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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바이에른 뮌헨 U16.
유럽 나이로는 만 16세 이하의 선수들이, 한국 나이로는 17살~18살의 선수들이 소속된 곳이다.
사실상 성인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신체 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모인 곳.
그래서일까?
숫자의 차이는 겨우 하나였지만, U15와 U16의 수준 차이는 꽤 컸다.
아주 가끔 두 팀이 친선경기를 치를 때면 U15의 선수들은 U16 선수들에게 상대가 안 됐다.
물론 신재욱과 이택현의 활약으로 최종 스코어는 비슷했지만.
‘생각보다 더 빨리 월장하게 됐네.’
그런 곳으로의 월장이 확정됐다.
신재욱과 이택현 모두.
평소의 신재욱이었다면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신경 쓰이는 부분이 존재했다.
‘아직 신체밸런스가 안 잡혔는데.’
이전과 같은 신체밸런스를 되찾지 못했다는 것.
키가 갑작스레 6cm나 큰 이후로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만족스러운 상태가 아니었다.
아마도 만족스러운 몸 상태가 되려면 지금부터 한 달은 더 고생해야 하리라.
그때였다.
옆에서 분위기를 살피던 이택현이 질문을 해왔다.
“재욱아, 왜? 감독님이 무슨 말을 한 거야?”
구단에서 붙여준 과외선생님과 함께 독일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 이택현이지만, 여전히 초보 수준의 독일어 실력을 지녔기에 데이브 감독의 말을 알아듣는 건 무리였다.
그 사실을 아는 신재욱이 곧바로 감독의 말을 통역해줬다.
원래라면 에이전트인 진 바그너가 해줬을 일이지만, 그는 최근 업무가 바빠진 관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엥? 월장이라고? 말도 안 돼! 재욱아, 실화야? 괜히 나 놀리려고 장난치는 거 아니지? 진짜지?”
“내가 이런 일로 장난치겠어?”
“하긴 네가 그런 장난을 칠 사람은 아니지. 그럼 내가 진짜로 월장하게 됐다는 거잖아? U16이라니……! 감사합니다! 데이브 감독님! U16에서도 잘할게요!”
이택현은 굉장히 기뻐했다.
얼마나 기뻤으면 데이브 감독에게 달려가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으하핫! 이택현 자네, 힘이 너무 센 거 아니야? 신재욱! 이 친구에게 진정하라고 좀 전해줄 수 있겠나?”
“사랑해요! 감독님! 진짜! 진짜! 진짜! 잘할게요!”
“……이택현! 감독님이 진정하래.”
신재욱은 흥분해서 날뛰는 이택현을 감독에게서 강제로 떼어냈다.
많이 흥분했는지 말만으로는 멈추질 않아서 힘을 조금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이택현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신재욱을 바라봤다.
“아 왜! 데이브 감독님한테 고마워서 그러는데!”
“감독님이 말려달라더라.”
“엥? 감독님이? 아! 내가 너무 흥분했었나?”
“그걸 이제 안 거야?”
“……월장했다는 소식에 너무 기뻐서 순간 눈이 돌아갔나 봐. 미안해.”
“나한테는 됐고, 감독님한테나 사과해.”
“아, 맞다! 알겠어, 지금 바로 사과할게.”
이택현은 그동안 공부해온 독일어를 사용해서 데이브 감독에게 사과를 했고.
데이브 감독은 특유의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괜찮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그는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드는 농담까지 곁들였다.
“난 이택현 자네가 나를 연애의 상대로 보는 줄 알고 굉장히 당황했다네.”
* * *
며칠이 흘렀다.
U16으로 월장한 신재욱은 평소처럼 팀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난이도는 이전보다 훨씬 높았다.
선수들의 피지컬부터가 U13, U14, U15 선수들보다 좋았고, 전술도 더 복잡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신재욱에게 있어서 극복하기 어려운 것들은 아니었다.
훨씬 더 피지컬이 좋은 선수들을 상대했었고, 훨씬 더 어려운 전술들도 완벽하게 소화했던 그였으니까.
다만, 문제는 키가 6cm나 크면서 무너진 신체밸런스였다.
신체밸런스를 되찾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은 상태였다.
현재 지닌 능력을 100% 끌어내지 못하는 몸 상태.
