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25 「13-4 : 약 한 사발 거하게 빨고 적는 특별편 (下)」 =========================
“윽, 아윽! 안, 돼! 우리는 이러면 안 돼! 빼엣! 빼에에엣!”
“사, 사랑해 세린……싼다! 읏, 아앗!”
그의 엉덩이 안에 들어간 세린의 물건이 폭발해버렸다. 엉덩이 속에서 퍼지는 따스하면서도 찐득한 정액에 그는 몸을 부르르 떨고 말았다.
“에, 히큭……아, 으윽……! 아, 안에 싸면 어떻게 해……?”
“미안. 그치만 세린이 너무 매력적이라서 그런 거라고……. 남자 주제에 남자인 나를 매료시키다니. 요 귀염둥이. 쯉♥”
“햐읏! 자, 작가가 알면 어쩌려고 그래? 안 그래도 19금 씬 쓰기 힘들다고 하던데…….”
“바보. 그런 게 무서워서야 사랑을 나눌 수 있겠어? 비록 임신은 할 수 없지만……그래도 우리의 사랑은 진실된 거니까.”
나의 물건과 그의 물건이 맞닿자 다시금 불끈거리며 딱딱해진다. 남자끼리 이런 사랑이라니. 잘못된 것이겠지. 대부분 그렇게 생각할 거야.
하지만……이 마음은. 신세린과 신세린이 서로를 사랑하게 된 마음은 진실된 것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우리는 입맞춤을 나누었다. 누구한테도 인정받지 못하는 사랑을 하다못해 이곳에서라도 마음껏 풀 수 있도록…….
† † † † † † † † † †
“으아아아아아────────ㅅ!!”
“씨바아아아아────────ㄹ!!”
주인공 신세린과 마법사 신세린은 정말 피눈물을 흘릴 기세로 고래고래 소리쳤다. 이 짤막한 소설을 본 여자들(세린의 아내들을 포함해 머리 하얀 미친 여자까지 모두. 특별편이니 본편과는 관계가 없기에 공동 출연이 가능)은 모두 미소를 짓고 있었다.
“푸하하핫! 야, 저거 봐! 세린이 강간당하고 있어! 어, 우리 세린이! 다른 세린한테!”
혜린이는 아예 대놓고 웃고 있었다. 쌓인 게 많긴 많았겠지.
“어, 어머? 남자들끼리 하는 것도 의외로 괜찮네……?”
“어, 엄마! 그러면 안 돼요! 아빠가 피눈물 흘릴 기세로 보고 있어요!”
로라는 BL에 눈을 뜬 거 같은 감상을 말했고 메이는 그런 로라를 어떻게든 제지했다. 음, 좋은 현상이다. 작가도 BL을 적긴 싫거든.
“어, 언니. 세린이 당하는 거 보니까 살짝 그……해보고 싶어졌는데.”
“세린 엉덩이에 뭘 처박는다 하면 분명 펄쩍 뛸 테니까 그만두는 게 좋을 거 같아…….”
아이라의 위험한 발언을 듣고 적나라하게 분석하는 아이나. 그래, 그만둬라. 작가도 싫고 세린도 싫다. 모두가 싫어하는데 안 해야지. 아이라는 그 말을 듣고 이내 아쉬운지 입을 내밀었다.
이 외에도 여러 반응이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말하자면……엄청나게 웃어댔다. 비웃음이 아니라 정말 웃겨서, 즐거워서 웃는 것이었기에 세린은 뭐라 욕할 수도 없었다. 세린은 작가를 바라보았다.
“어, 어떻게……어떻게 저런 작품을 쓸 수 있습니까!? 이건 너무하잖습니까!”
“너무하기는……신세린(마법사)은 이런 BL씬조차 없었단다.”
“저도 이런 건 필요 없습니다.”
