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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렘어드벤처–당신의 아기를 낳고 싶어-123화 (123/235)

00121 「12-10 : 평화로운 이야기 (2)」 =========================

오후의 검술 훈련은 의외로 매우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목검이긴 하지만 잘못 다루다간 누군가 다칠 수 있어서 정상적으로 진행된 것도 없지 않았다만, 진짜 이유는 ‘아침처럼 박을 거 다 박고 좆물 쌀 거 다 싸면 수련은 언제 하냐?’라는 혜린이의 말 때문이었다.

아무리 로라가 짬이 높다지만 혜린이는 내 첫 번째 아내였고, 그녀가 하는 말은 늘 나를 위하는 말이었기에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검술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생초보 중의 생초보인 나였기에 일단 휘두르기부터 시작했다. 원래라면 혜린이나 희진, 은채처럼 현실 세상에서 온 여자들도 해야 했지만 난 거기에 대해 반대했다.

우선 혜린이는 현재 임신 중이었다. 6개월에 도달한 그녀의 배는 매우 매력적으로 부풀어 올라 있었고 이런 상태에서 몸을 막 움직이는 건 좋지 않았다.

뭐? 이런 상태에서 섹스하는 거? 어, 음……미안. 할 말이 없다. 어쨌든, 아기를 위해서도 검술 훈련에 참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았다.

희진이와 은채는 당장 체력이 모자란 상태인데 훈련에 동참할 처지가 못 됐다. 우선은 경비대 일을 습득하며 도와줄 걸 도와주고, 배울 것도 배워야 하는……군대의 신병 같았다. 신병은 적응 기간이 필요했으며 이는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주로 마법을 써서 괴물과 싸운 그녀들이었기에 훈련에 갑자기 참가하라는 것도 무리한 이야기겠지.

검술 같은 걸 배우는 사람을 보면 검을 머리 위로 들었다가 내려치는 동작을 반복하고는 한다. 그게 바로 지금의 내 모습이었다.

똑같은 행동을 몇 번이고 하는 이유는 그 동작을 몸에 익히게 하기 위함이며, 반복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동작이기 때문이다. 군대에서도 제식 같은 건 짜증날 정도로 반복했었지. 쓸모는 별로 없었다만…….

훈련장 구석에서 목검을 휘두르니 처음에는 기분이 묘했다. 내가 무슨 최강의 검사나 소드 마스터를 노리는 것도 아닌데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당장 때려 치고 아내들이랑 같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집중력 없다고 너무 뭐라 하지 마라. 나도 좋다 못해 아주 사랑해서 이 짓을 하는 게 아니니까.

휘두르는 건 1세트 100번. 1세트를 한 다음에는 좀 쉬다가 다시 휘두르라 했다. 이 짓을 반복하는데 딱히 스승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고 감시를 할 필요도 없었기에 훈련장 구석은 오직 나만의 공간이 됐다. 휘두르다 보니 이게 또 재미있어지는 게……늘 아내들과 보내던 일과를 혼자 보내니 꽤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항상 함께 있던 아내들이 곁에 없으니 쓸쓸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훈련을 구실 삼아 혼자 남게 된 적은 없었으니까. 정신을 집중해서 휘두르다보니 어느새 100개 이상을 넘긴 적도 있었기에 이왕 할 거 200개 하고 두 배로 쉬자는 생각도 들었다.

레이 시리즈는 현재 경비대원들과 함께 순찰 중이었다. 충분한 마력을 공급한 서큐버스는 사람들의 마력을 탐하거나 하지 않았기에 경비대원들과 함께 순찰 및 감시 임무에 투입될 수 있었다. 느껴본 적 없는 괴물의 낌새가 느껴진다면 바로 보고할 수 있도록 암시를 걸었기에 혹시나 반역 따위가 일어날까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로라와 메이 또한 임신 5개월에 접어들었기에 슬슬 움직임을 제한해야만 했다. 뒤뚱거리며 걷는 그녀들의 모습은 매우 아름답기도 했지만 나를 걱정케도 만드는 것이었으니까.

