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30 「23-9 : 어둠이 사라진 뒤……. (9)」 =========================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고 흔히들 말한다. 아침 일찍 빨리 일어나 행동을 하면 그만큼 이익이 있다는 소리다. 물론 그것 외에도 다른 뜻이 있겠지만……다른 사람보다 빨리 행동하거나 일찍 대처하면 그 나름대로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뜻으로 알려졌다고 해도 무방하겠지.
그러나 이는 행동으로 인한 결과를 어느 한쪽에서만 본 것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은 바꿔 말하자면 ‘일찍 일어나는 벌레는 잡아먹힌다’라는 뜻이다.
벌레도 먹어야 사니까 일찍 일어나 먹을 걸 구하거나 했을 것이다. 일찍 행동해서 이득을 보려는 건 새만 그런 게 아니니까. 벌레들한테도 자기들만의 사정, 파벌, 이유가 있겠지.
응? 벌레한테는 그런 고차원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사고능력(思考能力)이 없다고? 아무렴 어때? 판타지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그런 걸 일일이 따질 필요가 있을까? 이미 내가 있는 ‘하렘 어드벤처’ 자체가 판타지인데. 하도 판타지를 경험하다보니 어지간한 일은 그럴 수도 있겠지로 넘기게 됐다. 장하다, 신세린. 많이 변했구나.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 세상에는 대립(對立)이 끊이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립이라는 것은 태초 시절부터 존재하던 것이기 때문이다. 빛과 어둠, 생명과 죽음, 해와 달, 낮과 밤. 수많은 대립이 무수히 존재했으며 이는 현대 사회로 오며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게임이든 싸움이든 간에 거기에는 승자와 패자가 존재한다. 어린 아이였을 때는 ‘모두 같이 이긴다’라는 행복한 결말을 바랐지만 실제로는 그러한 결과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성장하며 알게 됐다. 이 세상에는 승자와 패자가 존재했다. 그것도……나나 우리 부모님이 태어나기 전부터 말이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은 태어나기 전부터 승자(勝者)였다. 유복한 집안, 높은 사회적 지위. 거기서 태어난 사람은 자궁에 정자가 착상(着床)했을 때부터 확실한 승리의 길. 빅토리 로드(Victory Road)에 도착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어지간한 사고나 문제가 없는 이상 그 길을 똑바로 걸어가며 자기가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있는 미래에 도달할 수 있었다.
나나 보통 사람들. 흔히 말하는 서민, 흙수저, 빈민은……하하, 말할 게 뭐 있겠어? 끝! 좆망! 좆 to the 망! 패자의 길. 루저 로드(Loser Road)를 걷는 게 일반적이었다. 어, 아니다. 패배자들을 위한 길을 개별적으로 만들어놓았을 리도 없으니……그냥 천한 것들끼리 부대끼며 사는 거였다. 길은 무슨 얼어 죽을. 걸을 길도 없었다.
승자와 패자라는 대립 구도를 가지지만 그 결과는 볼 것도 없이 승자의 압도적인 승리. 압승(壓勝)이었다. 그 유복한 배경을 짊어진 사람이 사회적 약자인 나나 서민과 붙어 질 리가 없었다. 진다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가 있겠다만……설령 진다 하더라도 재산이나 사회적 위치가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쉽게 말해 ‘이기든 지든 별 상관없을 정도의 승자’였다.
일찍 일어나서 일을 하면 이익을 얻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살던 사회의 경우, 그 말은 매우 잔인한 현실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일찍 일어나서 활동할 수밖에 없는 배경을 지닌 승리자가, 노력해서 멋진 하루를 일구어내려고 하는 패배자들을 잡아 족친다는 뜻이었으니까.
승리가 있으면 패배가 존재하듯이, 사냥하는 사람이 있으면 사냥 당하는 사람도 존재했다. 이미 승패가 정해진 것도 억울한데 그 안타까운 현실을 또 직시해야 한다니. 참으로 무섭기 짝이 없는 세상이었다.
