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4
* * *
신재욱은 노력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기에, 환생 전만큼 많은 양의 훈련을 하진 못했지만.
최적의 훈련을 하며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나아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피지컬이 좋지 않았고, 체력도 약했으니까.
몸에 적응을 많이 했다고 해도 운동신경 자체가 별로여서 마음먹은 대로 움직여지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베테랑답게, 세계 최고의 선수였던 남자답게 기어코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신재욱은 특성을 활용하는 훈련에도 많은 시간을 쏟았다.
분명히 큰 효율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가 가진 특성들은 다음과 같았다.
[뛰어난 집중력]
[등급] D
[효과] 운동을 할 때, 보통 사람보다 높은 집중력을 보입니다.
[골잡이의 본능]
[등급] C
[효과] 상대의 페널티박스 안에 있을 때, 본능적으로 좋은 위치를 찾을 수 있게 됩니다.
[그라운드의 파이터]
[등급] D
[효과] 상대 선수를 가격했을 때, 더욱 큰 고통을 주게 됩니다.
이중 ‘뛰어난 집중력’ 특성은 특별한 효과를 느끼지 못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반면 ‘골잡이의 본능’ 특성의 효과는 좋았다.
최고의 스트라이커였던 신재욱에겐 골 냄새를 맡는 본능이 있었고, 그 본능이 더 강해진 느낌을 받았으니까.
마지막으로 ‘그라운드의 파이터’ 특성은.
일부러 사용한 적은 없었다.
대회가 펼쳐지기 전에 만난 상대들은 전부 같은 팀 동료들이었으니까.
하지만 ‘일부러’ 사용하지 않았을 뿐, 의도치 않게 상대를 가격할 때마다 큰 효과를 봤다.
신재욱에게 가격당한 상대들은…… 전부 큰 고통을 호소했다.
그리고 지금.
― 어어? 신재욱 선수가 바닥에 떨어집니다! 어엇! 이택현 선수의 위로 떨어지네요! 위험합니다!
신재욱은 이택현의 몸 위로 추락했다.
겉으로 볼 땐 자연스러운 추락이었다.
이택현의 위험한 태클을 피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움직임처럼 보였다.
그만큼 자연스러웠다.
“저리 꺼져! 왜 나한테 떨어지는 거…….”
짜증이 섞인 말.
하지만 이택현의 그 말은 끝까지 나오지 못했다.
그의 몸 위로 떨어진 신재욱이 팔꿈치로 옆구리를 찍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으아아악!”
경기장에 비명이 울려 퍼졌다.
이택현의 비명이었다.
― 아……이택현 선수와 신재욱 선수가 쓰러져있습니다. 두 선수, 괜찮은 걸까요?
신재욱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더 이상 누워있을 필요가 없었다.
주심이 카드를 꺼낼 생각이 없어 보였으니까.
‘이택현의 태클이 높았는데, 이걸 그냥 넘어가네. 직접적인 접촉이 없어서 그런가? 뭐, 그럴 수도 있지.’
스윽!
신재욱의 시선이 이택현에게로 향했다.
고통스러운 얼굴로 바닥을 뒹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많이 아픈가 보네. 하긴 대충 때려도 그라운드의 파이터 특성 때문에 아팠을 텐데, 마음먹고 때렸으니까 얼마나 아프겠어? 그러니까 왜 못된 태클을 하고 그러냐.’
미안하다는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자신을 먼저 건드린 상대에게 몇 배로 갚아주는 건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 * *
― 이택현 선수가 몸을 일으킵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던 모양이네요.
―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았지만, 조금 전 이택현 선수의 태클은 분명히 위험했습니다. 신재욱 선수가 몸을 띄워서 피했지만, 만약 피하지 못했다면 큰 부상으로 이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 맞습니다. 페어플레이를 해야죠.
몸을 일으킨 이택현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두려움 때문에 신재욱에게 직접 따지진 못했지만, 심판에겐 강력하게 항의했다.
“방금 못 봤어요? 쟤가 내 옆구리를 팔꿈치로 찍었잖아요! 예? 못 봤다고요? 부심도요? 아니, 내가 맞았다고요!”
이택현은 자신이 가격을 당했다는 사실을 어필했다.
하지만 통하진 않았다.
우우우우우!
관중석에서 야유도 쏟아졌다.
많진 않지만, 관중이 있는 전국대회였기에 나온 반응이었다.
