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30화 (3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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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일과를 마친 후, 신재욱은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집에 들어왔다.

이어서 샤워까지 평소보다 더 빠르게 마치고 소파에 앉았다.

원래라면 이렇게까지 서두르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재욱아~! 이제 곧 시작한다! 얼른 와서 앉아.”

“그래, 빨리 와. 우리 아들 나오는 건데, 같이 봐야지.”

축구천재 FC, 5화가 방영되는 날이었고.

부모님께선 아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은 꼭 본방 사수해야 한다며 이미 소파에 앉아계셨다.

특히 아버지께선 칼퇴근까지 하시며 일찍 들어오셨다는데, 신재욱이 어찌 서두르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재욱아, 그래서 어떻게 됐어? 아빠가 너무 궁금해서 미치겠더라니까? 이겼어? 아니면 그대로…… 졌니?”

“여보! 그걸 미리 들으면 재미없잖아요. 재욱아, 절대 말하지 마. 알겠지?”

“아니~! 너무 궁금하잖아요. 퇴근할 때까지 우리 아들 나오는 프로그램 생각만 했다니까?”

“그게 지금 아들 앞에서 자랑이라고 얘기하시는 거예요?”

“내가 또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인 거 알잖아요.”

“그래도 스포는 안 돼요.”

“에헤이, 조금만 들읍시다. 조금만! 재욱아, 골 넣었니?”

“절대 안 돼요. 재욱이 너, 말하지 마.”

속사포처럼 대화를 나누시던 어머니와 아버지가 동시에 신재욱을 바라봤다.

마치 ‘어떻게 하겠느냐? 넌 누구 편이야?’라는 눈빛이었다.

적어도 신재욱에겐 그렇게 느껴졌다.

인생 경험이 엄청 길지는 않지만, 그래도 신재욱에겐 34살까지 살았던 경험이 있다.

이럴 땐…… 중립을 지키는 게 낫다.

“두 분 말씀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만…… 일단은 프로그램 시작했으니까, 직접 보시겠어요?”

그 말과 동시에, 어머니와 아버지는 TV 쪽으로 시선을 돌리셨다.

두 분 모두 언제 다퉜냐는 듯 ‘축구천재 FC’ 5화에 집중하셨다.

‘잘 넘어갔네.’

한숨 돌린 신재욱도 TV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재미로 보는 건 아니었다.

자신의 움직임과 동료들의 움직임, 더 나아가 배천중학교 선수들의 움직임까지 분석하기 위해서였다.

‘마음의 준비를 하긴 했는데… 그래도 보기 힘들겠지.’

신재욱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축구천재 FC’ 방송을 보는 건 그에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분석을 위해 보긴 하지만, 화면 속에서 축구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과거의 신재욱아, 제발 눈이 썩을 것 같은 플레이만 하지 말아주라.’

* * *

축구천재 FC, 5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배천중학교에게 밀리던 상황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 축구천재 FC의 선수들이 결국 역전하며 승리한다.

그중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인 선수는 신재욱, 이택현, 장현이었는데, 방송에서도 이들의 활약상을 집중적으로 보여줬다.

당연하게도 방송을 보신 신재욱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크게 기뻐하셨다.

“오오오! 우리 아들이 골도 넣고 도움도 2개나 기록하다니! 언제 이렇게까지 축구를 잘하게 된 거야? 역시 아빠를 닮아서 그런 거겠지?”

“여보? 재욱이가 운동신경은 절 닮았죠. 제가 예전에 육상 했었던 거 아시잖아요?”

“운동은 나도 많이 했어요. 내가 한창때 헬스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 알면서 이러실까?”

“그건 헬스고요. 축구는 아니잖아요?”

“에헤이, 지금 무슨 말씀하시나? 당연히 축구도 잘했지!”

“조기축구 나갔는데 골키퍼만 시켜서 두 번 다시 안 나가겠다고 하셨던 거, 기억 안 나요? 그날 유니폼도 다 버리셨잖아요.”

“그, 그 얘기가 갑자기 왜 나와요?!”

“자꾸 과장하시길래요. 재욱아, 너무 멋있는 거 아니니? 엄마 동네 친구들한테 자랑 좀 해도 될까?”

“아빠도 친구들한테 우리 아들이 TV에도 나오고, 축구도 제일 잘한다고 자랑해야겠다. 그래도 되지?”

멍하니 두 분의 대화를 듣던 신재욱은 그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분, 하고 싶은 거 다 하세요.”

이후, 신재욱은 부모님과 축구에 관련된 대화를 길게 나눈 뒤에야 방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5화에 대한 반응은 어떠려나?’

