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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빨로 축구천재-54화 (5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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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데이브 감독과의 만남 이후.

신재욱은 이택현, 진 바그너와 함께 U13의 감독 사무실로 향했다.

가는 길에 진 바그너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너무 놀라진 마세요.”

데이브 감독이 해줬던 말과 같은 말이었다.

한국어로 한 말이었기에 이택현도 알아듣곤 곧바로 되물었다.

“엥? 진! 뭘 놀라지 말란 거예요?”

“하하! 미리 말하는 건 반칙이죠.”

“아 그냥 말해주세요. 궁금해 죽을 것 같아요!”

“하하하!”

“아니, 진! 저 이런 거 진짜 궁금해서 미친단 말이에요!”

이택현이 계속해서 졸랐지만, 진 바그너는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평소에 말이 많은 것치곤 입이 무겁네.’

신재욱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진 바그너가 말하지 않고 버티는 게 의외였다. 말하는 걸 워낙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이택현은 조금 놀랄 수도 있겠네.’

놀라지 말라던 데이브 감독의 조언을 들었을 때, 신재욱의 머릿속엔 한 가지 기억이 스쳤다.

바이에른 뮌헨에 입단했을 때 일어난 일이었다.

당시의 감독은 화가 잔뜩 난 것처럼 행동했다. 또한, 신재욱을 차갑게 대했다.

그는 바이에른 뮌헨의 다른 선수들에게도 불같이 화를 냈다. 그야말로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신재욱은 그런 감독이 무섭진 않았지만, 불편함은 느꼈다.

그런데 화를 내던 감독이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로는 바이에른 뮌헨의 응원가였다.

감독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다른 동료들도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윽고 바이에른 뮌헨의 감독과 코치, 선수들 모두 같은 노래를 불렀다.

당시의 신재욱은 어리둥절했다.

침착한 성격을 지녔던 그였지만, 놀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노래를 마친 사람들은 언제 화를 내고 좋지 않은 분위기를 만들었냐는 듯, 신재욱을 반갑게 맞이해줬다.

모든 게 신고식이었다고도 말해줬다.

때문에, 지금의 신재욱은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었던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재밌는 추억이지. 근데 유소년팀에서도 그런 신고식을 한다는 생각은 못 했는데, 데이브 감독과 진 바그너의 반응을 보니까 신고식을 하나 보네.’

신재욱은 씨익 웃었다.

조금 뒤에 놀랄 표정을 할 이택현의 모습을 기대하며.

* * *

“저 사람 뭐야? 기분 안 좋은가 봐. 진! 저 사람이 우리 감독님이에요?”

이택현이 설명을 원한다는 표정으로 진 바그너를 바라봤다.

그러나 진 바그너는 짧은 대답만 내놓았다.

“예, 저분이 U13의 감독님입니다.”

“근데 왜 저렇게 화가 나 있대요?”

“그건 저도 모르죠.”

U13의 감독은 한참 뒤에야 자신을 벤이라고 소개했다.

다만, 말투는 퉁명스러웠다. 신재욱과 이택현을 바라보는 시선도 차가웠다.

그는 별다른 질문 없이 신재욱 일행을 훈련장으로 이끌었다.

‘……참자.’

신재욱은 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웃음이 터질 것 같았으니까.

‘흡……쟤네 표정이 너무 어색하잖아.’

훈련장에 도착하자마자 본 것은 바이에른 뮌헨의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었다.

U13답게 만 13세 이하로 구성된 유소년들.

문제는 그 어린 친구들이 다들 어색하게 각을 잡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는 것.

‘차라리 엎드려뻗쳐라도 하고 있던가.’

너무나도 어색해서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갑작스레 터진 벤 감독의 호통까지 기가 막힌 콤보였다.

“다들 이따위로 할 거면 그냥 짐 싸서 집으로 꺼져!”

한곳에 모여서 고개를 푹 숙인 선수들과 호통을 쳐대는 감독.

어린 선수라면 겁을 집어먹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이택현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뭐, 뭐야…? 재욱아…저 사람,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이따위로 할 거면 짐 싸서 집으로 가라는데?”

“헉! 왜 그러지? 뭔 일이길래 저러는 걸까? 그나저나 너무 살벌한 거 아니야? 이런 팀에선 조금만 실수하면 욕 엄청 먹고 쫓겨날 거 같아.”

