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77화 (77/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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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곧 떠나겠네.”

신재욱은 알고 있었다.

한국에 머물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U―20 월드컵 개최가 얼마 안 남았으니까.”

청소년 대표팀 선수들이 모인 이유인 U―20 월드컵.

그 대회가 펼쳐질 때까지 남은 시간이 매우 짧았기에, 이제 곧 한국 청소년 대표팀은 2011 U―20 월드컵의 개최국인 콜롬비아로 떠나야 한다.

환경이 다른 곳에 미리 가서 적응하는 시간을 갖는 것.

좋은 경기력을 펼치기 위해선 꼭 해야만 하는 과정이었다.

“다행히 적응은 괜찮게 한 것 같네.”

겨우 일주일 정도가 지났을 뿐이지만, 신재욱은 이미 청소년 대표팀에서 에이스 역할을 맡고 있었다.

항상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준 결과였다.

연습경기가 진행될 때마다 선수들은 수시로 팀을 바꿔서 경기하게 되는데, 항상 승리하는 팀은 신재욱이 들어간 팀이었다.

게다가 이젠 텃세도 없어졌다.

동료들에게도 실력을 인정받기 시작한 이후로 급속도로 없어지더니, 이제는 아예 찾아볼 수도 없게 됐다.

특히 김준기 패거리는 운동만 열심히 하면서 조용하게 지냈다.

“하하!”

신재욱이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얼마 전, 김준기와 있었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당시 신재욱은 화장실에서 나오던 김준기 패거리와 마주쳤고, 그동안 궁금했던 것을 질문했다.

왜 친한 척을 하는 것인지, 왜 다른 선수들 앞에서 연기를 하는 것인지를 물었다.

그리고 그때.

김준기는 신재욱을 향해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하…… 재욱아, 그래도 내가 팀에서 최고 고참인데…… 가오 좀 살려주라.”

자신의 자존심을 살려달라는 김준기 패거리의 말.

그들은 자신들이 한참 어린 후배에게 맞았다는 게 소문나면 쪽팔려서 살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니 제발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사람 약점 잡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알아서 잡혀 주겠다는데 안 잡아주는 것도 좀 그렇지.’

신재욱은 그렇게 김준기 패거리의 약점을 잡게 됐고, 훨씬 더 편한 청소년 대표팀 생활을 하고 있었다.

더구나 밥도 늘 맛있어서 아주 즐거운 시간의 연속이었다.

또한, 성장 속도도 빨랐다.

능력치가 많이 높아져 있어서 잘 오르고 있지는 않지만, 각종 능력치가 좋아졌다는 메시지의 숫자는 확실히 더 많아졌다.

그리고.

최근 신재욱이 가장 흡족해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나저나 이 고급 패스 컨트롤(B) 특성은 물건이네.”

중급 패스 컨트롤(C)이 성장하며 얻게 된 고급 패스 컨트롤(B).

[고급 패스 컨트롤]

[등급] B

[효과] 패스의 정확도가 매우 높아집니다.

패스의 정확도가 매우 높아진다는 설명처럼 ‘고급 패스 컨트롤(B)’ 특성은 신재욱의 패스 실력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렇게까지 좋을 줄은 몰랐는데…… 패스의 퀄리티가 한 단계는 높아진 것 같아.”

패스의 정확도 자체가 높아진 걸 물론이고, 이전에는 자제해왔던 롱패스도 이제는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게 됐으니까.

하지만 롱패스의 정확도는 아직도 높은 편까지는 아니었기에, 꾸준히 훈련하는 중이었다.

‘점점 더 좋아지겠지.’

그때였다.

“막내! 여기서 혼자 뭐하냐?”

안기혁 감독이 미소를 띤 얼굴로 친근하게 다가왔다.

선수들의 앞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던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평소에 신재욱을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나오는 모습이기도 했다.

“훈련하다가 조금 쉬고 있었어요. 감독님은 무슨 일로 나오셨어요?”

“난 바람 좀 쐬려고 나왔지. 근데 안 힘들어? 막내가 형들보다 훨씬 더 열심히 훈련하는 건 네 덕에 처음 본다.”

“이렇게 훈련하는 게 익숙해져서 참을 만해요.”

“참을 만하다라…… 대단하네. 역시 참고 버티는 것이었군. 하긴 네 나이에 이렇게까지 하기가 쉬운 게 아닌데…… 그래, 대표팀 생활은 할 만하고?”

