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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빨로 축구천재-25화 (25/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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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갑작스러운 호명.

‘뭐야?’

의아했지만, 신재욱은 손을 들며 앞으로 나섰다.

“예, 제가 신재욱입니다.”

“엥? 네가 신재욱이라고?”

“예.”

진민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신재욱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대한중학교의 에이스였고, 이제는 축구천재 FC의 에이스가 될 선수라는 정보를 들었으니까.

그러나.

그의 눈에 보인 신재욱은 축구를 잘해 보이는 외모와는 거리가 멀었다.

강인한 얼굴과 탄탄한 몸을 지녔을 것으로 예상했건만, 실제로 본 신재욱은 하얀 얼굴에 왜소한 몸을 지녔다.

“흐음…… 피지컬은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데? 근육도 부족하고. 기술적인 부분이 뛰어난 건가?”

“…저기요?”

“앗! 미안하다. 하하! 초면에 너무 무례했지? 내가 워낙 솔직한 성격이라.”

“그렇군요. 근데 왜 부르셨어요?”

신재욱은 지금 같은 상황이 귀찮았다.

어차피 목적은 해외 유스팀과의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 유럽에 진출하는 것.

때문에, 지금은 빨리 촬영을 끝내고 훈련이나 하러 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 양반, 본인 때문에 촬영도 늦어지고 있는데 왜 이렇게 말이 많아?’

슬슬 짜증이 나려고 했다.

그런데 진민호는 눈치가 없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눈치를 안 보는 건지, 마음이 급한 제작진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재욱아, 너 실력 좀 보자. 아저씨랑 일대일 한번 해볼래?”

“진민호 선수? 지금 촬영이 늦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일대일은 나중에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응…?”

진민호의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곤, 뒷머리를 긁적였다.

“나 때문에 늦어졌구나? 이제 촬영 들어가야 하죠? 미안해요! 바로 가시죠!”

* * *

촬영이 시작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다들 프로답네.’

신재욱은 감탄했다.

감정이 상한 제작진들과 눈치가 없던 진민호가 언제 그랬냐는 듯 촬영에 집중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한국에선 이런 식으로 촬영하는구나.’

영국의 국가대표이자, 세계 최고의 선수로 활약할 때 신재욱은 영국 방송에 출연한 경험이 있다.

때문에, 그곳의 촬영 스타일과 한국의 촬영 스타일이 다르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럼 슬슬 집중해볼까?’

신재욱의 눈빛이 변했다.

솔직히 이럴 시간에 훈련을 더 하고 싶었지만, 이왕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으니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맡은 것에선 최고의 결과를 내게끔 노력하는 것이 신재욱의 성격이었다.

‘순조롭네.’

촬영은 순조롭게 흘러갔다.

“그래서 이럴 때는 항상 동료의 움직임을 확인하면서 들어가 줘야 돼. 그리고 이때 명심해야 할 건…….”

축구천재 FC의 감독이 된 진민호는 의외로 열정적으로 선수들을 가르쳤고.

“오! 너희 되게 잘한다! 진짜 천재들 맞네!”

선수들 역시 이곳 분위기에 빠르게 적응하며 실력을 드러냈다.

물론 호흡은 잘 맞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오늘 처음 호흡을 맞춰본 사이였으니까.

그래도.

뛰어난 재능을 지닌 선수들답게 빠르게 손발을 맞춰갔다.

이처럼 순조롭게 시간이 흐르던 때.

진민호 감독이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다들 모여봐. 지금부터는 나와의 일대일 훈련을 할 거야.”

일대일 훈련을 한다는 말.

그 말을 들은 신재욱의 시선이 제작진들에게로 향했다.

제작진들의 표정엔 변화가 없었다.

‘다들 침착하네. 이미 얘기가 된 내용인가 보구나.’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지금, 신재욱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진민호와 선수들의 일대일 장면을 지켜봤다.

전 국가대표 공격수이자, 축구천재 FC의 감독인 진민호.

그는 확실히 수준이 높았다.

은퇴했기 때문에 현역 때만큼의 실력은 아니었지만, 중학생 선수들을 상대로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도 국가대표로 뛰었을 만하네.’

신재욱은 감독과 선수들의 대결을 흥미롭게 바라봤다.

감독이 공격하고, 선수들이 수비하는 일대일 대결.

