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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렘어드벤처–당신의 아기를 낳고 싶어-183화 (183/235)

00180 「18-9 : 종언의 카운트다운 (10)」 =========================

영웅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악당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악당 없이는 영웅도 존재하지 않으며 시련 없이는 영광도 존재하지 않기 마련이다. 주인공과 라이벌. 대립의 구도가 있지만 대립 자체가 없으면 아예 이야기 자체가 성립할 수 없기에 경쟁자(競爭者)라는 개념은 알게 모르게 매우 중요한 개념이었다.

생각해보라. 아무리 많은 적이라도 메테오 스트라이크나 메테오 스웜 같은 마법 한 방에 우수수 다 나가떨어지면 대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먼치킨을 소재로 한 판타지 소설도 좋지만 가끔은 주인공이 힘겨워 하는 모습, 자기보다 강한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 모습 등도 보고 싶다.

최강무적초인 주인공이 나와서 모든 걸 쓸어버리면 상쾌는 하지만 재미는 없다는 소리다. 적이 있어봤자 아무런 소용도, 갈등도, 고조도 없는데 적이 필요할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허수아비를 죽이는 게 차라리 더 재미있어 보일 정도니 말 다했지.

적이 강하면 강할수록 주인공은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특별훈련(特別訓練). 흔히 말하는 ‘특훈’은 너무 오래되다 못해 요즘에는 쓰지도 않는 소재 중 하나다만……그런 소재가 나올 정도로 ‘주인공의 성장’은 많은 사람들한테 관심을 받는 소재이자 플롯 중 하나였다.

요즘에는 그런 플롯이나 성장 등이 지겨워 사람들이 잘 안 보자 아예 처음부터 ‘존나 쎈 주인공’을 만들어 활약시키기 시작했고, 이러한 장르를 ‘먼치킨’이라 부르곤 했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간에 이런 부류의 소설 등은 꽤나 인기가 있었다. 인기가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현실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사람들이 처음부터 존나 쎈 최강무적인데다, 불의(不義)를 참지 않고 나쁜 사람들을 무찌르며 정의를 행사하는 주인공을 보며 대리만족(代理滿足)을 느꼈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사람이란 참으로 웃긴 존재였다. 자기가 보고 있는 게임이나 만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결코 자기 자신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토록 빠져드는 모습이라니!

참으로 웃겼지만 나 또한 그런 사람들 중 하나라는 걸 생각하면 더욱 더 아이러니했다. 현실에서 얻을 수 없으니 창작물에서나마 안심과 위안, 행복을 얻으려 하는 그 모습은……참으로 슬픈 것이었다.

창작물을 통해 보거나 들을 때는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다. 현실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었던 즐거움과 짜릿함, 우월감을 모두 다 맛볼 수 있었으니까. 그뿐이랴? 예쁜 미소녀들이 헐벗은 모습으로 자신을 유혹하려는 것마저 볼 수 있으니 금상첨화지! 남자라면 모름지기 그런 이벤트를 한 번 정도는 겪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창작물을 다 본 후에는 다시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그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는 경험한 사람만 알 수 있으리라…….

다시 돌아온 세상에서 겪는 그 무력(無力)함! 자신은 창작물에 나오는 주인공이 아니라며 잔혹한 현실만을 들이대는 현실! 그게 얼마나 슬픈지 나는 알고 있었다. 나도 그런 생각을 했던 사람들 중 한 명이었으니까.

미소녀는커녕 여자 하나 제대로 사귈 수도 없었던 나한테 있어 현실은 영원히 겪어야 하는 고통스러운 스테이지였다. 주인공도 아니었다만 강제적으로 현실 세상에 던져진 나는 힘든 사정을 끌어안은 채 원하지도 않는 삶을 살아야 했다. 이 ‘하렘 어드벤처’로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근데……이 세상에 온 것도 결국은 카인의 농간이었다. 이미 나 외에 12명이나 되는 남자들을 모조리 죽인 그는 나를 철저히 가지고 놀았다. 내가 지금까지 일구어 놓은 모든 것들을 부수고, 빼앗았다. 그것도 모자라 내가 가진 힘도 대부분 가져가 버렸기에 지금은 내 한 몸 지키는 것조차 어려운 상태였다.

