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어드벤처–당신의 아기를 낳고 싶어-152화 (152/235)

00150 「15-9 : 절망으로 가는 길 (5)」 =========================

“시발 새끼들!”

욕을 하면서도 바지런히 총을 쏴댔다. 목표는 물론 괴물이었다. 안즈는 이미 다른 놈과 싸우고 있었기에 내가 다른 놈들을 막아야만 했지만……수가 너무 많다! 네 마리라니!? 한 놈을 안즈가 맡는다고 쳐도 세 마리를 동시에 막으라고? 내가 맥가이버로 보이냐!?

“안즈! 빨리 해, 세 마리를 내가 어떻게 막아!?”

“버텨, 등신아!”

“누가 등신이래, 씨팔년아!”

우린 서로한테 욕을 하면서도 적한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친근해서 욕을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욕이 나와서 욕을 한 것이었다. 은채도 나한테 욕을 했지만 나의 아내가 된 이후로는 욕을 별로 하지 않았다. 해도 가벼운 욕, 질투심에 막 튀어나온 것이었지.

그녀와의 섹스는 즐거웠지만 결국 마지막에 했던 말이 트라우마를 건드린 것 같았다. 망할. ‘너도 내 아픈 곳을 찔렀잖아’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을 걸지 않았기에 함부로 꺼낼 수가 없었다. 말 자체를 안 하는데 괜히 그런 말 꺼내서 싸움을 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3일차. 지옥이었다. 2일차까지는 순조로웠는데 왜 3일차부터 이 지랄을 하냐고 묻는다면……답이야 뻔하지. 물을 게 뭐 있겠어? 그 머리 하얀 시발년이 ‘ㅋㅋㅋ너님들 잘 되는 꼬라지는 못 봐주겠네. 받아라, 밸런스 패치의 빛!’이라며 괴물을 끌어 모은 덕분이지.

누군가 ‘아니다, 이 악마야!’라고 말하는 거 같았지만……신경 끄자. 지금은 그런 것보다 나와 안즈. 두 명의 목숨을 고민해야 할 때다. 3일차의 아침을 먹은 우리는 여전히 살금살금 걸으며 적을 파악하려 했다. 얼마 안 가 한 마리가 보여 쓰러뜨릴 생각으로 다가가는데……한 마리가 더 있는 게 아니던가?

갑자기 한 마리가 더 늘어난 것이 의문이었지만 그래도 2마리. 우리가 한 사람당 한 마리씩을 맡는다면 어떻게든 해치울 수 있는 숫자였다. 가까이 다가가며 습격으로 전투를 시작하려 한 그 순간……뒤에서 ‘듣고 싶지 않은 소리’가 들렸다.

습격을 하려다가 그만둔 어정쩡한 포즈로 뒤를 돌아보니……아하하, 왜 우리 뒤에 괴물이 있지? 그것도 두 마리씩이나? 내가 미친 걸까?

음, 아니. 미치긴 했지만 숫자도 하나 못 셀 정도로 미치진 않았는데? 그럼 뭐야? 얘들이 우리가 하는 것처럼 살금살금 걸어 우리 뒤를 잡았다는 거네?

“이런 개새끼들이!”

욕을 한 사발 던지며 총을 쐈다. 경솔한 행동이었다고? 앞에 있는 두 마리는 우리를 눈치 채지 못했지만 뒤에 있던 이놈들은 다르다. 아예 소리까지 죽이며 우리 뒤로 다가온 놈들이다. 어느 쪽이 더 위험한지는 말 안 해도 자명한 것이 아니겠는가!?

긴급하게 쏜 탄알이었지만 늘 사격 때는 조준부터 하고 쏘는 게 버릇이 됐다. 한 놈의 얼굴 주변에 맞았는지 가래 끓는 괴성을 지르며 촉수를 마구 흔들어댔다. 나와 안즈는 샌드위치가 될 뻔했던 자리에서 급히 벗어났다.

놈들을 족치려 했던 계획은 순식간에 놈들한테 습격 받는 해프닝으로 바뀌었다. 공수(攻守)가 순식간에 바뀌자 더욱 더 위기감이 느껴진다. 좌우에서 모여드는 두 마리를 보니 한숨이 푹푹 나온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런 습격은 전혀 없었다. 불안하다 싶어 가끔 뒤를 보기도 했지만 저놈들은 정말 소리 소문도 없이 나타난 놈들이었다. 저런 놈들이 뒤에 있었다면 도망쳤지, 미쳤다고 습격을 하려 했겠냐?

