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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빨로 축구천재-42화 (4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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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흐흐!”

바이에른 뮌헨의 중앙수비수 켈리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눈에 보인 신재욱의 움직임은 급했다.

상대의 움직임을 신경 쓰지 못하고 빨리 기회만을 만들려는 심리가 훤히 드러났다.

웃고는 있지만 켈리는 신재욱의 마음을 이해했다.

그가 공을 끊어낸 위치가 페널티박스 바로 바깥쪽이었으니까.

골대와 매우 가까운 거리였고, 충분히 골을 만들어낼 수 있는 좋은 위치였으니까.

‘욕심이 나겠지. 아니면 빨리 만들지 않으면 금방 뺏길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차 있던가. 그리고…….’

그 순간 켈리의 얼굴에 흐르던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저렇게 급하게 덤벼드는 놈들은 상대하기 제일 쉬운 법이지!’

달려오는 신재욱을 보며, 켈리도 움직였다.

그때까지도 당연히 몰랐다.

급하고 엉성해 보이는 신재욱의 움직임이 전부 연기였다는 것을.

휘익!

켈리가 발을 뻗었다.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성급한 수비였지만, 무식하게 달려오는 선수를 상대론 효과적인 수비 방법이었다.

문제는 신재욱이 전혀 무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툭!

신재욱은 공을 왼쪽 대각으로 쳤다. 켈리의 발이 뻗어진 타이밍에 맞춘 드리블이었다. 동시에 스피드를 끌어올렸다.

그거면 충분했다.

켈리는 바이에른 뮌헨 유소년팀에서 재능을 인정받는 수비수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신재욱에게 완벽하게 뚫려버렸다.

‘넓네.’

지금 신재욱의 시야엔 보였다.

슈팅을 때리기 좋은 넓은 공간이. 타이밍도 느껴졌다. 몸에 배어있는 감각이 생생히 살아있었다.

그러나 슈팅을 시도할 생각은 없었다.

‘아직은 아니야.’

머릿속에 있는 움직임을 아직은 구현할 수 없는 몸이었으니까.

투욱!

신재욱은 공을 앞으로 치며 전진했다.

직접 슈팅을 하려면 골대와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 가서 발 안쪽으로 정확하게 때려내야 한다. 다만, 신재욱은 꼭 슈팅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냥 상황에 맞게 움직일 뿐.

‘생각보다 수비가 헐겁네. 코치한테 혼 좀 나겠어.’

신재욱은 코치들에게 혼날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수들을 생각하며, 계속해서 전진했다. 좌우에서 풀백들이 달려오고 있지만, 이미 늦었다. 현재의 몸이 아무리 느려도 저들이 접근하기 전까진 슈팅과 패스 모든 걸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왕이면 제대로 혼나야 다음엔 이런 실수 안 하겠지.’

신재욱은 정면에서 달려오는 골키퍼를 바라봤다. 계속해서 전진하며 그와 달려오는 골키퍼의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다. 더불어 오른쪽에서 달려오던 풀백과의 거리도 매우 가까워졌다.

그전에도 슈팅을 때릴 타이밍이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상대의 멘탈을 최대한 흔들어 놓을 골을 만들고 싶어졌으니까.

휘익!

신재욱이 왼발을 휘둘렀다. 슈팅할 것처럼 강하게 휘두른 뒤, 급격히 발에 힘을 빼고 공을 옆으로 쳤다.

흔히 접는다고도 표현하는 슈팅 페인팅이었다.

이 움직임으로 신재욱은 골키퍼의 슬라이딩을 피해냈고, 달려들던 바이에른 뮌헨의 오른쪽 풀백까지 제쳐냈다.

이 순간 신재욱의 앞엔 아무도 없었다.

“텅텅 비었네.”

그렇게 중얼거리며, 신재욱이 다리를 휘둘렀다.

오른발의 안쪽으로 공을 짧고 빠르게 때려낸 슈팅이었다.

철썩!

바이에른 뮌헨의 골망이 시원하게 흔들렸다.

* * *

축구천재 FC와 바이에른 뮌헨 U15 팀의 경기가 시작되기 전,

바이에른 뮌헨 U15의 감독 데이브는 한가롭게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별다른 준비를 하지도 않았다.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으니까.

“감독님, 한국에서 온 촬영팀이 곧 도착한다고 합니다.”

