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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빨로 축구천재-21화 (2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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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철렁!

도정중학교의 골망이 흔들렸다.

― 고오오오오올! 골입니다! 방금 터진 신재욱의 골로 승부의 추가 크게 기울었습니다!

― 결국엔 신재욱이 만들어내네요! 순수한 개인 능력으로 골을 터트렸습니다! 도정중학교의 수비수들은 신재욱을 막아내질 못한 대가를 치렀고요! 허허! 신재욱의 실력이 결승전에서도 빛을 발하네요!

― 이제 스코어는 2 대 0입니다!

중요한 골이었다.

상대의 기세를 꺾고, 동료들의 사기를 높이는 골.

“오오오오오오! 신재욱! 이 미친놈아아아! 어떻게 거기서 직접 뚫고 골을 넣을 생각을 하냐? 진심 너무 괴물이잖아!”

“뭘 놀래고 그래? 재욱이 얘, 괴물인 거 우리 모두 알고 있었잖아! 으하하하! 재욱이 얘는 대박이야! 진짜!”

“미쳤다! 진심 미친 골이었다고! 재욱아, 사랑한다! 형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지?”

“이 경기 우리가 거의 다 잡았어! 쫌만 더 힘내보자!”

대한중학교 선수들은 흥분하고 있었다.

이들 모두 우승이 코앞까지 다가왔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그 순간.

신재욱이 크게 소리쳤다.

“다들!”

그러자 소란스럽던 선수들이 입을 다물었다.

모두 신재욱에게 집중했다.

그리고.

신재욱은 조금도 기뻐하지 않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침착하세요. 아직 경기 안 끝났으니까 마음 가라앉히고 끝까지 집중합시다.”

팀에서 가장 어린 선수의 말이었지만.

에이스의 말이기도 했다.

“그래, 그래! 재욱이 말이 맞아! 다들 진정하자고. 남은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이상하지 않으니까 집중하자.”

“다시 집중합시다!”

“자, 자! 다들 자리로 돌아가! 끝까지 최선을 다하러 가자고!”

효과는 확실했다.

대한중학교 선수들 모두 떠들던 것을 멈추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장면을 바라보던 대한중학교의 구영철 감독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허허! 신재욱 저 녀석 이제는 아예 팀을 장악했구나. 1학년짜리가…… 참 어이가 없을 정도로 놀라운 녀석이야.”

* * *

스코어가 2 대 0이 이후.

도정중학교는 적극적으로 공격을 하지 못했다.

바닥나버린 체력 때문이었다.

― 도정중학교 선수들, 굉장히 지쳐있네요! 경기 결과를 바꾸려면 조금 더 힘을 내줘야 할 텐데요!

물론 지친 건 대한중학교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신재욱은 경기장을 걸어 다니는 것조차 힘들어하고 있었다.

“와…… 죽겠네.”

앓는 소리를 하며, 신재욱이 제자리에 멈춰 섰다.

멈출 수밖에 없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으니까.

만약 멈추지 않았다면 그대로 주저앉았을 것이다. 그랬으면 팀의 사기가 떨어졌을 것이고.

“조금만 더 버티자.”

신재욱은 다시 발걸음을 내디뎠다.

다행히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상대도 지쳤고 스코어도 2 대 0이기에 어지간해선 역전을 당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게 신재욱을 포함한 모든 선수들이 남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했다.

시간은 계속해서 흘렀고.

삐이이익!

― 경기 종료됩니다! 이번 대회의 우승팀은 대한중학교입니다!

마침내 심판의 휘슬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순간 경기장 위에 있던 선수들 모두 바닥에 쓰러지듯 드러누웠다.

정신력으로 버텼을 뿐, 이들 모두 서 있을 힘조차 남지 않았다.

― 비록 승부는 났지만, 양 팀 선수들 모두 가진 걸 전부 쏟아부은 멋진 경기였습니다!

― 대한중학교 선수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네요! 강팀이긴 하지만, 우승 후보로 평가받지는 못했던 팀이었기에 감동이 더 클 것 같습니다.

