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7화 (7/224)

007

* * *

주장 추범진이 신재욱을 지목하며 내뱉은 말.

그 말과 동시에 운동장의 모든 시선이 신재욱에게로 집중됐다.

한심하다는 감정이 담긴 따가운 시선들이 느껴졌다.

환생 전엔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시선이었다.

‘아주 동네북이 따로 없구만.’

신재욱이 한숨을 내쉬었다.

각종 수난의 연속이었다.

‘신선한 경험이긴 한데, 슬슬 그만 겪고 싶긴 해.’

늘 천재로 살았던 그였다.

이렇게 무시를 받고, 홀로 지목당해서 경고를 받는 일들은 익숙하지 않았다.

처음엔 황당했고 조금은 재밌기도 했었지만, 이젠 아니었다.

‘이제 재미없는 걸 넘어서 슬슬 짜증이 날 지경이야. 안 되겠다. 내가 폐급까지는 아니라는 걸 보여줘야겠어.’

신재욱은 다짐했다.

자신이 무시 받는 분위기를 바꾸겠다고.

‘전술훈련이니까 충분히 가능해.’

마침 곧 진행될 훈련이 전술훈련이었다.

신체 능력보단 머리를 써야 하는 훈련.

신재욱은 그런 훈련에도 자신이 있었다.

지금처럼 재능이 없는 몸을 지닌 상태에서도 잘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물론 그 사실을 다른 축구부 선수들은 알지 못했다.

특히 1학년 친구들은 쌓인 게 많았는지 한 마디씩을 내뱉었다.

“재욱이 쟤, 저번처럼 또 훈련 못 따라오다가 털리는 거 아니야?”

“재욱아~! 지난번처럼 질질 짜면 안 된다! 알겠지?”

“야 신재욱! 너 때문에 집합 당하기 싫으니까 제대로 해!”

“오늘은 잘할 수 있지? 제발 잘 좀 해주라.”

이처럼 부정적인 시선과 관심을 받는 상황에서.

신재욱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 제대로 해주마.’

행동으로 보여줄 생각이었으니까.

* * *

대한중학교 축구부의 훈련은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조금의 실수도 나와선 안 될 것 같은 분위기.

전국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팀이었고, 그 위치를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거기! 네가 들어 가줬어야지/들어가 줬어야지/! 방금은 네가 돌아서 들어가 줘야 공격수가 압박을 덜 받을 거 아니야?! 도대체 몇 번을 말해줘야 고칠 거야? 정신 안 차릴래?”

지금처럼 코치가 윽박지르는 것도 아주 흔한 일이었다.

특히 전술훈련이 진행될 때면 1학년부터 2학년, 심지어 3학년들까지 가릴 것 없이 전부 혼나곤 했다.

그만큼 어렵고 중요한 훈련이 전술훈련이었다.

그런데.

평소라면 가장 많이 혼났어야 할 소년이 오늘은 혼나지 않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재욱이가 꽤 잘 따라오네? 웬일이지?”

“전술을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내가 잘못 본 건가?”

“신재욱이 오늘은 제법 하네…? 드디어 정신을 차린 건가?”

“신재욱 뭐냐? 지금쯤이면 이미 얼차려를 받고 있어야 할 놈인데……?”

혼날 짓을 하지 않고 있었으니까.

아주 잘 따라오고 있었으니까.

‘이걸 못해서 털린 거였어?’

신재욱이 헛웃음을 흘렸다.

대한중학교의 전술훈련은 수준이 낮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프로팀 수준은 당연히 안 되고, 이 정도면 영국의 초등학교 수준도 안 될 것 같은데?’

처음엔 조금 기대했었다.

대체 얼마나 어렵기에 살벌한 분위기를 만드는지 궁금했었다.

그러나 막상 실체를 보니, 실망감만 생겼다.

‘전술이 너무 단순해. 이런 전술로 전국대회에서 괜찮은 성적을 내고 있다고? 신기하네.’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한국의 중학교 축구 수준이 더 낮다는 생각을 하며, 신재욱은 다시 전술훈련에 집중했다.

같은 시각.

선글라스를 끼고 훈련을 지켜보던 감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쟤, 진짜 뭐야?!”

대한중학교 축구부의 감독 구영철.

그가 깜짝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전술훈련을 놀라울 정도로 잘 소화하는 신재욱 때문이었다.

