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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렘어드벤처–당신의 아기를 낳고 싶어-221화 (221/235)

00218 「22-7 : 부활하는 주인공 (7)」 =========================

힘이란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힘을 얻은 사람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행보(行步)를 보이니까. 그 힘이 물리적인 힘이 됐든 권력(權力)이 됐든 간에 지금까지 얻지 못했던 힘을 얻은 사람은 크게 다른 양상을 보이곤 한다. 이게 바로 【힘을 얻은 자의 타락】이다. 클리셰나 법칙으로 나올 정도로 유명한 것 중 하나지.

또 덕내(덕후 냄새를 줄인 것) 나게 만화나 소설을 예시로 들 거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이것만큼은 매우 성질이 달랐다. 이건 소설이나 예시보다는 현실을 예시로 삼는 게 훨씬 나았다. 아니, 오히려 이 클리셰나 법칙만큼 현실을 잘 보여주는 예시는 없는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였다.

힘이란 매우 대단한 것이었다. 고대 시대부터 시작해 힘이 있는 자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칭송받고 경외 받았다. 작게는 족장이나 촌장 같은 것부터 시작해 크게는 어느 회사나 단체의 우두머리를 차지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요소였다. 힘이 없는 사람이 되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힘 있는 자가 높은 자리에 앉는 것이 보통이었다.

힘이란 참으로 중요한 것이었다. 어떤 일이나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으니까. 그게 완력이든 지혜든 간에 그 힘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은 기뻐하고 칭송했다. 자기들한테는 없는 힘. 해결할 수 없거나 뛰어넘을 수 없는 고난을 부술 정도의 절대적인 가치였으니까.

현대에 와서는 근력이나 완력 같은 물리적인 힘 대신 지혜나 출신(出身), 파벌 등을 보는 쪽으로 시점이나 가치관이 변하게 됐지만……그렇게 변한 가치관 속에서도 ‘강력한 힘을 지닌 사람이 위에 앉아야 한다’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그런 면에서 보자면 훨씬 더 속물적으로 변했다고 봐야만 했다.

힘을 가진 자라는 기준은 시대나 상황에 따라 달랐지만……그 힘을 어떻게 얻게 됐냐는 것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힘을 얻은 사람. 사자성어로 말하자면 자수성가(自手成家) 계열의 사람이라면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강한 신뢰와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아무것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노력과 의지만으로 모든 것을 이루어 내다니. 이것을 자수성가했다고 하지 않으면 무엇을 자수성가했다고 하겠는가? 좀 과장 들여 말하자면……옛날 소년만화에 나오는 주인공 타입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노력과 근성, 마음만으로 모든 걸 이루다니……요즘 세상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인물상이다.

윗 문단을 본 사람 중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옛날 소년만화에 나오는 주인공 타입이었다’라는 문장을 보고 이미 알아챘을 것이다. 그래, 위에 나오는 자수성가 타입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응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타입이다만……이건 어디까지나 많은 예시 중 하나. 요즘에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타입이었다.

요즘 소년만화에 나오는 주인공은 처음부터 무적, 킹왕짱, 최강. 집안이 존나 좋거나 재능이 쩔어주거나, 이세계에 소환되어 엄청난 지식과 힘을 부여받는다거나……. 그야말로 이 소설 작가 뺨칠 정도로 날로 먹는 걸 좋아했다.

솔직히 말해서……날로 먹는 걸로 치자면 작가는 상대가 안 됐다. 내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고 이 문장을 치는 게 작가라서 옹호하는 듯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만……요즘 나오는 이세계 판타지나 환생물과 비교하면 주인공(신세린)은 굴렁쇠처럼 구르고 고생하는 편이었다.

요즘에 누가 ‘훈련’이나 ‘수련’을 하냐? 맨날 다른 세상 가면 원래 있던 세상에서 가지고 온 힘이나 지식으로 먹고 살지! 그게 없으면 기연(奇緣)으로 파워업하거나 킹왕짱 짱짱맨 되거나 해서 소설이나 게임 시작하는 게 요즘 트렌드잖아?

