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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빨로 축구천재-57화 (57/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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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바이에른 뮌헨의 U13은 만 13세 이하로 이루어진 팀이다.

이 팀의 선수들은 모두 자부심을 지니고 있었다.

자신들이 또래 중 최고의 재능을 지녔다는 자부심이었다.

최고의 재능을 지녔기 때문에 바이에른 뮌헨에 왔다고 믿었다.

완전히 틀린 생각은 아니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유소년 선수를 영입할 때, 뛰어난 축구선수가 될 가능성이 보이는 사람들만 영입하니까.

영입되는 선수들의 대부분은 천재라는 말을 들어봤던 사람들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바이에른 뮌헨 U13의 선수들은 충격에 빠졌다.

한국에서 온 신입생 2명에게 4골이나 허용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아…… 쟤네, 뭐냐? 왜 저렇게 잘해?”

“처음엔 허약해 보이는 놈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덩치 좋은 애도 실력이 엄청나네…….”

“하……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 바이에른 뮌헨에서 몇 년을 훈련받은 우리가 오늘 들어온 애들한테 털린다고……?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미친…… 쟤네 정체가 뭐야?”

“처음엔 운인 줄 알았는데, 풀타임 뛰어보니까 인정할 수밖에 없겠어. 솔직히…… 너무 잘하잖아?”

“코치님한테 들었는데 쟤들 명문팀에서 훈련받은 것도 아니라던데? 그냥 한국에서 축구 하던 애들의 실력이 저럴 수가 있는 건가?”

“뭐? 명문팀 출신이 아니라고? 말도 안 돼!”

다만, 이제는 신입생들의 활약이 운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둘이 합쳐 4골을 넣은 신입생들의 실력이 압도적이라는 것은 바보가 아닌 이상 알 수 있는 사실이었으니까.

“으하하하! 재욱아! 침착모드 이택현 님의 플레이를 봤냐니까? 쟤네 쪽도 못 쓰는 거 봤지?”

골을 넣었다는 것에 과할 정도로 기뻐하는 이택현의 모습도.

바이에른 뮌헨 U13 선수들의 눈엔 전혀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

자연스레 훈련장의 모든 시선은 신재욱과 이택현에게로 집중됐다. 어쩌면 불편할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신재욱은 그런 시선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그저 평소와 같은 얼굴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 또 올랐네.”

허공엔 그에게만 보이는 반투명한 메시지가 둥둥 떠 있었다.

[민첩이 1 올랐습니다!]

[탈압박이 1 올랐습니다!]

만족스러운 성장 속도였다.

이제 민첩 능력치와 탈압박 능력치는 각각 64와 63이 되었다.

“그래도 꽤 잘 오른단 말이지?”

신재욱은 싱긋 웃으며, 여전히 기뻐하고 있는 이택현을 바라봤다.

바이에른 뮌헨의 유망주들을 상대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고, 골까지 기록했다는 사실이 어지간히 기쁜 모양이었다.

“쟨 나중에 실전에서 강팀을 상대로 골 넣으면 얼마나 좋아할지 상상도 안 되네.”

훈련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 어느새 신재욱에겐 시선을 주지 않고, 이택현을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단발에 가까울 정도로 기른 노란 머리를 휘날리는 이택현의 비주얼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좋았으니까.

그때였다.

“재욱아! 왜 대답이 없어? 또 멍 때리고 있는 거야?”

경기장을 뛰어다니던 이택현이 어느새 싱글벙글 웃으며 다가왔다.

“어, 잠깐 생각 좀 하느라.”

“넌 항상 멍 때리는 타이밍이 있더라? 근데 내가 며칠 전에 TV 봤는데, 천재들은 멍을 많이 때린다더라고? 그거 보고 딱 너 생각이 나더라. 잠깐, 나도 천잰데 왜 나는 멍을 안 때리지?”

“너도 멍 많이 때리던데?”

“응? 내가? 언제?”

“수업 시간에.”

“뭐? 갑자기 수업 시간 얘기가 왜 나와?”

“물어봐서 대답해준 것뿐이야.”

“아오! 이건 됐고, 방금 슈팅 좋았다. 네 슈팅 덕에 흘러나온 거 주워 먹을 수 있었어.”

“네가 잘한 거지. 위치선정도 좋았고, 마무리 슈팅도 깔끔했어.”