“중학교에서도 높은 수준의 전술을 구사하는 팀이 우리 대한중학교인데, 1학년이 이렇게나 빨리 적응을 한다고?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인데…?”

1학년이 대한중학교의 전술훈련에 완벽히 적응한다?

구영철 감독, 그의 상식선에선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심지어 그 1학년이 팀에서 가장 실력이 떨어지던 신재욱이지 않은가!

“지난 연습경기 때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갑자기 각성이라도 한 건가? 아니, 어떻게 하루아침에 사람이 바뀔 수 있는 거냐고?”

구영철 감독은 심각한 표정으로 신재욱만을 바라봤다.

겨우 중학교 1학년에 불과한 그의 움직임에만 몰두했다.

잠시 후, 구영철 감독은 다급하게 코치를 불러들였다.

“이 코치!”

“예! 감독님!”

“바로 연습경기를 진행하게!”

“예? 그럼 진행 중이던 전술훈련은… 어떻게 합니까?”

“전술훈련은 다음에 다시 이어가는 것으로 하고, 확인해볼 게 있으니까 우선 경기부터 진행해.”

“……알겠습니다. 바로 경기 진행하겠습니다. 팀은 평소대로 주전팀과 비주전팀으로 나눌까요?”

“아니, 오늘 치킨 내기하는 날이잖아. 주전이랑 비주전 섞어서 두 팀으로 나눠야지.”

“알겠습니다.”

코치는 감독의 지시에 따랐다.

진행되던 전술훈련을 멈추고 선수들을 주전과 비주전을 섞어 두 팀으로 나눴다.

그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대한중학교 선수들은 당황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신재욱 뭐야? 전술훈련을 너무 잘 따라오잖아?”

“뭐지? 처음엔 그냥 좀 따라오나 했는데, 여유 있게 따라오네? 저기 봐봐. 감독님도 놀라신 것 같은데?”

“내가 알던 신재욱이 맞나? 그 신재욱이 저럴 리가 없는데…?”

“솔직히 말하면 오늘 신재욱이 전술훈련하는 거 보면 3학년 선배님들이랑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아. 나만 그렇게 생각하나?”

“아니, 내가 보기에도 그랬어.”

이처럼 모두의 관심을 받는 상황에서, 신재욱은 옅게 웃었다.

‘이번엔 망신 안 당했네.’

그의 기준에서도 전술훈련에서 보여준 모습은 나쁘지 않았다.

주변에서 시선을 보내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됐다.

‘놀랍겠지. 욕이나 먹던 애가 갑자기 잘하니까. 그나저나 전술훈련을 좀 더 했으면 했는데, 벌써 경기를 하려나 보네.’

A팀에 들어가게 된 신재욱은 같은 팀이 된 선수들의 얼굴을 확인했다.

당연하지만 저들의 얼굴을 확실하게 기억해야 했다.

‘치킨 내기랬지? 음… 치킨엔 관심이 없지만, 그래도 내가 있는 팀이 먹게 해주는 게 낫겠지.’

신재욱은 이길 생각이었다.

내기엔 별로 관심이 없지만, 승부엔 관심이 있었으니까.

삐이이익!

경기가 시작됐다.

신재욱의 포지션은 지난번과 같은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많이 뛰어야 하는 자리였고, 신재욱은 이미 뛰고 있었다.

‘이 몸의 체력수준을 알게 됐으니까, 이번엔 더 효율적으로 뛰어보자.’

신재욱은 무리해서 뛰지 않았다.

수비수 바로 앞, 중앙 미드필더보다는 뒤에 처진 위치.

그곳에서 천천히 돌아다니며 상대를 살폈다. 또한, 동료들이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게 지원해줬다.

지금처럼.

“왼쪽 대각선 뒤! 패스!”

신재욱이 크게 외쳤다.

그 순간 A팀 동료 추범진의 표정이 굳었다.

탈압박에 자신 있는 그였기에 패스를 선택하기엔 자존심이 상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2명에게 둘러싸인 상태에선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때문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왼쪽 대각선 뒤로 공을 넘겼다.

‘신재욱 저 자식, 말이 좀 짧은데?’

전국적으로 유명한 유망주이자 대한중학교의 주장인 추범진.

3학년인 그는 자신에게 반말을 한 신재욱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지켜봤다.

자신에게서 공을 받은 신재욱의 플레이를.

‘어디 어떻게 하나 보자.’

지금 이 순간 추범진은 생각했다.

신재욱이 형편없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고.

그리고.