U15의 코치직을 수행하고 있는 로버트가 ‘축구천재 FC’에 대해서 이야기했을 때도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그래? 그렇구만. 로버트, 자네가 손님들 불편하지 않게 잘 모셔주게.”

“알겠습니다. 선수들은 몸을 미리 풀고 있으라고 할까요? 촬영 시작하고 금방 연습경기가 진행될 것 같은데…….”

“그럼, 그럼. 당연히 몸은 풀어야지. 아, 그리고 무리하지 말고 적당히들 하라고 해. 괜히 부상이라도 당하면 골치 아프니까 적당하게 요리해주라는 말이야. 알겠지?”

“알겠습니다. 감독님.”

“그나저나…… 로버트, 여전히 팀에서 눈에 띄는 아이는 보이지 않는 건가?”

“예… 아직은 그렇습니다.”

데이브 감독이 최근 많은 신경을 쏟고 있는 부분은 선수들의 재능과 실력이었다.

더 뛰어난 선수를 발굴해내고, 선수들이 가진 포텐을 최대한 빠르게 터트릴 수 있게끔 만드는 것.

그게 바로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데이브 감독의 바람과는 달리 최근 바이에른 뮌헨 U15 선수들의 수준은 높지 않았다.

솔직히 그가 감독을 맡은 이래로 가장 수준이 떨어졌다.

“월반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도 없고… 그다지 특별히 눈에 띄는 선수도 없어. 로버트, 이대로라면 바이에른 뮌헨 1군에서 뛰게 될 선수가 하나도 없지 않겠나?”

“아직 어린 선수들이니까 조금 더 지켜봐야…….”

“로버트! 자넨 너무 정이 많아. 팀의 코치라면 선수를 냉정하게 볼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거 모르나?”

“……명심하겠습니다.”

물론 바이에른 뮌헨 U15의 선수들이 실력이 없는 건 아니었다.

분명히 다른 팀이 또래 선수들과 비교했을 땐, 뛰어난 재능을 지녔다. 다만 겨우 그 정도로는 바이에른 뮌헨의 1군에서 뛸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그 끝이 바이에른 뮌헨이 아닐지라도, 분명 좋은 선수가 될 가능성은 있는 아이들이니까 더 채찍질해서 알을 깨고 나올 수 있게 도와줘야 해. 그게 우리의 역할이야.”

“알겠습니다… 그런데 성인팀까지는 힘들더라도 월반을 할 실력을 지닌 선수 한 명 정도는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데이브 감독이 정수리를 짜증스럽게 긁었다.

로버트 코치의 말이 맞았다. 월반하는 선수가 최소한 한 명 정도는 나와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데이브는 바이에른 뮌헨 U15의 감독직을 맡을 능력이 없다는 평을 받게 될 수 있다.

아니, 아주 높은 확률로 그렇게 될 것이다.

“무조건 만들어내야지! 지금 있는 선수에서 나오기 힘들다면, 영입해서라도 만들어내야지!”

“감독님, 곧 도착할 한국의 팀에서도 특별한 재능을 지닌 아이가 있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로버트, 내가 지금 장난할 기분으로 보이나?”

“…죄송합니다.”

데이브 감독은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오늘 보게 될 한국의 소년들 중 특별한 재능이 있을 리가 없다고.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온 소년들 중 하나가 바이에른 뮌헨 U15을 상대로 선제골을 기록했으니까.

“……쟤, 누구야?!”

* * *

― 고오오오오오올! 신재욱입니다! 신재욱이 바이에른 뮌헨 유소년팀을 상대로 선제골을 만들어냈습니다!

― 정말 엄청나네요! 신재욱이 독일에서도 천재성을 보여줍니다!

― 신재욱 선수! 수비수와 골키퍼를 모두 제친 뒤에 침착하게 빈 골대에 공을 집어넣네요! 어떻게 그 상황에서 접을 생각을 하죠?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습니다!

― 이 선수는 그릇이 다릅니다! 빠르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지만, 너무나도 쉽게 수비를 제치고, 너무나도 쉽게 골을 넣네요!

신재욱의 골은 경기장의 분위기를 달궜다.

해설들도 흥분해서 목소리를 높였고, 제작진들도 깜짝 놀라 환호성을 터트렸다.

그리고 축구천재 FC의 동료들도 크게 흥분하고 있었다.

“우오오오오오! 고오오오오오오올! 골이야!”

“됐다! 됐다구우! 신재욱이 또 해냈어!”

