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5
* * *
― 대한중학교가 분위기를 가져오더니 기어코 선제골을 터트렸습니다!
― 신재욱 선수의 놀라운 활약상이 돋보이는 경기네요! 비록 골은 전반전이 끝날 때가 돼서 터졌지만, 경기는 굉장히 박진감 넘쳤죠?
― 그렇습니다! 대한중학교가 분위기를 가져오긴 했지만, 그래도 양 팀이 굉장히 치열한 경기를 펼쳤죠!
전반 44분.
신재욱이 골을 넣은 시간이었다.
후반전으로 넘어가기 거의 직전에 터진 골.
대한중학교 선수들 모두가 좋아하고 있을 때.
골을 넣은 당사자는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경악하고 있었다.
[슈팅이 1 올랐습니다!]
[드리블이 1 올랐습니다!]
[개인기가 1 올랐습니다!]
[민첩이 1 올랐습니다!]
‘능력치가 한 번에 4개나 오른다고?’
이런 적은 처음이었기에, 신재욱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놀라는 것도 잠시, 이내 미소를 되찾았다.
‘능력치가 오르는 속도가 너무 빠르잖아? 잘하면 이번 대회에서 많은 걸 얻어갈 수 있겠어.’
신재욱은 환생 전의 실력을 되찾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더 나아가 환생 전의 실력을 뛰어넘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과 같이 능력치가 오르는 상황은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 후반전이 시작됩니다!
― 대한중학교가 1 대 0으로 앞서나가는 상황입니다. 배천중학교 선수들의 마음이 급해지겠는데요?
― 맞습니다. 급해질 수밖에 없죠. 하지만 그래서 더 후반전이 재밌어질 것 같습니다. 우승 후보인 배천중학교가 더욱 공격적으로 나올 게 분명하기 때문이죠. 게다가 전반전에 굉장한 활약을 보여준 신재욱 선수가 후반전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도 기대가 되네요!
해설들이 기대감을 드러냈다.
경기가 재밌어질 것 같다는 기대와 신재욱을 향한 기대감이었다.
관중들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
“저기 등 번호 5번 달고 뛰는 애, 이름이 뭐야?”
“아까 못 들었어? 신재욱이라잖아.”
“쟤 왜 저렇게 잘해? 들어본 적도 없는데, 사실상 팀의 에이스 같던데?”
“그러니까. 마지막에 골도 미쳤고, 그전에 중원에서 배천중 공격 틀어막는 거 보고 깜짝 놀랐다니까? 특히 이택현을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막을 줄은 몰랐어.”
“후반전에도 잘해주겠지? 난 이제 신재욱만 보게 될 것 같아.”
“나도 마찬가지야.”
이처럼 경기를 지켜보던 사람들의 관심은 신재욱에게 집중됐다.
그러나, 이들은 곧 실망감을 드러냈다.
― 신재욱 선수의 활동 범위가 전반전보다 많이 떨어져 보이는데요? 전반전에 너무 많이 뛰었기 때문에 지친 걸까요?
― 아직 14살의 어린 선수이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부족한 모습을 보일 순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막 후반전이 시작됐거든요…?
신재욱이 후반전에 들어서 설렁설렁 뛰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뭐지? 신재욱 쟤 벌써 지친 건가? 그렇다면 좀 아쉬운데…….”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졌어. 전반전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압박도 하지 않고 있고.”
“기대했던 움직임이 아닌데? 왜 저러지?”
“전반전에 체력을 다 몰아 쓴 건가?”
반면, 많은 관심의 주인공인 신재욱의 표정은 평온했다.
‘후반전 15분 정도는 템포 조절을 잘 해야 돼. 안 그러면 버틸 수가 없는 몸이야.’
템포를 조절하며 체력을 아끼는 것.
신재욱으로선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체력이 약해도 너무 약했으니까.
“지금 체력 능력치가 아마도…… 54였지?”
오늘 아침 상태창을 확인했던 것을 떠올리며, 신재욱은 헛웃음을 흘렸다.
꾸준히 체력 훈련을 해왔고, 능력치도 올려왔음에도 겨우 54였다.
능력치의 끝이 어딘지 모르기에 54라는 숫자가 정확히 어느 수준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중학교 리그에서 최하위 수준이라는 것.
‘아직도 팀 내에서 제일 체력이 안 좋으니, 어딜 가도 떨어지는 수준이겠지.’
때문에, 신재욱은 집중했다.