― 맞습니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대한중학교보다 더 강한 전력을 지녔다고 평가받던 팀들이 있었죠. 그런데 그 팀들 모두 대한중학교에게 무릎을 꿇었습니다!

― 그 이변을 만들어낸 데에는 신재욱 선수의 역할을 가장 크다고 할 수 있겠죠?

― 그렇습니다. 신재욱 선수에 대해서 감히 말하자면, 이번 대회 최고의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중학교 1학년 선수가 형들은 다 제치고 전국대회 최고의 활약을 펼친다라……이야~! 국내 프로팀 스카우터들에게 상당한 관심을 받겠는데요?

해설들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신재욱은 대회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고 있었고.

그 증거로 지금.

“안녕! 네가 신재욱이니?”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저는 FC…….”

“신재욱 선수, 경기 잘 봤습니다. 잠시 시간 좀 내줄 수 있죠?”

신재욱의 앞엔 여러 명의 스카우터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 * *

수원, 서울, 울산, 대구, 전북 등.

K리그를 대표하는 모든 팀의 스카우터들이 이제 겨우 14살의 선수 앞에 몰려들었다.

“신재욱 선수! 우리랑 먼저 얘기해요. 제가 가장 먼저 온 거 알죠?”

“우리 구단이랑 계약하면 금방 성장할 수 있어요. 우리의 훈련 인프라가 얼마나 대단하냐면…….”

“에이, 뒤에 밀지 좀 마세요! 늦게 왔으면 줄을 서야지!”

“재욱아! 아저씨랑 얘기 좀 하자. 아저씨가 누구냐면 말이야…….”

그야말로 시장통이 따로 없었다.

신재욱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뭐야? 왜 이렇게 체계가 안 잡혀있어?’

스카우터들의 마음이 급한 건 이해가 됐다.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신재욱의 활약은 국내 스카우터들의 욕심을 끌어내기에 충분했으니까.

그러나 지금처럼 체계적이지 못한 행동은 좋게 보이지 않았다.

‘한 5년 뒤엔 이거보다 나아지려나?’

대부분의 축구선수 생활을 영국에서 해왔던 신재욱이었다.

체계가 잘 잡혀있는 영국과 지금 한국의 스카우트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큰 차이가 있었다.

‘그래도 뭐, 기분은 나쁘지 않네.’

신재욱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지금처럼 스카우트들에게 둘러싸여 관심을 받는 상황은 청소년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상황이었다.

심각한 몸 상태였음에도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하니,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다만, 스카우터들의 관심 자체는 신재욱에겐 그리 흥미로운 일은 아니었다.

국내 프로팀에 들어갈 생각은 조금도 없었으니까.

그래서.

신재욱은 순진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스카우터님들! 관심은 감사하지만, 제가 아직 너무 어려서…… 프로팀과의 계약보다는 학교에서 더 배워야 할 것 같아요.”

거절이었다.

물론 스카우터들은 쉽사리 물러나지 않았다.

부모님과 얘기를 해보겠다는 둥, 네가 아직 어려서 모른다는 둥, 각종 감언이설로 신재욱을 꼬시려고 했다.

하지만 신재욱이 누구던가.

겉모습은 14살 소년이었지만, 평생을 축구만 해온 베테랑 축구선수였다.

“전 감독님께서 찾으셔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신재욱은 꾸벅 인사를 한 뒤 자리를 벗어났다.

이후, 모든 상황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던 감독과 코치, 동료 선수들이 기다렸다는 듯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재욱아! 프로팀 스카우터들이 전부 너한테 갔더라? 우와…… 이런 경우는 처음 보네!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했어? 어떤 팀으로 갈 생각이야?”

“제안받은 거 맞지? 너라면 어떤 팀을 가도 잘할 것 같긴 한데, 어떤 팀이 제일 좋아?”

“저 사람들이 뭐래? 표정들 보니까 널 데려가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 같던데?”

“바로 계약할 거야? 아니지, 부모님께 먼저 말씀드리고 결정하겠지?”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신재욱이 입을 열기 전까지.

