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0 「11-9 : 중장(中章)의 시작 (9)」 =========================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때는 특별한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동경을 하게 된다. 이게 중학생 때는 더욱 강해져 그 특별한 것이나 관심이 있는 것을 따라하게 된다. 다 알겠지만……중2병이라는 것은 이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중2병이라는 것은 일본에서 전래(傳來)된 말이다. ‘중학교 2학년 때 걸리는 병’이라는 뜻으로 이해해도 되지만 중2병은 빠르든 늦든 간에 누구나 한 번쯤은 걸릴 수 있는 병이다. 어, 병이라기보다는……일종의 흥분상태가 꽤 오래 지속된다고 해야 하나?
좋아하는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만화 캐릭터를 따라하며 자기 또한 좋아하는 작품의 설정을 따르거나……좀 심하면 직접 설정을 짤 수도 있지.
주인공의 동료가 된다거나 아니면 주인공과 친한 친구 혹은 가족 관계로 태어난다거나 하는 설정을 짜서 더욱 더 작품을 즐길 수 있다.
아, 안다. 이건 까놓고 말해 나쁜 짓은 절대 아니다. 생각해봐라. 설정을 짜거나 그런 상상을 한다고 누구한테 피해를 주는 건 아니잖아?
오히려 자기 혼자 그런 생각을 하며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도 있고, 사람들과 설정이나 작품에 대한 토론을 하며 보다 심도 깊게 작품을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기에도 정도라는 게 있는 법이다. 그게 너무 심하면 모두한테 이해받을 수 없는 상태가 되며 그게 지속되면 ‘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어리석은 닝겐!’과 같은 상태가 된다.
어, 이쯤 되면 안 좋은 거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은 이 수준까지 겪게 된다는 거지. 사춘기로 볼 수도 있는 현상이잖아.
소년, 소녀들이여. 명심해라. 이 소설을 보는 대부분은 19세 이상일 테니 좀 늦은 충고가 될 수 있겠지만……세상일에는 책임이라는 게 존재한다. 이 중2병에 대해서도 너희는 책임을 가져야 한단다. 정확히는 ‘책임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겠지만…….
게임 캐릭터 같은 말투, 말을 쓰며 생활하는 건 기본이고 자기가 특별한 힘을 가졌다는 설정을 현실에도 반영해서 좀 특이한 짓을 할 수 있다.
남자도 남자지만 여자도 그런 환상을 현실로 끌고 올 수 있지. 당연히 이러한 행위는 보통 학생들이 볼 때 ‘저 새끼(혹은 쟤) 왜 저럼? 미친놈 아님? ㅋㅋㅋ’와 같은 느낌일 거다.
당시에는 존나 멋지고 혁명적이겠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걸 다시 보게 된다면? 장담컨대 죽고 싶을 거다. 이불 존나 세게 차고 싶겠지! 이불킥이란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거든요? 내가 당시 왜 그런 병신짓을 했을까, 진심으로 타임머신 타고 돌아가 그 병신(자기 자신)을 죽일 방법은 없을까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될 거다.
이 글을 적고 있는 작가는 어떻냐고? 후우……말할 필요가 있겠냐? 지금 타자치는 작가도 부들부들 떨고 있다. 당시의 부끄러움과 어리석었던 행동. 그로 인해 동창은 만날 생각조차 할 수 없지. 웃고 있긴 한데 이게 웃겨서 웃는 게 아니라니까? 죽고 싶어서 웃는 거다.
아, 죽고 싶다…….
하지만 내가 죽으면 이 이야기를 진행할 사람이 없으므로 계속 살아있기로 하마. 응, 그게 최고일 거야. 어디까지 했더라?
아, 그래! 중2병! 음, 근데 왜 이 이야기가 나왔더라? 내가 뭘 생각하고 있었는지조차 잊게 만드는 파괴력이다. 여러분도 이런 중2병을 겪게 된다면 알게 될 거다. 내가 지금 타자치는 것조차 정말 힘겹게 치고 있다는 사실을.