나? M16A1 가지고 혜린이랑 존나 목숨 걸고 싸워서 프레그넌트로 왔었지! 목숨 건 전투도 여러 번 했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가서는 유린한테 처발리기 일쑤였는데 이 빌어먹을 연대기의 어디가 꿀을 빨았다는 건데 대체?

최근에 봇물처럼 나오는 이세계물(異世界物)에서 강력한 힘을 얻는 게 간략화된 이유는 참으로 명쾌했다. 옛날 80~90년대 소년만화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노력을 하기도 싫거니와 노력해봤자 얻는 것이 너무나 적었기 때문이다.

힘을 가진 자라는 기준이 완력(腕力)에서 집안의 부유함이나 출생의 높낮음으로 바뀐 게 심심해서 바뀐 줄 아냐? 개인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봤자 자기가 태어난 집안의 부유함이나 출신의 높낮음은 절대 바꿀 수가 없는 것이었다.

개인이 노력해도 바꿀 수가 없는 현실이 떡하니 존재하는데 대체 세상 어디에 노력할 이유, 노력의 가치가 존재한단 말인가?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극단적인 생각이긴 했지만……아주 틀린 것은 아니었다. 헬조선이라는 말과 함께 나온 ‘금수저, 은수저’와 같은 단어. 인터넷 등에서 자주 보이는 ‘수저론’은 개인이 가지는 노력의 가치를 부수기에는 충분하다 못해 넘쳐흘렀으니까.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거 아니냐고?

쫌 ㅋㅋㅋㅋ 아, 쫌! 제발! 순진한 사람처럼 왜 이래?

너희도 알잖아? 금수저라는 말이 괜히 2015년 신조어 랭킹 1위에 들어간 줄 아냐? 제발 부탁인데 순진해지지 말자! 이 세상은 순진한 사람일수록 등처먹히기 쉽다는 걸 아직도 모르냐?

상속재산이 많으니 태어날 때부터 부유했고, 다른 사람들이 등록금이나 입학금. 생활비 같은 걸로 고민할 때 그런 건 단 한 번도 걱정할 필요도 없었고 왜 걱정해야 하는 생각만 들었겠지.

노력 없이 얻은 재산 덕분에 교육이나 양육 부분에서 비용 문제로 머리 썩힐 일도 없었으니 오죽 좋을까? 설령 노력해서 자수성가를 이룬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혜택을 태어날 때부터 볼 수 있는 것은 자식 세대였기에 아무리 봐도 금수저나 은수저와의 대결에서는 이길 수가 없었다.

자식 세대로 넘어간다 치더라도 아버지(자수성가한 타입) 세대부터 부자가 됐으니 자산(資産)의 운영이나 비용 등을 생각해야겠지만 금수저나 은수저는 그럴 필요조차 없으니, 자식 세대에의 경쟁에서도 우위(優位)를 점할 수는 없었다.

자수성가가 이 정도니 자수성가 하지 못한 흙수저나 가난한 사람, 서민들은 말할 필요가 없었다. 설령 노력해서 무언가를 하려고 해도 재산을 가진 상류층은 자신들의 세계로 자수성가한 사람이나 졸부가 들어오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더욱 더 폐쇄적인 양상을 띠게 됐다.

그래도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겠지만……공무원 같은 철밥통·안전빵 계열의 직업은 가면 갈수록 경쟁률이 높아지며 꿈을 이루기 힘들어졌기에, 노력해서 어떻게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가능성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더욱 더 살아날 길을 찾기 어렵게 됐다.

자수성가의 가능성은 사라진지 오래고 개인의 노력은 훈련이나 수련 같은 걸 해봤자 한계가 있기 마련인데 그걸 판타지나 이세계에 가서도 하고 싶겠냐? 나라도 안 하겠다 시발! 그러니까 이세계로 가는 거지!

