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46화 (46/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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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신재욱! 시간 좀 내줄 수 있을까?”

데이브 감독이 다급하게 물어왔다.

반면 신재욱은 덤덤한 걸 넘어서 표정의 변화조차 없었다.

전혀 놀라지 않은 얼굴이었고, 상대가 바이에른 뮌헨의 유소년팀 감독이라는 것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음… 시간을 많이 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저 혼자 있다면 모를까, 동료들이 있고 촬영 중이기도 하거든요.”

“잠깐, 아주 잠깐이면 충분해!”

“예. 그러죠.”

“그럼 다시 내 소개를 하지. 바이에른 뮌헨 U15의 감독 데이브라고 하네.”

“반갑습니다. 신재욱입니다.”

“우선 자네의 나이가 몇이지?”

“유럽 나이로는 13세입니다. 곧 14세가 될 예정이고요.”

“…미치겠군! 고작 13살의 나이에 자네와 같이 축구를 하는 선수는 거의 없어. 본인의 재능이 특별하다는 걸 알고 있나?”

“범상치 않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죠.”

“허허! 어려운 독일어도 잘 구사하는구먼. 당장 이곳에서 살더라도 언어 문제는 조금도 없을 정도야.”

“칭찬 감사합니다.”

“당당한 성격도 이곳에서 적응하기에 아주 좋지. 자네, 당연히 축구선수가 꿈이겠지?”

“뭐… 비슷해요.”

신재욱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사실 그의 꿈은 겨우 축구선수가 되는 것 정도가 아니었지만,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 그냥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데이브 감독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오! 그러면 더 나은 시스템 속에서 축구를 하는 게 어떤가? 자네의 꿈을 이루는 것이 한층 더 수월해질 거라고 약속하지.”

신재욱이 순간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직접적이진 않았지만, 데이브 감독의 말은 사실상 함께하자는 제안이었다.

머릿속으로 몇 번이나 생각했던 상황이 현실로 이뤄졌다. 짜릿한 감정이 느껴지며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신재욱은 좋아하는 티를 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덤덤한 표정을 유지하며 대답했다.

“영광입니다. 하지만 당장 대답하긴 어려운 문제군요.”

“…신중한 친구로군. 오히려 좋아. 자네, 여기 내 명함을 보면 이메일이 적혀있지? 생각해보고 이곳으로 연락을 주게. 그리고 자네의 이메일도 내게 적어주겠나?”

“예, 그러죠.”

“아! 가장 중요한 걸 아직 안 물어봤군. 나이가 드니 건망증이 심해지는 느낌이야. 신재욱 자네…… 혹시 다른 팀에게 영입 제안을 받은 적이 있나?”

“한국의 프로팀들한테는 많이 받았었죠.”

“아…… 그럼… 설마…… 계약을 했나? 하긴 자네 같이 뛰어난 재능을 지닌 선수를 가만히 놔둘 리가 없지…….”

데이브 감독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미 계약을 했다면 별다른 방법 없이 포기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나 이어진 신재욱의 대답에 금방 표정이 밝아졌다.

“아뇨. 아직은 배울 게 더 많다는 생각에 전부 거절했어요.”

“오! 잘했네! 정말 잘했어! 아주 강단 있는 친구였구만? 이렇게 얘기를 하다 보니 점점 더 마음에 드는걸?”

데이브 감독과의 대화는 꽤 길게 이어졌다.

신재욱은 촬영 중이라는 것을 인지하며 대화를 빨리 끝내려고 했지만, 제작진들은 오히려 더 얘기를 나누길 원했다.

“지금 하는 대화들 너무 좋아. 프로그램 분량에도 도움 많이 되니까, 마음껏 얘기해도 돼.”

“그래 재욱아, 피디님 말씀처럼 촬영은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얘기해. 그리고 바이에른 뮌헨 U15의 코치님이 얘기해줬는데, 저기 데이브 감독이 이렇게까지 관심을 보이는 건 흔치 않은 일이래.”

바이에른 뮌헨 측에서 신재욱에게 관심을 가진다는 건, 시청률 상승에 도움이 될 일이니까.

* * *

바이에른 뮌헨 유소년팀과 축구천재 FC의 경기.