생각지도 못한 습격이었지만 그 원인이 누구인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그 썅년……언젠간 정말로 피눈물을 흘리게 해주마. 남 눈에서 눈물 흐르게 하면 자기 눈에서는 피눈물 흐를 거라는 말, 안 들어봤냐?

승산 없다고? 승산 없는 거 알거든요? 그치만 승산이 없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었다. 그건 마치 ‘ㅋㅋㅋ 너님은 헬조선에서 흙수저로 태어났습니다! 흙수저로 태어났으니 그냥 입 닥치고 죽으세요! 아, 부조리한 일을 당하더라도 절대 화내지 말고요! 네깟님 따위가 화를 내봤자 좋은 일 하나도 없어요!’라는 말과 같았다.

자세히 보면 저 말 안에는 정말 교묘하면서도 용서할 수 없는 단어가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흙수저? 아니다. 부조리한 일을 당해도 화내지 말라고? 아니다. 절대 용서할 수 없는 단어는 바로 ‘네깟님’이었다.

남을 높여 부르는 ‘님’자와 ‘네까짓 놈’할 때의 ‘네깟’이 합친 단어. ‘네깟님’. 상대방을 높여 부르는 듯 했지만 실제로는 마음껏 내려다보며 바보취급하고 있는 게 물씬 풍겨나는……참으로 용서할 수 없는 단어였다.

힘이 없으면 죽으라니? 흙수저라면 부조리한 일을 당하더라도 입 닥치고 꾹 참고 있으라고? 씨발, 장난 빠냐? 그럴 거면 대체 인권(人權)은 무엇을 위해 존재한단 말인가? 부조리한 일에 소리 높여 대항하는 게 인간의 권리 아니던가? 민주주의의 정신 아니었냐? 근데 죽으라고? 입 닥치고 오들오들 떨다가?

내가 이 ‘하렘 어드벤처’에 와서 많은 것을 경험했지만 저런 말은 결코 용서할 수가 없었다. 한국과 달리 이곳에서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 불의(不義)에 맞서 싸웠으며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끝까지 밀어붙였다.

헌데 이게 다 뭐냐? 그 머리 하얀 시발년, 백발의 여자는 이 세상의 주인이자 신이다. 그래서, 죽으라고? 당하면 당하는 대로 ‘헤헤, 우리 신께서 죽으라는데……암, 죽어야죠! 스스로 죽겠습니다, 헤헤……’거리며 자살을 하라고? 장난 빠냐? 창조주가 말하면 그냥 웃으며 죽어야 하냐? 입 닥치고 뒈져야 하냐고!?

“뒤질 거면 니들이나 뒤져라, 더러운 새끼들아!”

난 그 ‘위대한 창조주’가 내려준 선물. 이 엿 같은 상황과 내 눈앞의 괴물들을 싸잡아 욕하며 M16A1의 방아쇠를 당겼다. 조금 전에 얼굴을 맞은 놈을 향해 또 쏘자 이번에는 촉수로 얼굴을 감싼 채 나를 향해 돌진해왔다.

“멍청아! 피하지도 못하는 주제에……!!”

욕하면서도 안즈는 날 챙긴 채 재빨리 이동했고 놈의 돌진은 허공을 가를 뿐, 누구한테도 타격을 주지 못했다. 원래라면 강한 마법으로 놈들을 일망타진해야 정상이겠지만……마법내성이 있을뿐더러 내가 쓸 수 있는 마법은 모조리 없어진 상태. 그런 영웅적인 활약을 바랄 수는 없었다.

“저 덩치는 내가 맡을 테니까 넌 어떻게든 도망치고 있어!”

“야, 3:1을 내가 어떻게 이겨!?”

안즈의 말에 곧바로 반발했다. 넌 내가 슈퍼맨으로 보이니? 하늘도 날 수 있었고 강한 마법도 쓸 수 있었지. 과거에는!

왜 흔히 말하잖아. 왕년(往年)에는 나도 잘 나갔다, 이런 말. 나야 물론 왕년이나 지금이나 바보긴 하다만, 그래도 납치되기 전에는 마법이나 많이 썼었지! 아무런 마법도 못 쓰는데 3:1을 버티라고? 농담에 조예가 깊은가 보네!

