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35화 (35/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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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분위기를 좀 바꿔야겠어.’

공을 잡은 신재욱은 전방을 바라봤다.

타고난 축구 지능과 넓은 시야, 그리고 오랜 시간 쌓여온 경험으로 현재 상황을 빠르게 파악했다.

‘다행히 거리가 나쁘지 않아.’

그의 위치는 중앙선과 상대 페널티박스의 중간 정도.

선수 한두 명만 뚫어내면 페널티박스 안으로 진입이 가능한 거리다. 물론 현재 몸 상태를 생각하면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상대는 프로들이다. 신재욱의 의도를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다.

하지만 그래도 해야 했다.

‘지금 만들어내지 못하면, 이번 경기는 못 이겨.’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지금 골을 터트려야만 승산이 생긴다는 것이.

― 오랜만에 잡은 축구천재 FC의 공격 기회입니다! 공을 잡은 선수는 신재욱! 팀의 에이스인 이 선수가 이번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 아무리 신재욱이라고 해도 촘촘한 인천의 수비를 뚫어내긴 쉽지 않을 겁니다. 인천의 선수들이 선제골을 허용한 이후부턴 수비에 많은 신경을 쏟고 있거든요?

해설들은 회의적이었다.

양 팀의 실력 차는 컸다. 선제골은 축구천재 FC가 넣었지만, 그 이후로 계속해서 밀리고 있다. 스코어는 3 대 1이지만, 사실상 경기 내용을 보면 더 많은 골을 허용했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물론 신재욱만큼은 달랐다.

놀랍게도 프로를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실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팀이 밀리다 보니 신재욱이 공을 잡을 기회 자체가 거의 만들어지지 않았었다.

“살살한다면서 한 골 먹히니까 제대로들 하시네.”

작게 투덜대며, 신재욱이 공을 몰고 전진했다.

인천의 선수들은 이제 방심하고 있지 않았다. 또한, 신재욱이 공을 잡을 때면 특히나 강한 압박을 넣었다. 아마추어이고 중학생이었음에도 인천의 선수들은 골을 넣은 신재욱을 경계했다.

지금도 그랬다.

― 인천 선수들이 신재욱을 강하게 압박하네요. 두 번이나 기회를 주진 않겠다는 거겠죠?

― 선제골을 허용할 때, 신재욱 선수의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는 걸 이미 느꼈을 겁니다. 실제로 신재욱이 공을 잡을 때면 절대 1명이 와서 막지 않죠. 무조건 2명이 압박을 하고 있습니다.

공을 몰고 드리블하는 신재욱에게 2명이 덤벼들었다. 아마추어를 상대하는 것치고는 과했지만, 그만큼 신재욱의 존재는 인천에게 위협적이었다.

‘쟨 위험해. 다른 애들이랑 뭔가 달라.’

‘신재욱이라고 했지? 특별히 빠르지도 않은데, 움직임이 이상하게 날카로워. 쟨 공을 오래 잡고 있게 하면 안 돼.’

두 명에게서 압박이 들어오고 있지만.

신재욱의 표정엔 변화가 없었다. 수없이 많이 겪어본 상황이었다. 게다가 더 뛰어난 선수들에게 압박을 받아왔던 그였다. 프로라고는 하지만, 2군에서 뛰는 선수들은 별로 위협이 되지 않았다.

물론 심리적으로만.

퍼억!

“흡!”

신재욱이 휘청였다. 몸으로 밀고 들어오는 상대에게 힘에서 크게 밀리는 게 느껴졌다. 상체에서 느껴지는 고통도 컸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다른 한 선수가 발을 뻗어 공을 뺏으려고 하고 있었으니까.

파앗!

신재욱은 순간적으로 힘을 끌어모아 근처에 있던 선수를 밀어냈다. 밑에서 위로 밀어내는, 작은 선수가 큰 선수를 밀어낼 수 있는 기술이었다.

“헙!”

예상치 못하게 밀려난 선수의 눈이 커졌다. 반면 신재욱은 여전히 바빴다. 약간의 공간이 생긴 지금, 발바닥을 이용해 공을 안쪽으로 끌고 왔고. 휘익! 발을 집어넣는 선수에게로 등을 보였다. 상대를 등지며 공을 지켜내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 우오오오오! 신재욱이 2명을 상대로 공을 지켜냈습니다! 이건 정말 놀라운데요?! 상대 선수 2명은 무려 프로선수거든요!