이제 될 대로 되라는 느낌으로 말을 했다. 그래, 둘 다 마음이 심란하겠지. 대화를 나누어본 적도 없는 남자끼리 서로 껴안고 항문에 자지를 처박는 씬이 나왔는데 당황해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거니까. 하지만 작가한테 그런 문제는 아무래도 좋은 것이었다.
“자, 마법사 세린. 이 ‘하렘 어드벤처’의 신세린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크게 말해라! 크게 말하면 말할수록 시리카, 리즈벳이 너와 만나는 시기는 더욱 빨라진다!”
“네! 신세린은 제 자지가 박히자 어쩔 줄 몰라 하며 몸을 비비 꼬고 있습니다!”
아, 자존심. 그것은 너무나 덧없는 것. 이런 BL은 필요 없다고 했던 신세린(마법사)이지만 리즈벳과 시리카와의 만남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좋다는 양 힘껏 소리쳤다. 그 말을 들은 여자들은 자지러지게 웃어댔고 신세린(주인공)은 부들대며 분노를 참고 있었다.
“자, 다시 한 번! 더욱 더 멋지게 묘사해! 그럴수록 소드 아트 온라인의 팬픽 적는 속도는 올라간다! 리즈벳과 시리카! 키리가야 스구하 & 리파! 순식간에 19금 씬으로 돌입해서 빠바박을 할 수 있다고! 아, 빠바박은 정사(情事) 장면을 순화해서 말한 거니까 그렇게 알도록!”
그 말에 세린은 신세린(주인공)을 바라보았다. 그 눈동자 속에는 사랑……은 있을 리 없고.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 것은!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그 눈동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미안하다……하지만 넌 수많은 여자와 육체적 관계를 나누며 쾌감을 느껴왔어. 아내도 생기고, 그야말로 순풍(順風)을 탄 배 같이 여기까지 잘 왔지. 하지만 난 그렇지 못했어. 나의 행복을 위해 조금만 희생이 되어줘. 실제로……나도 이렇게 희생당하고 있잖아?’
……그, 그래! 참자! 조금만 더 참자! 그럼 이 특별편은 끝나고 다시 본편으로 돌아간다! 난 그렇게 생각하며 꾹 참기로 했다.
어떠한 묘사가 나오더라도 확실히 참자! 그럼 모두 행복해진다! 저거 봐! 내 아내들도 막 배를 잡고 구르고 있잖아? 하하, 하하…….
……거기 웃고 있는 너희. 얼굴 봤어……!!
“예! 늘 여자한테 고통을 가하며 쾌감을 느끼던 세린이 정작 자기가 당하게 되자 무서워하며 달아나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당해보고 싶다는 피학적(被虐的) 성향에 눈을 뜨게 되어 헤벌쭉 거리며 엉덩이를 대주는 남창(男娼)이 되어버렸습니다!”
“씨바아아아아아──────알!”
당장 신세린(마법사)을 죽이고 싶었다! 아니 저런 미친놈을 보았나! 내가 박히고 있다지만 어디까지나 작가가 멋대로 적은 건데 그걸 가지고 확대해석을 해버리다니! 이런 말아먹을! 베라먹을! 젠장! 정말 분노로 미칠 것만 같았다!
난 당장에라도 신세린(마법사)을 없애고 싶었다! 하지만 신세린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도 알고 있는 것이다. 권력에 아양을 떨고 아부를 떨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이 세상은 혼자만의 힘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는 잔혹한 사실을…….
내 아내들은 히히덕 거리던 것도 모자라 숨을 못 쉴 정도로 웃어댔고, 개중에는 정말 호흡 곤란을 일으키는 사람도 있었다. 내 입이 찢어져도 그게 혜린이와 미카, 아테나, 헬레나라는 말은 차마 못 하겠군.
혜린이야 원래부터 그랬다 치더라도 미카는 이런 것에 익숙하지 않았던지 정말 미친 듯이 웃어대고 있다. 아테나는 내가 임금이든 아빠든 남편이든 간에 그딴 거 관계없이 배를 잡고 바닥에 데굴데굴 구르고 있다.