“할 만한 정도가 아니고, 되게 좋아요.”

“그래? 보통 막내들은 힘들어하던데?”

“전 괜찮아요. 생활도 편하고, 특히 밥이 너무 맛있어서 좋아요.”

“재욱이 널 보면 다 잘 먹지만, 한식을 특히나 좋아하는 것 같더라.”

“한식이 입에 잘 맞더라고요.”

“하하! 제대로 한국인이구나.”

“……그렇죠. 한국인이죠.”

이후에도 안기혁 감독과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지만.

신재욱은 대화에 집중하지 못했다.

영국인으로 살던 과거의 기억들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 * *

청소년 대표팀은 월드컵에 참여하기 위해 비행기에 올라탔다.

국가대표들이라곤 하지만, 만 20세 이하로 이뤄진 어린 나이의 선수들이었기에 흥분한 마음을 쉽게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었다.

“오…… 떨린다! 우리 이제 콜롬비아로 날아가는 거야?”

“촌스럽게 왜 이래? 이미 비행기 탔잖아.”

“월드컵에 나갈 생각하니까 너무 떨리는데 어떡하라고! 넌 괜찮아?”

“괜찮겠냐? 나도 심장 터질 것 같아.”

“큭큭! 거봐! 근데 우리…… 잘할 수 있겠지?”

“……잘해야지.”

반면 신재욱은 달랐다.

대부분의 선수와는 달리 침착한 모습이었다.

흥분하거나 긴장하긴커녕 손에 든 각종 자료를 살피느라 바빴다.

‘솔직히 대진이 좋진 않아.’

신재욱의 시선이 대진표가 적힌 종이로 향했다.

그곳엔 한국이 앞으로 붙게 될 국가들이 적혀있었다.

‘프랑스, 콜롬비아, 말리…… 말리는 몰라도, 프랑스랑 콜롬비아한텐 우리 전력이 많이 밀리는 게 현실이야. 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엔 대진이 너무 안 좋아.’

프랑스와 콜롬비아는 강팀이었다.

한국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하지만 16강에 안전하게 가기 위해선 이 두 팀 중 하나는 이겨내야 한다.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축구는 단순히 전력만으로 승패가 결정되지 않는다.

워낙 이변이 자주 일어나는 스포츠이지 않은가.

‘우선 이긴다는 생각으로 준비하자. 경기가 펼쳐지는 날에 상대의 컨디션이 안 좋을 수도 있고, 우리 선수들의 컨디션이 되게 좋을 수도 있잖아? 실제로 그런 적이 꽤 많았고.’

잠시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렸던 신재욱은 다시 자료에 집중했다.

몇몇 동료들은 이런 신재욱에게 너무 과하게 공부하는 게 아니냐고 묻기도 했지만.

신재욱은 이런 과정이 전혀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상대에 대해서 많이 알수록 승리할 확률도 높아진다고 믿었으니까.

실제로 이렇게 열심히 했기 때문에 최고의 스트라이커가 됐었던 거라고 믿었으니까.

‘그래도 프랑스보단 콜롬비아전이 승산이 있겠어. 공중볼에 약한 편이니까 세트피스 기회를 잘 살리면 충분히 득점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콜롬비아 특유의 빠른 스피드는 조심해야 해. 이렇게 스피드가 강점인 팀한테 한 번 흔들리면 계속 흔들리게 될 수도 있어.’

그때였다.

옆에 앉아있던 이찬호가 말을 걸어왔다.

“재욱아…… 진짜 괜찮은 거 맞지?”

“예? 뭐가요?”

“너 머리…….”

“제 머리가 왜요?”

“빨간 머리는 너무 튀는 거 아니야? 우리나라 정서상…… 경기 보시는 분들이 뭐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찬호가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지만, 신재욱은 앞머리를 위로 쓸어올리며 씨익 웃었다.

“이게 그렇게 튀어요? 전 잘 모르겠는데.”

붉은빛을 띠는 머리.

마음에 드는 색이었다.

바로 어제 염색한 머리였다. 염색을 잘한다는 미용실에서 2시간이 넘게 걸려서 완성한 머리.

이처럼 신재욱이 붉은색으로 염색을 한 이유는 간단했다.

‘난 이 머리가 익숙하고 좋은데.’