해설들 역시 이택현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 이택현 선수…… 억울하다는 듯 주심에게 항의하고 있습니다만, 정황상 인정을 받지는 못할 것 같은데요?
― 이건 이택현 선수가 따질 상황이 아니죠! 방금은 이택현 선수에게 카드가 나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인 상황입니다. 완전히 악의적인 태클을 시도했었던 것으로 보였거든요.
“젠장!”
이택현은 여전히 억울하다는 얼굴로 자리로 돌아갔다.
여전히 고통스럽다는 듯 옆구리를 만졌지만, 눈빛은 뜨겁게 불타고 있었다.
강한 승부욕이 담긴 눈빛이었다.
“근성도 있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신재욱이 작게 감탄했다.
솔직히 놀랐다.
옆구리를 강하게 가격당한 이택현이 더 못 뛸 것이라고 예상했었으니까.
게다가 녀석의 실력도 의외였다.
‘내가 계속 막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중학교 수준에서는 이택현을 막을 선수가 거의 없을 것 같은데?’
대한중학교 동료들을 기준으로 봤을 때, 이택현은 한 수 위의 선수였다.
이택현이 자꾸 막히는 이유는 그저 상대가 신재욱이기 때문이었다.
신재욱은 중앙 미드필더로도 많이 뛰며 대단한 선수들을 막아왔던 남자.
한국의 중학생 선수를 막지 못할 리가 없지 않겠는가.
― 신재욱 선수! 또다시 좋은 컷팅 능력을 보여주며 배천중학교의 흐름을 끊어냅니다! 아~! 오늘 신재욱 선수가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는데요? 새로운 스타의 탄생인가요?
― 이런 선수가 왜 무명이었을까요? 우승 후보라고 평가받던 배천중학교를 완벽하게 묶어낼 정도로 대단한 실력자인데 말이죠!
신재욱의 활약은 계속 이어졌다.
반면 배천중학교의 분위기는 바닥까지 떨어졌다.
배천중학교의 에이스인 이택현은 완전히 위축되어버려서 가진 실력의 반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고.
다른 선수들 역시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신재욱을 뚫어내지 못했다.
그리고.
신재욱은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허공에 빈번하게 떠오르는 메시지들 때문이었다.
[체력이 좋아집니다!]
[몸싸움이 좋아집니다!]
[태클이 좋아집니다!]
[패스가 좋아집니다!]
‘메시지의 생성 속도가 평소보다 훨씬 더 빠르잖아? 훈련할 때랑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이 뜨고 있어. 실전이라서 그런 건가?’
각종 능력이 좋아졌다는 내용의 메시지들.
게다가.
또다시 태클을 성공시킨 지금은 더욱 기분 좋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태클이 1 올랐습니다!]
‘확실히 달라. 실전에서 능력치가 더 잘 오르는 게 맞아.’
이 순간 신재욱은 확신했다.
실전에서 더 많은 경험치가 오른다는 것을.
동시에.
‘이거 욕심이 생기네.’
신재욱의 눈빛이 변했다.
* * *
환생 전,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였을 시절.
그때의 신재욱은 무언가 중요한 게 걸렸을 때마다 더 좋은 활약을 펼쳤었다.
리그 1위와 2위를 결정짓는 경기, 챔피언스리그 결승, 월드컵 결승전까지.
너무나도 중요하기에 모든 선수가 긴장하는 경기들.
그런 경기들에 나섰을 때마다 신재욱은 긴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평소보다 더 좋은 집중력을 보여주며 해당 경기에서 최고의 선수로 뽑혔다.
그리고.
이처럼 중요한 게 걸렸을 때 집중력이 좋아지는 성격은.
환생을 한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 신재욱이 공을 연결합니다! 신재욱 선수, 수비 능력뿐만 아니라 동료와의 연계 능력도 상당히 좋은데요?
― 놀랍습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신재욱 선수가 이제는 대한중학교 공격의 윤활유 역할까지 하고 있습니다!
실전에서 능력치가 잘 오른다는 확신이 생긴 이후, 신재욱의 움직임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더 많은 볼 터치를 시도했다.
― 신재욱이 김준혁과 공을 주고받으며 전진합니다! 어어? 신재욱이 직접 하나요?
신재욱은 공을 몰고 전진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했기에, 누군가에겐 무리한 전진 드리블로 보일 수 있는 상황이지만.
대한중학교 선수들은 그 누구도 신재욱을 의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대감을 드러냈다.
