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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빨로 축구천재-18화 (18/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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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환생 전, 신재욱은 영국의 국가대표였다.

하지만 고향은 한국이었기에, 한국 축구에도 관심이 있었다.

한국을 향한 그리움이 컸기에, 가끔 시간을 내서 한국대표팀 경기를 챙겨보곤 했었다.

그래서일까?

아직도 신재욱의 기억 속엔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의 얼굴이 남아있었다.

“저 사람이 저기에 왜 있어…?”

8강전에서 승리하며 4강에 진출한 지금.

신재욱은 깜짝 놀란 얼굴로 4강에서 만나게 된 기현중학교의 선수 한 명을 바라봤다.

익숙한 얼굴이었다.

환생 전, 한국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봤던 선수였으니까.

“정한용이 기현중학교 출신이었구나.”

정한용.

지금은 앳된 얼굴을 하고 있지만, 미래엔 한국 국가대표팀 축구선수가 될 남자였다.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 지금, 신재욱은 미소를 지었다.

“재밌겠네.”

경기가 더 재밌어질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정한용에게 관심을 가진 건 신재욱뿐만이 아니었다.

대한중학교의 다른 선수들 역시 정한용을 보며 눈을 빛냈다.

“오! 정한용이다!”

“쟤를 진짜 조심해야 돼. 패스가 그냥 자로 잰 것처럼 나오더라.”

“나 쟤 기억나. 작년 대회 때도 쟤 활약으로 기현중학교가 4강까지 올라갔었잖아.”

“작년의 기현중학교도 엄청 셌지. 근데 그저께 기현중 경기 보니까 정한용 실력이 더 늘었더라. 그냥 중원의 사령관이 됐던데?”

“정한용의 실력은 사실 중학교 수준을 한참 뛰어넘었지. 쟨 우리가 아니라 고등학생 형들이랑 경쟁해야 해. 그리고 피지컬도 좀 봐. 저게 어떻게 중학생이야? 추범진이랑 오필두보다 더 커 보이잖아.”

이처럼 대한중학교 선수들이 긴장감을 드러내고 있을 때.

기현중학교 선수들 역시 대한중학교 측을 의식하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기현중학교가 강팀이라고는 하나, 대한중학교 역시 강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4강까지 올라간 팀이었으니까.

* * *

다음 날.

대한중학교와 기현중학교 선수들이 운동장에 걸어들어왔다.

4강전을 치르기 위함이었다.

8강전을 치른 바로 다음 날 경기라니, 사실상 말도 안 될 정도로 빡빡한 스케줄이었다.

― 결승행을 결정짓는 경기가 곧 펼쳐집니다! 양 팀 선수들이 전부 입장했네요! 선수들의 표정이 비장합니다!

― 대한중학교와 기현중학교 모두 이번 대회에서 기세가 대단한 팀들이죠! 기세만큼이나 실력도 대단했고요! 다만, 양 팀 선수들의 컨디션이 어떨지가 궁금하네요. 아무래도 두 팀 모두 바로 어제 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100% 준비가 되어있을 수가 없지 않습니까?

― 맞습니다. 선수들의 피로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긴 합니다.

해설들의 말처럼 선수들의 얼굴엔 피곤함이 엿보였다.

그러나 눈빛만큼은 모두 살아있었다.

서로가 강팀이란 것을 알기에 긴장감이 흐르긴 했지만, 이들 모두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삐이익!

경기가 시작됐다.

신재욱은 지난 경기보다 더 천천히 움직였다.

‘어제 경기보다 더 잘 조절해야 해.’

어젯밤, 신재욱은 최선을 다해서 쉬었다.

뭉친 근육들을 직접 마사지하며 풀었고, 어떻게든 푹 자려고 애썼다.

하지만.

컨디션을 완벽하게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최고의 컨디션과 지금을 비교하면, 제법 많은 차이가 났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가뜩이나 체력이 약한 몸인데, 대회가 시작된 이후로 계속 많이 뛰어왔으니까.

‘그나마 다행인 건, 체력 능력치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어.’

체력적으로 매번 힘든 경기를 소화해서인지, 체력 능력치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건 신재욱에게 큰 힘이 됐다.

― 신재욱이 공을 받습니다! 신재욱, 굳이 공을 오래 갖고 있지 않고 빠르게 처리하네요.