중2병 걸려서 이 ‘하렘 어드벤처’에 안 와서 다행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생각해봐라. 여기 와서 ‘다크 플레임!’ 같은 소리나 지껄이며 마법을 쓰다니! 쪽팔려서 뒈지고 싶지 않겠냐?
난 마법을 쓰는 건 그리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부끄러운 말을 할 때는 ‘아, 내가 꼭 이 말을 해야 하나 쒸바……’같은 생각을 곧잘 하고는 한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라곤 하지만 왕이나 임금님이 쓸 법한 말투를 쓰니 꽤 오글거렸다. 끝난 후에 오글거림을 느껴서 다행이지 아내들 앞에서 그랬다면 진짜 자지러지게 웃었을 거 같다.
웃겨서 웃는 것도 있겠고, 비웃음이 섞인 것도 있겠고. 아무리 생각해도 좀……그렇잖냐. 나이 27 먹은 놈이 ‘짐에게 망언을 던지다니!’라니. 이건 좀 아니다.
나도 비싼 쌀밥 먹고 자란 놈이라 저런 말투는 안 썼다. 안 썼는데도 내가 한 말투에 대해 이렇게까지 닭살이 돋다니…….
후회는 언제나 뒤늦게 하는 법이고 대가는 항상 크기 마련이다. 그 소설가, 소설은 안 팔렸지만 말 하나는 옳은 말 했다 생각한다. 마리아와 아테나. 그리고 나. 기사단의 호위 없이 세 명이서 향하는 곳은 헬레나가 있는 곳이었다.
여왕기사단이 묵는 곳에 가니 모든 단원들이 모여 있었다. 난 꽤 많은 규모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여왕기사단의 총 인원은 20명에 불과했다. 부단장인 헬레나와 단장이자 공주인 아테나까지 합쳐서 총 20명이라니. 나중에 들은 바로는 실력을 보고 손수 뽑는 소수정예 개념이었기에 수가 적었다고 했다.
나한테 칼을 겨누던 헬레나는 ‘숫자만 믿고 깝치지 마라, 우리 여왕기사단은 보통 여행자랑 다르다’라고 했지. 검술과 마법, 어느 쪽이든 평균 이상의 실력을 가진 소수정예 부대원들이라……. 자부심을 가질 만도 했다. 까놓고 말해 난 여기 있는 사람들 중 그 누구랑 싸우든 질 거 같다. 싸움 실력이 별로 없으니까.
헬레나는 마나 블릿의 데미지를 치료받은 것인지 들어왔을 때부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음, 진짜 날 증오하긴 증오하나 보다. 저 증오 담긴 눈빛을 받으니 조금 전부터 하반신이 욱신거린다. 빌어먹을. 생각해보니 밤일 이후로는 질내사정도 제대로 못 했군.
“헬레나……이건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요? 어떻게 당신 같이 우수한 기사단원이 이런 짓을……!?”
“여, 여왕님……!”
마리아의 말에 헬레나는 눈물을 머금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매우 자애로운 마리아를 보는 저 눈빛의 1/10만큼이라도 좋으니 날 그렇게 봐주면 안 되겠냐?
“헬레나……뭔가 잘못된 거지? 응? 헬레나는 나보다 원칙을 중요하게 여기는……기사단의 귀감이잖아! 이건 분명 무언가 말할 수 없는 이유나 사정 때문에 그런 거지?”
“공주님……!!”
아, 그러니까……. 부탁이니까 제발 나한테도 그렇게 봐주면 안 될까? 이젠 눈물마저 흘리며 두 사람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울고 싶은 건 나다. 어제 맞은 것도 모자라 오늘 아침에는 목숨까지 위협받았는데 왜 나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 역할을 완수해야만 하는 걸까. 음, 내 존재감이 그렇게 옅었나?
“저기, 나도 있는데……아, 그러니까 그렇게 꼬라보지 말라니까!? 너 지금 니 위치랑 상황이 어떤지 알고는 있냐!?”
결국 난 소리를 지르고야 말았다. 다들 왜 날 보냐? 한숨을 크게 쉬었다. 이렇게라도 안 하면 답답해서 못 살 거 같았으니까.
“마리아. 반역죄는 어떻게 다스려?”
