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2 「12-1 : 중장(中章)의 시작 (11)」 =========================
여왕과 공주의 얼굴에 오줌을 갈기다니. 이건 나도 생각 못 한 일인데. 두 사람이 갑작스럽게 한 짓이라지만 왕족의 얼굴에 소변을 눴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곧 정신이 든 헬레나는 큰소리로 사과를 했다.
“여, 여왕님! 공주님! 죽을죄를 졌습니다! 저 같이 미천한 년이 두 분을 사모하는 마음을 품은 것도 모자라 그 용안(龍顔)에 소변까지 뿌리다니……이, 이런 미천한 년이 죽을죄를 저질렀으니 그 대가는 목숨으로……!”
“그만해요!”
“안 돼!”
그 말을 두 사람은 동시에 막았다. 서로 의논하지도 않았는데. 헬레나의 팔이 떨리는 게 느껴진다. 음……두 명이 헬레나의 음문을 빨고 핥아줄 때부터 이미 답은 나온 거나 마찬가지인데. 그걸 모르는 거 같다.
“헬레나처럼 착하고 충직한 부하를 죽이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농담이라도 두 번 다시 그런 말은 꺼내지 말아요! 여왕으로서 용서하지 않겠어요!”
“여, 여왕님…….”
목이 멘 목소리에는 슬픔과 눈물을 간신히 참는 의지가 느껴졌다. 자신의 마음과 존재를 허락해준 마리아의 말에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리고 싶었겠지만, 아테나의 일갈(一喝)은 그러한 틈을 주지 않는다.
“우리를 생각하고 사랑해준 헬레나를 죽인다고? 그런 말 한 번만 더 해봐! 내가 가만 안 있을 테니까! 누구보다 우리를 배려해준 헬레나라도 내가 용서 안 할 거야!”
“공주님…….”
결국 무너졌다. 헬레나는 고개를 숙인 채 조금씩이지만 몸을 움찔거렸다. 사모하는 마음을 감췄던 이유는 그 감정이 정상적이지 않은 것이고, 발설했다간 거절당했을 거라는 걱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지 못한 일로 인해 감정이 발설됐지만 그 마음에 대해 두 사람은 거절을 하지 않았다. 비난도 하지 않았다. 그저 따뜻하게 받아들였을 뿐.
그것만으로도 기쁘기 그지없건만, 마리아와 아테나는 자기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줬다. 그렇지 않고서야 비밀스러운 곳에 입을 대는 것부터 시작해 자신의 소변을 맛있게 마실 수 있을까?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자신한테 그런 짓은 용서하지 않겠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답은 이미 나와 있잖아. 절대 할 수 없다. 사랑이란 맹목적이며 자기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인한 감정이기에. 그런 맹목적인 태도와 감정이 있으니까 상상도 못 할 짓을 할 수 있는 거다.
이 경우, 소변을 마시는 것뿐만 아니라 그녀의 마음을 받아들인 것이라 볼 수 있지.
……근데 내가 왜 설명충이 된 거 같은 느낌이 드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만. 아이나를 혼내거나 아이라를 설득할 때는 엄청 화도 내고 소리도 질렀지.
아이나는 ‘동생을 돌보지 못한 자신이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며 행복을 누려서는 안 된다’라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라는 그런 언니를 미워하면서도 다시금 보고 싶다고 간절히 바라고 있었고.
잘못된 생각, 그릇된 감정에 대해 소리도 치고 고함도 지르며 그걸 고쳐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난 그걸 했을 뿐이다. 그걸 했을 뿐이지 내가 엄청 대단한 사람이나 위대한 인물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진짜 대단하고 위대했으면 그 머리 허연 미친 여자한테 이렇게 시달리겠냐? 단숨에 해결했겠지.
이 경우 감정을 품은 인물이 헬레나였지만 그녀는 그 감정을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내가 ‘자지의 맹세’로 알아낸 감정을 말하기 전까지 반항과 저항만을 반복하며 마음을 밝히는 걸 꺼려했다. 그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감춰둔다고 무슨 해결책이 생기는 것도 아니잖냐.
