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03 「21-2 : 지옥(地獄) (2)」 =========================
“윽, 찌, 찌르지 마앗……!! 자, 자지로 찌르지 말라고……!!”
굴욕적인 말을 내뱉으며 발걸음을 서둘렀다. 빌어먹을……!! 남자였던 내가 이런 말도 안 되는 말을 지껄이게 될 줄이야……!!
내 몸을 빼앗은 유린은 너무나 즐거운 장난감을 얻은 어린애마냥 불룩 튀어나온 하반신으로 내 엉덩이나 다리를 찔러댔다. 바지를 입고 있어 망정이었지, 저놈이 바지를 입지 않았다면 엉덩이에 한 번 이상은 틀림없이 자지가 들어왔을 테니까.
“헤헤, 어때? 지금까지 찌르던 자지로 찔리는 기분은? 틀림없이 좋겠지? 자아, 빨리 걸으라고. 식사 시간에 늦으니까……으, 읏!”
삐직, 찌익……!!
날 찌르며 즐거워하던 유린은 약간의 신음과 함께 절정을 맞이했다. 바보 자식……사정을 하면 어느 정도 느낌이 오는데 그것도 모르고 마구마구 찔러대고 박아대니까 사정(射精)을 하는 거라고……!!
비싼 돈을 주고 샀던 코스튬은 어느새 여기저기에 하얀 얼룩이 묻은 옷이 되어 있었다. 날 찌르기 전부터 정액이 마르는 냄새와 하얀 자국이 보였으니 틀림없이 몇 번 이상은 사정을 했겠지.
“우, 웃……헤헤, 우리 세린쨩……나를 위해 이렇게 엉덩이를 자지에 비벼주다니. 기쁜데?”
“미친 새끼가……!!”
자기가 멋대로 찌르고 멋대로 사정한 걸 내가 봉사했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미 몸과 영혼을 빼앗겨 가치를 잃어버린 나는 내 목숨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험한 욕을 날렸다. 자지가 불룩대며 사정하는 몸동작이 나한테도 느껴진 걸까? 이상하게 하반신이 뜨거운 느낌이 들었다. 아냐……난 여자가 아니라고……!!
“후, 후우……그 앙칼진 표정, 존나 좋은 거 알아? 아아……니가 왜 여자들을 범하며 그렇게 즐거워했는지 이해가 가. 정말 이해가 잘 간다고. 그럼, 그랬겠지. 남자의 몸이란 거……이렇게 멋진 거였구나? 헤헤……이거라면 식사 시간도 틀림없이 즐거울 거야.”
식사 시간과 남자의 몸이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걸까?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지껄이던 유린은 걸음을 재촉했고 우리가 도착한 곳은……식사를 하는 곳이었다.
“어때? 생각해봤는데 말이지……프레그넌트가 폐허가 된 후에 아내들을 만난 곳이 바로 여기였잖아? 새롭게 여자로 태어났으니 새로운 만남도 여기서 가져야 할 거 같아서! 왜 국어 시간에 흔히 듣잖아? 수미상관(首尾相關)이라고!”
수미상관은 첫 연과 마지막 연이 동일하거나 비슷한 형태를 띨 때 쓰는 말이다. 내 인생을 시궁창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 몸을 빼앗은 후에 아내들을 만나게 하는 것. 대체 어디에 수미상관과 연관될 건덕지가 있단 말인가?
기가 막혀 아무런 말도 못 하는 사이 이미 문은 열리고 있었다. 테이블에는 식사를 앞에 둔 채 기다리고 있는 아내들이 있었다. 그녀들은 투명한 네글리제를 입은 채 당장이라도 아이를 낳을 거 같은 커다란 배를 쓰다듬으며 우리를 본다.
“자, 고깃덩이들! 오늘 식사에는 새로운 손님이 오셨어! 하핫, 알아보겠어? 그래, 세린이야!”
분노가 들끓는다. 나를 가지고 장난치는 건 원래부터 그랬으니 둘째 치더라도……뭐? 고깃덩이? 이 개새끼가……내 아내들이 고깃덩이로 보이냐? 쓸모 있으니 살려두고 쓸모없으면 괴물한테 던져주는 먹이로 보인다, 이거냐? 이 똥통에 튀겨도 시원찮을 새끼가……!!
