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12 「22-1 : 부활하는 주인공 (1)」 =========================
죽는다는 것은 과연 어떤 느낌일까? 죽어본 적이 없으니 자세히 모르겠다만 그 감각을 안다고 해도 설명할 수는 없었다. 죽음을 경험했다는 것은 이미 죽었다는 뜻인데, 죽은 사람이 어떻게 말이나 설명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죽기 직전에는 살아생전의 일이 주마등처럼 빠르게 지나간다고들 하지만……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차(個人差)였다. 실제로는 그런 것을 느끼지 못한 채 죽어간 사람들도 많았다.
내가 어떻게 그런 걸 아냐고? 에이, 죽었으니까 알지!
왜들 이러시나? 21-9에서 내가 칼 맞아 죽는 거 봤으면서!!
게임이나 만화, 애니메이션이나 소설, 영화나 드라마. 각종 인쇄 및 영상 매체에서 주인공은 악당을 쓰러뜨리고 평화나 행복을 되찾는다. 그렇지 않은 작품도 있지만 대부분의 작품은 권선징악(勸善懲惡)의 기준 아래 스토리를 진행하며, 이는 사람들한테 즐거움과 희망을 주는 좋은 요소로 적용된다.
물론 좋은 엔딩만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비록 악당이나 적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치더라도 현실적인 문제가 남아있다거나 하는 엔딩도 존재한다. 이러한 작품의 경우 ‘근본적인 해결이 없는 한 악당을 쓰러뜨린다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라는 메시지를 주기도 한다.
이러한 클리셰는 환경문제를 테마로 한 작품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악당을 쓰러뜨려도 산림이나 자연 등을 무자비하게 파괴하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환경을 저렇게 무자비하게 파괴해버리면 우리가 활동하는 의미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현실은 시궁창. 흔히 말하는 ‘현시창’을 잘 보여주는 예시다.
여러 가지로 많은 엔딩이 존재하지만 최악의 엔딩 중 하나는 【주인공의 사망】이다. 주인공이 사망함으로써 결말을 맞이하는 이 엔딩은 상당한 충격을 주는 방법 중 하나다. 지금까지 독자들과 함께, 등장인물들과 함께 성장하고 싸워온 주인공이 죽었다는 거니까.
주인공이 죽어 마땅한 놈이라면 모를까 정상적인데다 다른 사람들 생각이나 배려도 해주는 착한 주인공일 경우 충격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이야기의 중심이나 마찬가지인 주인공을 죽이다니. 어지간히 괜찮은 스토리 라인이나 플롯이 없는 한 이는 자충수(自充手)에 가까울 정도의 충격을 독자들한테 선사한다.
한국에서는 「바람의 검심」으로 유명한 작품. 원제(原題) 루로우니 켄신(るろうに剣心 -明治剣客浪漫譚-)에서 히로인인 카미야 카오루가 사망했을 때 온갖 난리가 났다고 한다. 히로인이나 다름없는 카오루를 죽인 것도 모자라 그 충격으로 인해 주인공인 켄신이 육체적·정신적으로 폐인이 되어 걸인촌에 들어간 장면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어릴 때 읽었지만 너무나 놀라웠기에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장면이다만……더욱 더 큰 문제가 뭔지 아냐? 이건 ‘주인공이 아니라 히로인이 죽은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아니라 히로인. 말 그대로 여자 주인공이 죽었는데도 이 정도의 충격이 나타났는데 주인공이 죽어버린다면? 그야말로 ‘이 작품 이렇게 막 나가다 연재중지 당하는 거 아님?’이라고 독자가 걱정할 정도가 될 것이다!
이런 엔딩에 대한 감상은 두 부류로 나뉜다. 첫 번째는 ‘그는 우리를 위해 희생한 거야’라는 식으로 모두의 기억 속에 남게 되는 것. 기억에 남을 뿐만 아니라 그의 행적 자체가 영원히 기려지기에 꽤 여운이 남는 엔딩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굳이 희생이라고 칭할 필요도 없었다. 죽음은 피할 수 없었지만 스스로 선택한 경우도 그러했다. 드래곤볼의 손오공이 그런 타입이기도 했고. 드래곤볼을 써서 부활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손오공이라는 강한 존재가 있어 사악한 적들이 찾아온다면 스스로 부활을 거부하고 저승에 남는 게 낫다고 했으니까.
모든 사람을 위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운명이나 끊을 수 없는 저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죽음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경우에는 집안의 사정이나 핏줄, 혈연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방법이 죽음밖에 없다고 생각한 경우다. 틀린 건 아니지만 상당히 슬픈 방법이었기에 좀처럼 선택하는 사람은 없었다.