헬레나? 언제나 쿨한 이미지는 어느 집 쓰레기통에 버리고 왔는지 깔깔대며 웃고 있다. 저것들이……!
당장에 뛰쳐나가고 싶었지만……차, 참자. 그래. 참아야 해. 내가 얼마나 복에 겨운 줄도 모르고 작가한테 막말을 하고 떼를 쓴 거니까. 이건 그래봤자 특별편이고 이미 하편(下篇)에 들어갔어! 이 편만 넘기면 소설 본편에 작가는 나타나지 않아! 난 그렇게 나 자신을 타일렀다.
130편이나 넘게 쓴 후에 나온 작가가 자기 캐릭터들을 시켜 BL씬을 만들었다는 시점에서 이미 정신줄이 안드로메다로 날아갈 것만 같았다만……. 미친개한테 물렸다 셈 치면 이것도 다 경험이니까. 응, 그래. 이 경험을 기회 삼아 앞으로는 조심하자…….
“자, 세린! 이게 마지막이다! 단 한 문장! 단 한 문장으로 조금 전에 보여줬던 짤막한 소설을 압축하는 거야! 이거 잘 하면 포상휴가도 받을 정도일 거니까 알아서 하고! 미리 말해두지만 너의 19금씬과 서비스 씬, 여성과의 합체는 오로지 너의 능력에 달렸다는 걸 명심해!”
그 말이 끝나자마자 모두가 조용해졌다. 최후의 한 마디. 동시에 지금까지 나왔던 어떠한 말보다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한 마디가 나올 테니까. 신세린은 결국 나를 보며 말했다.
“……용서해라. 이건 내 뜻이 아니다.”
“……그래. 이해하마. 내 신경 쓰지 말고 단숨에 끝내줘.”
나와 세린(마법사)는 웃었다. 다시금 말하지만 남자끼리의 사랑에 눈뜬 것이 아니라는 걸 확실하게. 아주 확실하게 말해둔다. 그런 취미 없다고 시발!
내가 어딜 봐서 ‘히잉! 엉덩이! 똥구멍에 아기 씨앗을 뿌려줘어어♡’ 같은 말을 지껄일 남자로 보인단 말인가!? 내가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신세린(마법사)은 힘껏, 아주 간결하게 외쳤다.
“신세린이 저한테 따먹히고 있습니다!”
좆망 ^0^/
좆망 \^0^/
전부 다 끝났다!!
내 머릿속에는 오직 ‘좆망’이라는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 말이 끝나자 모두 잠시간 조용했다. 마치 움직이는 걸 잊어버린 사람들만 모여 있는 거 같았다. 그 고요한 시간은 누군가의 웃음으로 무너져 버렸다.
“풋.”
누구 웃음인지는 모르겠지만 딱 하나는 알 수 있었다.
“푸하핫!”
저 웃음을 기점으로…….
“아하하핫! 아, 아하핫! 끄하하하핫!”
모두 다…….
“그헤헤헤헥! 아, 큭! 아, 앗! 배 아파! 진짜 쩔어주게 아파, 구, 구히히히힛!”
자지러지게 웃어댈 것이라는 사실을……!
웃기 시작한 건 여자들뿐만이 아니었다. 작가도 뭘 잘못 먹은 사람마냥 미친 듯이 웃고 있었다. 누군가 본다면 허파에 바람 들어갔냐고 물을 정도로 신명나게 웃는 걸 보니 더 이상 분노조차 일어나지 않았다.
오오, 웃음의 힘. 이것이 웃음의 신비인가. 모두를 즐겁게 하여 분노마저 사라지게 하는 궁극의 기술. 파워 오브 스마일(Power of Smile)!