“사, 사형이에요…….”
음, 이미 한 번 죽었고.
“아테나. 왕족 시해죄는 미수든 시도든 어떻게 다스려?”
“아, 아빠……아니, 임금님! 제발……!”
아테나는 대답하려 하지 않았다. 말 안 해도 알겠군. 사형이다. 차라리 죄가 약한 쪽이 있었다면 그 부분으로 어떻게든 죄를 덜 수도 있었겠지만, 헬레나가 저지른 건 어느 쪽이든 사형에 속했다. 안 봐도 비디오구만.
하아……나도 운이 별로지만 얘도 참, 어쩌다가 사형 크리티컬을 두 방이나 받았을까. 용하다면 용하다.
“야. 너 사형이랜다. 이제 어떻게 할래?”
“……퉷!”
으컥!? 이 여자, 끝까지 반항을 하다니!? 내 얼굴을 향해 침을 뱉으려 했지만 꿇어앉은 상태였기에 가슴팍 정도에 침이 묻었다. 이 상황에서 위치는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사형이 결정된 상태에서도 저항을 보였다는 거지.
이 정도쯤 되면 진짜 얘 부모라도 내가 죽인 건가 하는 의심이 든다. 얘 도대체 왜 이래!?
“헬레나!”
“공주님……안 됩니다! 여왕님도, 눈을 떠주십시오! 이런 추악한 놈은 두 분께 어울리지 않습니다!”
아연(啞然)한 표정으로 두 명. 그리고 모든 기사단의 단원들은 헬레나를 봤다. 나도 포함해서. 설마 이 상황에서도 저런 말을 할 줄이야.
사형을 시킬 생각은 전혀 없었다. 죽인다고 했는데 이러니 정말 죽인다고 한들 달라질 게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 그보다 더욱 더 나를 자극하는 건 호기심이었다.
“어, 있잖아. 내가 그렇게 싫냐?”
“당연한 걸 물을 정도로 이 남자는 멍청합니다! 여왕님, 공주님! 제발……제발 이 간언(諫言)을 들어 주십시오……!!”
눈물까지 흘리며 고하다니. 아니, 이러니까 내가 진짜 나쁜 새끼가 된 거 같은데……. 아, 정말 어이가 없다. 울고 있는 헬레나를 보다 주변을 보니 모두 다 날 보고 있었다.
아니, 너희는 왜 헬레나를 보다가 날 보냐? 내가 뭐 잘 생긴 것도 아니고 무슨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어, 왜 날 보냐?”
다들 아무 말이 없다. 아, 빌어먹을! 보면 봤을 이유가 있을 거 아닌가? 그거 하나 말하는 것도 어려운 것인가?
“그……아빠. 죽이지 않을 거지? 헬레나를 사형시키지 않을 거지?”
혹시 이거 때문에 날 본 건가? 극악한 죄질이 두 개나 있는데 사형을 면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모두 내 재량에 달린 거라 생각한 거 같다.
“어, 마리아나 너랑 이야기를 해볼 생각이었는데. 너희는 사형시킬 생각 없잖아.”
둘 다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다 날 본 이유가 그거였냐? 난 빡쳐서 다시 소리쳤다.
“아, 안 한다니까!? 내가 무슨 판관 포청천도 아니고! 얘가 한 짓이 열 받기는 한데 죽이지는 않는다니까!? 너흰 내가 사형이나 단두대에 미친놈으로 보여!?”
“보십시오, 여왕님! 공주님! 두 분한테 입으로는 담을 수조차 없는 파렴치한 짓을 한 주제에 입에서는 자기가 정의롭다는 양 헛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너님은 아가리 싸무세요! 내가 사형을 안 시킨다고 했지 벌을 안 준다고는 한 적 없거든?”
마리아와 아테나를 비롯해 모든 사람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얘들 설마 내가 고문이라도 할 거라 생각한 건가? 진짜 얘들 다 왜 이러냐?
“난 널 죽이지도 않고 해치지도 않을 거야. 하지만 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에 대해서는 꼭 들어야 하거든. 마리아와 아테나도 모르는데 내가 알 리가 없으니까. 예의 삼아 묻는 건데, 말해줄래?”