“귓구멍 막혔냐!? 도망치라고 했잖아! 너랑 내가 힘을 합쳐도 동시에 네 마리는 못 없애! 내가 아무리 배가 능력을 써도 한 마리 이상은 버겁다고!”

“어제 좆물 꼴깍대며 무적이라고 지껄이시던 건 어디 사는 누구인지 기억은 나십니까!?”

내 말을 들은 안즈는 얼굴이 빨개졌다. 젠장. 이런 식으로 어제 일을 꺼내게 될 줄이야. 내가 원해서 이런 말을 한 게 아니란 말이다! 오히려 서먹했던 사이를 다시금 원만하게 만들려고 노력했었는데 왜 하필이면 이딴 말만 나오는 걸까?

내가 한 말은 단순히 기분만 나쁘게 하는 효과만 지닌 게 아니었다. 어제 일을 떠올리게 했으니 정사(情事)의 끝도 회상하게 만들었겠지. 그녀를 살인자로 몰아넣었던 내 실수. 살아남기 위해서는 죽일 수밖에 없다며 울부짖던 그녀. 어느 쪽이든 간에 최악의 기억을 최악의 상황에 떠올리게 했다. 아침인데 앞날이 참 캄캄했다.

“……미안하다.”

또다. 또 사과만 하는군. 못된 짓을 하든 뭘 하든 간에 사과는 내 몫이었다. 안즈는 어느새 외로워 보이는 표정으로 변해 있었다. 난 정말 빌어먹을 멍청이다. 당장 배가 능력을 풀가동 시켜 싸워도 모자랄 판국에 배가 능력을 쓰는 것에 죄책감을 가지게 하다니.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이 따위 대가리로?

“……최대한 빨리 죽일게.”

“뭐?”

괴물들은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 원래라면 단숨에 우리를 죽이기 위해 빔을 뿜어야 했지만 함부로 설치다가 눈이나 입에 탄알, 투영마술을 처맞기는 싫었던지 촉수를 마구 움직이고 있었다. 약아빠진 새끼들. 지들 목숨이 아까운 건 아는구나?

“일단 한 놈만 골라 죽을 때까지. 최대한 빨리 죽일 테니까……넌 최대한 도망쳐. 버티든 도망치든 뭘 하든 간에……최대한 싸움을 피해. 할 수 있지?”

“어……자신은 없는데.”

보통 사람이라면 ‘시발, 누구는 자신 있어서 해?’라고 대답을 했겠지. 군대에서도 그랬잖아. 사격이나 근무, 훈련할 때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라거나 ‘자신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면 흔히 이렇게 대답하지.

‘시발 누구는 밖(사회)에서 해보고 온 줄 아냐? 닥치고 하라고’라거나, ‘자신 없는 건 다 마찬가지거든? 빨리 해라’라고. 군대에서 들었던 걸 또 여기서도 듣나 싶었지만, 내 예상과 달리 안즈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자신은 없지만 실력은 있잖아.”

얘 갑자기 왜 이럼? 어제도 그렇거니와 이런 말을 하니까……꼭 나를 인정하는 듯한 느낌이 들잖냐. 어제까지 욕하고 목 조르며 몸을 나누었던 그녀가 이런 말을 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음……뭐라고 해야 하지? 저런 말을 들었는데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하자니 손해 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아, 그래. 꼭두각시. 그게 딱이군.

“그 지옥 같은 숲에서 살아남았어. 너한테는 실력이 있다고. 좀 더 자신을 믿어.”

그 말을 마지막으로 안즈는 괴물한테 달려들었다. 조금 전 나를 향해 돌격했던 놈은 배가 능력을 쓴 안즈의 접근 & 공격에 맥을 못 췄다. 한 대 한 대에 무게와 증오, 분노를 가득 담은 안즈의 주먹이다. 오히려 저걸 모두 다 흘리거나 막으면 그게 이상한 거지.

성격대로라면 응원을 하며 꿀을 빨고 싶었다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안즈가 한 놈을 상대하자 세 마리의 괴물은 나 한 명으로 타겟을 좁혔다.

이 씹새끼들 봐라? 협동심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주제에 사냥할 때는 포메이션까지 짜네? 분노가 하늘을 뚫고 대기권까지 돌파할 기세였다만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는 건 없었기에 조준에 들어갔다.

