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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빨로 축구천재-11화 (1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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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신재욱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았다.

어려울 건 없었다.

노력도 재능이라면, 그에겐 늘 있었던 거니까.

“날씨 좋고, 바람도 시원해서 좋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평소와 같이 학교로 향했다.

집에서 대한중학교까지의 거리는 걸어서 15분 정도가 걸린다.

그 거리를 신재욱은 체력을 기르기 위해 늘 뛰어다니곤 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응?”

신재욱이 뛰는 것을 멈췄다.

골목 안쪽에서 들리는 비명 때문이었다.

“잘못 들었나?”

그렇게 중얼거렸을 때.

“아악!”

다시 한번 비명이 들렸다.

그 순간 신재욱은 망설임 없이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잘못 들은 게 아니었구나.”

상황을 파악하는 건 쉬웠다.

담배를 문 양아치 3명이 키가 작고 왜소한 1명을 괴롭히는 게 보였으니까.

심지어 돈까지 뺏고 있었다.

“에휴…!”

신재욱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동시에 골목의 안쪽 깊숙한 곳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갔다.

“어딜 가나 양아치들은 꼭 있다니까? 이런 건 영국이나 여기나 다를 게 없네.”

그러자 양아치들이 반응했다.

“넌 뭐야? 여기가 어디라고 와?”

“야! 그냥 꺼져! 어? 안 꺼져?”

“저게 뒤질라고!”

양아치들이 내뱉는 위협적인 말들.

하지만 신재욱의 눈빛엔 흔들림이 없었다.

걸음도 멈추지 않았다.

그때였다.

무리 중 리더로 보이는,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양아치가 입을 열었다.

“이야~! 안 그래도 돈이 부족했는데, 븅신 하나가 알아서 기어들어 와주네? 야! 일로 와 봐!”

신재욱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양아치들이 위협하고 있지만, 전혀 겁이 나지 않았다.

당연했다.

환생 전, 축구 말고도 종합격투기에도 매우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신재욱이었으니까.

‘이럴 때 보면 격투기를 배워두길 잘했다니까.’

취미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열정적으로 해왔던 종합격투기였다.

프로축구선수였기에 경기에 나가진 못했지만, 스파링에선 프로선수들과도 대등했던 신재욱이었다.

여전히 헛웃음을 흘리며, 신재욱은 양아치들 3명과 돈을 뺏기고 있던 1명의 모습을 훑었다.

‘돈을 뺏긴 애는 우리 학교 교복을 입고 있네. 그리고 양아치 3명은 다른 학교 교복이야. 저 학교가……배천중학교였지?’

배천중학교.

대한중학교와 멀지 않은 위치에 있는, 양아치들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 학교였다.

축구부 내에서도 하도 얘기가 많이 나와서 신재욱의 기억에도 있었다.

‘양아치 많은 걸로 유명할 만하네. 저런 애들이 학교 망신 다 시키는 거지.’

신재욱은 계속 걸었다.

마침내 양아치들이 있는 곳까지 도착한 두, 대한중학교 교복을 입은 학생에게 손을 내밀었다.

명찰을 보니, 신재욱과 같은 1학년이었다.

“일어나. 이제 괜찮을 거야.”

“괜찮을까…요?”

“그럼! 당연히 괜찮지. 걱정하지 말고 빨리 학교 가. 지각하겠다.”

얼굴이 퉁퉁 부어오른 대한중학교 학생은 여전히 겁을 먹은 얼굴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신재욱은 한 명이었고, 양아치의 숫자는 3명이나 됐으니까.

그때였다.

“지랄하네!”

양아치 중 하나가 덤벼들었다.

머리를 빡빡 민 녀석이었다.

후웅!

빡빡이가 팔을 뒤로 쭉 뺐다.

주먹을 날리기 전의 준비 동작이었다.

다만 신재욱은 우스울 정도로 느린 주먹에 맞아줄 생각이 없었다.

‘종합격투기를 10년 넘게 수련했는데, 이런 것 따위에 맞으면 안 되지.’

신재욱이 손바닥을 휘둘렀다.

빡빡이의 펀치가 앞으로 뻗어지는 것보다 더 빠르게 나온 움직임이었다.

짜악!

뺨을 강하게 후려치는 싸대기.

그것에 맞은 빡빡이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어?”

