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5
* * *
‘좋았어!’
신재욱은 기뻐하고 있었다.
[패스가 1 올랐습니다!]
능력치가 올랐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찬호의 골을 어시스트하며 패스 능력치가 올랐다.
이제 패스 능력치는 79가 됐다.
제법 높다고 말할 수 있는 숫자였다.
자연스레 기대감도 생겼다.
‘80이 되면 훨씬 질 좋은 패스를 뿌릴 수 있게 되겠지.’
머지않아 더 날카로운 패스를 구사할 수 있게 되겠다는 기대감이었다.
또한, 성장 속도에 대한 기대감도 더욱 높아졌다.
‘실전도 아니고 훈련인데도 능력치가 잘 오르잖아? 역시 청소년 대표팀에 오길 잘했다니까?’
이후 신재욱은 더욱 활발하게 움직였다.
더구나 어시스트를 기록하기 전보다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퍼엉!
과감한 슈팅을 때려낸 신재욱이 쓴웃음을 지었다.
좋은 타이밍에 잘 때린 슈팅이었지만, 골대를 살짝 벗어나 버렸다.
“이게 안 들어가네.”
공격포인트를 원하고 있었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하지만 잠깐이었다.
신재욱은 언제 아쉬워했냐는 듯 다시 경기에 집중했다.
좋은 기회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활발하게 움직였다.
훈련 전 김준기와 펼쳤던 쇼 때문이었는지, 신재욱에게 오는 패스의 숫자도 아주 많았다.
‘흐름이 좋아.’
신재욱이 미소를 지었다.
그가 공을 만지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팀의 공격에 커다란 영향력을 갖게 됐다. 사실상 팀의 공격을 이끌게 됐다.
원하던 흐름이었다.
골을 넣는 것만큼은 아니어도 중원에서 경기를 조율하는 것에도 자신감이 있었으니까.
“받으러 와줘요! 좋아! 왼쪽에 압박 온다! 조심!”
크게 소리친 신재욱은 계속해서 동료들에게 부지런하게 움직일 것을 요구했다.
“많이 뛰어줘요! 계속 움직여 줘야 공간이 나와요!”
레드팀 선수들은 신재욱의 요구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긴 했지만, 무시하진 않았다.
함께 뛴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신재욱의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느끼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대표팀의 실세인 김준기가 신재욱의 요구를 군말 없이 들어주고 있었으니까.
자연스레 레드팀의 볼 점유율은 높아졌다.
경기의 흐름도 주도했다.
반면, 상대인 블루팀 선수들은 답답함을 느꼈다.
‘점점 너무 밀리는 느낌인데? 이러면 안 좋은데…….’
‘가뜩이나 스코어에서도 밀리는데, 경기력에서도 차이가 나잖아? 큰일이네.’
‘저쪽 호흡이 왜 저렇게 좋아? 신재욱 때문인가?’
‘신재욱이 되게 거슬리네…… 중원을 완전히 씹어먹고 있잖아?’
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확실하게 알게 됐다.
신재욱의 존재가 경기의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는 것을.
“신재욱을 막아! 패스 못 뿌리게 방해하라고!”
“압박이 너무 약해요! 좀 더 붙어주셔야 해요!”
“가만히 놔두지 말라니까? 빨리 붙어!”
블루팀의 선수들은 마음이 급해졌다.
점유율에서도 밀리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경기력에서도 점점 더 밀리고 있었다.
때문에, 이런 상황의 원인인 신재욱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막으려고 해도 어지간해선 막히지 않는 유형의 선수가 있다.
신재욱도 그런 선수였다.
‘압박이 세졌네?’
신재욱은 덤덤한 얼굴로 전방을 주시했다.
그의 시야엔 다급하게 덤벼드는 2명의 선수가 보였다.
‘근데 너무 급해. 급하면 안 좋다니까.’
상대가 2명이든 3명이든, 공을 지켜낼 자신이 있기에.
신재욱의 움직임엔 여유가 흘렀다.
툭! 투욱!
가장 먼저 한 행동은 2명 중 1명을 선택해서 그쪽으로 움직이는 것이었다.
이어서 몸을 돌렸다.
퍼억!
상대 선수 1명이 강하게 몸을 부딪쳐왔지만, 자세를 낮추고 등을 지고 있던 신재욱이었기에 어렵지 않게 버텨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휘익!
신재욱이 몸을 돌렸다.