― 이번 대회에서 신재욱 선수는 긴 패스를 시도하지 않고 있죠. 공을 잡으면 지금처럼 짧은 패스를 하거나, 좋은 움직임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선수입니다. 그리고 가끔은 직접 공을 몰고 돌파를 하며 뛰어난 공격 재능도 보여주고 있죠.

― 반대로 기현중학교의 에이스인 정한용 선수는 스타일이 다르죠?

― 그렇습니다. 정한용 선수는 롱패스를 굉장히 자주 시도하고 있고, 정확도도 굉장합니다. 사실 이 선수의 패스 실력은 전국적으로 정평이 나 있죠. 다만, 신재욱 선수처럼 돌파를 시도하는 선수는 아닙니다. 수비에도 적극적인 편은 아니고요.

경기 초반에 점유율을 많이 가져간 팀은 대한중학교였다.

오늘도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신재욱은 조금 높게 올라와서 동료들의 위치를 조정해주고 있었다.

“준혁 선배! 조금만 내려와서 받아줘요! 소중섭 선배는 좀 더 활발하게 움직여주시고요!”

놀라운 일이었다.

선후배 간 위계질서가 강하기로 유명한 중학교 축구부였다.

그런 곳에서 1학년이 이토록 큰 목소리를 낸다는 건, 거의 찾아보기 힘든 일이었다.

그런데 대한중학교의 선수들은 당연하다는 듯 신재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 대한중학교 선수들이 신재욱 선수의 지시에 따르고 있습니다! 이런 장면은 매 경기 나오고 있는데, 보면 볼수록 놀랍네요.

― 2, 3학년 선수들이 1학년인 신재욱 선수를 인정하고 있다는 거겠죠. 사실 이번 대회에서 신재욱 선수가 보여준 모습을 보면, 대한중학교 선수들의 반응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신재욱 선수는 거의 실수가 없고, 중요할 때마다 완벽한 판단을 내리고 있거든요.

― 하하! 맞습니다. 신재욱 선수의 플레이를 보면 어린 선수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노련합니다.

대한중학교의 움직임은 좋았다.

전방으로 나아가면서도 정확하게 패스를 주고받았다. 공을 갖고 있지 않은 선수들의 움직임도 좋았다.

계속해서 빈 공간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을 취하며, 기현중학교 선수들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신재욱은 그런 틈을 타서 더욱 깊숙이 전진했다.

투웅!

수비 뒷공간으로 파고든 신재욱을 향해 공이 날아왔다.

포물선으로 느리게 떨어지는 공이었다. 휙! 신재욱이 발을 뻗었다. 퉁! 공이 발 안쪽과 부딪치며 부드럽게 떨어져 내렸다.

― 신재욱이 침투합니다! 엄청난 퍼스트터치네요!

신재욱이 페널티박스 안으로 파고들며 공을 받을 때까지의 시간은 매우 짧았다.

기현중학교의 수비수들에겐 순식간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당연하게도 기현중학교의 수비수들은 당황했고,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그사이 신재욱은 이미 슈팅을 때려냈다.

퍼어엉!

신재욱에겐 만족스럽지 못한 슈팅이었다.

솔직히 짜증이 날 정도로 형편없는 슈팅이었다.

그래도.

철렁!

기현중학교의 골문을 열기엔 충분했다.

― 들어갔습니다! 신재욱이 선제골을 터트립니다!

신재욱은 세레머니를 펼쳤다.

골을 넣은 것이 기쁘기도 했지만, 진짜 의도는 따로 있었다.

‘세레머니를 해줘야 기세가 오르거든.’

팀의 기세를 끌어올리는 것.

그게 신재욱의 진짜 의도였다.

“우오오오! 역시 재욱이는 미쳤어!”

“기현중학교 애들도 신재욱은 못 막는구만! 역시 대한중의 에이스답다! 진심 개쩔었어!”

“흐흐! 너 그냥 공격수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무슨 수비형 미드필더가 공격수인 나보다 골을 더 잘 넣냐?”

“재욱아! 골 축하한다! 앞으로 2골만 더 부탁할게!”

동료들의 축하를 받은 지금, 신재욱은 가장 먼저 팀의 주장 추범진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추범진 선배, 감사해요.”

수비형 미드필더인 신재욱이 마음 놓고 공격적인 움직임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눈앞에 있는 추범진 덕분이었다.