난 깨달았다. 태어나기 전부터 승자와 패자가 정해져 있는 거라면, 노력의 의미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너무나 잔인하면서도 안타까운 사실을 깨달은 나는 ‘최대한 노력하자’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게 됐다. 최대한 노력해봤자 승자가 될 수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일찍 일어나도 사냥 당할 바라면 늦게 자고 편하게 살아가며 내가 누리고 싶은 것을 누려가며 살아가자. 그렇게 생각했다. 정확히는 생각‘만’ 했다고 표현해야겠다만……. 헬조선에서는 그러한 슬로우 라이프를 결코 허락지 않았다. 노예면 노예답게 일하다 죽으라며 강요했고 부모님은 자기들의 빚을 나한테 갚으라는 말만 했다.
지금 와서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이 되어버렸다만……일찍 일어나서 무언가를 하는 일은 여전히 싫어했다. 여행이나 모험, 괴물 토벌을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만……그 외에는 최대한 느긋한 인생을 살아가려 했다. 경비대 숙소에서는 그렇게 느긋하게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아버린 게 문제였다만.
모두 식사하는데 나 혼자만을 위해 식사 시간을 늦출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건 군대를 비롯해 어느 곳이든 간에 마찬가지였다. 식사 시간은 정해져 있었고 거기에 따르지 않아 불이익을 보는 건 본인이었다.
규칙을 부정하거나 안 따르려는 마음은 없다만 늦잠 정도는 봐줘도 되지 않냐는 생각도 간혹 들었었지. 그치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런 생각도 점점 없어지게 됐다. 생활에 익숙해져서 그런 것도 있다만…….
일찍 일어나지 않으면 내 자지를 게걸스럽게 빨아대는 아내들이 있었으니까. 지금 같이.
“음, 쯉……찌그럽……음풉……하아……이, 임금님의 자지……오늘도 뜨겁습니다…….”
“헤, 헬레나! 여왕인 저를 밀치다니……하물……끄릅……뾰옵……!!”
“마, 마마! 너무해! 헬레나아, 교대! 응? 나랑 교대하자아~? 아빠 일어나면 다른 여자들이랑 또 놀아야 한단 말이야!!”
이미 일어났단다, 아테나. 가볍게 한숨을 쉬며 상반신을 들어올렸다. 내가 일어나는 줄도 모르고 서로 자지를 탐하던 마리아와 헬레나는 내가 그녀들의 머리를 쓰다듬은 후에야 내 기침(起寢)을 눈치 챌 수 있었다.
“잘 잤어? 아침부터 너무 무리하면 나중에 피곤해. 아직 밥 안 먹었지?”
자신들의 음란함을 부끄러워하던 그녀들은 내가 식사 이야기를 꺼내자 바로 거기에 편승했다. 그녀들은 부끄러워하겠지만 나한테는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모습이다. 간단하게 세면을 한 나는 세 명을 데리고 식사실로 갔고 그곳에서는 다른 아내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휴, 그럴 줄 알았어. 또 아침부터 한 번 한 거야?”
희진이가 그럴 줄 알았다며 투덜거렸다. 난 부정했다. 한 번 하기는. 발동 걸리기 전에 끝냈지. 안 그래도 몸이 많이 허약한데 소중한 한 발을 멋대로 낭비할 수는 없잖아.
곧 식사가 시작됐다. 눈앞에 있는 진수성찬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몇 주 전만 해도 이곳에서 유린한테 강간당하며 아기 씨앗을 주입 당했는데……설마 여기서 다시 밥을 먹게 될 줄이야. 사람 인생은 진짜 어찌 될지 모르는 거라니까?
난 현재 아내들과 같이 왕궁에 머무르고 있었다. 아내들이 나를 용서해준 이후, 나는 얼마 안 가 왕궁으로 갈 준비를 했다. 유일하게 만나지 못한 마리아와 아테나, 헬레나를 만나야 했으니까.
나를 발견하는 즉시 연락 혹은 정중하게 이송하라는 명령을 들었을 때부터 나에 대한 증오나 분노는 없겠구나 싶었지만……실제로 만나니 참으로 가관이었다. 마리아와 아테나는 주변에 사람이 있는데도 펑펑 울어댔고, 헬레나는 임금님을 몰라본 것도 모자라 성폭행까지 저질렀다며 벌을 요구했다.