“후후, 어때? 아, 걱정하지 마. 니가 여자가 되긴 했지만 넌 저년들과는 달리 꽤 쓸 만한 년이니까. 처녀막도 뚫리지 않은 싱싱한 처녀를 죽일 리 없잖아?”
몸이 부르르 떨렸다. 난생 처음으로 겪는 성희롱……. 내 엉덩이나 하반신을 찌르며 오던 것은 아예 작정하고 그런 것이니 넘긴다 치더라도, 여성의 몸으로 변한 후 단 한 번도 섹스를 한 적이 없는 나한테 저런 더러운 말을 하다니……. 분노로 들끓어야 했지만 이상하게 계속 몸이 뜨거운 느낌이 들었다. 대체 왜 이러지? 설마……설마?
“카인니임……그런 년은 아무래도 좋으니 식사하죠. 네에? 후후, 카인님을 위해 맛있는 식사를 잔뜩 준비했어요…….”
“……마, 마리아……!!”
마리아는 내 말에 눈조차 기울여주지 않았다. 수박 같이 커다란 가슴골 사이로 유린의 팔을 끼운 마리아는 창녀 같은 소리를 내며 자리로 끌고 가려 했다.
“에휴……. 정신을 너무 많이 휘저어 놓아서 그런가? 영 상태가 안 좋아 보이네. 하긴, 뭐 어때? 중요한 건 원하던 것을 손에 넣었다는 건데. 너도 앉으라고. 남자든 여자든 간에 식사는 해야 할 거 아냐?”
의외로 친절한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저런 놈한테 고맙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주변에 빈 자리는 보이지 않았다. 빈 의자가 있었다면 그곳에 앉았겠지만……마리아와 아테나 사이에 있는 자리는 단 하나. 나머지 자리에는 아내들이 앉아 있었기에 내가 앉을 빈 자리는 찾을 수가 없었다. 어디에 앉으라는 거야?
“뭐야, 머리가 의외로 나쁘네? 이쯤 되면 눈치를 까야지.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먹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잖아, 요즘 시대는?”
“……설마.”
아냐, 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 없잖아. 난 고개를 저었지만 내 아내들과 유린은 날 보며 웃고 있었다. 설마……설마. 난, 난 남자야. 몸은 이렇게 변했지만 정신은 어엿한 남자라고! 그럴 리가……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할 리가……!
“말도 안 되는 짓이라니. 너도 이미 한 주제에 뭘 깔끔 떠는 척하는 거야? 이해가 안 된다니까? 자기가 식사할 때는 아내들이랑 질펀하게 즐기면서 식사를 했던 주제에 자기가 당할 거 같으니 ‘그럴 리가 없다’라니. 너무한 거 아니냐?”
“아, 윽! 꺄악!?”
고개를 젓던 나는 도망치려 했지만……무리였다. 내 몸은 마치 스톱(STOP) 버튼을 누른 카세트처럼 정지 상태가 됐으니까. 움직이려다 멈춘 자세는 생각 외로 우스꽝스러웠지만 지금은 웃을 때가 아니었다.
움직일 수 없게 된 것도 문제였지만 그것 외에도 문제는 존재했다. 말도 안 돼……또 ‘꺄악’이라는 비명을 질렀어! 몸도 그렇고 비명도 그렇고……젠장! 여자가 되어 가는 건가? 내가 여자가 된다고? 난 남자인데……아직 몸이 바뀐 지 하루도 안 지났는데 이렇게 달라지다니!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내 몸은 마치 누군가에 의해 조종당하듯이 유린의 앞으로 갔다. 유린 앞에 차려진 풍성한 음식들을 조금씩 주변으로 치운 내 몸은 식탁 위에 올라간다. 마치 나 자신이 음식이라고 말하는 것인 양…….
“아, 앗! 하지 마아앗! 하지 말라고! 새끼야! 풀어! 이거 풀라고!”
빈 자리가 없었을 때부터 난 이미 눈치를 챈 상태였다. 하지만……믿고 싶지가 않았다. 믿을 수조차 없었다. 설마 이 빌어먹을 놈이 내가 예전에 하던 짓을 그대로 나한테 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내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몸은 내 생각과 정반대의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엉덩이를 흔들며 뒤로 쭉 내미는 그 행동은 아무리 봐도 식탁에서 할 행동이 아니라 침대에서 할 행동이었으며 이는……유린을 유혹하는 행동이나 마찬가지였다.
