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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갑자기 이런 게 나온다고?”
신재욱은 기뻐하고 있었다.
5개의 골을 기록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슈팅 능력치가 올랐다는 메시지 때문도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 새롭게 떠오른 메시지 때문이었다.
[특성이 생성됩니다!]
[‘골잡이의 본능’을 습득합니다!]
그것도 이름만으로도 대단할 것이라는 느낌을 주는 특성.
반가운 마음에 신재욱은 곧바로 특성의 정보를 확인했다.
[골잡이의 본능]
[등급] C
[효과] 상대의 페널티박스 안에 있을 때, 본능적으로 좋은 위치를 찾을 수 있게 됩니다.
“이번엔 C등급 특성이네.”
신재욱의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이미 보유하고 있던 2개의 특성 ‘뛰어난 집중력’과 ‘그라운드의 파이터’가 모두 D등급이었던 걸 생각하면, C등급인 ‘골잡이의 본능’ 특성은
더 뛰어난 효과를 보여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골문 앞 위치선정에 도움이 되는 특성 같은데, D등급 특성도 꽤 좋은 효과를 보여주고 있으니까 이건 더 좋겠지.”
애초에 골문 앞 위치선정에 자신이 있던 신재욱이었다.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된다면, 당연히 좋은 일이지 않겠는가.
“그나저나 시간 얼마나 남았지? 더 못 뛰겠는데.”
신재욱은 시간을 확인했다.
남은 시간은 5분가량.
짧은 시간이었지만, 현재 몸 상태로는 5분도 길게 느껴졌다.
“남은 시간은 쉬엄쉬엄 뛰어야겠어.”
나이가 어린 지금, 컨디션 관리는 필수였다.
괜히 무리했다가는 부상을 입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신재욱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어쩔 수가 없었다.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었으니까.
“새로 얻은 특성의 효과는 확인해봐야지.”
골잡이의 본능 특성.
신재욱은 그 효과를 시험해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특성의 효과를 확인해볼 시간은 빠르게 찾아왔다.
삐익!
A팀의 윙어 소중섭이 측면에서 코너킥을 얻어냈기 때문이었다.
B팀의 페널티박스 안으로 여러 선수가 모여들었다.
신재욱 역시 페널티박스 안으로 들어갔다.
다만, 그의 움직임은 다른 선수들과 달랐다.
“아이 씨, 왜 이렇게 돌아다니는 거야?”
“가만히 좀 있지?”
“야! 거슬리니까 쟤 좀 붙잡아놔!”
B팀의 수비수들이 짜증을 낼 정도로 신재욱은 쉬지 않고 페널티박스 안을 돌아다녔다.
상대 선수들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행동이었다.
물론 귀찮은 일이었지만, 신재욱에겐 당연히 해야만 하는 행동이었다.
‘해야지. 부지런하면 골을 넣을 확률이 훨씬 더 높아지는데.’
다만, B팀의 수비수들은 신재욱을 경계하진 않았다.
그저 귀찮게 느낄 뿐이었다.
겨우 163cm밖에 안 되는 신재욱을 세트피스 상황에서 경계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반대로 키가 작은 신재욱으로선 세트피스 상황에서 무언가를 만들기 힘든 게 사실이었다.
그런데.
신재욱의 얼굴엔 자신감이 흘러나왔다.
그는 그보다 B팀 수비수들의 키가 훨씬 컸음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공중볼 경합에서 키가 큰 선수가 유리하긴 하지만, 작은 선수가 이기는 경우도 꽤 많거든.’
퍼엉!
동료 선수가 코너킥을 찼다. 공이 조금이지만 휘어져 들어왔다.
그 순간 신재욱도 움직였다. 수없이 많이 해왔던 훈련과 본능이 합쳐진 움직임이었다.
‘이렇게 말이지.’
신재욱이 양쪽 다리에 힘을 줬다.
이어서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동시에 오른손으로 상대 팀 선수의 어깨를 짚었다.
상대의 몸을 이용해서 점프력을 높이는 행동.
당연히 반칙이었지만, 신재욱에게 있어서 심판의 눈을 피하는 건 쉬운 일이었다.
게다가 전문적인 심판이 아니라면 더욱 쉬웠다.
후웅!
신재욱의 몸이 높게 떠올랐다.