“내가 말할 거라 생각했느냐, 이 멍청아!”
“아니. 안 했어. 말했잖아. 예의상 묻는 거라고. 자, 그럼……범인의 자백 타임이 안 오니 내가 스스로 만드는 수밖에 없군. 마리아와 아테나를 제외하고 다 나가서 일들 봐. 아, 걱정 마. 고문도 안 하고 때리지도 않을 거야. 그냥 대화의 시간을 가지는 거뿐이지.”
“그, 그럼 저희는……?”
네 명이 주춤거리며 앞으로 나왔다. 아침에 칼을 들고 날 둘러싼 네 명이군.
“됐어. 니들이 나한테 뭔 짓을 한 것도 아닌데. 걱정 말고 나가. 본인의 임무에 충실하게 임해라……뭐 이러면 됐어?”
“그, 그건 감사합니다만……제발 부단장님을…….”
에휴, 이젠 완전히 내가 나쁜 놈이 됐군. 피해자에서 단숨에 가해자로 입장이 바뀌니 화가 나기보다는 슬픔이 밀려왔다.
복사한 마법까지 쓰며 몸을 지켰는데 단숨에 내가 천하의 나쁜 놈, 개자식, 놈팽이라 생각되다니. 심지어 여기 있는 나조차 ‘음, 내가 혹시 제일 나쁜 놈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할 정도니 말 다 했지.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은 알 것이다. 내가 ‘후후, 토실토실한 엉덩이 하고는……이 엉덩이를 이렇게 크게 만든 것은 나한테 탐스러운 보지와 똥구멍을 바치기 위한 우회적 표현이군. 내가 오늘 니년을 따먹어주마!’와 같은 병신 같은 대사를 지껄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나 그딴 말 안 해요……더 부끄러운 말을 하겠지!
뭐? 더 부끄러운 말이 뭐냐고? 어디 보자……여기 와서 병신 같은 말, 헛소리 등을 많이 지껄이면서 나름 묘사나 표현을 잘 하게 됐지.
적절한 말을 찾아보자면……‘당신의 탐스러운 엉덩이에 제 사랑의 불기둥을 박아도 될까요?’……? 아, 이건 아니다. 아웃. 이건 아니지.
……근데 시발, 내가 왜 이딴 걸 생각하고 있냔 말이다!? 아니, 나 아무런 잘못 없다니까? 여기 와서 헬레나한테 모의전을 빙자한 폭력에 의해 육체적인 고통을 입었고, 오늘 아침에는 목숨까지 위협 받았다! 권력을 써서 나쁜 짓을 하지도 않았고 개인적으로 원수진 것도 없는데 이렇게 된 건 다 헬레나의 책임이다! 나는 아무것도 안 했다고!
“아, 안 한다니까! 진짜 계속 끈질기게 그러면 진짜 확 사형시켜버린다!?”
끝났다 ^0^/
사형 좋아하는 폭군이 됐어요 \^0^/
다들 식겁하는 표정으로 조금씩 뒤로 물러선다. 어, 얘들아? 다들 왜 그렇게 뒷걸음질 치며 도망치는 건데? 자, 잠깐만……그렇게 썰물이 사라지듯 밖으로 나갈 필요 없는데!?
순식간에 밖으로 나가버린 단원들을 보니 할 말이 없었다. 다시 한숨을 쉰다. 아, 젠장. 이제 될 대로 되라. 날 이 지경까지 만든 헬레나를 보니 그녀는 비웃음을 가득 띤 채 웃고 있다.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구나……! 내 목숨을 미끼로 단원들을 겁주다니, 그러고도 니가……”
“아, 시끄러! 너 때문에 어제부터 되는 일이 없어! 이 망할 계집애야! 넌 대체 뭐야!? 어제부터 계속 사사건건 시비 걸고, 때리고! 아침에는 칼 들고 설치질 않나!? 그래도 꾹 참았는데 니 덕분에 사형 존나 좋아하는 폭군이 됐어! 단 하루만에! 으하하, 야! 이해가 가? 전 세계 역사를 뒤져봐도 사형 좋아하는 폭군은 많겠지만 단 하루 만에 이렇게 된 건 내가 최초란 말이다!? 너 덕분에 기네스 북 올라가게 생겼다고!!”