아, 물론 난 [아이돌마스터 - 신데렐라걸즈]도 다 봤다. 신데렐라걸즈의 모바일 게임인 ‘모바마스’가 한국에서 서비스 종료되긴 했지만 신데렐라걸즈의 애니메이션은 다 봤지. 우즈키 쨩은 참 귀엽지? 나도 좋아해. 후히힛♡
미친 듯이 웃는 게 작가만 있었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단 한 마디. 내가 따먹히고 있다는……나로서는 상상도 못할 문학적 재능을 보여준 신세린(마법사) 또한 웃고 있었다. 울면서 웃으면 똥구멍에 털 난다는 옛말이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양 두 감정을 동시에 표출하는 그를 보니 불쌍하기도 했고 안타깝기도 했다.
머리 하얀 미친 여자도 떼구르르 구르며 광인(狂人)처럼 웃어댔다. 장난이 아니라 말 그대로 바닥을 구르며. 떼구르르 구르는 소리가 나지 않을까 궁금해질 정도로 이리저리 뒹굴어댔다. 이게 본편이었으면 기절을 했겠군…….
“아, 하핫! 아, 그래! 정말 잘 했어! 너의 미래는 아주 밝을 테니 안심해라, 세린아.”
“……고맙습니다.”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를 표정을 지으며 신세린(마법사)은 감사를 표했다. 저렇게까지 행복을 바라는 모습을 보니 아무리 나라도 뭐라 할 수가 없었다. 행복을 위해 뭐든지 하는 건 사람의 본성이며, 나 또한 그 사람에 들어가니까. 내가 한 짓이 무조건 옳았던 것도 아니었기에 지금은 그의 밝은 나날을 축복해주자는 생각이 들었다.
“축하해. 그……지금 아인크라드 몇 층이야?”
“3층. 디어벨 구해야 하는데 진행이 안 돼서 좆빠질 거 같아.”
고생길이 훤하다. 하지만 저 세린은 나와 달리 전투에 쓸 만한 마법만을 가지고 있기에 전투 부분에 있어서는 전혀 고생이 없을 것이다. 오히려 작가가 안 써서 문제지, 전투 씬을 스킵하며 쓴다면 진행 자체는 나보다 훨씬 빠를 것이다.
이유? 오리지널리티(독창성)를 넣을 필요 없이 막 쓰면 되니까.
이 소설은 세계관, 설정, 등장인물 등을 모두 작가가 생각해야만 한다. 누군가 도와주는 것도 아니고 자기 혼자 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자기 혼자 모든 걸 해결해야만 한다. 오리지널 소설은 독창성이 있어 좋지만 그 독창성의 한계를 잡아줄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다.
반대로 팬픽은 어느 소설의 2차 창작이므로 오리지널리티를 가미(加味)할 필요가 거의 없다. 있는 세계관과 설정, 캐릭터를 그대로 쓴다고 한들 아무도 욕하지 않는다. 원래 있던 캐릭터고,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니까.
전개 속도를 빨리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적는 데에도 시간이 그리 걸리지 않기에 작가나 독자. 모두 편하다.
“보스 깨느라 많이 힘들 거 같은데……괜찮냐?”
신세린(마법사)는 한숨을 쉬며 별 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보스는 그냥 좆밥이야……단지 작가가 안 적을 뿐이지…….”
우와아아아……대놓고 보스를 좆밥이라 하고 있어……!! 역시 나와는 달랐다. 내가 이 ‘하렘 어드벤처’의 주인공이라지만 가진 능력을 포함해 전투능력은 사실상 매우 낮다고 봐야 했다. 무기나 마법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괴물과는 1:1로 싸울 수조차 없으니까.
그러나 이 신세린은 다르다. [소드 아트 온라인 - 마법사 이야기]에 나오는 신세린은 조금 전 이렇게 말했다. 보스는 좆밥이라고. 저 말을 좀 더 파고 들자면……강력한 보스조차 좆밥인데 그 밑의 쫄따구들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보스든 쫄따구든 간에 그냥 모조리 잡아 족칠 수 있을 정도의 힘이라니. 전투력 면에서는 얘가 훨씬 주인공 같았다.