내가 가진 힘이라고는 하지만……그래. 카인이 나한테 준 힘이긴 했다. 그걸 빼앗기기 전까지 마음껏 썼었지. 근데……줬다가 뺏는 건 좀 치졸하지 않냐?

아니, 그렇게 강하면 내가 강하든 말든 상관없잖아! 절대 지지도 않고 죽지도 않을 놈이 가진 거 얼마 없는 놈의 힘을 빼앗다니! 이게 신이냐 치졸한 시정잡배냐?

이 세상에 와서 마침내 ‘내가 진정 있어야 할 곳’을 찾았다고 생각했었지만……그것마저 카인이 만든 환상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미칠 것만 같았다. 현실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미친 조물주(造物主)의 손 위에서 놀아나도 있었던 거니까. 기분이 안 나쁠 리가 없지 않은가?

아내와 소중한 것들을 모조리 빼앗긴 것도 미칠 노릇인데 아예 다른 마을로 추방까지 당한 나는 좀비 같은 괴물들로부터 간신히 도망쳐 이 ‘루인’에 다다르게 됐다. 이곳에서도 괴물과 싸우긴 했지만 지리적인 이점과 놈들의 패턴, 습성을 이용해 어떻게든 승리를 거두긴 했다.

마을에 남아 있던 생존자 ‘이루이’와 만나 식사와 휴식처를 제공받은 나는 자기소개를 하려는 찰나 이루이한테 ‘신세린 임금님 아닌가요?’라는 말을 들었다. 왕에서 물러난 것도 아니고 왕좌(王座)를 빼앗긴 거나 다름없기에 더 이상 임금이 아니었다만 그 건에 대해서는 나중에 말해도 됐기에 ‘어떻게 아냐?’라고 물어봤었다.

내가 그녀를 보고 발기한 것을 보고 ‘발기했다 → 다리 사이에 수상한 생식기가 있는 사람 → 남자 → ‘신세린’이라는 사람이 아닐까?‘라는 식으로 생각을 한 것 같았다. 바보인지 천재인지 모를 연상법이었지만 결론은 맞았기에 그냥 그러려니 했다.

내 이름을 알게 된 경위는 간단했다. 마리아와 아테나한테 부탁을 받아 만든 ‘좆물캡슐’을 다른 마을에 배분할 때 내 이름이 거론되어서 알게 된 거였다. 단순히 그거라면 이해가 간다 싶었지만 너무 많은 기대감을 가지고 날 보았기에 왜 내 자지를 무서워했냐고 물어봤다.

단숨에 표정이 어두워진 그녀는 카인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고 난 그 이야기를 듣자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일련(一連)의 상황에 카인이 안 들어간 곳이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였다. 절대자인 카인의 손에서 벗어날 가능성 따윈 제로(0)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카인이 직접 이 마을을 찾아왔었다고……?”

아내들을 남겨둔 채 사라지곤 했었기에 그게 이 사건에 연관된 것은 아닌가 싶었는데 이렇게 직접 사실을 듣게 되다니. 카미유에서 벗어난 후부터 생각하던 가설은 이미 현실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점점 더 가슴이 두근거렸다.

“예에. 그, 자기가 새로운 임금님이라며……저희 마을에 있는 어머니나 아줌마들, 친구들의 아기를 위해 왔다고 했었어요. 저희 같이 무역이나 수출이 활발하지 않은 지역에는 임금님이 누구인가 하는 건 사실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어서 별 신경을 안 썼었지만……직접 임금님이 오신 건 처음 있는 일이라 모두가 놀랐었거든요.”

하긴. 단순히 이름과 모습의 언급이라면 모를까 한 나라의 임금. 왕의 위치에 있는 카인이 직접 오니 구경이라도 하고 싶었겠지. 연예인이 촬영하러 온다 하면 그걸 보려고 수많은 사람이 몰려드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아, 나는 그런 곳에 안 갔다. 갈 기회도 없었지만 연예인을 보러 갈 정도로 드라마를 많이 본 것도 아니었거든.

임금이 누구인가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지만 ‘임금님쯤 되는 사람이 마을 사람들을 위해 직접 마을에 찾아왔다’라는 건 매우 흥미로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놈한테 전혀 관심 없는 나 또한 카인이 그러한 행동을 했다는 것에 놀랐으니까 말이지.