‘주인공이 죽는다’라는 것은 이유를 불문하고 꽤나 충격적인 엔딩이었지만,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면 대체적으로는 호의를 받는 엔딩이기도 했다. 독자와 함께 성장해온 주인공이 죽었다는 것에 애절함과 아련함을 느끼는 사람도 없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세상에는 빛이 있으면 어둠도 존재하는 법. 사망 엔딩을 높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반대로 말해 최악의 엔딩이나 끝맺음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존재한다는 뜻이었다. 사실……그게 이해가 가는 반응이기도 했으니까.
주인공이 사망하는 엔딩에 대한 감상 중 두 번째가 바로 그러한 반응이었다. 죽는 엔딩은 흔히 데드 엔드(Dead End) 혹은 배드 엔딩(Bad Ending)이라고 불린다. 배드 엔딩 안에 데드 엔드도 들어가 있으니 포괄적으로 말해 배드 엔딩이라 말해도 상관은 없다만.
배드 엔딩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싫어하는 것도 있지만……이렇게 욕을 먹거나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흔히 말하는 ‘꿈도 희망도 없는 시궁창 같은 엔딩’이 되어버려서 그런 게 주된 이유였었지.
늘 선이 이기고 악이 질 수는 없지만 꿈도 희망도 없는 데드 엔드(배드 엔딩)는 많은 사람들한테 엄청난 트라우마를 안겨주기도 했다. 영화로 치자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쏘우 시리즈겠지. 살인마 직쏘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람들은 꿈도 희망도 없이 살해당하며, 설령 살아남는다 치더라도 결코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올 수는 없었다.
쏘우 시리즈에서 살아남는 사람을 보는 것도 드물었지만……대부분의 주인공은 살해당하거나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이게 됐다. 이런 엔딩을 보며 즐거워 할 사람은 상당히 드물었다. 이유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지. 살인마가 죄 없는 사람들(죄 있는 사람들도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멋대로 사람을 죽여도 된다는 법은 없다)을 데려다가 살인 게임을 즐기고 유유히 사라지는데 그걸 어떻게 정의라고 부를 수 있을까.
사람들이 싫어하는 배드 엔딩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주인공이 죽은 후 주인공의 소중한 사람들. 주로 히로인 같은 여성 주인공을 빼앗기는……이른바 NTR 엔딩에 대해서도 상당히 난색(難色)을 보였다. 나 또한 이런 장르에 대해서는 질색을 하게 됐다. 왜냐고?
내가 내 아내들이랑 육체, 영혼까지. 모조리 빼앗겼는데 NTR 장르를 즐겁게 볼 수 있겠냐!? 내가 아무리 또라이라지만 그런 일을 당하니 NTR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아려왔다. 하아……내가 진짜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스티븐 킹의 미스트(Mist)도 배드 엔딩이었지. 소설판은 열린 결말이긴 했지만 영화의 경우 확실한 배드 엔딩이었다. 소설까지 읽었던 나는 영화판을 보고 벙 쪘었지. 뭐 이딴 배드 엔딩이 있나 싶어 진짜 엄청 열 받았었다. 결말이 뭐냐고? 한 번 봐라. 미리 말해두지만……절대 좋은 엔딩은 아니다.
절대 좋은 엔딩이 아니라고 하니 배드 엔딩 및 데드 엔드의 끝판왕.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급이라고 한다면 역시 코즈믹 호러겠지. 크툴루 신화의 경우 운이 좋으면 정신병자, 운이 나쁘면 사망일 정도라고 하니까.
코즈믹 호러(Cosmic Horror)는 단어 그대로 우주적 공포를 뜻한다. 우주적인 존재에 의해 발생하는 사건에 대해 주인공이 저항하려 하지만 대항할 길이나 방법이 없어 절망해서 미치거나 죽게 된다.
이러한 분야에서 유명한 사람이라면 누가 뭐래도 크툴루 신화를 적은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다. 크툴루 신화의 경우 모르는 사람은 모르지만 아는 사람의 경우 매우 빠삭하며, 이러한 크툴루 신화를 게임이나 창작물에 사용하는 경우는 매우 많았다.
예전에 말했던 신 살해(神 殺害)가 창작물에서 자주 나왔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겠지만, 그 중 가장 자주 나오는 것은 역시 일본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게임으로 나오다보니 크툴루 신화에서 가지고 있던 강력한 힘을 그대로 가지고 나오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냥 나타나기만 해도 Sanity가 제로로 내려가 미치거나 죽을 텐데 절대 그대로 나올 수가 없지.
……근데 내가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대체 크툴루 신화까지 꺼내게 된 거지? 아, 맞다! 그래. 배드 엔딩! 죽는 엔딩이었지. 나도 참 미친놈이라니까? 삼천포로 빠지는 것도 모자라 아예 다른 소설이나 작품까지 소개하고 앉았으니까. 지금 내가 다른 작품 소개나 할 군번이 아닌데도 말이지.
