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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프랑스의 선수들은 방심하고 있었다.
상대가 한국이었기 때문이었다.
‘설마 쟤들한테 우리가 지겠어? 콜롬비아전은 교통사고 같은 사고였지만, 쟤들은 사고를 낼 능력도 없는 애들이잖아?’
‘한국은 축구 못하는 나라잖아. 저번에 콜롬비아한테 지고 기분 안 좋았는데, 오늘 쟤들 잡고 기분 좀 풀어야겠다.’
‘전반전에 2골 정도만 넣으면 충분하겠지?’
‘지난 경기에서 너무 못했으니까 오늘 한국 상대로 멋진 플레이 좀 보여줘야겠다.’
프랑스 선수들의 인식에 한국은 축구를 못하는 나라였다.
마음만 먹으면 절대로 지지 않는 상대라고 생각했다.
골도 언제든지 넣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프랑스 선수들은 빠르게 라인을 올리는 한국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고서도 적극적인 압박을 하지 않았다.
게다가 경기가 시작된 지 5분도 안 된 초반이었기에, 경기에 완전히 집중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 ……놀라운 골입니다! 신재욱이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프랑스의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신재욱이 골을 넣었다.
전반 4분 만에 나온, 모두를 충격에 빠트린 골이었다.
― 신재욱 선수! 정말 엄청나네요! 이 선수는 도대체 저희를 얼마나 더 놀라게 할 생각인 걸까요?
― 허허…… 경기가 시작된 지 이제 겨우 4분밖에 안 됐는데…… 신재욱 선수가 프랑스를 상대로 골을 넣어버렸습니다……! 이건…… 놀랍다는 말밖에 안 나오네요……!
― 역시 바이에른 뮌헨 소속의 천재답습니다! 신재욱이 프랑스를 상대로 자신의 실력이 통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실시간으로 경기를 보던 한국 축구팬들 역시 충격에 빠졌다.
└미친;;;;;;;;;;;;; 뭐냐……? 쟤 진짜 뭐냐고;;;;;;;;;
└당황스럽네…… 이렇게 잘해도 되는 거야? 한국에서 이런 선수가 나올 수 있어? 너무 돌연변이인데?
└ㅋㅋㅋㅋㅋ진심 돌연변이라는 말이 맞네ㅋㅋㅋㅋ 말도 안 된다. 농담 아니고 신재욱이 골 넣었을 때, 팔에 소름 쫙! 돋았음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ㅜㅜㅜㅜㅜㅠㅠ 내가 신재욱이 프랑스 상대로 잘할 거라고 했지? 쟤는 진짜배기라고!!!! 진짜 세계적으로 통할 선수라고!!!!
└신재욱은 다르다ㄷㄷㄷ 내가 축구 엄청 오래 본 올드팬이라서 말할 수 있는데, 얜 월클이 될 자질이야
└프랑스 수비수들을 앞에 둔 채로 전혀 쫄질 않네? 각 나온다 싶으니까 그냥 중거리 슛 쌔려버리는 거 봤어?;;;;;
└나 너무 놀랐자너……신재욱 뭐냐……무섭게 왜 저렇게 잘해…?
└프랑스 뭐냐???? 신재욱한테 그냥 털리는데……?
그리고.
골을 넣은 직후에 나온 신재욱의 행동은 한국 축구팬들을 더욱 큰 충격에 빠트렸다.
└신재욱 좀 봐!!!!! 쟤 프랑스 골대로 달려가는데??? 설마 또 말리전에서 그랬던 것처럼 세리머니 생략하려는 거야?;;;;;;;;;; 아니겠지?????