하지만 상대도 청소년 국가대표팀에 들어올 정도로 실력이 있는 수비수.
기습적인 신재욱의 턴을 예상했다는 듯 팔을 뻗어 막으려고 했다.
이때, 신재욱이 다시 한번 몸을 회전했다.
이번엔 반대 방향이었다.
‘이건 몰랐을 거다.’
사실 애초부터 가려고 했던 방향이었다. 상대를 속이기 위해 페인팅을 준 것일 뿐.
“엇?!”
수비수가 놀라서 팔을 뻗었지만, 이미 중심이 무너진 상태였기에 신재욱을 잡을 수 없었다.
‘집중하자.’
신재욱은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공을 컨트롤하는 건 감각에 맡겼고, 고개를 들었다. 상대가 덤벼들고 있었다. 거리도 매우 가까웠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그저 기다렸다는 듯 공을 툭― 밀었다.
상대 선수가 덤벼드는 타이밍에 맞춰서 그의 가랑이 사이로 밀어낸 공이었다.
흔히 알까기라고 부르는 기술.
“이런 씨!”
상대 선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농락을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손을 뻗었다.
신재욱을 잡기 위해.
하지만 그런 행동도 신재욱의 예상 범위 안에 있었다.
타앗!
상대의 손을 뿌리쳐내며, 신재욱은 앞으로 나아갔다.
“끊으라고!”
“뭐 하는 거야? 빨리 막아!”
“계속 들어오잖아! 끊으라고오오!”
블루팀 선수들이 당황한 얼굴로 소리를 질러댔다.
하지만 소리를 지른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었다.
이미 2명의 압박을 벗어난 신재욱에게 더 많은 인원이 투입되긴 힘들었으니까.
신재욱 말고도 많은 수의 레드팀 선수들이 기회를 노리고 있는 상태였으니까.
‘여기서 신재욱한테 가면 한 명을 놓치게 돼. 상대의 공격 숫자가 많은 상황에서 한 명을 놓치는 건 너무 위험해……!’
‘신재욱이 위협적이긴 하지만…… 우선은 놔둘 수밖에 없겠어.’
“젠장! 계속 뒷공간을 노리는 애들 때문에 신재욱을 막으러 갈 수가 없잖아?”
압박이 느슨해진 상황.
신재욱은 더욱 여유를 갖게 됐다.
앞으로 나아가며 상대 골대와의 거리를 좁혔다.
어느새 페널티박스 바로 앞까지 온 그는 동료들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또한, 상대 선수들이 덤벼들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아무도 뛰쳐나오지 않았다.
‘여기까지 왔는데 안 나온다고? 그럼 나야 고맙지.’
신재욱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동시에 공을 앞으로 살짝 밀었다.
툭!
좋은 슈팅을 때리기 위한 각을 잡는 과정이었다.
이어서 슈팅을 때려냈다.
골대와의 거리가 완전히 가깝진 않았지만, 신재욱의 슈팅엔 망설임이 없었다.
몇 년 전과는 다르게 자신감도 묻어나왔다.
‘슈팅 연습 정말 많이 했지.’
환생한 이후로 하루도 빠짐없이 슈팅 연습을 해온 그였다.
꾸준히 노력한 결과 신재욱의 기준에서도 제법 괜찮은 슈팅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슈팅 능력치 역시 78로 절대 낮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더구나 발에서 느껴지는 느낌도 좋았다.
퍼엉!
공이 휘어져 날아갔다.
반대편 골대 구석으로 감아 찬 슈팅이었다. 하지만 많이 휘어지진 않았다.
적당히 휘어지는 슈팅.
현재 신재욱이 구사할 수 있는 최선의 슈팅이었다.
문제는 없었다.
‘이 정도면 충분해.’
덜 감기는 슈팅도 계산한 것이었으니까.
* * *
훈련장에 있던 모두가 침묵했다.
신재욱의 플레이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침묵은 오래 유지되지 않았다.
“오우! 뭐야?! 우오오오오! 신재욱, 쟤 뭐야 진짜?!”
“와…! 이게 뭐야? 쟤 한국 나이로 17살 맞아? 어떻게 저렇게 잘하지?”
“저런 게 진짜 천재구나……! 완전 원맨쇼를 해버리네……!”
“만 16살이라며? 지보다 4살에서 5살이 많은 우리를 상대로 이렇게 잘한다고?”