내가 설득을 하자니 내 말을 죽어라 안 듣고. 그렇다고 마음을 밝힐 생각도 없었기에 좀 강제적인 방법을 썼을 뿐이다. 개인적인 감정은 없었다……고 말할 줄 알았냐?
존나 많거든? 내가 감정을 말한 이유 중 하나도 지금까지 했던 괘씸한 짓에 대해 벌을 내리기 위함이었지! 음홧홧!
졸렬하고 치사하다고? 아니꼬운 쓰레기라고? 어허, 이거 왜 이러시나? 난 원래부터 그랬어! 단지 최근 착한 일을 많이 하다 보니 이런 면모를 꺼낼 장면이 없었던 것뿐! 얌전히 살아가려는 사람을 자극한 헬레나가 나쁜 거라고!
나도 나쁜 놈이다만, 날 이렇게까지 만든 것에 대해 전혀 책임이 없다는 말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소극적이나마 치졸한 내 복수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으니 감사하게 여겨라 헤벳! 데퍄퍄퍗!
적반하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궤변이었지만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 생각했다.
“헬레나가 저희를 그렇게까지 생각해줘서 기뻤어요. 저와 아테나, 두 명이서 ‘생명의 씨앗’을 만들 수 없게 됐을 때는 정말로 절망스러웠답니다. 여왕과 공주만이 만들 수 있는 ‘생명의 씨앗’을 만들 수 없게 되어서 너무나 슬펐지만……슬픔 외에도 다른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답니다. 혹시 레이프에 있는 국민들이나 기사단 여러분이 더 이상 저희를 여왕과 공주로 취급하지 않는 게 아닐까 하고요.”
“당치도 않습니다! 그런 불경스러운 생각을 하는 놈이 있었다면 제가 바로 목을 쳤을 겁니다!”
생명경시라는 말을 아니? 아니, 여기가 판타지 세상이긴 한데 목을 친다는 말을 그렇게 쉽게 하면 안 되지!
그렇게 태클을 걸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또 못된 놈, 분위기 파악 못 하는 머저리로 낙인찍히긴 싫으니까. 이미 찍혔다고? 알아. 더 찍히기 싫다는 소리지.
“사람의 마음은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법이니까요. 헬레나처럼요. 혹시나 저희를 더 이상 여왕과 공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을까 하며 힘들어할 때 당신이 저한테 해줬던 말, 기억나나요?”
“제가……말입니까?”
마리아는 활짝 웃었다. 소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이었지만 그 웃음에서 나오는 자애로움은 더러움 따위에 굴복하지 않는 아름다운 미소였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위해 노력하셨으니 이번에는 헬레나와 기사단의 단원들, 모두가 저희를 위해 노력할 차례라고 했어요. 저와 아테나는 저희가 했던 걱정이 바보 같고 쓸데없다는 걸 깨달았죠. 저희가 더 이상 씨앗을 만들 수 없어도 모두 저희를 여왕과 공주로 인정해준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뻤답니다.”
권력을 잃은 사람들을 매몰차게 대하는 부하는 충직하지 못한 부하다. 그런 부하를 데리고 있다고 한들 이룰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그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면 부하는 자기 주변의 사람들 탓을 하며 자기의 능력 없음을 감추려 할 것이다.
헬레나는 그런 부류의 인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나한테 썅년 짓거리 한 거 제외하면 말이다.
“기사단 내에서 더 이상 씨앗이 없다는 소문 때문에 힘들었을 때도 헬레나, 니가 도와줬잖아.”
이번에는 아테나였다. 마리아든 아테나든 간에 두 명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보좌했다는 것만큼은 잘 알겠다. 오히려 이야기할 게 너무 많아서 문제일 거 같은데……망할. 섹스 중에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람?
“씨앗을 대체할 방법을 전력으로 찾고 있으니 여왕님과 공주님을 믿어라. 지금까지 우리를 위해 많은 걸 바치신 분들을 믿지 못한다면 여왕기사단은 씨앗만을 원해 모인 소인배, 속물 집단이 될 것이다……라고. 그 말 들었을 때, 솔직히 많이 감동했어.”
