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66화 (66/224)

066

* * *

공을 잡은 신재욱의 앞엔 보였다.

아무도 지키고 있지 않은 텅 빈 골대가.

“뻥 뚫렸네.”

신재욱은 당연하게도 그곳을 향해 공을 차 냈다.

강하게 찰 필요도 없었다. 그저 적당한 힘을 써서 골대 안으로 공을 정확하게 차내는 것에 집중했다.

철렁!

골망이 흔들렸다.

운이 따르지 않으며 허무하게 두 번째 골을 허용한 볼프스부르크의 선수들은 고개를 푹 숙이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어떤 선수들은 분노를 표출하기까지 했다.

“이런 젠장! 운도 더럽게 없지!”

“어떻게 걷어낸 공이 저기로 떨어지냐. 어이가 없네.”

반면 2골 차로 앞서나가게 된 바이에른 뮌헨의 분위기는 더욱 좋아졌다.

신재욱도 이번엔 세리머니를 생략하지 않았다.

크게 포효하며 2개의 골을 넣은 것에 기뻐했다.

자연스레 팀의 기세도 올라갔다.

경기가 재개된 이후, 바이에른 뮌헨 U16 선수들의 플레이는 경기 초반보다 훨씬 더 부드러워졌다.

스코어에서 앞서나가며 여유가 생겼기에 일어난 변화였다.

“으악!”

탈압박을 하던 바이에른 뮌헨 U16의 미드필더 레온이 바닥에 쓰러졌다.

상대 선수의 거친 태클 때문이었다.

삐이익!

주심은 곧바로 볼프스부르크의 반칙을 선언했다.

“또 이런 반칙을 하면, 그땐 카드야. 알겠어?”

강력한 구두 경고까지 받은 볼프스부르크지만, 이후에도 계속해서 거친 플레이를 펼쳤다.

거칠게라도 싸우지 않으면 중원에서부터 느껴지는 답답함을 이겨내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볼프스부르크의 선수들은 오늘 2골을 넣은 신재욱을 집중적으로 견제하기 시작했다.

“읍……!”

탈압박을 하는 과정에서 다리를 걷어차인 신재욱이 잔디 위에 쓰러졌다.

당연히 볼프스부르크의 반칙이 선언됐다.

그런데 이때.

반칙을 한 선수가 신재욱을 향해 고함을 쳤다.

“운으로 골 넣은 놈이 이젠 엄살까지 부리냐?!”

조금 전 실점을 허용한 순간에 분노를 표출했던 볼프스부르크의 수비형 미드필더 마틴이었다.

위협적으로 얼굴을 들이밀며 고함을 치는 행동.

그런 마틴의 매너 없는 행동에 신재욱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

“운으로 얻은 기회를 낚아채는 것도 실력이야. 그리고 방금은 네가 걷어찼잖아. 대체 얼마나 멍청하면 본인이 한 행동도 기억을 못 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하는 신재욱에게선 여유가 흘러나왔다.

재수 없게 느껴질 정도로.

그래서일까?

마틴은 곧바로 눈을 부릅뜨며 신재욱을 향해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뭐 이 자식아? 너 지금 나한테 멍청하다고 했냐? 다시 한번 말해봐!”

큰 덩치의 마틴이 하는 행동은 굉장히 위협적이었다.

웬만한 선수들은 맞설 생각을 하지도 못했을 정도로.

그러나.

신재욱은 웬만한 선수가 아니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선수였다.

“지금도 봐봐. 앞에 중요한 말은 듣지도 않고 그저 멍청하다는 말에만 꽂혀서 흥분하잖아. 네 이름이…… 마팁이었나? 마틴이었나? 워낙 존재감이 없어서 이름도 기억 못 하겠네. 하여튼 마팁, 이렇게 멍청한 너랑 고릴라랑 다를 게 뭐냐? 아! 이러면 고릴라를 비하하는 건가? 갑자기 고릴라한테 미안해지는군.”

“뭐 이 새끼야?”

강력한 도발이었다.

만 16세인 마틴이 참아내기 힘든 수준의 도발.

결국, 참지 못한 마틴이 덤벼들었다.

휘익!

마틴이 신재욱의 멱살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다른 선수들이 말리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런데.

“뭐 하냐? 멍청해서 무식하기까지 한 거냐?”

신재욱은 피식 웃으며 마틴의 손을 쉽게 피해냈다.

“죽여버리겠어!”

