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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14로 월장하고 두 달이 지났을 때.
신재욱과 이택현은 U14의 감독에게 U15로 월장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1살 위의 선수들과 축구 하면서도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다만 말 그대로 제안이었다. 통보가 아니었다.
U15로 월장하는 것보다 U14에서 단계를 밟는 게 낫다고 생각하면 거절해도 되는 제안.
그러나 신재욱은 거절하지 않았다.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월장을 결정했다.
지금 당장 U15로 가더라도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으니까.
‘거절할 이유가 없지.’
이택현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전혀 겁내지 않았다. 또다시 월장을 하게 된다는 사실에 흥분했을 뿐.
“우어어어어어어! 됐다! 내 1차 목표가 성공했다구! 진! 정말 재욱이랑 제가 U15로 월장하게 된 게 맞나요? 너무 좋긴 한데 도저히 안 믿기네요!”
“저도 믿어지지 않지만…… U15로 월장하게 되신 것 맞아요! 하하! 신재욱 선수랑 이택현 선수가 엄청 잘할 거라는 믿음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독일에서 이렇게까지 빠르게 두 단계나 월장하는 건 상상도 못 했어요. 두 분 다 정말 대단하세요.”
“으흐흐!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와……! 우와……! 이게 진짜 되긴 하네……!”
“그러니까요! 아마 이번에 바이에른 뮌헨 측에서도 깜짝 놀랐을 거예요.”
“저희가 생각보다 너무 빨리 월장을 해서요?”
“그렇죠. 바이에른 뮌헨 측은 신재욱 선수와 이택현 선수를 영입할 때 팀의 미래가 될 가능성을 보고 영입하긴 했겠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빨리 올라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거거든요.”
“흐흐! 이런 얘기 들으니까 기분 되게 좋네요! 아! 안 되겠다, 훈련 더 열심히 해서 또 올라가야지!”
“정말 멋진 생각이에요! 혹시 제가 오늘 두 분을 축하하는 의미로 삼겹살을 사드리고 싶은데, 어떠세요?”
“예? 삼겹살이요? 너무 좋죠!”
“신재욱 선수도 괜찮으세요?”
월장을 축하해주며 밥을 사겠다는 진 바그너의 말.
그 말을 들은 신재욱은 단 1초도 고민하지 않았다.
삼겹살이 얼마나 맛있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저야 감사하죠.”
* * *
삼겹살을 파는 한국 스타일 식당 내부.
그곳에서 식사하던 신재욱은 젓가락을 멈추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워!”
진 바그너와 이택현의 엄청난 먹성 때문이었다.
한 시간 전, 이들은 U15 선수들이 머무는 숙소로 짐을 옮긴 뒤 진 바그너가 단골이라는 식당을 찾아왔다.
그리고.
진 바그너와 이택현은 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삼겹살을 먹는 중이었다.
‘나도 잘 먹으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실제로도 잘 먹는 편이지만…… 이 사람들은 먹는 것으로 절대 이길 수 없겠어.’
신재욱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두 남자를 바라봤다.
둘은 삼겹살을 ‘흡입’하고 있었다.
식사를 뛰어넘은, 흡입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행위.
그중에서도 압도적인 식사량을 보여주고 있는 사람은 진 바그너였다.
그의 신체 스펙은 191cm에 112kg로 유럽에서도 거대한 체구였는데, 그 덩치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대충 계산해도 진 혼자 10인분은 먹은 것 같은데……? 저 정도면 그냥 푸드파이트 대회에 출전해도 되겠어.’
1인분에 200g.
10인분이면 2kg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절대 못 먹는 양이었다.
그런데 진 바그너는 10인분을 먹은 지금도 쉬지 않고 고기를 먹는 중이었다.
한 손으로는 고기를 굽고, 다른 한 손으로는 고기를 집어 입에 넣는 진 바그너의 모습은 신기한 걸 넘어서 경이로웠다.
그때, 이택현이 거친 숨을 내쉬며 젓가락을 내려놨다.
“어우…… 배 터지겠다! 진, 엄청 잘 드시네요? 저도 엄청 잘 먹는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는데 진한테는 게임이 안 되네요.”