그리고 지금.

모두를 당황하게 만든 대답이 나왔다.

“거절했어요.”

* * *

환생한 이후, 신재욱은 몸 상태를 자주 확인했다.

조심스럽게 관찰하며 성장을 이어나갔다.

특히 대회를 치르는 중엔 성장의 속도가 빨랐다. 몸도 말을 잘 들었다. 물론 처음 환생했을 때보다 좀 더 잘 듣는 수준이었지만.

중학교 선수들을 압도하기엔 충분했다.

자신감이 생기기 좋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신재욱은 냉정했다.

‘아직 멀었어.’

더 성장해야 했다.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과 훈련하며 감각을 더 살려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국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유럽으로 나가야 하는데. 어떤 방법이 있을까?’

환생 전엔 영국으로 귀화해서 영국인으로 살았다.

축구에 재능도 뛰어났다.

때문에, 유럽에서 축구를 시작하는 게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인의 신분으로 유럽으로 나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현재 신재욱의 나이는 14살이었다.

프로 무대에서 실력을 검증한 프로선수가 아닌, 그저 중학교 1학년의 어린 선수에 불과했다.

전국대회에서 최고의 선수로 뽑히긴 했지만, 이 정도로 유럽팀들의 관심을 받기엔 역부족이었다.

실제로 대회가 펼쳐지는 내내 유럽의 스카우터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직접 연락을 돌려보는 것도 괜찮긴 할 거고…….’

신재욱은 영어를 잘한다.

이건 유럽에서 축구를 하는 데 있어서 큰 무기가 된다.

그래서 생각해봤다.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진심이 담긴 편지를 유럽의 여러 팀들에게 보내볼까?

충분히 답변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신재욱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테스트를 보러 오라는 답을 받아도 문제야.’

지금의 부모님들.

그분들의 반대가 있을 게 분명했다.

신재욱의 축구 실력을 알지 못하시는 분들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린 아들이 유럽으로 축구를 하러 떠난다고 말한다면?

그런 상황에서 허락해줄 부모님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두 분 모두 직장이 있으시기도 했고.

‘어렵다, 어려워.’

이처럼 신재욱은 유럽으로 떠나기 위한 좋은 방법을 고민했다.

고민은 대회 4강전이 치러진 이후까지도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신재욱의 고민이 끝났다.

“오! 저거 괜찮겠는데?”

결승전이 펼쳐지기 전날 저녁.

TV에서 흘러나온 신규 프로그램 관련 광고 때문이었다.

「축구천재를 찾습니다.」

축구천재를 찾습니다.

강렬한 문구로 시작된 광고는 길게 이어졌다.

누군가에겐 지루한 문장들일 수 있지만, 신재욱에겐 너무나도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중학생 천재들로 만들어질 축구천재 FC! 과연 천재들은 국내 프로팀과 유럽의 유명 유스팀들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 여러 경험을 할 수 있는……」

내용은 길었지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1. 메이저 방송사에서 제작하는 프로그램이다.

2. 14세~16세의 선수만 신청 가능하다. 즉, 중학생 선수들로만 팀이 꾸려진다.

3. 꾸려진 팀은 국내 프로팀들, 그리고 유럽의 유스팀들과 친선경기를 치를 수 있다.

이중 신재욱의 눈길을 끈 건 유럽 유스팀들과의 친선경기였다.

“이거…… 잘하면 쉽게 갈 수도 있겠는데?”

메이저 방송사에서 제작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유럽의 유스팀이라고 광고해놓고 유명하지도 않은 팀을 섭외할 리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하면 빅클럽의 어린 선수들과 친선경기를 치르게 될 수도 있고, 그렇게 된다면 신재욱에겐 아주 좋은 기회가 생기는 것이었다.

물론 그 기회를 살릴 자신도 있었고.

그래서 지금.

“거절했어요.”

신재욱은 대한중학교의 감독, 코치, 동료들 앞에서 덤덤하게 말했다.

국내 프로팀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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