└맞네ㅋㅋㅋㅋㅋㅋ 신재욱 또 세리머니 안 한다ㅋㅋㅋㅋㅋ 미치겠네 진짜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ㅋ 신재욱 진짜 왜 저러냐고ㅋㅋㅋㅋㅋ 쟤 지금 프랑스 상대로도 공격포인트 많이 기록하겠다고 저러는 거잖아?ㅋㅋㅋㅋㅋ
└재욱아ㅋㅋㅋㅋㅋ 왜 그러니 진짜ㅋㅋㅋㅋ 나 진짜 무서워지려고 한다고ㅋㅋㅋㅋㅋㅋ 상대는 프랑스라고ㅠㅠㅠㅠㅠㅠㅠㅠ
└근데 진짜 통쾌하긴 하다ㅋㅋㅋㅋ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스타일의 인물이긴 해ㅋㅋㅋㅋㅋ 4분 만에 프랑스한테 개멋진 골 넣어놓고 시간 아끼겠다고 세리머니를 안 하네ㅋㅋㅋㅋㅋ
└이 정도면 프랑스를 ㅈ밥으로 생각하는 거 아님?ㅋㅋㅋㅋㅋㅋ
└신재욱이라면 진짜 그럴 수도?ㅋㅋㅋㅋ 오늘로 확실해졌어. 신재욱 쟨 상상을 초월하는 미친놈이야ㅋㅋㅋㅋㅋ
└또라이다 또라이;;;;;; 머리를 빨간색으로 염색하고 나왔을 때부터 보통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ㅋㅋㅋㅋㅋㅋ미치겠다 진짜ㅋㅋㅋㅋ 뭐 저런 골 때리는 놈이 다 있지?ㅋㅋㅋㅋㅋㅋ
같은 시각.
충격을 받은 건 프랑스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만만하게 생각하던 한국팀에게 전반 4분 만에 골을 허용한 충격은 매우 컸다.
“이게 무슨 일이지……? 우리가 한국한테 선제골을 먹혔다고?”
“말도 안 돼…….”
“아…… 이건 너무 창피한데…….”
“어이가 없네. 저 한국인 누구야……?”
프랑스 선수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황당함을 드러냈다.
이들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받은 충격은 곧 분노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게 말이 되냐? 우리가 콜롬비아로도 모자라서 쟤네한테까지 굴욕을 당해야 해?”
“제대로 하자! 쪽팔리게 한국팀한테도 질 거 아니잖아?”
“도저히 자존심이 상해서 안 되겠어. 10분 안에 동점 골 넣자.”
“압박 강하게 하고! 적극적으로 공격하자. 쟤넨 우리가 제대로 하면 못 막아.”
특히 프랑스 선수 중 가장 분노하고 있는 선수가 있었다.
“공 잡으면 나한테 바로 줘! 내가 골 넣는다.”
올랭피크 리옹의 스트라이커이자, 프랑스 청소년 대표팀의 에이스인 라카제트였다.
* * *
모두가 충격을 받은 상황.
공을 들고 경기장 중앙으로 뛰던 신재욱은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하하!”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 때문이었다.
[민첩이 1 올랐습니다!]
“역시 프랑스야. 성장 속도가 엄청 빠르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성장 속도가 달랐다.
말리와의 경기 때보다 훨씬 더 빠른 느낌이었다.
때문에, 세리머니를 안 한 건 신재욱으로선 당연한 선택이었다.
이렇게 성장이 빠른 경기에선 최대한 시간을 아껴야 했으니까.
잠시 후 경기가 재개됐다.
동시에 프랑스의 움직임에 변화가 생겼다.
선제골을 허용하며 자존심을 구긴 프랑스 선수들이 집중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 프랑스 선수들의 움직임이 적극적으로 변했죠?
― 예상치 못한 선제골을 허용했기 때문일 겁니다.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거거든요.
― 하하! 신재욱 선수가 프랑스 선수들의 자존심을 제대로 건드렸네요.
― 분위기가 좋긴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선제골을 넣었다고 해서 절대 방심하면 안 됩니다. 상대가 프랑스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프랑스 선수들은 활동량을 늘렸고, 전진 패스의 빈도도 늘렸다.
더욱 과감한 공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한국도 호락호락하게 당하진 않았다.
0 대 0 상황이었다면, 긴장한 선수들이 프랑스의 움직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지만.
1 대 0으로 이기고 있었기에 긴장이 많이 풀린 한국 선수들의 수비는 준수했다.
― 김준기가 공을 안정적으로 걷어냅니다!
― 괜찮은 수비입니다! 애매한 수비보다는 지금처럼 확실하게 걷어내는 게 낫죠.
다만 한국의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세컨볼을 따내는 능력이 한국보다 좋은 프랑스가 김준기가 걷어낸 공을 다시 잡아냈기 때문이었다.
그때였다.
― 집중해야 합니다! 프랑스가 다시 공격을 전개합니다! 라카제트가 공을 잡네요!
라카제트가 공을 잡았다.
프랑스의 에이스인 그는 자신 있게 드리블을 하며 전진했다.
이때, 다시 한번 김준기가 앞으로 나왔다. 미리 앞으로 튀어나오며 라카제트의 전진을 끊어내려는 의도였다.
그 순간 두 선수가 부딪쳤다.
퍼억!
