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48화 (48/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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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축구천재 FC는 한국의 메이저 방송국에서 제작하는 프로그램이다.

그에 걸맞게 편집도 뛰어난 실력과 센스를 지닌 사람들이 맡아서 하고 있다.

‘데이브 감독이랑 대화한 걸 뒤로 빼고 볼프스부르크의 경기를 먼저 내보낼 생각을 했네. 참 대단한 사람들이야.’

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해당 방송사는 바이에른 뮌헨과의 경기가 종료됐을 때까지는 정상적으로 내보냈다.

하지만 축구천재 FC의 승리가 확정되고 바이에른 뮌헨 U15의 감독 데이브가 신재욱과 대화를 하려고 할 때.

그 직후의 장면을 보여주지 않았다.

볼프스부르크의 경기를 먼저 전반전까지 보여준 이후, 방송이 끝나기 직전에 다급해 보이는 데이브 감독의 얼굴을 보여주며 끝내버렸다.

데이브 감독과 신재욱의 대화 내용을 아예 보여주지 않았다.

욕을 먹기 좋지만, 궁금해서 다음 화를 볼 수밖에 없게 만드는 편집이었다.

실제로도 그랬다.

해당 회가 끝났을 때, 시청자들과 축구팬들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 뭐냐????? 진짜 뭐 하냐?? 편집 뭐냐고 했다?

└미친!!!!!!!!!!!!!!! 왜 이렇게 끝내? 뭐 이런 개 같은 편집이 다 있어?!!!

└욕 나오려고 하네;;;; 악마의 편집 좀 보소;;;;;;;

└아오!!!! 바이에른 뮌헨 측이랑 무슨 얘기 했냐고오오오오!!!! 궁금해서 뒤질 거 같다고오오오!

└후…… 개빡친다 진짜ㅋㅋㅋ

└예상이나 해보자. 당연히 영입 제의겠지? 신재욱 실력 정도면 유럽에 도전할 만하다고 봤잖아?

└그럴 삘이긴 함. 마지막에 데이브 감독 표정 보면 어떻게든 신재욱을 데려오고 싶다는 감정이 느껴졌어.

└ㅋㅋㅋㅋㅋ그게 표정에서 보일 수가 있냐? 다들 너무 오바하네. 방송국 낚시에 또 속아? 그냥 잘한다고 칭찬이나 해주고 끝낼걸? 너희 바이에른 뮌헨이 어딘지 모르냐? 어디 뒷골목 팀인 줄 아는 거 아니지? 얘들아 바이에른 뮌헨은 세계 최고의 팀 중 하나야. 이런 팀에서 신재욱을 원하겠냐? 이미 유망주가 쌔고 쌨는데?

└그 유망주들이 신재욱한테 털린 거 못 봤냐? 되지도 않는 개소리 말고 눈이나 똑바로 떠.

└아…… 너무 궁금하네. 다음 화에선 뮌헨 U15 감독이랑 신재욱 대화하는 거 보여주겠지? 만약에 이번에도 안 보여주면 진심 방송국 찾아간다.

└ㅋㅋㅋㅋㅋㅋㅋ이건 진짜 선 넘는 편집이긴 해ㅋㅋㅋㅋㅋ

그리고.

마침내 방영된 다음 화에선 시작과 동시에 신재욱과 데이브 감독이 독일어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갔다.

이어서 데이브 감독이 간접적으로 신재욱의 영입을 원하는 말과 함께 명함을 건네준 것까지 전부 방영됐다.

당연하게도 TV 앞에 앉아있던 사람들 모두 충격을 받았다.

└이런 미친! 지금 뭐냐? 이거 대본 아니야? 신재욱이 갑자기 독일어를 어떻게 해?

└뭔데? 독일어를 할 줄 안다고? 그리고 그냥저냥 하는 수준이 아니라 방송 보니까 엄청 잘하는 것 같은데? 신재욱 쟤 뭐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앜ㅋㅋㅋ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오네ㅋㅋㅋㅋㅋㅋ 보니까 대본일 수가 없어ㅋㅋㅋㅋ 너무 유창해ㅋㅋㅋㅋ신재욱은 그럼 영어도 잘하고 독일어도 잘하는 거네?ㅋㅋㅋㅋ 쟤 뭐야? 그냥 축구 안 하고 공부했어도 성공할 애 같은데?