“으흐흐! 네 칭찬은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니까? 그나저나 신재욱, 네 슈팅 타이밍은 진짜 볼 때마다 미친 것 같아. 그런 타이밍을 대체 어떻게 보는 거야?”

“연습하다 보면 돼.”

“흠…… 그치? 연습하다 보면 나도 너처럼 기가 막힌 슈팅 타이밍을 볼 수 있게 되겠지?”

“연습하고, 경험도 쌓이면 분명히 될 거야.”

“오케이! 오늘부터 더 힘내서 훈련한다! 으흐흐! 무섭다, 무서워! 이 이택현 님이 신재욱의 슈팅 타이밍까지 얻게 된다면 얼마나 괴물이 될까? 어우! 상대 팀한텐 공포영화가 따로 없겠어!”

“…….”

신재욱은 말없이 몸을 돌렸다.

여기서 더 상대를 해주다간 머리가 아파질 것 같았으니까.

* * *

이어진 경기는 레드팀이 계속해서 압도했다.

신재욱과 이택현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압도적인 활약을 펼쳤고, 블루팀은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삐이익!

경기가 종료된 지금.

블루팀 선수들은 훈련장에 깔린 잔디 위에 드러누웠다. 특히 경기 내내 신재욱과 이택현을 막아야 했던 수비수들은 거칠게 호흡을 뱉어내고 있었다.

“흐어…! 한국에서 온 애들, 그냥 미친 것 같은데?”

“허억…… 헉! 난 내가 천재인 줄 알았는데, 진짜 천재는 쟤들이었어.”

“후우…… 후…… 젠장! 쟤넨 100% 월반이야. 아예 수준이 다르잖아!”

“……큰일 났다. 너무 완벽하게 당해버려서 아쉬운 감정도 안 들어.”

블루팀에서 수비를 맡은 이 선수들은 한참 동안 거친 호흡을 뱉어낸 뒤, 이윽고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큭큭…… 우리가 또래 선수한테 이렇게까지 털린 적이 있었나?”

“없지. 오늘이 처음이야. 하! 8 대 0이라니…… 말이 되냐?”

“형편없이 뚫린 우리도 문제지만, 우리 공격수랑 미드필더들도 저 한국인 2명의 역습이 무서워서 제대로 된 공격도 못 했어.”

“그거야 우리가 수비를 든든하게 잘했으면 달라졌을 일이고. 그냥 저 한국인들이 잘했어.”

8 대 0.

비교적 왜소한 몸을 지닌 검은 머리의 한국인과 탄탄한 체격을 지닌 노란색 단발머리의 한국인.

이 두 선수가 만들어낸 스코어였다.

검은 머리의 신재욱이 6골.

그리고 노란 머리의 이택현이 2골을 넣었다.

이런 결과가 나오자, 훈련장의 분위기는 또 한 번 바뀌었다.

어린 선수들 모두 신재욱과 이택현을 힐끔힐끔 훔쳐보고 있었다.

제대로 관심도 보이지 않았었던 경기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반응이었다.

“재욱아, 쟤네가 우리 쳐다보는 거 보이지?”

“어. 보이네.”

“눈빛이 완전 순한 양으로 변했는데? 텃세를 부릴 때랑은 다른 사람들이 된 것 같네. 저기, 쟤는 아까부터 너를 거의 사랑스럽다는 눈으로 쳐다보는데? 사람이 저렇게 갑자기 바뀌어도 되는 건가?”

“원래 유럽에선 축구 잘하면 인정받아.”

“그런가? 쟤들 인정이 되게 빠르네. 근데 넌 왜 유럽에서 뛰어봤던 것처럼 말해? 너도 처음이잖아.”

“……인터넷에서 봤어.”

“너무 확신하면서 말하길래 경험담인 줄 알았지.”

“…움직이자. 감독님이 선수들 모이란다.”

신재욱이 헛기침을 하며 화제를 돌렸다.

다만 없는 말을 한 건 아니었다.

실제로 저 멀리서 벤 감독이 선수들을 부르고 있었다.

잠시 후, 선수들을 불러 모은 벤 감독은 특별한 말을 하진 않았다.

“다들 수고 많았다. 숙소에 가서 깨끗하게 샤워하고 식당에서 만나자.”

그냥 평소에 할 법한 말을 하며, 훈련이 끝났음을 알렸다.