세 마리가 동시에 입을 번쩍이자 난 중앙에 있던 놈을 향해 돌격했다. 도망친다면 궤도를 수정할 찬스를 줄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중앙에 있던 놈을 향해 달려들며 총을 쏘니 놈은 곧바로 촉수를 써서 막았다. 한 명의 빔 공격이 캔슬되자 곧바로 놈의 주변을 맴돌며 총과 투영마술을 쓴다.

두 마리는 날 향해 빔을 쏘지 않았다. 어, 정확히는……‘쏠 수 없었다’라고 해야겠지. 놈들의 공격 사선상(射線上)에는 자기들 동료가 있었거든. 날 향해 빔을 쐈다가는 자기 동료가 맞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놈들의 치명적인 약점 중 하나는 시야를 봉쇄해버리면 전투를 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이었다. 강력한 힘과 마법내성, 빔. 이와 같은 엄청난 어드밴티지를 지닌 괴물이라지만 얼굴이나 눈, 입 등. 약한 부분을 맞으면 약속이라도 한 듯 그곳에 촉수를 집중시켰다.

소중한 부위를 감추기 위해 방어자세로 돌아서는 것은 사람이나 괴물이나 똑같았다. 그런 짓을 하던 도중 안즈의 뒷치기 공격에 처맞아 죽어버리는 경우도 있었기에 난 그 점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했다. 마법내성과 강력한 힘까지 갖춘 괴물이 왜 뒤에서 오는 공격에 대해 대비할 수 없을까?

답은 간단했다. 안 보이니까!! 놈들 또한 우리와 같이 두부(頭部). 머리와 한 쌍의 눈, 입 등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시야가 차단되면 정보를 얻을 수 없게 된다는 뜻이었다. 그렇기에 안즈의 뒷치기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지.

탄알 공격을 받은 괴물은 촉수로 얼굴을 필사적으로 감싸고 있었고, 난 그 상태를 유지시키기 위해 투영마술로 가끔씩 그곳을 공격했다. 아마 이 방어 상태가 풀릴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빔을 쐈다간 내가 아니라 동족인 이 자식이 맞을 확률이 80% 이상이었다.

이런 거까지 예상하고 달렸냐고? 하하, 설마. 내가 중앙에 있는 놈을 향해 뛰어갔던 건 제일 만만하고 직선거리가 짧아서 그런 거였다. 이런 것까지 예상한 것은 아니었다. 예상치 않게 생긴 찬스다.

“고맙게 써주마, 금수만도 못한 놈들아!”

그렇게 외치며 K2 자동소총을 꺼낸다. 두 자루의 총. 한 손에 하나씩. 그 옛날, 주윤발이 펼쳤던 ‘쌍권총(拳銃) 액션’이 이 세상에서 ‘쌍소총(小銃) 액션’으로 거듭나게 될 줄 누가 알았으리오?

“으아아아앗!”

무게와 반동을 최대한 이겨내며 왼쪽─괴물 기준─에 있는 놈을 쐈다. 얼굴을 감싼 놈의 몸을 교묘히 방패로 썼기에 오른쪽에 있는 놈은 저격조차 불가능한 상태였다. 원래라면 총을 한 손으로 들어 사격하는 것조차 버거웠겠지만……지금의 나라면 할 수 있다! 이유? 간단하지!

“내 아내들한테 혹사 받느라 존나 힘들었거든요, 개새끼들아아아────ㅅ!!”

아아, 로라와 메이, 안나와 니나. 미카 외에도 여러 명의 아내들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헬레나한테 지기 전부터 생각했던 것이지만 그 후부터 최선을 다해 몰입하던 체술과 검술 훈련. 그 전부터 겪은 전투와 여행. 모든 것들 덕분에 이렇게 싸울 수 있는 거였다.

현실이었다면 딸근─딸딸이(자위) 치느라 얻은 근육─덕분이었다고 농담 삼아 말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모두와 함께 겪었던 경험이 나를 자연스럽게 인도했고, 내 몸은 그 인도를 아무 저항 없이 받아들였다.

두 손에 쥔 라이플에서 마법으로 이루어진 탄환이 나갈 때마다 놈의 몸에 명중했다. 얼굴뿐만이 아니라 촉수, 몸, 다리 등. 놈의 몸이 조금씩 찢겨나갈 때마다 희열(喜悅)이 솟아오른다. 으하핫, 그래! 바로 이거지! 이것이야말로 난사(亂射)의 묘미가 아니겠는가!?