선수들은 줄줄이 패배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아오! 감독님 드리블 장난 아닌데? 뺏을 수가 없어. 아… 뭔가 아쉽네.”

“드리블도 잘하시지만, 몸싸움이 너무 세. 힘에서 밀리니까 뭘 할 수가 없잖아.”

“이게 국가대표 출신의 클래스인가? 완전히 다른 수준인데?”

“하…… 내가 이렇게 발린다고? 말이 안 되는데…….”

각자의 팀에서 에이스로 인정받는 선수들이기 때문일까?

진민호 감독에게 패배했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한 티가 났다.

패배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

그런데.

투덜대던 선수들이 조용해졌다.

이윽고 이들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다음 차례로 나선 선수 때문이었다.

“이택현이다!”

“오오! 배천중 에이스! 아니지, 이제 대한중학교의 에이스인가?”

“대한중의 에이스는 신재욱이고.”

“그러네. 그나저나 이건 좀 기대되는데?”

“인정. 이택현은 공격수이긴 하지만, 수비도 꽤 잘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맞아. 그래서 이택현이 공격수로 나와서 전방압박할 때는 상대 수비수들이 긴장하잖아. 뺏길 수도 있으니까. 정말 이택현 쟤는 재능이 넘사벽이라서 수비수로 전향해도 프로는 충분히 갈 것 같다니까?”

“그것도 인정. 이택현 같은 천재라면 수비수로도 잘할 것 같긴 해.”

이택현.

중학생 축구선수들 사이에서 전국적으로 유명할 정도로 천재인 그의 차례였다.

감독이 공격이고 이택현은 수비해야 하는 상황.

공격수지만, 워낙 센스가 좋고 기술과 신체 능력이 모두 뛰어나 수비까지 잘하는 선수였기에.

이택현을 지켜보는 선수들의 얼굴엔 기대감이 드러났다.

삐익!

대결이 시작됐다.

진민호가 공을 가지고 드리블을 시작했다. 움직임에 여유가 느껴졌다. 앞서 선수 몇 명을 손쉽게 이겼기 때문에, 더욱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반면에 이택현은 침착했다.

평소엔 말이 많은 편이지만, 지금은 입을 꾹 다문 채 진민호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무조건 이긴다. 신재욱이 보고 있는 앞에서 발릴 순 없어.’

이택현은 신재욱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강한 경쟁심을 가지고 있다. 당연하게도 경쟁심을 가진 상대 앞에서는 절대 지고 싶지 않았다.

이건 자존심 문제였다.

그때였다.

툭! 휘익!

진민호가 공을 가볍게 툭― 친 뒤, 상체를 강하게 흔들었다. 어지간한 선수는 속아 넘어갈 만한 바디페인팅이었다. 그러나 이택현은 속지 않았다.

‘이런 건 이미 신재욱한테 수도 없이 당해봤거든!’

속지 않았기에, 이택현은 발을 뻗지 않았다. 대신 몸을 진민호의 상체에 붙였다. 이어서 타이밍을 노렸다.

‘분명히 빠져나가려고 할 거야. 그것도 꽤 화려하게.’

진민호가 몸을 돌리려는 타이밍을.

휘익!

이택현이 움직였다.

진민호가 몸을 돌리려는 것을 인지하자마자 나온 반응이었다. 퍼억! 상체로 진민호를 강하게 밀어냈다. 하지만 진민호는 아주 조금만 밀려났을 뿐이었다. 동시에 아주 약간의 빈틈이 보였다. 그 순간 이택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 정도면 충분해.’

노리던 타이밍이었다.

이택현은 곧바로 발을 뻗었다.

깜짝 놀란 진민호가 다급하게 공을 빼내려고 했지만,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었기에 반응이 느릴 수밖에 없었다.

퉁!

이택현의 발에 맞은 공이 굴러갔다. 이택현은 공을 소유하기 위해 움직였다. 이제 공을 라인 밖으로 걷어내거나, 잠깐이라도 소유하고 있으면 자신의 승리였다.

그러나.

진민호는 전 국가대표 출신이었다.

프로선수로 무려 100경기 넘게 뛰기까지 했다.

그는 공을 잃은 상태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재빠르게 어깨를 집어넣어 이택현의 진입을 막았고.

퍼억!

