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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빨로 축구천재-19화 (19/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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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한용이 공을 몰고 전진하고 있습니다!

기현중학교의 에이스, 정한용의 얼굴엔 자신감이 드러났다.

‘내가 좋은 패스를 몇 번이나 뿌려줬는데, 한 번을 못 살리냐. 더 이상은 답답해서 안 되겠어. 이번엔 내가 마무리까지 직접 한다.’

동료들은 번번이 신재욱에게 막혀서 기회를 살리지 못했지만, 자신은 다를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정한용은 정면에서 신재욱이 덤벼들고 있음에도 드리블을 이어갔다.

‘내가 이겨.’

정한용은 자신이 없었다.

신재욱에게 질 자신이.

― 어어?! 정한용! 신재욱과의 일대일을 피하지 않을 생각인 것 같습니다!

―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네요! 정한용 선수는 어지간해선 전진 드리블을 시도하는 선수가 아닌데 말이죠?

― 그렇긴 하지만 워낙 기본기가 뛰어나기 때문에 마음먹고 드리블을 하면 어지간한 드리블러보다도 더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입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자신감 있게 전진 드리블을 시도할 수도 있는 거겠죠!

정한용은 드리블 속도를 늦췄다.

상대가 덤벼들 때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냥 제쳐줄게.”

그렇게 말하며, 정한용은 스텝오버를 구사했다.

흔히 헛다리 짚기라고 말하는 기술이었다.

정한용이 경기중에 거의 사용하지 않는 기술이었지만, 지금처럼 일대일 상황에선 꽤 효과적인 기술이기에 선택했다.

휙! 휘익!

화려하게 다리를 움직이며 스텝오버를 구사하는 정한용을 상대로 신재욱은 망설이지 않았다.

헛다리를 짚든지 말든지 신경 쓰지 않고 거리를 좁혔다.

그 순간.

정한용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딱 걸렸어!”

얼굴에 드러나던 자신감도 더욱 짙어졌다.

스텝오버는 미끼였고, 상대가 그 미끼를 물어버렸으니까.

휘익!

신재욱이 덤벼드는 그 순간, 정한용이 몸을 틀었다. 발로는 공을 정교하게 컨트롤하며, 몸을 완전히 돌리기 위해 움직였다.

마르세유 턴.

몸을 돌리는 동작과 동시에 공을 끌고 오는 기술이었고.

스텝오버에 이은 마르세유 턴은 정한용이 가장 잘 쓰는 조합이었다.

‘내가 이걸로 못 제친 놈이 거의 없거든!’

정한용의 몸이 거의 다 돌아갔다.

공도 함께 끌고 왔다.

그의 계산대로라면 몸을 다 돌렸을 때, 신재욱은 제쳐져야 했다.

그런데.

“너, 뭐 하냐?”

신재욱은 정한용이 몸을 돌린 곳에 미리 서 있었다.

그것뿐만 아니라 어느새 공까지 빼냈다.

“헙…!”

“헙은 무슨, 헙이야. 그렇게 뻔한 조합으로 뚫으려고 하니까 뺏기지.”

그 말을 끝으로 신재욱은 멀어졌다.

정한용은 그 뒤를 쫓을 수가 없었다.

순간적으로 근육이 굳을 정도로 깜짝 놀라버렸으니까.

“내 기술 조합이 뻔하다고……?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 * *

정한용에게서 공을 뺏은 지금.

툭! 휘익!

신재욱은 기현중학교 선수 한 명을 가볍게 제쳐냈다.

이어서 측면에 있는 동료에게 공을 넘겼다.

― 신재욱의 수비 실력은 볼수록 놀랍네요! 정한용 선수의 움직임을 완전히 예측한 수비를 보여줬습니다!

― 정한용 선수의 기술은 분명히 좋았습니다. 하지만 신재욱을 뚫기엔 역부족이었네요! 신재욱! 더 이상 욕심을 내지 않고 동료에게 패스합니다. 이 선수, 정말 냉정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현중학교 선수들의 마음은 급해졌다.

골을 만들기 위해 더욱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기현중의 에이스인 정한용 역시 경기 초반보다 훨씬 더 많이 뛰며 기회를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기현중학교의 공격은 급한 만큼 정교함을 잃어갔다.

그리고 대한중학교는 그런 공격에 당할 정도로 약한 팀이 아니었다.

특히 신재욱은 기현중학교의 공격 전개를 깔끔하게 틀어막았다.