이세계로 떠나고 싶어 한다는 것은 노력해서 힘을 얻는 게 귀찮으니 쉽게 강한 힘을 얻고 싶다는 욕망도 있었지만, 자기가 살고 있는 국가나 세상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탈출적(脫出的)·도피적(逃避的) 성향도 내재되어 있었다.

한국에서도 그랬지만 옆에 있는 일본에서도 그러한 경향이 두드러지다니……사스가(‘과연’의 일본말), 형제의 나라. 싫다고 하면서 닮는 걸 보니 괜히 형제의 나라라고 하는 게 아니라니까? 라이트노벨보다 십년도 전에 이세계 깽판 판타지 등이 나온 걸 보자면 한국이 훨씬 더 상황은 심각했다고 여겨진다만…….

노력해서 힘을 얻었든 원래 금수저라서 힘이 있었든 간에……힘을 얻은 건 좋은 것이었지만, 그 후에도 문제는 있었다. 이제야 소설 시작 때 꺼낸 【힘을 얻은 자의 타락】을 거론하게 되다니. 진짜 더럽게 잡설이 길구나 싶다. 작가놈은 이렇게 길게 적는 게 별로 안 좋다는 걸 알면서도 안 고치는 게 문제지.

고인 물이 썩듯이 힘을 가진 자가 늘 초심(初心)을 가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힘을 얻음으로써 사람은 행동이나 가치관이 달라지기 마련이었다. 아니, 달라지지 않는 쪽이 훨씬 더 이상했다. 지금까지는 힘이 없어서 굽실대며 힘들게 살아왔었지만, 힘을 얻은 후부터는 그런 굴욕이나 치욕을 맛볼 필요가 없어진 거니까.

지금까지는 힘이 없어 자기보다 강한 사람을 보면 움츠리거나 주눅 들어야 했지만, 힘을 얻은 후부터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단순히 물리적인 힘으로만 치더라도 자기보다 강한 사람, 자기를 업신여기거나 괴롭히던 사람을 충분히 처바를 수 있을 정도인데 뭐 하러 그런 굴욕을 스스로 맛보려 하겠는가?

인간이란 참으로 간사하면서도 더러운 생물이었다. 힘을 얻은 사람은 자기가 당했을 적의 고통과 수모, 치욕을 금방 잊은 채 자기가 당해왔던 것과 똑같은 짓을 반복했으니까. 당할 때는 ‘이런 짓을 왜 하는 거지?’라며 억울해하면서도 자기가 할 때는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다니.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른 사람 때문에 자기가 고통 받았던 것은 확실히 기억하면서 자기가 힘을 휘두른 거 때문에 고통 받거나 피해를 입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생각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다니. 참으로 비겁하면서도 편리한 사고방식과 가치관이 아닐 수가 없었다. 내가 당하면 폭력, 내가 휘두르면 정의라는 뜻이었으니까.

힘을 얻은 사람의 인간성과 태도가 바뀌는 것은 고대나 중세부터 시작된 일이었다. 물리적인 힘도 포함이 됐지만 주된 원인은 역시 권력이었다. 권력만큼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것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으니 그 마력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는 더 이상 서술할 필요가 없으리라.

권력으로 인해 초심을 잃고 태도가 바뀌는 예시를 들어달라고? 정치인. 이거 한 마디면 끝이었다. 이거 이상으로 끝내주는 예시는 절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었다. 내가 몇 번이고 말했잖냐. 국회의원이나 후보 선거 때 고개를 숙이던 사람들이 당선되면 고개를 빳빳하게 든 채 국민을 노예 보듯이 내려다본다고. 이 말을 또 해야겠냐?

권력을 얻기 전에는 국민들을 선거자, 유권자, 힘을 가진 자로 판단한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그들의 표가 필수불가결, 절대적으로 필요하니까. 하지만 권력을 얻은 후(이 경우에는 당선된 후다)에는 뼛속까지 빨아먹을 노예로 그들은 재탄생한다.

