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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빨로 축구천재-52화 (5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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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독일로 향하기 전.

신재욱은 축구천재 FC에서의 마지막 촬영을 했다.

축구천재 FC 제작진 측은 신재욱과 이택현의 바이에른 뮌헨행을 축하해줬다.

“재욱아, 택현아! 독일로 가서 꼭 성공해! 지금까지 고마웠어. 너희 덕에 프로그램이 더 잘됐어.”

“그동안 수고 많았어. 독일에서 열심히 해서 꼭 바이에른 뮌헨 1군 선수로 데뷔해야 한다?”

“너희 둘이라면 꼭 성공할 거야! 재욱아, 네가 택현이 덜렁댈 때마다 좀 잘 챙겨줘.”

“앞으로 못 보게 돼서 아쉽네……한 번씩 시간 되면 촬영장 놀러 올 거지? 그리고 나중에 유명해지면 형한테 꼭 싸인해 주는 거다?”

진심인지, 아니면 방송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제작진 측은 신재욱의 발목을 잡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축하만 해주며 보내줬다.

그리고.

이처럼 신재욱과 이택현이 길었던 비자 문제를 해결하고 드디어 바이에른 뮌헨 이적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축구천재 FC의 에이스 신재욱과 천재 스트라이커 이택현, 둘 다 바이에른 뮌헨행 유력!」

「비자 문제 해결했다! 신재욱과 이택현, 바이에른 뮌헨의 유소년팀으로 향하나?」

「천재 중의 천재 신재욱, 독일에서 잘 클 수 있을까?」

* * *

독일의 뮌헨 국제공항.

그곳에 도착한 신재욱은 한 남자를 바라봤다.

남자는 동양인이었는데 190cm가 넘는 키에 근육질의 덩치를 지니고 있었다. 머리는 반짝일 정도로 깨끗한 민머리였고.

한눈에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비주얼이었다.

어두운 과거가 있을 것만 같은 모습이었지만, 사실 그의 정체는 신재욱과 이택현의 일 처리를 도와줄 에이전트였다.

‘같이 다니면 보디가드로 착각할 정도라더니…… 거짓말이었어. 보디가드가 아니라 갱인 줄 알겠는데?’

위압감 넘치는 비주얼을 한 에이전트의 이름은 ‘진’.

정확히는 진 바그너.

성이 바그너이고, 진이 이름이었다.

한국인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혼혈이었고, 어머니 덕에 한국어를 잘 구사하는 편이었다.

더불어 겉모습과는 전혀 다른 얇은 목소리와 친절한 성격까지 지녔다.

다만 말이 많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데이브 아저씨가 두 분을 되게 좋게 봤나 봐요. 그렇게까지 챙겨주라고 말할 분이 아닌데, 신재욱 선수와 이택현 선수를 잘 챙겨주라고 아주 여러 번이나 강조하더라고요.”

“제가 이 말을 한 적이 있었나요? 혹시 모르니까 다시 말하면 저는 어릴 때부터 데이브 아저씨……아니지, 이젠 비즈니스로도 엮여있으니까 데이브 감독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하여튼 데이브 감독님과 같은 동네에 살았어요. 그리고 데이브 감독님은 저희 아버지의 오랜 친구시죠.”

“전 이렇게 신재욱 선수와 이택현 선수를 만난 건 정말 인연이라고 생각해요. 아! 그리고 저도 축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두 분의 영상을 봤거든요? 그런데 깜짝 놀랐지 뭐예요? 두 분 모두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천재적인 재능을 지니셨더라고요. 하긴, 그러니까 데이브 아저씨가 원했던 거겠죠. 그 아저씨 그래도 바이에른 뮌헨 유소년팀에서 오래 눌러앉은 게 다 실력을 인정받고 있어서 그런 거거든요.”

이택현은 이미 귀를 닫고 공항을 구경하고 있었고.

신재욱은 그의 옆에 서서 쉬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들을 경청하고 있었다.

‘말이 상당히 많네. 근데 진 이 사람이라면 말이 좀 많더라도 함께 일할 만하지.’

데이브 감독과 진 바그너가 친한 사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진이 한국으로 신재욱과 이택현을 데리러 왔을 때 얘기해줬었으니까.

