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2
* * *
“와……!”
신재욱은 상기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굉장히 흥분했을 때 나오는 얼굴이었다.
골을 넣거나 도움을 기록해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편인 그였지만,
지금만큼은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했다.
오랜만에 새로운 특성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특성이 생성됩니다!]
[‘초급 슈팅 컨트롤’을 습득합니다!]
“초급 슈팅 컨트롤이라고?”
신재욱의 이제 눈도 커졌다.
상기됐던 얼굴도 더욱 붉어졌다.
다른 특성도 아닌, 슈팅과 관련된 특성이 나왔으니까.
“드디어 이런 게 나왔구나!”
슈팅에 늘 부족함을 느끼던 차였다.
항상 가장 열심히 훈련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부족했던 부분이 슈팅이었다.
조금 전 슈팅 능력치가 80이 된 것을 보며 기뻐했었는데, 이젠 아예 관련 특성이 나와버렸으니 어찌 흥분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빨리 확인해보자.’
신재욱은 곧바로 새로 얻은 특성의 정보를 확인했다.
[초급 슈팅 컨트롤]
[등급] D
[효과] 슈팅의 정확도가 높아집니다.
“됐다…!”
슈팅 정확도가 높아지는 특성이었다.
이미 보유하고 있는 고급 패스 컨트롤(B), 중급 볼 컨트롤(C)과 비슷한 종류의 특성이었다.
“초급 슈팅 컨트롤 특성이 성장할수록 내 슈팅도 더 좋아지겠네.”
신재욱이 환하게 웃었다.
능력치가 올랐다는 메시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새로운 특성을 얻은 것만으로도 너무 기뻤다.
그리고 지금.
신재욱은 다짐했다.
‘슈팅 능력치는 80이 됐고, 슈팅 관련 특성도 얻었으니까……슈팅을 확인해봐야겠지?’
기회가 생기면 슈팅을 많이 때려봐야겠다고.
하지만.
신재욱이 원했던 것과는 다르게 기회는 잘 생기지 않았다.
말리가 밑으로 내려앉는 운영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 말리 선수들이 의욕을 잃은 것처럼 보이네요? 스코어에서 밀리면 보통은 공격을 시도하는데, 말리의 선수들은 오히려 수비에만 집중하고 있네요.
― 포기해버린 걸까요? 정말 그런 거면 아쉬운데요? 다른 경기도 아니고 무려 U―20 월드컵이지 않습니까? 아무리 지고 있다고 해도 이기려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말이죠.
해설들도 아쉬움을 드러낼 정도로 말리는 공격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골을 넣는 걸 완전히 포기해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좀 심한데?’
신재욱이 입맛을 다셨다.
공격을 배제한 채로 수비에만 집중하는 상대를 뚫어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패스를 넣을 공간 자체가 거의 없으니까.
‘다들 좀 당황한 것 같네.’
동료들의 상태를 보던 신재욱은 쓰게 웃었다.
청소년 대표팀에 속한 선수들 모두 경험이 적은 편이기 때문일까?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신재욱만큼은 침착했다.
상대를 뚫어낼 방법을 알고 있었으니까.
‘이런 상황에서 쓸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은 개인 능력으로 공간을 만들어내거나, 중거리 슈팅으로 수비진을 흔드는 것 정도지.’
그래서 신재욱이 움직였다.
공을 잡은 채, 상대 선수 하나를 앞에 두고 헛다리를 짚었다.
상대의 시선을 교란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다만 상대는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최대한 안전하게 자리를 지키려는 의지가 드러났다.
‘그래, 안 덤비고 지키는 수비를 하겠다는 거지? 오히려 좋아.’
그 순간 신재욱이 옆으로 공을 툭― 밀며 다리를 휘둘렀다.
짧게 각을 만들고, 곧바로 슈팅을 때려내는 플레이.
환생 전의 신재욱이 즐겨 하던 기술이었다.
하지만 환생 후엔 슈팅 능력이 부족해서 좀처럼 시도하지 않았었지만.
슈팅 관련 특성을 얻고, 슈팅 능력치가 80이 된 지금은 시도해 볼만 하다고 판단했다.
퍼엉!
짧게 다리를 휘둘러서 기습적으로 때려낸 슈팅이었지만, 제법 힘이 실린 채로 쏘아졌다.
더구나 궤적도 꽤 날카로웠다.