마리아와 아테나가 나한테 용서를 비는 건 이해가 가는데, 아니 헬레나야!? 이거 사극(史劇) 아니거든? 잘못했다고 사약(賜藥)을 내리거나 목을 치지는 않거든요? 내가 사형제도에 대해서는 찬성을 하지만 그건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나 받아야 하는 거지, 헬레나가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근데 왜 나한테 목을 쳐달라는 건데!?
신세린 살인자 만들기 프로젝트냐?
너 나 엿 먹이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야!?
분노를 가까스로 참으며 헬레나한테 일어나라고 했다. 계속해서 자기를 벌해달라고 하는 헬레나를 일으킨 것은 칼이 아니라 분노가 담긴 말이었다.
“안 일어나면 앞으로 영원히 너랑 섹스 안 한다!!”
곧바로 일어서더라. 아니, 이건 뭔데!? 너님은 뭐냐고!? 용서한다고 말할 때는 듣지도 않았던 주제에 왜 섹스를 담보로 말하니까 벌떡 일어서는 건데!? 본능에 충실한 것도 정도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 토실토실한 둔부(臀部)를 꼭 자지로 벌해줘야 알아듣겠어!?
황금색 비키니를 입은 마리아와 아테나. 여왕기사단 단원이 입는 노란색 비키니로 충성을 나타내고 있는 헬레나를 보니 웃음이 나왔다. 그녀들과 다시 이렇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으니까.
혜린이를 비롯해 마리아나 안즈 등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 결과, 꽤 놀라운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내가 백발(白髮)의 여자에 대한 것을 숨긴 것은 잘못한 것이었지만 그것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의외로 적었다는 것이었다.
그 여자에 대해 말하더라도 믿게 해줄 근거도 없었거니와 직접적인 피해를 끼치지 않았으니 단순한 악몽이나 개꿈 정도로 판단한 거 같았다. 하긴……나라도 꿈에 나온 이상한 여자와 알아들을 수 없는 대화 나눈 것을 숨겼다고 뭐라 할 생각은 없었다. 아니, 꿈까지 보고할 필요는 없잖냐. 그걸 안다고 해결책이 떠오르는 것도 아니고.
내가 그녀들을 ‘자지의 맹세’에 종속되게 한 것에 대해서도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녀들을 직접적으로 조종한 적도 없었거니와, 그런 것에 관계없이 그녀들은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했으니까.
만약 ‘자지의 맹세’로 강제적인 사랑을 명령했다면 지금쯤 그 효과는 사라져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옳은 말이다. 명령으로 내린 사랑은 마법이 사라짐과 동시에 소멸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녀들은 강제적인 사랑을 느끼지도 않았거니와 ‘자지의 맹세’로 인해 괴로워한 적도 없었다. ‘생명의 씨앗’을 만들 수 없게 된 자신들을 보듬어주며 육체적 쾌락을 제공해주는 나를 사랑하게 됐고, 나 또한 그녀들을 사랑하게 됐다.
처음에는 나를 인정하지 않았던 헬레나도 지금은 많이 순해진 편이었다. 여왕과 공주 앞에서 나와 키스를 하거나 하반신에 얼굴을 비벼대곤 했으니까. 그럴 때마다 좆이 불끈거려 좀 걱정이 되긴 했다. 하루에 즐길 수 있는 체력은 예전에 비해 상당히 내려간 상태였으니까.
아내들과 섹스를 하며 느낀 것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체력문제였다. 이 세상에 온 후로 지속적인 섹스를 즐기던 나는 문란(紊亂)한 성생활─물론 합의 하에. 나보다 아내들이 더 밝힌다. 아침부터 내 물건을 빨아대느라 투닥대던 걸 생각해봐라─을 하며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지만 당시에는 몰랐던 것. 모든 마법과 능력을 잃은 후에야 깨닫게 된 것. 그것은 바로……인간 신세린의 체력은 상상 이상으로 약하다는 것이었다.