이택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나 벤 감독의 귀에 들어갈까 작게 내쉰 한숨이었다.

그때였다.

“……전 세계 사람들이 아는 뮌헨의 축구팀은 어디인가요~?”

벤 감독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남부의 별’이라는 바이에른 뮌헨의 매우 유명한 응원가였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길지 않은 시간을 보냈던 신재욱도, 남부의 별은 지금도 외우고 있었다.

이어서 유소년 선수들이 ‘남부의 별’을 부르기 시작했다.

……이 나라 최고 기록을 가진 클럽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바이에른 뮌헨을 찬양하고 응원하는 내용의 가사가 흘러나왔다.

눈치를 채고 있었던 신재욱은 옅은 미소와 함께 모든 장면을 지켜봤지만.

이택현의 반응은 달랐다.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가며 어쩔 줄 몰라 했다. 독일어를 할 줄 알거나, 바이에른 뮌헨의 응원가를 알고 있었다면 이 모든 게 신고식이라는 걸 눈치챘겠지만.

모든 걸 모르는 이택현은 여전히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뭐야아? 재욱아! 이게 뭔 상황일까……?”

“뭔 상황이긴, 우릴 환영해주는 거지.”

이택현의 반응이 재밌어서 더 놔둘까도 생각했지만, 신재욱은 그만 지켜보기로 했다.

더 지켜보기엔 시간이 아까웠으니까.

‘이럴 시간에 훈련해서 능력치 올리는 게 낫지.’

신고식이 끝났다.

벤 감독과 U13 선수들은 언제 분위기를 잡았냐는 듯, 웃고 떠들기 시작했고.

이택현은 언어가 통하지 않는 문제 때문에 아직은 무리에 녹아들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택현은 독일어와 한국어를 모두 잘하는 진 바그너의 통역 덕분에 바이에른 뮌헨 U13 선수들과 빠르게 가까워졌다.

반면 신재욱은 U13 선수들에게 굳이 다가가지 않았다.

저들의 스타일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 웃고 떠드는 건 아무 의미 없어. 어차피 훈련 들어가면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텃세를 부릴 게 뻔하지.’

훈련 전엔 즐겁게 대화를 나누지만, 훈련이 시작되면 새로 입단한 선수를 철저히 견제한다. 패스를 안 주는 건 기본이고, 비아냥대거나 괜히 화를 내곤 한다.

만약 독일어를 못한다면 그 정도가 훨씬 심해진다.

독일만이 아니라 유럽에선 대부분 일어나는 일이었다.

삐이익!

훈련이 시작됐다.

아직은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신재욱은 이택현과 함께 바이에른 뮌헨 U13의 훈련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패스를 주고받고, 드리블을 하고, 슈팅을 때리는 훈련을 진행했다.

한국에서도 해왔던 기본적인 훈련이었다.

다만 디테일은 달랐다.

바이에른 뮌헨 U13의 훈련은 대한중학교에서 했던 것보다 더욱 세부적으로 들어갔다. 약간의 좋지 않은 동작이 보이면 주변에 있는 벤 감독이나 코치가 곧바로 알려줬다.

여기서 신재욱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훈련의 수준이 되게 높은데? 방식도 성인팀과 크게 다른 게 없어.’

지금은 2009년이었다.

환생 전의 신재욱이 현역으로 활동하던 시기보다 한참이나 과거였다.

당연히 훈련의 수준도 크게 떨어질 거라고 예상했었다.

과거에 바이에른 뮌헨 성인팀에서 했던 훈련과는 전혀 다를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런데 막상 U13의 훈련에 참여해보니 알게 됐다.

자신의 예상이 틀렸다는 것을.

‘전통 있는 팀은 다르다는 건가?’

물론 완전히 비슷한 수준의 훈련방식이라고 말하긴 어려웠다.

신재욱의 눈엔 훈련의 곳곳에서 아쉬운 부분들이 발견되곤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바이에른 뮌헨 U13의 훈련은 훌륭했다.

‘알아서 거를 건 잘 거르고, 추가할 건 추가하면서 훈련하자.’

때문에, 신재욱은 기분 좋게 훈련에 참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좋은 기분이 오래 유지되진 않았다.

“다음 훈련은 11 대 11 경기다. 모두 실전이라고 생각하면서 뛰도록 해.”