치열했던 승부였고, 축구천재 FC에겐 힘들었지만 값진 승리를 얻어냈던 시간이었다.

당연하게도 녹화됐던 이 경기가 TV로 방영되었을 때, 축구팬들의 반응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게 불탔다.

└이걸 이겨? 바이에른 뮌헨 유소년팀이면 되게 잘하는 애들 아니야?

└그러게?;;; 이걸 이기네? 그것도 4 대 2로? ㄷㄷㄷ 당연히 질 줄 알았는데;;;;

└근데 신재욱은 리얼 미친놈 아님? 뮌헨 유스 상대로 2골 2도움 기록한 거 실화냐?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신재욱ㅋㅋㅋㅋㅋ얜 나중에 무조건 유럽 간다ㅋㅋㅋㅋ 대한민국에도 이런 선수가 나오네.

└ㅇㅈ무조건 유럽이지ㅋㅋㅋ 항상 피지컬은 별론데 너무 영악하게 잘해. 상대하는 입장에선 그냥 개빡칠듯ㅋㅋㅋ

└다들 태클 얘기 안 하냐? 신재욱이 태클하면 거의 다 성공하는 것 같던데?

└신재욱 태클 명품임ㅎㅎ 프로선수들한테도 통한 거 봤잖아.

└와…… 이건 신재욱이 다 했다. 존재감 압도적이네;;;;;

└근데 이택현도 대박이다…… 바이에른 뮌헨 유스한테 전혀 안 쫄고 2골이나 박아버리네.

└신재욱이랑 이택현이 우리나라 미래임. 얘넨 진짜 잘 관리해줘야 함.

└나라에서 관리는 무슨ㅋ 그냥 빨리 해외로 떠야지.

└그건 맞지. 성공하려면 국내에 머물면 안 돼. 바로 유럽 가야 함.

축구팬들은 진심으로 생각했다.

신재욱이 유럽에 진출할 수 있는 재능이라고.

물론 유럽에서 성공한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국내에 머물 재능은 아니라고 확신했다.

└신재욱 같은 스타일이면 어떤 팀이랑 어울리지? 축구 지능이 높고 탈압박이 좋으니까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는 오바야. 티키타카가 되려면 패스가 좋아야 하는데 신재욱의 패스는 솔직히 좀 아쉽잖아. 최근에 좋아지긴 했지만, 그동안 신재욱이 보여준 패스는 거의 짧은 패스 위주였어. 가끔이지만 패스 미스도 나왔었고.

└ㅋㅋㅋㅋ설레발 좀 그만 쳐. 바르셀로나엔 신재욱 수준의 유망주들이 널렸을걸? 그냥 EPL 최하위권에 속한 팀에만 들어가도 충분히 좋은 거야.

└신재욱을 너무 과소평가하네. 방송 보면 알겠지만 얜 재능도 뛰어나지만, 노력도 엄청 하는 애야. 진짜 축구에만 미쳐있는 애라고. 내가 예언하는데, 얘는 미래에 프리미어리그 중위권 팀 정도는 간다.

└중위권? 좀 애매한데…… 근데 프리미어리그 하위권 팀은 충분히 갈 듯.

같은 시각.

축구천재 FC는 또 다른 경기를 치르기 위해 훈련장 안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 볼프스부르크 유소년팀과 축구천재 FC의 경기가 시작됩니다!

경기는 치열했다.

볼프스부르크는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많은 승리를 거두며 높은 순위를 이어가고 있는 강한 팀이었다.

이곳에서 축구를 배우는 유소년 선수들 역시 뛰어난 실력을 지녔다.

좋은 기본기, 나이에 비해 뛰어난 피지컬, 전술 이해도를 보여주며 축구천재 FC를 밀어붙였다.

볼프스부르크의 유소년팀은 상대가 한국에서 온 작은 팀이라고 방심하지 않았다.

― 볼프스부르크의 경기 템포가 굉장히 빠른데요? 우리 선수들이 상대의 속도에 적응하는 데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습니다.

― 볼프스부르크의 유소년팀도 수준이 굉장히 높네요! 역시 이곳 독일에는 쉬운 상대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들은 처음부터 최선을 다하며 자신들의 실력을 드러냈다.