그의 시선이 향한 상황에서 신재욱이 공을 컨트롤했다.

투욱!

컨트롤은 좋지 못했다.

눈에 띄게 불안정했다.

그 모습을 본 추범진이 피식 웃어버렸다.

‘그럼 그렇지.’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1학년 후배의 볼 터치였다.

그런데.

“엇?!”

추범진의 눈이 커졌다.

이어진 신재욱의 움직임이 추범진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 버렸으니까.

* * *

투욱!

추범진의 패스를 받은 순간, 신재욱의 표정이 굳었다.

원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볼 터치를 하고 말았으니까.

‘참 말을 안 듣는 몸이야.’

그러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이런 일은 이미 계속해서 겪고 있었고, 예상도 했기에 놀라지도 않았다.

‘뒤에 한 명 접근하고 있었지?’

신재욱은 추범진에게 공을 받기 전부터 주변 상황을 살펴놨다.

주변에 있는 동료의 위치, 상대 선수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는 것.

다른 사람에겐 어려운 일일 수도 있지만, 신재욱에겐 그냥 기본기에 불과했다.

그리고.

휘익!

신재욱은 또 한 번 고개를 돌려 상대의 움직임을 확인했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이 확인해서 최고의 플레이를 하는 것.

그게 바로 신재욱의 스타일이었다.

‘벌써 여기까지 접근했구나. 부지런히도 왔네.’

상대와의 거리는 가까웠다.

여기서 신재욱이 할 건 간단했다.

약간의 속임수로 상대의 압박을 벗어나는 것.

툭! 툭! 휘익!

신재욱은 오른발로 공을 컨트롤하며 오른쪽으로 갈 것처럼 움직인 뒤, 재빨리 왼쪽으로 공을 컨트롤하며 방향을 바꿨다.

몸이 달라졌기에 생각처럼 움직여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환생 전, 세계 최고의 공격수였던 남자의 플레이였다.

중학교 수준의 선수가 막을 수 있는 움직임이 아니었다.

“어어! 쟤 뭐야?!”

“재욱이 움직임 장난 아닌데?!”

“깜짝이야! 쟤 전술훈련도 잘하더니, 오늘 많이 이상한데?”

주장 추범진을 포함한 모든 선수가 경악했다.

이들 모두 예상하지 못했다.

신재욱이 이렇게나 쉽게 압박을 벗어날 것이라고는.

같은 시각.

“헉?!”

B팀에 소속된 미드필더 고인섭은 너무 놀라서 헛바람을 들이켰다.

중학교 2학년 선수인 그는, 1학년들을 무시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그 상대가 신재욱이었기에 더더욱 무시했었다.

그런데 저 움직임은 무엇이란 말인가!

“…내가 신재욱한테 발렸다고?”

고인섭은 자존심이 상했다.

겨우 1학년 따위에게, 그것도 신재욱에게 발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감히, 너 따위가!”

그는 악의가 담긴 태클을 시도했다.

신재욱의 뒤로 들어가는 위험천만한 백태클이었다.

하지만 너무 흥분해서일까?

고인섭은 알지 못했다.

상대가 그의 백태클을 예상했다는 것을.

더불어.

‘얘 봐라? 설마 했는데 나이도 어린 친구가 벌써 인성이 박살 났구나?’

크게 혼내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는 것을.

타앗!

공을 컨트롤하던 신재욱이 땅을 박차고 두 다리를 띄웠다.

그 순간 고인섭의 태클이 발로 깊숙이 들어왔다. 퍼억! 신재욱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오! 아파라.’

빠르게 피한다고 피했지만 완벽하게 피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최대한 대미지를 줄였기에 부상은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휘청!

신재욱의 중심이 크게 흔들렸다.

몸을 띄우는 상황에서 다리를 가격당했기에 생긴 일이었다.

바닥엔 태클을 한 고인섭이 있었고, 신재욱은 공중에서 중심을 잃고 떨어지는 상황.

위험천만한 순간이었지만 신재욱의 표정은 덤덤했다.

이처럼 상대 선수와 거칠게 얽히는 일은 수없이 많이 겪었으니까.

그래서일까?

오히려 집중력이 더 높아졌다.

동시에.

고인섭을 더욱 잘 혼내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상대를 다치게 하려고 할 땐, 본인이 다칠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지.’

바닥에 있는 고인섭의 몸 위로 떨어지는 지금.

후웅!

신재욱이 팔꿈치를 휘둘렀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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