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4
* * *
특성의 성장.
상상해본 적은 있었다.
현재 가진 특성이 성장하면 어떨까? 라는 그런 상상.
하지만 이렇게 정말 눈앞에 뜰 줄은 몰랐다.
[특성이 성장합니다!]
“성장한다고? 어떤 특성이?”
신재욱은 커진 눈으로 다음으로 뜰 메시지를 기다렸다.
그리고.
이어서 뜬 메시지를 본 순간, 신재욱의 눈은 더욱 커졌다.
[‘뛰어난 집중력’이 ‘놀라운 집중력’으로 성장합니다!]
[특성의 성장으로 인해서 ‘뛰어난 집중력’은 사라집니다.]
* * *
신재욱은 곧바로 성장한 특성의 정보를 확인했다.
[놀라운 집중력]
[등급] C
[효과] 운동을 할 때, 놀라울 정도로 높은 집중력을 보입니다. 또한, 집중력이 필요한 모든 상황에서 높은 효율을 얻게 됩니다.
“오!”
신재욱의 표정이 더욱 밝아졌다.
우선 특성의 등급이 C로 올랐다는 것이 눈에 띄었다.
“C급이네.”
C급이면 현재 신재욱이 보유한 특성 중 ‘골잡이의 본능’과 함께 가장 높은 등급이었다.
다음으로 눈에 띈 것은 ‘집중력이 필요한 모든 상황에서 높은 효율을 얻게 됩니다.’라는 문장이었다.
“높은 효율…… 이거 되게 좋을 것 같은데?”
신재욱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놀라운 집중력 특성이 굉장히 좋은 효과를 줄 것이라고.
하지만 직접 확인을 해야 확실하게 알 수 있지 않겠는가.
때문에, 신재욱은 다시 훈련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한 것은 공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게끔 공중에서 컨트롤하는 리프팅이었다.
기본적인 훈련이었지만, 높은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훈련이었기에 ‘놀라운 집중력’ 특성의 효과를 확인하기엔 좋았다.
퉁! 투웅!
신재욱이 공을 튕기기 시작했다.
환생 전에는 너무나도 쉽게 해왔던 리프팅이었지만.
환생한 이후에는 쉽지 않아졌다. 공을 자유자재로 컨트롤하던 감각이 없어졌으니까.
꾸준히 훈련하며 연습해오고 있지만, 여전히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었다.
그런데.
“오? 괜찮은데?”
공을 찼을 때의 감각이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신재욱은 웃으며 훈련을 이어갔다.
리프팅에 이어서 슈팅 훈련과 드리블 훈련에 들어갔다.
결과는 같았다.
슈팅 훈련과 드리블 훈련에서도 전보다 나아진 게 느껴졌다.
그것도 꽤 많이.
“확실히 달라. 엄청 좋아졌어!”
그때였다.
근처에서 훈련하던 이택현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가왔다.
“재욱아, 자꾸 혼자서 뭐라는 거야? 왜 자꾸 혼잣말해? 헛것이라도 보여?”
“…다 들렸어?”
“내가 귀가 좀 밝거든.”
“이택현.”
“왜? 웬일로 이름을 불러주지? 뭐 부탁할 거 있어서 그러지?”
크흠!
신재욱이 헛기침을 했다.
정곡을 찔려버렸다.
“……일대일 몇 번만 해보자.”
“거봐. 이럴 때만 이름 불러준다니까?”
“뭔 소리야.”
“평소엔 ‘야’라고 하잖아.”
“…그랬나?”
“원래 때린 놈은 기억 못 해.”
“너 기억력 되게 나쁘겠네? 애들 많이 괴롭히고 때렸잖아.”
“그런 나는 너한테 골목에서 두들겨 맞았지. 생각해보면 너한테 맞은 이후로 기억력이 더 나빠진 것 같아. 왜 그럴까? 뇌진탕이라도 온 건가?”
“…말빨이 좋아졌네?”
“원래 입은 살아있었어.”
이택현이 의기양양한 얼굴을 한 채, 씨익 웃었다.
반대로 신재욱은 말로 이택현을 이길 생각을 깔끔하게 접었다.
“그래서 할 거야, 말 거야?”
“해야지.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신재욱의 부탁이라면 해야지.”
“고맙다.”
신재욱은 그렇게 말하며, 곧바로 일대일 훈련을 준비했다.