그에 비하면 나는……어휴. 일단 맨 처음 가지고 있던 마법이 ‘자지의 맹세’다. 쪽팔려 말을 못 하겠다.
한숨을 쉬며 주변을 보니 아내들 또한 실컷 웃었는지 주변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래도 웃고 있는 걸 보니 날 놀릴 걸 생각하고 있군. 하아……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모두 다 작가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런 짓 하다가 오늘 같은 일이 또 일어나는 건 사양이다. 그냥 내 탓으로 돌리자. 전부 내 탓이다. 실제로 이렇게 된 데에는 내 탓도 아주 없다고 말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내가 일종의 ‘어린 아이가 투정 부리듯이 화를 냈다’라는 행동을 한 건 사실이었으니까.
이렇게 보니 확실히 내가 복에 겨운 놈이긴 한 거 같다. 이렇게 된 이유? 작가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작품을 쓰고 싶기 마련이며, 이 작품은 작가가 처음으로 적는 장편 성인 소설이니까. 자기 꿈을 실현시키고 싶어 남는 시간 있는 시간 모두 짜내서 적는 것도 바쁜데 팬픽까지 돌볼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너 무지 재미있었어. 너도 이름이 신세린이지?”
혜린이의 질문에 신세린(마법사)은 정말 죽을 상으로 ‘예’라고 말했다. 나야 존댓말이지만 그거야 오랜 시간을 함께 해서 그런 거고. 저렇게 존댓말 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옛날에는 저랬구나 싶었다.
“여자 친구는 없어?”
혜린이의 그 말에 그는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고는 로라를 보고는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 옷 원래 주인이랑 일단 같이는 있는데……저를 연애 대상이 아니라 BL 대상으로 보는 게 문제죠.”
그 말에 다시금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조금 전처럼 빵 터진 건 아니지만 쿡쿡 거리는 웃음이 큰 웃음으로 발전하려는 걸 보니 어지간히 웃기긴 웃겼나 보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지만 신세린(마법사)은 거의 울상이었다.
“……모두 이게 농담이라 생각하지만 문제는 실제(實際)라는 거죠. 여기 있는 신세린은 결혼이나 했죠. 매일 저를 보고 어떤 남자랑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고 묻는데 궁금해서 묻는 게 아니라, 자기 머릿속에서 제가 말하는 걸 BL로 만들기 위해 묻는 거라는 걸 알면 기분이 어떤지 아세요? 죽고 싶어집니다.”
그 말에 모두가 숙연해졌다. 이 특별편이 시작하자마자 보여준 그의 열정은 결코 19금 합체씬만을 위한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니……생각해보니 이 신세린이 더 위험했다. 나야 이미 괴물을 토벌했으니 문제없다지만 마법사 신세린은 앞으로 고생길이 훤하게 펼쳐져 있으니까.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미인이시네요. 옷도 예쁜 거 입으셨고. 근데 그거 아세요? 지금 저기 계신……어, 예. 그, 기사복 있잖아요. 그것도 사실 나중에 가면 입는 거예요. 지금은 그거랑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멋없는 옷 입고 있어요. 여자분들은 옷이 예쁘면 그나마 스트레스라도 풀릴 텐데 저흰 그런 것도 없어요. 매일 사냥, 식사, 사냥, 식사. 저희가 살아남으려고 밥을 먹는 건지, 사냥이 힘들어 잠시 밥을 먹는 건지 모를 정도라니까요?”
길게 말한 건 두 마디 정도밖에 없는데 벌써부터 암울한 내용이다. 나도 시궁창이지만 이 신세린은 더 시궁창이군. 나야 아내들이 있지만 얘는 진짜 아무것도 없으니까.
“자, 그쯤하자고. 불만이 많은 건 알지만 여기서 터뜨려봤자 변하는 게 없으니까.”
