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2화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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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신재욱은 양심이 있는 편이었다.

당연히 몸의 주인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래도 30대까지는 살았는데, 너는 도대체 무슨 죄가 있다고 이토록 어린 나이에 몸을 뺏긴 거냐.’

미안함은 몸의 주인에게만 생긴 게 아니었다.

소년의 부모님에게도 생겼다.

‘원인은 모르겠지만…… 고작 14살밖에 안 되는 소중한 아드님의 몸을 뺏어버렸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죄책감은 컸다.

만약 소년의 일기장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이겨내기 힘들었을 정도로.

‘이 아이, 프로축구선수가 되는 게 꿈이라고?’

소년의 일기장엔 적혀있었다.

축구선수, 그것도 멋진 프로선수가 되고 싶다고.

꼭 이루고 싶은 꿈이라고.

‘이걸로 네 마음이 조금이나마 풀릴지는 모르겠지만…….’

소년의 일기장을 어루만지며, 신재욱은 약속했다.

‘그 꿈, 내가 이뤄줄게.’

꿈을 이뤄주겠다고.

그리고 지금.

“허억! 허억……!”

운동장을 뛰던 신재욱은 바닥에 대자로 뻗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어이가 없네.”

신재욱이 헛웃음을 흘렸다.

소년의 일기장을 만지며 약속했을 때의 자신감은 온데간데없었다.

그의 얼굴엔 당황함만이 가득했다.

몸의 주인인 소년을 위해서 프로축구선수가 되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해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가 되려던 계획이 전부 날아가 버린 기분이었으니까.

심지어.

“몸뚱이가 얼마나 쓰레기면 이런 이상한 게 보이냐?”

이젠 헛것까지 보이기 시작했으니까.

[체력이 좋아집니다.]

“무슨 홀로그램 같네.”

그렇게 중얼거리며, 신재욱이 피식 웃어버렸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본래 그가 살던 세상은 2028년.

비록 상용화는 거의 안 됐지만, 홀로그램이 있는 세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2008년이었다.

홀로그램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다만, 조금 이상했다.

“체력이 올랐다고? 그러고 보니 숨이 덜 차는 것 같기도 하고?”

방금까지는 죽을 만큼 힘들었는데.

눈앞에 메시지가 뜬 이후로는 약간이지만 덜 힘들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에이, 말도 안 돼.”

신재욱은 그저 기분 탓이라고 생각했다.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내가 환생한 것도 말이 안 되지만, 그래도 이건 진짜 아니지.”

그렇게 말하며, 신재욱은 몸을 일으켰다.

주변에 있던 동료들도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들 모두 제대로 쉬지도 못한 상황이지만 다시 운동장을 뛰어야 했다.

대한중학교 축구부의 감독과 코치가 긴 휴식시간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오, 왜 이렇게 힘드냐 정말.”

신재욱은 터질 것 같은 심장을 무시한 채 움직였다.

여전히 몸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눈앞에서 보이던 글씨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래도 헛것은 이제 안 보이네.”

그는 당연히 몰랐다.

조금 전에 봤던 메시지가 헛것이 아니라는 것을.

곧 다시 보게 될 거라는 것을.

* * *

“아…… 죽겠다.”

신재욱이 땀으로 범벅된 몰골로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너무 힘들었다.

게다가 눈치로 보아 대한중학교의 훈련은 이제 겨우 초반일 뿐이었다.

운동장을 미친 듯이 뛰었던 게 기초체력 훈련이었던 거다.

만약 과거의 몸이었다면, 이런 훈련쯤은 웃으면서 했을 것이다.

하루 내내 뛸 수 있는 체력이 있었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아직 본 게임은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다리가 후들거리네.”

심각하게 재능이 없고, 신체 능력도 최악인 몸이 되어버렸다.

“이거…… 진짜 큰일인데?”

신재욱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자신감 넘치고 긍정적인 성격을 지닌 그였지만, 지금만큼은 앞이 깜깜해지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안 나왔다.

그때였다.

“어라?”

