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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경기장에 있던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인천이 중학생에게 선제골을 허용할 거라고.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버렸다.
― 우와아아아아! 신재욱이 골을 터트렸습니다!
― 이, 이게 무슨 일인가요…? 경기가 시작된 지 5분도 안 됐는데 골이 터졌습니다! 그것도 축구천재 FC의 골이에요! 이변입니다! 이건 정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변이에요!
― 축구천재 FC가 인천을 상대로 선제골을 터트리며 1 대 0으로 앞서갑니다!
― 신재욱! 축구천재 FC의 에이스답네요! 프로를 상대로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실력을 보여줍니다! 이 선수가 천재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던 분들도 방금 장면을 보면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 신재욱 선수!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리고 있습니다! 표정은…덤덤하네요?! 이 선수, 프로를 상대로 골을 넣었는데도 평소랑 다를 게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 허… 허허! 강심장입니다. 제가 본 어떤 선수보다도 강심장이에요! 이 선수가 어떻게 중학교 1학년이죠? 멘탈과 실력 모두 너무 뛰어납니다!
경기장에 있던 모두가 경악하고 있었다.
특히, 인천의 선수들은 경악을 넘어서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허…… 이게 뭔 일이냐? 우리가 먼저 골을 먹힌다고…?”
“어이가 없네. 야! 다들 너무 방심한 거 아니야? 그래도 이거 방송 타는 경기인데, 쪽팔리게 뭐 하는 거야?”
“이야…… 황당하네. 우리 조금만 진지하게 하자! 쟤네 중학생이라고 너무 만만하게 보면 안 될 것 같아.”
“……빨리 동점 골부터 넣자!”
같은 시각.
제작진들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못 이긴다며? 프로랑 아마추어 차이 엄청 크다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그러니까 말이야…… 신재욱이가 천재인 건 알았지만… 어우야! 그래도 이건 너무 놀라운데?”
“우리만 놀란 게 아닌 것 같아. 저기 인천 쪽 선수들 얼굴 좀 봐. 뒤통수라도 세게 얻어맞은 표정을 하고 있잖아.”
“크흐! 우리 재욱이는 대체 얼마나 천재인 거야? 방금 골도 혼자 힘으로 만들어낸 거잖아?”
“그치. 지가 뺏어서 드리블하고 골까지 넣었으니까. 하여간 난 놈은 난 놈이야.”
이처럼 제작진들이 신재욱을 보며 감탄할 때.
축구천재 FC의 감독 진민호 역시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허허…… 이런 미친…! 이게 말이 되는 거야……? 어? 말이 되는 거냐고……!”
그리고.
신재욱은 시달리고 있었다.
축구천재 FC의 동료들에게.
“우오오오오! 신재우우우우욱! 네가 해낼 줄 알았어!”
“넌 어떻게 프로 형들을 상대로 5분도 안 돼서 골을 넣냐? 도대체 왜 이렇게 잘해?”
“방금 슈팅 그냥 발등으로 후린 거야? 응? 어떻게 한 거였어?”
“재욱아! 나 태클 좀 알려주면 안 될까? 네 태클 완전 개쩌는 거 같아! 제발 알려주라!”
어린 선수들다운 반응이었다.
큰 기대가 없었던 프로와의 경기였는데, 동료가 선제골을 넣어주니 얼마나 기쁘고 놀랍겠는가.
다만, 신재욱은 여전히 덤덤했다.
더불어 들뜬 선수들이 침착함을 되찾게끔 진정시키기까지 했다.
“자, 자! 다들 기쁜 마음은 이해하지만, 경기는 방금 막 시작했어. 끝날 때까지 죽어라 뛴 다음에, 그다음에 함께 기뻐하자.”
차갑게 들릴 수 있는 말.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신재욱은 흘러나오려는 미소를 억지로 참고 있었다.
그 역시 감정이 있는 인간이었고, 귀여운 중학생들이 쫄래쫄래 뛰어와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다들 되게 좋아하네. 이겨주고 싶게.’