다행스럽게도 작가가 그를 막았다. 더 이상 신세한탄을 하면 우리만 더 곤란해질 처지였기에 참으로 멋진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신세린(마법사)은 한숨을 푹 쉬었다. 보고 있는 우리가 걱정될 정도다. 얘 정말 괜찮을까?
“돌아가자마자 3층 이벤트부터 진행해야겠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아, 세린. 너도 힘내라. 건강하고. 아까는 미안했어.”
내 아내들한테 존댓말로 말하던 세린은 나한테 그렇게 말했다. 이미 보일 꼴 못 보일 꼴 다 보인 상태였기에 이제 와서 반말을 하든 뭘 하든 그리 큰 감흥도 없었다. 나도 그한테 건강하라고 인사를 했고 그는 곧 사라졌다. 근데 디어벨이 살아있는 걸 보니 스토리 진행이 좀 꼬일 거 같은데.
“자, 그럼. 여러분. 주목 부탁드립니다! 아, 너희도 포함이야. 제가 말씀드린 ‘여러분’은 바로 독자분들입니다. 우선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13-4. 사실상 134편까지 봐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래. 내 고생이 134편이나 왔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았다. 특별편이라길래 좋아했더니 여기서도 개고생을 하는 내 팔자. 참으로 슬프다.
가끔 ‘개 팔자가 상팔자’라고 하는데 그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원하면 암캐한테 박아대고, 똥 싸고, 오줌 싸고, 밥 먹고. 정말 본능에 충실한 인생이구나 싶더군.
“서장(序章)이 끝나는데 100편. 현재 134편에 와서는 중장(中章)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인 저도 솔직히 이 소설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끝은 이미 정해놓았습니다만 거기까지 가는 길이 문제라는 거죠. 왜 있잖습니까. 학교로 가는 길은 알지만 걸어가든 차 타고 가든 자전거 타고 가든 그건 자유라는 거. 바로 그러한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저기요.”
내가 손을 들자 모두가 본다. 아, 주목 좀 하지 마라니까……나 사람 주목 받는 거 별로 안 좋아한다고!
“질문해.”
“그럼 엔딩에서 저는 행복해지는 건가요?
“……하아.”
작가가 대놓고 한숨을 쉬자 난 참을 수가 없어 소리를 질렀다.
“아, 왜요! 지금까지 계속 평화, 행복, 안전을 모두 적어온 건 바로 작가님이시잖아요! 근데 엔딩 좀 물어봤다고 한숨을 쉬다니! 정말 너무한 거 아닙니까?”
“……그렇게까지 말하니 말해주마. 해피 엔딩이긴 해피 엔딩이다.”
만세!
만세에에에에!
만쉐에에에이!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만세삼창(萬歲三唱)! 참을 수가 없었다!
이럴 수가!? 해피 엔딩이라니!? 작가가 대놓고 공인하다니!? 세상에, 정말? 레알? 리얼리? 내가 해피 엔딩을 맞이한다고!
우후후훗! 웃우우────웃! 정말 눈물이 나올 정도로 기뻤다! 내 눈에서 흐르는 이 뜨거운 눈물은 고통과 고난을 겪고 얻은 행복의 결정체, 미래를 축복하는 눈물이 되리라!
아내들은 모두 축하한다며 내 곁으로 다가와 줬다. 오오! 축복하라, 경배하라! 이 어찌 기쁘지 않을 소냐!? 지금까지 개고생만 하면서 마음고생도 심했지만 누구 하나한테 말 못했던 내 아픔이 모두 치유되는 느낌이구나! 으하하핫!
“너, 내가 한 말은 듣고 싶은 부분만 들었지?”
작가의 그 말에 난 웃음을 멈췄다.
“……네?”
“너 내가 무슨 말했는지 기억은 나니?”
……당연히 기억하지! 잊을 리가 없잖아.
“해피 엔딩이라면서요.”
“해피 엔딩이기는 해피 엔딩이라 했지.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냐?”
“네.”