내가 지금까지 이러한 작품군. 특히 배드 엔딩(데드 엔드)을 소개한 이유는 간단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다양한 예시까지 곁들여가며 독자들의 지식을 넓히고 즐거움을 선사하는 나. ‘하렘 어드벤처’라는 소설의 주인공이었던 남자, 신세린은……죽었으니까.
아내와 무기, 마법. 아이템까지 모자라 영혼과 육체까지 빼앗긴 나는 거듭된 윤간과 성폭행에 의해 육체와 정신이 피폐해졌다. 아내들과 나를 위해 이 세상 중 일부를 남기겠다며 거짓된 거래를 권유했던 유린은 더 이상 저항하지 않는 나한테서 흥미를 잃었는지 목숨을 빼앗아갔다. 내 아내들의 손을 빌어서…….
안 그래도 쇠약해진 몸. 심지어 내 몸조차 아닌 여성의 육체였다. 16명이나 되는 아내들의 칼을 받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했기에 나는 죽음을 맞이했다. 소설이나 만화 같은 곳에서는 정신지배나 세뇌를 받고 있던 인물이 동료나 친구를 죽일 때 눈물을 흘리거나 정신을 차리는 이벤트가 일어나곤 했지만……현실은 얄짤 없더라. 그냥 찔러 죽이더라니까?
갑작스런 전개도 놀라웠지만 워낙 질질 끌기가 그렇다 보니 ‘좋아, 주인공을 죽이는 걸로 모두를 놀라게 하자! 독자들이 소설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거야!’라는 식으로 소설을 쓴 거겠지. 제 딴에는 멋진 아이디어였겠지만 남이 보기에는 얕은꾀로밖에 보이지 않는 방법을 쓴 작가가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죽을 때 기분? 음……글쎄. 죽는 게 무섭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드디어 끝이구나 싶었지. 이룰 수 없는 조건이나 승부에 더 이상 목숨이나 몸을 걸 필요도 없고, 유린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날 일도 없겠구나 싶었다.
죽어서 가족이나 아내들을 볼 수 없는 건 매우 슬픈 일이었지만……이렇게까지 발버둥을 쳤으니 이제 슬슬 죽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으니까. 자기 죽음을 바랄 정도였으니 나도 참 엄청나게 열심히 발버둥쳤구나 싶었다.
생각해보면……내 발버둥은 이 세상에 소환되기 전부터 계속 되고 있었다. 부모님의 빚을 갚기 위해 마음에도 들지 않는 공부를 하는 것부터 시작했었지. 이 세상에 와서는 생존을 위해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지만 머지않아 모든 일에 흑막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됐었으니까.
이길 수 없는 절대적 존재 때문에 늘 마음 졸이며 살아야 했는데 그 짓도 이제 끝이라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죽는 건 무서웠지만 죽음으로 인해 겪게 되는 메리트를 생각하니 점점 내가 죽음을 찬양하는 미친놈이 되어 가는 게 아닌가 싶은 걱정마저 들었다.
죽어서 얻는 메리트가 있다면 디메리트. 단점도 있기 마련이다. 가장 슬픈 것은 역시 죽는다는 거겠지. 죽어서 맛있는 것도 못 먹고, 좋아하는 것도 못 하고. 아내들과 더 이상 이야기도 나눌 수 없게 됐다. 뭐……정신지배를 받고 있었기에 그 전부터 제대로 된 이야기는 거의 나누지 못했었다만.
카미유로 소환되기 전에 모두와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던 게 그나마 정상적인 대화였으니 대략 2주하고도 며칠 정도 전의 모임이 마지막 만남이었다는 게 된다. 여기서 마지막 만남이라는 말에는 ‘정상적인 상태로’라는 조건이 붙는다는 걸 미리 말해둔다.
내가 죽으면 가장 슬퍼할 사람은 역시 부모님이겠지. 탈도 많고 마음에 안 드는 것도 많았지만……이 세상 그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점만큼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단지 여러 모로 해결하기 힘든 사정이나 성격, 가치관의 문제가 있었다는 게 커다란 장애물이었지.
내가 죽었다는 걸 알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희진이와 은채의 말에 따르자면 혜린이는 행방불명 처리가 됐다고 했었다. 나도 행방불명 처리가 됐겠지. 시체라도 있으면 그나마 좋겠지만 내 몸은 유린이 차지하고 있으니 그럴 일도 없었다.
행방불명에 의한 사망이 5년 정도 걸린다고 예전에 법과 사회에서 읽었던 거 같은데……보험금 많이 나오려나? 부모님한테 효도한 게 별로 없으니 그런 거라도 드리고 싶었다. 내가 사라진지 대략 10개월 정도 됐으니 앞으로 4년 2개월 정도 남았군. 좀 긴데…….
