선수! 무리한 수비보단 안정적으로 자리를 지키는 수비를 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신재욱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라카제트를 바라봤다.
그때였다.
라카제트는 공을 툭 툭 치며 신재욱의 움직임을 끌어내려고 했다. 이때, 신재욱은 라카제트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줬다. 무게중심을 높게 띄운 채로 라카제트에게 덤벼들었다.
그 순간 라카제트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기본이 안 되어 보이는 신재욱의 수비에 웃음이 나온 것이다.
“공격은 잘하더니만, 수비는 못 하네?”
라카제트는 도발적인 말과 함께 몸을 회전했다.
키는 큰 편이 아니지만, 몸싸움에 아주 자신감이 넘치는 그였다.
특히 등을 지는 플레이만큼은 어떤 선수에게도 밀리지 않는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리고 라카제트는 지금도 신재욱을 등지며 뚫어내려고 했다.
당연히 그렇게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라카제트는 몰랐다.
신재욱이 라카제트의 움직임을 이미 예상했다는 걸.
일부러 빈틈을 보였다는 걸.
‘라카제트, 넌 모르겠지만 네 전성기 때도 나한테 막혔었어.’
신재욱은 어렵지 않게 라카제트의 공을 뺏어냈다.
환생 전, 한참 잘 나갈 때의 라카제트도 막아봤던 신재욱이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만 19세의 라카제트는 그때보다 수준이 한참 낮았다.
당연하게도 막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사실을 모르는 라카제트가 경악했다.
“뭐야?!”
“뭐긴 뭐야, 수비지.”
그렇게 대답하며, 신재욱은 앞으로 튀어 나가는 동료를 향해 패스를 뿌렸다.
역습에 나설 시간이었다.
* * *
신재욱이 라카제트의 돌파 시도를 손쉽게 막아냈을 때.
한국의 축구팬들은 놀라는 것을 넘어서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허허허…… 신재욱 쟤 뭐야? 우리 수비수들이 못 막은 선수를 그냥 막아버리네?
└라카제트 쟤 올랭피크 리옹에서 뛰는 초유망주임. 만 19세인데 주전으로 뛰는 애야ㄷㄷㄷ 근데 신재욱한테 아무것도 못 하네……?
└그냥 신재욱이 올랭피크 리옹에서 뛰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나이가 어려서 안 될걸? 나이 제한에 걸릴 거야. 신재욱 이제 겨우 만 16세라는 거 잊지 마. 그런데 진심으로 나이 제한만 없으면 얘가 올랭피크 리옹에서 더 잘할 듯ㅋㅋㅋ
└수비까지 이렇게 잘한다고? 얘 육각형 선수야? 도대체 재능이 얼마나 뛰어나다는 거야?
└말도 안 되는 천재네;;;;; 태클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수비 자체가 오지는구만…… 막말로 방금 신재욱 수비 아니었으면 우리 또 골 먹히는 거였어.
└공격도 잘해, 수비도 잘해, 경기 조율도 잘해, 걍 못하는 게 없는데? 진짜 이번 U―20 월드컵은 얘 보는 맛에 본다ㅋㅋㅋㅋ
그리고.
축구팬들은 이내 흥분하기 시작했다.
프랑스를 상대로 역습에 나선 신재욱의 움직임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