만약 씨앗을 만들 수 없게 되자 ‘아, 쒸발! 저딴 년들을 우리가 여왕님 공주님 하며 모셔야 함? 확 들고 일어나면 안 됨!?’이라며 쿠데타 등을 계획했다면 그것이야말로 속물적인 소인배겠지. 충성심이고 나발이고 그저 원하는 것만 손에 넣으면 된다는 사람을 부하로 쓴다면 정말 후회스러울 거 같다.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충성스러움을 나타냈던 헬레나는 아무 말 없이 머뭇거리고만 있었다. 마음을 받아준 것뿐만 아니라 이렇게까지 사랑받고, 신뢰받고 있었다고는 생각도 못 했던 거겠지.
“헬레나, 저희도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헬레나가 있어줬기 때문에 우린 모든 걸 맡겨두고 세린을 찾으러 갈 수 있었던 거야. 고마워, 헬레나.”
울음을 터뜨렸는지 흑흑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헬레나를 다독이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정말 정다워서 좋았다. 하지만 한 마디는 꼭 해야겠다.
“……난 언제 얘 똥구멍 속에 좆물 싸면 돼?”
야,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니들이 이야기꽃을 피우는 거? 좋지! 그래, 좋아! 레즈비언 엔딩으로 가도 되겠지!
근데 시발 왜 내가 얘 엉덩이에 자지 박고 있을 때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드는 건데? 아이나냐? 똥싸개 아이나도 이렇게까지 힘들게 한 적은 없었다고!
어디선가 ‘아니거든!? 나 똥싸개 아니라고! 난 프레그넌트 주민들한테 사랑받는 촌장이란 말이야아앗!’이라는 고함 소리가 들린 거 같지만……음. 환청이다. 무시하자. 걔가 똥싸개라는 건 머리 허연 미친년도 아는 사실이니까. 모두가 아는 사실을 부정해봤자 슬퍼지는 건 자기 자신뿐이다.
“헬레나……당신의 마음을 받아들일게요. 앞으로도 저희를 보좌해주시겠나요?”
“무, 물론입니다!”
“히히, 그럼 우리랑 밤에 즐길 사람이 늘었네? 요 귀여운 부단장님♡”
“아, 아테나 님…….”
“섭섭하게 아테나 님이 뭐야? 아테나라고 불러. 엄마도 마리아라고 부르고. 그래도 되지, 마마?”
“후후, 물론이란다. 앞으로도 서로를 사랑하도록 하죠. 헬레나. 쯉…….”
마리아와 아테나. 두 명과의 진득한 키스를 마치자 몽롱한 상태가 되어버린 헬레나는 ‘아, 아우우……’같은 신음 소리만 냈다. 이쯤 되면 해도 되겠지.
“니 진실된 감정을 말했을 뿐만 아니라 일을 이렇게까지 잘 해결해준 나한테 넌 해야 할 말이 있지 않냐?”
“……고맙게 됐수다, 임금님.”
이 개년이 뒤질라고!? 하아……됐다. 사람 좋은 내가 참자. 그녀의 입을 탐하며 다시 허리를 움직이자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던 게 거짓말처럼 여겨질 정도로 내 물건을 조아 온다. 윽! 망할! 지금까지 넋을 잃어서 가만히 있었던 거구나!?
“응, 앗! 임금님, 헤헤……나보다 약한 임금이라니……응, 캇!?”
퓨르르르르륵! 쀼지지지직!
방귀와 똥이 동시에 나오는 소리가 들렸지만 이젠 아무래도 좋았다. 어차피 더러워진 몸이고 이미 해결해야 할 일은 끝났다. 내 허리와 그녀의 엉덩이가 들썩이자 마리아와 아테나는 서로를 본 후 다시 헬레나의 소중한 곳에 입을 갔다댔다.
“쮸읍! 쮸릅! 후후, 헬레나……임금님께 당신의 평생을 바치는 거예요! 충성을 맹세해요! 틀림없이 영원한 쾌락과 즐거움을 줄 거예요!”
