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6화 (6/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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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상태창.

게임에서 캐릭터의 정보를 확인하기 위한 장치.

당연하게도 게임에서나 나올 법한 것이다.

그런데.

신재욱은 현실에서도 상태창을 볼 수 있게 됐다.

그것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신재욱은 상태창에 적힌 능력치들에 집중했었다.

이어서 너무나도 낮은 수치를 지닌 자신의 몸 상태에 당황했었다.

그렇게 넘어갔었다.

하지만 지금.

신재욱은 다시 이전처럼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최고의 축구선수가 될 수 있다면, 활용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지 해야지.”

이번엔 상태창에 있는 ‘특성’에 대해서 확인할 생각이었다.

“도움이 되는 거였으면 좋겠는데.”

그래서 신재욱은 상태창에 있는 특성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특성] 뛰어난 집중력(D)

“뛰어난 집중력이라… 이름이 좋네. 근데 뒤에 붙은 D는 뭐지?”

하나뿐인 특성을 향해 신재욱이 손을 뻗었을 때.

반투명한 박스 하나가 허공에 떠올랐다.

‘뛰어난 집중력’ 특성의 정보가 적힌 박스였다.

[뛰어난 집중력]

[등급] D

[효과] 운동을 할 때, 보통 사람보다 높은 집중력을 보입니다.

“운동할 때 보통 사람보다 높은 집중력을 보인다고? 괜찮네. 근데 등급이 있잖아? D? 왜 하필 기분 나쁘게 D야?”

정보를 본 순간, 신재욱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등급은 말 그대로 해당 특성의 수준을 나타내는 것이었고.

D등급은 그다지 높지 않은 등급이라는 것을.

“그래도 뭐라도 있는 게 어디야. 근데 이 특성이 딱히 체감되거나 그러지는 않네. 아니면 아직 발동이 안 된 건가?”

휘익!

잠시 고민에 잠겼던 신재욱이 고개를 저었다.

“훈련이나 하자.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

신재욱은 다시 훈련을 시작했다.

스트레칭을 마친 상태였기에 곧바로 운동장을 뛰었다.

많이 뛰지는 않았다.

이어서 할 훈련을 위해 몸이 뜨겁게 달궈질 정도면 충분했으니까.

‘슈팅과 패스의 감을 찾아야 해.’

과거, 발롱도르를 연속 3회 수상하며 세계 최고의 선수였던 시절.

신재욱은 슈팅과 패스 모두 잘하는 선수였다.

슈팅은 당대 최고 수준이었고, 패스도 월드클래스 미드필더들과 대등하다는 평을 받을 정도였다.

그토록 뛰어난 슈팅과 패스 실력을 지닌 선수였지만.

지금은 과거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분명 기억대로 슈팅하고 패스하는데도 다른 결과가 나와.’

달라진 몸이 진한 이질감과 불편함을 만들어내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결국, 신재욱이 생각한 방법은 두 가지였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아. 미친 듯이 반복하다 보면 감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계속해서 슈팅 훈련과 패스 훈련을 반복하며 과거의 느낌을 찾아내는 것과.

‘지금 당장은 몸 상태가 별로지만, 그래도 수치로 보이는 성장 속도는 느린 편이 아니야. 아니, 솔직히 이 정도면 빠른 편이지. 이런 속도로 계속해서 능력치를 올리다 보면 과거의 실력을 되찾을 수도 있어. 어쩌면… 뛰어넘을지도 모르는 거고.’

그 반복으로 인해 능력치 상승을 노리는 것.

다만, 쉬운 일들은 아니었다.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퍼엉!

신재욱은 슈팅 훈련과 패스 훈련을 시작했다.

* * *

과거, 신재욱은 세계 최고의 감독과 코치들이 있는 팀에서 훈련했다.

최고의 동료들과 최첨단 장비들과 함께 하는 훈련.

그 효율은 가히 대단했다.

그러나.

14세의 한국인 소년에게 그런 것들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것도 2008년도엔 더더욱.

“어머니께서 그러셨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부딪치라고.”

신재욱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집중력을 끌어올리며 공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어서 바닥에 놓인 공을 강하게 때려냈다.

퍼엉!

항상 해왔던 것처럼 때려낸 슈팅.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공엔 힘이 제대로 실리지 않았고, 정확도도 떨어졌다.

그럼에도 신재욱은 덤덤한 얼굴로 공을 가지고 왔다.

“한 번에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어.”

예상대로였으니까.