신재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의 앞에 또다시 헛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조금 전에 봤던 것과 같은 내용이었다.

[체력이 좋아집니다!]

“또 보이네?”

신재욱은 이상함을 느끼며 허공을 향해 손을 뻗으려고 했다.

그러나 손을 끝까지 뻗기도 전에 글씨가 사라져버렸다.

“진짜 뭐야?”

처음엔 헛것인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레 소름이 돋았다.

휙!

신재욱이 고개를 좌우로 강하게 흔들었다.

‘정신 차리자. 이럴 때가 아니야.’

주변을 보니 중학교 축구선수들이 열심히 몸을 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곧 연습경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느낌이 왔다.

‘몸 상태가 안 좋으면 더 열심히 준비해야지.’

신재욱은 서둘러 몸을 풀었다.

몸에 열을 내고 근육을 풀어 부상을 방지하는, 과거에 해왔던 동작들을 펼쳤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2, 3학년 선배들이 반응했다.

긍정적인 반응은 아니었다.

“신재욱 쟤 뭐 하냐?”

“어디서 스트레칭하는 걸 보고 온 모양인데요? TV에서 요가 강의라도 봤나?”

“요가는 무슨. 야, 신재욱! 쓸데없는 거 따라 할 시간에 어떻게 하면 축구를 더 잘할까에 대해서나 생각하지 그래?”

“선배님, 관심 줄 필요도 없을 것 같아요. 어차피 오래 못 버티고 그만둘 애잖아요.”

“그렇긴 하지. 대한중학교 축구부 역사상 가장 축구를 못하는 애니까.”

“맞아요. 그리고 낙하산이잖아요. 저는 저렇게 빽으로 들어오는 애들 극혐해요.”

“낙하산이라고? 확실해?”

“예, 선배님. 이미 소문 다 났어요. 신재욱 실력에 빽이 아니면 말이 안 되잖아요?”

대놓고 무시하는 말들.

목소리라도 작으면 모를까, 열심히 몸을 풀고 있는 신재욱의 귀에 충분히 들릴 크기였다.

그런데 신재욱은 반응하지 않았다.

기분이 나쁘지도 않았다.

‘저렇게 생각할만하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저들의 말에 공감했으니까.

다만, 한 가지만큼은 인정할 생각이 없었다.

‘얘들아, 이거 준비운동 되게 좋은 거야. 월드클래스라는 애들도 따라 하던 거라고.’

스트레칭을 포함한 준비운동만큼은 신재욱이 자부심을 가지는 분야였다.

물론 그런 점을 굳이 겉으로 티를 내진 않았다.

‘이 정도까지만 할까?’

신재욱이 준비운동을 끝냈다.

서둘러서 그런지 끝난 타이밍이 괜찮았다.

마침 대한중학교 축구부의 코치가 선수들을 불러모으고 있었다.

“다들 모여! 평소대로 두 팀으로 나눠서 경기할 거야. A팀엔 김준혁, 이세진, 오필두, 최관용…… 그리고 B팀엔…….”

코치는 큰 목소리로 선수들의 이름을 부르며 팀을 나눠줬다.

신재욱은 알고 있었다.

말은 코치가 했지만, 전부 감독의 의견이라는 것을.

실제로 감독은 팔짱을 낀 채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주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다고 했지?’

자신의 자리를 찾아서 움직이는 동료들을 보며, 신재욱도 움직였다.

일기장에서 봤기에 이 몸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쉬운 자리가 아닌데, 실력이 없는 이 아이한테 맡겼다는 건…….’

신재욱은 눈치가 빠른 편이었다.

게다가 그 눈치는 오랜 시간 축구선수로 활동하며 더욱 날카로워졌다.

때문에, 중학교 축구부 감독의 의도 정도는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었다.

‘그냥 개처럼 뛰어다니라는 거잖아?’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박아두고 체력이 떨어질 때까지 많이 뛰게 하는 것.

그러다 배터리가 다 소모되면 교체하는 것.

기술이 부족하고, 신체 능력도 떨어지는 선수를 활용하는 최적의 방법이었다.

