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65화 (65/224)

065

* * *

프리미어리그, 세리에 A, 프리메라리가.

각각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의 1부 리그로 독일의 1부 리그인 분데스리가에 비해서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리그들이다.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의 리그라는 평이 지배적일 정도였다.

그런 대단한 리그의 팀들이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는 말에 신재욱도 흥미를 느꼈다.

“프리미어리그, 세리에 A, 프리메라리가요? 오…… 재밌네요. 좋은 소식 들려주셔서 감사해요.”

“…예? 끝인가요?”

“예? 뭐가요?”

“세계 최고의 리그의 팀들이 관심을 보이는데…… 반응이 너무 밋밋하신 것 같아서요.”

진 바그너는 당황했다.

분명 놀라거나 기뻐할 줄 알았는데, 신재욱이 이상할 정도로 덤덤했으니까.

“제가 그랬나요? 사실 조금 놀라긴 했는데, 엄청 기뻐하거나 놀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서요.”

“예? 왜죠? 저는 신재욱 선수가 되게 놀랄 줄 알았는데…….”

“어차피 여기 있을 거니까요.”

“예?”

“지금은 팀을 옮길 생각이 없다고요. 팀을 옮길 생각이 없으니까, 어떤 팀에서 관심을 가지든 상관이 없다는 말이에요.”

“아…….”

“그리고 세계 최고의 리그에 속한 팀들이라고 말했지만, 정작 세계 최고 수준의 팀들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지 않았나요?”

“어?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당연한 거죠. 현재 최고 수준의 팀이 어디였더라…… 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첼시,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같은 팀들이겠네. 그런 팀들엔 이미 뛰어난 유망주들이 많지 않을까요? 다들 유소년 시스템이 엄청 잘 되어있는 곳들이잖아요. 재력도 빵빵해서 어지간한 유망주들은 다 쓸어모았을 거고요.”

“……하! 이래서 신재욱 선수랑 대화하면 제 머리가 이상해지는 것 같다니까요? 세상에 어떤 14살 소년이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있을까요?”

“여기 있네요.”

“보고도 믿기지 않아서 그렇죠.”

“저희 부모님도 저보고 애늙은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말하며 신재욱은 순간 부모님을 떠올렸다.

항상 감사한 분들이었다. 얼른 뵙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통화는 자주 드리고 있지만, 직접 얼굴을 뵌 지는 꽤 오래됐네. 휴가를 받으면 한국에 한 번 다녀와야겠어.’

그때였다.

옆에 있던 이택현이 입을 삐죽 내밀며 소리를 빽 질렀다.

“아오! 다들 왜 저만 빼놓고 얘기하는 거예요? 저도 다 듣고 있거든요? 이건 뭐, 진의 말을 듣고 좋아하려다가 신재욱의 말을 들으니까 김이 확 샜네요.”

진 바그너와 신재욱이 한국어로 대화를 나눴기 때문에, 이택현도 모든 대화를 듣고 있었다.

그는 세계 최고의 팀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였다는 사실에 기뻤지만, 덤덤한 신재욱 때문에 덩달아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것이었다.

“신재욱 너는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은 거야? 아무리 바이에른 뮌헨에 남을 생각이어도 그렇지, TV에서나 보던 리그의 팀들이 우리를 알고, 관심을 보인다잖아? 정말 아무렇지 않아?”

“바이에른 뮌헨도 TV에서나 보던 팀이잖아.”

“와……! 신재욱 너는 진짜 특이하다니까? 진! 얘가 이상한 거 맞죠? 저처럼 설레고 흥분되는 게 정상이죠?”

이택현이 억울하다는 듯 진 바그너를 바라봤다.

그러자 진 바그너도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확실히 신재욱 선수가 특이한 것 같아요.”

* * *

신재욱은 계속해서 노력했다.

팀 훈련과 개인 훈련 모두 열심히 했다.

과거의 경험들과 엄청난 노력이 합쳐졌기 때문일까?

U16으로 월장한 지 한 달 정도가 지난 지금은 무너졌던 신체밸런스를 거의 다 맞춰놓았다.

177cm가 된 몸을 드디어 편하게 다룰 수 있게 됐다.

자연스레 팀에서의 위상도 높아졌다.

“신재욱, 오늘 맞붙는 볼프스부르크 U16이 중원 싸움에서 굉장히 강한 상대인 거 알지? 중원에서 밀리면 이번 경기는 매우 어려워질 거라는 말이야. 그래서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하는 자네의 역할이 중요해.”

데이브 감독은 신재욱이 맡은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하며, 윙크를 날렸다.