└외국 나간 게 이번이 처음이라며? 근데 한국어, 영어, 독일어 3개 국어를 해? 워…… 천재는 다르긴 하구나

└왠지 축구 지능이 너무 높아 보인다고 했어. 독일어를 저렇게 유창하게 하네ㄷㄷㄷ 머리가 엄청 좋나 봐.

└우리 누나가 독일 유학파인데, 신재욱 독일어 실력 되게 좋은 편이라는데?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 수준이래;;;;;

└ㅋㅋㅋㅋ데이브 감독 놀란 것 좀 봐봐ㅋㅋㅋ 근데 놀랍긴 하네. 세계 최고의 팀 중 하나인 바이에른 뮌헨에서 신재욱을 원한다니…….

└말은 정확히 해야지. 바이에른 뮌헨 U15 팀이야. 성인팀이 아니라고. 성인팀, 그것도 1군에 가는 건 완전히 다른 난이도야. 바이에른 뮌헨의 유소년 선수 중 대부분이 1군에 못 들어가는 거 모르지?

└위에 놈은 왜 이렇게 부정적이냐? 잘하다 보면 1군에서 뛰게 될 수도 있는 거지. 그리고 유소년팀 감독이 저렇게 신재욱을 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거야.

└우리 그냥 부정적인 말 좀 그만하고 응원해주자.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이렇게까지 기대감을 주는 유망주는 되게 오랜만이잖아?

이처럼 사람들의 반응이 뜨거웠기 때문일까?

그동안 정체되어 있던 시청률도 더 높아졌다.

더구나 신재욱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훨씬 커졌다.

「축구천재 FC, 시청률 14% 찍었다!」

「바이에른 뮌헨의 관심을 받는 ‘신재욱’은 누구?」

그리고 지금.

시청률을 올리고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는 당사자는.

“아…… 이거 진짜 맛있네요.”

큼지막한 치킨 다리를 뜯으며 부모님과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치? 맛있지? 여기가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치킨집이야. 너희 엄마도 여기 치킨을 제일 좋아할걸? 맞죠, 여보?”

“치킨은 여기가 제일 낫죠. 재욱아, 다리 하나 더 먹을래?”

“나는 입도 아니라는 건가? 아들만 챙기지 말고 남편도 좀 챙겨주시죠?”

“지금 TV로 축구천재 FC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요? 우리 재욱이 영입하고 싶어서 세계적인 유소년팀의 감독이 발 동동 구르는 거 못 봤어요? 이렇게 자랑스러운 아들한테 다리쯤은 양보하실 수 있잖아요.”

“우와……! 재욱아! 아빠가 어쩌다가 이렇게 찬밥 신세가 됐을까? 어떻게 닭 다리를…….”

신재욱은 재빨리 손사래를 쳤다.

“에이, 저는 괜찮아요. 2개 중에 하나 주신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데요.”

물론 부모님이 장난으로 하시는 대화라는 걸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닭 다리를 2개나 먹을 생각은 없었다.

‘한국에서 치킨을 함께 먹을 때, 닭 다리를 2개 먹으면 큰 죄를 짓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글을 본 적이 있어. 부모님 앞에서 그런 짓을 할 순 없지.’

* * *

신재욱이 바이에른 뮌헨 측과 볼프스부르크 측에서 영입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었다.

방송으로 전부 방영됐으니까.

「바이에른 뮌헨과 볼프스부르크에서 원하는 축구천재 FC의 신재욱, 독일로 가나?」

「바이에른 뮌헨과 볼프스부르크 중 어디로 갈까? 축구팬들 사이에서 연일 화제인 신재욱의 선택!」

「신재욱, 분데스리가 선수 될 수 있을까?」

이 사실에 축구팬들은 인터넷상에서 토론을 펼치기 시작했다.

└신재욱은 볼프스부르크로 가야 돼.

└제정신이냐? 무조건 바이에른 뮌헨으로 가야지. 급이 다른데.

└아니야. 올 시즌은 볼프스부르크가 더 잘하고 있어. 급이 다르다고 할 정도는 아니야.

└유소년 시스템으로 보면 바이에른 뮌헨이 압도적일걸? 여긴 진짜 세계적인 팀이잖아. 유소년 시스템도 세계 최고 수준이고.

└난 볼프스부르크가 낫다고 봐. 무작정 좋은 팀으로 가기보다는 기회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팀으로 가는 게 성장에 훨씬 좋을 것 같거든.

└신재욱이 바이에른 뮌헨 유소년팀에서 잘 적응할 수도 있는 거잖아? 난 그냥 신재욱이 정면돌파했으면 좋겠어.