“새로운 임금님이라는 말에 몇 명은 의문을 가지기도 했어요. 캡슐을 분배할 때는 임금님의 존함(尊啣)이 ‘신세린’이었는데 왜 임금님이 바뀌었는지 물었어요. 자기를 카인이라고 소개한 그 남자는……세린님이 여왕님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을 위험에 노출시킨 채 도망갔기에 왕위를 박탈(剝奪)당했다고 말했어요.”

“아, 그 씨발 새끼가 뒤질라고!”

난 결국 참지 못하고 고함을 쳤다. 이루이가 ‘히, 히익! 죄, 죄송해요!’라며 놀랐기에 너한테 그런 거 아니라고 다급히 손을 흔들었다. 그 씹새끼가 뒤질라고 환장했나? 뭐? 내가 모두를 위험에 노출시킨 채 도망가? 이런 개좆만한 새끼를 보았나? 자기가 온갖 판을 벌여놓고 이제 와서 나한테 책임전가(責任轉嫁)를 했다 이거지?

내가 아내들을 모욕하며 책임전가를 했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뻔뻔한 행동이었다. 뭐어? 아내들을 위험에 노출시키고 도망가? 이런 개새끼가!? 괴물들의 소환부터 시작해 청록색 촉수괴물이 빔을 내뿜게 만든 것도 모두 자기인 주제에 내가 없는 곳에서는 그딴 구라를 쳤다 이거지?

와아……할 말을 없게 만드는 것도 정도가 있는 법이지! 이건 완전 고소감 아닌가? 헛웃음이 막 나왔기에 이루이가 ‘괘, 괜찮아요?’라며 걱정했다. 난 물론 ‘안 괜찮다’라고 대답했지. 걱정해준 건 고맙다만……넌 이게 괜찮은 걸로 보이니?

“후우……그래. 걱정해줘서 고맙고, 미안해. 계속 이야기 좀 해줄래?”

“그, 그게…….”

이루이는 척 보기에도 망설이고 있었다. 이런……나 때문에 겁먹은 건가.

“미안. 조금 전에 괜찮냐고 물어봐줬는데 이상한 대답해서. 그……나 때문에 그러는 거라면 사과할게. 정말 미안해.”

괜찮냐고 물었는데 안 괜찮다고 대답하는 건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무례한 대답이 될 수도 있는 말이었다. 실제로 안 괜찮아서 ‘안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지만 상대방은 ‘이 쉬벌놈! 괜찮냐고 물었는데 그딴 식으로 대답하다니! 사람이 걱정하면 빈말로라도 괜찮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님!?’이라며 화를 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루이한테 악감정은 없지만 의도치 않게 겁을 먹게 한 것일지도 몰랐기에 최대한 진심을 담아 말했지만 여전히 그녀는 망설이고 있었다. 이상하다……그거 외에는 딱히 겁먹게 한 게 없는데? 왜 저렇게 망설이지?

“그, 그게……실은요.”

“응.”

망설이는 이유를 스스로 말해주니 고맙긴 한데, 대체 왜 저렇게 주저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만약 내가 소리를 지르거나 소란을 부릴까봐 무서워하는 거라면 절대 그러지 않을 거라 약속해야겠군. 기껏 얻은 카인의 단서다. 놓칠 수는 없지.

“카, 카인이라는 사람이……그거 외에도 세린님을 많이 비난했거든요.”

전언철회(全言撤回)다. 앞으로 더 화를 내고 소리를 질러야겠군. 주변에 남은 괴물은 보이지 않았지만 설령 더 온다 하더라도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오호, 이 새끼 봐라? 자기 이야기도 아니고 태클 거는 사람도 없다고 아주 온갖 소문을 다 냈다 이거지? 나도 나름 음흉한 놈이라 생각했었지만 이놈이랑 비교하니 나는 아주 순수 그 자체구만 쒸팔!

벌써부터 머리가 심하게 아파오는 느낌이 들었다만 그렇다고 안 들을 수도 없는 노릇이잖냐! 울며 겨자 먹기로 들을 수밖에 없었기에 계속 이야기를 해 달라 했다. 이루이는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세린님이 퍼뜨린 좆물캡슐은 생명의 씨앗을 대체하긴 했지만……그. 으으…….”