유산(流産) 따위는 절대 일어나게 하지 않을 거다. 그런 끔찍한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도 슬슬 경비대장을 쉬어야 할 거 같았다.

아내들은 혜린이와 로라, 메이를 보며 그 배를 부러워했다. ‘고속성장’ 마법을 쓰면 빠르게 성장시킬 수는 있지만 가능하면 그런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시간에 따라 함께 성장하는 게 최고일 테니까.

이 세상에 장애인이나 기형아, 질병 등의 요소가 모조리 빠진 걸 생각한다면 마법을 써도 상관은 없겠지만 100% 장담은 못 하니까.

아기를 빨리 낳고 싶다는 그 욕망은 이해한다만……위험을 동반하면서까지 무모한 짓을 하고 싶지는 않은 게 내 마음이었다.

휘두르던 검을 잠시 멈추고 하늘을 본다. 비가 올 거라 생각했지만 먹구름은 어느새 사라진지 오래였다. 비가 오는 것보다야 낫지만 가끔은 비가 내리는 것도 운치 있어서 좋다.

“땡땡이 치면 어떻게 해? 로라한테 이른다?”

하늘을 보고 있던 중 들린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혜린이였다. 쟁반에는 물이 들어간 컵과 먹을 게 조금 있었다.

“간식이야. 쉬어가면서 해야지.”

“고마워. 마침 목이 좀 말랐었거든.”

물을 마신 후 먹을 것에 손을 댔다. 조그마한 빵이랑 과자 몇 개였지만 땀을 흘린 후에는 진수성찬이나 다름없었기에 게 눈 감추듯 먹어버렸다.

“어지간히 배고팠나 보네.”

“나도 이렇게 맛있을 줄은 몰랐지. 사랑하는 아내가 가져와줘서 이렇게 맛있는 거 아닐까?”

“으이구, 말은 잘 해요!”

현실에서 커플이나 나눌 법한 이야기를 나누니 참 좋았다. 평화로운 마을에서 사랑하는 아내와 대낮에 이런 대화를 나누다니. 조금 가슴이 벅찼기에 눈물이 나올 거 같았다. 으음, 참아야지. 여기서 울어버리면 좀 그렇잖아. 이유 설명하기도 뭣하고.

“헬레나한테 진 게 그렇게 분했어? 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연습부터 할 정도로?”

지금까지 늘 빈둥대며 아내들이랑 지내던 내가 연습 타령을 하며 나간 게 충격이긴 충격이었나 보다. 아무 짓도 안 하고 논 건 아니었지만 저렇게 말을 하니 내가 많이 놀긴 놀았구나 싶었다. 현실에서는 꿈도 못 꿀 정도로 뒹굴대며 놀았다만……솔직히 말해서 아직도 멀었다. 현실에서 내가 얼마나 좆뺑이를 쳤는데. 겨우 이 정도로 만족하겠냐?

“그런 것도 있고. 아기가 얼마 안 있으면 태어나잖아. 내가 그리 강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아기 지킬 수 있을 정도의 힘은 있어야지.”

그 머리 하얀 미친 여자 이야기를 쏙 빼더라도 이유로는 적합했다. 사실이자 진심이기도 했고. 내가 죽는 건 둘째 치더라도 곧 태어날 아기들한테 그 여자가 손을 댄다면? 때리든 베든 간에 그럴 힘이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힘이 없다고 넋 놓고 손 놓고 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헤헤……우리 남편, 많이 컸네? 아내들이 많아서 책임감도 많이 느끼는가봐?”

은근히 자기 이외의 아내를 만든 것을 까는 느낌이었기에 좀 움찔했다. 에휴……사실이기도 해서 뭐라 할 수도 없었다. 엄청 만들었지. 14명이라니.