보험금은 내 재량으로 어떻게 되는 일이 아니었다. 보험사기가 아닌가 조사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내 힘으로 뭘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만……이미 죽은 놈이 ‘내 보험금 부모님께 잘 갔으려나?’라는 걱정을 하는 것도 문제긴 했다. 난 대체 왜 끝까지 이 지랄을 하는 걸까?
내 아내들은 이제부터 어떻게 지낼까 하는 것도 걱정됐다. 유린한테 있어 이 세상은 곧 소멸시킬 곳에 지나지 않았고 내 아내는 그것보다 훨씬 더 가치가 낮은 것으로 취급하고 있었으니까. 아내들이 이 세상과 소멸될 거라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했다. 끝까지 이용당하는 것도 모자라 그런 놈을 위해 목숨을 바치다니…….
16명씩이나 되는 아내를 걱정하는 것도 고역이었다만, 그 중 몇 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내 아기를 태내(胎內)에 키우고 있었다. 이 세상에 나오지도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니. 최악이었다. 오직 이용당하기 위해, 죽어서 유린의 힘이 되기 위해 지금까지 성장했다니. 너무나 분해서 당장에라도 일어나 유린의 면상을 갈겨주고 싶었다.
하렘 어드벤처를 비롯해 이곳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유린의 힘이 될 것이다. 형태를 잃는 대신 유린의 몸속에서 영원히 살아남는다는 시적(詩的)인 표현도 가능했지만, 원하지도 않는데 죽어서 놈의 파워 소스(힘의 원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건 그거대로 고역이구나 싶었다. 시발, 자기 힘으로 하라고! 남의 힘을 빌려서 자기 것인 양 설치지 말라고!
나를 포함해 13명이나 되는 남자를 소환해 이룬 꿈이 ‘남의 몸을 가지고 다른 시공차원에 간다’라니. 치졸하다 못해 졸렬한 꿈이었다만……20년 동안 자기 혼자 있게 된다면 그렇게 미쳐버리는 것도 아주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었다.
혹시나 싶어 내가 ‘유린도……불쌍한 놈이었어’라며 흔히 말하는 【이 녀석도 사실은 좋은 녀석이었어】나 【그놈한테도 이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어】라는 드립을 치며 놈을 실드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확실히 말해둔다.
안 한다고 시발!
불쌍하게 생각 안 한다고!
내가 머리에 총 맞았냐!?
그 새끼를 불쌍하게 여기게!?
아, 그래! 불쌍하지! 20년 동안 딸딸이만 해야 했다면 그건 그거대로 불쌍할 거야! 인정해! 동정(同情)한다고! 근데 그렇다고 남의 목숨이나 존재를 막 다뤄도 되냐? 전혀 상관도 없는 사람들을 괴물 투성이인 세상으로 불러와 죽게 내버려둬도 괜찮냐고!? 아니잖아!
그게 잘못된 거라는 걸 모른 채로 했다면 또 이해나 하겠지! 그런 짓을 하면 안 된다고 설득하고 회개(悔改)시킬 수 있을 거야!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다면 윽박지르기보다는 왜 잘못됐느냐, 왜 그런 짓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설명해줄 수 있을 테니까!
근데 그것도 아니잖아!? 그 빌어먹을 시발연놈─남성체인 카인과 여성체인 유린이 같이 있으니 연놈이라고 부른다. ‘년+놈’이지만 두음법칙에 의해 ‘연놈’이 된다. 이거 의외로 입에 착착 감기는 욕이다─은 알면서 했다! 알면서 사람들을 소환해 죽게 내버려뒀다고!!
그러면서 ‘헤헷, 드디어 내가 원하던 것을 이루었으니 지금까지 내가 생각했던 사악한 계획을 말해주마!’라며 나불나불 대던 꼴이라니! 그놈한테 존댓말 쓰며 살려달라고 했던 나도 좆병신이었지만 그놈도 충분히 좆병신이었다. 나와 그놈이 있으면 희대의 좆병신 대결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명색이 이 시공차원의 창조주이자 절대자. 신(神)이라는 놈이 남의 물건(이 경우에는 노력과 경험, 육체 등을 포함하기에 셀 수 없는 게 더 많다)을 훔쳐 자기 꿈을 이룰 계획이나 세우다니!
이딴 놈을 위해 노력했던 나도 참 불쌍하기 짝이 없었지만 이런 놈한테 지배당해 날 죽인 아내들도 불쌍하기 그지없었다. 유일한 승자는 오직 그놈밖에 없군. 자기 챙길 거 모조리 다 챙겼으니까.