185cm의 김준기와 175cm의 라카제트의 충돌.
겉으로 보이는 덩치에서 김준기가 훨씬 컸기 때문에, 당연히 김준기가 이길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밀린 건 김준기였다.
몸싸움에서 승리한 라카제트는 몸을 돌리며 기습적인 터닝슛까지 때려냈다.
퍼어엉!
빠른 타이밍에 나왔지만, 놀라울 정도로 강력한 슈팅이었다.
게다가 낮게 깔려서 구석으로 파고들기까지 했다. 이런 슈팅은 골키퍼가 막기 매우 어렵다.
한국의 골키퍼 채민석으로서도 반응할 수가 없는 슈팅이었다.
영락없이 골이 될 상황.
그런데 그 순간.
촤아아악!
신재욱이 잔디 위로 미끄러지며 몸을 던졌다.
위치도 절묘했다. 라카제트가 슈팅을 때려낸 골대 구석.
그곳을 몸으로 막아냈다.
터엉!
신재욱의 몸에 맞은 공이 근처에 떨어졌다.
이때, 집중력을 유지하던 신재욱이 다시 움직였다. 바닥에 누운 채로
다리를 움직여 공을 아웃라인 밖으로 걷어냈다.
그야말로 육탄방어였다.
― 오오오오오! 신재욱입니다! 신재욱이 라카제트의 슈팅을 몸으로 막아냈습니다! 정말 엄청난 수비였습니다!
― 이야! 이건 신재욱 선수가 사실상 한 골을 막아낸 거나 다름없죠! 채민석 골키퍼가 그냥 굳어버릴 수밖에 없던 슈팅이었거든요?
― 신재욱 선수가 위기의 순간에서 우리 대표팀을 구해냈습니다!
프랑스로서는 당연히 골이 될 거라고 확신하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막혔다. 몸을 던진 신재욱 때문에.
당연하게도 프랑스의 선수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말도 안 돼! 저걸 막아?!”
“저걸 막았다고? 쟤 도대체 뭐야? 아니, 쟤는 공격형 미드필더면서 언제 저기까지 내려갔던 거야?”
“아까 골 넣었던 녀석이네…… 저 자식, 방금 라카제트의 슈팅 궤적을 읽어낸 것 같은데?”
“그게 말이 돼? 그 짧은 순간에 라카제트의 슈팅 궤적을 어떻게 읽어?”
“그게 아니고서야 방금 같은 슈팅을 어떻게 막아?”
“……그러네.”
특히 슈팅을 때렸던 라카제트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신재욱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너…… 정체가 뭐냐?”
* * *
모두가 경악하는 상황.
오로지 신재욱만 차분했다.
그는 특유의 덤덤한 표정을 한 채로, 몸을 일으키며 동료들을 향해 소리쳤다.
“아직 위기 안 끝났어요! 다들 코너킥 때 골 안 먹히게 집중하세요! 헤딩하는 척만 하지 말고 각자 맡은 선수 확실하게 막으세요.”
중요한 말이었다.
축구를 하다 보면 코너킥 상황에서 많은 골을 허용하게 된다.
골을 허용하는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자주 발생하는 것은 바로 ‘상대 선수를 놓쳐서’였다.
즉, 상대 선수를 놓치지만 않는다면 코너킥에서 성공적인 수비를 해낼 확률이 높아진다.
신재욱은 그 사실을 강조한 것이었다.
― 프랑스의 코너킥입니다. 우리 선수들이 큰 위기를 넘겼지만, 이번 세트피스 상황 역시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프랑스는 코너킥 상황에서도 강한 팀이거든요?
― 프랑스엔 신장이 큰 선수들이 많죠. 당연히 공중볼 영역에서 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프랑스가 코너킥을 찼다.
그런데.
공중볼에 자신 있는 팀답지 않게, 공이 낮고 빠르게 날아왔다.
한국을 속이기 위해 심리전을 쓴 프랑스의 코너킥이었다.
그러나 한국 청소년 대표팀 선수들은 이미 세트피스에 상황에 대비가 되어있었다.
특히 낮은 코너킥을 막는 것엔 자신감이 붙어있는 상태였다.
퍼엉!
한국의 수비수 구재윤이 낮게 깔려오는 공을 걷어냈다.
다급하게 걷어내느라 멀리 보내진 못하고 높게 뜬 공.
그리고 그 공이 떨어져 내리는 곳으로 한 선수가 발을 뻗었다.
― 신재욱이 공을 잡습니다! 한국의 역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