“응컥!?”

귀신 이단 옆차기 하는 소리와 함께 난 옆으로 고꾸라졌다. 얼굴을 감싸고 있어 주변이 어떻게 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자기 동족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 건 인식한 거 같았다. 마구잡이로 휘두른 촉수에 내가 나가떨어지자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려 했다.

“이 똥물에 튀겨죽일 놈이!”

판타스틱한 욕과 함께 다시 한 번 중간에 있던 놈한테 공격을 시도한다. 스스로 가드를 푼 것뿐만 아니라 고개까지 돌려준 덕분에 사격은 더욱 쉬웠다. 공격이 멋지게 명중한 건 좋았지만 나한테도 피해는 있었다.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촉수를 휘둘렀고 그 촉수는 내 가슴을 강타했다.

“아아아아악! 아, 아아앗!!”

“세린!?”

안즈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고개를 돌릴 수는 없었다. 온몸을 달리는 고통을 느끼면서도 난 스테이터스를 불러냈다. HP는 이미 30% 이하로 내려간 지 오래였다. 저놈한테 한 대 맞으면 빈사 상태에 처한다는 게 이토록 기쁜 일이 될 줄이야. 정말로……!!

“고맙다, 거지 깽깽이들아!”

분노와 짜증. 하지만 이제부터 펼쳐질 반격에 대한 기쁨을 담아 소리쳤다. 내 고함과 동시에 M16A1과 K2는 놈들을 향해 날아가며 사격을 개시한다. 몇 번을 보더라도 참으로 기이한 광경이었다.

슬러스터도, 추진제도 없이. 심지어 저 무게로 저렇게 자유로이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돈을 때려 박아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비롭게 움직였다. 두 정의 총은 맨 처음 공격을 받아 몸이 대부분 걸레짝이 된 놈을 향해 집중 사격을 퍼부었다.

“옳지, 잘 한다! 어어? 어어? 니놈 새끼들 상대는 걔들이 아니라 나라고, 멍청이들아!”

감히 내 소중한 소총을 공격하다니! 아가리에서 나온 빔에 자칫하면 맞을 뻔했기에 즉시 투영마술을 개시했다. 형체조차 완벽하게 갖추지 못한 쓰레기 검들이 무더기로 괴물을 향해 날아갔고, 놈의 촉수는 검조차 아닌 이상한 것에 의해 찢겨나갔다.

소총과 투영마술. 겨우 두 개로 버티니 너무 원 패턴 아니냐고 묻겠지만……말이 될 법한 소리를 해라! 난 목숨 걸고 싸우고 있다고! 그 증거는 바로 날아다니는 두 정의 소총이었다.

내 레벨은 34. HP와 MP는 3400의 수치를 지니게 된다. 3400의 30%는 1020이다만……내 HP는 현재 400을 약간 넘는 수준이었다. 무슨 뜻이냐고? 거진 3000의 데미지가 단숨에 날아간 것이다. 겨우 한 방! 가슴팍에 촉수 공격 한 대 처맞았다고 3000 가까이 데미지를 입다니!? 이게 꿀빠는 걸로 보이냐?

그뿐만이 아니었다. 본래라면 MP를 30 소비하여 재장전해야 하는 소총이 둘 다 자동사격 모드로 바뀌었다. 재장전 및 자동사격에 소비되는 MP는 50. 투영마술과 두 자루의 소총이 괴물을 공격할 때마다 MP가 쭉쭉 달았고, 내 가슴은 거기에 맞춰 두근거렸다. 언제 MP가 바닥나도 이상할 게 없는 소비량이다!

“마지막이다! 쏴!”

중간에 있던 괴물놈은 이미 꽤 타격을 입은 상태였기에 맨 먼저 사격을 받은 놈 다음으로 죽어버렸다. 아마 이미 먼저 간 괴물과 만나 신나는 소꿉놀이를 벌이고 있겠지. 거기 너! 너도 죽여서 놈들과 3P를 즐기게 해주마!

“크헷헷! 받아라, 소총 두 자루의 빛!”