현실에서는 1명이라도 사귈 수만 있다면 기적이었는데 여긴 14명이나 만들었으니까. 엄마 아빠가 안다면 기겁을 하겠지.

“괴물도 사라졌고 큰일도 없어졌잖아. 빈둥대는 게 좋긴 하지만 그래도 그 시간 동안 강해지려고 노력하는 게 어떨까 싶었거든. 혜린이는 어때? 몸은 좀 괜찮아?”

더 이상 이 주제에 깊숙하게 파고드는 걸 방지하기 위해 먼저 선수를 쳤다. 아기에 대한 게 궁금하기도 했고 몸 상태가 나빠지거나 하면 바로 휴식을 취하게 만들 생각이었으니까.

“응. 엄청 괜찮아. 여기서는 아기를 가져도 기분이나 몸 상태가 나빠지는 일이 거의 없나봐. 신기하다니까? 이런 점에서는 진짜 짱이야.”

“어……원래 6개월쯤 되면 현실에서는 어떤데?”

“임신을 안 해봤으니까 모르지. 하지만 이렇게 상태가 좋을 리가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 임신 관련 자료를 꽤 많이 봤었으니까.”

그렇군. 입덧이나 병이 없으니 병 수발로 인한 걱정이나 시간 낭비는 없다. 적절한 영양을 공급받으며 몸을 움직이니 지나친 영양 공급으로 인해 태아한테 악영향이 미칠 걱정도 없고. 이런 면에서는 그 미친년한테 감사해야겠군. 적어도 아내들은 쾌적하고 즐거운 임신 생활을 보낼 수 있으니까. 근데…….

“왜 임신 관련 자료를 많이 봤던 거야? 그, 임신한 적 없다고 했잖아.”

불안하다. 설마 ‘헤헤……사실 이 아기, 모르는 남자의 좆물에서 태어난 아기에요. 기뻐♥’ 같은 NTR성 짙은 말을 할 거 같았다. 혜린이는 내 뜻을 알았는지 기분 나쁘게 웃으며 다가왔다.

“히히, 우리 남편. 불안해? 내 배 안에 든 게 니 씨앗이 아닐까봐? 걱정 마♪ 그냥 불안했거든. 내가 현실에서 어떤 여자였는지 알잖아? 나나 다른 연예인들은 임신이 확정되면 안정기에 들어가기 전까지 일을 마쳐야 했거든. 주변에 동료 연예인들이 너도 나도 임신을 하니까 알기 싫어도 알게 되더라고. 자세히는 기억 안 나지만…….”

동료 연예인들의 임신이라……. 혜린이 주변의 연예인들은 임신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연예인이 임신을 한다는 건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경제력을 지녔거나, 그럴 수 있는 권력(위치)에 있다는 걸 뜻하니까. 그런 걸 생각하자 또 기분이 우울해졌다.

대한민국은 독재당이 집권하며 점점 살기가 어려워졌다. 특히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된 이후로는 경제 / 외교 / 안보 / 민심 등이 완전 바닥을 쳤다. 오죽하면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을까?

비정규직을 더욱 양산하며 쉬운 해고, 힘든 취업을 만들며 오직 희생과 애국만을 강요당하는 청년들이 결혼을 쉽게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N포 세대]라는 말이 나왔듯이 연애, 결혼, 출산, 자기집 마련, 취업, 인간관계 등을 포기하는데 아기를 낳아 나라에 이바지하라니? 개소리도 그 정도면 환상이었다.

그런 현실을 가장 잘 나타내는 속담이라면 ‘가난은 나랏님도 해결 못 한다’였다.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말이 아직까지도 쓰이는 걸 보면 두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⓵ 조상님은 매우 위대하다

- 유교 등의 꼰대 문화를 만든 건 마음에 존나 안 들지만 그들이 한 말은 대부분 옳았다. 속담이나 사자성어가 중국에서 들어온 것도 있지만 옛 성인(聖人)의 가르침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호불호가 갈리지만 그들의 가르침이 무조건 헛된 것만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⓶ 시대가 어느 때든 정치하는 새끼들 때문에 나라 망하는구나

- 옛날부터 당파 싸움 때문에 백성들을 희생시키고, 이젠 지지율과 자기들 밥그릇, 이익을 위해 국민을 희생시키는 걸 보니 조선이든 대한민국이든 병신 같구나 싶었다.