“헤헤, 우리 세린. 말은 그렇게 하면서 엉덩이를 이렇게 쭉 내밀다니. 완전 걸레잖아? 아직 남자랑 섹스해본 적도 없으면서 이렇게 발랑 까진 행동을 하다니. 이거야 원…….”
내 목소리로 나를 저렇게 평가하다니! 나를 비난하는 내용을 내 목소리로 듣게 될 줄이야! 너무나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지만 무엇보다 믿을 수 없는 건 현재의 상태였다. 안 돼! 이러다간……범해져! 강간당해버린다고!
틀림없는 남자의 정신. 27년 간 남자로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내 정신은 계속해서 ‘범해진다’라는 메시지를 나한테 보내고 있었다. 몸이 여자로 변한지 하루도 안 됐는데 정조(貞操)의 위기를 느끼게 되다니. 이건 내 정신이 미쳐서 그런 걸까? 아니면 육체 때문에 그런 걸까?
“으, 흐꺅! 하, 하지 맛! 이, 변태 새끼! 내 몸으로, 으큭! 흐엉♪”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놈이 무엇을 하는지는 감각으로 알 수 있었다. 엉덩이와 보지가 훤히 보이는 위치에서 유린은 내 입술로 정성스럽게 키스를 했다. 입술이 닿자마자 느껴지는 묘한 쾌감과 감촉에 난 교태(嬌態)어린 목소리를 내버렸고 유린은 그런 날 보며 폭언을 날린다.
“싫다고 말은 하면서도 겨우 키스 한 번으로 그렇게 좋아하다니. 이거 완전 창녀잖아?”
“아, 아냐! 난 아니라고! 난 창녀가……으, 큭! 하, 하지 마! 부탁이니까 하지 마세요! 하지 마아아앗!”
존댓말과 반말. 온갖 발악을 하면서 난 소리를 질렀다. 안 돼……내 자지! 귀두(龜頭)가 내 보지와 맞닿자 놈이 무슨 짓을 할지 눈앞에 선하게 나타났고, 난 필사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거부 반응을 보였다.
“자, 세린……모두 앞에서 보여주자. 한 때는 모두의 연인이자 남편, 아버지이자 임금이었던 니가 이렇게까지 연약한 여자가 됐다는 사실을. 내 자지에 좋아서 어찌할 줄 몰라 하는 바보로 전락했다는 진실을 말이지……!!”
“안 돼! 하지 마아앗! 누가, 누가 좀 도와줘! 혜린아! 로라! 메이, 얏!? 흥, 앗!”
들어왔다. 꽃잎의 입구는 내가 늘 쓰던 귀두에 의해 침범당한 상태였고…….
“얘들아, 도와줘! 제발! 나, 나는……내가 미안했……어?”
푸욱──.
아내들을 향한 내 진심 어린 목소리. 구조를 바라던 내 말은……처녀막(處女膜)을 뚫는 더러운 소리에 의해 사라져버렸다.
“……아, 으윽……!?”
아프다. 아퍼. 아퍼! 뭐야 이거?
왜? 왜 내 자지가 내 보지를 뚫은 거지?
왜? 어째서? 지금까지 누구한테도 허락한 적 없었던 소중한 내 질(膣)이……내 물건한테 범해지고 있어? 내가? 남자였던……내가?
“아, 아아……아아앗! 아아악!”
식탁을 잡은 채 마구 소리를 질렀다. 빠져나가고 싶었다. 내가 처한 현실에서. 여자의 몸에서. 이 빌어먹을 상황에서.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 마구 소리를 지르며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몸은 조금도 내 뜻에 따라주지 않았다.
“빼에에에엣! 빼! 빼란 말이, 응큭! 허, 하윽!”
대답조차 없는 유린의 행동에 난 빼라며 소리를 질렀지만……무리였다. 오히려 유린은 더욱 더 깊게 물건을 박아댔고 난생 처음으로 자궁과 귀두가 키스하는 느낌을 겪은 나는 침을 질질 흘리며 몸을 부르르 떨어댔다.