그리고.
신재욱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건 아이들뿐만이 아니었다.
[슈팅이 좋아집니다!]
[슈팅이 좋아집니다!]
…….
…….
[슈팅이 1 올랐습니다!]
[태클이 좋아집니다!]
[태클이 좋아집니다!]
…….
…….
[태클이 1 올랐습니다!]
* * *
“능력치가 2개나 오른다고?”
신재욱은 입을 떡 벌렸다.
프로와의 경기였기에,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면 능력치가 잘 오를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실제로 골을 넣었을 때도 기대감이 있었다.
다른 경기보다 훨씬 성장이 잘 될 거라는 기대감이.
그런데.
이건 예상을 뛰어넘은 결과였다.
“게다가 슈팅 능력치는 60이었는데, 이게 오르네?”
능력치는 60이 된 이후부터 잘 오르지 않는다.
정확히는 필요한 경험치가 많아진 느낌이었다.
때문에, 골을 넣자마자 61로 슈팅 능력치가 올라버린 건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이거 되게 욕심 생기네.”
환생 전, 신재욱은 스트라이커였기에 항상 골 욕심을 냈었다.
환생을 하고 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스트라이커로 출전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늘 골 욕심을 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골 욕심이 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고자 하는 욕심이었다.
“다들 잘하고 있으니까, 하던 대로 하자!”
신재욱은 손뼉을 크게 치며, 동료들의 기세를 높였다.
조금 전에 동료들에게 침착하자고 말했던 것과는 달라진 행동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들떠버렸으니까.
반면, 인천의 선수들은 눈빛부터 변했다.
여전히 축구천재 FC를 진지하게 상대해줄 생각은 없었지만, 동점 골을 넣을 때까지만큼은 제대로 할 생각이었다.
― 인천의 분위기가 바뀌었는데요?
― 아무래도 예상치 못했던 골을 허용했기 때문에, 선수들의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겁니다.
― 인천으로서는 최대한 빠르게 골을 넣으려고 하겠군요!
― 그렇죠. 얼른 골을 넣어서 자존심 회복을 하려고 할 겁니다. 과연 우리 축구천재 FC가 인천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지! 지켜보시죠!
인천의 패스 템포가 높아졌다.
항상 손발을 맞춰온 선수들답게 패스를 빠르게 주고받으면서도 정확도를 유지했다.
강한 압박을 하던 축구천재 FC는 더욱 공을 뺏지 못하게 됐고, 체력적으로 손해를 봤다.
이때, 상황을 파악한 진민호 감독이 크게 소리쳤다.
“전방압박 줄이고 지역방어 위주로 가자!”
체력을 아끼기 위한 판단이었다.
지금으로선 괜찮은 판단이었다. 신재욱도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지시였어. 어차피 막무가내로 압박한다고 뺏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니까 체력이라도 아껴야지.’
다만, 완벽한 판단은 아니었다.
애초에 완벽한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전력에서 밀렸으니까.
― 인천이 축구천재 FC의 측면을 허물고 있습니다! 아……! 축구천재 FC의 든든한 풀백이던 민성호 선수가 인천의 김규민 선수에게 뚫려버렸습니다! 역시 프로의 벽은 높았던 걸까요?
― 프로는 확실히 다르네요…… 더군다나 김규민 선수는 인천의 1군 소속 선수입니다! 민성호 선수가 막지 못하는 게 당연한 겁니다. 다만, 이런 경험은 민성호 선수의 성장에 분명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인천의 1군 윙어 김규민.
그의 실력은 압도적이었다. 축구천재 FC에서 매번 좋은 수비를 보여주던 민성호가 쉽게 뚫려버렸을 정도로.
― 김규민이 공을 몰고 파고듭니다! 이 선수, 굉장히 빠르네요!
― 김규민 선수는 K리그 내에서도 빠른 발로 유명한 선수죠! 또한, 드리블을 할 때도 스피드가 거의 떨어지지 않는 선수이기 때문에 수비수들에게는 힘든 상대일 수밖에 없습니다.