현실에서 자위를 할 때는 하루에 많아도 세 번. 첫 발과 두 발 째라면 모를까 세 발 째는 꽤 힘들게 뽑아야만 했었지. 그런 내가 이곳에 와서는 변강쇠 뺨칠 정도로 절륜한 섹스를 마구 즐길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처음부터 의문을 가져야만 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 왜 의문을 이제야 가지게 됐냐고? 즐길 때는 좋았으니까! 그런 거 생각 안 해도 됐으니까!!
인간의 마음이란 참으로 간사한 것이었다. 아내들과 질펀한 교미 생활을 즐길 때는 체력 문제 따위 아무래도 좋은 거라 생각했던 주제에, 마법 보정(補正)이나 체력 상승효과가 없어져서 힘들어지자마자 ‘아, 맞다. 현실의 나는 그렇게 정력이 넘치지 않았지……’라고 생각하다니.
진짜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갈 때의 마음과 같았다. 편할 때는 생각 안 했지만 아쉬워지니 옛날의 자신을 생각하며 자기가 얼마나 약했는지를 깨닫게 되니까. 적어도 한 번 이상은 ‘내가 현실에서도 이렇게 정력이 넘쳤나?’라고 의심해야 하는 게 아니었을까 싶다. 이유나 영문을 알 수 없는 호의에 대해서는 한 번 이상은 의심을 해보라는 뜻이기도 했다.
세 번 정도 사정을 하면 지쳐버리는 사태에 직면한 나는 덜컥 겁이 났다. 아내들을 사랑하기는 하지만 그걸 나타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몸을 섞는 것이었는데, 그 횟수가 이토록 제한되어 버리다니…….
분신술과 같은 마법은 고사하고 아예 마력이나 HP 자체도 볼 수 없게 된 나한테 있어 본래의 체력……원래 세상에서 내가 가지고 있던 신체적 스펙은 엄청난 난점(難點) 중 하나였다. 이 때문에 아내들이 나를 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여기에 대해 맨 먼저 말을 꺼낸 것은 희진이와 혜린이었다.
여기 와서 문란한 성생활을 보냈던 나와 달리, 희진이는 무속인이 되기 전부터 성인 방송에 출연하거나 여러 남자와 밤을 보내곤 했었다. 혜린이의 경우 스폰서나 음악관련 관계자, 혹은 연예인과 자곤 했지만 그 횟수나 다양성은 희진이가 훨씬 더 앞서고 있었다.
내가 여기 와서 분신술을 비롯해 다양한 마법으로 아내들을 만족시키는 것을 보며 희진이는 이런 의문을 품었다고 했다.
【몸이 근육질도 아니고 운동신경이 좋은 것도 아닌데 저 정력(精力)은 어디서 나오는 거지?】
근육질이라고 해서 정력이 많은 것은 아니고 운동신경이 좋다고 해서 섹스를 잘 한다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여러 남자와 밤을 보냈던 희진이가 보기에는 세 번 정도의 사정에 헉헉대는 것은 실망할 것이 아니라 보통이라 했다. 성적 활동과 능력은 사람마다 다른 것이기에 그렇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했기에 고마움을 느꼈지만……여전히 마음은 개운치 못했다.
예전으로 되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모든 능력은 사람들의 소생과 세상의 복구를 위해 쓴 상태. 되돌아가고 싶다 해서 되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만, 그 능력 때문에 괴물이 부활하거나 한다면 결코 선택해서도 안 되는 것이었다.
약간 상심한 나는 그렇게 자기 자신을 탓하며 방법이 없을까 싶었다. 물론 노력해서 몸을 가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긴 했다. 검술이나 체술 훈련을 다시 시작해도 상관은 없었고, 그 행동 덕분에 성생활이 활발해질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내 아내는 16명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3~4번밖에 사정을 못 한다면 나머지 아내들을 만족시켜줄 수가 없었고, 이는 매우 제한적이며 힘든 상황이었다. 그녀들 중에는 내가 돌아온 때부터 아기 씨앗을 심어주기를 바라는 사람도 많았으니까.
본래라면 이런 때에 NTR 플래그나 이벤트가 뜨기 마련이지만……안 뜬다고, 시발! 내가 카인(유린)한테 NTR 당했으면 그걸로 충분했지, 또 그 이벤트를 겪어야겠냐?