“으, 읏……굉장해! 세린, 굉장한데? 너 같이 매력적인 여자는 처음이야……이런 고깃덩이들과는 질 자체가 다르다고! 우, 큭……엄청 조여 오네! 하핫, 너 사실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로 태어나야 했던 거 아냐? 이거 봐! 그렇게 박히면서도 막 움직이니까 처녀막 찢긴 피가 줄줄 나오잖아!”
처녀막이 뚫린 덕분에 피가 줄줄 나오는 것 같았지만……나는 차마 그것을 볼 수가 없었다. 내 몸의 자유를 빼앗겨서 뒤조차 돌아볼 수 없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놈이 말하는 잔혹한 현실을 보게 된다면 지금 이상으로 미쳐 날뛰게 되어버릴 것만 같았으니까.
“빼, 빼! 제발, 빼, 주세요! 빼달란 말이에요! 흐, 흐흑……아, 큭! 아, 안 돼! 자지로 찔러댈, 응큭♡ 때마다……히, 끅♬”
안 돼……!! 내 눈은 이미 눈물에 흠뻑 젖은 상태였다. 처녀막이 뚫림과 동시에 난생 처음으로 겪는 피스톤 운동의 아픔. 처음으로 나를 범하는 게 27년 간 이용했던 내 몸의 자지라는 정신적 충격.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충격은 한 편의 오케스트라처럼 절묘한 리듬을 띠며 나를 괴롭혔고, 이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던 나는……내 몸을 마구 휘젓는 쾌감에 신음을 뱉고 있었다.
“엉, 흐엉♩ 으, 으꺅♪ 헤, 헤에……빼, 빼에……빼란 말이야♬”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약해진 상태였다. 갑작스러운 섹스. 강간에 가까운 유린의 피스톤 운동 때문에 약해졌다고 한다면 그나마 핑계 거리가 될 수 있었지만……교태 어린 목소리는 강간에 의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이 내고 있는 것이었다.
“오옷, 세린쨩♡ 이제 좀 즐기는 거 같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좋은 거지? 자기 몸한테 강간당하는 걸 좋아하다니……이, 매저키스트 년! 에잇, 에잇♪”
결코 흘려들을 수 없는 헛소리였지만……내 정신과 육체는 이미 한계에 도달한 상태였다.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비음이 섞인 상태였고, 목소리에 담긴 내용은 창녀나 말할 법한 더러운 것들뿐이었다.
“흐, 윽! 앗! 아, 아기 방에 닿아쪄! 유린의 딱딱한 자지, 아기 방 막 찌르고 이쪄!!”
안 돼. 이 이상 말하면 안 돼……!! 이 이상 고통을 쾌감으로 인식해버리면 안 된다고!!
난 나 자신의 의식과 정신에 강하게 그걸 새기려 했지만……무리였다. 입에서 흐르는 찐득한 침은 더 이상의 저항과 거절은 무의미하다는 양 바닥에 툭툭 흘러내렸고, 입 꼬리는 움직이지 못하는 내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활짝 올라간 상태였다. 여자가 된 후 겪는 첫 경험. 강간이나 다름없는 고통과 굴욕에 기뻐하는 몸과 정신은……더 이상 ‘남자 신세린의 것’이 아니었다.
“아, 앗! 뿔룩대! 유린의 자지, 막 뿔룩대고 이쪄! 좆물 싸는 거야? 세린의 건방진 자궁을 정액으로 혼내주는 거야? 히힛♡”
아, 안 돼……!! 입에서 흘러나오는 창녀 같은 말과 달리, 내 정신 한 구석에 남아있던 제정신은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경고를 알렸다.
이 ‘하렘 어드벤처’에서 생리나 병과 같은 특수 상태는 존재하지 않았다. ‘사정=임신’이나 다름없었으며 이는 아내들을 범하고 임신시키며 알게 된 것 중 하나였다.
여자가 누구든 간에 질내사정이 완료되면 그 시점에서 임신 성공. 아기를 가지게 되는 것이었기에 지금까지 많은 여성을 기쁘게 했던 나였기에……이 절망적인 상황을 더욱 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현재 상황에서 만약 유린이 사정을 해버린다면……?