“임금님의 자지를 매일 빨고 즐길 수 있어! 여왕기사단의 단원들 중 헬레나가 바로 그 첫 번째 기회를 누리게 되는 거야! 정말 영광스러워!”
두 명이 보지를 빨아대며 충성을 맹세하라고 하자 헬레나 또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손은 내 목 뒤로 휘감아 무방비 상태. 자신의 마음을 허락한 상대방의 권유를 거절할 수 있을 정도로 그녀는 요령이 있지도 않았고, 그럴 상태도 아니었다.
엉덩이를 들썩이며 허리를 처박을 때마다 항문 깊숙한 곳을 내 자지가 후벼 팠으며, 전대미문의 쾌락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헛된 발버둥을 쳤지만……발버둥은 발버둥. 손과 엉덩이. 둘 다 절정을 바라고 있었기에 육체와 정신은 절정을 향해,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린다!
“응큭! 아큭! 아, 히극! 임금님, 껫! 앗! 추, 충성을 맹세, 합니닷! 히잉! 아, 앗! 마리아! 아테나! 쌀게! 오줌이랑 똥 다 나와! 부단장인 내가! 여왕기사단의 부단장인 내가 여왕과 공주와 임금 앞에서 간, 닷! 아, 응! 끙아아아앗──────!?”
절정에 도달한 순간, 앞에서는 따스하면서도 비린내가 나는 소변이. 뒤에서는 냄새와 노폐물 투성이의 똥을 동시에 분출했다. 서로의 사랑을 받아들인 마리아와 아테나는 충직한 부하의 소변을 마시며 넋을 놓아버렸는지 짐승처럼 그녀의 비소(秘所)를 핥아대며 빨고 있다.
항문 섹스에서 똥을 누며 절정에 도달하는 건 항상 있는 일이지만 첫 경험을 똥으로 장식하다니. 여왕기사단이 아니라 항문기사단으로 이름을 바꿔야 하나 진심으로 고민하게 만들었다. 아무도 좋아하지 않을 이름이니 관두겠다만…….
기진맥진의 상태로 자지를 빼자 이미 조금씩 나와 버렸던 대변이 더러운 냄새와 시각적 효과를 보여주며 밖으로 나왔다. 하아……여기 오기 전에도 더러웠던 곳이지만 일을 본 후에도 더럽구나. 응?
“에헤헤……임금님의 자지……낼름, 날름……쪽! 쯉……!!”
헬레나는 절정에 도달해 완전히 미쳐버린 건지 스스로 내 물건을 빨아대기 시작했다. 자기 똥으로 범벅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빨고, 때때로 몸을 부르르 떨며 몸에 남은 소변과 대변을 분출하는 그녀의 모습은……완전히 미쳐버린 여자의 모습이었다.
“후후, 그래요. 여왕도, 공주도……여왕기사단도. 모두 다 임금님을 행복하고 즐겁게 만들기 위해 존재했던 거랍니다. 헬레나도 저희의 동료과 되어서 너무 기뻐요♪”
“앞으로 영원히……쭉 함께 있자. 헬레나랑 하는 섹스도, 임금님이랑 하는 섹스도! 전부 다, 모두 다! 틀림없이 즐거울 거야……히, 히히♬ 히히힛♡”
마리아와 아테나 또한 이미 정상이 아니게 된 헬레나의 주변에 와 내 물건과 그녀의 몸을 탐했다. 내 것을 빨다가 마리아나 아테나와 키스를 하게 되면 다른 쪽에서 그녀의 입을 요구했기에 곧바로 몸을 돌려야만 했다. 행복한 고민이군. 자기가 사랑하던 두 사람과 모두 맺어졌을 뿐만 아니라 사이까지 돈독해지다니. 멋진 엔딩이다.
그 해피엔딩을 만드는 데에 일조한 건 나인데……왜 난 들러리 같은 느낌이 드는 걸까. 까놓고 말해 ‘같은’이 아니라 정말 들러리다만.
내 물건을 빠는 빈도보다 서로 키스를 하는 시간이 더 긴 건 약과였다. 오히려 마리아나 아테나가 더욱 더 적극적으로 내 물건을 빨며 애교를 부리다니. 으음……역시 헬레나랑 친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다.