실제로 진 바그너는 데이브 감독을 통해서 소개받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실력 없이 낙하산으로 연결된 인물은 아니었다.

신재욱은 환생 전부터 진 바그너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말이 많은 걸 빼면 에이전트로서 최고라고 했었지.’

과거에 함께 했던 동료 중 하나가 진 바그너를 에이전트로 두고 있었으니까.

과거의 동료는 진 바그너를 항상 최고의 에이전트라고 말하곤 했었다.

일 처리와 성격 모두 최고라고 칭찬했었다.

‘실제로 진 바그너가 속한 회사가 독일 최고의 에이전트 조직 중 하나이기도 하고.’

능력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는 독일 최고의 에이전트사.

그곳에 속한 남자가 진 바그너였다.

굳이 과거의 동료가 한 말이 아니더라도, 능력은 검증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저희 어머니께서 한국인이셔서 그런지 몰라도 된장찌개를 자주 끓여주셨거든요? 저희 어머니가 만들어서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라 정말 맛있어요. 근데 어느 날 궁금증이 생겼어요. 한국에서 먹는 된장찌개는 어떤 맛일까? 라는 궁금증이었죠. 그래서 그다음 달에 3박 4일간 휴가를 내서 혼자 한국으로 날아갔었잖아요. 그때 열심히 검색해서 찾아간 된장찌개 맛집을 갔는데, 이게 웬걸? 된장찌개보다 그 식당에서 파는 삼겹살에 반해버렸지 뭐예요? 제가 또 삼겹살은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그때 먹었던 삼겹살 맛이 어땠냐면, 와 정말…….”

말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스윽!

신재욱이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었다.

머리가 아파졌다. 왠지 열도 나는 느낌이었다.

“진, 얘기는 너무 재밌어요. 근데 택현이나 저나 장시간 비행을 해서인지 너무 피곤하네요. 괜찮으면 얘기는 다음에 이어서 들을게요.”

“아! 미안해요. 제가 너무 떠들었죠? 오랜만에 한국 사람을 만나서 신났나 봐요. 오늘만큼은 설명할 게 있으면 최대한 간결하게 해드릴게요.”

다행이었다.

진 바그너는 눈치가 있는 사람이었다.

말하는 것을 심하게 좋아하지만, 상대의 반응을 보고 참을 줄도 아는 사람이었다.

그 사실에 신재욱은 크게 안도했다.

‘귀에 피나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그나마 다행이야.’

* * *

바이에른 뮌헨 캠퍼스.

신재욱은 진 바그너의 차에 탄 채로 그곳의 입구에 들어왔다.

진은 공항에서부터 이런저런 정보들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중이었다.

“이곳이 바이에른 캠퍼스에요. 바이에른 뮌헨의 유소년 선수들이 먹고, 자고, 성장하는 곳이죠. 여기 와본 적이 있다고 하셨죠?”

“예. 저번에 촬영 겸 바이에른 뮌헨 U15 팀이랑 경기하러 왔었어요.”

“제대로 둘러보시진 못했겠네요?”

“그래도 바이에른 뮌헨 측에서 안내를 잘 해주시긴 했는데 자세하게 보진 못했었죠. 아무래도 촬영 때문에 왔던 거였으니까요.”

“그러셨군요. 그러면 오늘은 데이브 아저씨한테 말하고 캠퍼스 구경부터……아, 오늘은 아무래도 안 되겠네요.”

그렇게 말하며, 진 바그너는 자동차 뒷좌석에서 코를 골며 자는 이택현을 바라봤다.

신재욱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대신 사과드릴게요. 저렇게 남의 차에서 잘 정도로 예의 없는 애는 아닌데…….”

“괜찮아요. 에이전트로서 선수가 푹 쉴 수 있다면 오히려 좋은걸요? 이택현 선수가 많이 피곤해 보이시니까 캠퍼스를 둘러보는 건 다음으로 미루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전 상관없어요. 그리고 어차피 앞으로 지겹게 볼 텐데요.”

“하하! 그건 맞죠. 두 분 모두 오늘부터 여기가 집이 될 테니까요.”

잠시 후, 신재욱은 이택현, 진 바그너와 함께 움직이며 계약까지 전부 마쳤다.

조건에 대한 건 이미 숙지하고 있었기에 일사천리로 해결됐다.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가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진 바그너가 웃으며 축하해줬고, 이택현은 실실 웃기 시작했다.