늘 힘이 없어 외세(外勢)의 힘을 빌려 일을 해결하다가 강간당했던 주제에 아직도 그 굴레로부터 못 벗어나다니. 그런 나라의 백성인 게 참 안타까웠다.

아기를 만들라는 말은 노예를 만들어 이 어려운 헬조선을 계속 이끌어가게, 자신들을 위해 더욱 더 많은 세금과 돈을 바치도록 노력하는 말과 같았다.

결혼할 능력도 없고 처지도 안 되지만……결혼한다 치더라도 아기를 낳을 주제가 아니었던 내가 순식간에 2천 명이 넘는 아기들의 아빠가 되다니. 지금 생각해도 웃긴 일이었다.

간단하게 말하지만 혜린이도 알고는 있겠지. 나 같이 하층민의 경우 양육비가 장난이 아니게 높아 함부로 아이를 낳을 수가 없다.

하지만 연예인은 재산이 충분하고 그럴 경제력이 충분하더라도 아기를 막 낳을 수는 없다. 자기들 또한 계속해서 일을 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회사의 경우 육아를 이유로 휴가를 받게 되면 대부분 회사에서 나가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한다. 개발도상국이라는 이름의 후진국, 대한민국에서는 노예가 아기를 낳는 걸 빌미로 쉬는 걸 절대 용서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자의 경우 더욱 심하기에 육아 휴가를 받겠다는 건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복지를 중요하게 여긴다면서 그 복지 중 하나인 휴가 및 육아 관련 정책을 이렇게 개판으로 만들어 놓은 걸 보면 참……내가 아기를 가지게 된 곳이 이 ‘하렘 어드벤처’라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지금 말한 것은 회사원이지만 연예인이라고 모든 사람들한테 축복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아내가 임신을 하게 되면 돌봐야 하므로 당연히 TV에 출연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든다. 출연 및 노출이 줄어들면 그만큼 인기를 잃게 되며 잃어버린 인기는 마음먹는다고 해서 금방 되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한 경쟁 시대인 이 사회에서 잠시간의 휴식이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는지는 여러분이 더 잘 알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인기가 있는 연예인마저 이 정도인데 인기가 없는 연예인이나 3류 가수 등, 행사(흔히 말하는 콘서트나 대학 축제의 이벤트 등)를 뛰지 못하게 되는 연예인은 과연 어떨까? 인기는 고사하고 양육비를 벌 수나 있을지 의문이었다.

잠시 멈추면 금방 누군가가 뒤를 따라오는 무한 경쟁 시대에서는 연예인조차 안심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헐벗은 걸그룹이 여기저기 나타나 인기를 차지하게 되면 그저 그런 3류 가수나 인기 없는 연예인은 행사조차 제대로 구할 수가 없게 되다니. 이런 상태에서 누군가를 임신시켜(혹은 임신하게 되어)버린다면 아웃.

양육비부터 시작해 출산비용, 아기를 위해 들어가는 돈 등을 내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점점 ‘아기’를 돈에 관련해 생각하기 시작하는 내가 쓰레기 같아진다.

하지만 알아둬라. 이 세상은 사랑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 돈은 필요불가결한 것이며, 돈이 없어지면 그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다!

아기? 좋다!

임신? 좋다!

출산? 더 좋지!

하지만 그 모든 것에는 돈이 들며 사랑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비정한 현실에서 도망칠 것인가, 받아들이며 싸워나갈 것인가는 결국 사람이 정해야만 하는 일이다.