문제는 친애도뿐만이 아니었다. 쏟아지며 주변을 더럽게 만든 똥 위에 여인 세 명이 누워 뒹굴고, 키스하고, 자지까지 게걸스럽게 빠느라 몸은 완전 대변 투성이가 된 상태였다. 내 물건이야 내가 닦으면 된다지만 황금색 비키니와 노란색 비키니는 정말 똥색이 되어버렸다. 하아……힘든 일만 내 앞에 닥치는구나.
결국 제대로 정신을 차리기까지 대략 30분 정도가 걸렸다. 아, 난 아니다? 내가 미친놈이긴 하지만 정신을 차린 건 내 앞에 있던 세 명이다. 미친놈이 늘상 미쳐있지 정신 차리는 거 봤냐? 자기 입으로 그런 말 하니 안 슬프냐고? 슬프다. 더럽게 슬프지만 사실이라 말하는 거다.
† † † † † † † † † †
“신하 헬레나, 신세린 님을 영원한 왕이자 주군(主君)으로 섬기겠습니다.”
기사가 서약을 할 때처럼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그런 말을 하니 정말 멋있었다. 남자인 내가 봐도 반할 정도로 멋진데 만약 내가 여자였다면? 다리를 벌리고 ‘얼른 제 보지에 자지 안 넣고 뭘 하세요? 빨리 넣어욧!’ 같은 소리를 지껄였겠지.
킥킥 대며 웃자 헬레나는 조용히, 하지만 들릴 정도로 말했다.
“뭘 잘 했다고 처웃어, 약해빠진 임금 새끼가…….”
“아오, 너 진짜 확! 야, 얘 그냥 사형 시키면 안 돼?”
마리아한테 소리를 지르자 마리아와 아테나가 매서운 시선을 보낸다. 어, 왜 나한테 그 시선을 보내냐? 잘못하면 눈에서 레이저 빔 나와서 나 죽이겠다?
“이렇게 진실된 마음으로 저희를 섬기는 부하를 사형 시키다뇨! 세린, 너무해요!”
“아니, 니가 말한 ‘저희’에 나는 없거든요? 나님은 약해빠진 임금 새끼라고 디스 당했거든요? 이건 왕족 모독죄잖아!?”
아주 엄밀히 말해 난 왕족은 아니다. 왕족의 피가 안 흐르니까. 아내가 여왕이니 내가 임금이 됐고, 그런 임금한테 욕을 하는 건 아내를 포함해 왕족 전체를 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논리를 이전에 적용시켜 기사단의 네 명을 떡실신시켰지. 오직 논리와 말만으로. 하지만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
“음……근데 아빠. 약하긴 약하잖아.”
뒤통수 공격! 사람이란 늘 진실된 사람, 솔직한 인간만을 만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살아가다보면 자기를 속이려는 사람도 만날 수 있고 사기를 당할 수도 있는 법이다. 당장 주위를 둘러봐라. 사기죄로 잡혀간 사람, 잡힌 사람이 엄청 많을 거다.
크고 작든 간에 그런 사기, 속임수에 당하며 사람은 배워간다. 무조건 믿는 게 능사(能事)는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믿고 있던 사람한테 배신당하는 걸 ‘뒤통수 맞았다’라고 한다. 그래. 내가 지금 막 당한 일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표현이다. 뒤통수를 후려갈기면 사람은 아픈 것도 아프지만 어안이 벙벙하다. 왜냐고? 자기가 안 보이는 곳에서 공격이 날아왔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공격에 대해 아무런 대비책을 세울 수가 없다.
믿고 있던 사람한테서 배신의 일격이 들어올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 이는 뒤통수를 맞는 것과 같은 격이었기에 ‘뒤통수를 맞았다’라는 표현으로 배신당했다는 걸 나타내기도 했다.
좀 더 유식하게 표현하자면 후두부 공격(後頭部 攻擊)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지. 후두부 공격이라 쓰고 뒤통수 때리기라 읽는다. 음, 중2병 철철 넘치는 표현이다.