함께 뛴 B팀의 수비수보다 머리 하나는 더 높은 위치였다.
‘골대 하단을 노리고, 강하게.’
날아오는 공을 보며, 신재욱은 헤딩슛의 방법을 결정했다.
모든 판단을 내린 지금.
신재욱은 이마로 공을 강하게 찍었다.
터엉!
높은 곳에서 찍어 내린 헤딩슛.
그것도 제대로 맞은 헤딩슛이었다.
방향을 예측하는 것도 힘든데, 공의 스피드까지 빠른 상황.
B팀의 골키퍼가 반응하지 못한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철렁!
골망이 흔들렸다.
여섯 번째 골을 기록한 신재욱은 씨익 웃으며 허공을 바라봤다.
허공엔 골을 축하해주듯, 실시간으로 떠오르는 메시지들이 보였다.
[몸싸움이 좋아집니다!]
[헤딩이 좋아집니다!]
[헤딩이 좋아집니다!]
이어서 신재욱은 방금 있었던 코너킥 상황을 떠올렸다.
늘 해왔던 대로 움직이는 상황에서도 ‘골잡이의 본능’ 특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의 효과를 보여줄지 기대하며 움직였다.
그리고.
분명히 효과를 느꼈다.
‘조금이지만, 달랐어.’
미세한 차이였다.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였던 그가 아니었다면 눈치채기 힘들었을 정도로.
아주아주 조금 더 좋은 위치를 찾을 수 있게 된 느낌이랄까.
누군가에겐 작다고 느껴질 수 있는 변화였지만.
신재욱은 크게 만족했다.
‘이 정도면 꽤 좋은데? 약간의 차이가 큰 변화를 만들어내곤 하니까.’
경기결과도 만족스러웠다.
8 대 2 승리.
오늘 펼쳐진 연습경기의 최종 스코어였다.
사실상 신재욱이 만들어낸 승리였다.
‘다들 되게 좋아하네.’
신재욱은 같은 팀 선수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싱긋 웃었다.
저들은 대회에서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좋아하고 있었다.
치킨 내기가 걸린 게임에서 승리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침을 튀겨가며 칭찬을 해주는 동료들의 행동은 신재욱의 기분까지 좋게 만들었다.
“재욱아! 네 덕에 이겼다! 으흐흐! 네 덕에 치킨 먹게 됐다고오오!”
“신재욱 인마! 너 뭐야? 오늘 완전 괴물모드던데? 어떻게 6골을 넣냐?”
“1학년이 6골이라니…… 이런 건 본적이 없는데…… 하여튼 재욱아, 고맙다! 너가 잘해서 이길 수 있었어.”
“치킨 파티다아아아!”
선수들의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다.
환생을 갓 했을 당시엔 무시가 담긴 시선이 쏟아졌다면.
이제는 호감이 듬뿍 담긴 시선이 대부분이었다.
* * *
치킨.
신재욱에겐 그다지 특별한 음식이 아니었다.
영국에서 살던 시절 치킨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없었으니까.
한국에 관심이 많았기에, 한국의 치킨의 유명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다만, 굳이 찾아 먹을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그렇기에 치킨을 바라보는 신재욱의 표정은 심드렁했다.
‘이게 한국의 치킨이라는 거지?’
양념치킨.
처음 먹어보는 한국의 치킨이었다.
오늘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는 이유로 1학년임에도 닭의 다리 부위를 받게 됐고, 신재욱은 그걸 한참이나 쳐다봤다.
‘냄새는 괜찮네.’
많은 돈을 벌었던 그였기에, 맛있는 음식도 많이 접해봤던 그였다.
당연하게도 붉은 양념이 발린 닭튀김의 냄새는 별로 놀랍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닭 다리를 한 입 크게 베어 문 순간.
“……!”
신재욱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혀를 감싸는 촉촉한 육즙과 달콤한 양념.
그 위에서 춤추는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
상상했던 맛과는 전혀 다른 충격적인 맛이었다.
“……이게 뭐야?”
신재욱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먹어왔던 수많은 닭요리 중 가장 맛있었으니까.
“너무 맛있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주변을 보니, 다른 선수들도 눈이 뒤집힌 채 치킨을 먹는 것에 몰두하고 있었다.
신재욱은 다시 치킨에 집중했다.
