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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특성이 나왔네?’
신재욱이 씨익 웃었다.
토를 하던 이택현의 등을 두드려주며, 눈으로는 메시지에 집중했다.
[특성이 생성됩니다!]
[‘강한 정신력’을 습득합니다!]
‘강한 정신력? 집중력이랑 관련된 특성은 있어도 정신력은 처음인데.’
기대감이 생겼다.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집중력 관련 특성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놀라운 집중력(C)’ 특성의 효과는 다음과 같았다.
[놀라운 집중력]
[등급] C
[효과] 운동을 할 때, 놀라울 정도로 높은 집중력을 보입니다. 또한, 집중력이 필요한 모든 상황에서 높은 효율을 얻게 됩니다.
높은 집중력을 보이게 되고, 그에 따른 높은 효율을 얻게 된다는 효과.
짧은 문구였지만, 이 문구가 주는 효과는 상당했다.
‘축구를 할 때 모든 상황에서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걸 생각하면, 이 특성은 거의 사기지.’
거의 모든 부분이 개선됐다.
패스 정확도, 슈팅 임팩트, 슈팅 정확도, 드리블, 볼 컨트롤, 라인 브레이킹 등등 중요한 능력들이 대부분 좋아졌다.
그래서 지금.
‘이번엔 어떤 효과냐?’
신재욱은 눈을 빛내며 새로 얻은 특성의 정보를 확인했다.
[강한 정신력]
[등급] D
[효과] 체력이 완전히 바닥났을 때, 정신력을 발휘해 조금 더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음?”
신재욱이 생각에 잠겼다.
새로 얻은 특성의 효과를 반복해서 읽으며,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 고민했다.
‘이거… 아예 퍼진 상태에서도 쥐어 짜낼 수 있다는 건가? 만약 그런 거라면……!’
생각을 마친 지금.
신재욱은 이택현의 등을 두드리던 것을 멈췄다.
“택현아.”
“으…… 왜?”
“상태는 좀 어때?”
“안 좋지. 그래도 토를 해서 그런지 아까보단 나아졌어.”
“그래? 그럼 좀 쉬고 있어.”
“넌 뭐 하려고?”
“운동장 좀 다녀올게.”
“뭐? 너 설마 또 훈련하려고?”
“훈련까지는 아니고, 그냥 확인해볼 게 있어.”
“허…… 신재욱 너 미쳤어? 다 퍼질 때까지 훈련해놓고 또 무슨 훈련을 하겠다는 건데?”
“다 퍼졌으니까 확인해볼 수 있는 거야. 넌 쉬고 있어.”
그렇게 말하며, 신재욱은 공을 들고 운동장으로 향했다.
잠시 후, 천천히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온몸의 근육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이미 모든 힘을 쏟아냈기에 제대로 팔을 들 힘도 없었다. 더구나 다리는 제멋대로 후들거렸다.
“진짜 될까?”
스트레칭을 마친 신재욱은 반신반의한 표정으로 팔굽혀펴기를 시작했다.
지금의 몸 상태라면 하나도 할 수 없어야 했다.
온몸의 근육들을 한계까지 몰아붙였으니까.
그런데.
“어……?”
놀랍게도 팔굽혀펴기가 됐다.
100% 컨디션은 아니었다. 분명 몸이 무거웠다. 그러나 분명히 원하는 대로 몸이 움직여졌다.
“…이게 뭐야?”
신재욱은 경악했다.
설마 했던 일이 정말로 일어나자, 너무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동시에.
“대박이잖아?”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 * *
강도 높은 훈련을 마친 다음 날부터.
신재욱은 며칠간 훈련의 강도를 낮춰왔다. 회복을 위해서였다.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고, 잠을 최대한 많이 자면서 컨디션을 회복했다.
그 결과, 지금의 신재욱은 컨디션이 매우 좋은 상태였다.
‘이 정도 몸 상태면 시도해봐도 되겠어.’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신재욱은 훈련을 시작했다.
대한중학교의 정규 훈련을 모두 마치고 난 뒤에 시작된 개인 훈련이었다.
그리고 근처엔 이택현이 따라왔다.
“재욱아, 오늘 표정이 심상치 않은데? 무슨 일 있어?”
“일은 무슨.”
“뭔가 있는 것 같은데…….”
“그런 거 없고, 오늘은 훈련할 거 다 하면 먼저 집에 가.”
“엥? 혼자 가라고? 그럼, 넌?”
“난 강도를 높여서 훈련할 거야. 저번에 했던 것처럼. 그러니까 너는 굳이 무리하지 말고 하던 대로 해.”