임신 ‘당해버린다’. 나한테. 다름 아닌 나한테. 지금까지 많은 여자들의 자궁에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액을, 찐득한 좆물을 뿌리던 그 자지에……임신 당해버려! 내가, 나한테 임신을 당해버린단 말이다! 안 돼! 그것만큼은 피해야 해! 그만둬! 싫다고 소리치란 말이야!!
“윽! 에, 헤헤……유린이랑 세린의 아기……틀림없이 귀여울 거에여……♥ 윽, 응컥! 아, 앗! 보지잇! 보지에 자지 쑤실 때마다 머리가 하얘져! 씨빨, 눈이랑 세상에 새하야케 변해! 응, 앗! 빨리이잇! 싸아, 싸아아앗!!”
나 자신에 의해 원하지 않는 임신을 당하게 될 마당에도……내 입은 말도 안 되는 것을 지껄이고 있었다. 눈에서 나오는 눈물은 쾌감과 고통 등 다양한 이유를 담은 채 땅으로 흘러내리고 있었으며, 식사를 하고 있는 아내들은 내 꼬락서니가 웃긴 것인지 음식물을 담은 입을 가린 채 킥킥대고 있었다.
“허억, 허억……세린! 싼다! 니 좆물에 처음으로 임신하게 되니 영광으로 알라고……으, 윽! 아읏!”
아, 끝났다.
그게 내가 느낀 최후의 절망이었다. 뿔룩대던 음경(陰莖)은 지금까지 봉인했던 고통과 쾌락을 단숨에 폭발시키듯 뜨거운 정액을 마구 토해냈다. 늘 뜨거운 액체가 질의 벽이나 천장을 때리며 누군가를 임신시키는 걸 경험했던 나한테 있어, 그 뜨거운 액체의 온도와 느낌은 【결코 겪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식탁보를 꼭 쥐고 있던 손은 어느새 느슨해진 상태였다. 자궁 안으로 들어오는 정액 속의 수많은 정자(精子)들은 내 자궁 내벽에 착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헤엄치고 있겠지. 평소대로라면 그 정자들의 활약에 기뻐해야 했지만……그 쾌감과 고통은 어디까지나 ‘주는 쪽’이어야만 했다. 이렇게 ‘받는 쪽’이 되어서는 안 됐고, 그럴 수도 없었다.
“아, 히힛♡ 유린의 아기, 임신해쪄…….”
내 입에서 나온 말은 절망의 선고(宣告)나 다름없었다. 몸과 영혼을 빼앗긴 채 그나마 남은 정신. 남자의 정신을 가졌던 나는 여자 몸에 들어간 지 하루도 안 됐는데 여자나 진배없는 태도와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몸이 지배당했다고 한들 그래도 남아 있어야 했던 정신은 어느새 ‘나한테 범해져 아기를 가지게 됐다’는 절망에 무너진 지 오래였다. 오히려 남자로서 이미 모든 게 끝났다는 절망 때문인지 홀가분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우, 웃……!!”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고 생각하자 눈물이 흘러나온다. 지금까지 싸워왔던 것. 되찾으려 했던 것. 모든 노력과 경험을 빼앗긴 것도 모자라 남자로서의 인생마저 빼앗긴 나한테 남은 것은……여자가 되어버린 정신과 몸. 자궁에 착상해버린 ‘신세린의 육체에서 나온 정액으로 얻은 아기’뿐이었다.
“후우……정말 좋았어. 내 첫 아기를 가지는 영광을 누렸으니 기쁘게 여기라고. 읏, 차…….”
서로의 소중한 부분이 연결된 채 그는 내 가슴과 배를 잡은 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마치 인형처럼 끌려간 나는 몸을 꿈틀대며 절정을 맞이하고 있었기에 도저히 식사를 할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뭐야……겨우 질내사정 한 번 당했다고 이 꼬라지라니. 하아……기껏 새롭게 얻은 몸으로 첫 식사를 하려고 하는데 이딴 상태면 기분 더럽다고. 이봐, 고깃덩이. 얘가 적당히 먹을 거 준비해서 침실에 보내.”
“으, 응……커윽……아, 아읏……!! 허, 끄윽…….”
자기 할 일을 다 마치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한 유린은 나를 아무렇게나 바닥에 놓아버렸다. 몸 안에 들어간 정액이 꿀렁대며 자궁을 자극했기에 약간의 정액이 뿜어져 나왔고, 아테나와 마리아는 나를 보며 ‘품위 없는 년’이라며 욕했다.