지금까지 내가 지키려 했던 제2의 고향, 프레그넌트를 비롯해 모든 마을과 수도. 숲과 사람들이 소멸할 거라 생각하니 한숨밖에 안 나왔다. 게임이나 만화, 애니메이션이나 소설, 영화나 드라마 같은 곳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주인공이 멋지게 부활(復活) & 각성(覺醒) 이벤트를 보이며 적을 물리치지만…….
‘그딴 게 있을 리가 없지.’
난 고개를 저으며 그렇게 단언(斷言)했다. 이 세상은 창작물과는 달랐다. 【힘으로 흥한 자, 힘으로 망한다】라는 말은 예전부터 들었지만 절대 그런 일은 없었다. 당장 내가 살던 지구의 대한민국을 봐라. 헬조선으로 변한 곳에서 힘 있는 자들은 자기의 재력(財力)과 권력을 펑펑 쓰며 사람들을 괴롭히지만 그들이 심판받는 일은 매우 적었다.
사회의 지도층이나 높으신 대가리분들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불공평하다, 부조리하다고 생각되는 짓을 마음껏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의 부도덕함을 공격하고 보도한 사람들을 차례차례로 없애나갔다.
목숨을 빼앗은 것은 아니지만 생업(生業)이나 활동에 지장이 가도록 한 것의 어디가 정의란 말인가? 그런 더러운 행동을 보고 정의는 언제나 이긴다는 말하는 놈이 있으면 한 대 갈겨주고 싶었다.
이 세상에는 정의(正義)도 없고 공명정대(公明正大)한 신도 없었다. 만약 그런 신이 있었다면 내가 죽기 전……적어도 유린이 자기 꿈을 이뤄 다른 시공차원으로 가기 전에 이곳에 와서 우리를 구해줬을 테니까. 지금보다는 훨씬 더 옳은 현실을 만들었을 테니까. 원래부터 믿지 않았던 신이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더 신을 믿지 않게 됐다.
……아, 맞다. 나 죽었었지. 죽은 놈이 신을 믿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람. 이제 와서 신을 믿는다고 깝치는 것도 뭐했으니 계속 무신론자(無神論者)로 가자. 하하. 죽어서 천국에 갈지 지옥에 갈지도 모르고 사후세계(死後世界)의 존재조차 모르는 주제에 무신론자라니. 나도 참 웃기는 짬뽕이라니까?
“으으, 온몸이 쑤신다…….”
너무 많은 걸 생각하고 걱정하다보니 몸이 좀 뻐근해진 거 같았다. 운동은 안 하고 매일 섹스만 하며 폭행을 당했으니 몸이 뻐근할 만도 하지. 누운 상태에서 기지개를 쭉 피며 근육을 풀어준 나는 다시 베개에 머리를 묻었다. 조금만 더 자자. 어차피 죽었는데 더 잔다고 누가 뭐라고 그러겠어?
그나저나 베개 참 푹신하네. 이런 베개를 베고 자니 잠이 잘 오는 거지. 아아, 그립다. 침대에서 아내들과 자며 가끔은 이불을 빼앗기도 했고 빼앗기기도 했었는데. 그럴 때마다 ‘이게 가족이구나’하며 엄청난 만족감을 느끼곤 했었는데……지금은 혼자 침대에 누워 자다니. 슬픈 현실이군. 이 현실을 잊기 위해서도 한 잠 더 때려보실까……가 아니라!?
“What The Fuck!?”
난 욕을 하며 벌떡 일어났다. 눈을 비비지도 않았는데 너무나 깔끔하게 눈이 떠져서 내가 더 놀라웠다만……아니, 아니지! 놀라야 하는 포인트는 그게 아냐! 이 와중에도 열심히 태클을 거는 내 정신에 찬사를 보내며 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일어나기 전까지 베고 있던 베개. 내가 누워있던 침대. 그 두 개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는 곳이었지만 난 놀라게 만든 것은 ‘아무것도 없는 곳’이라는 점이 아니라 주변이 전부 새카맣다는 점이었다.
이 공간을 나는 알고 있다. 침을 꿀꺽 삼켰다. 세상에……설마 다시 또 이곳에 오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는데! 여기가 어디냐는 질문이나 생각은 할 필요도 없었다! 처음으로 유린과 만났을 때도, 영혼과 육체를 빼앗겼을 때도! 많은 질문을 하며 내가 그녀한테 자비를 베풀어달라며 애원했을 때도! 늘 이 검은 공간에 있었었으니까!
“어, 어……? 내가 왜 여기 있지?”
