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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뭐라는 거야? 너 지금 날 협박하는 거냐? 그딴 허세가 나한테 통할 것 같아?”
코네는 주변에서 동료들이 말렸음에도 계속해서 성질을 부려댔다.
그는 심판이 주의를 준 뒤에야 잠잠해졌다.
“영어 잘하네. 영국에서 축구 하고 있나?”
신재욱은 멀어지는 코네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환생 전에 본 적이 있는 선수인지 기억을 더듬어봤다. 그러나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봐도 기억 속에 없는 선수였다.
“모르겠다. 하여튼 넌 한번 보자. 얼마나 엄살이 없는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신재욱은 곧 효과를 보게 될 특성을 바라봤다.
[그라운드의 프로파이터]
[등급] C
[효과] 상대 선수를 가격했을 때, 끔찍한 고통을 주게 됩니다.
상대를 가격할 때 끔찍한 고통을 주는 특성.
어지간해선 쓸 일이 없지만, 지금처럼 뻔뻔하게 선을 넘는 선수한테는 써줄 필요가 있었다.
신재욱은 그렇게 생각했다.
“인성이 쓰레기인 선수한테는 그에 맞는 대접을 해줘야지.”
몸을 일으킨 뒤, 신재욱은 제자리에서 움직이고 점프를 해보며 몸 상태를 점검했다.
방금까지 의료진이 확인을 해주긴 했지만, 그래도 직접 느껴볼 필요는 있었다. 결국, 몸을 쓰는 건 자신이니까.
“괜찮네.”
경기가 재개됐다.
점수에서 2 대 0으로 밀리게 된 말리 선수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전과는 달리 이제는 수비 라인을 올리면서까지 공격에 많은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라인을 올리는 건 위험부담이 존재한다.
역습에 취약해진다는 것.
그리고 신재욱은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시선엔 상대 선수들의 의도가 훤히 보였다.
중원에서 빠르게 공을 이어받다가 결국엔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거나 침투해서 컷백을 하려는 의도.
물론 알면서도 당하게 만드는 강한 팀들도 있지만, 적어도 말리는 그런 팀이 아니었다.
‘여기서 끊어주면 역습하기 아주 좋지.’
말리의 공격을 이끄는 선수는 조금 전 신재욱과 마찰이 있었던 코네였다.
그는 중원에서 가장 많이 공을 만지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촤아아악!
신재욱이 코네의 발밑으로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했다.
― 오오오오! 신재욱의 과감한 태클입니다!
태클은 성공적이었다.
잔디 위로 미끄러지며 나아간 신재욱은 공을 먼저 건드렸다. 코네가 공을 뺏기지 않으려고 움직여봤지만, 그보다 신재욱의 발이 공에 닿는 게 더 빨랐다.
게다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갚아줄 건 갚아줘야지.’
신재욱은 평소와는 다르게 발을 더욱 깊숙이 뻗었다. 코네를 넘어뜨리려는 의도였다.
“으헉?”
코네가 넘어졌다.
하지만 심판은 반칙을 불지 않았다.
슬라이딩 태클을 할 때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장면이었으니까.
공을 먼저 건드린 이후에 나오는, 몸이 엉키는 상태 정도로 보였으니까.
그리고 코네가 넘어진 그 순간.
반대로 몸을 일으키려던 신재욱의 팔꿈치와 코네의 정강이가 부딪쳤다.
그 순간 코네의 입에서 커다란 비명이 터졌다.
“으악!”
정강이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 때문이었다.
그러나 심판은 경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대로 진행할 것을 명했다.
그사이에 몸을 일으킨 신재욱은 곧바로 역습을 시작했다.
― 대한민국의 역습입니다! 신재욱 선수가 멋진 슬라이딩 태클로 말리의 흐름을 끊어내고 팀의 역습 기회를 만들어냈습니다!
― 말리의 코네 선수가 쓰러져있는데…… 주심은 반칙이 없었다고 판단을 내린 것 같네요! 경기를 속행합니다! 우리 선수들 이러면 멈출 필요 없이 바로 공격을 하면 됩니다!