젠장! 딱 봐도 ‘이걸 말하면 화를 낼 거 같아서 말할 수 없어요’ 표정이군! 난 탁자를 두 손으로 강하게 잡은 채 땅을 보며 말했다.

“화 안 낼 테니 계속하렴.”

이루이는 괴로운 표정으로 숨을 크게 들이마신 후……입을 열었다. 말을 하긴 하지만 전하기 싫은 내용을 말할 수밖에 없는 그녀의 고뇌가 표정으로 생생하게 전해진다.

“세린님의 좆물캡슐로 얻은 아기는……쓰레기나 다름없으니 엄마나 친구들의 보지에 자기 좆물을 선물하러 왔다고 했어요…….”

개씨발 새끼. 넌 수도로 돌아가면 바로 사형 확정이자, 썩을 새꺄. 마음 같아서는 이 탁자를 손으로 뜯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능력도 안 됐고, 그래봤자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런 죄도 없는 엄한 탁자를 뭐 하러 뜯냐? 이걸 뜯는다고 뭐가 달라지냐?

조심스러워하는 이루이한테 이야기를 계속하라고 했다. 이대로 하나하나 반응하면 끝이 없다. 화는 나중에 낼 수 있다. 지금은 상황이 이렇게 된 원인, 카인의 행동을 듣는 게 급선무다.

“그, 경비대원분들한테서 자지나 섹스에 대해 들었던 사람들은 세린님을 그렇게 나쁘게 표현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졌지만……섹스를 한다는 것에 큰 기쁨과 기대를 나타냈어요. 카인이라는 사람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마법을 써서 자기랑 똑같은 사람을 많이 만들어냈어요.”

분신술인가……. 잃어버린 마법이 설마 이런 곳에서 그런 용도로 쓰이게 될 줄이야. 나나 그 새끼나 생각하는 건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분신술은 공격이나 방어를 비롯한 전투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였지만, 섹스만큼 용도가 많은 때는 없었거든. 망할. 나와 그놈의 코드가 이렇게 맞아 들어가니 기분이 뭣 같으면서도 오묘했다.

“마을을 점점 채우는 카인은 그, 커다랗게 변한 자지를 꺼냈어요. 집, 길가, 성벽, 경비대의 막사……장소에 상관없이 카인과 몸을 나누기 시작했어요. 그, 그때부터 무언가가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했어요. 평소에는 괴물의 출현에 주의하던 경비대원 언니들까지 무기를 내팽개친 채 카인의 자지를 빨고 있었거든요…….”

망할. 카미유에서 봤던 은색 비키니 아머(하반신)와 정액은 바로 그것 때문이었나……. 나와 달리 마력에 제한이 없는 카인이다. 마음만 먹으면 이 세상을 그의 분신 투성이로 만들 수도 있었겠지.

“늘 마을 사람들을 위해 일에 충실하던 언니들이 무기를 던진 채 자지를 빨거나 좆에 박혀 신음을 내는 걸 보니……너무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전 엄마와 친구들을 말리려 했지만……엄마는 카인의 분신들 중 두 명의 자지를 양손으로 잡은 채 그걸 빨고 계셨어요. 제가 말리니……엄마는…….”

눈물을 머금은 이루이는 손을 부르르 떨었다. 망할. 아무리 봐도 그녀들의 행동이나 태도는 아내들과 똑같았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 의식이 녹아들어간다는 그 느낌. 몸과 정신을 지배당하는 느낌은 나도 경험해봐서 알지만 더 큰 문제는……지배의 영향으로 인해 친한 사람이나 가족한테 생각지도 못한 폭언, 폭행을 저지를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2주 동안 야만족의 죽음, 파괴된 마을, 괴물과의 사투를 모두 겪으며 간신히 도착했더니 나한테 ‘살아 있었냐’라고 말했던 혜린의 행동이 바로 그러한 것이었지.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것도 대단한 반응이었다. 아예 ‘넌 누구냐?’라고 말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도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정신을 지배했다는 것은 나를 위해 카인이 특별히 배려해준 것……이라 생각했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 사람이 있다면 이 소설을 처음부터 여기까지. 확실하게, 차분히 다시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 소설은 BL도 아니고 카인은 그렇게 배려심 넘치는 새끼도 아니다. 그렇게 배려심 넘치는 새끼가 내 캡슐로 만들어진 아기를 쓰레기라고 깠겠냐? 여자들을 쓰다 버리는 장난감처럼 썼겠냐고. 절대 그렇게 착한 놈이 아니었다. 내가 그렇게 오래 산 것은 아니지만 카인만한 사이코패스 + 소시오패스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자기 자신의 즐거움과 목적을 위해서는 몇 명이 죽어도 상관없고 그들의 죽음마저 자신을 위한 것으로 이용하다니. 심지어 살인이나 누군가를 지배하는 일이 나쁘다는 생각조차 안 하는데 이걸 미쳤다고 말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에 미친놈은 단 한 명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겠지!