― 분명 힘에서는 밀렸지만, 신재욱 선수의 움직임이 너무 좋았습니다! 이 선수는 상대의 힘을 흘리는 것에도 능하고…… 보면 볼수록 몸을 정말 잘 쓰네요!

해설들이 놀란 것처럼, 경기장에 있던 모두가 놀랐다. 인천 선수들 역시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아마추어인 신재욱이 설마 자신들 2명을 상대로 이겨낼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으니까.

‘더 끌면 안 돼.’

2명을 상대로 공을 지켜내고 있지만, 상대의 압박은 멈추지 않았다. 여기서 벗어나려면 많은 체력을 써서 화려한 드리블을 하던가, 아니면 민첩하게 움직여서 공간을 벗어나야 했다.

그러나 그런 능력은 과거라면 모를까, 지금의 신재욱에게 없었다.

투욱!

신재욱은 동료를 향해 패스했다. 팀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동료였다.

‘좀 시끄럽지만, 실력만큼은 확실한 녀석이지.’

* * *

이택현은 굴러오는 공을 바라보며 빠르게 생각했다.

그는 공부는 못해도 축구 지능만큼은 뛰어났기에, 신재욱의 의도를 단숨에 눈치챘다.

‘방금까지 2명의 압박을 버티다가 나한테 공을 준다? 오케이, 그걸 하자는 거지?’

투웅!

이택현은 굴러오는 공을 원터치 패스로 다시 신재욱에게 넘겼다.

그리고.

2명의 압박을 벗어난 신재욱은 다시 이택현에게 공을 넘겼다. 그리고 지금.

투욱!

이택현은 신재욱이 침투하는 공간을 향해 스루패스를 찔러넣었다.

적당한 파워와 높은 정확도를 지닌 킬패스였다.

― 이택현의 패스! 상당히 날카롭습니다!

같은 시각.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한 신재욱은 부드럽게 공을 받아냈다. 답답할 정도로 느리고 재능 없는 몸이지만, 수많은 연습으로 볼 터치 능력을 높였다.

툭!

공이 제법 부드럽게 발에 붙었다. 신재욱은 그대로 다리를 휘둘렀다. 여기서 한 번 더 치고 들어가는 건, 상대에게 태클 타이밍을 주는 것이다. 물론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로 할 때의 얘기지만, 신재욱은 습관처럼 빠른 타이밍에 슈팅을 때려냈다.

퍼어엉!

골키퍼가 막기 매우 어려운 슈팅이었다. 신재욱은 이 슈팅이 골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방심하진 않았다. 자세를 낮추고 눈으로 공의 움직임을 끝까지 쫓았다. 언제든 튀어 나갈 준비를 마쳤다.

그런 상황에서.

터엉!

골키퍼의 슈퍼세이브가 나왔다.

몸을 날리며 팔을 쭉 뻗어서 공을 튕겨낸 선방.

― 우어어?! 엄청난 선방입니다! 인천의 김경식 골키퍼가 무시무시한 반응속도를 보여줍니다!

막히기 매우 어려운 슈팅이 막혀버렸지만.

신재욱은 놀라지 않았다. 여전히 침착했다. 그럴 수 있다는 표정으로 공을 향해 달려들었다.

1초.

단 1초만 늦었다면 근처에 있던 수비수가 걷어낼 수 있었을 공이었다.

하지만 신재욱은 늦지 않았다.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였던 그는 인천의 골대 안으로 다시 한번 슈팅을 때려냈다.

― 우와아아아아! 골입니다! 신재욱의 골입니다! 첫 번째 슈팅이 막혔지만, 끝까지 집중력을 놓지 않고 두 번째 슈팅으로 기어코 골을 만들어냈습니다!

― 이건…… 너무 놀라운데요? 그토록 단단해 보이던 인천의 수비가 신재욱 선수한테 뚫렸습니다! 이 선수는 고작 14살인데 말이죠!

― 아마 방송을 시청하실 분들도 이 장면을 보시면 굉장히 놀라실 거라고 믿습니다. 중학교 1학년생, 14살의 소년이 프로선수들을 상대로 두 번째 골을 기록할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 ……천재입니다! 신재욱 선수에겐 이미 익숙한 수식어지만, 천재라는 말밖에 설명할 게 없습니다!