말을 한 후 난 깜짝 놀라 내 입과 목을 만졌다. 발성(發聲)이 된다. 그렇다는 건……말을 했다는 뜻인데? 어, 왜? 나……죽은 거 아니었나? 기억을 되살려본다. 내가 혹시 술을 거하게 한 잔 마신 것도 모자라 약이라도 한 탕 빨았나 싶었지만 그건 아니었다. 아내들이 나한테 아밍 소드를 힘차게 찔러대는 과거가 선명하게 되살아났으니까.
16명이나 되는 아내들의 난도질을 버틸 수 있을 정도로 난 건강하지 않았다.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여성의 몸으로 칼에 베이고 찔려 죽는 그 경험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았기에 고개를 저으며 얼굴을 부여잡은 나는 또 하나의 발견에 몸을 부르르 떨 수밖에 없었다.
“내, 내 몸이다……? 이거 내 몸이잖아!?”
세 번째 발성(發聲). 죽었을 때 가지고 있던 유린의 몸이 아니라 진짜 내 몸. 빼앗겼을 터인 내 진짜 육체라니. 너무나 오랜만에 내 입에서 나오는 ‘신세린의 목소리’에 난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
꿈? 어, 꿈인가? 그, 그래. 꿈이겠지. 내가 유린한테서 몸을 되찾은 것도 모자라 이렇게 살아나다니. 이게 꿈이 아니고 뭐겠어? 나름 열심히 살아온 경험에서 추측하건데……‘죽었을 터인 내가 갑자기 원래 내 몸으로 되살아났다’라는 일이 일어날 리가 없잖아? 지금까지 (강제로) 먹은 엿이 몇 개인데? 모르긴 몰라도 10개 이상은 확실히 먹었을 거다.
“……그, 그래. 꿈이니까 그렇겠지. 꿈이니까 원래 몸으로 되돌아온 거겠지…….”
그래. 이건 꿈이다. 내가 희망고문을 한두 번 당해본 줄 아냐?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유린한테 육체와 영혼을 빼앗긴 것도 모자라 무참하게 살해당했는데 갑자기 일어나보니 원래 육체를 가진 상태였다고? 잃어버렸던 목숨도 되찾은 상태로?
원래라면 ‘아싸, 살았다! 으하핫! 난 살았다고!’라며 호들갑을 떨어야 했지만……현실이란 게 이렇게 내 입맛에 딱 맞게 다가올 리가 없잖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거라면 미친 망상이나 다름없었다. 현실은 절대 누군가의 입맛에 딱 맞춘 상태로 다가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현실에 맞게 입맛을 바꾸어야만 했다.
아마 목숨과 육체. 모든 것을 잃어버린 내가 무의식적으로 이런 환상 혹은 꿈을 만든 거겠지. 꿈인데 감각이 왜 있냐고 묻는다면……감각이 없는 꿈만 존재하라는 법은 없으니까 이런 꿈도 있을 수 있는 거겠지. 괜히 꿈 보고 현실이라며 설레발치다가 이게 현실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폭풍실망을 할 바에야 아예 기대를 안 하는 게 상책이었다.
“하, 하하……그래. 이게 현실일 리가 없지. 이게 현실일 리가 있겠어? 죽었는데 되살아난 것도 모자라 몸까지 되찾다니…….”
웃긴 이야기였다. 현실일 리가 없다니? 그럼 애초에 ‘하렘 어드벤처’라는 세상 자체가 현실일 리가 없는데, 난 대체 뭘 근거로 이딴 말을 하는 걸까? 내가 지금까지 겪었던 비현실적인 사건(판타지)에 대해서는 설명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자기 좋을 대로 현실을 꿈이나 환상, 있을 수 없는 일로 치부하다니. 나도 참 웃기는 족속이었다.
하지만……어쩌겠어? 이건 꿈인데. 꿈이라고. 내가 더 이상 살아있을 리가 없잖아. 육체와 영혼을 다 빼앗기고 그렇게 확실한 죽음까지 경험했는데……이게 꿈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설마 내가 되살아났다고 말하고 싶은 거냐? 되살아난 것도 모자라 원래 내 몸까지 갖춘 상태로? 아무리 꿈이라지만 너무 많은 걸 바라서 벌 받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래……이건 꿈이야. 이게 현실이라고 설레발치다가 꿈이라는 걸 깨달으면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잖아……응, 이건 꿈일 거야.”
“꿈이 아니다.”
괜히 현실이라고 기대하다 실망할 바에야 꿈이라고 생각하자며 중얼거리던 내 목소리에 대답한 것은 난데없는 남성의 목소리였다. 난 소스라치게 놀랐다. ‘으헉!?’이라 소리를 지르며 침대 위에서 뒷걸음질을 쳤다.
목소리가 들려온 곳에는 조금 전까지 보이지 않던 존재가 있었고, 난 그걸 보자마자 머릿속이 하얘졌다. 목소리를 낸 누군가가 서있을 거라 생각했던 곳에는……탁한 색으로 가득한 커다란 구체가 하늘을 날고 있었으니까.