체력을 아껴가며 좋은 플레이를 펼치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 * *
― 배천중학교의 플레이가 날카로운데요? 전반전과는 달리 대한중학교의 측면을 공략하는 전술을 들고나왔는데, 굉장히 효과적이네요. 대한중학교의 수비수들이 당황하고 있습니다!
― 특히 이택현 선수의 자리를 측면으로 바꾼 건, 정말 좋은 판단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반전 내내 신재욱 선수에게 고전하던 이택현 선수가 측면에 서자 아주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네요!
― 이택현 선수는 스트라이커로서의 재능도 뛰어나지만, 지금 보여주는 것처럼 윙어로도 아주 좋은 재능을 지닌 선수죠!
후반전은 배천중학교가 좋은 흐름을 가져갔다.
신재욱을 피해 측면으로 자리를 바꾼 이택현이 미쳐 날뛰었고, 대한중학교의 수비수들은 힘들어했다.
‘이대로면 한 골 먹히겠어.’
신재욱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수많은 경기를 치른 베테랑이었기에, 그의 눈엔 현재 팀이 처한 상황이 정확히 보였다.
이건 곧 골을 먹힐 분위기였고, 아마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막아야지.’
신재욱이 움직였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자신의 자리를 벗어나 동료 수비수들이 있는 페널티박스 안으로.
“어? 재욱이 네가 여길 왜…?”
“뭐야? 재욱아?”
“집중하세요!”
신재욱은 팀 선배들을 향해 소리치며, 계속해서 움직였다.
그사이 측면에 있던 이택현이 동료 풀백을 뚫어냈다. 깊숙이 침투하는 것을 선택한 이택현의 움직임은 빨랐다.
― 오오! 이택현! 엄청난 드리블입니다! 페널티박스 안까지 침투하고 있습니다!
그때였다.
“으힉?!”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하던 이택현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앞을 가로막은 신재욱 때문이었다.
“네가 여기서 왜 나와?! 이런 씨….”
다만, 대답은 없었다.
신재욱은 이택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태클을 시도했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과감하게 시도한 슬라이딩 태클이었다.
촤악!
잔디 위를 미끄러지며 발을 뻗었다. 이택현은 재능이 뛰어난 선수답게 당황한 상황에서도 공을 컨트롤하며 태클을 피해내려 했다. 하지만 신재욱은 그 움직임조차 예상하며 더욱 깊게 발을 넣었다.
미끄러지던 상태였기에, 상대의 다리를 건드리지 않고 공을 먼저 건드리는 컨트롤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매우 어려운 난이도의 기술이었다.
그리고.
신재욱은 그걸 해냈다.
― 우오오오! 신재욱입니다! 어느새 나타난 신재욱이 이택현의 돌파를 막아냈습니다!
― 완벽한 슬라이딩 태클이었습니다! 이야~! 이거, 페널티박스 안이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페널티킥이 선언될 수도 있었는데 신재욱 선수는 태클에 망설임이 없네요! 어린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심장인 것 같습니다!
― 허허! 이러면…… 이택현 선수는 오늘 꿈에서도 신재욱 선수가 나오겠는데요? 저라면 완전히 질려버릴 것 같아요!
대한중학교는 신재욱의 태클로 인해서 큰 위기를 넘겼다.
다만, 위기는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 배천중학교의 코너킥이 선언됩니다!
― 세트피스 상황에서 강한 것으로도 유명한 배천중학교인데요! 과연 배천중학교가 이번 기회를 살릴 수 있을까요?
대한중학교의 페널티박스 안.
이곳엔 양 팀의 선수들로 득실거렸다.
골을 노리는 배천중학교 선수들의 표정은 비장했다.
어떻게든 동점 골을 넣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가 드러나는 얼굴이었다.
퍼엉!
배천중학교에서 가장 킥이 정확한 선수가 공을 강하게 감아 찼다.
동시에 페널티박스 안에 있던 모든 선수가 점프했다.
모두의 집중력이 높아진 지금.
날아오는 공을 한 선수가 머리로 걷어냈다.
― 공을 페널티박스 바깥으로 걷어냅니다! 추범진의 좋은 수비!
큰 키에 높은 점프력을 지닌 대한중학교의 주장 추범진이었다.
페널티박스 바깥으로 걷어내진 공.
투웅!
바닥에 한 번 튕긴 공은 더 이상 튕기지 못했다.
신재욱이 잡아냈으니까.
― 신재욱이 공을 잡습니다! 대한중학교의 역습입니다.
― 과연 신재욱 선수가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까요?
해설들의 목소리엔 기대감이 줄어있었다.
후반전에 들어서면서 신재욱의 움직임이 느려졌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전방으로 달리는 선수는 대한중학교의 공격수 김준혁 한 명뿐.