‘특성이 성장해서 다행이야.’
그나마 다행인 건 최근 ‘낮은 무게중심(D)’ 특성이 ‘안정적인 무게중심(C)’으로 성장하며 신체밸런스를 잡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안정적인 무게중심]
[등급] C
[효과] 몸의 무게중심이 낮아지고 안정감을 얻습니다.
몸의 무게중심이 낮아지고 안정감을 얻는 특성.
이 특성은 단순히 드리블하거나 탈압박을 할 때만 효과가 있는 특성이 아니었다.
실제로는 패스, 슈팅, 스피드에도 도움이 된다.
당연하게도 몸 상태가 좋지 못한 신재욱이 바이에른 뮌헨 U16에 적응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도움이 될 줄이야. 이젠 특성이 성장하는 게 너무 기다려지는군.’
미소를 지은 신재욱이 시선을 돌렸다.
그의 시선은 근처에서 훈련하던 이택현에게로 향했다.
‘그래도 이택현은 많이 좋아진 것처럼 보이네.’
자신과는 다르게 몸놀림이 지난달보다 많이 좋아진 게 보였다. 움직임이 부드러워졌고, 조금 느려졌던 민첩성이 이전처럼 돌아왔다.
‘확실히 난 놈이야.’
비록 3cm 정도 키가 큰 것이긴 했지만, 그래도 신체밸런스를 조정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이택현은 해냈다. 그것도 매우 빠르게.
실로 엄청난 재능이었다.
‘이택현 정도의 재능이라면 U16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겠지. 이전처럼 압도적이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잘할 거야.’
U13, U14, U15에서의 이택현은 압도적이었다.
다른 선수들보다 더 빠르고, 피지컬도 좋았고, 기술도 더 좋았다. 심지어 영리하기까지 했다. 그랬기에 팀에서 핵심 선수로 활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신재욱은 생각했다.
바이에른 뮌헨 U16에서는 이택현이 고전하게 될 수도 있겠다고.
‘이전의 팀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피지컬 차이를 느낄 테니까.’
피지컬 차이 때문이었다.
바이에른 뮌헨 U16의 선수들은 한국 나이로 17세~18세였다.
안 그래도 성장이 빠른 유럽 선수들인데, 나이가 2~3살이나 많은 건 피지컬에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택현이 나이에 비해서 키가 크고 몸이 단단한 편이지만 거기까지였다.
한국 나이로 15세인 그와 18세의 유럽 선수들의 피지컬 차이는 제법 났다.
지금도 그랬다.
“아악!”
이택현이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바닥을 뒹군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 재빨리 몸을 일으켰지만, 고통스러운 표정을 감추진 못했다.
뒤에서 강하게 부딪쳐온 수비수와의 충돌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이처럼 이택현이 수비수와의 몸싸움에 밀려 쓰러지는 건 U16으로 올라오기 전까진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반면에 신재욱은 오히려 힘들어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피지컬이 좋았던 적이 없었으니까.
‘환생한 이후로 나보다 덩치 큰 상대와 붙는 요령은 더 는 거 같네.’
환생 이후 대부분 자신보다 강한 피지컬을 지닌 상대들과 맞붙어왔으니까.
그때였다.
“신! 바로 리턴 줘!”
공이 굴러왔다.
동료가 건네준 패스였다. 바로 리턴이라고 말하는 건 원터치로 리턴패스를 하라는 말이었다.
그러나 신재욱의 판단에 지금 리턴패스는 옳은 선택이 아니었다.
‘상대가 덤벼들고 있잖아. 지금의 난 저런 덩치를 상대로 버티면서 정확한 패스 못 줘.’
덤비는 상대는 같은 바이에른 뮌헨 U16의 동료였다.
그것도 185cm에 90kg이라는 피지컬을 지닌, 동료일 땐 든든하지만 적으로 만났을 땐 무시무시한 선수.
그런 선수가 자신의 공을 뺏기 위해 덤벼들고 있다.
만약 신재욱의 피지컬이 좋았다면, 자세를 낮추고 상대의 차징을 버텨내며 팀원이 원하는 리턴패스를 뿌려줬을 테지만.
신재욱의 피지컬은 바이에른 뮌헨 U16은 물론이고 U15에서도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툭! 휘익!