신재욱은 오늘 방영분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많은 팬을 보유했던 그였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늘 힘이 됐다.

‘부모님의 반응이 좋으시긴 했지만, 그건 부모님이니까 좋았던 걸 수도 있는 거고.’

때문에, 신재욱은 컴퓨터로 사람들의 댓글을 확인했다.

└이걸 이겨?????? 완전 미스 매치라고 생각했는데, 이기네?ㅋㅋㅋㅋㅋㅋ

└역전승 지렸다ㄷㄷㄷ

└이택현이 너무 잘하는데? 장현도 그렇고, 얘네 스피드 왜케 빨라? 배천중학교 수비수들이 아예 못 잡잖아.

└중학생인걸 감안해도 엄청 빠르긴 하네. 근데 사실상 신재욱이 플레이메이킹 다 해준 거임.

└ㅇㅇ진짜 축구 볼 줄 아는 사람은 알 거야. 신재욱이 엄청 잘해. 얜 걍 어나더클래스라니까?

└위에 축구 볼 줄 아네. 신재욱은 미래에 유럽에서 볼 거 같음. 아, 물론 피지컬적으로는 성장해야 해.

└수비수들도 잘하더라. 처음엔 손발 안 맞아서 몇 번 뚫리더니, 점점 적응하면서 철벽 수비 보여주더라.

└이 프로그램 재밌네ㅋㅋㅋㅋ

└ㅋㅋㅋㅋ인정ㅋㅋㅋ점점 더 재밌어짐.

“반응들이 재밌네.”

신재욱은 피식 웃었다.

나쁜 말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 칭찬이었다.

재밌는 댓글들도 많아서 하나씩 읽다 보니 시간도 금방 흘렀다.

이후 신재욱은 여전히 대한중학교 축구부에서 에이스로 활약했다.

또 축구천재 FC 촬영 때도 항상 좋은 활약을 펼치며 팀의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방송의 힘은 컸다.

시청자들, 그리고 국내 축구팬들은 존재 자체를 모르던 신재욱이라는 소년을 알게 됐고.

큰 관심까지 보였다.

“어? 쟤, 신재욱 아니야? 그 축구천재 FC!”

“뭐? 신재욱? 어?! 맞네! 신재욱이다!”

“사인이라도 받을까?”

“됐어. 괜히 부담 주지 마. 쟤, 겨우 중학교 1학년이더만.”

“알았어. 그냥 인사 정도만 할게.”

길에서 신재욱을 알아보는 일은 흔해졌고, 사진을 찍자는 부탁과 사인을 해달라는 부탁도 자주 일어났다.

어린 선수에겐 부담이 될 수 있는 일들의 연속.

하지만 이것 역시 신재욱에겐 익숙한 일들이었다.

“사인을 새로 만드는 게 귀찮긴 했는데, 그래도 나를 알아봐 주는 건 고맙지.”

팬이 있기에 프로선수도 존재한다.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지만, 신재욱은 이 말을 굉장히 중요시하며 살아왔다.

이번 생에서도 비록 아직 프로는 아니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팬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었기에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신재욱은 사람들이 원할 때면 항상 웃으며 사진을 찍어줬고, 사인을 해줬다.

겉모습과 달리, 실제로는 많은 경험으로 무장한 베테랑이었기에 늘 여유가 넘쳤다.

지금도 그랬다.

“어머! 너무 잘생겼다아! 재욱아, 방송에서 볼 때보다 실물이 훨씬 잘생겼네? 우와! 피부도 너무 좋잖아? 이대로 잘 자라주면 나중에 여자들 좀 울리겠다, 얘.”

“이 기집애가 애를 상대로 뭔 말을 하는 거야? 재욱이는 절대 넘볼 생각하지 마!”

“어휴! 둘 다 똑같아!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얼른 사인이나 받자.”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자들에게 둘러싸인 상태에서도 신재욱은 여유 있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감사해요.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게요.”

* * *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축구천재 FC는 어느덧 10화를 넘겼고, 신재욱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축구천재 FC, 10화 만에 시청률 10% 돌파!」

「축구천재 FC의 에이스 신재욱, 도정중학교를 상대로 2골 3도움 기록하며 팀의 승리 이끌어!」

「신재욱, 천재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국내 유망주 TOP 10에 이름 올려.」

“천재는 무슨.”

그렇게 중얼거리며, 신재욱은 인터넷 기사를 껐다.

이어서 고개를 숙여 자신의 몸을 바라봤다.