작가는 그럴 거 같았다며 혼자 궁시렁댔다. 아 씨! 그냥 말할 거면 빨리 말하든가! 뭘 또 궁시렁대며 혼자 중얼거리냐!?
“해피 엔딩이긴 해피 엔딩이라는 말은……말 그대로 해피 엔딩을 맞이한다는 뜻이지. 하지만 현재 상태에서 해피 엔딩을 맞이하기 위해서 필요한 게 뭐라 생각해? 미리 말해두지만 노오오오력 이런 거 말하면 진짜 확 BL로 보내버린다?”
해피 엔딩을 맞이하기 위해 필요한 거?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음…….
“어……백발(白髮) 미친년을 물리치는 거요.”
“아니. 그건 니가 해야 하는 일 중 하나고. 모르는 거 같으니 미리 말해둘게. 해피 엔딩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상응하는 고통과 시련, 고난을 겪어야만 한단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특별편 전까지, 그리고 지금도. 계속 겪고 있는데!
“지금까지 겪었는데요? 지금도 겪고 있고요.”
“레벨 1때 겪는 시련과 고난이 레벨 100때 겪는 거랑 같니? 해피 엔딩이란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싸워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궁극의 결말이지. 그 궁극의 결말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고통과 시련을 겪어야 할 거야. 그걸 적는 게 내 역할이긴 하지만 그걸 겪는 건 니 역할이란다.”
“쉽게 말해 좆빠지게 고생한다 이거죠?”
작가는 ‘잘 아네’라며 웃었다. 빌어먹을. 지금까지 겪었던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이거 이상의 고통을 겪으라고? 대체 무슨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만 작가는 그런 내 생각과 관계없이 계속 독자를 향해 말했다.
“세린한테 말했듯이 이 소설의 엔딩은 해피 엔딩이 될 겁니다. 하지만 거기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나 경위(經緯)는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쓸 생각입니다만 그 동안 겪는 고통이나 시련, 사건 등이 여러분의 생각 이상이 될 수도, 이하가 될 수도 있습니다. 확실하지 못한 발언을 해서 죄송합니다만 분명한 건 어떻게 되든 이야기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작가는 주변을 둘러본다. 나와 아내들. 이 공간. 백발의 여자. 모두를 둘러본 그는 독자를 향해 다시 말씀을 올렸다.
“판타지 세상에 가서 특별한 일을 겪는다는 플롯은 정말 오래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것입니다. 저 또한 그 플롯을 쓰는 사람 중 하나고요. 그러나 그 플롯에 등장하는 등장인물, 설정, 세계관, 사건, 결말 등에 의해 작품의 질이 높은가 낮은가를 알 수 있게 됩니다. 전 제가 대단한 작가라고는 전혀, 눈꼽만큼도. 박테리아만큼도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직도 모자란 부분이 너무 많아 이 작품을 적으면서도 부끄럽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야 그렇겠지……. 19금 소설에 똥, 오줌, 배설물에 토사물이 등장하는 것도 모자라 레즈비언, 분신술을 이용한 난교 파티, 자지의 맹세 등. 부끄러울 요소가 한두 개가 아니다. 그리고 그 부끄러운 요소를 모두 쓰면서 여기까지 온 게 바로 나라는 게 더욱 슬프다.
“하지만 ‘이런 맛이 간 소설 하나 정도는 있는 게 이 세상의 밸런스를 맞추는 데에 필요하지 않을까’라는……일종의 미친 생각을 했습니다. 독창적인 것이 늘 재미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스스로가 생각한 세계관을 최대한 자세히 나타내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노력할 생각입니다. 이 이야기까지 봐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리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여러분한테 양질의 작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 이야기가 끝나자 모두 박수를 쳤다. 나 또한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고 있었기에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설마 등장인물들을 조종해 박수치게 한 건 아니겠지?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며 인사했고 아내들과 나 또한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명색이 특별편인데 작가가 나와 온갖 미친짓을 다하고 심지어 BL까지 나오다니. 약을 거하게 한 사발 빨고 적은 특별편이라 망정이지 평소에 이러고 다니면 분명 3류 소설조차 되지 못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뭐……목숨 걸고 싸우는 것보다야 이런 약 한 사발 거하게 빤 이벤트가 차라리 낫다고 생각하며 웃는다. 앞으로 겪을 고난과 시련을 위해 잠시 쉬어간다고 생각하자.