헬레나는 여왕기사단의 단원 두 명 정도를 시켜 나를 침실로 데려가라 했다. 비참한 나를 배려해서 그런 게 아니라 자기가 내 몸에 손을 대기 싫어서 그랬다는 건 굳이 설명을 안 해도 알 것이리라.
침대에 누운 나는 몽롱한 상태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화려한 레이스가 가득한 침대였지만……내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만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 하하……나, 강간당해버렸네……. 남자인 주제에…….”
웃으면서 할 말이 아니었다. 고개를 가볍게 젓던 나는 이제야 자유로워진 내 몸을 조금씩 움직이며 또 중얼거렸다.
“이래서야 완전 여자잖아……여자로 변한 것도 억울한데 마음이나 행동거지까지 여자가 되다니……이건 아니잖아, 헤헤…….”
유린한테 범해지며 느꼈던 쾌락과 고통. 사정으로 인한 임신. 남자로 지낼 때는 겪을 생각도 없었으며 겪어서도 안 됐고, 영원히 겪을 생각이 없었던 것을 두 개 다 한꺼번에 경험하니 머리가 마비된 거 같았다.
“……으, 흑……흐흑……!!”
흐르던 눈물이 더욱 흘러나왔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히 말할 수 있었다. 이 눈물에는 슬픔과 굴욕, 고통만이 들어가 있었다. 쾌락과 즐거움 따위는 한 점도 들어가 있지 않은……오욕(汚辱)의 슬픔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으, 흐윽……흐어어어엉……!!”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강간당했다? 빼앗긴 몸에서 나온 정액으로 인해 임신했다고? 내가? 16명이나 되는 아내들을 가졌던 남자 신세린이? 이게 뭐야……대체 이게 뭐냐고?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기에 지금도 믿을 수가 없었다.
식사? 식사다운 식사는 하지도 못한 채 놈의 식탁 위에 올라가 엉덩이를 흔들었다! 놈과의 더러운 정사를 겪던 중 배 밑에 묻었던 음식 찌꺼기나 양념은 아직도 남아 있었고, 이는 내 처절함을 더해주는 데에 더할 나위 없는 재료가 되었다.
내가 강간을 당했다는 것 또한 충격이었지만……놈의 반응과 아내들의 태도는 더욱 더 끔찍했었다. 웃었다! 날 보며 비웃었다고! 아내들이……!! 내가, 내가 정말 사랑하고 아꼈던 그녀들이 내가 울부짖는데! 도움을 바라는데! 도와달라며 소리를 치는 걸 보며 킥킥대며 웃다니……마치 우스꽝스러운 광대를 보듯이 비웃다니……!!
더 이상 내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내 편도. 나를 믿어주는 사람도. 사랑해주는 사람도.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지만……식탁에서 그런 치욕을 겪는데도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도, 구해주려 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은 상상 이상으로 내 정신을 강하게 뒤흔들고 있었다.
빵 두 개와 스프가 덩그러니 놓인 쟁반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웃기는군……이래서야 마치 저 음식 하나 얻자고 몸을 판 창녀 같잖아……. 겨우 이런 걸 위해 몸을 바친 싸구려 작부(酌婦)가 됐다고 생각하니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빵을 한 입 물고 스프를 먹으니 다시금 눈물이 펑펑 흘러나왔다. 바보 같이……왜 우는 거야. 이미 지난 일이야. 잊어. 잊고 밥이나 먹자고……. 어떤 일을 겪게 될지는 모르지만 무슨 일을 겪든 간에 체력은 필요하니까. 식사를 하지 않고 괜히 버티다간 어떻게 몸이 망가질지 모르는 일이고, 그런 일을 겪어서 손해 보는 건 나밖에 없을 테니까.
“……하, 하……맛, 없네. 하하…….”
먹을 것을 간신히 씹긴 했지만 좀처럼 목을 타고 내려가지 않았다. 뱃속의 꿀렁거리는 느낌은 아직도 정액이 자궁에 남아있다는 걸 알려줬고, 이를 생각하니 더욱 더 식욕이 달아나는 것 같았다. 내가 아내들한테 했던 짓과 똑같은 짓을 당한 것뿐인데 이토록 힘들다니…….