============================ 작품 후기 ============================
'바람의 검심'은 꽤 재밌게 봤습니다만 여주인공인 카오루의 사망 사건은 지금에 와서 생각해봐도 꽤 충격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싸우는 와중에 연막 터지고, 여주인공 구하러 가는데 방해는 족족 들어오고. 그렇게 발버둥치며 돌아오니 여주인공인 카오루는 사망한 상태. 초상집 분위기인 만화책을 보니 이게 지금까지 내가 읽어오던 바람의 검심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주인공이 사망하는 걸로 끝나는 작품도 많습니다만 때로는 여주인공의 사망이 주인공의 죽음보다 더 큰 충격을 주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이야 성장형일 수도 있으니 멘탈 부분에서 착착 성장을 쌓을 수 있지만 여주인공이나 주변 인물들은 다릅니다. 지켜주고 싶었던 사람들이 무참하게 살해당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진짜 천인공노해도 모자랄 정도겠죠.
그런 부분에서 보자면 현재 하렘 어드벤처는 대부분 다 죽는 걸로 결말(은 아닙니다만)을 맞이한 상태입니다. 세린은 죽었고 아내들도 이제 곧 죽을 겁니다. 고깃덩어리라 부르며 턱짓으로 부리는 유린인데 걔들을 살려둘 리가 만무하잖습니까? 작가인 저조차 당연히 안 살려둔다고 생각할 정도니…….
세린 사망!
유린쨩 다이쇼리(대승리)!!
같은 걸로 이 소설을 끝내면 틀림없이 '시발 작가 새끼야, 니 글은 두 번 다시 안 본다! 개씨발, 기분 존나 더럽게 하네! 퉷!'이라는 욕을 얻어먹을 겁니다. 작가인 제가 이런 말을 할 정돈데 돈 주고 읽어오신 분들은 분노를 금치 못하겠죠. 첫 연재긴 하지만 프로 정신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작품을 끝낼 생각은 없으니 그 점에 대해서는 안심하셔도 될 겁니다.
제목부터 이미 세린의 부활을 예고하고 있고 내용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니 '앞으로는 세린이 유린을 엿먹이겠구나! 웃우우우────웃! 세린쨩, 다이한게키(대반격)!!'라는 방향으로 가겠죠.
예? 왜 일본어를 섞어 쓰냐고요?
'쨩' 같은 말 쓰다보니 저절로 나오네요.
물론 겐스케군 따위는 부르지 않습니다.
코멘트에 대한 답변입니다.
고양이새벽님, 죽창은 한 방에 모든 걸 담아 날리는 것도 좋지만 짧게 연속으로 찌르는 것도 좋습니다. 지금까지 당해왔으니 당한 만큼 갚아주는 사이. 옙흔 복수, 하지마루요-!!
나락이되고파님,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후속편과 후기를 작성중입니다. 이렇게 막장으로 간다면 노력해서 소설과 후기를 쓸 수밖에 없잖아! 나도, 당신도!
아, 참고로 마마마에서는 토모에 마미를 그나마 제일 좋아합니다. 얼티밋 마도카면 뭐 합니까? 결단을 못 내려 그렇게 됐는데. 결단을 못 내리는 건 누구나 같지만 그렇게 마도카가 신이 됐다는 식으로 진행할 거 같았으면 처음부터 그렇게 작품을 그리던가……다른 사람들의 희생과 조언이 모조리 쓸모없게 되어버린 느낌이라 영 안 좋게 봤습니다. 지금도 마마마는 그냥 그런 작품이 있었지 하는 정도로 봅니다.
로리콤MK님, 차라리 명치 한 번 맞고 끝내는 게 나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빅☆엿 + 죽★창을 날릴 겁니다. 즐겁게 기다려주시면 될 거 같습니다.
zxc54님, 배신감이 상당하겠죠. '자지의 맹세'에 대해 명확히 가르쳐주지도 않았거니와 태아한테 부담이 가는 섹스를 본인의 쾌락만을 위해 저질렀으니 말입니다. 물론 서로 합의하에 한 거라지만 세린이 마냥 정의롭기만 한 놈이 아니라는 것은 독자분들께서도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믿으며 사랑했던 만큼 배신감도 클 테니 혜린과 앞서 태아를 죽인 거겠죠.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닙니다.
앵그리라스님, 휴재나 특별편 같은 것도 길게 쓰면서 타당함이나 공지를 알리면 꽤 괜찮아집니다. 욕 먹으려고 작정했다고요? 드래곤볼 같은 명작도 욕 먹고 비판받는데 처녀작이고 19금인 제 글이 욕을 안 먹을 리가 없잖습니까.
