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3화 (3/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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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살면서 헛것을 보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몸이 피곤할 때면 가끔 헛것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하루에 몇 번이나 헛것이 보이는 경우는 없다.

적어도 신재욱의 인생에서는 그랬다.

[태클이 좋아집니다!]

태클이 좋아졌다는 메시지.

마치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는 듯한 내용이었지만.

신재욱은 좋아할 수가 없었다.

소름이 끼쳤으니까.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야?”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일이었으니까.

“말도 안 된다고…….”

신재욱의 동공이 흔들렸다.

다른 사람의 몸으로 환생한 것까지는 어떻게든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글씨들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때였다.

“야, 신재욱! 뭐 해?!”

“정신 차려!”

“1학년이 빠져가지고! 집중 안 하냐?”

커다란 목소리들이 귓속을 파고들었다.

‘정신 차리자. 일단 경기에 집중해야 해.’

신재욱이 다급히 고개를 높이 들었다.

시야를 넓게 보기 위한 기본기였다.

그러자 바로 코앞까지 달려온 상대 선수가 보였다.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지만, 오랜 경험은 본능적으로 상대를 스캔했다.

‘A팀의 중앙 미드필더 오필두.’

오필두.

중학교 1학년 때부터 2학년인 지금까지 팀의 주전 자리를 꿰차고 있는 선수.

뛰어난 재능으로 팀에서 인정받는 건 물론이고, 전국적으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는 선수였다.

그래서일까?

벌써 불만이 담긴 B팀 동료들의 말이 들렸다.

“아오! 신재욱! 빨리 패스해! 뭘 기다리고 있어?”

“쟤 뭐 하냐? 저러다가 뺏기려고 저러지?”

“신재욱 인마! 네가 오필두 앞에서 뭘 할 수 있다고 그러고 있냐? 공 넘기라고오!”

“야! 오늘 뭐 잘못 먹었냐? 그냥 평소대로 공 잡으면 바로 패스하라고!”

그러나.

신재욱의 표정은 덤덤했다.

‘얘들아 진정 좀 하자. 나 아직 공 안 뺏겼어.’

아직 공은 뺏기지 않았고.

뺏길 생각도 없었다.

상대가 전국적으로 유명한 유망주인 것은 알지도 못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에게 있어선 그래 봤자 중학생 수준의 선수일 뿐이었으니까.

‘그리고 축구에서 급한 건 좋지 않아. 그게 패스가 됐건, 태클이 됐건.’

오필두가 발을 뻗었다.

확신이 담긴 스탠딩 태클이었다.

중학생 수준에서 미드필더치고 좋은 수비를 지닌 선수였기에 나온 자신감.

다만, 신재욱에겐 그저 성급한 태클로 보였다.

툭! 휘익!

신재욱이 몸을 돌려 오필두를 등졌다.

그러자.

“너 뭐 하냐? 뭔 자신감으로 버티는 거야?”

오필두가 비웃으며 강하게 압박했다.

한 살 차이였지만, 중학생 수준에서 1년 차는 매우 컸다.

실제로 덩치에서부터 큰 차이가 났다.

163cm인 신재욱과 180cm인 오필두는 다윗과 골리앗처럼 보였다.

퍼억!

오필두의 압박에 신재욱의 몸이 휘청거렸다.

바람에 나부끼는 비닐처럼 흔들리는 상황.

그럼에도 신재욱의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그저 침착하게 현 상황에 집중했다.

‘얜 중학생이 덩치가 왜 이렇게 커?’

신재욱이 상체를 앞으로 숙인 채, 팔 하나로 땅을 짚었다.

뒤에서 오필두가 미는 힘을 버티기 위함이었다.

“뭘 버티고 그러냐? 어차피 뺏길 거면서.”

계속되는 도발.

신재욱은 전부 무시했다.

그의 성격대로라면 훨씬 더 강한 도발을 날려줬을 테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

‘이 몸뚱이는 피지컬도 안 좋고, 볼 컨트롤도 잘 안되네.’

