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9
* * *
인천과의 경기 이후.
신재욱은 계속해서 프로팀과의 경기를 기다렸다.
차원이 다른 성장 속도 때문이었다.
그렇게 기다리던 끝에 울산과 경기를 하게 됐고, 또다시 많은 성장을 이뤄냈다.
[이름] 신재욱
[나이] 14(만 12세)
[키] 165cm
[체력] 62 [슈팅] 63 [패스] 64 [속도] 62
[민첩] 62 [대인방어] 61 [태클] 60 [몸싸움] 61
[탈압박] 61 [드리블] 62 [개인기] 62 [헤딩] 62
[특성] 놀라운 집중력(C), 그라운드의 파이터(D), 골잡이의 본능(C), 낮은 무게중심(D), 중급 볼 컨트롤(C)
“이제 모든 능력치가 60 이상이 됐네.”
60보다 낮은 능력치가 없어졌다.
엄청난 변화였다.
처음 환생을 했을 때 얼마나 능력치가 낮았던가!
40대가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20대인 능력치도 있었다.
그에 비해 이제는 꽤 봐줄 만한 상태가 되었다.
실력도 많이 좋아졌다. 처음 환생했을 때와 현재 신재욱의 실력을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가 존재할 정도로.
“패스는 이제 64네. 좋은 현상이야.”
허공에 띄워진 상태창을 바라보며, 신재욱은 생각했다.
더 열심히 해서 70대를 만들어야겠다고.
“그때면 머릿속으로 생각한 움직임이 훨씬 잘 나오겠지.”
이후, 신재욱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평소처럼 겸손한 소년을 연기하는 인터뷰였다. 항상 재미없는 인터뷰 스타일을 보여줬지만, 팀의 에이스인 신재욱이기에 매번 첫 번째로 인터뷰를 해야 했다.
다음으로는 훈련이 진행됐다.
진민호 감독의 주도하에 이뤄지는 훈련들.
전문적인 감독은 아니었지만, 전 국가대표 출신 선수답게 훈련은 제법 체계적이었다.
‘괜찮네. 애매하게 훈련받는 것보단 진민호 감독의 프로그램대로 하는 게 아이들한테도 괜찮겠어.’
신재욱은 축구천재 FC에 속한 선수들을 바라봤다.
전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프로가 되는 것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 아이들이었다. 그만큼 재능이 뛰어난 아이들이었다.
심지어 몇몇 아이들은 유럽의 빅클럽 유망주들과 비슷한 수준의 재능을 보여줬다.
저런 아이들이 제대로 된 훈련만 받으면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는데, 진민호 감독의 훈련이 바로 그런 훈련일 가능성이 컸다.
물론 개인적으로도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지만.
그리고.
이택현은 여전히 축구천재 FC 내에서도 독보적인 재능을 보여주고 있었다.
성장 속도도 역시나 무서울 정도로 빨랐고.
‘이택현이야 뭐… 영국에서도 저 정도 재능은 찾기 힘들지.’
잠시 후 모든 훈련이 끝난 뒤.
진민호 감독은 선수들을 모아놓고 심각한 얼굴로 뜸을 들였다.
그리고 축구천재 FC 선수들은 감독이 저런 표정을 할 때마다 무언가 특별한 일이 생긴다는 걸 알고 있었다.
“감독님! 무슨 일 있어요? 우리 또 프로팀이랑 붙어요? 아니면 고등학생 형들이랑 붙어요?”
“감독님 표정이 수상하신데? 이번엔 무슨 일이에요?”
“얼른 얘기해주세요! 너무 궁금해요!”
선수들이 감독을 보챘다.
그런 상황에서도 진민호 감독은 계속해서 뜸을 들였다.
예능을 오래 한 인물답게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진민호 감독이 입을 열었다.
“너희 해외 가게 됐다.”
* * *
축구천재 FC 선수들은 전부 해외에 가본 적이 없다.
2008년인 지금, 해외여행을 가는 건 흔한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축구에 모든 것을 건 어린 소년들이기에 더욱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일까?
해외에 간다는 진민호 감독의 말에 선수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예? 해외요? 정말이요? 우오오오오!”
“어디요? 어디로 가요? 영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감독님! 빨리 말해주세요! 우리가 해외로 가요?”
“오옷! 쩐다!”
흥분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귀여웠는지, 진민호 감독은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이어갔다.