자신이 맞을 것이라곤 조금도 몰랐다는 표정.

그리고.

“불쌍한 표정 지어도 안 봐줘.”

신재욱은 멈추지 않고 손바닥을 휘둘렀다.

짝! 짜악! 짝!

“억!”

뺨을 수차례 맞은 빡빡이가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빡빡이는 쓰러지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서 반항했지만, 신재욱의 얼굴을 한 번도 건드리지 못했다.

후우!

크게 심호흡을 하며, 신재욱은 남은 양아치들을 한심하게 바라봤다.

“너넨 친구가 이 지경이 되도록 뭐 하냐? 안 덤빌 거야?”

신재욱의 말에 자존심이 상했던 걸까?

리더로 보였던 노란 머리 양아치가 소리를 빽 질러댔다.

“야! 뚱땡이! 뭐 해? 빨리 조져버려!”

그러자 식은땀을 흘리며 서 있던 뚱뚱한 양아치가 움직였다.

중학생이라고 하기엔 꽤나 큰 덩치가 돋보이는 녀석.

녀석은 신재욱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다만, 큰 덩치만큼이나 주먹도 느렸다.

앞선 빡빡이보다도 더 느린 주먹이었다.

당연히 결과도 같았다.

“어억!”

빡빡이 양아치가 그랬던 것처럼, 뚱뚱한 양아치도 얼굴이 퉁퉁 부은 채 바닥에 드러누웠다.

이제 남은 건 노란 머리 양아치 한 명뿐.

녀석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신재욱은 씨익 웃었다.

“직접 나서긴 무서웠던 것 같은데, 어쩌냐? 이젠 대신 싸워줄 친구도 없네?”

“우, 웃기지 마! 무섭긴 누가?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네가 누군데?”

“내가 배천중학교 1학년 짱 이택현이야!”

“그래서 어쩌라고?”

신재욱은 귀를 후비며 대답했다.

환생 전, 그의 나이는 34세였다.

만으로 계산해도 32세였다.

당연하게도 중학생들의 짱 놀이 따위는 그에게 유치한 일이었다.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이익! 너 후회할걸? 우리 학교 2학년 짱이랑 3학년 짱이 얼마나 센지 모르지? 내가 말만 하면…….”

“시끄럽고, 이제 좀 맞자.”

신재욱이 손을 휘둘렀다.

그는 양아치 따위의 말을 계속 들어줄 정도로 착하지 않았다.

짜악! 짝!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신재욱은 얼굴이 퉁퉁 부은 노란 머리 양아치를 향해 작별 인사를 건넸다.

“네가 앞으로 어떻게 살든 관심 없는데, 내 눈에만 띄지 마. 알겠지?”

노란 머리 양아치, 이택현은 겁에 질린 얼굴로 대답했다.

“아, 알겠습니다…!”

“그래, 이런 말 해봐야 어차피 안 들어 처먹겠지만, 그래도 웬만하면 착하게 살자.”

그 말을 끝으로 신재욱은 골목 안을 빠져나왔다.

이어서 시간을 확인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에 휘말리며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

신재욱이 뛰기 시작했다.

“아오! 지각하겠는데?”

등교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 *

전국대회.

전국의 중학교 축구팀 중 최강을 가리는 대회다.

이곳에서 잘한다면 프로팀 스카우트들의 눈에 띌 수 있고, 더 나아가 청소년 국가대표팀에 들어갈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당연하게도 각 학교의 감독과 코치, 선수들은 죽기 살기로 대회를 준비한다.

대한중학교 역시 마찬가지였다.

“완전 사활을 걸었구만.”

숨을 몰아쉬던 신재욱이 감탄했다.

다들 힘들다는 말도 한마디 없이 훈련을 지속했다.

눈빛들도 살아있었다.

꼭 이겨야만 하는 전쟁에 나가는 군인의 눈빛이 저렇지 않을까?

“나도 질 순 없지.”

신재욱은 숨을 고른 뒤, 다시 뛰기 시작했다.

열정 가득한 어린 친구들 사이에서 뒤처질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어우…… 죽겠다.”

체력 훈련을 하던 신재욱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다리가 완전히 풀려버렸다.

숨도 너무 차서 머리가 핑핑 돌았다.

반면에 다른 선수들은 멈추지 않고 뛰고 있었다.

“허억…… 헉! 아직도 갈 길이 멀구나.”