믿고 있던 아테나한테 ‘아빠, 약해!’라는 소리를 듣는 건 뒤통수를 맞는 것뿐만 아니라 가슴에 비수를 맞은 것과 유사한 고통이었다.
아파 죽을 거 같다! 빌어먹을, 이러니까 좋은 일 막 하면 안 된다니까? 안 하면 나쁜놈이고 하면 당연한 일! 호구가 되는 가장 빠른 지름길 중 하나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안다니까! 망할! 썩을!
“아빠 마음을 그렇게 칼로 쑤시니까 기분 좋냐?”
“매우 상쾌합니다.”
“너한테 안 물었거든? 그리고 얘는 이제 아예 대놓고 말하네!? 야, 얘 그냥 확 자르면 안 돼?”
“세린!”
“……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죠. 제가 닥치고 있어야죠.”
비굴하다 내 인생! 아니, 어쩌다가 이 모양 요 꼬라지가 됐냐!?
딱히 ‘아싸, 임금님 됐다! 레이프를 비롯해 온갖 마을에 있는 여자들을 권력 써서 모조리 따먹어야지~히히힛♡’ 같은 생각을……아, 안 한 건 아니다! 음, 그래! 할 수 있잖아! 남자니까! 권력을 얻었으니까!
뭐? 보통 사람은 그런 미친 생각 안 한다고? 아, 그러니까 말했잖아! 난 미친놈이라고! 저런 생각 좀 해볼 수도 있잖냐! 사람이 왜 그러냐? 사람은 아름답게, 진실되게만 살아갈 수 없다니까?
내가 했던 말은 바로 나 자신이 한 미친 생각을 커버 치고 변호하기 위함이었다! 미래까지 내다보는 천리안과 선견지명을 갖춘 남자! 그게 바로 나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좀 미친 생각을 하긴 했지만 실제로 옮길 생각은 아니었다. 그래도 오늘 아침에 처음으로 왕답게 명령도 해보고 권력도 썼는데……신하한테는 디스 받고, 딸한테는 약하다는 소리를 듣고. 아내인 여왕한테는 이름 한 번 불리니 깨갱 소리도 못 내고 꼬리만 말아야 했다. 하하, 이게 바로 바지사장의 좋은 예시다! 비러머글!
그래도 날 향해 증오스러운 눈빛을 뿜어대진 않는 걸 보니 어느 정도 악감정은 풀린 거 같았다. 이게 어디야……매일 그 증오 담긴 눈빛을 받으며 살아야만 했다면 오히려 내가 폭발했을 거 같다. 억지로라도 ‘자지의 맹세’를 쓴 후 인격을 교체하거나 꼭두각시처럼 부려먹었겠지.
나한테도 있어서도, 헬레나한테 있어서도. 모두한테 있어서도 이 결과가 가장 좋았던 결과이었길 바라며 난 입을 열었다.
“못 미덥고 약한 왕이지만……잘 부탁해. 헬레나.”
“……네!”
그녀와 나는 힘차게 악수를 나누었다. 이런 저런 일이 있었지만……이 악수와 웃음이 서로의 친목과 우애를 다지는 한 발자국이 되기를 바라며 손에 힘을 넣었다……만. 응? 아, 아쿠쿠!
“으억! 놔, 놔라! 임마, 놓으라고!”
“후후, 세린 님. 이렇게 약해서야 여왕님과 공주님을 지키실 수 있겠습니까?”
“야 이 망할 년아! 손 놓으라고! 으악, 나 죽어! 내 손! 손모가지 부러진다아아앗!?”
그녀가 내 분부대로 손을 놓자 난 뒤로 나자빠질 뻔했다. 이런 썩을! 손을 후후 불며 보니 헬레나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마리아와 아테나는 ‘헬레나, 너무 했어요’라는 말로 그녀를 나무라고 있지만……그렇게 나무란다고 쟤가 반성하냐?
“……후후, 그래. 내가 바보였지. 내가 너의 고민을 해결하고 이렇게까지 행복한 미래를 만들었건만 이렇게 되돌려줄 줄은 꿈에도 몰랐지. 큭큭……!!”