아내들이 나를 알아볼 수 있도록 만든 것은 내 반응을 보고 즐기려는 것 + 아내들의 죄책감과 정신적 타격을 위해서였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를 괴롭게 만듦으로써 모두가 죄책감과 정신적인 타격을 받게 만들다니. 진짜 못돼 처먹은 것만 배웠다.

그런 비열한 짓을 저지른 놈이다. 이루이의 어머니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을 자지(좆)에 환장한 여자로 만들어 버리다니……. 그 참상(慘狀)을 보며 살아남은 것도 불쌍했다만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저토록 몸을 떨 정도니 얼마나 심한 말을 하게 했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을 정도였다.

“어머니인 내가 즐겁게……좆을 빨고 있는데……그, 그걸……방해하는 저 같은 년은……빨리 꺼지라고……흐윽……!!”

하아……. 결국 나 또한 한숨과 눈물을 동시에 흘려야만 했다. 이 미친 새끼 또 사고쳤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마을 사람들을 괴물로 만든 것도 용서 못 할 짓이다만, 아무런 죄도 없는 여자한테 평생의 상처가 되고도 남을 폭언을 날리다니. 넌 진짜 뭐하는 새끼냐?

비록 내가 겪은 일은 아니었다만 눈물이 조금 나올 정도로 심한 내용이었고, 나 또한 비슷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었기에 동정심이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루이는 눈물을 흘리면서 계속 입을 열었다. 그 당시 들었던 말을 지금에 와서도 믿을 수 없다는 양…….

“자, 자지만 있으면……좆물만 있으면 저 같은 년보다 훨씬 예쁘고 아름다운 애를 만들 수 있으니……마, 마을 밖에 있는 괴물한테 강간당해 죽든 찢어발겨져서 뒈지든……아, 알아서 하라고……흐윽……!!”

위가 쓰라리다. 내가 들은 말도 아닌데 실제로 들은 느낌이 났고 그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미친 자식 같으니라고! 저게 할 말인가? 저게 부모가 자식한테 할 말이냐고!? 말이 아니라 감히 생각조차도 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카인이 이 세상의 사람들을 쓰레기나 장난감처럼 여긴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만……이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내가 당한 것도 결코 심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만 그 대상은 항상 나였다. 로라나 메이, 안나나 니나 같은 모녀가 서로한테 폭언을 할 때는 섹스를 할 때뿐이었다. 늘 사이좋았고 서로를 소중히 여기던 모녀라 하더라도 심한 말은 어디까지나 사랑을 나눌 때뿐이었지.

그 말에는 진심은 별로 들어가 있지 않았다. 격한 섹스를 하며 흥분해버린 뇌와 육체가 조금이라도 나의 사랑을 받기 위해 자극적이며 용서받지 못할 말을 하는 것일 뿐. 섹스가 끝난 후에는 모두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를 소중하게 대하고 여겼었다.

하지만 이루이는? 이루이는 내 주위의 사람도, 내 아내도 아니었다. 아무런 상관도 없는 아이가 어머니한테 ‘너 같은 년은 얼마든지 나을 수 있으니 알아서 뒈져라’라는 말을 듣다니! 함께 즐겁고 따뜻한 시간을 보냈던 어머니한테 죽어버리라는 폭언(暴言)을 듣다니! 상상만 해도 끔찍한데 실제로 들은 그녀의 마음은 과연 어떠했을까?

“그, 그건 진심이 아니었을 거야! 카인이랑 같이 있는 사람들은 자기 의지랑은 상관없이 이상한 말을 하게 되니까, 그러니까……그건 너희 어머니의 진심이 아냐! 너희 어머니가 할 말이 아니라고!”