한국의 역습 상황.
그 역습을 이끄는 선수는 신재욱이었다.
툭! 툭!
직접 공을 몰고 전진 드리블을 하는 그의 얼굴엔 미소가 떠 있었다.
“좀 아플 거다.”
조금 전 코네와의 충돌이 있었을 때.
신재욱은 자연스러운 동작처럼 보이게끔 팔꿈치로 코네의 정강이를 때렸다.
큰 부상이 오진 않을 정도로.
하지만 느껴지는 고통은 커다란 부상을 입을 때보다 더 강렬할 것이다.
그라운드의 프로파이터(C) 특성의 효과를 받은 팔꿈치였으니까.
“어우! 후련해.”
미소를 띤 채로, 신재욱은 더욱 속도를 높였다.
속이 후련해서인지 드리블도 더 잘되는 기분이었다.
그때 상대 선수가 덤벼들었다. 역습을 끊으려는 의도였다.
즉, 거칠게 덤벼들고 있었다.
‘위험한데?’
축구를 오래 했기 때문에 상대 선수의 눈빛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어떤 마음을 먹고 있는지.
‘그냥 까겠다는 거네.’
지금 신재욱에게 덤벼드는 말리 선수의 눈빛엔 감정이 담겨 있었다. 쓰러진 코네를 무시하고 경기를 진행하는 심판과 신재욱을 향한 분노였다.
그런데도 신재욱은 전진을 멈추지 않았다.
대신 몸에 힘을 빼고 상체를 흔들었다.
휘익! 휙!
오른쪽으로 치고 나갈 것처럼 움직인 뒤, 갑자기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나가는 드리블.
덤벼드는 상대를 제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부상을 피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더불어 반칙을 얻어내려는 의도도 담겨 있었다.
들어오는 상대의 힘을 흘리며 안전하게 넘어질 수 있는 플레이.
환생 전에도 워낙 많은 반칙을 당해왔던 신재욱의 노하우였다.
그 순간 말리의 수비수와 신재욱이 충돌했다.
퍼억!
신재욱이 쓰러졌다.
겉으로 세게 부딪친 것처럼 보였지만, 큰 고통은 없었다. 상대의 힘을 많이 흘렸으니까.
다만 주심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삐이익!
주심은 말리의 수비수에게 망설임 없이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또한, 한국의 프리킥을 선언했다.
그리고 그 순간 경기장엔 불만 가득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말도 안 돼!”
* * *
말리의 주장 코네는 분노하고 있었다.
그가 공을 뺏겼기 때문에 역습을 허용했지만, 그런 사실은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끔찍한 고통을 준 신재욱과 반칙을 선언하지 않은 심판에게 분노하고 있었다.
“이건 말도 안 되잖아요?!”
한국에게 프리킥 기회가 주어진 지금, 코네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심판에게 불만을 드러냈다.
“저 자식이 제 정강이를 때렸어요! 설마 그걸 못 봤어요? 아니, 쟤가 진짜로 일부러 때렸다니까요? 맞은 저는 알잖아요!”
하지만 심판은 단호했다.
“아니. 반칙 아니야. 슬라이딩 태클 이후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정도의 접촉이었어. 경기 진행해야 하니까 그만 항의해.”
이에 코네는 더욱 분노했다.
자신은 분명 신재욱의 팔꿈치에 찍혔는데, 아무도 못 봤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화가 났다.
아직도 그의 정강이에선 커다란 고통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걸 아무도 몰라준다니!
순간적으로 너무 흥분해서일까?
그는 해서는 안 될 말까지 하고 말았다.
“뭐?! 선수가 맞았는데, 그것도 제대로 못 봤으면서 뭘 그만 항의하래? 당신이 그러고도 심판의 자격이 있어? 당신 같은 얼간이들은 심판할 자격도 없어!”
모욕을 받은 심판은 그대로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다이렉트 퇴장이었다.
“퇴장이야. 나가.”
“뭐, 뭐요? 지금 뭐 하는 거예요? 퇴…… 장이라고요? 내가요?”
“그래, 퇴장이니까 더 묻지 말고 나가.”