― 멋진 태클입니다! 신재욱이 기현중학교의 공격을 끊어냈습니다!

― 오늘 경기에서도 신재욱의 활약은 엄청나네요!

“오늘 수비 잘되네.”

태클로 상대의 공격을 끊어낸 신재욱이 씨익 웃었다.

가끔 유난히 경기가 잘 풀리는 날이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상대도 잘 흔들려주고 있고.”

신재욱의 시선이 정한용에게로 향했다.

미래에 국가대표가 될 선수답게, 확실히 뛰어난 재능이었다.

중학교 선수들이 모인 곳에선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을 실력자.

그러나.

멘탈이 흔들린 정한용은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신재욱의 의도대로였다.

‘실력에 자부심이 셀수록 오히려 더 쉽게 무너질 수 있지.’

일부러 정한용의 멘탈을 흔들었고.

‘지금 기현중학교의 정한용이 그런 경우고.’

성공했다.

― 정한용 선수의 움직임에 자신감이 없어 보이는데요? 중요한 순간마다 동료에게 공을 넘기고 있습니다. 원래라면 방금은 팀의 에이스인 정한용 선수가 해결을 해줬어야 했습니다!

― 아무래도 심리적인 영향이 큰 것 같네요. 신재욱 선수에게 몇 차례 막힌 이후로 정한용 선수의 플레이가 소극적으로 변해버렸습니다.

팀의 에이스가 흔들린다는 것.

그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대한중학교 선수들은 잘 알고 있었다.

이택현이 흔들린 배천중학교를 무너뜨려 봤으니까.

“쟤들 흔들린다! 더 강하게 밀어붙여!”

“정한용 상태 메롱인 거 보이지? 이 경기, 다 잡았어!”

“쟤네 멘탈 나갔다!”

함성을 지르며, 대한중학교 선수들은 공격을 전개했다.

위축된 기현중학교 선수들은 대한중학교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수비해내지 못했다.

― 뚫렸습니다! 소중섭의 패스가 좋았습니다! 김준혁, 바로 때립니다! 고오오오오올! 대한중학교의 스트라이커 김준혁이 골을 터트립니다!

― 이러면 대한중학교가 완전히 기세를 잡았네요! 양 팀의 스코어는 이제 2 대 0이 됐습니다!

배천중학교가 그랬던 것처럼.

우승 후보라고 불리며 4강까지 올라온 기현중학교는 빠르게 무너졌다.

더 이상 좋은 기회도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기회를 내줬다.

― 아! 패스 미스입니다! 신재욱 선수의 전방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이지형 선수가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신재욱은 기현중의 센터백 이지형의 심리를 꿰뚫고 압박했고, 실수를 끌어냈다.

중학교 수준에서 뛰어난 수비수라지만, 그래 봤자 신재욱의 손바닥 안이었다.

어떤 플레이를 할지, 수많은 경험을 가진 신재욱의 눈엔 훤히 보였으니까.

퉁!

팀 동료이자 2학년 선배인 강찬호가 공을 넘겼다.

그 순간 신재욱은 굴러오는 공을 잡아두지 않고, 대각선으로 밀어 찼다.

상대 수비수들이 생각하지 못한 기습적인 원터치 패스.

환생 전, 신재욱이 즐겨 쓰던 패턴 중 하나였다.

물론 그때만큼 정교하지는 않았지만, 기현중학교에겐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 오오오! 센스있는 패스를 보여준 신재욱!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한 김준혁이 공을 받습니다! 김준혁은 이런 기회를 놓치는 선수가 아니죠!

― 고오오오오올! 들어갔습니다! 역시 김준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결정력이 굉장히 좋은 선수인데, 이번에도 골을 기록합니다!

― 방금 골은 김준혁 선수의 움직임과 마무리도 훌륭했지만, 신재욱 선수를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겠는데요?

― 당연히 칭찬해야죠! 신재욱 선수의 전방압박이 없었다면 방금과 같은 기회도 없었을 테니까요. 그나저나 이 신재욱 선수를 보면 피지컬은 좋지 않은 편인데, 축구 지능이 상당히 높아 보입니다. 수비수들을 압박할 때도 심리전에서 매번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김준혁 선수에게 준 패스도 수비수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지 않습니까?

팀의 세 번째 골이 터진 지금.

도움을 기록한 신재욱의 시선이 허공으로 향했다.

[패스가 1 올랐습니다!]

[대인방어가 1 올랐습니다!]