그렇게 마음먹은 나는 작가한테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고 말하며 악수를 요청했고 그는 흔쾌히 받아줬다. 좋든 싫든 이 작가와 난 함께 갈 거니까. 사이가 좋다면 모를까 나빠서 나한테 들 될 일은 없을 것이다.
아, 아까 세린(마법사)이 ‘따먹히고 있다’고 말할 때 정말 실성한 사람처럼 웃었던 사람들.
니들……얼굴 봤어……!
밤에 각오해……!!
============================ 작품 후기 ============================
어디까지 막장으로 갈지 모르는 하렘 어드벤처입니다. 작가, 스토리, 캐릭터, 세계관. 전부 다 절찬리에 미쳐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와서 BL이 나오든 뭐가 나오든 간에 놀랄 건 없겠죠.
예? 이걸 계기로 팬픽 또 쓸 거냐고요? 하핫, 쓰긴 쓰겠죠. 언젠가는 말입니다. 지금 당장 쓴다고는 단 한 마디도 안 했습니다. 약속은 했지만 기간은 안 정해놨죠. 인간이 왜 그딴 식으로 사냐고요? 출판취소 통수크리 안 처먹었으면 저도 이 지경까지는 안 왔습니다 ^^
해피 엔딩이긴 하지만 거기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시련과 고난이 존재하겠죠. 과연 세린이 그것들을 다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물론 못 이기면 조트망★인생박살! 자기 외에도 위험에 노출될 사람들이 많을 테니 노력할 수밖에 없겠죠.
인생박살이라고 하니 국가 안보를 박살낸 한민구 국방장관이 떠오르네요. 사드 4기 추가로 반입한 거 왜 안 알렸냐고 물으니 ‘안 물어서 대답 안 했음 ^^’ 이 지랄. 예? 한민구가 그런 대답 한 거 아니라구요? 그래도 까여야죠. 국방장관이 일을 그 따위로 했는데.
군대 가보신 분들은 아시잖아요. 보고 안 하면 내리갈굼에 왕창 까이는 거. 거쳐야 하는 순서를 거쳐 위로 가야 하는데 대대장은 알고 중대장은 모른다. 중대장을 거쳐서 가야 하는 자료나 소식이 대대장한테 다이렉트로 갔다.
중대 뒤집어지죠 씨빨 ^^
중대장은 각 중대의 장(저흰 후방이라 10명 정도인데 중대라고 했습니다. 실제로는 분대 2개 정도니 소대라고 칭해야 했는데)한테 왜 보고 안 했냐고 까고, 각 소대의 장(병사)은 왜 보고 안 해서 일 이 따위로 만들었냐고 깔 거고. 딱 봐도 견적 나오잖아요.
근데 방산비리는 생계형 비리라며 박근혜 애널 써킹을 하던 한민구 국방장관이, 안 물어봐서 사드 추가 반입 말 안 했다구요? 내란죄로 푹 썩히고 싶어서 환장한 걸까요? 직무태만으로 엿을 먹어봐야 정신을 차릴까요?
전두환의 하나회부터 시작해 방산비리, 썩어빠진 군대 내부 사정. 이번에 확 뒤집혔으면 좋겠네요. 야당은 공천 받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태클만 걸고 군대는 아직도 박근혜 천하인 줄 알고 애널 써킹이나 하고 앉았고. 참 나라꼴 잘 돌아갑니다.
하는 일은 별로 없는데 회사와 취업 문제로 스트레스만 쌓여 가네요. 얼른 다른 직업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