자기한테 표를 줬을 때는 한 명의 소중한 유권자지만 그들 덕택에 권력을 얻은 후에는 갱생시키고 계몽시켜야 할 병신 인간쓰레기로 보는 것. 그게 바로 정치가들의 마음자세였다.

그들은 자기가 잘못한 일을 인정하지도 않았지만 인정한다 치더라도 그 빳빳한 고개를 숙이지는 않았다. 자기가 잘못한 일이 있을지언정 그 책임은 모두 자신을 뽑은 국민한테 되돌렸기 때문이다.

일이 이렇게 되든 저렇게 되든 간에 내가 한 일은 옳고, 그런 일을 하게 내버려둔 것은 자신을 뽑아준 국민들(선거자)이니 책임을 물을 거면 노예 새끼들한테 물어라. 참으로 어처구니없으면서도 기가 찬 생각이었다. 문제는……이딴 생각을 진심으로 하는 게 정치가라는 사실이지.

그런 주제에 선거 기간이 다가오면 언제 그랬냐는 양 친숙한 서민 코스프레를 하며 모두한테서 다시 표를 얻으려 했고, 그런 꼬라지를 볼 때마다 구역질이 나올 것만 같았다. 뭐……그런 새끼한테 다시 표를 주는 국민들도 참 미개하다고 생각은 한다만.

뭐? 미개하다는 표현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음, 전혀. 유명한 정치인의 아들이 그런 말을 해서 논란이 되긴 했었다. 물론 그 말을 한 사람이 존나 위대한 것도 아니었고 그런 말을 할 정도로 대단한 놈도 아니었다만……그 말 자체는 맞는 말이었다. 뭐, 정치가가 썩었다는 말처럼 누구나 할 수 있는 옳은 말이었으니까.

선거철이 되면 아무런 의심 없이 자기들을 핍박하고 괴롭히던 놈들한테 다시 한 번 소중한 표를 던지는 사람들한테 진심으로 묻고 싶었다.

너희 바보냐? 너희를 그렇게 압박하고 핍박했던 놈이 헤실거리며 표를 원한다는데 그걸 또 좋다고 받아주냐? 병신이냐? 자기한테 표를 줄 때까지는 상전(上典) 모시듯이 모시겠지만 투표가 끝나고 그놈이 다시 당선되면? 다시 노예놈들이라며 욕하고 고개를 빳빳하게 세운다니까?

한 번 속을 때는 속인 놈이 잘못이지만 두 번 속으면 속은 놈이 잘못이다. 힘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추하게 변하는지를 목격한 주제에 또 똑같은 우(愚)를 범하다니! 이걸 미개하다고 하지 않으면 대체 무얼 미개하다고 칭해야 할까?

힘이란 매우 무서운 것이었다. 사람의 신념이나 태도 따위는 단숨에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위력적이며……동시에 매력적이었다. 힘 때문에 인생이나 걸어가는 길이 바뀐 사람은 수도 없이 많았다. 힘에 의해 타락하거나 변질한 자들은 시공간을 불문하고 넘쳐났다.

나도 거기에 포함된 한 사람이었기에 무조건적으로 그들을 비난할 자격은 없었다만……적어도 나한테는 ‘얻은 힘으로 유린이나 괴물들을 찢어죽일 권리나 자격’이 있다고 생각됐다. 유린이나 괴물 때문에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이들한테 심판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전무(全無)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이놈들은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을 죽이고도 남을 정도로 충분한 힘을. 그런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들은 전혀 그 힘에 대한 책임을 느끼지 않았다. 그 힘으로 인해 목숨이나 가족,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사람들에 대해 미안하다는 감정을 단 한 순간도 느낀 적이 없었다.