내 바보 같은 행동과 관계없이 두 자루의 소총은 부지런히 목표를 향해 5.56mm 마탄(魔彈)을 발사해댔다. 두두두두 거리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놈의 몸이 꼭두각시처럼 이리저리 움직여댔고, 스테이터스에 남은 MP는 점점 바닥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멈춰!”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격은 종료됐다. 꿈틀대는 놈의 몸은 상처 투성이었으며 더러운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3마리를 쓰러뜨린 건……아무래도 좋아! 안즈! 안즈는!?

“으아아앗!”

뿌끄저적!

더러운 소리가 들렸다. 설마 안즈가 당한 건 아니겠지!? 고개를 돌리니 촉수를 찢으며 놈의 몸에 주먹을 박아 넣은 안즈가 보였다. 안즈는 주먹을 뺐다가 다시 한 번 힘차게 때려 넣었고 그때마다 피가 안즈 몸에 마구 튀었다. 마지막으로 한 방 더 넣자 촉수와 놈의 몸은 바닥에 축 처졌다.

“안즈!”

안즈의 이름을 부르며 일어서던 나는 멍청하게도 고꾸라지고 말았다. 세상에, 겨우 한 대 맞았다고 서지도 못하는 상태라니? 헬레나가 나보고 약해빠졌다며 틱틱대던 이유를 알겠군! 이런 상태로 괴물들이랑 마주쳤다간 좆☆망 ^0^/ 진짜 장난이 아니라 사망 확정이다!

두 손으로 땅을 짚으니……우와! 두 손이 막 후들거리네? 하핫, 누구 손인지는 몰라도 참 불쌍하다! 땅 짚는 것도 제대로 못해 부들대다니! 이래서야 여자 한 명 만족시킬 수 있겠냐……?

“시팔, 이거 내 손이잖아…….”

그 말을 마치기도 전에 난 바닥으로 다시 한 번 고꾸라졌다. 어떻게든 고개를 돌렸지만 땅이랑 부비부비하니 기분이 매우 좆같았다. 괴물을 세 마리나 쓰러뜨리면 뭐 합니까? 땅 짚고 일어나지도 못하는 병신이 되는데!

“세린!”

안즈의 목소리가 들린다. 근데……와아. 기분 좋다. 땅바닥이 이렇게 시원했나? 이런 기분……어디서 느꼈었는데. 어디서 느껴봤더라?

“정신 차려! 야, 괜찮아? 괜찮냐고!?”

아, 맞다. 부카케였지. 미카와 로라가 만나 회포를 풀고 막 헤어지려는 찰나였어. 지금 생각하면 파란만장했군. 파란만장한 인생에 파란색 촉수괴물이 나타났다라……으음, 라임이 아주 찰지군. 내가 모르는 사이에 시(詩)에 대한 조예가 깊어지다니. 멋지군.

“야, 이 새끼야! 너까지 죽으면……너까지 죽으면 난 어쩌라는 말이야!?”

뜨거운 물방울이 얼굴에 뚝뚝 떨어졌다. 이 계집애가……남의 얼굴에 눈물 떨구지 마라. 아이나는 내 좆에 눈물을 뚝뚝 떨어뜨려 힘들게 했는데 넌 왜 내 얼굴에 그러니? 내가 너를 포함해 아내들의 똥오줌 받아주는 카펫이니? 힘들어 죽겠는데 울지 좀 마라…….

“킥, 킥킥……아하하핫!”

내가 생각해도 웃겼기에 갑자기 빵 터져버렸다. 안즈는 ‘히끅!?’이라며 이상한 소리를 냈다. 음, 쟤보다는 내가 더 미친 짓을 했기에 별 신경이 안 쓰인다.

“아하핫! 야, 끝내준다! 생각해보니까……어, 으큭! 아윽……드, 드럽게 아프네 이거……!!”

“괘, 괜찮아!? 많이 아파?”

지금까지 안즈가 이렇게 걱정해준 적이 있었나? 음, 없었던 거 같다. 프레그넌트의 광경을 보고 그녀가 내 눈치를 보기도 했고 서로 이런 저런 일이 있기는 했었지만……이렇게 걱정해주는 건 처음 같네. 많이 아프냐고 물었으니 대답을 해야겠지.

“존나 아파……야, 쟤들은 대체 뭘 어떻게 생겨 먹었길래 이렇게 세게 때리냐……?”