‘재욱이가 저렇게 들어가는 덴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야.’
‘신재욱이라면 의심할 필요가 없지. 근데 이번엔 뭘 보여주려고 저러지?’
‘드디어 공격에 제대로 참여하는구나.’
반면, 상대인 배천중학교 선수들의 움직임엔 크게 변화가 없었다.
지금까지 중원에서 보여준 신재욱의 수비가 대단한 건 사실이지만, 결국 수비형 미드필더이지 않은가.
배천중학교 선수들은 신재욱이 공격 능력까지 좋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 오오! 신재욱이 한 명을 가볍게 제쳐냅니다!
― 보고도 믿기지 않네요! 배천중학교의 수비형 미드필더인 고동찬 선수가 이렇게 쉽게 뚫릴 선수가 아닌데 말이죠?
배천중학교의 수비형 미드필더 고동찬이 뚫렸다.
― 계속 전진하는 신재욱! 어어? 배천중학교 선수들은 방심하면 안 될 텐데요?
― 배천중학교, 집중해야 합니다!
신재욱이 한 명을 제쳐낸 지금.
배천중학교 선수들은 여전히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위협적으로 밀고 들어오는 신재욱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당연했다.
이들은 아직도 착각하고 있었으니까.
‘김준혁이 뒷공간으로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어! 저 자식이 라인을 깨게 만들면 절대 안 돼!’
‘이제 사이드로 달리는 소중섭한테 패스하겠지. 그나저나, 소중섭 저놈 되게 빠르던데…!’
‘신재욱보단 대한중학교의 공격수랑 윙어를 조심해야 해!’
대한중학교의 공격수 김준혁과 윙어 소중섭 같은 선수들이 더 위협적이라고 믿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착각에 대한 대가는 컸다.
― 신재욱이 수비수를 제쳐냅니다! 벌써 두 명을 제쳐낸 신재욱!
― 신재욱이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파고듭니다! 이 선수는 빠르진 않지만, 상당히 정교한 드리블을 보여주네요!
― 슈팅 타이밍…….
해설이 슈팅 타이밍이라고 말하려던 그때.
신재욱은 이미 슈팅을 시도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해.’
페널티박스 안까지 파고들어서 때리는 슈팅.
슈팅의 정확도가 떨어지기에 최대한 가깝게 파고들었고.
슈팅의 파워가 약하기에 타이밍을 빠르게 가져갔다.
그 결과.
― 고오오오오오올! 대한중학교의 선제골이 터집니다! 골을 넣은 선수는 신재욱입니다!
― 오늘 중원에서 엄청난 수비력을 보여주던 신재욱이 이제는 직접 공을 몰고 들어가 골까지 기록하네요! 특히 마지막 슈팅 타이밍은 놀라울 정도로 빨랐습니다!
배천중학교의 골망이 흔들렸다.
“그래, 이 느낌이지.”
신재욱이 씨익 웃었다.
0 대 0으로 경기가 진행되던 상황에서 넣은 골이었다.
팀의 첫 골이자 선제골을 스스로 만들어낸다는 건 늘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 대회가 챔피언스리그든 중학교 리그든 관계없이.
게다가 시간을 보니 전반전 44분이었다.
이렇게 골을 넣고 후반전에 들어가면, 팀은 심리적으로 큰 우위를 갖고 경기에 임할 수 있게 된다.
‘여러모로 중요한 골을 넣었어.’
중요한 골을 넣었다는 생각에 신재욱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그리고.
대한중학교의 동료들 역시 같은 생각이었는지, 어느새 달려와 신재욱을 둘러쌌다.
“우와아아아! 재욱이 너 미친 거 아니야?! 와! 어떻게 거기서 직접 골까지 넣을 생각을 하냐?”
“어떻게 훈련 때 보여주던 실력을 대회에서도 그대로 보여줄 수가 있지? 재욱아, 너 정말 천재 아니냐?”
“신재욱! 너 방금 진심 쩔었어! 개쩌는 골 넣었다고!”
“워! 이택현을 상대로 미친 태클을 보여주더니, 이젠 배천중의 수비수들을 앞에 두고 미친 돌파까지 보여주네!”
잔뜩 흥분한 동료들이 동시에 떠드는 상황.
정신은 없지만 유쾌했다.
그런 이때.
“……!”
신재욱의 눈이 커졌다.
어느새 허공에 떠 있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은 메시지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