마찬가지로 수비형 미드필더인 추범진은 뛰어난 실력을 지녔고, 신재욱이 비워둔 자리를 완벽하게 커버해줬다.

“알면 됐다.”

추범진은 별일 아니라는 듯 시크하게 손을 휘저었다.

이어서 그는 몸을 돌려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신재욱의 눈엔 보였다.

추범진의 입꼬리가 순간 씰룩였던 것을.

* * *

추범진과의 대화를 마친 뒤.

신재욱은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며,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대화에 집중하지 못했다.

허공에 떠오른 메시지들 때문이었다.

[슈팅이 좋아집니다!]

[개인기가 좋아집니다!]

[민첩이 좋아집니다!]

…….

…….

각종 능력이 좋아졌다는 내용을 담은 메시지들.

그걸 본 신재욱의 표정엔 아쉬움이 드러났다.

4강전에서 골을 기록했기에, 능력치가 오를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했었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능력치가 올랐다는 메시지는 보이지 않았다.

‘능력치가 오르진 않았네. 하긴…… 어제 능력치가 올랐으니, 오늘도 오르길 바라는 건 욕심이겠지.’

신재욱은 머리를 쓸어올렸다.

지금은 아쉬움을 가지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럴 시간에 경기에서 공격포인트를 하나 더 기록할 생각을 하는 게 나았다.

그래서.

신재욱은 아쉬운 감정을 단숨에 날려버렸다.

세계 최고의 선수였던 그에게 이 정도 감정 컨트롤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 경기 재개됩니다! 기현중학교 선수들, 더욱 적극적으로 패스를 주고받고 있습니다!

― 선제골을 허용했기 때문에 빨리 만회 골을 터트리고 싶을 겁니다. 전반전을 이대로 끝내면 기현중학교에겐 좋지 않거든요.

기현중학교는 적극적으로 공격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4강까지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올라온 팀답게 공을 주고받는 선수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았다.

기본기도 뛰어났고, 패스의 정확도도 좋았다.

특히 기현중학교의 에이스 정한용의 실력은 발군이었다.

― 정한용이 패스를 뿌립니다! 와! 정확한 롱패스네요! 기현중학교가 정한용의 패스로 단숨에 대한중학교의 측면을 뚫어냈습니다!

지금처럼 단 한 번의 패스로 대한중학교의 수비진을 위기에 빠뜨릴 정도로 대단한 선수가 정한용이었다.

― 측면에서 공을 받은 김성호가 파고듭니다! 크로스를 올리지 않고 돌파를 시도하네요! 오오! 김성호가 수비수를 뚫어냈습니다!

위기였다.

대한중학교의 풀백 최권이 김성호에게 뚫려버렸고.

페널티박스 안까지 들어온 최권이 위협적인 컷백 패스를 시도했다.

뒤에서 들어온 선수에게 연결되기만 하면 곧바로 골이 터질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대한중학교엔 신재욱이 있었다.

― 신재욱의 수비! 우와! 이걸 걷어내네요! 신재욱 선수! 최권의 컷백을 예상했다는 듯 움직였습니다! 이 선수, 너무 잘합니다!

― 골을 넣은 것으로도 모자라, 이렇게 수비까지 완벽하게 해주면 기현중학교로서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후에도 기현중학교의 정한용은 계속해서 위협적인 패스를 뿌려댔다.

확실히 미래의 국가대표다운 실력이었다.

문제는 골을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 이번에도 신재욱입니다! 아~! 정한용이 빛나려고 할 때마다 신재욱이 방해를 하네요! 이러면…… 정한용 선수는 신재욱 선수가 너무 밉겠는데요?

― 하하! 정말 그럴 것 같네요! 정한용 선수가 위협적인 패스를 계속해서 뿌려주고 있는데, 동료가 공을 받기만 하면 기다렸다는 듯 신재욱이 나타나고 있네요!

그리고 지금.

“아오! 답답해!”

답답함을 느낀 정한용이 공을 몰고 전진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직접 드리블을 해서 기회를 만들어낼 생각이었다.

저 앞에서 신재욱이 달려오고 있긴 하지만, 정한용은 드리블을 멈추지 않았다.

확신이 있었으니까.

“난 달라!”

멍청하게 공을 뺏긴 동료들과 자신은 다르다는 확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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