내 아내들은 늘 섹스를 나눌 때마다 아기를 거론하곤 했다. 내 정자가 아니라 ‘생명의 씨앗’을 쓰는 거라면 3개월로 아기가 태어나고, 그 아이는 1~2개월을 걸쳐 순식간에 20세에 가까운 신체로 성장한다. 성장함에 따라 인격이나 지식 또한 급속하게 달라진다 했으니 교육에도 큰 문제는 없겠지.

이 ‘하렘 어드벤처’에서는 아기와 쾌락을 제1의 가치로 여기고 있었다. 그야 그렇겠지……. 단순히 아기만 보더라도 이렇게까지 문화와 생활의 차이가 드러나니까.

아기 하나 낳으면 인생이 좆망하는 대한민국과 달리, 이곳에서는 임신, 출산, 성장, 생활에 거의 문제가 없으니까. 참으로 이상적인 곳이었다. 내 아내들한테도, 나한테도.

이미 여긴 현실이 아니지만 현실이었다면 14명의 아내라니. 택도 없다. 좆물 캡슐과 직접적인 질내사정 등으로 아기를 심어준 여자만 2천 명이 넘는다. 한국이었다면 인생 좆망 테크트리를 타서 자살을 진지하게 고민할 정도의 난봉꾼이 됐군.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참으로 신기했다.

“있잖아, 세린……. 나 슬슬 임신 6개월로 접어들잖아?”

“어, 응. 그거 때문에 걱정이 좀 되기도 해. 갑자기 몸이 안 좋아지는 게 아닌가 해서.”

내 솔직한 걱정에 혜린이는 고맙다고 했다. 남편이니까 당연한 거지.

“그런데 있잖아. 왕궁에 있을 때 다른 여자들이랑도 이야기를 해봤거든. 모두 나나 로라, 메이를 부러워하더라고.”

“응? 왜? 임신은 모두 다 했잖아.”

부러워할 게 뭐가 있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혜린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이었다.

“부러워했던 건 임신이 아니라 성장이었어. 난 임신 6개월이고 로라랑 메이는 5개월. 그 다음으로 아이나잖아. 미카도 비슷하지만……. 아기의 성장이 눈에 보일 정도니까 다들 정말 부러워하더라고. 헤헤……세린의 자지에 먼저 지배된 게 나라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니까? 쯉♡”

목검을 휘두르느라 땀투성이가 된 내 입에 닿은 그녀의 입술은 따스하면서도 달콤했다. 으음, 아침에 그렇게 뽑아냈는데도 하반신이 움찔하다니. 내 성욕은 역시 이상(異常)의 영역에 들어가 있다고 생각된다.

“커다란 배를 보며 놀라워하면서도 부러워하는 그 얼굴……후후.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뿌듯해. 한국에서는 이런 나를 봤다면 아마 이런 생각 했을걸? 퇴물 걸레가 이제야 아기를 가졌네, 이제 한물간 여자가 임신까지 했으니 사실상 연예계 은퇴네 뭐 이런 거. 그치만……이 세상에 있는 대부분의 여자들은 진심으로 내 임신을 축하해줬어. 그게 너무 기쁜 거 있지?”

생명을 품는 소중한 행위. 임신을 했는데도 악의가 가득한 축복을 날리다니. 하아……혜린이가 이 세상에 온 걸 다행이라고 여길 정도니 진짜 한국에는 두 번 다시 못 갈 거 같다. 다시 돌아간 순간 온갖 악의와 광기가 넘치는 걸 온몸으로 깨달아야 하니까.

“그……혹시나 싶어서 묻는 건데. 따돌림이나 괴롭힘 같은 거 없지?”

마음을 졸이며 묻는 게 이딴 거라니. 하지만 난 진심이었다. 괴롭힘이나 따돌림 같은 건 이 세상에 없기를 바랐으니까. 내 아이들이 대한민국 같은 곳에서 살기를 원하지는 않았으니까.