다른 선수에게 부탁해도 되지만, 효율로 봤을 때 이택현과 훈련하는 게 가장 좋았다.
당연했다.
이택현은 신재욱을 제외하면 대한중학교 내에서 제일 좋은 축구 실력을 지녔으니까.
‘얘랑 훈련하면 감각이 날카롭게 벼려지는 느낌이야. 게다가 능력치도 잘 오르잖아?’
시작된 일대일 훈련.
역할은 신재욱이 수비, 이택현이 공격이었다.
이택현은 뚫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고, 신재욱은 최선을 다해서 막았다.
그리고 결과는.
신재욱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너…… 너, 뭐야?!”
이택현은 당황해서 말까지 더듬었다.
평소에도 신재욱과 일대일 훈련을 자주 했지만, 오늘처럼 압도적으로 패배한 적은 없었다.
그리고.
놀란 건 신재욱도 마찬가지였다.
‘이택현을 상대하는 게 훨씬 쉬워졌어.’
이택현의 드리블은 신재욱에게 대부분 읽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기 쉬운 건 아니었다. 반응속도나 몸싸움 같은 신체 능력에서 현저히 밀렸으니까.
그런데.
반응속도가 빨라졌다.
여전히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래도 빨라졌다는 게 중요했다.
‘집중력이 높아진 것만으로 이 정도 변화가 생기다니…….’
신재욱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과거의 실력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훈련 역시 이전보다 더 즐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택현아!”
“엥? 뭐 잘못 먹었냐? 갑자기 왜 이름을 부드럽게 부르지? 너 또 부탁할 거 있어서 그러지?”
“…훈련 더 하자.”
“그럼 그렇지.”
* * *
촬영 날이 다가왔다.
신재욱은 이택현과 함께 촬영 장소에 도착했다.
30분 정도 일찍 도착했는데, 촬영장엔 이미 몇몇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었다.
‘벌써 5명이나 왔어? 부지런하네.’
신재욱은 몸을 푸는 선수들을 바라봤다.
전부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역시 대회에서 봤던 선수들이 뽑혔구나.’
5명 모두 대회에서 봤던 선수들이었다.
그것도 각 팀에서 에이스 역할을 맡았던 선수들.
신재욱의 눈에도 제법 좋은 재능을 지녔던 선수들이었다.
“다 대회에서 봤던 애들이네. 재욱아, 쟤네 얼굴 기억나?”
이택현 역시 몸을 풀던 선수들의 얼굴을 알아봤다.
“기억하지.”
“그래도 한가락 하는 애들로 모았네. 쟤들 정도면 천재 소리 들을 만하긴 하지. 재욱아, 네가 볼 땐 어때?”
“뭐가?”
“쟤네 실력. 괜찮은 거 같아?”
“제대로 봐야 알겠지만, 그래도 다들 잘하는 것 같던데?”
“그치? 이 프로그램,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재밌을 것 같네.”
그때였다.
몸을 풀던 선수들이 신재욱과 이택현을 발견하곤 흥분하기 시작했다.
“오오! 신재욱이다! 옆에 이택현도 있어! 둘이 왜 같이 왔지?”
“이택현이 대한중학교로 전학 갔잖아. 쟤네 둘, 이제 같은 팀이야.”
“뭐어어? 대한중 에이스랑 배천중 에이스가 한 팀이 됐다고? 그럼 완전 사기팀이잖아!”
“미친 팀이지. 하… 다음 대회 무서워서 어떻게 나가냐. 분명 대한중학교가 쓸어버릴 거 아니야.”
“근데 이택현은 포스 지리는데, 신재욱은 여기서 보니까 생각보다 왜소하네? 대회에선 꽤 커 보였었는데.”
“그러게 말이야. 키도 이택현이 더 크고 몸도 더 좋아 보여.”
“아니야, 근데 겉모습으로만 보면 안 돼. 신재욱 실력 직접 봤잖아?”
“그건 맞아. 신재욱은 그냥 축구 도사가 따로 없더라. 고등학생 형들이랑 뛰어도 실력으로는 안 밀릴 것 같아.”
소란스러워졌다.
시선이 집중된 상황.
“반가워요.”
신재욱은 어색하게 웃으며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민망한 상황에선 땀을 흘리는 게 낫다는 생각이었기에, 곧바로 몸을 풀기 시작했다.