또 겪어야 한다고? 너넨 대체 얼마나 내가 힘들어하는 걸 보고 싶은 건데!? M이냐? 매저키스트냐? 가학적 성향에 눈을 뜬 나머지 소설 등장인물을 그렇게 괴롭혀보고 싶어진 거야!?
독자들한테 분노의 샤우팅을 날리던 나는 흥분을 가라앉힌다. 그래, 오죽하면 이런 소리를 할까. NTR 은 단순히 보는 거라면 모를까 당하는 거라면 정말 좆같은 일이다.
뭐? NTR을 하지는 않냐고? 여기에는 남자가 없으니 NTR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있어도 할 생각은 없다. 내 여자가 소중하듯이 남의 여자도 남한테는 소중한데 미쳤다고 그러겠냐…….
원래 가지고 있던 저질 체력으로 돌아간 나는 과거를 잠시 회상했다. 괴물과 싸울 때는 사격을 주로 써야 했고 접근전이 될 경우 바로 거리를 벌리려고 했던 나다. 전투 때에는 일반적인 체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섹스를 할 때만큼은 전혀 다른 사람 같은 괴력과 정력을 발휘하고는 했다. 그 이유는……볼 것도 없다. 유린 때문이겠지.
인간성의 타락과 육체강탈을 생각하던 유린은 나를 지속적으로 싸우게 만들어야만 했다. 내가 레벨 10이 됐을 때 그녀는 아이라와 만나러 가는 이벤트를 제공했다. 이는 이벤트를 통해 전투 및 경험을 지속시켜 보다 육체를 강인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전투는 아내들과 함께 있으니 부담이 크게 들지 않지만 섹스는 반대였다. 남자는 나뿐이었기에 모두를 만족시켜야 했고, 그런 와중에 정력이 바닥을 보이면 당연히 흥이 식기 마련이었다. 이 경우 전투에 대한 의욕이 사라질 테고 유린의 계획은 큰 차질을 보였을 것이다.
싸운 후에 몸을 섞는 걸로 피로나 스트레스를 푸는데 그런 힘도 없으면 대체 누가 싸우고 싶어 할까? 싸우는 걸 하루나 이틀 정도 쉬는 대신 섹스나 하지.
생각해보면 켄타우로스 보행법 같은 것도 결코 정상적인 체위는 아니었다. 20분 이상을 발기한 채로 여성한테 삽입시킨 상태라니……. 그런 체위를 여러 번 플레이하면서 ‘나한테 이 정도로 체력이나 정력이 있었나?’하고 의심 한 번 해보지 않았던 내가 병신이었다.
문제는 나나 아내들뿐만이 아니었다. 나중에 들었는데 프레그넌트의 주민들 중에서 ‘세린이랑 지금 하고 싶은데……못 해?’라며 나와의 동침(同寢)을 요구하는 여성들도 있었던 모양이다. ‘생명의 씨앗’을 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와의 섹스와 아기를 갈망하는 여성들을 보며 고마움과 기쁨을 느꼈지만……동시에 곤란함과 미안함도 느껴야만 했다.
이루이나 안즈, 왕궁에 있는 아내들을 제외시켜도 11명. 거기에 마을 사람들까지 다 보살펴야 하는 정력이나 체력은 나한테 없었다. 까놓고 말해 나한테 필요한 것은 체력(정력)과 분신술 마법이었다.
로라가 예전에 결혼하며 줬던 회복의 반지는 다시 로라한테 돌려받았다. 그거 하나 있다고 모든 것이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지만……지금은 그런 세세한 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일정 기준 이상의 체력(정력)을 지녀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나나 아내들. 더 나아가 모두를 실망케 만들고 말 것이니까.
결국 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마리아를 찾아간 것은 그녀들을 만나고 싶어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바로 그 【특단의 조치】를 실현하기 위함이었다.
나는 마리아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후 곧바로 물건 하나를 요구했다. 다시금 나를 남편으로 맞이해준 그녀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받은 것은 바로 【사랑과 신뢰의 반지】였다.