누군가 들어도 못 믿을 말이었지만 사실이었으며,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위로였다. 어설픈 위로를 한다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최대한 내가 아는 사실을 전할 수밖에 없지. 그녀는 훌쩍거리면서도 고맙다는 말을 했다.

“고마워요, 세린님……. 훌쩍.”

황야와 초원을 번갈아 걸어오며 아내들을 모욕했었다. 이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카인의 아랫도리에 매달린 채 자지만을 원하는……너희 같은 년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내가 불쌍하다 못해 가련하다며 온갖 욕을 다 했었지.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루이가 우는 모습을 보니 아내들이 겹쳐 보인다. 내가 병신인 건지, 사람이 좋은 건지는 모르겠다만……어느 쪽이든 간에 슬펐다. 난 여전히 내 아내들을 보고 싶어 했다. 내 생각 이상으로 말이다.

주위에 있는 휴지를 뽑은 후 그녀의 코에 댔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왜 이런 행동을 하냐는 메시지를 담아 날 본다. 하아……아이나 생각나네. 그 아가씨, 지금쯤 뭐 하고 있을까. 나 같은 놈은 빨리 뒤지라며 저주하고 있지 않을까 걱정이다.

“흥!”

“……네, 네에?”

아, 이 아가씨 진짜! 척하면 척!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들어야지! 이렇게 눈치가 없어서야 원……. 속으로 짜증을 내며 다시 한 번 말한다. 이번에는 알아듣기 쉽게.

“코 풀라고! 흥! 시원하게! 안 그래도 눈물 나오는데 코까지 훌쩍 거리면 좀 그렇잖아.”

이루이는 고개를 조금 끄덕이더니 시원하게 코를 풀었다. 망할! 아이나보다 훨씬 더 콧물이 많군. 손에 약간 묻은 것까지 확실하게 닦은 후 휴지를 버렸다. 아이나나 아이라. 둘 다 울 때 콧물을 자주 흘렸었지. 걔들 콧물 닦는 건 싫다만 카인이 이 짓을 대신 한다 생각하니 짜증이 물씬 든다.

나도 참 웃긴 짬봉이라니까? 걔들 콧물 닦아주는 건 더럽다, 귀찮다 핑계 대며 싫어하는 주제에 카인이 그걸 대신한다 생각하니 분노가 치밀어 오르다니……이게 바로 ‘부모님의 마음’이 아닐까 싶었다.

……아니지, 시발!? 생각해보니 웃기네!? 난 걔들 남편이었는데 왜 내가 ‘부모님의 마음’을 느끼는 건데!? 왜? 어째서? Why!? どうして(도우시테 - 어째서)!? 이런 빌어먹을! 걔들 콧물 닦아주는 사이에 나도 모르게 ‘남편’보다는 ‘아버지’에 가까운 포지션이 됐다는 거잖아!? 아아, 빡친다! 정말 속이 끓다 못해 터지는 게 아닐까 싶었다.

“아, 아하하……아하하핫!”

이대로 터지는 거 아닌가 싶었던 내 분노를 멈춘 건 이루이의 웃음소리였다. 그녀는 나를 보며 배를 잡은 채 웃고 있었고 나는 ‘얘가 왜 이러지?’라는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음, 즐겁게 웃는 걸 보니 좋긴 좋은데……있잖아, 이루이야. 설마 싶어 묻는 건데……비웃는 건 아니지? 응?

이루이는 내가 쳐다보자 한손을 쫙 폈다. 그 손이 ‘죄송해요, 너무 웃겨서……금방 웃는 걸 멈출게요’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 싶었지만 실제로 웃음이 멈춘 건 5분 정도가 지난 후였다.

“하아……하아……죄, 죄송해요……너무 웃겨서…….”

숨까지 몰아쉬는 걸 보니 웃기긴 웃긴 거 같았다. 문제라면……나는 어느 부분에서 왜 웃어야 하는지 모른다는 거지.

“응, 난 웃기지는 않은데……어느 부분이 웃겼는지 좀 말해줄래?”