만약 한국에서 온 첫 상대가 볼프스부르크였다면, 축구천재 FC는 무너졌을지도 몰랐다.

그만큼 강한 상대였다.

하지만 축구천재 FC의 첫 상대는 바이에른 뮌헨 유소년팀이었다.

이들과의 경기를 치르며 축구천재 FC 선수들은 조금 더 성장했고, 볼프스부르크와의 경기에서도 저력을 보여줬다.

― 강찬우와 최진태가 좋은 협동 수비를 보여줍니다! 오늘 축구천재 FC의 수비가 단단한데요? 볼프스부르크의 공격이 상당히 날카로운데도 잘 대응하고 있습니다!

― 수비형 미드필더인 최바울이 수비수들의 앞에서 많이 뛰어주는 것도 너무 좋네요! 중원에서 이렇게 열심히 뛰어주면 상대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죠.

경기의 추는 전반전 내내 한쪽으로 기울지 않았다.

양 팀 모두 좋은 공격과 수비를 보여줬지만,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0 대 0으로 전반전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후반전이 되었을 땐 전반전과 다른 상황들이 발생했다.

― 후반전은 양 팀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며 집중력을 유지하기 힘든 시간대죠!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 힘을 내줘야 합니다!

― 신재욱이 공을 잡습니다. 전반전엔 이상할 정도로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줬었죠?

― 이유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평소보다 적극성이 덜하긴 했습니다. 컨디션이 좋지 못한 걸까요? 오오! 신재욱이 전진합니다!

신재욱이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기 시작했다는 것.

그게 이유였다.

* * *

‘슬슬 끌어올려 볼까.’

상황을 지켜보던 신재욱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의 체력이 떨어지길 기다렸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빠른 템포를 유지해온 볼프스부르크였다. 저들이 사람이라면 후반전부턴 지칠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다.

신재욱의 생각대로 후반전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 볼프스부르크의 유소년 선수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기다려왔던 시간이었다.

툭! 투욱!

신재욱은 패스를 받자마자 전진했다.

상대 선수들이 반응했다. 다만 반응이 조금 느렸다. 전반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이렇게 굼뜨게 덤벼주면 편하지.’

느릿하게 덤벼드는 볼프스부르크의 선수를 보며, 신재욱은 달리던 속도를 높였다. 그러자 볼프스부르크의 미드필더가 반사적으로 어깨를 들이밀었다. 반칙이 선언되더라도 몸으로 막아버리려는 움직임이었다.

그 순간 신재욱은 판단을 내렸다.

원한다면 반칙에 당하며 프리킥을 얻어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골대와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

간접 프리킥으로도 골을 넣기 어려운 각도였다.

즉, 앞으로 어떤 플레이를 하던 더 깊숙한 들어가서 하는 게 이득이었다.

‘체격 되게 좋네.’

신재욱이 어금니를 강하게 씹었다.

덤벼드는 선수의 덩치가 너무 컸다. 얼핏 봐도 180cm에 80kg은 되어 보였다. 사실상 성인의 피지컬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었다.

겉모습에서 보이는 것처럼 실제 힘도 강했다.

꾸준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신재욱이었지만 버티는 것도 버거웠다.

그래서.

휘익! 휙!

신재욱은 상체를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상대의 힘을 흘렸다. 이런 움직임을 구사하기 위해 환생한 이후로 꾸준히 스트레칭을 해왔다. 그 결과 상대의 차징을 버텨낼 수 있었다.

“헛!”

상대 선수가 놀라서 신재욱의 팔을 잡으려고 했지만.

타앗! 휙!

신재욱은 기다렸다는 듯 상대의 손을 쳐냈다. 동시에 방향을 틀었다. 많은 심리전이 있었지만 짧은 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엔 상대 선수가 허무할 정도로 쉽게 뚫리는 것처럼 보였다.

― 신재욱이 상대를 너무나도 쉽게 요리해버립니다! 놀랍네요!

― 볼 때마다 대단합니다! 정말 말이 안 되지만…… 신재욱 선수를 보면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을 보는 것 같지 않습니까? 세계적인 유망주들 사이에서도 완전히 다른 수준에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당연히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몰랐다.

신재욱의 클래스와 경험이 볼프스부르크의 선수 모두를 압도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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