“그래! 너희 진짜 해외 간다. 놀러 가는 건 아니고, 유럽 명문 팀과의 경기를 위해서 가는 거니까 다들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해. 훈련도 열심히 받고. 알겠지?”
팀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확실하게 해외에 간다는 말만으로도 선수들은 기뻐했다.
“당연하죠! 열심히 할게요!”
“우와! 유럽 명문 팀이요?! 당연히 열심히 해야죠!”
“대박이다! 얘들아! 우리 유럽 명문 팀이랑 경기한대!”
“드디어 비행기를 타보는 건가?”
반면 신재욱은 차분한 눈으로 진민호 감독과 제작진들의 분위기를 살폈다.
‘어떤 팀이려나?’
처음 프로그램이 제작될 때는 해외 유스팀과의 경기가 있을 거라는 것이 공개되어있었지만.
촬영이 시작된 이후로는 제작진들과 진민호 감독 모두 해외로 가는 일정을 선수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었다.
방송에 나가는 촬영분에서도 언급한 적이 없었다.
‘비밀로 한 걸 보면 규모가 있는 팀 같은데.’
괜히 이야기를 안 했을 리는 없다.
지금까지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면, 그에 따른 이유가 있다는 게 신재욱의 생각이었다.
때문에.
‘만약 내 생각이 맞는다면…….’
신재욱의 눈엔 기대감이 드러났다.
‘유럽으로 가려던 계획이 더 빨라질 수도 있겠어.’
애초부터 유럽에 가기 위한 목적으로 ‘축구천재 FC’에 합류한 신재욱이었다.
드디어 그가 기다렸던 타이밍이 온 것이기에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떤 팀일까?’
꼭 유럽 진출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신재욱은 궁금했다.
상대가 어떤 팀인지.
물론 해외 팀과의 경기여도 어린 선수들과 맞붙는 것이기에, 난이도가 국내 프로팀과 붙었을 때보다는 낮을 가능성이 컸지만.
팀의 유명세에 따라서 성장 속도는 오히려 더 빠를 수도 있지 않겠는가.
‘상대 팀의 유명세에 따라서도 성장 속도가 다르다면…… 정말 그렇다면 또 많은 성장을 할 수도 있겠지. 하… 이거 정말 여러모로 기대를 안 할 수가 없네.’
그리고.
성장에 대해서 기대하는 건 신재욱뿐만이 아니었다.
“재욱아!”
“……?”
“너 따라서 축구천재 FC에 들어오길 정말 잘한 것 같아.”
“왜?”
“프로, 고등학교 같은 여러 팀이랑 붙어볼 기회가 많잖아. 심지어 이번엔 해외 팀이랑도 붙여주신다고 하니……진짜 대박인 거 같아! 나 진심 축구천재 FC 들어오고 나서 엄청 성장한 느낌이라니까? 근데 해외 팀 어디일 거 같아? 감이 좀 와?”
“나도 모르지. 분위기 보니까 비행기 타고 도착할 때까지 얘기 안 해줄 거 같은데?”
“그런가? 아, 너무 궁금한데.”
“궁금하면 직접 물어봐.”
“그래야겠어.”
이택현은 시원시원한 성격만큼이나 실행력도 빨랐다.
대답을 마치기 무섭게 제작진들을 향해 다가간 그는 궁금한 걸 당돌하게 물어봤다.
“작가 누나! 우리 해외 어디로 가요? 그리고 우리랑 붙을 팀은 어디에요? 너무 궁금해 죽겠는데, 알려주시면 안 돼요?”
다만, 원하는 대답을 듣지는 못했다.
“택현아, 그건 비밀이라서 말해줄 수가 없어.”
“아! 제발요! 이대로 집에 가면 너무 궁금해서 잠도 못 잘 것 같아서 그래요. 예쁜 누나, 한 번만 알려주시면 안 돼요?”
“오호홋! 요 녀석이 벌써 아부도 할 줄 알고, 대단한데? 근데 그래도 안 돼.”
“아! 너무해요! 예쁘다는 말 취소요!”
이택현은 심통이 난 표정으로 작가와의 대화를 끝냈고.
“하하!”
모든 걸 지켜본 신재욱은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쟨 볼수록 이상하다니까?”
* * *
주말이었다.
신재욱은 평소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산을 타고, 학교 운동장으로 가서 훈련했다.