“……미, 안해……얘들아. 정말 미안해……흐, 흐윽……끄, 흐흐흐윽……흐어어어엉……!!”
더 이상 닿지도 않고 소용도 없는 사과였지만……그래도 해야만 했다. 전해지지 않는 마음을 계속 전하려 하듯이, 내가 전하고 싶었던 마음. 사과하고 싶었던 것을 계속 중얼거리던 나는 손에 있던 빵을 떨어뜨린 채 목 놓아 울었다. 아무도 없는 침실은 내 울음소리로 가득 찼지만 비웃음이나 연민의 눈빛을 보내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아무도 없는 침실이었지만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사과하는 건지. 무엇이 이토록 슬픈 것인지를 알고 있는 사람은 또 한 명 있었다. 오히려 나 이상으로 내 마음과 심정에 대해 잘 아는 사람. 내가 생각하는 모든 것을 꿰뚫어볼 수 있는 남자. 내 몸을 빼앗아간 빌어먹을 자식을 생각하니 억울함과 슬픔, 치욕까지 더불어 나왔기에 주먹으로 침대를 마구 때렸다.
내가 소중하게 여기던 모든 것들을 빼앗는 데에 이렇게 짧은 시간이 걸릴 줄이야……. 아내나 내 사회적 위치, 업적들뿐만이 아니었다. 원래 유린이 가지고 있던 몸에 멋대로 내 정신을 정착시킨 것도 모자라 순결까지 빼앗아버리다니!!
내 사랑하는 사람들을 ‘고깃덩이’나 ‘고깃덩어리’. 쓸모없는 년들이라고 부르는 것도 용서할 수 없었지만……이렇게 처참한 수준으로 전락해버린 내가 도대체 내 아내들보다 뛰어난 점이 뭐가 있단 말인가? 어떤 의미로는 아내들 이하의 고깃덩어리. 저항도, 도망도 칠 수 없는 창녀로 전락해버린 나 자신을 보니 눈물을 금할 수가 없었다.
끝. 정말 끝. 임신뿐만 아니라 모든 걸 다 잃고 이런 비참한 대접, 상상 이상의 굴욕과 치욕을 받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을 보니 ‘끝’이라는 글자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나지가 않았다.
악몽? 악몽은 끝이라도 있지. 내 아내들을 빼앗겼을 때부터 시작된 이 지옥(地獄)에 끝은 존재하지 않았다. 만약 있다 한다면 그건 아마……죽음을 뜻하겠지.
예전의 영광은커녕 남은 추억조차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시궁창에 낙하한 주제에 목숨을 잃기 싫어하다니. 명예보다는 생존을 선택한 나 자신도 우스웠다만……그 결과가 요 모양 요 꼬라지라고 생각하니 ‘어째서 당장 죽음을 택하지 않냐?’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모든 걸 잃고도 살아남으려 하는 이 마음과 태도는 사람으로서 옳은 걸까? 아니면 틀린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난 떨어뜨린 빵을 입에 넣었다. 먼지가 묻은 빵을 보니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눈을 감고 턱을 움직여 음식물을 음미한다.
몸을 빼앗긴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그 날.
나는……원하지 않는 임신을 하고 말았다.
============================ 작품 후기 ============================
남자가 여자로 변한 것도 억울한데 원하지 않는 강간-임신 테크트리라니. 매니아틱한 것도 정도가 있지 싶네요. 주인공 굴린다고는 했는데 이런 식으로 굴리다니. 진짜 이딴 글을 누가 썼나 모르겠습니다.
하루에 약을 몇 병씩이나 빨면 이런 글을 쓸 수 있게 될까요. 궁금하지만 별로 경험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전 모든 독자분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만한 클린~한 글을 쓸 생각이니까요.
……독자님들은 왜 그런 눈으로 저를 바라보시는 겁니까?
예? 제가 이걸 썼다고요? 하하, 농담도 잘 하십니다.
저 같이 순수문학가를 지향하는 사람이 이런 막장글을 썼을 리가 없잖습니까?
……네? 거울 앞에 서서……저 자신한테 레드썬을 걸어보라고요?
에이, 독자님들도 참.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아니 뭐, 하라니까 일단 해보겠습니다.