“흐흐흐! 재욱아! 내가 진짜 바이에른 뮌헨 소속이 된 거야? 나 이제 친구들한테 바이에른 뮌헨에서 뛴다고 말해도 되는 거야?”

“그래, 그래도 돼.”

“우오오오오! 바이에른 뮌헨이라니! 으흐흐! 우와…… 방금까지만 해도 실감이 안 났는데…….”

“실감이 안 나는 것 같더라. 실감이 나면 차에서 그렇게 꿀잠을 잘 순 없었겠지.”

“아! 왜 또 그 얘길 하고 그래? 지금 기분이 미치도록 좋으니까 제발 초 치지 좀 말아줄래?”

신재욱이 피식 웃으며 몸을 돌렸다.

그에겐 과거의 경험들이 있기에, 현재 이택현이 느끼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즐길 자격이 있는 친구였기 때문에 이젠 장난을 멈추기로 했다.

그때였다.

“그런데 신재욱 선수는 별로 안 기뻐하는 것 같네요?”

진 바그너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질문해왔고.

신재욱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생각해서요.”

비록 바이에른 뮌헨에서 유소년 생활을 한 적은 없지만, 환생 전 영국의 프로팀에서 유소년 생활을 했던 신재욱이었다.

그때의 과정들은 머릿속에 각인된 채 지워지지 않았다. 그만큼 치열했고 힘들었던 순간들이 많았다.

물론 그 사실을 모르는, 진 바그너는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어…… 신재욱 선수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선수들이 할법한 말을 하시네요……? 뭐지? 전부터 이상하긴 했는데, 신재욱 선수는 왜 이렇게 어른스럽죠? 아무리 생각해도 유럽 나이로 13살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걸요?”

“이 정도는 흔하지 않나요? 나이에 비해서 정신이 성숙한 유소년들 많잖아요.”

“전혀요. 성숙해봤자 나이에 비해서 조금 더 어른스러울 뿐이죠. 근데 신재욱 선수랑 대화하면 그냥 제 또래처럼 느껴져요. 참 이해할 수 없는 일이죠.”

신재욱이 멋쩍게 웃었다.

사실 진 바그너의 느낌은 틀리지 않았다.

그는 환생 전의 신재욱과 또래의 나이였으니까.

하지만 환생과 관련된 일만큼은 솔직하게 말해줄 생각이 없었다.

가능하다면 평생 비밀로 가져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전 13살이 맞아요. 생년월일도 다 확인해보셨잖아요.”

“그렇죠. 그냥 너무 놀라워서 한 말이었어요.”

“……칭찬으로 들을게요.”

“하하! 당연히 칭찬입니다. 저는 너무 기대돼요! 이렇게 정신적으로 성숙하고, 축구 재능도 천재적인 신재욱 선수가 얼마나 위대한 선수로 성장할지! 그 끝이 상상도 되질 않아요! 아! 이건 제가 얼마 전에 겪었던 일인데…….”

진 바그너가 잠시 허공을 바라보더니, 다시 신재욱을 보며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 신재욱은 식은땀을 흘렸다.

저 모습이 뜻하는 바를 알았으니까.

‘수다 시작한다! 막아야 해!’

신재욱은 재빨리 주제를 돌리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진 바그너의 수다 타임이 시작된다.

무조건 막아야만 했다.

한번 시작하면 끊기지 않고 최소 20분은 이어지는 수다를 듣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때였다.

신재욱이 나서기 직전, 한 남자의 목소리가 바이에른 캠퍼스에 쩌렁쩌렁 울렸다.

“다들 반갑네! 오랜만에 재회하는군!”

그 특유의 걸걸한 목소리의 주인은 신재욱의 기억에도 있는 남자였다.

‘데이브 감독!’

바로 바이에른 뮌헨 U15의 감독이자, 신재욱을 강하게 원했던 남자였으니까.

저벅! 저벅!

데이브 감독의 발걸음은 경쾌했다.

한껏 흥이 오른 모습을 한 그는 신재욱을 향해 곧장 다가왔다.

마침내 거리가 아주 가까워진 순간.

그는 신재욱을 와락 끌어안았다.

‘……이건 또 뭐야?’

신재욱은 반사적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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