오늘 하려는 훈련은 강도가 매우 높을 예정이었다.
신재욱은 그런 힘든 훈련을 이택현에게까지 강요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이택현은 코웃음을 쳤다.
“날 뭐로 보는 거야? 나 이택현이야. 내가 못 따라갈 훈련은 없어. 네가 하면 나도 할 거야. 절대 안 뒤처져.”
“또 토할지도 몰라.”
“마침 다이어트 중인데 잘됐네. 토 나오면 시원하게 해버리고 또 훈련하지 뭐.”
“건강한 다이어트가 아닐 텐데?”
“이미 너무 건강해서 조금 덜 건강해도 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훈련이나 시작하자.”
신재욱이 피식 웃었다.
이택현의 목소리에서 강한 승부욕이 느껴졌다. 신재욱은 저렇게 강한 승부욕을 드러내는 사람을 볼 때면 기분이 좋아졌다.
‘안 그럴 것 같은데, 되게 독하단 말이지.’
이택현이 악바리라는 건 알았지만, 날이 갈수록 그 정도가 더 심해지는 느낌이었다.
물론 축구에서 저런 점은 큰 도움이 된다. 무리해서 다치지만 않는다면.
그리고.
신재욱이 봐온 이택현은 어지간해선 다치지 않을 정도로 몸이 튼튼했다.
‘그러고 보면 몸이 튼튼하기도 하지만, 부상이 올 정도로 무리하지도 않는단 말이야? 본능적으로 적정선을 아는 건가?’
과거, 본능적으로 다치지 않는 선을 지키는 선수들을 본 적이 있었다.
그들은 커리어 내내 놀라울 정도로 부상이 없었고, 축구팬들은 그들을 강철 몸을 지닌 선수라고 말하곤 했다.
신재욱의 눈엔 이택현도 비슷한 스타일로 보였다.
‘흔치 않은 스타일인데…… 정말 그렇다면 축복받은 거고.’
거기까지였다.
이제는 훈련을 시작해야 할 때.
신재욱은 더 이상의 말 없이 훈련을 시작했다.
“후욱……!”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신재욱은 규칙적인 호흡을 유지하며 운동장을 돌았다. 다만, 그 시간은 길게 유지되지 못했다.
어느새 신재욱의 호흡은 거칠어졌고, 움직임은 느려졌다.
체력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프로선수들과 비교했을 땐 매우 좋지 않은 수준이었다.
열심히 조절해서 뛰지 않으면 절대 90분 풀타임을 소화할 수 없는 몸이었다.
그랬음에도.
신재욱은 계속 달렸다.
호흡이 흐트러지자, 억지로 숨을 토해내며 호흡을 규칙적으로 가져갔다.
다리에 힘이 빠지자, 상체를 강하게 흔들며 반동의 도움을 받아 다리를 움직였다.
‘힘드네.’
힘든 훈련이었다.
단순히 뛰기만 하는 훈련이었으면 어렵지 않게 해냈을 것이다. 끔찍하게 힘든 훈련들을 오랫동안 해왔던 신재욱이니까.
그러나 오늘 훈련은 여러 종류의 훈련이 섞여 있었다.
철봉, 팔굽혀펴기, 앉았다 일어나기, 단거리 전속력 질주와 같은 훈련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웬만큼 강한 정신력으로는 수행하기 어려운 훈련이었다.
실제로 악바리인 이택현조차 간신히 따라오고 있었다.
“으…… 이건 미친 훈련이야…!”
“힘들어? 힘들면 여기까지만 하고 그만해.”
“힘들긴 개뿔! 누가 힘들대? 그냥 미친 훈련이라고 했을 뿐이야! 그리고 신재욱, 네가 더 힘들어 보이거든?”
“내 걱정을 할 때가 아닌 것 같은데? 너 지금 침 흘려.”
“뭐? 흡!”
이택현이 입 주변에 흐른 침을 닦아냈다.
그 모습이 너무 웃겨서 웃음이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신재욱은 웃지 못했다.
웃을 힘이 남아 있지 않았으니까.
“후우…… 여기까지 하자.”
끝내자는 말.
신재욱의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택현이 바닥에 쓰러졌다.
대자로 드러누운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어헉……! 헉……! 으어…….”
그런데.
놀랍게도 신재욱은 쓰러지지 않고 있었다.
원래라면 이택현과 함께 대자로 뻗어야 정상이었다. 아무리 정신력이 뛰어나도 매번 훈련이 끝나면 녹초가 됐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조금, 조금이지만 더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아.’
몸에 힘이 전부 다 빠질만한 훈련을 했음에도 힘이 남아 있었다.