오로지 경기에만 집중해도 원하는 플레이를 하기 힘든 몸이었으니까.

툭!

신재욱이 여전히 오필두의 힘을 버텨내며 왼쪽으로 몸을 틀었다.

그 즉시 오필두가 반응했다.

“어딜!”

오필두는 신재욱이 움직이는 것을 따라서 몸을 움직였다. 동시에 발을 뻗었다.

그러나 이건 신재욱의 미끼였다.

타앗!

신재욱은 다시 한번 몸을 틀었다.

이번엔 오른쪽이었다.

왼쪽으로 갈 것처럼 움직이다가, 오른쪽으로 돌아나가는 움직임.

페인팅이 들어간 절묘한 이 움직임으로 오필두를 완벽하게 속여버렸다.

‘별것도 아닌 움직임인데, 이것조차도 힘들었어.’

한 명을 제쳐냈지만, 신재욱의 표정은 오히려 어두워졌다.

자신의 움직임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까.

그 순간.

운동장의 분위기가 변했다.

“뭐야?!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신재욱이 오필두 선배를 뚫은 거야?”

“말도 안 돼…! 1학년 신재욱이 2학년 오필두를 뚫었어! 게다가 방금 움직임, 장난 아닌데?”

“이게 무슨 일이야?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신재욱이? 쟤가 저런 움직임을 보여준다고?”

“팀에서 가장 못하는 애가 팀 내 최고의 중앙 미드필더를 이겼어……!”

운동장에 있던 모두가 당황했다.

심지어 선글라스를 끼고 의자에 앉아있던 감독마저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쟤 재욱이 맞아?”

대한중학교 축구부의 감독 구영철, 그는 선글라스까지 벗어버린 채로 신재욱을 바라봤다.

“눈빛과 집중력이 좋다는 것 말고는 특별할 게 없던 아이였는데……?”

훈련 전, 신재욱의 질문에 답해줬던 내용은 진심이었다.

눈빛이 좋아서 뽑았다는 것.

당시 유난히 간절했던 어린 소년을 구영철 감독은 거절할 수 없었다.

다만, 신재욱의 실력은 처참한 수준이었다.

대회는 물론이고 다른 학교와의 친선전에도 출전시킬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그런데 방금 보여준 움직임은 무엇이라 말인가!

“동작이 투박하긴 했지만, 상당히 고급 기술이었어……!”

구영철 감독, 그는 수없이 많은 유망주를 발굴해온 사람이었다.

어린 선수를 볼 때마다 무서울 정도로 정확하게 자질을 파악했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지금은 당황하고 있었다.

재능이 없다고 확신했던 신재욱이라는 소년 때문이었다.

“어쩌면… 이번엔 내가 틀렸을지도 모르겠어.”

* * *

오필두를 뚫어낸 이후.

신재욱은 근처에 있던 동료에게 곧바로 공을 넘겼다.

마음 같아선 직접 공을 몰고 전진하고 싶었지만, 오필두를 상대하며 체력이 너무 많이 소모되어 버렸다.

지금은 체력을 조절해야 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체력이 더 안 좋아. 이제 체력 조절에 더 신경을 쓰면서 뛰어야겠어.’

게다가.

‘또 떴어.’

오필두를 뚫어내자마자 또다시 떠오른 메시지‘들’이 너무 신경 쓰였다.

그래서 지금.

신재욱은 허공에 떠 있는 메시지‘들’을 바라봤다.

[탈압박이 좋아집니다!]

[드리블이 좋아집니다!]

[개인기가 좋아집니다!]

“탈압박, 드리블, 개인기가 좋아졌다고?”

신재욱의 표정은 진지했다.

이젠 메시지들이 헛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아깐 체력이랑 태클이 좋아졌다는 메시지가 보였었지. 물론 비현실적이지만, 이것들이 만약 진짜라면?”