“장난 아닌데? 신재욱 쟤, 완전 물건이잖아? 방금은 정말 막을 수가 없었어……!”
훈련장에 있는 선수들 모두 신재욱을 바라보며 경악하고 있었다.
그만큼 신재욱이 보여준 플레이는 놀라웠다.
2명을 상대로 탈압박을 해내고 직접 공을 몰고 들어가서 중거리 슈팅까지 때려낸 움직임.
나이가 더 많은 청소년 국가대표 선수들을 상대로 해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더군다나 그 슈팅이 골로 연결되기까지 했으니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야…… 엄청 잘하네……!”
“하하…… 괴물이었어. 괜히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는 게 아니네.”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월장했다잖아. 그나저나 직접 보기 전까진 거품이 좀 꼈다고 생각했었는데, 전혀 거품이 아니었다. 쟨 그냥 진퉁이네.”
“저 어린 나이에 중원에서 경기를 조율하던데? 볼 컨트롤이랑 볼 키핑도 개좋아.”
선수들은 쉽게 진정하지 못했다.
반면 신재욱은 달랐다.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상황에서도 본인이 할 것만 하고 있었다.
“역시 청소년 대표팀에 오길 잘했다니까?”
그렇게 중얼거린 신재욱의 표정은 밝았다.
허공에 뜬 반가운 메시지 때문이었다.
[슈팅이 1 올랐습니다!]
* * *
1골 1도움.
연습경기가 시작된 지 20분 만에 신재욱이 기록한 공격포인트였다.
청소년 대표팀 선수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이전까지는 김준기와의 관계 때문에 눈치를 봤던 것일 뿐, 신재욱의 순수실력엔 의심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었다.
이들 모두 신재욱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고 있었다.
청소년 대표팀까지 올 정도면 보는 눈이 있을 수밖에 없고, 이들의 눈엔 확실하게 보였으니까.
신재욱이 보여준 플레이들이 100% 실력이었다는 것이.
그래서일까?
선수들의 움직임도 달라졌다.
“신재욱 막아!”
“공 못 끌게 해! 바로바로 압박하라고!”
“뒤에 재욱이 붙어요! 조심하세요!”
조금 전과는 달리 신재욱을 철저히 경계하기 시작했다.
“되게 경계하네. 에이, 조금만 더 방심해주지.”
신재욱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더 오래 방심해주길 원했다. 상대가 방심해줄수록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긴 쉬워지니까.
그러면 성장에 큰 도움이 될 테니까.
하지만 조금 아쉬울 뿐, 큰 문제는 아니었다.
“조금 더 열심히 뛰어야겠네.”
지금처럼 경계심을 드러내는 상대로도 공격포인트를 기록할 자신이 있었으니까.
그때였다.
타다닷!
공을 가진 신재욱에게 상대 선수가 덤벼들었다. 성급한 태클은 아니었다. 빠르게 거리를 좁히면서도 발을 뻗을 생각은 없어 보였다. 신중한 견제였다.
이때 신재욱은 근처에 있던 동료에게 공을 보내며 앞으로 뛰었다. 압박하러 덤벼드는 선수와 멀어지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그 순간 앞으로 뛰어나간 신재욱에게 다시 공이 굴러왔다.
그리고 지금.
터어엉!
신재욱은 굴러오는 공을 곧바로 차 냈다.
상대의 오프사이드 라인을 뚫어내며 침투하는 이찬호에게 보낸 패스였다.
투욱!
이찬호는 이번에도 좋은 퍼스트 터치를 보여줬다.
한쪽 발로 공을 안정적으로 잡아둔 뒤, 다른 발로 곧바로 슈팅을 때려내는 움직임을 부드럽게 구사했다.
퍼어엉!
일대일 상황에서 제대로 때려낸 슈팅이었다.
블루팀의 골키퍼가 손도 쓰지 못했을 정도로.
철렁!
골을 넣는 것에 성공하며 벌써 2골을 기록한 이찬호는 크게 기뻐했다.
훈련이라고는 하지만 골을 넣는 건 공격수에겐 매번 기쁜 일이었다.
더구나 상대 팀도 청소년 국가대표 선수들이지 않은가.
그리고.
같은 시각, 도움을 기록한 신재욱도 기뻐하고 있었다.
“드디어 성장했구나!”
허공에 떠오른 메시지 때문이었다.
그것도 평소 자주 보는 메시지가 아니라, 아주 오랜만에 보는 메시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