사랑과 신뢰의 반지는 두 개의 효과를 가진다. 【마력회복】 +【마력의 절대량 상승】이었다. 유린한테 죽기 직전까지 올려두었던 내 레벨은 38. 내가 비록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다 쏟아 부어 이 세상을 원래대로 되돌렸다고 하지만 아무리 못해도 14,000 이상의 MP는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 사랑하고 신뢰해주는 여성이 주변에 있으면 이 반지(아는 사람 있을지 모르겠지만 난 이걸 ‘마력반지’라고 부르곤 했다)를 낀 사람은 여성 한 명 당 1000 포인트의 MP를 획득할 수 있었다.
야만족의 숲에 있는 안즈나 루인에 있는 이루이를 제외하더라도 내 곁에는 14명의 아내가 있으니 14,000의 MP(Magic Or Mana Point)를 얻을 수 있었다. 이론적으로는.
죽기 직전까지 가지고 있던 ‘회복의 반지’나 ‘마력반지’가 원래 가지고 있던 사람(로라나 마리아)의 소유물이 되어 있는 걸 보니 확실히 이 세상이 원래대로 되돌아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터전이 원래대로 되돌아왔듯이 물건의 소유권 또한 있어야 할 자리로 되돌아갔다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비싼 돈 주고 산 아내들 코스튬이 모조리 날아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눈물을 왈칵 쏟아내고 싶었지만……참자. 지금은 그거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 아내들과 다른 여자들을 만족시켜주기 위해서도. 앞으로의 내 섹스 라이프를 원활하게 보내기 위해서도. 지금은 다른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난 다른 반지를 요구했다. 솔직히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엄청 미안했다만……다행스럽게도 마리아나 다른 사람들은 거기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권력에 미친놈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건만, 그 권력을 쓰며 내가 원하는 것을 찾으려 하다니. 으윽, 가슴 아프다.
다른 건 몰라도 이 권력이나 행동만큼은 사리사욕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것이라며 자기 자신을 위로하던 나는 원하던 것들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내가 찾은 것은 체력회복의 반지였다. 마력회복은 매우 빠르게 되겠지만 로라로부터 받은 ‘회복의 반지’만으로는 조금 불안했었으니까. 체력회복의 반지를 받음으로써 마력에 비해 불안하던 체력도 어느 정도 보충을 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찾은 것은 아티팩트(Artifact)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코스튬을 장착하는 것으로 그 코스튬에 내장된 기능을 쓸 수 있었던 것처럼, 어느 특정한 마법을 반지 같은 것에 저장해 쓸 수도 있었다.
평소에는 분신술이나 다른 마법을 펑펑 쓰곤 했지만, 더 이상 그런 마법을 쓸 수 없게 된 나한테는 아티팩트 같은 매직 아이템이 꼭 필요했다.
내가 찾은 것은 분신술(分身術)을 쓸 수 있는 반지였다. 왜 대부분 반지의 형태를 띠고 있을까 생각했었는데……아마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나 같은 사람)가 쓸 경우도 대비한 거겠지. 유린도 우리 앞에 나타날 때는 남자의 모습으로 나타났었으니까. 자기도 남자의 모습을 한 채로 귀걸이나 목걸이를 끼는 건 싫었는가보다.
체력회복과 마력회복 & 마력의 절대량 상승. 거기에 분신술을 쓸 수 있는 반지까지. 여기까지 조건을 맞추니 이제야 좀 안심이 되었다. 괴물은 더 이상 없으니 전투를 할 필요도 없다만 아내들을 만족시키는 것만큼은 결코 대강대강 할 수 없었다.
분신술을 쓸 수 있는 반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확신은 없어 불안했는데……찾을 수 있어 정말 다행이었다. 역시 ‘자지의 맹세’ 같은 특수한 마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여성 캐릭터도 쓸 수 있는 마법 같네. 잘 찾아보면 그것 외에도 다른 것들이 있겠지만……지금은 이것으로 충분했다.