다른 날과 다를 게 거의 없는 일정이었다.
조금 다른 게 있다면 훈련 양을 더 늘리는 바람에 더 늦은 시간에 귀가했다는 것 정도였다.
“피곤하네. 얼른 자야겠다.”
오늘 하루도 끝났다고 생각하며, 신재욱은 샤워를 마쳤다.
그렇게 화장실 문을 열고 나왔을 때.
“아……?”
눈앞의 상황을 본 신재욱의 머릿속은 하얘졌다.
어지간해선 당황하지 않는 그였지만, 지금은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우리 아들~! 생일 축하해~!”
“재욱아, 생일 축하한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초가 꽂힌 케이크를 들고 계셨으니까.
‘생일이라고…?’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야 그럴 수밖에 없던 게, 신재욱의 진짜 생일은 오늘이 아니었으니까.
당연히 주변에도 알리지 않았었다.
때문에, 대한중학교 축구부 동료들과 축구천재 FC의 동료들 모두 신재욱의 생일을 모르고 있었다.
본인도 모르고, 주변 사람들도 모르는 생일.
“전혀 몰랐다는 표정이네? 우리 아들, 얼마나 바쁘게 살았으면 생일을 까먹니? 방금 밤 12시 딱 넘었고, 네 생일이야.”
“재욱아, 축구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니야? 그래도 생일은 챙겨야지. 어때? 엄마 아빠밖에 없지?”
별다른 감흥이 없어야 정상이었다.
분명 그래야 정상인데.
“…감사합니다.”
이상하게 목이 멨다.
감정도 격해졌다. 빨리 추스르지 않으면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내가 왜 이러지? 몸은 어려졌는데, 정신은 더 늙었나? 뇌에서 여성호르몬이라도 나오는 거야, 뭐야?’
애써 감정을 추스르며, 신재욱은 미소를 지었다.
“어머니, 아버지. 케이크 준비하시느라 안 주무셨군요?”
“그럼~! 아들 생일도 안 챙겨주고 어떻게 자니? 아침엔 미역국 끓여줄 테니까 그냥 가지 말고 꼭 먹고 가.”
“음… 내일… 아, 내일이 아니지. 밤 12시 넘었으니까 오늘이네? 재욱아, 오늘 저녁밥은 기대해도 될 거야. 네 엄마가 아까 낮부터 장을 엄청 열심히 봐왔거든.”
항상 감사한 분들이었다.
저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빨리 보답하고 싶었다. 맛있는 음식, 좋은 옷, 좋은 차를 해드리고 싶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제대로 호강시켜드릴게요.’
부모님과의 생일 파티를 마친 후.
신재욱은 아침 일찍 일어나 미역국을 먹고 학교에 갔다.
오늘도 평소와 다를 것이 없는 하루를 보낼 생각이었다. 4교시까지 수업을 열심히 듣고, 이후엔 최선을 다해서 훈련에 임하는 하루.
그런데,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재욱아! 생일 축하해!”
“생일~! 축하~! 합니다~!”
“우오오오! 우리 축구천재 신재욱! 생일 축하해!”
“신재욱! 요즘 너 보면 거의 연예인 보는 느낌인 거 알아? 같은 반 친구가 TV에 나온다니, 볼 때마다 신기하다니까? 아, 그리고 이 케이크는 반 애들이 너 축하해주려고 돈 모아서 산 거야. 엇? 불 꺼지겠다! 얼른 촛불 불고 소원 빌어!”
반 아이들이 언제 준비했는지 모를 케이크를 들이밀었다.
“이런 걸 언제…… 준비했어……?”
신재욱은 당황했지만, 반 아이들의 재촉에 다급히 촛불을 껐다.
“후!”
14개의 초에 붙은 불을 끄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게 아닌가… 라는 생각.
‘가끔은 뒤도 돌아보고, 주변 사람들과의 시간도 만들어야 하나?’
하지만, 신재욱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아니야.’
그냥 잘하는 선수가 목표라면 뒤를 돌아볼 수도 있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선수가 목표라면 앞만 봐야 한다.
포기할 게 많아지는 걸 당연하게 생각해야 한다.
축구에 인생을 걸어봤고, 최고의 자리에 올라 봤던 신재욱이었기에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때문에, 그가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곤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것뿐이었다.
“다들…… 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