코네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너무 놀라버렸기 때문일까?
그의 마음속을 가득 채우던 ‘분노’는 어느새 사라져버렸다.
동시에 현실을 바라보게 됐다.
나라의 대표로 나왔다는 것과 말리의 국민이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거라는 것이 떠올랐다.
이어서 감독, 코치, 동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러다 보니 주변을 둘러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주장으로서 모두에게 실망을 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코네가 할 수 있는 행동은 하나였다.
“죄, 죄송해요! 심판님! 제가 순간 너무 흥분해서 말을 잘못했어요! 제발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될까요? 이대로 퇴장당하면 전 진짜…… 안 돼요…….”
심판에게 싹싹 비는 것이었다.
하지만 통할 리가 없었다.
이미 모욕을 당한 심판은 고개를 저었다.
“당장 나가.”
절망적인 상황.
코네는 간신히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그의 눈엔 보였다.
미소를 짓고 있는 신재욱의 얼굴이.
“너……! 너 이 자식! 네가 말해! 팔꿈치로 내 정강이를 찍었잖아?”
코네는 신재욱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소리쳤다.
그러자 신재욱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내가? 너 무슨 소리 하냐?”
전혀 모르겠다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한 대답.
이에 코네의 얼굴은 터질 듯 달아올랐다.
“너어어어어! 내가 죽여버린다!”
코네가 땅을 박차고 달려 나갔다.
이미 망했다는 생각이었기에, 너무나도 얄미운 신재욱에게 복수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금방 막혀버렸다.
말리의 동료들에게 붙잡혀버렸기 때문이었다.
“코네! 실망이야. 팀의 주장인 네가 이런 행동을 할 줄은 몰랐어.”
“이렇게 한심하게 레드카드를 받는 게 맞는 거야? 너답지 않게 왜 이래?”
“진정해! 너 국가대표 망신을 얼마나 더 시키려는 거야?”
비수와 같은 동료들의 말을 듣고 난 지금.
코네는 더 설치지 못했다.
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신재욱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생각보다 효과가 더 좋았네. 퇴장까지 당할 줄은 몰랐는데.’
인성이 쓰레기인 상대에게 당한 걸 갚아줄 생각 정도였는데, 상대가 알아서 자멸한 상황.
신재욱에겐 좋으면 좋았지, 나쁠 건 없는 상황이었다.
‘한 명 없으니까 골하고 어시스트 기록하기도 더 편해지겠고.’
공격포인트를 가능한 한 많이 기록하는 게 목표였으니까.
‘그나저나…….’
신재욱의 시선이 움직였다.
원래라면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겠지만, 지금만큼은 그의 관심을 끄는 게 있었다.
‘위치가 너무 괜찮은데?’
프리킥이었다.
현재 신재욱의 슈팅 능력치는 79.
프리킥을 전담해서 차기엔 부족한 능력치였다.
능력치를 뛰어넘는 킥을 구사하기 위해서 열심히 프리킥 훈련을 하고 있긴 하지만, 한 번도 마음에 든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골대와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서의 프리킥이라면.
‘욕심이 나는군.’
충분히 넣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프리킥 위치는 골대와 멀지 않았다. 23M 정도로 가까운 편이었다.
게다가 각도도 좋았다.
감아 차기 좋고, 감아 찼을 때 골키퍼가 알고도 막기 어려운 각도.
환생 전엔 프리킥을 담당했던 신재욱이었기에, 이런 상황엔 욕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해보자.’
만약 팀에 자신보다 프리킥을 잘 차는 동료가 있다면, 욕심을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청소년 대표팀 내의 선수들의 프리킥 실력은 고만고만했다.
오히려 신재욱이 괜찮게 차는 편이었다.
그래서.
신재욱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제가 찰게요.”
팀 막내가 프리킥을 찬다고 선언한 지금.
한국 청소년 대표팀 선수들은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지금 신재욱은 청소년 대표팀의 에이스였으니까.
하지만.
신재욱의 팀 내 입지를 모르는 사람들에겐 충격적인 일이었다.
― 어어……? 신재욱 선수가 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