골키퍼로서는 손도 쓰기 힘든 슈팅이었다.
철썩!
― 고오오오오올! 신재욱입니다! 잔뜩 웅크린 말리를 상대로 신재욱이 골을 넣었습니다! 와! 정말 놀랍습니다! 해트트릭입니다! 겨우 만 16세의 신재욱이 형들과 뛰는 U―20 월드컵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습니다!
― 허허…… 해트트릭이라니 믿어지지 않네요! 신재욱 선수, 완전히 다른 수준의 천재입니다! 이 선수의 나이에 이렇게나 임팩트가 강했던 선수가 있었나요? 적어도 한국에선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방금 슈팅은 뭐죠? 슈팅을 때리는 타이밍이 너무 빨랐는데요? 게다가 슈팅에 파워도 실렸고요! 이런 슈팅은 골키퍼가 막는 게 거의 불가능하죠!
말리의 골망이 흔들린 지금.
‘진짜 다르네?’
신재욱의 눈이 커졌다.
이어서 입가엔 진한 미소가 지어졌다.
초급 슈팅 컨트롤(D) 특성을 얻고 난 이후로 처음 때린 슈팅이었는데, 특성을 얻기 전과 슈팅을 할 때의 느낌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꽤 많이.
‘내가 원하는 곳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더 정확하게 갔어.’
그리고 슈팅의 파워 역시 달라진 걸 느꼈다.
짧게 다리를 휘두른 슈팅이었음에도 꽤 힘이 실린 슈팅이 쏘아지지 않았던가.
이건 슈팅 능력치가 80이 되며 생긴 변화였다.
‘능력치가 79일 때의 슈팅은 분명히 이것보다 약했었지.’
신재욱은 자신이 느낀 것에 대해서 확신할 수 있었다.
비슷한 동작의 슈팅 훈련을 수없이 많이 해왔으니까.
‘좋아. U―20 월드컵 첫 경기인데, 벌써 많은 걸 얻었네.’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펼쳐진 상황이 모두 마음에 들었다.
그때였다.
신재욱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오늘 진짜 잘 풀린다.”
허공에 떠오른 메시지 때문이었다.
[속도가 1 올랐습니다!]
* * *
“속도가 올랐다고?”
신재욱이 진한 미소를 지은 채, 다시 한번 메시지를 확인했다.
속도가 1 올랐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맞았다.
“와…… 드디어 올랐네!”
체력, 슈팅, 패스, 민첩, 탈압박, 드리블, 개인기, 대인방어와 같은 각종 능력 중.
가장 성장이 더딘 능력치를 고르자면 당연히 속도였다.
속도 능력치는 정말 심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잘 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속도 능력치가 올랐다는 메시지가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이제 속도도 72가 됐고…….”
71이었던 속도가 72가 된 것을 바라보던 신재욱은 하던 것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주변을 둘러싼 동료들 때문이었다.
“너 이 자식! 이번엔 못 도망간다! 어딜 선배들의 축하도 안 받고 자꾸 도망을 가?”
“해트트릭을 해? 이 괴물 같은 자식! 에라이! 축하나 받아라!”
“이야~! 재욱아, 너 3골 2어시스트 기록했다! 네가 어떻게 팀의 막내냐? 현타가 와서 도저히 인정할 수가 없다! 네가 이제부터 대표팀 큰형 해라!”
“재욱아! 넌 어떻게 실전에서 더 잘하는 거 같냐? 방금 같은 슈팅은 훈련 때도 보여준 적이 없던 거잖아? 이게 재능러의 창의성 같은 거야?”
“이요오오오올~! 신재욱! 해트트릭 축하한다! 근데 대체 얼마나 잘해질 생각이냐? 너 때문에 형들 기가 다 죽는다구!”
동료들의 축하는 격했다.
신재욱이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무려 3골 2도움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한국 축구팬들의 반응은 이보다 훨씬 더 뜨거웠다.
└와!!!!!!! 해트트릭!!!!!!!!!!!!! 돌았다 진짜!!!!!!!!!!!! 신재욱 쟤 지금 3골 2어시스트야!!!!! ㅅㅂ이게 말이 돼???????