멀어지려던 공을 발바닥으로 잡아냈다.

그와 동시에 진민호는 경악한 얼굴로 소리쳤다.

“어우! 놀래라! 너 뭐야? 왜 이렇게 잘해?”

뛰어난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벗어났지만.

진민호는 여전히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무슨 중학생의 실력이……!’

조금은 방심한 상태였기는 했다.

이전까지 쉽게 이겨왔으니까.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지금 자신을 상대하는 선수의 수준은 달랐다.

“너! 이름이 뭐라고 했지?”

“이택현이요.”

그렇게 대답하며, 이택현은 다시 덤벼들었다.

공을 진민호가 다시 소유한 이상, 승부는 원점이었다. 타닷! 이택현이 속도를 높였다. 진민호가 공을 제대로 컨트롤하기 전에 빠르게 달라붙어서 방해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진민호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 방향을 틀었다.

그 순간.

“……!”

진민호의 눈이 커졌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어지간한 프로선수들도 나가떨어졌었다. 그런데 고작 중학생이 밸런스를 잡고 자신의 움직임을 쫓아오고 있었다.

‘이걸 따라온다고? 얘, 진짜 뭐야?’

은퇴했다고는 하나 그래도 국가대표 출신이고, 꾸준히 조기축구에 나가며 체력을 유지해온 자신의 움직임을 중학생이 쫓아오다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타앗!

진민호에겐 읽혔다.

태클을 하려는 이택현의 움직임이.

그래서 그 타이밍을 노리기로 했다.

‘어린애 한 명한테 생각지도 못하게 너무 많은 체력을 써버렸잖아. 쪽팔리게…… 지금이라도 끝내야겠어.’

이택현의 발이 깊게 들어왔다. 공을 빼내려는 태클이 제법 날카로웠다. 하지만 아마추어 수준의 태클이었다.

진민호는 발바닥으로 공을 빼며 몸을 돌렸다. 휘익! 이택현의 태클을 피해낸 지금, 진민호는 골키퍼가 지키는 골대 안을 향해 강한 슈팅을 때려냈다.

철렁!

골망이 흔들렸다.

골키퍼가 몸을 날렸지만, 날카롭게 구석으로 파고든 진민호의 슈팅을 막아내진 못했다.

“휴……! 힘들었다. 이택현이라고 했지?”

진민호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이택현을 바라봤다.

“예.”

이택현은 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진민호는 진심으로 놀랐기에 이택현을 향해 엄지를 들어 올렸다.

“너 되게 잘하더라. 나 너무 놀랐잖아.”

“…….”

“너 몇 학년이니? 3학년이지? 3학년인데 웬만한 고등학생 선수들보다 더 잘하는 것 같더라.”

“1학년인데요?”

“뭐?”

진민호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체격이 좋고 실력도 너무 좋아서 당연히 3학년인 줄 알았다.

그런데 1학년이라니!

‘중학교 1학년이 나를 고전하게 만들었다고…?’

듣고도 믿어지지 않았다.

“에이~! 어른 놀리면 못쓴다! 장난치지 말고 솔직히 말해. 택현아 너 몇 학년이야?”

“1학년이라니까요?”

“얘 말, 진짜예요?”

진민호가 고개를 돌려 제작진들을 바라봤다.

그러자 프로그램 작가와 제작진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다른 중학생 선수들도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택현 1학년 맞아요. 중학생들 사이에서 천재로 유명한 친구예요.”

“맞아요! 걔 1학년이면서 배천중학교의 에이스였어요. 엄청 유명해요.”

“대회에서도 되게 잘했어요.”

이택현이 중학교 1학년생이라는 것을 알게 된 지금, 진민호는 큰 충격을 받았다.

더불어 이어서 들려온 말에는 더욱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감독님! 이택현 걔, 공격수예요!”

“……뭐?”

진민호는 허탈하게 웃었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떠들어대고 있는 학생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 중학교 1학년에 공격수로 뛰는 애가 나를 상대로 그런 수비 실력을 보여줬던 거라고? 이게 말이 돼……?’

정말 말이 안 되는 일투성이구나.

그렇게 중얼거린 진민호는 다음 차례로 나온 소년을 바라봤다.

촬영 시작 전에 인사를 나눴던, 시크한 성격을 지녔던 선수였다.

“…신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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