이 맛있는 음식을 한 조각이라도 더 많이 먹고 싶었으니까.
‘한국의 치킨은 세계 최고야.’
* * *
“시간 참 빠르다.”
그렇게 중얼거린 신재욱이 달력을 바라봤다.
어느새 환생하고 한 달이 흘렀다.
특별한 일은 없었다.
평일엔 학교수업을 듣고 난 이후, 축구에 몰두하는 게 전부였다.
주말엔 오로지 훈련만 했다.
그 결과 능력치에도 제법 변화가 생겼다.
[이름] 신재욱
[나이] 14(만 12세)
[키] 163cm
[체력] 52 [슈팅] 45 [패스] 50 [속도] 59
[민첩] 45 [대인방어] 33 [태클] 29 [몸싸움] 38
[탈압박] 36 [드리블] 46 [개인기] 43 [헤딩] 47
[특성] 뛰어난 집중력(D), 그라운드의 파이터(D), 골잡이의 본능(C)
“아직도 형편없는 건 여전하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많이 성장했네.”
신재욱이 미소지었다.
한 달간 노력한 결과물이 꽤 만족스러웠다.
예상하기론 지닌 능력치가 워낙 낮았었기에 성장 속도가 괜찮았던 것 같았다.
게다가.
“실제로 몸 상태도 좋아졌고.”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던 몸이 이제는 조금 나아졌다.
물론 드라마틱한 변화는 아니었다.
패스나 슈팅은 여전히 원하는 퀄리티가 나오지 않았고, 볼 컨트롤과 드리블도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조금 나아졌다는 것 자체가 큰 힘이 됐다.
그리고.
변화는 능력치에만 있던 게 아니었다.
“벌써 일어났니?”
“예, 어머니.”
“씻고 오렴. 밥 거의 다 됐어. 그런데 요즘 매번 일찍 일어나고 되게 부지런해진 것 같네?”
“부지런하게 살아야 성공하죠. 그래야 어머니도 호강시켜드릴 수 있고요.”
“어머! 우리 아들 다 컸네? 너무 든든하다 얘.”
지금처럼 새로운 어머니와의 사이에도 변화가 생겼다.
‘조금이지만 편해졌어.’
처음엔 한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혔다면, 이젠 웃으며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편해졌다.
새로운 아버지와의 사이도 마찬가지였다.
“아침부터 누가 이렇게 애늙은이 같은 소리를 하나 했더니, 우리 아들이었구만?”
“아버지, 일어나셨어요?”
“그래, 일어났다. 재욱인 넌 잘 잤니?”
“그럼요. 푹 잤어요.”
“잘했다. 네 나이엔 잠이 아주 중요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건 당연하고, 잠을 푹 자야 키가 커. 알지?”
“예, 알고 있죠.”
자연스러운 대화.
처음 환생하고 며칠간은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는데, 이젠 가능한 일이 됐다.
“잘 먹겠습니다.”
씻고 난 후, 식탁에 앉은 신재욱은 아침밥을 먹기 위해 수저를 들었다.
그때였다.
“…….”
신재욱이 움직임을 멈췄다.
눈앞에 있는 음식 때문이었다.
“이건…….”
요리라고 하기엔 조금 민망할 정도로 간단한, 그저 간장과 참기름, 계란 프라이만 넣고 비벼 먹는 간장계란밥.
그걸 본 지금, 신재욱의 시야가 뿌옇게 변했다.
“응? 아들, 왜 그래? 오랜만에 간장계란밥했는데 별로니?”
“아, 아뇨…! 좋아요. 간장계란밥…… 좋죠.”
새어머니의 말에 신재욱은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다만, 고개를 푹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어머니가 자주 해주셨지.’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났다.
그녀가 자주 해주셨던 요리가 간장계란밥이었으니까.
‘…참 맛있었는데.’
빠르게 표정 관리를 마친 뒤, 신재욱은 고개를 들었다.
이어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웃음을 띤 얼굴로 간장계란밥을 입에 넣었다.
다만, 그의 눈빛은 달라져 있었다.
전보다 훨씬 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당연했다.
‘어머니…… 지켜봐 주세요. 이 몸으로 꼭 최고의 선수가 될게요.’
한국인으로서 최고의 축구선수가 되겠다는 것.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약속했던 그 목표를 다시 한번 되새기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