신재욱과 김준혁 단둘이서 무언가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관중석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역습 기회이긴 한데, 전반전이었다면 모를까 지금은 전진하기 힘들지. 신재욱 쟤, 너무 지쳤잖아?”
“뭐, 별거 있겠어?”
“김준혁에게 길게 똥패스나 뿌리겠지.”
그때였다.
모두가 의심하던 상황에서 신재욱이 움직였다.
툭! 툭!
공을 컨트롤하며 스피드를 높였다.
그러자 곧바로 압박이 들어왔다. 휙! 배천중학교의 미드필더가 뻗은 발. 하지만 신재욱은 들어오는 발을 피해냈다. 중학생 선수와의 심리전에서 이기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 신재욱이 침착하게 압박을 벗어납니다! 신재욱! 자신감 넘치는 드리블을 보여주며 계속 전진하고 있습니다!
한 명을 제쳐낸 지금.
집중력이 높아져 있던 배천중학교 선수들이 신재욱에게 덤벼들었다. 최대한 빠르게 공을 뺏어내려는 의도였다.
동시에 두 명이 덤벼드는 상황.
하지만 신재욱은 여전히 침착했다.
휘익!
다리를 휘둘렀다. 그러자 배천중학교 선수들의 시선이 대한중학교의 공격수 김준혁에게로 향했다.
전방으로 뛰어나가던 그를 향해 패스가 뿌려질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이유 없는 예상은 아니었다.
신재욱이 김준혁 바라보며 공을 찼으니까.
하지만 이들의 생각은 틀렸다.
공은 김준혁이 아닌, 대각선 뒤에서 뛰어오던 다른 대한중학교 선수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투욱!
공을 받은 대한중학교의 미드필더 오필두는 기다렸다는 듯, 원터치 패스로 다시 신재욱에게 공을 넘겼다.
― 우오오오! 신재욱 선수, 대단하네요! 축구를 정말 쉽게 합니다! 배천중학교 선수들을 아이페이크로 속인 것과 동시에 동료와의 패스플레이로 압박을 벗어나네요! 이 선수, 정말 14살 선수가 맞는 걸까요? 어떻게 고작 14살의 선수가 프로선수들이 보여줄 법한 플레이를 펼치는 걸까요?
달리는 상황에서 공을 받은 신재욱이 더욱 속도를 냈다.
그래 봤자 느린 속도였지만, 배천중학교의 수비수들에게 부담을 주긴 충분했다.
“젠장! 빨리 막아! 더 못 가게 끊으라고!”
배천중학교의 수비수들은 신재욱에게 달라붙었다. 앞서 좋은 움직임을 보여줬기 때문에, 수비수들은 신재욱을 막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투우웅!
신재욱은 공을 앞으로 강하게 밀었다.
― 오오옷! 절묘한 패스입니다! 배천중학교의 수비를 완전히 뚫어버리는 신재욱의 킬패스! 김준혁이 공을 받습니다!
대한중학교의 주전 스트라이커이자, 최근 프로팀과의 계약을 끝낸 김준혁.
그는 신재욱이 만들어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 고오오오오오올! 골입니다! 김준혁의 골로 대한중학교가 2 대 0으로 앞서갑니다!
― 김준혁 선수! 오프더볼 움직임도 매우 좋았고, 마무리도 아주 좋았습니다! 하지만 방금 골은 신재욱 선수를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배천중학교 선수들의 시선을 끌고…….
해설들은 침을 튀겨가며 신재욱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관중석의 분위기도 뜨겁게 달궈졌다.
지금, 경기를 지켜보던 사람들의 머릿속엔 확실히 각인됐다.
신재욱이라는 이름이.
― 대한중학교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습니다!
― 기쁠 만도 하죠! 우승 후보 중 하나로 평가받던 배천중학교를 상대로 2 대 0 스코어를 만들었으니까요!
이후, 경기장의 분위기는 크게 기울었다.
‘좋아, 분위기가 완벽하게 넘어왔어. 이런 상황에선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기 아주 좋지.’
신재욱은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아껴뒀던 체력을 전부 쏟아부어 공격포인트를 추가할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
허공에 메시지 하나가 떠올랐다.
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오직 신재욱에게만 보이는 메시지였다.
동시에 신재욱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기껏 끌어올린 집중력도 흔들렸다.
어쩔 수 없었다.
능력치가 올랐다는 메시지를 볼 때도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는데.
“워……!”
지금은 그보다도 더 자극적인 내용을 담은 메시지였으니까.
[특성이 생성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