“하하! 보시다시피 제가 근육이 커서요. 이 몸을 유지하려면 많이 먹어줘야 합니다. 사실 이 말은 핑계고, 어릴 때부터 마음먹고 먹으면 배불렀던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배불렀던 적이 거의 없다고요? 우와…… 다른 사람의 말이라면 안 믿었겠지만, 진 바그너가 지금 드시는 걸 보니까 믿을 수밖에 없네요. 근데 어떻게 그리 많이 드실 수 있는 거예요? 아무리 근육이 많다고 해도 지금 진 바그너가 드시는 양은…… 너무 많은데요?”
“그래서 저도 이런 제가 신기해서 병원에 가본 적이 있어요. 그때 의사가 그러더군요. 위의 크기는 평범한 사람보다 조금 더 큰 편에 불과하지만, 소화되는 속도가 평범한 사람보다 훨씬 빠르다고요. 그래서 저는 배가 부르기도 전에 소화가 먼저 되어버리는 거죠.”
진 바그너의 말을 앞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신재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이해가 되네.’
신재욱이 환생하기 전, 영국과 독일에는 창의적이거나 재밌는 동영상을 올리며 유명해진 사람들이 많았다.
그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장르 중 하나는 먹방이었다.
맛있게 먹으면서도 아주 많은 양을 먹는 사람들이 주를 이뤘는데, 그들은 보통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식사량을 보여주곤 했다.
당연히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어떻게 그리 많이 먹을 수 있는지를.
그리고.
후에 그들이 밝힌 비밀은 진 바그너가 말한 것과 같았다.
‘그 사람들도 그랬었지. 자기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소화가 빠르다고.’
신재욱은 지금, 여전히 삼겹살을 흡입 중인 진 바그너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먹방이 유행하는 10년 뒤쯤엔 진 바그너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수도 있겠다고.
그리고.
이처럼 신재욱 일행이 삼겹살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한국의 축구팬들은 미친 듯이 열광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축구천재 FC 출신 신재욱과 이택현, 바이에른 뮌헨 U15로 또 월장! 이제 2살 위 형들과 경쟁해.」
신재욱과 이택현이 또다시 월장을 했다는 소식이 이번에는 매우 빠르게 한국에 퍼졌으니까.
└미친!!!!!!!!!! 또 월장했다고???? 그럼 두 살 많은 형들이랑 뛴다는 거잖아? 얘네 뭐야? 진짜 얼마나 천재였다는 거야?
└위에 축구천재 FC 안 봤냐? 신재욱이랑 이택현은 그냥 다른 수준의 재능이었음. 다른 또래 애들이랑 비교하기도 미안할 정도로 넘사벽이었음.
└근데 U14에 간 지 두 달밖에 안 되지 않았냐?;;;;;; 벌써 U15로 월장을 한다고?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좀 신기하네. 총 다섯 달 만에 2번이나 월장한 거잖아?
└대단해ㅋㅋㅋ 오버하는 거 안 좋아하는 성격이지만, 솔직히 신재욱이랑 이택현은 우리나라에서 나온 역대급 재능인 듯.
└역대급 재능 ㅇㅈ!!! 두 살 위 형들이랑 뛸 정도 재능이면 기대 좀 해도 되잖아? 진심 이러다가 한 8년 뒤엔 바이에른 뮌헨 1군에서 볼 것 같다고!!!!
└개쩌는 게 뭔지 알아? 신재욱이랑 이택현 얘네 8년 뒤에도 23살임ㅋㅋㅋㅋㅋ 심지어 유럽 나이로는 8년 뒤에도 21살이야ㅋㅋㅋㅋㅋ
└너무 어리네ㄷㄷㄷ 얘넨 이렇게 어린 나이에 독일에서 월장을 두 번이나 하는데, 난 뭐 하는 거지……? 하…… 인생.
└천재랑 네 인생을 비교하지 마. 그냥 우리나라 최고의 천재들이 성장하는 걸 지켜볼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하자.
└위에 선비는 뭐냐?ㅋㅋㅋㅋ 근데 뭔가 대견하긴 해. 몰랐던 애들이면 모를까, 축구천재 FC에서 매번 보던 애들이잖아ㅋㅋㅋㅋㅋ
└하!!!!! 진심 진짜 리얼 너무 대박이잖아ㅠㅠㅠㅠㅠ 어린 애들이 타지에 가서 힘들 텐데, 이렇게 2번이나 월장을 하다니ㅠㅠㅠㅜㅜ
이처럼 신재욱과 이택현이 2살 위의 형들과 경쟁하게 됐다는 사실은 한국 축구팬들을 흥분시켰고, 큰 기대감을 심어줬다.