폭발해버렸다. 어제부터 잘 참아왔지만 결국 한계였고 이 와중에도 중2병틱한 대사를 치며 마리아와 아테나한테 충언(忠言)을 올리는 헬레나를 보니 참을 수가 없었다.
마리아와 아테나는 ‘세, 세린……?’이라며 내 이름을 불렀지만 지금 대답할 때가 아니었다. 헬레나조차 ‘이, 이 새끼 뭐 잘못 먹었나?’라는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숨을 몰아쉬던 나는 결국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아니, 안 그래도 그 머리 허연 미친 여자 때문에 마음이 심란한데 다들 왜 이래? 몰라 카메라냐? 다들 상의해놓고 ‘누가 세린을 빡치게 만드는가?’라는 대결이라도 하는 거냐?
그럼 잘 됐네. 축하한다, 헬레나. 니가 1위다. 상금은 얼마인지 모르겠다만 받으면 반띵. 반씩 나누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한숨만 푹푹 뱉어냈다. 평화는 실로 짧은 것이다(Peace is indeed a short lasting thing).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빌어먹게 맞는 말이었다. 괴물을 물리치고 잠시 쉬나 싶었더니 마리아와 아테나가 찾아왔고 그 후에 좆물 캡슐 만드느라 좆 빠지게 고생했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을 그래도 어떻게든 헤쳐 나가려 했지만 그게 내 마음대로 되겠냐? 지금 생각해도 좆같은 ‘포기하는 삶’을 살려고 했지만 그것도 못했고. 기분 전환하러 여기까지 왔는데 또 섹스 중에 그 여자가 나타나 이상한 말이나 지껄였고. 이 여자는 섹스 하기 전부터 섹스를 한 후까지. 날 때리는 것도 모자라 죽이려 했다.
……진지하게 생각하는 건데. 자살하는 것도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한숨을 쉴 때마다 복이 달아난다고? 이미 옛날 옛적에 달아나서 남은 게 이런 거밖에 없는데 복 걱정을 내가 왜 해야 하냐?
복은 됐으니 얘부터 어떻게 하자……아, 정말. 정말 피곤하다. 이 일이 끝나면 진짜 하루 24시간을 모조리 써서 자볼까 싶었다.
다 좋다 치자. 그래, 이왕 잠자는 거 24시간을 자든 48시간을 자든 오래 자면 되겠지. 하지만 이 문제부터 해결한 후에 잠을 잘 수 있겠지! 헬레나 또한 조금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날 볼 정도로 내가 얼마나 이상한 상태인지 알 수 있었다. 그래. 마지막으로 자비를 베풀자.
“있잖아. 내가 지금 진짜 빡쳤거든? 고문도 안 하고 사형 같은 건 생각도 안 하니까……일단 뭐가 불만인지나 물어보자.”
“너라는 인간 자체가 여왕님과……”
“공주님 곁에서 헤실헤실 거리며 권력으로 폭군짓, 망나니짓 하는 거 마음에 안 든다고? 그 레파토리 언제까지 써먹을래? 그건 그렇다 쳐. 근데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그렇게 싫어하냐?”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이게……장난 빠냐?
“야, 물었잖아. 여왕님과 공주님 보좌하던 니 입장에서 보면 내가 좆같겠지. 아! 그래, 이해해. 근데 난 억지로 이 두 명이랑 결혼한 거 아니거든? 서로 좋아하고 합의를 맺었으니까 결혼을 했지. 이 두 사람이 날 허락했는데 내가 너한테도 허락을 맡아야 되냐? 너한테 ‘이 두 사람과의 결혼을 허가해주십시오’라며 엎드려 절이라도 해야 하냐고?”
여전히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입을 놀릴 수 있다는 건 정당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거니까. 입을 열지 않는다는 건 부정 혹은 내 말에 반박할 여지가 없다는 걸 뜻한다. 응, 그럴 거야. 아니면 좀 어때? 너만 빡쳤냐? 나도 빡쳤거든요?