레드썬!
……
…………
………………
웃우우우우우────웃!
플로듀서, 원하지 않는 임신이에요 원하지 않는 임신!
여자가 된 것도 억울한데 자기 좆물과 정자로 임신해버리다니!
남아있던 정신줄을 분☆쇄! 옥★쇄! 대☆갈★채!
어느 애니에 나오는 게임 회사 사장이 무지 좋아할 거 같아요!
웃우우우우우────웃!!
플로듀서, 막장엔딩을 향해 전속☆전진DA!!
막장도 이런 개막장이 없을 거예요!
틀림없이 이 글에 등장한 주인공도 '아, 씨발……이게 무슨 건담 철혈의 오펀스나 유희왕 아크 파이브도 아니고……내가 주인공인데 꼭 이딴 꼴을 겪어야 해 씨발!?'이라며 화를 낼 것임에 틀림이 없어요!
덧붙여 드래곤볼 슈퍼가 들어가지 않은 이유는 현재진행형으로 그나마 두 개보다는 나아서 그런 거지, 절대 갓명작이라 그런 게 아니라는 걸 부연설명해요!
웃우우우우우우────웃!!!
플로듀서, 끝장이에요 끝장!
막장을 뛰어넘은 끝장! 이러다 진짜 끝장+막장+좆막장 엔딩으로 달려갈 거 같아요!
유희왕으로 치자면 '하름답군……궈렌다!' 수준이에요!
이런 수준으로 떨어지기 싫으면 죽을 힘 다해 글을 쓰다 죽는 거예요! 웃우우우웃!!
여러 모로 정신줄을 놓으니 피곤하네요. 신세린(메리사)입니다.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정말 기쁩니다. 남은 길은 얼마 되지 않지만 열심히 약을 빨고 '히힛, 이 소설은 막장이야! 작가 닮아 막장이라고! 오줌 발싸!'를 외치며 진행하겠습니다. 바로 코멘트에 대한 답변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로리콤MK님, 진행이 워낙 시리어스+NTR로 들어가다보니 이게 정말 예전에 보던 하렘 어드벤처인가 싶으실 겁니다. 저도 시리어스를 계속 쓰고 싶지는 않지만 스토리 진행을 위해, 완급 조절을 위해. 그냥 매일 하렘이나 19금씬을 쓰는 것보다는 이런 스토리 진행이 훨씬 더 저 자신한테도, 독자분들한테도. 모두한테 더 긴장감을 주지 않을까 싶어 쓰게 됐습니다. 저한테 있어서는 필력을 상승시키기 위한 길이기도 하구요. 당장 보기 어려우시면 끝이 난 후에 보시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늑대자리님, 원래라면 11월에 들어가 할 생각이었지만 기다리시는 분들도 계신 거 같아 예정보다 빨리 재개했습니다. 물론 시간이 앞당겨진 것 + 불펌 사건으로 인해 후반부는 크게 달라지겠지만……그 점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밖에 드릴 말씀이 없네요. 우선은 제가 할 수 있는 부분까지 최선을 다해볼 생각입니다.
고양이새벽님, 세린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즐기신다면 이번 편은 더 마음에 드실 거라 생각합니다. 꽤 노력해서 적었습니다.
zxc54님, 말씀하신 것 중 아이들과 아내들의 고통받는 모습에 대해서는 아마 확실하게 대답드리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나중에 설명드리겠지만 불펌건 등이 큰 문제라 말씀하신 부분의 묘사는 상당히 어렵게 됐습니다. 우선은 세린이 고통받는 부분으로 21챕터를 진행할 생각이니 이 점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거듭 작품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상입니다. 겨울이 돼서 그런지 콧물은 계속 나오는데 자주 닦아 콧살이 부어버렸네요. 여러분은 일정 온도나 습도를 유지하며 주무시기 바랍니다. 안 그러면 제 꼴 납니다. 그럴 바에 물 한 잔 정도를 컵에 담아놓은 후 주무실 때 가습기 대용으로 쓰시는 걸 추천합니다. 이 꼴 나봤자 좋은 건 하나도 없습니다.
추운 겨울, 늘 몸 돌보시며 보내시길 바랍니다.
모든 분들께 평화와 행복이 깃들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