마치 ‘너만 믿는다.’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 모습을 본 신재욱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하고 올게요.”

자신의 베스트 포지션이 아닌 중앙 미드필더로의 출전이었지만.

문제 될 건 전혀 없다는 생각이었다.

훈련 때 여러 번 소화했었던 포지션이니까.

더구나 환생 전엔 중앙 미드필더로도 월드클래스라는 평을 받았었던 신재욱이지 않은가.

‘상대가 세긴 한데, 감독님 말처럼 중원에서 눌러주면 쉽게 풀어갈 수 있을 거야.’

데이브 감독이 말한 것처럼 오늘의 상대는 볼프스부르크의 U16 팀이었다.

독일의 U16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팀.

그러나 바이에른 뮌헨 U16은 현재 리그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팀이었다.

볼프스부르크를 상대로 방심할 순 없지만, 중원 싸움에서 이길 수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승리를 가져갈 수 있으리라.

삐이이익!

경기가 시작됐다.

바이에른 뮌헨 U16 선수들은 초반부터 강하게 볼프스부르크를 몰아붙였다.

“다시! 패스!”

“뒤에! 뒤에 조심! 한 명 온다!”

“더 앞에서 받아줘!”

바이에른 뮌헨은 활발하게 의사소통을 하며 중원 싸움에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그 중심엔 신재욱이 있었다.

“테이번! 조금 더 뒤로 가! 브루스! 네가 가서 붙어줘야지!”

신재욱은 중원에서 쉬지 않고 지시를 내리며 동료들을 지휘했다.

동료들은 신재욱의 지시를 군말 없이 받아들였다.

그의 말을 들으면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는다는 걸 모두 알고 있었으니까.

투욱!

신재욱이 다시 공을 잡았다.

중원에서 가장 많이 공을 만지며 빌드업의 핵심으로 우뚝 선 그는 이번엔 직접 드리블하며 전진했다.

툭! 투욱!

민첩하진 않지만 부드러운 터치를 기반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볼프스부르크의 선수들은 그런 신재욱에게 쉽게 덤벼들지 못했다.

바이에른 뮌헨 U16의 전력을 분석해온 그들이었고, 신재욱이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을 정도로 좋은 실력을 지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경계했기에 무려 두 명이 신재욱의 앞을 가로막았다.

‘쉽게 발을 뻗으면 절대 안 돼. 저 한국인 녀석, 상대의 발이 나오는 걸 끝까지 보면서 드리블하는 걸 잘하잖아.’

‘덤벼들진 않되, 절대 편하게 두면 안 돼. 저 녀석은 패스의 정확도가 높진 않지만, 시야가 넓어서 언제 창의적인 패스를 뿌려댈지 몰라.’

긴장한 표정의 두 선수와 다르게, 신재욱의 표정은 평온했다.

그에겐 두 명이든 세 명이든 상관없었다.

그보다 더 많은 수의 선수들에게도 둘러싸였던 적이 많았으니까.

수많은 경험은 신재욱을 어떤 상황에서든 침착할 수 있게 해줬다. 지금도 신재욱은 두 명을 앞에 둔 상태로 전진을 이어갔다.

다만 공을 치는 간격을 크게 좁혔다. 매우 짧게 드리블을 치며 언제든지 방향을 전환할 수 있게끔 준비했다.

툭! 툭! 툭!

더구나 신재욱은 상체를 좌우로 움직이며 페인팅 동작을 끊임없이 넣어줬다. 앞에 선 두 명의 선수들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효과는 있었다.

두 명 중 한 명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덤벼들었으니까.

타닷!

그 순간 신재욱이 움직였다.

이번엔 페인팅이 아닌, 돌파를 위한 진짜 움직임이었다.

신재욱은 덤벼드는 선수 쪽으로 몸을 회전했다.

휘익!

마르세유 턴.

공과 함께 몸을 회전하며 상대의 압박을 벗어나는 기술이었고, 신재욱은 기술을 완벽하게 성공시켰다.

당연하게도 볼프스부르크의 수비진엔 비상이 걸렸다.

“막아!”

“끊어내!”

“뭐해! 못 들어오게 해!”

하지만 그 누구도 쉽게 신재욱에게 붙지 못했다.

볼프스부르크 수비진의 뒷공간을 침투하려는 바이에른 뮌헨 U16의 공격수들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이었기에, 신재욱에겐 여유가 생겼다.

골대와의 거리도 가까웠고 공간도 꽤 넓었다.

‘이렇게나 공간을 내준다고? 그럼 때려달라는 거나 다름없잖아.’

다른 선수는 모르겠지만, 신재욱은 이런 상황에서 망설인 적이 없었다.