└ㅋㅋㅋㅋㅋ경쟁 치열한 뮌헨으로 가서 망하면? 니들이 책임질 거냐? 이건 당연히 볼프스부르크로 가야지. 그리고 볼프스부르크도 되게 좋은 팀이야.

└ㅇㅈ 나 볼프스부르크 팬인데, 여기 진짜 좋은 팀이야. 사실 분데스리가에 속해있다는 것만으로도 검증은 끝났다고 봐야지.

└안정적으로 성장해야 할 때야. 내 친구도 축구선수 출신인데, 어릴 땐 많은 경기에 나오는 게 진짜 중요하다더라. 그러니까 볼프스부르크로 가야 해.

당연하게도 의견은 갈렸다.

바이에른 뮌헨과 볼프스부르크 중, 신재욱이 선택해야 할 팀이 어딘지에 관한 토론은 며칠간 끝나지 않고 이어졌다.

같은 시각.

신재욱은 이메일을 주고받고 있었다.

바이에른 뮌헨 측과 볼프스부르크 측 모두와.

“뮌헨이 더 좋긴 하지만, 양측의 조건을 조율하긴 해야지.”

비즈니스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바이에른 뮌헨을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볼프스부르크의 조건이 너무 좋았다. 솔직히 조건만 따져보면 바이에른 뮌헨 쪽보다 더 나았다.

다만, 바이에른 뮌헨으로 갈 때 얻을 게 더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성장 속도가 다를 거야. 물론 볼프스부르크에서 빠르게 적응하고 1군 선수들이랑 훈련한다면 그쪽이 더 성장이 빠를 수도 있지만…… 그건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마찬가지니까.”

생각이 많아졌다.

그러나 신재욱이 축구팬들과는 다르게 걱정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면 1군을 뚫는 게 늦어질 수 있지만, 조금 늦어져도 길게 보면 거기서 뛰는 게 성장에 좋을 거 같긴 해.”

바이에른 뮌헨과 볼프스부르크 모두 대단한 팀들이기에 1군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너무나도 치열할 수밖에 없고.

어떤 팀이 되든 1군에 들어가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걱정.

그런 걱정은 신재욱의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생각 자체도 해본 적이 없었다.

어떤 팀이 됐든, 그곳의 1군 선수가 된다는 건 신재욱에게 있어서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더 나아가 팀의 핵심 선수가 된다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바이에른 뮌헨이 좋겠다.”

* * *

방송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됐고, 제법 유명해졌지만.

신재욱의 일상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그나마 변화가 있다면 훈련 강도를 더 높였다는 것과.

“으어……! 재욱아…… 이러다 나 죽어……! 훈련 강도…… 조금만 높인다며…?”

“조금 올렸잖아.”

“이게 어떻게 조금이야…… 이 미친 인간아…! 강철 체력을 가진 이 이택현 님이 퍼질 정돈데!”

“진짜 강철 체력은 이 정도로 안 퍼져. 엄살 그만 부리고 일어나.”

“……젠장, 안 통하네?”

“한두 번이어야 통하지.”

“근데…… 어째 구경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

“…그러네.”

“이야~! 세상 불공평해서 어떻게 사냐? 신재욱 너는 인생 살만하겠다. 축구도 잘해! 저렇게 여학생들이 훈련할 때마다 찾아와서 응원도 해줘! 젠장!”

신재욱을 응원하는 여학생들이 더 많아졌다는 것 정도였다.

“되게 고맙지. 저렇게 자주 와서 응원해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그렇게 말하며, 신재욱은 운동장 주변을 둘러싼 여학생들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환생 전, 항상 경기장에 온 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지녔던 그였다.

이곳이 경기장이 아니었음에도 늘 자신을 응원해주러 오는 사람들이었기에, 신재욱은 저 여학생들에게도 항상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이렇게 매번 고마운 마음을 드러내서일까?

생각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곤 했다.

지금처럼.

“저기…… 재욱아, 이것 좀 받아줘!”

여학생 하나가 다가와서 편지를 줬다.

이어서 그녀는 ‘꺄아악! 어떡해!’라고 소리치며 달아났다.

“세상 참…… 더럽게 불공평하다니까?”

옆에서 이택현이 투덜거렸다.

평소라면 곧바로 받아쳤을 테지만, 지금의 신재욱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만큼 당황스러웠다.

‘저기…… 나는 30대 아저씨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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