다만 해당 선수에겐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신재욱은 오히려 웃었다.

‘그래도 뛸 수 있는 게 어디야. 난 뛸 기회도 없을 줄 알았는데.’

이 몸의 체력이 얼마나 버텨줄지는 모르겠지만.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즐거움을 줬으니까.

‘하향을 심각하게 먹은 몸으로 경기라니, 꽤 재밌겠어.’

* * *

클래스는 영원하다.

누군가가 했던 말이고, 매우 유명해진 말이다.

신재욱 역시 그 말에 동의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몸 상태가 안 좋긴 하지만, 내 기억들과 경험들로 어느 정도는 커버가 되겠지.”

재능이 없는 한국인 소년의 몸으로도 자신감을 드러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게다가 상대는 중학생들이지 않은가.

중학생 수준의 선수들이라면 11명이 아니라 22명을 상대해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프로축구도 아니고 말이야.”

어색한 몸과 어색한 환경.

모든 게 어색한 상황이지만, 신재욱의 얼굴엔 여유가 드러났다.

그때였다.

삐이이익!

운동장에 호루라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코치가 만들어 낸 소리였다.

‘코치가 심판을 보는구나. 뭐, 흔한 일이지.’

선수들이 움직였다.

신재욱은 양 팀 선수들의 얼굴을 외우는 것에 신경을 쏟았다.

이름까지는 아직 외우기 힘들지만, 적어도 어떤 선수가 어느 포지션에서 뛰는지 정도는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이 작업은 빠르게 이뤄졌다.

집중력과 기억력이 상당한 신재욱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도 시력은 좋네. 불행 중 다행이야.’

신재욱은 무리해서 뛰진 않았다.

체력이 안 좋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기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움직이려고 했다.

다만, 그의 눈은 빠르게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내가 있는 B팀이고, 상대가 A팀…… 상대인 A팀 선수들의 얼굴에 자신감이 가득한 것으로 보아 쟤들이 주전선수들인가 보군.’

B팀은 위축되어 있고, A팀은 표정에서부터 자신감이 드러났다.

이걸로 보아 평소에도 A팀이 압도해왔을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주도권도 A팀이 가져갔다.

‘양 팀의 수준 차이는 그렇게 큰 것 같지 않은데, 심리적으로 위축된 게 문제네.’

경기의 흐름이 B팀에게 좋지 않았다.

이대로 가면 곧 골이 터질 것 같았다.

그래서 신재욱이 움직였다.

지금까지보다 더 적극적으로 상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흐름을 한 번쯤 끊어줘야 해.’

빠르진 않지만 그래도 신재욱이 갑자기 속도를 올리며 달려들자, A팀의 공격수가 반응했다.

“얜 뭐야?”

대한중학교의 주전 공격수이자 3학년인 김준혁이 코웃음을 쳤다.

까마득한 후배인 1학년 신재욱이 덤벼드는 꼴이 귀엽게 느껴졌다.

‘가볍게 털어볼까?’

간단한 페인팅 동작만으로도 제칠 자신이 있었지만, 김준혁은 더 화려한 동작을 선택했다.

공과 함께 몸을 회전하는 마르세유 턴.

김준혁은 확신했다.

신재욱을 손쉽게 제쳐낼 것이라고.

당연하게도 막힐 것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촤아아악!

신재욱의 슬라이딩 태클이 정확히 들어갔다.

“어……?”

김준혁의 눈이 커졌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겪은 그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이 어떻게 공을 뺏겼는지도 파악하지 못했다.

그리고.

‘뭘 놀라고 그러냐.’

신재욱은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축구선수로서 정점에 올랐던 남자의 여유였다.

그런데.

“뭐, 뭐야……?”

그 여유가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심지어 너무 당황해서 눈동자까지 떨리기 시작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거 진짜 뭐냐고……!”

신재욱.

그의 눈앞에 또다시 메시지가 떠올랐으니까.

게다가.

[태클이 좋아집니다!]

아까와는 다른 내용의 메시지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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