마틴은 계속해서 덤벼들었지만, 어느새 몰려든 양 팀 선수들에게 제지를 당했다.

삐비빅!

다급하게 달려온 주심이 굳은 얼굴로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카드는 폭력적인 행동을 보여준 마틴에게만 주어졌다.

“저 자식도 나를 도발했어요! 왜 나만 옐로카드를 받는 거냐고요!”

그 사실에 마틴은 더욱 흥분해서 날뛰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볼프스부르크의 선수들이 흥분한 그를 끌어내며 강제로 진정시켰다.

“너 이 자식! 두고 보자! 오늘 경기 안 끝난 거 알지?”

끝까지 위협적인 말을 해대는 마틴.

그러나 신재욱은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실제로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냥 가소로울 뿐이었다.

하지만 그냥 넘어갈 생각은 없었다.

‘재밌는 친구네. 근데 인성이 너무 쓰레기야. 아무래도 혼 좀 내줘야겠는데?’

상대에게 이 정도로 강한 도발과 위협을 받고도 그냥 참고 넘기는 것.

그런 건 신재욱의 성격과는 거리가 아주 먼 일이었으니까.

‘아마 많이 아플 거야.’

* * *

삐이이익!

경기가 재개됐다.

신재욱은 여전히 볼프스부르크 선수들에게 집중 견제를 당했다.

특히 다툼이 있었던 마틴은 신재욱을 밀착 마크하며 어떻게든 막아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더구나 계속해서 떠들어대며 신재욱의 신경을 긁으려고 했다.

“넌 이제 끝났어. 아까 나보고 멍청하다며 까불어댔지? 이제 내가 널 막기로 한 이상, 넌 아무것도 못 할 거야!”

하지만 마틴은 몰랐다.

자신이 상대를 잘못 골랐다는 걸.

신재욱이 말싸움으로는 지지 않는 선수라는 걸

“말 되게 많네. 마팁, 그렇게 말하는 걸 좋아하면 지금이라도 축구는 그만두고 말 많이 할 수 있는 다른 직업을 알아보는 건 어때? 아……멍청해서 안 되려나?”

“뭐 이 자식아? 내가 다른 직업을 왜 알아봐! 그리고 내 이름은 마틴이야! 당장 네 머릿속에 박아넣으라고!”

“어차피 몇 년 안에 사라질 선수의 이름을 내가 외워야 하나? 뇌용량 아까운데.”

“이 미친놈이!”

마틴의 얼굴이 터질 듯 붉어졌다.

그러나 조금 전처럼 덤벼들지는 못했다.

이미 옐로카드를 받은 상태였기에, 또다시 싸움을 일으키면 이번엔 퇴장을 당할 수도 있으니까.

때문에, 마틴이 선택한 건 주심의 눈을 피한 더티플레이였다.

꾸욱!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기분 나쁜 고통에 신재욱이 인상을 찌푸렸다.

많이 겪어봤던 고통이었기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마퉁, 두고 보자고 했던 게 옆구리를 꼬집는 거였냐? 정말 대단한 기술이네.”

신재욱의 말에 마틴이 발끈했다.

“입 닥쳐! 그리고 내 이름은 마퉁이 아니라 마틴이야!”

“공도 없는 상황에서 심판 몰래 반칙이나 해대는 놈이 따지긴 뭘 따져?”

“입 닥치라고 했다?!”

마틴이 으르렁거렸다.

그러나 신재욱은 여전히 여유가 넘쳤다.

옆구리를 꼬집힌 건 조금 짜증 났지만, 곧 훨씬 크게 돌려줄 생각이었으니 괜찮았다.

‘아프다고 울지는 않았으면 좋겠는데.’

기회는 금방 찾아왔다.

마틴이 공을 잡았을 때였다.

그 순간 신재욱이 움직였다.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반응도 빨랐다.

촤아악!

마틴의 발밑에 있는 공을 노린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했고.

결과는 성공이었다.

신재욱의 태클 실력은 월드클래스 선수들에게도 통할 정도로 뛰어난 수준이었고.

마틴은 피할 생각을 하지도 못한 채로 태클에 당해버렸다.

그런데 이때.

“으아아악!”

태클을 한 신재욱과 엉키며 바닥에 쓰러진 마틴이 비명을 질러댔다.

듣는 것만으로도 심한 고통이 느껴지는 비명이었다.

그런 마틴을 보며, 신재욱은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아프지? 근데 어쩌냐. 아직 시작도 안 했어.”