축구천재 FC의 수비는 흔들렸다.
필사적으로 김규민을 막으려고 했지만, 중앙수비수 최진태마저 뚫려버렸다.
단숨에 수비수 2명을 뚫어낸 김규민은 직접 오른발 슈팅까지 때려냈다.
퍼엉!
반템포 빠르게 때려낸 슈팅은 구석 깊숙한 곳으로 파고들었다.
너무나도 잘 때린 슈팅에 축구천재 FC의 골키퍼 문성진은 반응하지 못했다.
― 아…… 축구천재 FC가 골을 허용했습니다…! 결국 김규민의 슈퍼플레이가 나왔네요…! 이 선수를 조심해야 한다는 걸 축구천재 FC의 선수들도 알고 있었겠지만, 방금과 같이 빠르고 화려한 드리블은 알고도 막기 어렵죠…!
― 김규민 선수, 정말 무섭습니다…!
신재욱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시야엔 두 명의 선수가 들어왔다.
의기소침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고 있는 민성호와 최진태였다.
‘많이 놀랐겠지.’
김규민을 막는 과정에서 압도적인 실력 차이를 느꼈을 것이다.
천재라고 불리는 소년들이었기에,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는 능력도 뛰어날 수밖에 없으니까.
그 과정에서 충분히 좌절감을 느낄 수 있다.
사실상 어지간히 강한 멘탈을 지닌 사람이 아니고서야 좌절감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럴 땐 멘탈을 잡아줄 사람이 필요했다.
보통 프로 무대에서는 주장이 하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축구천재 FC의 주장이자 골키퍼인 문성진은 다른 선수들과 비슷한 상태였다.
‘다들 멘탈이 나갔구나.’
신재욱이 시선을 돌려 진민호 감독을 바라봤다.
‘저 양반은 왜 이럴 때 딴짓을 하는 거야?’
전문적인 감독이 아닌 티가 났다. 지금같이 중요한 순간에 선수들을 다독이는 게 아니라 제작진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으니까.
‘내가 해야겠네.’
결국, 신재욱이 나섰다.
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로 동료들을 향해 소리쳤다.
“다들 잘 들어! 뚫릴 수도 있고, 골 먹힐 수 있는 거야. 근데 좌절은 하지 마. 상대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걸 명심하고, 계속 자신감 있게 해!”
팀에서 가장 어린 신재욱의 말이었지만, 대한중학교의 선수들이 그랬듯 이곳에서도 그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
그만큼 축구천재 FC의 에이스를 향한 존중과 믿음은 강했다.
* * *
축구천재 FC의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신재욱의 외침을 듣고 난 이후로 멘탈을 잡고 필사적으로 싸웠다. 어떻게든 골을 넣기 위해서 움직였고, 어떻게든 막기 위해서 몸을 날렸다.
그러나 아무리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했어도 압도적인 전력 차를 이겨내긴 힘들었던 것일까?
― 아…… 인천의 골입니다…! 인천이 너무나도 강합니다…! 우리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또다시 골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벌써 3개의 골을 허용했네요. 다른 경기에선 실점을 잘 내주지 않던 축구천재 FC인데…… 확실히 프로선수들의 수준은 높은 것 같습니다.
―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골을 많이 나왔지만 그래도 전반전이거든요? 우리 선수들이 더 집중해서 전반전을 잘 마무리하길 바랍니다! 또 후반전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믿습니다!
축구천재 FC는 2골을 내리 허용했고, 스코어는 이제 3 대 1이 됐다.
게다가 치열한 상황에서 허용한 골이 아니었다.
상대의 공격은 무서울 정도로 날카로웠다. 축구천재 FC는 필사적으로 인천의 공격을 막으려고 했지만 뚫려버렸다.
아무리 집중하고 열심히 해도 막을 수 없었기에, 어린 선수들이 느끼는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툭!
신재욱이 공을 잡았다.
‘분위기를 좀 바꿔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