유린이나 괴물한테 있어 이 세상에 있는 인간들은 장난감이나 마찬가지였다. 나 같이 소환된 인간, 육체(그릇)를 얻기 위한 인물 외에는 모조리 나를 위한 성장용 도구나 발판으로 봤겠지. 물론 그렇게 노력해서 얻은 육체는 놈한테 넘어가는 게 엔딩이었으니……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한 편의 짜고 치는 고스톱이나 다름없었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 뭐가 나쁘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자기들끼리 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다른 사람을 함정에 빠뜨려 이윤을 취한다면 그 시점에서 이미 범죄나 다름없었다. 예전부터 시작해 최근에 들어 많은 각광(脚光)을 받고 있는 E-스포츠에서 괜히 어뷰징 사태가 일어났겠냐?

어뷰징은 버그나 핵, 다른 사람의 계정을 훔치거나 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행동을 말했지만 ‘승부조작’이라는 의미로도 쓰이기 시작했다. 스포츠맨십을 지키며 정당한 경쟁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승부조작을 일삼으며 자기들끼리 이득을 나누어 가지게 됐으니 이는 경쟁의 의미를 부패시켰을 뿐만 아니라 E-스포츠의 발전을 늦추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어뷰징(승부조작)이 왜 나쁘냐고? 그럼 나도 하나 물어보자.

승부조작할 거 같으면 경쟁(競爭)이 왜 존재하고 왜 필요한데!? 그럴 거 같았으면 이 세상에 경쟁이라는 단어나 개념이 다 사라져야 하는 거 아니냐? 근데 그거 아냐? 어뷰징을 포함해 그런 승부조작, 범죄 행위를 두둔한다는 시점에서 민주주의 국가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거?

경쟁을 해서 보다 높은 수준이나 단계로 가려는 것이 자본주의(資本主義)의 기본 이념인데 어뷰징 같은 승부조작 행위를 긍정하고 두둔한다는 시점에서 ‘개인의 노력보다 다 짜고 작당해서 얻은 이익을 나눈다’라는 이념. 심하게 말해 공산주의(共産主義)를 긍정했다는 뜻이 되는데……그럼 대체 한국에는 뭐 하러 있는 거냐?

이념에 대한 것은 둘째 치자. 그래, 짜고 치는 고스톱. 승부조작을 했으니 벌을 받아야지. 근데 더 웃긴 게 뭔지 아냐? PC방의 국민게임인 스타크래프트 게임 업계에서 승부조작을 하다 퇴출당한 놈이 있는데……퇴출당하고도 개인방송을 하는 놈이 있더라고!? 반성(反省)이나 자숙(自肅)이라는 단어를 알긴 아냐? 아, 모르겠군. 모르니까 하는 거겠지.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기 마련이지만 이 세상의 주인은 유린. 주인부터가 아예 자기 목적을 위해 승부조작이나 다름없는 세상을 만들어 즐기고 앉았는데 대체 어느 누가 이들한테 벌을 내릴 수 있단 말인가?

까면 깔수록 답이 없었기에 차라리 양파를 까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양파는 까서 먹을 수나 있지. 이 세상은 까면 깔수록 답이 없었으니까.

그들을 벌할 사람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나는 이 힘을 휘두르기로 결심했다. 그게 내가 바라는 거고, 나한테 힘과 지식을 준 영혼들이 바라던 것이었으니까.

거만해졌다고? 힘에 취해 인간성이나 초심을 잃었다고? 시발, 내 알 바냐?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이놈들한테 당한 걸 생각하면 오히려 생글생글 웃으며 유린이나 괴물을 대하는 놈이 미친놈이지!

내가 거만하다고 해봤자 대상은 유린이나 괴물뿐이었다. 이 세상에 남은 사람은 더 이상 없을 테고, 있다 하더라도 정신지배를 받을 테니 정상적인 대화는 불가능할 테니까.

괴물 상대로는 얼마든지 잔혹해져도 상관없었다. 이놈들이 지금까지 활개 치며 죽인 사람들의 수만 생각해도 치가 떨리는데 이놈들한테 관대해지라고? 대가리는 옵션으로 달아놨냐?