식사를 하던 나는 왼손을 본다. 마력반지와 체력회복 반지. 그리고 분신술 마법을 쓸 수 있는 반지. 로라가 준 ‘회복의 반지’는 내 자지의 뿌리를 감싸고 있었기에 총 세 개만을 손에 끼운 상태였다.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마력의 수치가 얼마 빠져나가는지는 모르지만 16명 이상을 소환하고도 남을 정도의 마력은 어떻게든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홀로그램 윈도우를 쓸 수 없으니 그냥 14,000 이상이라고밖에 때려잡을 수가 없다는 게 흠이었지. 나중에 시간을 봐서 한계수치까지 분신을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분신을 통해 들어오는 각자의 쾌감과 정보를 느끼며 모두를 안으니 뇌가 녹아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정말 오랜만에 하는 아내들과의 섹스는 상상 이상의 쾌감을 선사했기에 바보가 되는 것만 같았다.
예전처럼 몸에 부담이 가는 체위는 무리지만……그건 신체적으로 약한 부분을 단련하면 어떻게든 될 것 같다는 희망이 보였다. 정 안 되면 강화(强化) 마법으로 근력을 강화시킬 수도 있겠지만……너무 마법에 의존하다간 아내들의 신뢰를 잃어버릴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기에 그건 자제하자고 결심했다.
식사를 먹은 후에는 또 섹스 삼매경인가……나야 좋지.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던 것만큼. 안아주지 못했던 것만큼. 그녀들을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할 것이다. 식사를 다 마친 나는 아내들을 둘러보았다. 열심히 밥을 먹으면서도 나와 눈이 맞자 윙크를 하는 사람들을 보니 하반신이 또 부풀어 올랐다.
……밥을 좀 더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작품 후기 ============================
후반부에 나오긴 했지만 나름 즐겁게 썼던 마리아, 아테나, 헬레나. 그 세 명을 짧게나마 본편에 등장시킬 수 있어 기뻤습니다. 더 많이 등장시키고 싶었습니다만, 최근에는 체력부터 시작해 시간, 조회수, 차기작 준비 등. 온갖 걸 생각해야 했기에 결국 이번 편에 짤막 등장하게 됐네요.
동인지나 19금애니에서는 남자가 절륜한 정력을 자랑하며 미친 듯이 하반신을 흔들어댑니다만, 실제로는 힘듭니다. 그냥 의자에 앉아 사무 보는 것만 해도 힘든데 익숙하지 않은 근육까지 막 써가며 레슬링(!?)을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그걸 늘 웃으며 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 성욕과 미지의 힘이 있으니 적극적으로 한다면야 할 수는 있겠습니다만……현실과 창작물은 다르다는 걸 명심합시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세린이 하는 일은 정력을 키우기 위해 하는 행동과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단지 그게 약물에서 도구로 바뀌었을 뿐이죠.
마지막이 점점 가까워집니다만 조회수는 계속 떨어지고 있고 사실상 끝이 보이고 있습니다. 박수칠 때 떠나라고 합니다만 박수가 그쳤던 건 상당히 옛날이라 생각합니다. 여러 모로 초라한 글이지만 즐겁게 봐주시는 모든 분들께 다시금 감사를 드립니다.
드디어 다음 편이 마지막 편. 길고 길었던 여정의 끝이 보이네요. 후기를 치고는 있는데 손이 계속 멈춥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 노블레스 연재이자 처음으로 썼던 장편소설, 하렘 어드벤처가 마지막에 도달합니다.
코멘트에 대한 답변입니다.
sckgjjjDrthcjfjdj님, 로리콤MK님. 이번 편에서는 짧게 나왔고 다음 편에서도 나오기는 합니다만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없을지는 좀 불안하네요.
고양이새벽님, 감사합니다. 세린이 괴로워하는 것은 더 적지 못하겠지만 즐겁게 봐주신다니 기쁠 따름입니다.
qndyd02님, 근 1년이 넘었으니 확실히 고생은 조금 한 거 같습니다. 다음 편이 마지막이네요. 기쁘면서도 슬픈 여정의 끝입니다.
이상입니다. 최근 일이 늦게 마칠 뿐더러 업무도 많아져서 개인시간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습니다. 많이 피곤하네요. 좀……푹 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