신재욱은 패스를 받기 직전, 갑자기 몸을 틀었다. 기습적인 움직임. 이 움직임으로 덤벼들던 선수와의 충돌을 피해냈다.
탈압박을 해낸 뒤 신재욱은 속도를 올려 전진했다. 공간을 만들며 다른 선수 하나를 또다시 끌어내기 위한 플레이였다.
하지만 상대 선수는 신재욱에게 빠르게 덤벼들지 않았다. 예상외였다. 그러나 신재욱은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압박 안 해주면 나야 고맙지.’
바이에른 뮌헨 U16에 올라온 시간이 짧아서일까?
아니면 더 나이가 많다는 자존심 때문일까?
팀 동료들은 신재욱을 크게 경계하지 않았다. ‘할 테면 해봐라.’라는 듯, 압박이 느슨한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신재욱은 이런 기회를 그냥 넘길 생각이 없었다.
툭! 투욱!
압박이 없는 상황이었기에 공을 더욱 길게 치며 전진했다. 순식간에 상대의 페널티박스 앞까지 도달했다. 그제야 수비수들이 반응했다. 신재욱을 막기 위해 앞으로 튀어나왔다.
그 순간 신재욱의 발이 움직였다.
터엉!
수비수가 튀어나오며 만들어진 틈으로 공을 밀어 넣었다.
뒷공간으로 파고든 이택현에게 보내는 패스였다.
톡!
이택현의 퍼스트 터치는 훌륭했다.
타고난 재능에 꾸준한 노력으로 만들어진 완벽한 터치.
굴러가던 공은 그의 오른발 안쪽에서 부드럽게 멈춰 섰다.
휘익!
오른발로 공을 잡아둔 이택현은 왼발로 공을 때려냈다. 튀어나오는 골키퍼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침착하게 반대편 구석으로 감아 찬 슈팅이었다.
그 순간 신재욱이 진한 미소를 지었다.
허공에 떠오르는 여러 개의 메시지 가운데, 기다렸던 메시지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패스가 1 올랐습니다!]
* * *
U16으로 월장해 올라온 이후로.
신재욱은 에이전트인 진 바그너와 거의 만나지 못했다.
유선상으로는 연락했지만, 직접 얼굴을 보긴 어려웠다.
이해할 수 있었다. 원래 능력이 뛰어났던 진 바그너였고, 최근 더욱 인정받으며 많이 바빠졌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진 바그너가 오랜만에 U16 훈련장을 찾아왔다.
“진! 이게 얼마 만이에요? 얼굴 까먹을 뻔했잖아요! 요즘 일이 바쁘시다는 소식은 재욱이한테 들었지만, 그래도 너무 오랜만에 오신 거 아니에요?”
이택현이 진 바그너를 끌어안으며 반가움을 드러냈고.
“반가워요, 진.”
신재욱도 웃으며 진 바그너를 반겼다.
“신재욱 선수, 이택현 선수! 모두 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동안 많이 못 와서 죄송해요.”
죄송하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한 진 바그너는 진지한 표정을 유지했다. 사실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무언가 중요한 말을 할 때가 아니면, 매번 유쾌한 모습만을 보여주는 사람이었으니까.
때문에, 신재욱은 마음속에 있는 말을 꺼냈다.
“뭔가 좋은 소식이 있군요?”
그러자 진 바그너의 눈이 커졌다.
어떻게 알았냐는 표정을 지은 그는,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흐흐! 역시 신재욱 선수의 눈썰미는 대단하네요. 예! 맞아요. 좋은 소식을 들고 왔어요.”
“궁금해지네요. 바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당연히 바로 말씀드려야죠. 유소년 리그에서 신재욱 선수와 이택현 선수가 보여준 활약을 높게 평가한 팀들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꽤 높은 관심을 보이는 팀들이 나타났어요.”
“분데스리가 팀들인가요?”
“분데스리가에 속한 팀들도 있죠.”
그 순간 신재욱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진 바그너의 말이 더 흥미롭게 들리기 시작했다.
“방금 팀들‘도’라고 하셨죠? 그러면 다른 리그에서도 저희에게 관심을 보였다는 건가요?”
“하하! 신재욱 선수의 말이 맞아요. 프리미어리그, 세리에 A, 프리메라리가에서 신재욱 선수와 이택현 선수에게 관심을 드러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