“이 몸이 어떻게 천재야.”

하얀 피부에 적은 근육량을 가진 몸이 보였다.

그나마 하체는 봐줄 만했다. 새벽마다 꾸준하게 등산을 해온 결과였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몸이었다.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움직임을 그대로 구현하지도 못하고, 슈팅이나 패스 감각도 예리하지 못하다.

다만, 나쁘기만 한 건 아니었다.

“그래도 많이 좋아지긴 했어.”

이 몸은 성장한다.

심지어 숫자로 된 능력치를 볼 수도 있다.

특수한 상황에선 성장 속도도 빨라진다.

현재 상태는 별로지만 확실한 장점이 있는 몸.

“상태창.”

신재욱은 몸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상태창을 열었다.

[이름] 신재욱

[나이] 14(만 12세)

[키] 165cm

[체력] 60 [슈팅] 60 [패스] 61 [속도] 61

[민첩] 60 [대인방어] 58 [태클] 59 [몸싸움] 56

[탈압박] 55 [드리블] 60 [개인기] 60 [헤딩] 60

[특성] 놀라운 집중력(C), 그라운드의 파이터(D), 골잡이의 본능(C), 낮은 무게중심(D), 초급 볼 컨트롤(D)

천천히 능력치를 살펴보며, 신재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부분의 능력치가 60 이상이 되면서부터 몸이 많이 좋아졌어.”

능력치가 오를수록 몸 상태도 좋아진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놀라울 정도로 많이 느껴지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60대의 능력치들은 차원이 달랐다.

확실하게 몸이 좋아졌다는 게 느껴졌다. 축구를 할 때의 체감이 놀라울 정도로 많이 달라졌다.

때문에, 신재욱은 또다시 기대했다.

“60대의 능력치가 이 정도인데, 70대가 되면 어떨까? 과연 얼마나 좋아질까?”

능력치가 지금보다 더 높아졌을 때의 몸 상태를.

“재욱아, 아침 먹으렴.”

어머니의 외침.

상태창을 더 보려던 것을 멈추고, 신재욱은 방문을 나섰다.

‘우선 밥부터 먹자.’

밥을 먹고, 학교에 도착한 신재욱은 4교시까지 수업을 들었다.

이후엔 밥을 먹고, 운동복으로 옷을 갈아입은 뒤 운동장으로 향했다.

다른 선수들 역시 운동장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그때였다.

평소보다 일찍 나와 있던 대한중학교의 구영철 감독이 기다렸다는 듯 신재욱을 호출했다.

“재욱아, 넌 잠깐 나 좀 보자.”

‘무슨 일이시지?’

의아했지만, 신재욱은 일단 감독의 뒤를 따라갔다.

구영철 감독은 그의 방에 들어간 뒤에야 입을 열었다.

“재욱이 너!”

“예?”

“대체 무슨 생각이야?”

“……뭐가요 감독님?”

신재욱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물론 정말 모르는 건 아니었다. 모르는 척, 연기할 뿐.

“국내 프로팀들이 계속 연락 보내고 있는 거 알고 있지?”

“아…… 그거요?”

“허! 재욱아, 너 프로구단에서 연락이 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몰라? 아니지…… 너처럼 똑똑한 애가 모를 리가 없는데?”

“저를 원하는 팀들이 많은가 보네요.”

“그래! 잘 아네! 아는데, 대체 왜 이래? 너 프로 안 할 거야? 프로축구선수 되는 게 꿈이라며!”

“그… 렇죠.”

신재욱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의 꿈은 겨우 프로축구선수가 되는 것 따위가 아니었지만, 대화의 흐름을 굳이 깰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더 자세히 얘기하기가 귀찮았다.

“그래, 맞잖아! 내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근데 이렇게 좋은 기회가 왔는데, 왜 묵묵부답이야? 아직 나이가 너무 어려서 무서운 거니? 혹시나 그런 거면 걱정하지 마. 재욱아, 국내 프로팀들 시스템 많이 좋아졌다. 너 키울 유스팀도 다 있고, 차근차근 기회 주면서 훌륭한 선수로 키워줄 거야.”

“아뇨, 무섭거나 그런 건 없어요.”

“그럼 뭔데? 마음에 드는 팀이 없어? 국내 프로구단 중 대부분이 연락 온 거 알지? 혹시 연락 온 팀들이 전부 마음에 안 드는 거야? 마음에 드는 팀이 단 하나도 없어?”

“마음에 드는 팀, 있긴 있어요.”

“그러지 말고…… 어? 있다고?”

구영철 감독의 눈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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