이루이는 뺨을 긁으며 말하는 걸 주저했다. 아, 혼날까봐 그러는 건가? 웃기는 웃었는데 그 폭소의 원인을 듣고 화를 낼지도 몰라 저러는 거겠지. 말해도 화를 안 낼 거라 말하니 곧 밝아진 얼굴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얘……메이보다 더 어린 거 아닐까?

“그, 그게……보통 울면 울지 말라든가, 괜찮냐고 묻는데……세린님처럼 코를 풀라고 휴지까지 대준 사람은 처음이었거든요.”

“그게 웃겼어? 난 내 아내들이 울 때마다 이 짓을 했는데?”

“부흡!”

앗, 또 웃었다. 웃는 건 좋은 현상이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웃으니 살짝 비웃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미안하다는 표정과 참을 수 없는 웃음이 어우러지니 미안한 느낌이 들긴 든다. 본인은 진지하게 말하는 건데 웃음이 막 튀어나오니 좀 그렇겠지.

비웃음을 당한다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기분은 별로 안 나빴다. 내가 아내들, 괴물, 카인, 야만족 등. 여러 사람들한테서 온갖 쿠사리, 험담, 악담, 욕, 막말을 들었기에 저 정도는 간의 기별도 안 갔다니까?

하핫, 모르는 사이에 내 멘탈이 이렇게 강해지다니! 다음에 아내들을 만나면……아, 안 되겠네. 아내들이랑 만나는 걸 생각만 했는데도 멘탈이 부서질 거 같았다. 쓸모없는 유리 멘탈 같으니라고.

어머니로서는 감히 입에 담을 수도 없었던 잔인한 말. 그걸 떠올린 것만으로도 눈물을 흘리던 이루이는 내 바보짓 덕분에 그나마 슬픔을 잊은 것 같았다.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것은 그 웃음이 완전히 멎은 이후였지만……이상하게도 기분이 나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슬프고 괴로운 일만 쭉 이어졌던 건 나나 이루이나 같았으니까.

이야기랑은 상관없지만……그녀가 웃었던 이유에는 코를 풀어준 것만 있는 건 아니었다. 코를 풀어준 후 내가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때로는 분노하고 가끔은 한숨을 쉬곤 하는 행동이 너무 웃겼다나?

아이나랑 아이나의 코를 풀어주는 것부터 시작해 다양한 생각을 하며 화를 내긴 했었지만……그게 다른 사람한테는 그렇게 보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해봤기에 또 다른 지식을 얻게 됐었지.

표정이나 감정의 전환이 너무 빠른 것도 문제가 아닐까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 사건이었다.

============================ 작품 후기 ============================

새롭게 만난 여성 '이루이'는 의외로 세린과 잘 어울리는 거 같네요. 이루이라는 이름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지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자세히 떠올려보니 제2차 슈퍼로봇대전 알파의 여캐 이름이었습니다. 꽤 예전에 플레이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 걔도 이루이였지'하는 느낌이 나네요.

고귀해보이는 카인이었지만 실상은 다른 마을 돌아다니며 세린을 까고 있었다니. 레이 시리즈를 써서 죽을 각오로 만든 좆물캡슐을 쓰레기라고 하니 빡칠 만도 하겠죠. 뒷담화 까는 것도 안 좋지만 돌아다니며 대대적인 디스를 하다니. 세린이 언젠가 열불 나서 미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코멘트에 대한 답변입니다.

고양이새벽님, 이루이는 조력자 및 카인의 행동을 알려주는 캐릭터라 보시면 됩니다. 유일하게 살아남았기에 세린과 행동을 같이 할 뿐 아니라, 세린이 안 보는 곳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상세하게 가르쳐주는 역할이죠.

단역 비슷한 느낌이긴 하지만 아예 아무것도 모른 채 돌격하는 것보다는 상세한 걸 깨달으며 궁리하는 게 훨씬 더 좋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대놓고 어택땅 꼬라박보다야 전략을 짜는 게 훨씬 더 좋지 않을까요.

이상입니다. 드디어 내일부터 9월이네요. 2017년도 이제 4개월 정도 남았네요. 이 소설을 시작한 게 11월 말이니 이제 곧 1주년이 될 거 같습니다. 쉬는 타임을 제외하면 한 주 다섯 편씩, 꾸준히 올렸습니다. 그 덕분에 많은 분들이 봐주셨고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은 남았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는 작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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