그러나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근데 U15에서도 잘할 수 있을까? 축구 실력은 몰라도 피지컬에서는 많이 밀릴 것 같은데……?
└일단 이택현은 피지컬에서 안 밀릴 것 같아. 얜 이미 한국에 있을 때 고등학생들한테도 몸싸움에서 안 밀렸었거든. 근데 신재욱은 좀 힘들 듯. 얘 스타일상 웨이트 트레이닝 엄청 하면서 노력하고 있긴 할 텐데, 그래도 근육이라는 게 갑자기 커지는 게 아니니까. 또 나이가 어려서 무리하게 훈련하지도 못할 거고.
└근데 신재욱 키 몇임? 170은 되나?
└최근 훈련 사진 보면 170cm는 조금 넘어 보이더라. 근데 여전히 작긴 해. 주변에 유럽 애들은 확실히 크더라.
└근데 다들 신재욱 피지컬만 얘기하는데, 얘 스피드가 제일 문제임. 몸이 너무 둔해. 축구 지능이 좋아서 움직임이랑 위치선정으로 커버치긴 하는데, 상위레벨로 갈수록 한계가 드러날 수 있다고 봄.
└그러네. 신재욱 속도 엄청 느리긴 하지. 하긴 냉정하게 보면 이대로 성장하면 경쟁력이 떨어지긴 하겠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자니 피지컬이 약하고, 체력도 좋은 편이 아니고……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자니 슈팅도 약하고, 패스 능력도 그렇게 뛰어나지 않고…… 흠…….
└신재욱 슈팅은 진짜 아쉽더라. 축구천재 FC 때도 본인도 슈팅 약한 거 아는지 중거리 슈팅 타이밍에 안 때리고, 전진 드리블할 때가 많더라.
└신재욱한테는 너무 기대하면 안 될 듯. 그냥 어릴 때 잘하다가 성인 되면 경쟁력 떨어지는 그저 그런 선수 될 듯.
이처럼 여전히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많았다.
특히 신재욱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대부분 피지컬이 약하고, 스피드가 느리고, 패스와 슈팅이 부족하다는 의견이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신재욱도 부족함을 느끼고 있는 부분이니까.
그러나 이들은 알지 못했다.
신재욱이 엄청난 노력을 하며 축구천재 FC 때보다 많이 성장했다는 것과.
좋아지는 게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스피드까지 발전시키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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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축구팬들이 신재욱과 이택현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며 기대감과 우려를 드러냈지만.
당사자들은 그런 팬들을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다.
현생을 사느라 바빴으니까.
“하하하! 드디어 오셨구만! 어서 들어오게!”
데이브 감독은 호탕하게 웃으며 사무실에 들어온 신재욱 일행을 반겼다.
그는 바이에른 뮌헨 U15의 감독이자, 바이에른 뮌헨이 신재욱과 이택현을 영입하는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답게 신재욱과 이택현의 U15로의 월장 소식에 크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늘은 기분이 아주 좋은 날이야! 난 자네들이 U15로 올 줄 알았다네! 다만 이렇게나 빠르게 올 줄은 몰랐어! 특히 신재욱 자네, U13과 U14의 선수들을 짧은 시간에 완전히 장악해버렸다지?”
“장악까지는 모르겠고, 그냥 텃세를 부릴 때마다 다신 그러지 못하게 실력으로 찍어 눌러줬을 뿐이죠.”
“으하하핫! 얼마나 대단했으면 자네의 소식이 내 귀에까지 들려오더군.”
“별거 아닙니다.”
그때였다.
데이브 감독이 짓궂게 웃었다.
그는 순간 덤덤하게 대답하는 신재욱을 놀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질문했다.
“별거 아니었다고? 그럼 자네는 U15에서도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전에 소속됐던 U13과 U14와는 수준이 다른 U15에서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잘할 수 있냐는 뜻이 담긴 도발적인 질문.
그 질문을 들은 신재욱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동시에 데이브 감독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자리를 잡는 건 전혀 걱정하고 있지 않아요. 그냥 다른 감독님들과도 그랬듯, 데이브 감독님과도 금방 헤어지게 될 것 같아서 아쉬울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