환생 전, 늘 해오던 것이었으니까.

영국에서 살게 된 이후로 항상 붉은색 머리로 살았으니까.

반면, 이찬호는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다른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놓고 말을 하고 있진 않지만, 힐끔힐끔 쳐다보며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너도 알잖아. 우리나라에선 운동선수면 운동선수답게 머리를 단정하게 정리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잖아. 아… 진짜 걱정되네. 이미 염색한 걸 다시 되돌릴 수도 없고…… 재욱아, 미리 알아둬. 분명 네 머리가지고 트집 잡는 사람들 있을 거야.”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인가 보네요. 남의 헤어스타일까지 신경 쓸 시간에 본인들의 인생이나 신경 쓰는 게 좋을 텐데.”

“에휴! 어쩌겠냐, 축구선수는 방송에 나오는 직업이라서 욕을 많이 먹을 수밖에 없잖아.”

“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축구 잘하면 머리로 트집 잡는 사람들도 없어질 거예요. 오히려 나중엔 제 머리를 따라 하는 사람들도 많이 생길걸요?”

“뭐? 네 머리를 따라 한다고? 헐……! 네가 축구를 잘하고, 외모도 반반하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자신감이 과한 거 아니야? 네가 무슨 베컴도 아니고 말이야.”

“한 번 두고 보시죠.”

“에이~! 재욱아, 너답지 않게 과장이 너무 심하네?”

자신의 머리를 따라 하는 사람들이 생길 거라는 말.

신재욱은 진심으로 한 말이었다.

‘진짠데…….’

그가 세계 최고의 선수였던 시절, 실제로 많은 수의 축구팬들이 그의 붉은 머리를 따라 했었으니까.

같은 시각.

U―20 월드컵 개최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한국의 축구팬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특히 신재욱에 대한 기대감은 굉장히 높아졌다.

└드디어 며칠 안 남았드아아아아! 이번엔 진짜 기대되네.

└아ㅋㅋㅋ 근데 대진이 쓰레기야ㅋㅋㅋㅋ 하필 프랑스랑 콜롬비아가 같은 조에 있냐ㅋㅋㅋㅋㅋ 운도 없지.

└난 승패는 기대도 안 해. 그냥 신재욱의 플레이가 보고 싶은 거지.

└ㅇㅈ 어차피 우리 전력으론 프랑스랑 콜롬비아 못 이겨. 그냥 신재욱 실력이 너무 궁금해. 만 16살의 나이에 바이에른 뮌헨 U19로 월장한 클래스가 어느 정도려나?

└신재욱이 한국 나이로 17살 맞지?

└ㅇㅇ맞음ㅋㅋㅋ 만으로는 16살, 우리 나이로는 17살.

└출전 기회는 받을 수 있으려나? 약간 경험 쌓게 해주려고 부른 느낌도 있는 것 같은데…….

└출전은 쉽지 않을걸? 신재욱은 아직 너무 어려. 얜 17살인데, 다른 선수들은 20살, 21살들이잖아. 얘네 나이에서 이 정도 차이는 엄청 큰 거야.

└맞아. 출전 기회는 별로 못 얻을 거야. 근데 그래도 이기고 있는 경기에선 교체 출전이라도 시켜주지 않을까?

└신재욱 안 쓰면 안기혁 욕 엄청 먹을 예정ㅋㅋㅋㅋ

└독일에서 불렀으면 조금은 뛰게 해줘야지. 바이에른 뮌헨에서 천재 소리 듣는 선수 플레이 좀 보자.

이 중 가장 집중된 주제는 신재욱이 U―20 월드컵에서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거냐는 것이었다.

이 주제를 두고 다수의 축구팬들은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아무리 바이에른 뮌헨 소속의 유소년 선수라고 하지만, U―20 월드컵에서 경쟁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라는 게 이들의 의견이었다.

그러나.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낸 축구팬들이 경악할 만한 소식이 들렸다.

「축구천재 신재욱, 말리와의 경기에서 선발 출전 확정!」

「축구천재 FC 출신 신재욱, 바이에른 뮌헨에 이어서 안기혁 감독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만 16세의 나이에 말리전 선발 명단에 당당히 이름 올려!」

A조 첫 경기인 대한민국과 말리의 경기.

이 경기에 신재욱이 선발로 출전하게 됐다는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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