[체력이 1 올랐습니다!]

* * *

대한중학교와 기현중학교의 전반전은 3 대 0으로 끝이 났다.

한쪽으로 기세가 완전히 넘어간 전반전이었다.

이런 경우엔 후반전이 되어서도 분위기를 바꾸기 어렵다.

기현중학교도 마찬가지였다.

선수 교체와 전술 변경을 해가며 어떻게든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했지만, 후반전 내내 대한중학교에게 주도권을 내줬다.

심지어 추가 골까지 허용했다.

― 신재욱의 골입니다! 허허! 신재욱 선수는 운도 잘 따르네요! 혼전 상황에서 흐른 공이 어떻게 딱 신재욱 선수에게로 갔을까요?

― 하하! 방금은 우연의 일치겠지만, 그래도 신재욱 선수의 위치선정이 좋았기에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겠죠.

신재욱의 골이었다.

동물적인 골 감각과 많은 경험으로 만들어낸 골.

골 이후에도 신재욱의 활약은 압도적이었다.

― 중요한 순간엔 항상 신재욱이 있네요! 우승을 꿈꾸던 기현중학교가 신재욱이라는 악몽을 꾸고 있습니다!

신재욱은 공격할 때와 수비를 할 때 모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공격할 때는 안정적으로 공을 지키며 연계를 했고, 더 나아가 공간을 파고들며 수비수들을 끌고 다니기까지 했다.

수비를 할 때는 상대 공격수들 미드필더들의 패턴을 읽어내며 완벽에 가까운 대인방어를 보여줬다.

그렇게 신재욱은 또다시 상대를 무너뜨렸다.

삐이이이익!

― 경기 종료됩니다! 대한중학교가 기현중학교를 압도하며 결승에 진출합니다!

― 말씀 그대로 압도적인 경기였습니다!

결승전 일정은 다음 날이었다.

경기가 치러질 경기장엔 많은 수의 관중들이 몰려있었다.

중학교 팀들이 펼치는 대회라고 보기엔 너무 많은 숫자였다.

― 결승전을 지켜보기 위해 많은 수의 관중이 몰렸습니다! 결승에 오르지 못한 팀의 선수들까지 모여있기 때문이겠죠?

― 그렇습니다. 보통 대회에서 떨어진 팀들은 곧바로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데, 지금은 떨어진 팀들 대부분이 결승전을 보러왔습니다. 게다가 경기장을 찾던 국내 프로팀 스카우터들의 숫자도 눈에 띄게 늘었죠.

― 그만큼 이번 결승전에 오른 두 팀의 경기가 주는 기대감이 대단하다는 거겠죠?

― 맞습니다. 이변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결승에 오른 대한중학교는 솔직히 우승 후보라고 보긴 어려운 팀이었거든요? 물론 강팀이긴 하지만, 기현중학교나 배천중학교의 전력과 비교하면 조금 떨어지는 게 사실이었고요. 하지만 모두 착각이었죠. 올해의 대한중학교엔 신재욱이라는 새로운 에이스가 있었고, 앞서 말한 팀들을 모두 이기며 결승까지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제가 감히 말씀드리자면, 지금 결승전을 보러 온 분들 대부분은 이 신재욱 선수의 플레이를 보러왔을 겁니다.

해설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관중들 대부분 신재욱의 이름을 말하고 있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전부 신재욱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쟤가 신재욱이라고? 경기할 땐 되게 포스 있게 느껴졌는데, 이렇게 관중석에서 보니까 엄청 왜소하잖아?”

“그러네. 근데 저렇게 왜소한 체구로 덩치 큰 애들이랑 몸싸움한 거야? 그게 더 놀라운데? 무게중심이 낮은 건가?”

“어, 무게중심이 엄청 낮긴 하더라. 근데 몸싸움에서 이긴 건 아니었어. 그냥 버틴 느낌이었지.”

“그게 어디야. 저 몸으로 버틴 게 신기하다. 그나저나 신재욱이 결승전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엄청 잘하겠지. 신재욱은 뭐하나 뛰어난 건 없지만, 뭔가 달라. 그냥…… 축구를 너무 잘한다고 말하면 맞겠다.”

“천재인 것 같아?”

“천재지. 저런 녀석이 천재가 아니라면, 누가 천재겠어?”

그리고.

이처럼 많은 관심을 받는 상황에서.

신재욱은 멍하니 허공을 바라봤다.

“이게 갑자기 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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