스스로 질문을 던졌다.

메시지의 내용처럼 정말로 축구와 관련된 능력들이 좋아지는 것이라면? 정말 그런 거라면?

답은 빠르게 나왔다.

“대박이잖아?”

이건 대박이었다.

특정 능력과 관련된 행동이나 훈련을 할 때마다 해당 능력이 성장하는 것이었으니까.

꿈틀!

신재욱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미소는 금방 사라졌다.

‘우선 훈련 중이니까, 여기에 집중하자. 궁금한 건 쉬는 시간에 확인해도 늦지 않아.’

그는 프로였다.

훈련 때마다 높은 집중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프로.

매우 흥미로운 일이 눈앞에 있지만, 지금은 훈련에 집중해야 했다.

그때였다.

“재욱!”

동료의 목소리와 함께 공이 빠르게 굴러왔다.

‘패스가 너무 센데? 실수인가 보네.’

신재욱이 움직였다.

패스가 셌지만 괜찮았다.

본능적으로 각을 만들고 공을 받기 위해 발을 뻗었다.

수도 없이 해왔던 움직임이기에 자연스러웠다.

비록 몸이 달라졌지만, 큰 문제는 아닐 거라고 자기암시를 걸었다.

‘어차피 다리가 2개 붙어 있는 건 똑같잖아?’

투욱!

신재욱이 공을 받았다.

갑자기 받았음에도 공이 부드럽게 발에 붙었다.

물론 과거와 비교할 수는 없었다.

키, 몸무게, 다리의 길이, 발의 크기, 근육 모두가 달라졌으니까.

‘예전에 같이 뛰었던 녀석들이 봤으면 엄청 놀려댔겠네.’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였던 남자치고는 투박한 트래핑이었다.

그러나 중학교 수준에서는 충분히 놀라운 트래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A팀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주전 선수들이 모인 팀답게 신재욱이 공을 잡은 즉시 압박이 들어왔다.

‘오! 두 명이 동시에 압박하면서도 호흡이 좋네?’

신재욱이 작게 감탄했다.

그만큼 A팀 선수들의 움직임은 훌륭했다.

얼마나 많은 훈련을 했는지, 두 명이 한 몸인 것처럼 예리하게 덤벼들었다.

다만 이번엔 상대가 나빴다.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도 어지간해선 공을 빼앗기지 않던 남자였으니까.

터엉!

상대 선수 2명이 덤벼드는 상황에서 신재욱은 동료에게 공을 보냈다.

발의 안쪽을 이용한 안정적인 패스였다.

이어서 공을 받기 좋은 위치로 움직이며 크게 소리쳤다.

“다시 패스!”

“어어…?”

신재욱의 외침에 B팀의 윙어 강찬호가 어리둥절하며 리턴 패스를 건넸다.

“……말이 좀 짧지 않나? 나 2학년인데……?”

당황한 것과는 별개로 강찬호의 패스는 괜찮았다.

강도와 정확도 모두 준수했다.

그래서 신재욱은 유럽에서 하던 것처럼 칭찬을 해줬다.

“굿 패스!”

툭! 툭!

신재욱이 공을 몰고 전진했다.

분위기를 뒤집을 타이밍이었다.

경기는 전반전이 끝나가는 상황이었고, A팀이 1 대 0으로 앞서고 있었다.

지금쯤 동점을 만들면 분위기가 많이 회복되리라.

하지만 체력이 약하기에 선택을 해야 했다.

이번 타이밍을 그냥 넘길지, 아니면 과감하게 무언가를 시도할지.

‘벌써 퍼지기 직전이네.’

신재욱이 몸 상태를 확인하곤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뭐 얼마나 뛰었다고, 벌써 몸에 힘이 없다.

곧 쓰러질 것 같다는 느낌이 진하게 풍겨왔다.

‘약골도 이런 약골은 처음이야.’

신재욱의 눈빛이 변했다.

짧은 순간 결정을 내렸다.