이런 몸으로 원하는 슈팅이 됐다면 그게 더 이상했을 거니까.

퍼어엉!

신재욱의 집중력은 대단했다.

골대 안으로 슈팅하는 훈련을 계속 반복하면서도 집중력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런데.

강한 집중력을 보여주던 신재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기다렸던 메시지가 눈앞에 떠올랐으니까.

[슈팅이 1 올랐습니다!]

“좋았어! 드디어 떴구나.”

신재욱은 미소를 지은 채 다시 공을 잡았다.

“슈팅 능력치는 올렸으니까, 이젠 패스 능력치가 오를 때까지 훈련해야겠어.”

슈팅 훈련을 마치고 패스 훈련을 시작하려던 지금.

신재욱은 하려던 것을 멈췄다.

운동장에 몰려드는 축구부 학생들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점심시간이 벌써 끝났구나. 되게 짧게 느껴지네.”

아쉬움이 생겼지만, 신재욱은 곧바로 털어냈다.

“패스 훈련은 축구부 훈련 다 끝나고 하지 뭐.”

어느새 대한중학교 축구부 선수들이 전부 운동장에 모였다.

신재욱은 1학년들과 2, 3학년 학생들을 차례로 바라봤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다들 기분이 좋아 보였다.

‘다들 표정이 밝네.’

신재욱은 궁금한 것을 참지 않고 옆에 선 1학년 친구에게 질문했다.

“오늘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어?”

“엥? 당연히 기분 좋지! 오늘 치킨 먹는 날이잖아. 물론 연습경기에서 이긴 팀만 먹는 거지만.”

“치킨을 먹는 날… 이라고?”

“응! 재욱이 너, 알면서 왜 그래? 우리 한 달에 한 번씩 연습경기 결과로 치킨이나 피자 먹잖아. 오늘이 그날이고.”

“아… 까먹고 있었어. 알려줘서 고마워.”

대화를 마친 뒤, 신재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이들이라서 그런가…?’

치킨을 먹는 게 그렇게나 기분 좋은 일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었다.

과거, 한국에 살 때의 신재욱은 너무 가난했기에 치킨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때문에, 그가 먹어본 치킨은 오로지 영국의 치킨뿐이었다.

‘치킨이…… 그렇게 맛있는 음식은 아니지 않나.’

궁금한 건 모두 풀렸다.

신재욱의 표정은 다른 축구부 학생들과는 달리 덤덤했다.

치킨에 흥분하기엔 그의 실제 나이가 너무 많았으니까.

“자! 다들 모여!”

코치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그는 선수들을 모아놓은 뒤, 오늘 할 훈련들에 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전술이랑 패스 위주로 훈련할 거야. 대회 얼마 안 남은 거 알지? 다들 집중해서 하자.”

그 순간, 축구부 선수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들은 코치의 귀에 들리지 않을 정도의 목소리로 불만을 드러냈다.

“아… 하필이면 전술이랑 패스네.”

“망했네. 너무 재미없겠어.”

“전술이랑 패스라니, 최악의 조합이구만.”

전술훈련은 복잡하고 어렵다는 이유로, 패스 훈련은 지루하다는 이유로 인기가 없는 훈련들이었다.

그런 인기 없는 훈련을 하루에 다 하는 건 축구부 선수들에겐 끔찍한 일이었다.

그런데.

한 소년의 표정은 오히려 밝아졌다.

‘패스 훈련을 중점으로 한다고? 안 그래도 남아서 패스 훈련하고 가려고 했었는데, 잘됐네. 전술훈련도 마찬가지야. 한국의 중학교에서 하는 전술훈련 수준이 궁금했는데, 이번 기회에 알게 되겠어.’

유일하게 밝은 표정을 보여주는 소년은 신재욱이었다.

그에겐 이런 상황들이 오히려 좋게 느껴졌다.

“스트레칭부터 시작하자!”

코치의 지시하에 훈련이 시작됐다.

스트레칭과 런닝 등의 훈련들이 진행됐다.

그리고 잠시 후, 신재욱이 기다리던 패스 훈련이 시작됐다.

넓은 운동장에 선수들이 짝을 이루고 서로에게 공을 넘겼다.

조금씩 거리를 벌려가며 패스를 주고받는,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훈련.

세계 최고의 선수였던 신재욱에겐 너무나도 쉬운 훈련이었다.

분명 그래야만 했다.

“재욱아 패스 좀 정확하게 줘봐.”

“……알겠어.”

신재욱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패스가 너무 안 되는데…?’