아주 조금이지만 분명히 남아 있었다.
그리고.
신재욱이 기다렸던 순간이었다.
‘특성의 효과가 적용된 거야. 좋아, 이제 한 번 해보자.’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지만 새로 얻은 ‘강한 정신력(D)’ 특성의 효과를 믿어보기로 했다.
[강한 정신력]
[등급] D
[효과] 체력이 완전히 바닥났을 때, 정신력을 발휘해 조금 더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스윽!
신재욱이 다리를 움직였다. 이윽고 뛰기 시작했다. 느리지만 안정적인 자세로 운동장을 뛰었다.
한 바퀴.
그리고 두 바퀴를 뛰었을 때.
“……!”
신재욱의 눈앞에 기다렸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체력이 좋아집니다!]
[체력이 좋아집니다!]
…….
…….
[체력이 1 올랐습니다!]
* * *
강한 정신력(D) 특성을 얻은 날.
신재욱의 머릿속엔 좋은 생각이 스쳤다.
‘특성의 효과를 이용해서 한계를 뛰어넘는 훈련을 하면 능력치가 빨리 오르지 않을까?’
강도 높은 훈련으로 몸을 한계까지 몰아붙인 다음, ‘강한 정신력(D)’ 특성의 효과로 추가 훈련을 하는 것.
환생 후에 겪은 경험들을 떠올렸을 때, 성장에 충분히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진짜 되네.”
체력 능력치가 올랐다.
신재욱은 이제야 운동장 바닥에 쓰러졌다.
몸에 있는 힘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간신히 호흡만을 터트렸다.
그렇게 녹초가 된 상황이었지만 웃음이 흘러나왔다.
“하하……!”
노력하는 것에 비해서 가장 성장이 더딘 능력이 체력이었다.
그동안 체력을 개선하기 위해 얼마나 많이 노력했던가!
아침엔 산을 뛰었고, 저녁엔 운동장을 뛰었다.
게다가 환생 전에 해왔던 선진화된 체력 증진 훈련까지 해왔다.
그랬음에도 체력은 빠르게 좋아지지 않았다. 아주 느리게 천천히 개선됐다.
하지만 이제는 방법을 찾았다.
이젠 더 빠르게 체력을 개선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당연히 기분도 좋아졌다.
또한, 포기하지 않고 힘든 훈련을 함께한 이택현에게도 고마웠다.
“고생했어.”
“엥? 신재욱답지 않게 갑자기 웬 따뜻한 말? 너 무슨 기분 좋은 일 있어?”
“어, 있지.”
“있다고? 뭐지? 혼자 괴물처럼 두 바퀴를 더 뛰더니 살짝 잘못됐나……?”
“배고프지?”
“고픈 수준이 아니야. 이미 한 시간 전부터 배에서 꼬르륵 소리 엄청났어. 근데 갑자기 배는 왜? 너도 배고파?”
“치킨이나 먹으러 가자. 내가 살게.”
“치킨을… 뭐?! 치킨? 네가 산다고? 진짜로?”
“그래, 내가 살게.”
“오오! 미쳤다! 신재욱 오늘 개 멋있네?”
“배고프니까 빨리 먹으러 가자.”
“예아~! 근데 재욱아, 양념치킨으로 먹을 거야? 아니면 후라이드치킨으로 먹을 거야?”
“양념 반 후라이드 반.”
“역시 배우신 분!”
신재욱은 이택현과 함께 학교 근처에 있는 치킨집으로 향했다.
갓 튀겨진 치킨은 경악스러울 정도로 맛있었다.
‘치킨이 이렇게까지 맛있을 수가 있다고…? 배달로 먹었을 때와는 비교하기가 미안해질 정도인데?’
배달로 먹은 치킨도 분명 환상적이었지만, 튀기자마자 먹는 치킨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맛이었다.
신재욱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니었다.
이택현 역시 치킨의 맛에 감격하고 있었다.
“우어……! 너무 맛있어!”
“그렇게 맛있어?”
“어! 진심 쩔어! 재욱아, 거짓말 아니고 내가 먹어봤던 치킨 중에 최고야! 이거 왜 이렇게 맛있지? 공짜로 먹는 치킨이라서 더 맛있는 건가?”
공짜라서 더 맛있는 것 같다는 말.
그 말을 들은 신재욱이 씨익 웃었다.
‘생각은 자유니까.’
이택현에게 굳이 말해줄 생각은 없었다.
지금 사준 치킨은 공짜가 아니라는 것을.
치킨을 먹은 대가로 앞으로 굉장히 힘든 훈련들을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이제 마음 편하게 훈련 파트너로 쓸 수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