“니가 그렇게 사모하는 여왕님과 공주님이 자기 의지로 고른 사람인데 그렇게 마음에 안 드냐? 그럼, 내가 너한테 사랑받으려고 애교라도 떨어야 해? 헬레나 님~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하면서 엉덩이라도 흔들어야 하냐고?”
“풋!”
“푸큭!?”
나와 헬레나는 소리의 근원을 찾았다. 마리아와 아테나가 ‘미, 미안……근데……!’라며 손을 휘젓다가 입을 다시 막았다. 웃음소리를 필사적으로 죽이지만 몸이 들썩이며 고개까지 심하게 내려가는 걸 보니 내 말이 웃기긴 웃겼던 거 같다. 애석하게도 난 이 말이 전혀 재미있지가 않았다만.
“어, 어디까지……아, 그래. 엉덩이. 마리아, 아테나. 그냥 웃어. 신경 안 쓰니까. 아, 소리는 좀 줄여서 웃으라고! 음……어, 엉덩이. 그래. 야. 참고로 말하지만 쟤들 웃는 거 내 책임 아니다? 너랑 나는 안 웃잖아. 웃긴 사람이 웃겨서 웃는다는데 뭐라겠어? 웃으라고 놔둬야지. 설령 마음에 안 들어도 저 두 사람은 이 세상에서 제일 지위가 높은 두 명이니까 뭐라고 할 수도 없잖아.”
나도 지금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워낙 빠르게 지껄이다 보니 무언가를 말하는 건지 랩을 하는 건지도 의심스럽다. 하긴,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상관이냐.
“그러니까……날 왜 그렇게 싫어하는지 이유를 가르쳐 줄래?”
“……싫다.”
“……그러냐?”
교섭결렬.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하군.
“그럼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물어보자. 넌 내가 아니라 마리아와 아테나의 명령을 따르겠지?”
“물론이다. 누가 네놈 같은 더러운 놈의 명령을 들을 성 싶으냐?”
“……듣게 될 거야. 머지않아.”
그렇게 말하며 주섬주섬 옷을 벗었다. 무슨 짓이냐며 소리치는 여자 앞에서 바지를 벗으니 이미 뜨거워 질대로 뜨거워진 물건이 우뚝 선 채 여성을 기다리고 있다.
똥과 설사가 굳어 마치 초콜릿을 바른 듯한 느낌을 주지만……별로 빨고 싶지는 않다. 애초에 내 물건을 내 스스로 빠는 변태짓을 하고 싶지도 않고.
“마리아. 이 좆 끝에 묻은 게 뭔지 알겠어? 바로 너와 아테나의 똥과 설사야.”
“그, 그걸 왜 지금까지……?”
당장이라도 빨고 싶어 얼굴을 붉게 물들이는 두 명을 보니 참으로 기분이 좋았다. 겨우 이런 걸로 기분이 좋아지다니. 나도 참 발정난 개 같군. 개처럼 엎드린 채 불알에 진한 키스를 하는 두 명의 머리를 쓰다듬으니 헬레나는 ‘여, 여왕님……공주님……!’과 같은 말이나 지껄이고 있다.
“사랑하는 두 아내의 흔적을 쉽게 지우고 싶지는 않았거든. 하지만 말이지……이걸 평생 달고 다닐 수도 없잖아? 그러니 부탁을 하고 싶어. 바로 우리 귀여운 여왕기사단의 부단장님, 헬레나 씨한테 말이지……?”
헬레나는 내가 할 말과 행동을 이미 눈치 챈 거 같았다. 머리가 좋으면 그만큼 앞일이 보이기 때문에 더 힘들거든. 니가 한 말에 책임을 져야지. 안 그래?
“어이쿠, 그런데 이걸 어쩌나? 우리 헬레나는 임금님인 나를 개무시하고 명령도 안 듣는다는데. 하아……슬픈데. 난 날 때리고, 모욕하고. 침을 뱉다 못해 목숨까지 노린 헬레나를 넓은 마음으로 용서하려는데 겨우 자지를 빨아주는 서비스 하나 못해주다니……아아, 슬퍼. 정말 슬퍼. 이렇게 슬퍼서야 두 번 다시 레이프에 있는 사람들과 섹스를 할 마음 따윈 생기지도 않겠어……?”