내가 혼잣말을 하며 웃자 그제서야 상황이 심상치 않은 걸 눈치 챘는지 ‘세, 세린……님?’이라고 날 불렀다.
“아냐, 아냐. 그냥 반말 까. 세린이든 병신이든 마음대로 불러. 그치만 방금 거……꽤 아팠다?”
얼굴색이 바뀐다. 후후, 사람 잘못 건드렸어. 난 웃으며 그녀한테 최초의 명령을 내린다.
“날 왕으로 인정했으니 기사의 서약을 올린 거겠지? 고마워. 덕분에 왕으로서 너한테 내릴 첫 명령을 정했거든. 오늘부터 내가 프레그넌트로 돌아갈 때까지 나와 함께 있어줘야겠어. 헬레나.”
“……하, 함께라는 건……어, 어느 정도로?”
조심스럽게 입을 여는 그녀를 보니 기분이 째진다. 그래, 이거야! 바로 이거라고! 얘는 권력 무서울 줄을 모르겠지만 난 안다. 현실 세상에서 그런 경우를 많이 봤으니까.
마리아와 아테나는 청렴결백하며 자애로운 여왕과 공주였을지 모르지만 난 아니거든요? 극악무도한 폭군까지는 아니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리와 자격 정도는 있다. 특히 너한테는!
“아침, 점심, 저녁. 잘 때도, 밥 먹을 때도, 섹스할 때도. 모조리 다. 지금부터 니 보지에 자지를 박은 채 계속 있을 거니까 준비하렴?”
헬레나의 표정? 굳이 내 표현으로 말하자면…….
좆됐다 ^0^/
괜히 도발했어요 \^0^/
“세, 세린. 헬레나가 좀 쑥스러워서 그랬던 거예요. 용서해주도록 하죠. 네?”
“그, 그래! 헬레나가 좀 딱딱해서 그래! 응, 그렇지 헬레나? 응?”
“……그, 그렇습니다. 세린 님 같이 훌륭하신 분을 모시게 되어 저도 모르게…….”
세 명 다 상황을 어떻게든 수습하려 했지만……무다무다(無駄無駄 ; むだむだ)! 이미 열려버린 내 뚜껑을 닫을 수 있는 방법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흐하핫! 권력을 이용해 나보다 약한 사람을 이렇게 괴롭힐 수 있다니! 최고로 HIGH한 기분이다! 크헤헤헷! WRYYYYY!!
“하핫, 훌륭하긴 개뿔이. 약해 빠졌고 할 줄 아는 것도 없지만……그래도 왕의 첫 명령이니 들어줄 거지? 우리 헬·레·나·쨩? 앞으로 잘 부탁해……!!”
후회와 슬픔으로 번지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한껏 비아냥과 진심을 담아 말한다.
이 날, 아주 잠시간. 누군가에 한정되는 이야기다만……폭군(暴君)이 탄생한 날이었다.
============================ 작품 후기 ============================
4P(레즈비언 요소 있음)라니. 이 무슨 미친 전개냐고 생각하시는 분들. 전 이렇게 대답해드리고 싶습니다.
‘데? 소설부터 시작해 스토리 라인, 등장인물, 사건 전개, 심지어 글 쓰는 작가까지. 다 미쳐 돌아가는 거 이제야 깨달은 데스우? 이 소설은 미치광이가 쓴 소설 데슥! 그러니까 정상적인 생각은 버려두고 함께 안드로메다로 떠나는 뎃샤아아아앗!’
실장석 요소가 많지만 상관없을 겁니다. 어차피 실장석 아시는 분들은 별로 없으실 테니까. 여하튼,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됐습니다. 뭣 같은 상사와 뭣 같은 일이 가득한 직장으로 출발할 걸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네요. 그치만 어쩌겠습니까. 누누이 말씀드립니다만……백수보다는 일이 나아요. 진짜.
모유에 관한 것입니다만, 초반에 나온 로라와의 섹스신을 생각하시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임신한 상태가 아니더라도 모유를 마실 수는 있었고, 이미 좆물 캡슐로 임신한 상태이므로 모유가 나온다 치더라도 큰 설정 오류는 없을 거 같습니다.