안즈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나를 끌어안은 채 큰소리로 울어댔다. 억울한 일이 있지만 그 누구한테도 하소연할 수 없는 사람 마냥 펑펑 울어댔고, 이는 프레그넌트 숲으로 간신히 도망쳐왔던 우리가 서로한테 폭언을 날리다 울며 잠들었던 때를 연상시켰다.

“너까지……너까지 죽으면……!!”

“어어?”

으이쿠. 바보 같은 소리다. ‘응?’도 아니고 ‘어어?’가 뭐야? 내 한심함에 스스로 혀를 차며 다시 그녀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너까지 죽으면……난 어떻게 하란 말이야, 이 나쁜 새끼야아아……흐어어엉……!!”

“……네?”

얘가 지금 뭐라고 한 거지? 안 그래도 맞은 곳이 저릿해 아파 뒈지겠는데 뭔 알아먹지도 못할 말을 지껄이고 있냐, 얘는? 다들 왜 그렇게 날 엿 먹이기 좋아할까?

“너랑 나랑……흐큭! 간신히, 겨우……겨우 살아남았는데! 나한테 의지할 건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죽어버리면……나는……난……흐, 흐윽……!!”

날 안고 울긴 하지만 부들부들 떨고 있는 건 안즈 쪽이었다. 그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공포와 슬픔에 견디지 못한 소녀의 모습이었으며, 지금까지 잘 보여주지 않았던 나약한 모습이었다.

“가족들도, 친구들도……다 죽었는데……크흥!”

질질 짤면서 저런 이야기를 하니 극적인 효과가 일어나긴 하는데……난 참을 수가 없었다. 하아. 아이나도 그렇고 아이라도 그렇고. 우는 애들은 왜 코를 푼 다음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아, 그래. 울면서 이야기하는데 코를 풀면 분위기 박살나는 건 알아. 아름다운 여성이 눈물을 흘리며 마음을 고백하는데 ‘일단 코 좀 풀고 이야기하자’라고 말하면 좀 그렇잖아. 그건 여자와 사귄 적이 없던 나 또한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래도 말이다……사람은 효율을 중요하게 여겨야 하지 않겠어?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를 하는 건 좋은데, 콧물까지 들이마셨다가 다시 줄줄 흘러나오는 장면은 외관적인 면에서 볼 때 결코 좋은 장면이 아니란 말이다.

아이나한테 그 말 했다가 두들겨 맞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만……얘는 아이나도 아니니 맞을 걱정은 없겠지. 설마 빈사상태인 나를 패겠어? 한숨을 쉬고 입을 열었다.

“……일단 코부터 풀자.”

그녀는 눈물과 콧물, 침으로 범벅된 얼굴로 날 바라보다가…….

“……우쓍!”

“엉컥!?”

내 배때지에 힘껏 주먹을 꽂았다. 이, 이 개년이……!! 맞으면서 또 이상한 소리 냈잖아! 빈사상태인 나한테 이런 강력한 배빵을 놓다니!? 그러다 죽으면 니가 책임질 거야? 내가 죽으면 소생 마법이라도 걸어줄 거냐고!?

마음 같아서는 욕을 한 사발 퍼부어주며 저주를 내려도 모자를 지경이었지만, 내 연약하디 연약한 몸은 당장 의식을 차단(Shutdown)시키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즉시 내 정신을 로그아웃 시켰다.

청록색 괴물 세 마리를 상대로 용맹하게 싸운 남자, 신세린.

그가 쓰러진 이유는 커다란 데미지를 입어서도, 정신적 공격을 받아서도 아니었다.

아내들이 없어진 이후로 함께 싸웠던 소중한 동료, 안즈.

그 안즈의 강려크한 펀치. 흔히 말하는 ‘배빵’ 때문에 기절한 거였다.

나중에 이 이야기를 들은 아내들은 미친 듯이 바닥을 구르며 웃었고 혜린이는 이 사건에 대해 이렇게 물었다.

“니 인생 퀄리티는 왜 다 그 모양이냐?”

내 대답? 그야 당연히…….

“……나도 모르겠다.”

알면 이러고 살겠니?

============================ 작품 후기 ============================

드디어 조아라가 미쳤습니다. 뭐? 텍본러 개과천선 SOS 이벤트? 운영진 이 시발연놈들이? 대가리가 돌았나? 미쳤나?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딴 이벤트를 진행할 생각을 한답니까?