“신재욱 이 자식! 넌 진짜 차원이 다른 놈이야! 어떻게 그렇게 잘할 수 있는 거야?”

“흐흐! 바이에른 뮌헨 애들 깜짝 놀란 것 좀 봐! 재욱아, 네 실력은 역시 독일에서도 통하는구나!”

신재욱은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며, 고개를 슬쩍 돌렸다.

허공에 뜬 메시지들을 바라보기 위해서였다.

[슈팅이 1 올랐습니다!]

[민첩이 1 올랐습니다!]

[드리블이 1 올랐습니다!]

[개인기가 1 올랐습니다!]

‘역시 맞았어.’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강한 팀뿐만 아니라 유명한 팀을 상대로 활약했을 때도 빠른 성장을 이루게 되는 게 맞았다.

설령 그 유명한 팀이 유소년팀일지라도.

‘상대가 어린 선수들이라서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능력치가 4개나 오를 줄이야.’

신재욱이 씨익 웃었다.

예상보다 더 잘 오르는 능력치를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축구 할 맛 나네.”

“그래. 재욱아, 너 같은 실력이면 정말 축구 할 맛 나겠다. 키야~! 어떻게 거기서 접어버리냐?”

어느새 다가온 이택현이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다.

“원래 그럴 때 더 잘 통하거든.”

“아무리 생각해도 넌 심장이 기계로 만들어진 것 같아. 그게 아니고야 그렇게 침착할 수가 없어.”

“건강검진 받을 때 확인해볼게.”

“…허!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오네. 그나저나 쟤네 생각보다 안 빡센 것 같은데? 바이에른 뮌헨이라고 해서 긴장했는데, 막상 붙어보니까 별거 아닌 것 같아?”

“긴장 안 하는 건 좋은데, 방심은 하지 마. 쟤네 아직 실력을 드러내지도 않았어.”

“엥? 네가 볼 땐 쟤네가 아직 실력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거야? 리얼? 진짜로?”

“어, 이제 한 골 먹혔으니까 제대로 나올 거야.”

“오…… 경기가 좀 빡세지려나?”

이택현이 머리를 긁적이며 질문했고.

신재욱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빡세긴 뭘 빡세. 그냥 방심하지만 말라는 거지. 택현아, 이제 쟤네가 들어올 때 받아먹자.”

들어오는 걸 받아먹자는 말.

그 말에 이택현의 얼굴에도 진한 미소가 지어졌다.

“오케이~!”

* * *

선제골을 허용한 팀의 마음은 급해지기 마련이다.

나이가 어린 선수들의 경우엔 더 심했다. 바이에른 뮌헨의 유소년팀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뛰어난 재능을 지닌 선수들답게 그런 상황에서도 패스와 움직임만큼은 정확하고 부드러웠다.

― 바이에른 뮌헨이 적극적으로 전진합니다! 예상치 못했던 선제골을 허용하며 자존심이 상한 모양이죠?

― 자존심이 상할 수 있죠. 바이에른 뮌헨의 유소년팀인 만큼 최고라는 자부심을 지닌 선수들일 테니까요. 게다가 너무나도 충격적으로 뚫려버리며 허용한 골이지 않습니까.

― 하하! 신재욱 선수가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진을 완벽하게 농락해버리긴 했죠.

바이에른 뮌헨 유소년팀의 패스 템포는 빨랐다.

단순히 패스 템포로만 보면 국내 프로팀보다도 더 빨랐다.

당연하게도 축구천재 FC의 선수들은 경험해보지 못한 템포였다.

평소라면 당황했을 만한 상황.

그런데, 축구천재 FC의 선수들은 당황하지 않고 있었다.

신재욱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다들 당황할 필요 없어! 먼저 덤벼드는 수비하지 말고, 자리 지키면서 막으면 돼. 그리고 윙어는 절대 일대일로 막지 말고 주변에서 도와줘.”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었던 적이 있었기에, 신재욱은 이 팀의 장점과 약점을 모두 알고 있었다.

만약 성인팀이라면 약점을 알고 있어도 이길 수 없었겠지만, 상대는 유소년팀이었다.

약점을 공략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실제로 지금.

― 오! 좋은 협력 수비네요! 바이에른 뮌헨의 윙어 필립의 돌파를 최바울과 민성호가 잘 막아냈습니다!

축구천재 FC가 바이에른 뮌헨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리고.

― 민성호가 신재욱에게 공을 연결합니다!

역습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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