다른 주제로 들어가서……좀 늦긴 했지만 드디어 새로운 대통령이 뽑혔네요. 사스가 명왕. 되자마자 아베한테 위안부 협의 반대에 대한 말을 하다니. 보고 있냐 죄수 번호 503? 거기 있는 소울 메이트(라 적고 공범이라 읽는다)랑 럭키짱 만화나 보고 있어라, 시발년아!
사전투표 덕분에 거의 30% 넘는 투표증가율을 보여줬습니다. 이 말인즉슨, 5월 9일 투표 전부터 이미 사람들의 마음(누구를 찍을 것인가)이 정해져 있었다는 거겠죠.
아, 물론 대구는 개노답. 답 없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이긴 하지만 확실히 말해야겠죠. 이 와중에도 홍준표 좋다며 개돼지 노예 셀프인증하는 거 보니 레알 답 없습니다.
몇 번이고 말하지만 대구 오지 마세요. 날씨부터 시작해 꼰대 노인들 병크 저지르는 거 보기 싫으면 절대 오지 마세요. 대구 사람이 하는 말입니다. 꼭 믿으세요.
정치성향이야 제각각이지만 안철수도 아니고 유승민(물론 유승민도 부역자 매국노긴 하지만)도 아닌 홍준표라뇨. 60세 이상의 노인들이 홍준표한테 몰빵한 거 보니까 사람들이 하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60세 이상의 노인한테는 투표권 주면 안 된다는 말.
물론 인권과 참정권을 개무시한 말이긴 하지만 이쯤 되니 웃으며 반쯤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라 팔아먹고 개걸레로 만든 새누리당의 후예들을 좋다며 빨아주다니. 사실상 박정희를 비롯한 독재 및 군부 시대의 충실한 노예라는 걸 셀프인증한 셈이죠.
젊은이들이 죽든 말든
나라가 망하든 말든
그냥 자기들 마음에 안 드니까.
나라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이 뒤지고 헬조선이 되든 말든 ‘우리 근혜짱을 탄핵시키다니! 문재인은 되면 안 된다! 저놈 대통령 뽑히면 나라 북한에 넘긴다!’라며 홍준표를 찍었습니다.
아! 물론 헛수고였습니다. 대한민국 역대 최고의 득표수 차이(557만표)를 보이며 문재인이 당선됐죠. 노인들이 그토록 빨아주던 박근혜 덕분에 청년 세대들의 투표 및 정치참여가 이뤄지다니. 고마워요, 죄수번호 503! 평생 감옥에서 썩으세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국민들의 정치참여 정신 또한 달라졌습니다. 이런 상태인데다 노무현 정부를 겪은 문재인이 섣부른 판단을 할 리는 없을 거라 믿고 싶습니다. 까놓고 말해, 자유한국당이 등신 같은 짓을 저지르지 않을까 걱정입니다만.
문재인이 당선되자 일베에서는 글 삭제를 해달라며 난리를 피우더군요. 그야 그렇겠죠. 새누리당과 국정원을 등에 엎고 온갖 난리를 피우던 버러지들입니다. 절대 무사할 리는 없겠죠. 정치보복은 없다지만 잘못된 일이나 범죄에 대해서는 단호히 심판해줬으면 합니다. 인실좆의 정신을 실현시켜야죠 ^^
부디 세상이 잘 돌아가게 행동해줬으면 합니다. 문재인이나 더불어민주당이 최고라서 뽑은 게 아닙니다. 최악보다는 차악을 선택한 거고, 현재 여당이나 대통령이 병크를 저지르면 당연히 비판과 비난을 할 겁니다. 빨아주는 게 아니라 선택해준 거죠. 이전 정부가 워낙 쓰레기였으니까요.
예전 정부의 똥을 치우며 부역자 매국노 새끼들 모조리 처단당하기를 바랍니다. 그게 민주국가와 선진국을 만드는 일일 테니까요. 그런 날이 오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여러분도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