진 바그너의 통역으로 벤 감독이 말한 내용을 알게 된 이택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진, 감독님이 재욱이랑 제 활약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 없었어요?”

“음……그런 말은 따로 안 하셨어요.”

“엥? 뭐지? 오늘 우리 완전 쩔었잖아요? 진도 다 봤죠?”

“그럼요! 오늘 이택현 선수와 신재욱 선수의 활약 전부 잘 봤어요. 정말 대단했어요! 애초에 두 분 모두 U13에 있을 레벨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긴 했는데, 그래도 놀랍더라고요.”

“그쵸? 근데 그럼 칭찬 한마디라도 해줄 만하지 않나요?”

이택현이 입을 삐죽거리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자 진 바그너가 옅은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제 생각엔 벤 감독님이 두 분을 배려한 것 같아요. 텃세를 받는 상황에서 신입생인 두 분을 콕 집어서 칭찬한다? 그러면 어린 선수들이 느끼는 질투심은 제법 크지 않을까요? 벤 감독님은 질투심으로 인한 텃세가 생기는 걸 막으려고 일부러 두 분을 칭찬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가요? 진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말을 하는 이택현의 표정은 조금 전과는 다르게 많이 풀려있었다.

그런데 이때, 그의 눈엔 보였다.

혼자 허공을 보며 실실 웃고 있는 신재욱의 모습이.

“근데 재욱아, 넌 아까부터 뭐가 그렇게 좋아서 혼자 웃고 있는 거야?”

“어, 그냥 웃긴 생각이 나서.”

“…가끔 되게 싱거울 때가 있다니까?”

“고맙다.”

대충 대답한 신재욱은 다시 시선을 돌려 허공을 바라봤다.

‘어떻게 안 웃을 수가 있겠어?’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신재욱이 기다렸던 메시지가 나왔으니까.

[특성이 성장합니다!]

[‘초급 패스 컨트롤(D)’이 ‘중급 패스 컨트롤(C)’로 성장합니다!]

바로 특성이 성장했다는 메시지였다.

그것도 항상 아쉬움을 가졌던 패스와 관련된 특성이었다.

“하하!”

신재욱은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이어서 성장한 특성의 정보를 확인했다.

[중급 패스 컨트롤]

[등급] C

[효과] 패스의 정확도가 더 높아집니다.

* * *

신재욱은 독일의 환경에 빠르게 적응했다.

사실 적응이랄 것도 없었다. 과거에 바이에른 뮌헨 성인팀에서 뛰었던 적이 있었기에, 독일에서의 생활은 익숙했으니까.

더구나 바이에른 뮌헨 U13에 적응하는 부분도 어렵지 않았다.

언어가 되고, 실력이 압도적이었으니까.

몇 번의 훈련 이후 오히려 기존에 있던 U13 선수들이 먼저 친근하게 다가왔다.

물론 전부 쉬웠던 건 아니었다.

30대의 나이로 살다가 환생한 신재욱이었기에, 만 13세의 어린 선수들과의 대화는 늘 쉽지 않았다.

지금도 그랬다.

“신, 내 말 좀 들어봐. 내가 어제 학교에서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고백했는데, 걔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내가 지 스타일이 아니래! 허! 어이가 없어서 정말! 그래서 내가…….”

“재욱! 궁금한 게 있는데, 들어보고 네 생각을 말해줘. 내가 어제 여자친구랑 데이트하는데, 아이스크림 가게를 갔단 말이야. 근데 거기서 메뉴를 고르는데 난 쿠키앤크림이 먹고 싶었어. 근데 여자친구는 다른 걸…….”

“신! 나 좀 도와줘. 여자친구랑 싸웠는데 어떻게 풀어주는 게 좋을까? 난 얘가 없으면 안 되는데, 얜 벌써 헤어질 준비를 하는 것 같아. 가서 뭐라고 말하면서 빌어야 할까?”

어린 친구들답게 대부분의 대화 주제가 연애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이들은 신재욱이 어른스럽다고 느꼈는지, 각종 연애 상담을 해왔다.

하지만 U13의 어린 친구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이 자식들아…… 나도 모른다고!’

신재욱은 축구로는 천재였지만, 슬프게도 연애와 관련된 부분에선 전혀 재능이 없었다.

그래서…… 연애와 관련된 대화는 더욱 어렵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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