꾸준히 노력한 결과 심각했던 체력이 많이 나아졌지만, 대한중학교 축구부 선수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했다.

물론 실력으로는 부족하지 않았다.

형편없는 몸이 되어버렸지만, 신재욱은 이 몸에 적응하며 맞춤 플레이를 펼쳤고 그것만으로도 대한중학교 축구부에서 인정을 받게 됐다.

하지만 체력이나 근력은 여전히 수준 아래였다.

“그렇다고 당장 훈련 강도를 높일 수도 없고.”

신재욱의 현재 몸은 약하게 타고났다.

근력도 체력도 전부 약했다.

당연하게도 부상의 위험도 많은 몸이었다.

때문에, 신재욱은 환생한 이후로 지금까지 열심히 하되 다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스럽게 훈련해왔다.

“너무 아쉬워하지 말자. 그래도 이 정도면 빠르게 좋아지고 있는 거니까.”

신재욱은 마음을 다잡았다.

급해지려고 할 때마다 매번 이렇게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물론 마인드 컨트롤은 쉽지 않았다.

애초에 좋은 몸과 좋은 실력이 없었다면 모를까, 그는 한때 세계 최고의 선수였지 않은가.

최고의 몸과 실력을 지녔던 신재욱에게 지금의 몸과 실력은 너무나도 답답한 게 사실이었다.

다만, 큰 힘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

[체력이 좋아집니다!]

열심히 훈련할 때마다 노력을 보상해주듯 떠오르는 메시지들.

더불어 실제로도 좋아지는 게 느껴지는 몸 상태.

“다시 가보자.”

신재욱이 몸을 일으켰다.

훈련에 다시 집중할 시간이었다.

“전국대회가 일주일 남았다고 했지? 그때까지 최대한 몸을 만들어봐야겠어.”

원래부터 승부욕이 대단했던 신재욱이었다.

곧 펼쳐질 전국대회는 비록 중학생들이 붙는 대회였지만, 대충할 생각은 없었다.

무조건 이길 생각이었다.

* * *

일주일이 흘렀다.

그동안 체력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신재욱은 동료들과 함께 버스에 올라탔다.

어린 학생들이 모였기 때문일까?

버스의 안은 소란스러웠다.

“이번 대회에서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그래도 우리가 8강엔 그냥 가지!”

“야! 8강이 뭐냐? 최소 4강은 가야 가오가 살지!”

대한중학교 선수들의 관심은 역시 대회로 쏠려있었다.

“근데 이번엔 4강 올라가는 게 작년보다 훨씬 빡셀걸? 쎈 학교들이 너무 많아.”

“그렇긴 하지. 그리고 갈곡중, 배천중, 강마중엔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들도 많잖아.”

“다른 학교에도 꽤 있어. 근데 방금 네가 말한 학교들의 멤버가 제일 세긴 하지.”

말없이 선수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던 신재욱은 눈을 감았다.

이럴 시간에 잠이나 한숨 더 자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신재욱은 깊게 잠들 수 없었다.

조금 뒤 버스 안이 너무 시끄러워졌기 때문이었다.

“도착했드아! 어? 저기 좀 봐! 이택현이야!”

“오오?! 이택현이라고? 설마 그 배천중학교의 천재 이택현?!”

“그래! 전국에서 최상위권인 배천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2, 3학년 다 씹어먹고 주전 먹었다는 그 이택현이라고!”

“와…… 근데 왜 저렇게 양아치 같지? 머리도 노랗게 염색해가지고.”

“좀 논다던데? 소문 못 들었어? 우리 학교랑 가까워서 이택현에 대한 소문 많이 들리던데?”

신재욱이 졸린 눈을 비비며 대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축구를 잘하는 선수에겐 늘 관심을 보여왔던 그였기에, 지금 나오는 대화의 내용은 제법 흥미로웠다.

‘천재라고? 1학년인데 주전을 먹어? 실력이 제법인가 보네.’

신재욱은 창문 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택현이라는 선수가 궁금해졌기 때문이었다.

축구 실력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대한중학교의 선수들이 큰 관심을 보일 정도로 유명한 이택현.

그의 얼굴을 본 순간.

“어?”

신재욱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택현의 얼굴이 기억에 남아있었으니까.

“쟤, 골목에서 삥 뜯던 양아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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