패스에도 자신이 있던 그였다.

몸 상태가 별로여도 어느 정도 괜찮은 패스를 뿌릴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과는 달랐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의 패스는 괜찮았지만, 먼 거리에서의 패스는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지금처럼 1학년 동료에게 한 소리를 들을 정도로 심각했다.

‘집중하자.’

신재욱은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자존심이 굉장히 센 그였기에, 이런 상황을 오래 유지하고 싶지 않았다.

다만, 좋지 않은 몸 상태가 단번에 나아지진 않았다.

그래도.

[패스가 좋아집니다!]

한 번씩 떠오르는 메시지가 신재욱을 위로해줬다.

‘좋아, 이렇게 계속 성장하면 돼.’

* * *

패스 훈련을 중점적으로 하겠다는 코치의 말은 진짜였다.

다른 날과는 달리, 오늘은 패스 훈련이 길게 이어졌다.

대한중학교 선수들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지만, 신재욱의 표정은 점점 더 밝아졌다.

[패스가 1 올랐습니다!]

“됐어!”

신재욱이 미소를 지었다.

동시에 빠르게 상태창을 열어 패스 능력치의 변화를 확인했다.

‘44에서 45가 됐어. 체감은 어떨까?’

실제로 느껴지는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신재욱은 멀리 있는 동료를 향해 공을 찼다.

퍼엉!

20m 정도 떨어져 있는 동료를 향한 패스.

현재 신재욱의 몸 상태로는 쉽지 않은 시도였다. 게다가 땅으로 깔아 차는 패스가 아닌, 띄워서 보내는 패스였다.

땅볼 패스보단, 높게 보내는 패스가 더 어려울 수밖에 없기 마련.

높게 띄운 신재욱의 패스는 여전히 정확도가 낮았다.

‘역시 안 되네.’

하지만 신재욱의 미소는 오히려 더욱 짙어졌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나아졌어.’

미세하지만 분명히 변화가 느껴졌으니까.

‘다들 지겹나 보네. 하긴 저 나이 때는 하루 종일 경기만 하고 싶을 거야.’

신재욱이 주변을 둘러봤다.

시간을 보던 선수들이 슬금슬금 코치의 눈치를 봤다.

어지간히도 패스 훈련을 끝내고 싶은 모양이었다.

다행일까?

코치도 그런 선수들의 마음을 알아줬는지, 진행되고 있던 패스 훈련을 중지시켰다.

‘이제 전술훈련을 하려나 보네?’

신재욱의 눈치는 빠른 편이었다.

코치의 표정과 행동을 보니, 다음 훈련으로 넘어갈 것 같았다.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이제 전술훈련을 할 거니까 다들 준비해!”

코치는 전술훈련을 예고했고, 그의 지시하에 선수들이 모여들었다.

그런데 이때, 코치가 선수 하나를 불렀다.

“추범진!”

“예!”

씩씩하게 대답한 소년은 앞으로 걸어나갔다.

“범진아, 주장답게 직접 한마디 해. 다들 집중해! 주장 말 끝나면 바로 전술훈련 들어간다.”

신재욱의 시선이 추범진이라고 불린 소년에게로 향했다.

‘저 친구가 팀의 주장이구나. 그나저나 여기 애들은 키가 왜 저렇게 커?’

대한중학교 3학년 추범진.

팀의 주장이자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는 소년.

신재욱의 눈에 그의 키는 적어도 183cm는 넘어 보였다.

과연 중학생이 맞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덩치가 좋은 주장 추범진.

그가 입을 열었다.

“2, 3학년들은 알아서 잘할 거라고 믿고, 야 1학년들! 전술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 똑바로 해! 알겠냐? 지난번처럼 얼타면 끝나고 집합이다.”

집합이라니.

가뜩이나 선배를 무서워하는 1학년들에겐 너무나도 두려운 말이었다.

사실상 협박에 가까운 위협적인 말.

그런데도 코치는 주장 추범진을 나무라지 않았다.

멀리서 지켜보는 감독 역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신재욱 역시 무덤덤했다.

‘주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스타일이구나.’

주장이 큰 힘을 갖는 팀은 영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주장 추범진의 이어진 말엔 신재욱의 덤덤함이 깨져버렸다.

“특히 1학년에 신재욱! 그래 너! 뒤처지지 않으려면 필사적으로 해. 대한중학교에 축구 못하는 놈은 필요 없으니까.”

갑작스레 벌어진 일이었고.

신재욱은 황당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또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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