― 또 이택현 선수의 움직임도 놀랍지 않았습니까? 신재욱 선수와 엄청난 호흡을 보여주며 도움을 기록한 장면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 맞습니다! 이택현 선수가 마지막에 보여준 킬패스도 훌륭했지만, 전 그전에 신재욱 선수와 보여준 원터치 패스가 더 대단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실 두 선수 모두 너무 대단합니다. 둘 다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인데, 이런 선수들이 프로선수들을 상대로 자신감 있게 실력을 발휘한다는 것 자체가 경악스러운 일 같습니다!

축구천재 FC의 두 번째 골이었다.

골을 넣은 신재욱은 기다렸다는 듯 동료들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이거 봐! 되잖아? 상대도 사람이야. 다들 잘하고 있으니까 계속 자신감 있게 가자.”

의미 없는 행동은 아니었다.

신재욱은 알고 있었다.

골을 넣은 직후, 그 당사자의 행동에 따라 팀의 기세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역시 효과는 있었다.

물론 드라마틱한 효과는 아니었지만, 강한 상대를 만나 힘들어하던 축구천재 FC의 선수들의 기세가 조금이나마 올라갔다.

“그래! 재욱이가 저렇게까지 잘해주는데 우리도 더 힘내보자!”

“맞아! 상대가 엄청 잘하긴 하지만, 우리도 잘하고 있어! 결과가 어떻든 자신감 있게 끝까지 해보자!”

“가자! 걍 죽기 살기로 뛰어보자고!”

같은 시각.

경기장에 있던 제작진들은 닭살이 돋은 팔뚝을 쓰다듬었다.

“소오름……! 이게 어떻게 가능하죠?”

“그러게나 말이야…… 나는 이거 상상도 못 했어. 어떻게 이렇게 비빌 수가 있지?”

“아…… 너무 놀라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

너무 놀랐던 이들은, 이윽고 환호하기 시작했다.

줄곧 밀리기만 하던 축구천재 FC를 보며 가슴을 졸였기에, 이들 모두 시원한 골을 터트려준 신재욱을 보며 기쁨을 드러냈다.

“신재욱 멋있다! 으하핫! 네 덕에 프로그램이 산다!”

“대박! 골을 2개나 넣을 줄이야…!”

“완전 대박이야! 이거, 이번 화 시청률도 엄청 잘 나올 거야!”

“무조건이죠! 처음으로 10% 넘기지 않을까요? 근데 재욱이 쟤는 진짜 놀랍네요! 이게 말이 되는 거예요? 어떻게 프로선수들을 상대로 저렇게 할 수 있는 거예요?”

“그걸 내가 알겠니? 저기 진민호 감독 좀 봐봐. 전 국가대표 선수였던 사람도 놀라서 말 한마디 못 하고 있잖아?”

제작진들의 시선이 진민호 감독에게로 향했다.

축구천재 FC의 감독인 진민호는 입을 다물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큰 충격을 받았다.

“이런 건…… 이런 건…… 본 적도 없다고…….”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진민호 감독의 견문은 넓었다.

적어도 축구에 있어서 만큼은.

때문에, 지금 벌어진 일에 그 누구보다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휘익!

그는 고개를 돌렸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일을 해낸 신재욱을 바라봤다.

그런데.

진민호 감독의 눈에 보인 신재욱은 기뻐하고 있었다.

“되게 좋아하고 있네?”

환하게 웃고 있는 신재욱의 모습을 바라보며, 진민호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긴 좋을 수밖에 없지…… 프로팀을 상대로 골을 넣었으니까. 그것도 2개나.”

압도적으로 강한 전력을 지닌 팀에게 2개의 골을 넣었다?

당연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아무리 어른스럽다고 해도 중학생은 중학생이네.”

진민호 감독은 피식 웃었다.

방금까진 괴물처럼 보이던 천재 소년이었지만, 지금만큼은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어린 소년처럼 보였다.

다만, 진민호 감독은 몰랐다.

신재욱이 지금 기뻐하는 건 골을 넣은 것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눈앞, 허공에 떠오르는 메시지들 때문이라는 것을.

[체력이 1 올랐습니다!]

[슈팅이 1 올랐습니다!]

[민첩이 1 올랐습니다!]

[패스가 1 올랐습니다!]

[드리블이 1 올랐습니다!]

[탈압박이 2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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