연습 경기가 시작됐기 때문이었다.

* * *

‘예상대로야.’

신재욱이 쓰게 웃었다.

바이에른 뮌헨 U13의 유치한 텃세가 이어지고 있었다.

분명 11 대 11이었지만, 신재욱과 이택현이 속한 팀원들은 9명이 뛰는 것처럼 행동했다.

나머지 9명은 신재욱과 이택현을 철저히 따돌렸다.

심지어 이택현은 잔디 위를 바쁘게 뛰어다니며 패스를 요구했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었다.

“아오! 패스 좀 하라고! 야! 너희 내 말 안 들려? 패스! 패스하라고!”

신재욱은 그런 이택현을 불렀다.

진정시키기 위함이었다.

“이택현! 지금은 아무리 패스를 요구해봤자 소용없어. 너도 눈치챘잖아? 쟤들 일부러 안 주는 거야.”

“아니, 저 미친놈들 대체 왜 저러는 거야? 저러면 지들만 불리해지잖아? 11명을 상대로 9명이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까 침착해.”

“재욱아, 이럴 땐 어떻게 하지? 패스가 진짜 하나도 안 오는데?”

“어쩌겠냐, 패스를 안 해주면 우리가 직접 뺏어야지.”

“그 방법밖엔 없겠네. 아오! 다 뒤졌다!”

이택현이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달리기 시작했다. 이어서 공을 잡은 선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직접 공을 뺏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그 순간 신재욱은 웃음을 터트렸다.

“푸흡!”

경기중엔 웃지 않는 편이었지만, 지금만큼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쟨 진짜 또라이라니까?”

이택현이 같은 팀 선수를 향해 슬라이딩 태클을 해버렸으니까.

심지어 태클이 완벽하게 들어갔으니까.

“재욱아! 내가 이 새끼 공 뺏었다!”

환하게 웃으며 공을 뺏어낸 걸 자랑하는 이택현의 모습에선 광기가 느껴졌다.

“이런 미친놈이 왜 나한테 태클을 하고 난리야!”

태클에 당한 팀 동료가 독일어로 욕까지 섞어가며 불같이 화를 냈지만.

이택현은 전혀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뭐래, 저 븅신이?”

그때였다.

신재욱이 크게 소리쳤다.

“이택현! 패스!”

“뭐?”

“패스하라고! 패스하고 뛰어!”

“어… 어!”

잠시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이긴 했지만, 이택현은 금방 눈치를 채곤 신재욱에게 공을 넘겼다.

그와 동시에 왼쪽 측면으로 매우 빠른 속도로 뛰기 시작했다.

타고나길 양발을 모두 잘 사용하는 이택현이었다. 게다가 신재욱과의 훈련을 통해서 양발 능력을 더욱 발전시켰다.

양발 크로스를 모두 준수하게 뿌릴 수 있게 됐고, 양발 슈팅의 파워와 정확도도 많이 높아졌다.

또한, 드리블과 볼 터치 부분에서도 크게 발전했다.

‘이택현은 지금 자신의 수준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모를 거야.’

신재욱은 달리는 이택현의 앞쪽으로 전진 패스를 뿌리며 움직였다. 이택현이 공을 받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더구나 이택현이 공을 뺏길 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바이에른 뮌헨 U15라면 모를까, U13의 수비수들한테는 어지간해선 뺏길 실력이 아니었다.

그래서 신재욱은 더 확실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타앗!

신재욱은 페널티박스 근처까지 달려왔다.

상대의 압박은 강하지 않았다.

이런 경우는 보통 두 가지가 이유가 있다.

방심하고 있거나, 이택현과 신재욱의 실력을 얕잡아보고 있거나.

‘둘 중 뭐든지 간에, 오히려 좋아.’

신재욱은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그런 상태로 이택현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그러면서 상대 수비수들의 위치와 심리도 파악했다.

타앗!

신재욱은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계속해서 움직이며 상대 수비수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마치 모기처럼 신경을 거슬리게 만드는 오프더볼 움직임.

무시하자니 신경 쓰이고, 막자니 애매한 움직임. 신재욱은 그런 움직임을 펼치고 있었다.

자연스레 이택현에게 가해지는 압박은 줄어들었다. 오로지 풀백 한 명만 이택현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 순간.

“겨우 너 혼자서 날 막게?”

이택현이 코웃음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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