“없어. 나도 놀랐다니까? 순수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생각하는 마음을 보니까 나나 희진이, 은채. 그리고 너도. 정말 용케 그런 세상에서 살다 왔구나 싶더라고. 오히려 나한테 필요한 건 없냐, 불편한 데는 없냐며 늘 걱정해줘서 고마울 정도야. 태어날 아기랑 빨리 놀고 싶어.”

태어날 아기랑 함께 지내는 거라면 모를까 빨리 놀고 싶다니. 혜린이다운 말에 웃음이 나왔다. 나도 빨리 아기가 보고 싶다는 말에 혜린이는 살짝 표정을 고쳤다. 응? 무슨 이상한 말 했나?

“그, 있잖아. 세린한테 부탁……이라 해야 하나? 말하고 싶은 게 있어서 왔거든.”

“부탁? 나한테? 어, 나야 상관없지만……. 혹시나 싶어서 묻는 건데 이혼 같은 건 아니지?”

늘 내 안 좋은 예감이 현실로 맞아떨어지는 게 싫었기에 최악의 가능성을 지닌 것부터 물었다. 혜린이는 설마! 라는 말과 함께 부정했다. 다행이군. 그럼 뭐지?

“그, 니나한테 예전에 썼던……아기가 갑자기 커지는 거 있잖아.”

“아, 고속성장? 어. 있지. 근데 왜?”

“그거……. 다른 애들한테도 써줄 수 있어?”

정적이 맴돌았다. 뺨을 간질이던 바람소리마저 들릴 정도의 고요함이 내 심장을 찌른다. 이유를 묻자 혜린이는 좀처럼 짓지 않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불러오는 내 배를 볼 때마다 모두 기뻐하고 축복해주는데……늘 그게 미안했거든. 진심으로 나랑 내 아기를 축복해주는데 가끔은 자기들도 비슷한 시기에 아기를 낳고 싶다거나 하니까……. 무조건 축복과 축하만 받는 건 너무 미안했는데, 임신을 한 시기나 아기의 성장은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니까. 그래서 생각난 게 그거였거든. 니나의 아기를 단숨에 성장시켰었던…….”

이건……좀 의외인데. 부탁이라고는 했지만 사실 혜린이의 배려와 친절함이 들어간 소망이나 다름없었다. 아내들이 좀 더 아기를 빨리 가지고 싶었다는 말을 하곤 했었지만 혜린이가 부탁을 할 정도로 안타까워했을 줄이야. 목검을 휘두르며 거기에 관련된 생각을 했었기에 내심 무섭기도 했다. 혹시 내 생각을 읽었던 건 아니겠지?

“세린. 나 이외의 아내들이 모두 비슷한 날에 아기를 낳을 수 있도록……그 ‘고속성장’이라는 걸 써주면 안 돼? 모두 정말 착한 애들이야. 나를 진심으로 축하해줬듯이 나도 그 사람들을 진심으로 축복해주고 싶어. 그치만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게 너무 안타까워서…….”

표정이 어두워진 혜린이를 꼭 끌어안았다.

정말 대단하군. 뭐가 대단하냐고?

전부 다.

내 목숨을 이용해서 살아남으려 했던 혜린이가 이렇게 달라진 것도 놀라웠지만, 그녀를 여기까지 달라지게 만든 건 ‘하렘 어드벤처’라는 특수성뿐만이 아니었다.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축복해준 아내들. 여기 있는 모든 여자들과 지금까지 겪은 일들이 ‘이혜린’이라는 여자를 이렇게까지 달라지게 만든 것이었다.

더군다나 나쁜 방향이 아니라 좋은 방향으로. 이 이상 없을 정도로 기쁜 모습으로 달라진 혜린이를 보니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마음먹고 한 부탁마저 자신의 이익이나 욕망을 위한 것이 아닌, 다른 여인들을 위한 것이었다니! 그 갸륵함과 친절함이 너무나 감동스러웠기에 더욱 더 강하게 그녀를 껴안았다.