내가 엿 먹이려고 다시 살아났다는 말을 듣자 놈의 표정에는 다시 공포가 깃든다. 그렇겠지. 이런 경우는 상상도 못 했을 테니까. 자기가 만든 세상에서 자기가 생각하거나 상상한 것 이상의 사건이 일어났는데 태연하게 받아들이는 놈이 이상한 거지.

“왜, 놀랐냐? 니가 만든 세상에서 니 허락도 없이 이런 일이 일어나서? 야, 걱정 마. 난 그런 거 존나 많이 경험했거든. 니가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한테 했던 일이 너한테 일어난 것뿐인데 놀랄 게 뭐 있겠어? 인생 전부 다 그렇고 그런 거니까……받아들여야 하지 않겠어? 헬조선의 유명한 정치인도 말했잖아.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인생의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그거 외에는 방법 없다고. 악덕 업주를 구분하는 능력도 지니라고 했는데, 우리 유린은 그런 안목이 있을지나 모르겠어? 넌 여기서 20년 동안 갇혀 있던 병신이니까.”

다른 건 몰라도 자기를 비판하거나 까는 내용 하나만큼은 정말 잘 듣는 거 같았다. 대놓고 비아냥대는 내 태도에 놈의 표정은 점점 구겨진다. 오오, 내가 화나면 저런 얼굴이 되는군. 앞으로 자주 웃어야겠어. 인생, 화내다가 저승으로 가면 좀 그렇잖아.

“야, 웃어. 스마일(Smile)! 활짝 웃으라고! 넌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애니메이션도 안 봤냐? 파워 오브 스마일(Power of Smile)이래잖냐. 웃음의 힘이라고. 웃으면 복이 오겠지. 날 보라고. 괴물 죽이면서도 실실 웃다 보니 니가 왔잖아? 웃었다고 이렇게 복이 많이 올 줄 알았으면 진작 좀 웃을 걸 그랬어. 하하핫!”

내가 웃으며 신데렐라 걸즈 애니메이션 드립까지 치자 놈의 표정은 더욱 더 구겨진다. 왜 저러지? 신데마스 애니(신데렐라 걸즈 애니메이션의 약자) 본 적 없나? 2015년을 즐겁게 만들어준 좋은 애니 중 하나였는데.

쟤는 아이돌 애니메이션보다 일상물을 더 좋아하려나? 음, 그럼 일상물 애니메이션을 좀 찾아봐야겠군. 추천할 만한 작품이……‘요스가노소라’. 응, 이게 좋겠다. 스쿨데이즈도 좋을 거야.

“웃기지 마……웃기지 말라고!”

갑자기 소리치며 팔을 휘두르다니. 능글맞은 말투를 유지한 채 반격한다.

“웃기지 말라니. 웃으라니까? 웃어야 복이 오지. 너도 지금까지 실컷 웃었을 거 아냐? 사람들을 소환해 니 계획대로 일이 착착 진행되는 걸 보며 만면(滿面)에 웃음을 띠었겠지. 니 생각대로 내가 영혼이랑 육체까지 넘겼을 때는 아주 좋아 죽었던 주제에 뭘 이제 와서 성자(聖子), 성부(聖父), 성모(聖母)의 이름으로 기도하듯이 성인(聖人) 코스프레를 하냐? 니가 그럴 자격이나 있냐? 살인자 새꺄?”

내가 욕까지 하며 적대감을 드러내자 놈은 움찔거렸다.

“내가 실실 웃으면서 말하니까 장난치는 줄 알았냐? 장난? 자앙나안~? 넌 시발, 내가 장난칠 군번으로 보이냐? 너랑 농담 따먹기나 하면서 참호 팔 짬밥으로 보이냐고! 개씨발년아! 사람이 웃으면서 말하니까 우습게 보였지? 암, 그렇게 보였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말하는데 니가 묻고 싶은 것만 물었겠어? 너도 참 딱하다 딱해! 얼마나 병신 같았으면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 하겠냐? 내가 너한테 또 굽신거리며 용서나 관용을 구할 줄 알았냐? 니가 대답하라며 묻는 말에 예 마님 이 지랄하면서 대답할 거 같았냐고!?”