벚꽃도서관(스카이블레스)이 작년 5~6월쯤에 뉴스로 대두되었고 그로 인해 노블레스, 프리미엄을 포함한 다양한 작품군들이 텍본으로 유출됐다는 게 알려졌습니다. 법적인 제재가 들어간다고 했고 얼마 안 가 벚꽃도서관은 사라졌습니다. 그 덕분에 ‘그나마 일은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었죠.

근데 시발 이게 웬일입니까? 알고 보니 벚꽃도서관은 일부 작가님과 출판사의 업적이었고 조아라는 거의 한 게 없다고 밝혀졌습니다. 즉, 자기들 사이트에서 이익창출에 힘쓰고 있는 작가들의 권리(저작권을 포함한 대부분의 것)조차 지키고 있지 않다는 걸 증명했습니다.

예? 지키지 못한 거라구요?

아닙니다. 지키지 않은 겁니다.

이벤트는 취소됐지만 독자분들, 작가분들을 포함해 조아라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유저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작가분들은 자기 자식 같은 작품이 불펌당하고 텍본으로 만들어지는데도 그걸 용납했기에, 독자분들은 돈 주고 보는 유저들은 호갱 취급 당하지만 무료로 보는 텍본러(불펌러)들의 미래는 존나 걱정해줬거든요.

여러분. 이게 얼마나 미친 짓인지 이해가 잘 안 가시면 존나 알기 쉽게 요약해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이 사는 집에 강도가 와서 칼로 가족들을 찔렀습니다. 그런 후에 값나가는 금은품을 가지고 튀었습니다. 잡고 보니 강도는 미성년자였습니다.

경찰과 법조계는 ‘거 아이가 잘못된 길로 들어설 수도 있지! 칼로 찔려도 살살 찔리면 별로 안 아프고, 금은품은 용돈으로 줬다고 생각합시다! 범행을 저지른 아이는 반성문 쓰게 할 테니 그걸로 땡칩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사건은 종결됐습니다.』

이해가 가십니까? 조아라 한 짓이 바로 위의 판결입니다. 지켜져야 하는 사람들의 권리 등은 모조리 개무시하고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미래는 존나 걱정했습니다. 텍본러 개과천선 이벤트? 이름에 빨간줄 그이면 싫어도 개과천선할 텐데?

아니, 그 이전에……텍본러 인생만 인생입니까? 불펌당하고 텍본 불법유출된 작가는? 병신입니까? 호갱입니까? 무슨 인생 쪼개서 자선 사업하는 줄 아십니까? 작가한테 있어 자기가 쓴 작품이 무슨 종이조각만도 못한 거라 생각하는 겁니까? 대체 이게 다 뭐 하자는 짓입니까?

저를 포함해 대부분의 소설들이 유출됐습니다. 스토리 진행도 진행이지만 차마 이런 상황에서 연재할 수는 없겠네요. 우선 이번 주까지만 연재를 하고 조아라의 사과 및 대응이 있을 때까지는 연재를 쉴까 생각 중입니다.

너무 충격적이라 도저히 연재하고 싶은 기분이 안 드네요. 과연 어떤 대응을 할지 상상도 안 갑니다. 그냥 짬시킬 수도 있구요. 솔직히 짬시킬 가능성이 더 높네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요? 조아라잖아요 ^^

2016년 5~6월에 벚꽃도서관(스카이블레스)이 거론됐던 적이 있었습니다. 조아라의 노블레스, 프리미엄을 포함해 각종 소설, 라이트노벨 등이 유출됐었죠. 저도 연재를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불법유출이 워낙 성황이었기에 연재시기를 늦추어야 할 정도였습니다.

벚꽃도서관이 사라져서 이제 좀 괜찮겠지 싶었었는데……안 괜찮았네요. 좋아진 건 하나도 없고 상황만 악화됐을 뿐. 이 와중에 자기들 이익 챙길 건 챙기면서 법적 대응은 하나도 안 했다니. 조아라에 대한 실망감은 혐오감과 분노로 바뀐 지 오래입니다.

물론 완결까지는 진행할 생각입니다만 연재는 이번 주까지 하고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가질까 하네요. 너무 충격적인 사건이라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 좆같은 조아라가 과연 어떻게 대응할지……솔직히 상상도 안 되고 기대도 못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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