변명이라고요? 변명해야죠. 살아오면서 통수 존나 많이 맞으며 경험한 겁니다만, 그냥 다른 사람이 나쁘다 멍청하다 니 탓이라며 욕할 때 웃으며 받아주면 그게 진짜 머저리 병신 새끼인 겁니다.
사람이란 건 자기 보신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 팔아먹거나 욕하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살아오면서 그런 거 여러 번 당하면 느끼게 됩니다.
'아, 저 사람들이 존나 나를 개호구로 보고 있구나!' 하는 거요.
군대에서도 그랬습니다. 맞선임이나 윗선임과 달리 별 말 안 하고 조용하게 있으니 'ㅎㅎㅎ무서운 선임 앞에서는 빠릿빠릿하게, 이 새끼(나) 앞에서는 존나 헐렁헐렁하게 해도 되겠지?'하고요.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고, 누가 말했는지는 몰라도 존나 맞는 말입니다. 학교, 군대, 사회. 그런 거 계속 당하니 생각이 변합니다. 아, 남이 뭐라고 하든 일단 자기부터 챙겨야겠다. 자기 행동과 의견에 소신을 가지고 살아야겠다고 말입니다.
아무말 없이 휴재하거나 연중 공지 몇 줄 달랑 적어놓고 할 바에야 제가 적는 특별편이나 변명이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노블레스나 유료연재 같은 곳에서 내용 없는 휴재 공지, 슬럼프라 연중이라며 해보세요. 그건 욕 먹을 일이 아니라 찬양받을 일인가요? 전 전혀 그렇다고 생각 안 합니다.
악플이나 욕 날리신 분들께 늘상 하는 말입니다만, 그냥 그렇게 생각하라 합니다. 독자분들의 말씀은 중요하지만 악플이나 욕에 '히, 히익! 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라며 벌벌 쫄지는 않습니다. 그래봤자 이득되는 게 하나도 없거든요.
좋은 말씀, 좋은 충고는 받아들이지만 그것도 필터링이라는 게 필요합니다. 전 살아오며 그 필터링 능력을 약간이나마 갖추게 됐고 그걸 바탕으로 창작 및 코멘트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조아라의 텍본러 개과천선 이벤트 같은 경우만 해도 그렇습니다. 잘못한 건 텍본러와 조아라의 대응인데 피해는 작가들이 보더군요. 그런데 그걸 작가들의 변명이라고 한다면 대체 누가 조아라를 이용하겠습니까? 글을 잘 쓰든 말든 돈 벌어오는 기계. 불펌으로부터 보호조차 못 받는 호구가 되어버리는데.
특별편이라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썼고 보통 휴재공지나 연중공지에 비해 나름 정성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이렇게 글을 쓸 생각이니 마음에 안 드신다면 그냥 안 보셔도 됩니다.
이상입니다. 최근 '소꿉친구☆소녀'라는 화제작을 봤습니다만, 제 NTR은 어린애 장난이라 생각될 정도로 충격이 컸습니다. NTR요소를 싫어했지만 작품 진행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넣은 게 제 케이스라 친다면 그 화제작은 순애물로 가장한 후두부 어택(통수 때리기)를 시전하더군요. 다음 작품에서는 NTR 요소 따위는 전혀 넣을 생각이 없습니다만, 넣는다 치더라도 그런 식으로 넣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냥 대놓고 쓴다면야 모를까 독자들을 훈훈하게 해놓고 그 만족감에 슬램★덩크(물리)를 꽂아넣는 행동은 영 아니라 생각하네요. 제가 만약 남주였다면 여주인공과 여주인공 부모(장인, 장모) 앞에서 다 말해서
적절한 이혼사유 획득 + 지금까지 겪은 배신감과 실망감을 모두한테 전달 → 상대 필드에 존재하는 모든 몬스터(여주, 장인, 장모)한테 전달! 다이렉트 어택! → 버서커 소울!
이런 쪽으로 갔을 겁니다. 루리웹에도 적었지만 사랑도 안 하면서 책임과 노동만을 강요하는 사람과는 친구도, 애인도 되기 싫습니다.
그런 사람과 결혼? 인생 망치고 싶어도 곱게 망쳐야지, 사랑도 안 하면서 이용만 해먹는 사람과는 안 하고 싶습니다.
저도 살아오며 배신 당해본 게 한두 번이 아니라 잘 아는데, 남 이용해먹으면서 자기 이익 챙기는 인간들만큼 가증스런 사람 또 없습니다.
다른 사람은 이용당해도 되고 손해를 봐도 상관없지만 고귀한 자기는 이용을 당해서도, 손해를 봐도 안 된다니?
지옥이 있다면 그 사람들은 틀림없이 입갤 확정일 겁니다.
잡설이 길었네요. 좋은 하루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