“세, 세린……아기.”

“앗, 미안! 아기는 괜찮아!?”

혹시나 나 때문에 아기가 다쳤을까 싶어 곧바로 포옹을 풀어야만 했다. 혜린이는 그 정도로 다치거나 죽는 일은 없다며 웃었지만 앞으로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아내들을 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부탁……들어줄 수 있겠어?”

들어주고말고. 암, 그런 것도 못 해서야 남편 해먹겠냐?

“물론이지. 내 첫 번째 아내이자 최고의 미인, 내가 가장 사랑하는 우리 혜린이의 부탁인데 당연히 들어줘야 하지 않겠어? 게다가 그 부탁이란 것도 니가 아니라 다른 아내들을 위한 건데 내가 안 들어줄 리가 없잖아? 나한테 맡겨.”

조금 오버한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칭찬과 자신감을 나타냈지만……에이. 뭐 어때? 내가 이렇게 허세 부리는 게 자주 있는 일도 아니고.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 하나는 물어야만 했다.

“오늘 나도 그 건에 대해 생각했었거든. 그치만 불안한 게……고속성장을 써서 혹시나 마법에 의한 부작용이나 위험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했어. 병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부터 시작해 기형아, 장애인 등. 그런 불안 요소가 100% 없다고 말할 수가 없잖아.”

내 말에 혜린이는 ‘아차, 그 말을 잊었네!’라 소리쳤다. 뭘 잊어?

“한국에서도 과잉 영양 같은 걸로 아기한테 나쁜 영향 같은 게 미치잖아? 그게 불안해서 나도 물어봤는데……이 세상에는 기형아나 장애인이라는 개념이 없는 거 같아. 병도 그렇고. 마법에 의한 부작용 같은 것도 없대.”

기뻐하며 말하는 혜린이를 보니 ‘고속성장’ 마법을 쓰기 전, 혹시나 부작용이나 생각지 못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며 걱정하는 모습이 눈에 떠오른다. 다른 사람의 건강과 소망을 위해 이것저것 물으며 자료를 구하는 혜린이가 너무나 기특했지만 마음속의 찜찜함은 지울 수가 없었다.

이렇게까지 일이 굴러가는 것도 모두 그 미친 여자의 짓이겠지. 아기가 태어나는 시각을 거의 동일하게 조절함으로써 내가 그 아이들과 어떤 미래를 펼쳐지는지를 더욱 더 즐겁게 보려고 하는 거겠지. 더 빨리 보려 그러는 것일 수도 있고.

기뻐하는 혜린이한테 가볍게 키스를 한 후 저녁을 먹은 후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다. 손을 흔들며 들어가는 혜린이를 배웅한 후 다시 목검을 휘두르지만……여전히 마음속의 찜찜함은 남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만둘 수는 없다. 이 연습도, 고속성장의 사용도.

고속성장이라는 마법 자체가 이런 때를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모든 행동과 미래를 이렇게 이어지도록 만들다니. 공포감을 넘어 감탄마저 느낄 지경이다. 조물주도 이렇게까지 만능은 아닐 거 같은데.

이렇게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건 정말 무서우면서도 그 치밀함에 감탄을 느껴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녀가 듣기 좋은 말을 함으로써 조금이나마 더 길게 살고 싶다는 욕망도 들어가 있었다. 자기가 죽이려 했던 여자한테 처발리는 것도 모자라 이런 아부성 짙은 생각까지 하다니. 역시 난 쓰레기다.

땀범벅이 된 채 방의 샤워실로 향했다. 샤워한 후에 저녁을 먹고, 그 후에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겠지만……기뻐하는 아내들의 모습이 벌써부터 눈에 아른거린다. 불어오는 바람의 시원함에 다시금 오래 살고 싶다는 마음을 느끼며 발걸음을 옮겼다.

============================ 작품 후기 ============================

집안사정과 개인사정으로 후기는 생략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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