마틴은 계속해서 고통스러워했지만, 주심의 휘슬이 불리지 않았다.

정확히 공을 먼저 건드린 슬라이딩 태클이었으니까.

더구나 경기장에 있던 사람들은 마틴이 고통스러워하는 이유도 알지 못했다.

오직 신재욱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꽤 아플 거야.’

슬라이딩 태클을 하며 마틴과 몸이 엉켜 넘어졌을 때.

신재욱은 무릎으로 마틴의 허벅지 찍어버렸다.

넘어지며 엉키는 순간에 펼친 교묘한 움직임이었기에, 주심의 눈에도 발각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마틴이 느끼는 고통은 끔찍할 게 분명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특성 효과까지 먹은 니킥이었으니까.

[그라운드의 파이터]

[등급] D

[효과] 상대 선수를 가격했을 때, 더욱 큰 고통을 주게 됩니다.

상대 선수를 가격했을 때, 매우 큰 고통을 주는 ‘그라운드의 파이터’ 특성.

어지간해선 더러운 플레이를 펼치지 않는 신재욱이었기 때문에, 사용할 기회가 많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매너와 개념이 없는 선수를 만났을 땐 요긴하게 사용하는 특성이었다.

“으아아아악! 아파! 아프다고오오!”

뒤에서 마틴의 비명이 들려왔지만, 신재욱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짙은 미소를 띤 얼굴로 역습을 펼치는 것에 집중했다.

‘아~! 상쾌하다.’

마틴을 완전히 혼내준 상황.

가뜩이나 상쾌한데, 이런 상황에서 공격포인트까지 기록한다면 기분이 아주 좋아질 게 분명했다.

그래서 신재욱은 더욱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기 위해서.

휘익! 툭!

신재욱은 빠르게 달라붙는 볼프스부르크 선수 한 명을 상체 페인팅에 이은 방향 전환으로 제쳐냈다.

이어서 다른 선수 한 명은 가랑이 사이로 공을 집어넣으며 뚫어냈다.

2명을 제쳐낸 지금.

신재욱은 패스를 뿌렸다.

마음만 먹으면 더 깊숙이 전진해서 슈팅까지 때려낼 자신이 있었지만, 그렇게 하면 체력을 너무 많이 소진하게 될 게 분명했기에 패스를 선택했다.

터엉!

현재 패스 능력치는 67로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지금처럼 2명을 뚫어내며 넓은 공간이 나온 상황이었기에 괜찮은 패스를 뿌려낼 수 있었다.

툭!

볼프스부르크의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한 이택현이 패스를 받아냈다.

좋은 퍼스트 터치로 공을 잡아둔 그는 곧바로 슈팅을 때려냈다. 뛰어난 재능을 지닌 스트라이커다운 플레이였다.

퍼엉!

이택현이 때려낸 슈팅이 볼프스부르크의 골망을 흔들었다.

워낙 빠른 타이밍에 나온 슈팅이었기에 골키퍼는 반응도 하지 못했다. 그저 뻣뻣하게 선 채로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오오오오옷! 드디어 넣었다아아아아!”

이택현이 덤블링을 하며 화려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팀 동료들도 그를 에워싸며 추가 골에 대한 기쁨을 드러냈다.

신재욱도 마찬가지였다.

동료이자 친구인 이택현의 골을 축하해주며 기뻐했다.

다만 그가 기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허공에 떠오른 메시지들 때문이었다.

[태클이 1 올랐습니다!]

[대인방어가 1 올랐습니다!]

* * *

“절대 가만 안 둔다.”

마틴은 이를 갈며 다짐했다.

자신을 고통스럽게 한 신재욱에게 복수하겠다고.

“감히 내 허벅지를 찍었어? 야비한 놈! 조금만 기다려라. 더 아프게 해줄 테니까.”

더욱 끔찍한 고통을 느끼게 해주겠다고.

그러나.

복수할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신재욱이 공을 잡을 때마다 끌지 않고 동료에게 넘겼으니까.

“아오! 왜 저렇게 소심하게 플레이하는 거야?”

마틴의 불만은 점점 더 커졌다.

신재욱에게 느끼는 분노 역시 커졌다.

그때였다.

삐이익!

볼프스부르크가 바이에른 뮌헨에게 코너킥을 얻어냈다.

양 팀 선수들이 페널티박스 안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신재욱도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수비에 가담하기 위해 페널티박스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그 순간 마틴의 얼굴엔 비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좋아, 신재욱 넌 이제 죽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