└ㅇ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게 현실 맞냐? 이거 리얼이야? 웬 영화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냐?ㅋㅋㅋㅋㅋㅋㅋ
└ㄷㄷㄷㄷㄷㄷㄷ이 정도면 그냥 클라쓰가 다른 것 같은데?;;;;;;;;; 신재욱 얘 다른 애들이랑 수준이 아예 다른 거 맞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으론 수준이 다르긴 해ㄷㄷㄷ 근데 오늘 하루만 컨디션 최상인 걸 수도 있어. 최소한 2경기는 봐야 판단 가능할 듯.
└오늘 보여준 플레이는 그냥 실력이 맞는 것 같은데? 걍 ㅈㄴ잘하잖아ㅋㅋㅋㅋㅋ 괜히 신재욱한테만 높은 기준 가져다 대지 말고 인정할 건 인정하자고ㅋㅋㅋㅋㅋ
└지렸다ㅋㅋㅋㅋㅋ 말리 애들 신재욱 때문에 의욕 싹 잃었네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너무 잘하는 거 아니냐고ㅋㅋㅋㅋㅋ
└우리나라 축구가 이렇게까지 시원시원했던 적이 있었나? 내 기억엔 없는 것 같은데?
└ㄹㅇ 이번 청소년 대표팀 장난 아니네. 솔직히 성인 국대보다 더 잘하는 것 같지 않음? 신재욱 하나 들어온 효과가 이렇게나 큰가?
└다른 건 모르겠는데, 신재욱은 그냥 성인 국가대표팀으로 보내자ㅋㅋㅋㅋㅋ 얜 거기 가서도 잘할 것 같아.
└에이! 그래도 성인 국가대표팀에선 피지컬에서 밀려서 안 되지.
└신재욱 피지컬이 왜?ㅡ,ㅡ 몇 년 전에 축구천재 FC에 나올 땐 너무 말랐었지만, 지금은 아닌데? 키도 많이 컸고 피지컬도 좋아져서 말리 애들한테 아예 안 밀리는구만. 괜히 억지로 까지마.
└지금 당장은 모르겠지만, 얘 결국엔 성인 국대에 최연소 데뷔하겠는데?ㅋㅋㅋㅋ
└진심 이 경기 본 사람들이 승자다ㅋㅋㅋㅋㅋ
└인정ㅋㅋㅋㅋㅋ 이 경기 못 본 사람들은 땅을 치고 후회할 듯ㅋㅋㅋㅋ
이처럼 팬들을 흥분시킨 신재욱은 경기가 재개되자마자 다시 부지런하게 움직이며 말리의 수비진을 흔들었다.
3골 2도움을 기록하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일반적인 경기면 모를까, 말리는 1명이 적은 상태이지 않은가.
‘10명을 상대로 하는 경기에선 더 욕심부릴만하지.’
게다가 말리의 선수들은 승리에 대한 의욕을 잃은 상태.
그나마 단단한 편이었던 수비도 이제는 헐거워졌다.
잔뜩 기세가 오른 한국 U―20 대표팀 선수들은 말리의 수비를 어렵지 않게 공략했다.
― 신재욱이 공을 연결합니다! 우민규가 받습니다! 우민규, 강태현에게 연결합니다! 강태현! 바로 올려야죠! 올립니다!
강태현이 올린 크로스가 좋은 궤적을 그리며 날아갔다. 말리의 페널티박스 안으로 날아온 공. 오늘 골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좋은 움직임을 보여준 공격수 오정훈이 머리를 가져다 댔다.
터엉!
방향만 살짝 바꿔놓는 헤딩.
말리의 골키퍼가 깜짝 놀라며 팔을 뻗어봤지만, 헤딩슛의 궤적을 예측하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 한국이 또다시 골을 기록합니다! 오정훈 선수의 멋진 헤딩골입니다!
― 하하! 완전히 골 축제네요! 오늘 우리 선수들의 경기력이 너무나도 좋습니다! 이번 U―20 월드컵에서 우리 선수들이 일을 낼 수도 있겠는데요?
― 그럴 수 있죠! 우리 선수들이 기대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동료 공격수 오정훈이 골을 넣은 이후, 신재욱은 계속해서 공격포인트를 노렸다.
말리의 선수들은 이제 멘탈이 완전히 무너졌기에 충분히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시간이 부족했다.
삐이이익!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 5분만 더 있었으면 하나 더 만들어볼 만했을 텐데.”
신재욱은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이윽고 동료들, 감독, 코치, 관계자들과 승리에 대한 기쁨을 누렸다.
‘그래도 첫 시작이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