어찌나 크게 소리를 질렀던지 몸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내 표정은 고함을 지르면서도 약간의 웃음을 띠고 있었고, 그런 상태가 좀 무서웠는지 유린은 나무를 잡은 채 조금씩 떨고 있었다. 기껏 멎은 떨림이 또 일어나다니. 한심하군.

“왜, 무서워? 무서워서 벌벌 떨고 있구만! 하핫, 야! 진심으로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옛날 상태가 낫지 않아? 카인이나 유린의 원래 몸이었을 때는 떨지도 않았잖아? 너도 참 애가 왜 그러니? 남의 몸 빼앗아 자기 사리사욕(私利私慾)이나 만족시키는 3류 악당이 되질 않나, 기껏 얻은 몸으로 쫄아서 벌벌 떨지를 않나……내 몸이긴 하지만 차마 못 봐 주겠다 시발년아!!”

공포에 의해 떨던 몸이 점점 부르르 떨리기 시작한다. 그 떨림은 공포가 아니라 분노로 변해 있었고 이는 나를 더욱 더 화나게 만들었다.

“어? 어어? 이 시발년 봐라? 다른 건 몰라도 자기 욕하는 것 하나만큼은 못 봐주겠다 이거지? 와, 이런 개시발년 보소! 동네사람들~!! 이년 좀 보소! 자기가 잘못한 것을 지적할 때는 찍 소리도 안 하고 인정도 안 하던 년이 지 기분 나쁘게 만드니 얼굴 붉히고 방방 뛰는 이 꼬라지! 요 꼬락서니를 보라고! 동네사람들~!! 아이고~억울하오오오! 억울하오오옷! 푸하하하핫!”

마치 동네사람들한테 자기가 결백하다는 걸 증명하려는 양 과장스러운 몸집과 아줌마 말투를 쓰며 웃어서 그런 걸까? 놈은 더 이상 나무를 잡고 있지 않았다. 손은 바지 주머니 근처에 있었으며 부르르 떨 때마다 심상치 않은 공기가 주변에 울려 퍼진다.

“오오, 그래. 열 받는다 이거지? 너한테 두 번이나 처발린 놈이 너를 모욕하니까 아주 능지처참(陵遲處斬)을 시켜주겠다, 뭐 이런 거냐? 허이구……야! 제발 부탁인데, 꼴값 좀 떨지 마라! 보고 있는 내가 더 창피해진다고! 알긴 아니? 할 줄 아는 건 조작질, 협박질, 자기보다 약한 사람 괴롭혀서 물건 훔치는 재주밖에 없는 도둑년이 뭐가 잘났다고 화를 내냐? 너한테 화낼 자격이 있기는 있니? 히키코모리 병신 새끼가.”

더 이상 모욕을 참을 수 없었던지 놈이 점차 앞으로 걸어 나온다. 나? 나는 가만히 있었다. 내 귀하고 중하신 몸을 굳이 옮길 필요가 있냐? 저딴 놈을 위해? 쟤가 나를 위해 오는 거라면 모를까, 내가 저놈한테 갈 이유는 전혀 없었다.

천천히 나를 향해 걸어오는 놈을 보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겁이 나서? 음……그런 것도 약간은 있겠지. 쟤한테 죽었는데 겁을 먹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거니까. 그치만 공포에 의한 두근거림보다는 즐거움과 미래에 대한 기대 때문에 두근거리는 것이 더 많다고 느껴졌다. 지금까지 당해만 왔지만 이제부터는 내가 놈을 괴롭게 만들 차례였으니까.