골을 넣든 못 넣든 무조건 스스로 해결했다.

지금도 그랬다.

신재욱은 슈팅을 때려냈다.

만약 거리가 조금만 더 가까웠다면 구석으로 감아 차는 슈팅을 시도했겠지만, 지금은 페널티박스 안쪽에 걸친 위치였기에 공을 발등으로 강하게 때려냈다.

퍼어엉!

무회전 킥이었다.

그러나 부족한 슈팅 능력 때문에 신재욱이 원하던 만큼의 위력이 나오진 않았다.

그래도.

가까운 거리에서 골키퍼를 뚫고 골을 넣기엔 충분한 슈팅이었다.

철썩!

볼프스부르크의 골망이 강하게 흔들렸다.

골을 터트린 신재욱은 아무런 세리머니도 하지 않았다.

그저 상대의 골대 안을 향해 전속력으로 뛰어가 공을 들었다. 그러더니 경기장 중앙을 향해 뛰며 동료들을 향해 소리쳤다.

“다들 정비해! 오늘 우리는 볼프스부르크를 겨우 1 대 0으로 이기려고 온 게 아니잖아?”

신재욱의 그 말과 동시에 신을 내려던 바이에른 뮌헨 U16 선수들의 눈빛이 변했다.

이들 모두 풀리려던 긴장감을 다시 한번 조여냈다.

불만은 없었다.

리그의 강팀 볼프스부르크 U16을 상대로 대승을 거둘 수만 있다면, 이들 모두 골을 넣은 기쁨 정도는 얼마든지 참아낼 수 있었다.

* * *

바이에른 뮌헨 U16의 선제골이 터진 상황.

볼프스부르크 U16은 공격의 비중을 높이기 시작했다. 더욱 적극적으로 골을 노리기 위해 움직였다.

그러나 볼프스부르크는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중원 싸움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이기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중원 싸움과 빌드업에 강점이 없는 팀이라면 모를까, 볼프스부르크 U16은 중원에서의 점유율을 주 무기로 삼는 팀이었다.

자신들의 주 무기가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없이 약해지고 있었다.

자연스레 바이에른 뮌헨에게 역습도 자주 허용했다.

촤아악!

신재욱이 상대의 패스를 끊어냈다.

상대 선수의 패스 경로를 예상하고 몸을 던지는 슬라이딩 태클로 끊어내는, 신재욱의 장기 중 하나였다.

“뛰어!”

크게 소리친 신재욱이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그와 동시에 앞에서 달리는 동료에게 공을 넘겼다.

팀 내에서 가장 패스 정확도가 높은 동료였다.

사실상 할 건 다 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상대의 공격을 끊어냈고 역습의 시발점 역할까지 해줬으니까.

그러나.

신재욱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부지런한 사람이 한 골이라도 더 넣는 거거든.’

혹시나 모를 기회를 낚아채기 위해 전방을 향해 뛰어나갔다.

앞으로 튀어 나가는 상황에서도 신재욱은 넓은 시야로 동료들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기회를 잘 살렸으면 좋겠는데.’

바이에른 뮌헨 U16에서 가장 패스 능력이 좋은 선수인 레온.

그가 공을 몰고 앞으로 나아갔다. 더 좋은 패스를 뿌리기 위해 공간을 만드는 움직임이었다.

그의 앞엔 두 명의 동료가 전속력으로 뛰어나가고 있었다.

이택현과 앨런.

바이에른 뮌헨 U16의 투톱이었다.

타다닷!

앞으로 빠르게 뛰어나가던 레온은 기습적으로 공을 차 냈다. 상대인 볼프스부르크의 수비수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타이밍을 노린 스루패스였다.

터엉!

공이 쭉 뻗어 나갔다.

방향은 이택현이 달리는 앞쪽 공간.

그러나 다리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레온의 패스는 다소 길었다.

바이에른 뮌헨 U16 내에서 가장 빠른 스피드를 지닌 이택현으로서도 잡기 힘들 정도로.

때문에, 공을 먼저 터치한 건 볼프스부르크의 골키퍼였다.

빠르게 튀어나온 그는 공을 걷어내기 위해 다급하게 다리를 휘둘렀다.

그때였다.

골키퍼와 이택현 모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투웅!

골키퍼가 걷어내려던 공이 이택현의 몸에 맞고 굴절된 것이다.

힘을 잃고 뒤로 흘러간 공.

그리고.

한 선수가 주인을 잃은 공을 잡아냈다.

혹시 모를 기회를 얻어내기 위해 부지런하게 뛰어온 신재욱이었다.

“거봐, 이럴 때가 있다니까?”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