‘어차피 체력 아껴도 퍼질 것 같은데, 그냥 이번에 임팩트 한번 보여주고 뻗어야겠다.’

쓰러지더라도 짧고 굵은 임팩트를 보여주기로.

‘친구들, 한번 막아봐.’

신재욱이 속도를 냈다.

원하는 속도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 정도로도 충분했다.

공을 달고 뛰는 속도였으니까.

“뭐야 쟤? 웬일로 드리블을 해?”

“신재욱이 오늘 뭔가 이상했는데 이젠 개인플레이까지 하려고 하네?”

“빨리 막자! 1학년이 까부는 걸 가만히 놔둘 순 없잖아?”

주로 2학년과 3학년으로 이뤄진 A팀 선수들.

이들 중 한 명이 신재욱에게 덤벼들었다.

공을 뺏어낼 거라고 확신에 찬 얼굴로 덤비는 2학년 선수였다.

‘다들 왜 이렇게 급해? 그동안 이 아이가 어지간히 만만했나 봐?’

신재욱의 미소가 짙어졌다.

어린 친구들을 상대로 창피하긴 하지만, 승부욕이 제대로 올라와 버렸다.

휘익!

덤벼드는 2학년의 앞에서 신재욱이 상체를 흔들었다.

2학년은 아랑곳하지 않고 덤벼들었다. 신재욱의 페인팅을 조금도 경계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경계하지 않으면 당해야지.’

신재욱은 가볍게 방향을 틀었다.

급하게 달려드는 상대에겐 그거면 충분했다.

“헉!”

A팀의 2학년 선수가 깜짝 놀라서 뒤쫓아왔지만, 신재욱은 가속이 붙은 상태였다.

거리는 더욱 벌어졌다.

그러자 이번엔 수비수가 덤벼들었다.

3학년이자, 대한중학교 축구부의 주전 센터백 민병훈.

중학생답지 않은 피지컬로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선수였다.

그래서인지 민병훈은 굉장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야 인마! 쪽팔리게 1학년한테 뚫리냐? 형 하는 거 잘 봐라.”

민병훈은 3학년답게 자세를 낮추고 제법 괜찮은 움직임을 펼쳤다.

하지만 민병훈 역시 신재욱이 보기엔 빈틈투성이의 어설픈 수비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툭! 툭!

두 번의 터치면 충분했다.

주변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신재욱은 귓속으로 파고드는 소리를 전부 무시했다.

오로지 자신과 상대의 움직임에만 집중했다.

“내가 막을게!”

또 한 명의 3학년 수비수가 앞을 막아섰다.

다만, 이 선수는 거리를 두는 수비를 선택했다.

뒷걸음질을 치며 돌파를 시도할 공간을 내주지 않는 수비.

괜찮은 지역방어였다.

다만, 신재욱은 지역방어를 하는 수비수를 부술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퉁!

공을 앞으로 짧게 밀어놓고.

휘익!

오른발을 휘둘렀다.

영락없는 슈팅의 모양새.

슈팅 동작을 본 수비수는 깜짝 놀라서 덤벼들었다.

우선 슈팅각을 줄이고 보자는 판단이었다.

그 순간.

‘잘 속네.’

신재욱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슈팅은 속임수였다.

그는 덤벼드는 수비수의 가랑이 사이로 공을 집어넣었다.

동시에 비어버린 공간으로 파고들었다.

휘익!

A팀의 페널티박스 안.

주전 센터백 두 명을 뚫어낸 신재욱이 다리를 휘둘렀다.

튀어나오던 골키퍼가 팔과 다리를 뻗으며 덤벼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슈팅은 나오지 않았다.

골키퍼를 속이는 속임수였다.

“뭐야?!”

A팀의 골키퍼 정승현이 깜짝 놀라며 몸을 틀었지만.

신재욱은 이미 그의 공간을 벗어났다.

텅 빈 골대.

그곳으로 신재욱이 공을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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