내 인생 최초이자 최후의 【신(神) 엿먹이기 프로젝트】는 이미 시작된 상태였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당하는 사람은 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정교하고 확실하게 엿을 먹이는 것.

지금까지 다른 사람한테 해준 것처럼. 하지만 규모는 다른 사람들한테 해준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커다란 빅엿(Big Candy)을 먹이는 것. 그게 내 원대하고 위대한 계획이었고……그 계획은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놈이 나를 향해 걸어오는 이 와중에도 말이다.

============================ 작품 후기 ============================

후기를 쓰기에 앞서 우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별일이 없는 이상은 자정 업로드를 하려고 했는데 그 '별일'이 오늘 당장 생겨버렸습니다. 평소보다 더 빨리 출근해야 하는 것 + 배워야 하는 것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버려 자정이 되기도 전에 수면을 취해야 하는 신세가 되어버렸습니다.

어지간하면 컴퓨터나 노트북 켜서 올리려고 하는데 그럴 짬조차 없더군요. 직장에서 업로드하자니 요즘에 직장컴으로 웹서핑이나 다른 거 하면 존나 욕나올 정도로 잘 찾아내 갈구곤 합니다. 시발, 빨리 오라고 하면서 쉴 시간은 안 주냐 개새끼들아?

덕분에 아마도 제가 지금까지 올리던 소설 중 처음으로 저녁에 올리게 된 거 같네요. 물론 이전에도 저녁에 올린 게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이렇게 원하지도 않은 시간대에 올리게 된 적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비록 이게 제 태만이나 고의 탓이 아니라지만 업로드 시간이 늦어진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또한 안타깝습니다만 이 생활이 계속 될 거 같아 업로드 시간이 저녁으로 변경될 거 같습니다. 이 좆같은 회사를 그만두거나 하지 않는 이상은 이번 해의 하렘 어드벤처는 이렇게 계속 올려야 할 거 같네요.

작가인 저조차 '이딴 시간대에 올리게 되다니, 시발'이라며 투덜대고 있는데 기다리셨던 분들이야 오죽할까요. 정말 한숨만 나옵니다. 이제 곧 2017년이 끝나는데 왜 이런 일만 벌어지는 걸까요. 진짜 미치겠습니다.

본래대로라면 본편을 거론하며 잡담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된 경위를 말씀드리며 후기를 채우게 되다니. 저도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Sofis님, 한글은 개인적으로 배우기 어렵지만 그만큼 혁신적인 언어라 생각합니다. 거의 하나밖에 없는 조립형 글자니 말입니다. 이런 걸 생각한 선조들은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왜 정치 싸움은 그렇게 해댔을까요. 그 점에 대해서는 참 안타깝다고 생각합니다.

로리콤MK님, 늣! 느긋하게 있으라구! 명치를 때리면 작가가 아프다규! 폭력은 좋지 않……느봇! 느게엑! 때, 때리면 안 된다구! 귀엽고 깜찍하고 프리티하고 잘 생긴 작가를 때리면……그, 구웩! 부호옷! 느, 느읏……!!

느긋하게 있으라구!

느긋하게 읽으라구!

느긋하게 추천을 쏘라구!

느긋하게 쿠폰도 쏘라규!

느긋하게 이쯔랴규!

……유벳!? (로리콤MK님께 최후의 일격을 받음)

sckgjjjDrthcjfjdj님, 정신적으로 몰아붙이려고 일부러 이렇게 썼습니다만 질질 끄는 느낌이 든다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네요. 다음 편부터는 진짜 싸우기 시작하니 기대해주세요.

zxc54님, 갓 오브 워는 재밌게 시청했는데 실제로 플레이한 적은 없습니다. 크레토스(크레이토스)가 올림푸스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걸 보니 '오오 크레이토스 오오 남자의 로망'이라며 중얼거린 건 안 비밀입니다.

예? 지옥에서 돌아왔다 = 키류 쿄스케(유희왕5D's)를 생각한 거 아니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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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д´)ゝ듀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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