여러 시선이 느껴지고 있긴 하지만, 다행히 신재욱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것에 익숙했다.
‘상대 팀 홈구장에서 수만 명에게 야유를 받았던 때에 비하면……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지.’
신재욱은 빠르게 집중했다.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몸을 푸는 것에 열중했다.
그렇게 10분 정도가 흘렀을 때.
“선수분들, 모여주세요! 곧 촬영 들어갑니다!”
본격적인 촬영 준비가 시작됐다.
그런데 촬영장의 분위기가 조금 이상했다.
첫 촬영인 만큼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도 모자랄 판인데, 촬영장의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진민호 감독 아직 안 왔어?”
“방금 차가 막혀서 조금 늦을 것 같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뭐? 이런 씨! 차가 막히긴 개뿔! 이 양반, 첫 촬영부터 늦으면 어쩌자는 거야?”
“아무래도 감독님께서 따끔하게 한마디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첫 촬영부터 이러면 앞으로의 촬영에도 큰 지장이 생길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음…? 그래, 알았어. 진 감독 오면 내가 직접 경고할 테니, 그렇게 알고 있어.”
“알겠습니다!”
축구천재 FC의 감독을 맡은 진민호.
그가 첫 촬영부터 지각하게 됐다는 것.
그 사실에 제작진들 모두 불만을 드러내고 있었다.
꼭 말로 표현하지는 않아도 표정에서 훤히 드러났다.
‘다들 화가 많이 났구나. 근데 진민호 그 사람은 왜 늦는 거야?’
진민호.
현역 시절엔 국가대표팀 공격수로 뛰었고, 현재는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며 연예인으로 활동하는 사람이다.
신재욱도 이번 프로그램 때문에 알게 됐는데, 큰 관심이 없어서 따로 조사하거나 하지는 않았었다.
‘아까 듣기로는 차가 막혀서 늦는다던데……도착하면 사과는 제대로 하겠지.’
거기까지였다.
신재욱은 진민호에 관한 관심을 끊었다.
다른 선수들은 팀의 감독으로 올 진민호에 대해서 큰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지만, 신재욱은 전혀 아니었다.
애초에 이곳에 온 목적은 해외 진출이었고, 감독과는 비즈니스 관계로 지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제대로 된 감독도 아니었고.
그런데.
관심을 끊기가 어려워졌다.
“늦어서 죄송합니다아~!”
늘어지는 말투로 대충 하는 사과.
진민호였다.
“뭐야?”
신재욱은 헛웃음을 흘리며 진민호를 바라봤다.
제작진들을 향해 손을 대충 휘저으며 미안하다는 말을 몇 번 반복하던 그는, 이번엔 촬영팀 감독을 향해 다가갔다.
조금 전, 진민호에게 따끔한 경고를 해주겠다던 그 촬영팀 감독이었다.
“우리 촬영 감독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진민호 선수…… 아니, 감독님! 이렇게 늦으시면 곤란합니다. 오늘 차도 하나도 안 막히는 거 다 알고 있는데, 첫 촬영부터…….”
촬영팀 감독은 준비했던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말을 끝까지 하지는 못했다.
“아, 아! 하하하! 존경하는 촬영 감독님! 사실을 말하자면, 제가 어제 늦게까지 높으신 분들이랑 자리를 좀 하느라 너무 피곤해서 늦었습니다. 감독님도 아시는 분들일 거예요. 그중 한 분이 이중훈 형님이었는데…… 아시죠?”
거기까지였다.
이중훈이라는 이름이 나온 지금, 촬영팀 감독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중훈은 그가 속해있는 방송국의 사장이었으니까.
“……중요한 일이 있으셨군요. 다음부턴 시간 맞춰서 와주세요.”
“아잇! 왜 당연한 말씀을 하실까? 하여튼!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감독님.”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진민호는 이제 선수들을 향해 걸어왔다.
“얘들아, 너희가 이번에 함께 할 천재들이구나? 내가 조금 늦었지? 미안하다. 대신 축구 잘 알려줄게.”
그가 특유의 여유가 느껴지는 말투로 말문을 열자, 선수들도 감독이 될 진민호에게 인사를 했다.
그때였다.
“근데 신재욱이 누구야? 잠깐 나와볼래?”
진민호가 신재욱을 호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