레이프에 있는 사람이 누구를 가리키는가도 모를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두 명은 몽롱하면서도 단 하나의 목적을 품은 눈으로 헬레나를 본다.
“……헬레나, 여왕의 명령입니다. 사랑과 진심을 가득 담아……제 남편의 좆을 깨끗하게 만드세요.”
“여, 여왕님……!”
“나도 명령할게. 이 나라의 공주이자 여왕기사단의 단장으로서 말이지. 아버지의 좆을 깨끗하게……아주 깨끗하게 빨고 핥아. 헬레나……이건 다름 아닌 너를 위해서야. 우리의 진실된 마음, 알지?”
“고, 공주님……! 그, 그것만큼은……!!”
“어머나~우리 헬레나 쨩! 여왕과 공주의 명령을 듣는다고 자기 입으로 씨부린 주제에 이젠 발뺌을 하네요? 와~ 아주 충성스럽다 못해 목숨까지 바칠 기세였는데 불리해지니까 바로 말 바꾸는 클라스를 보소, 클라스! 응? 왜 그렇게 바라봐? 그렇게 바라본다고 눈에서 레이저 빔이라도 나갈 거라 생각했어? 그럼 훨씬도 전에 내가 죽었겠지?”
“이, 이 자식……비열한……자식……!”
“헬레나! 이젠 적당히 하세요!”
마리아의 노기(怒氣) 섞인 목소리에 헬레나는 몸을 움찔거렸다.
“제 남편이자 이 나라의 임금! 당신한테 좆물 캡슐을 무상으로 제공한……이 세상과 여자들한테 모든 은혜를 아무런 대가없이 제공한 세린이 이렇게까지 용서를 해줬는데 당신이란 사람은……!!”
“여, 여왕님! 그, 아닙니다! 저는……!!”
“한 번만 더 세린의 말에 반항을 하며 명령 이행을 거부한다면 부단장직을 빼앗고 영구추방 시키겠어요!”
“……아, 앗……!!”
끝났군. 헬레나는 고개를 떨구며 끅끅 거렸다. ‘자지의 맹세’에만 걸리면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부터 시작해 날 죽이려 했던 이유 등 여러 가지를 알 수 있다. 마리아가 본격적으로 화를 내니 무섭긴 무섭네. 아테나 또한 무섭다며 고환을 더욱 세차게 빨았기에 좀 아팠다.
나에 대한 위협이나 공격을 할 경우 바로 부단장직이 강제 해임됨과 동시에 영구히 레이프에서 추방될 것이 확정됐기에 그녀는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내 좆을 바라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자아, 헬레나. 사랑스런 그 입술로 정성과 사랑을 담아……키스해줘♡”
“아, 알겠……습니다. 크윽……!”
더러운 것에 입을 맞추는 것뿐이라는 양 눈까지 감고 입술을 내미는 그 모습은 앙증맞다 못해 사랑스러웠다. 똥이 덕지덕지 묻은 귀두에 귀여운 소리와 함께 입술이 닿은 순간 나타난 메시지는……그녀의 인생에 종지부를 짓는 메시지였다.
[‘자지의 맹세’가 발동했습니다. 스테이터스 파티에 ‘헬레나’가 추가되었습니다.]
울상과 분노로 가득 찬 그 얼굴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지가 기대되는데……. ‘자지의 맹세’에 의해 파티 멤버로 추가가 된 헬레나를 보며 난 웃었다.
“헬레나……우리 즐겁게 놀아보자. 응? 내 자지가 너랑 사랑을 나누고 싶다고 움찔거리는 거, 보여?”
“미친……자식……!!”
결국 욕이 나와 버렸지만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다. 저런 반항적인 태도마저 귀엽게 보일 정도라니. 나도 참 단단히 돌았다니까?
“응, 나 미쳤어! 그러니까 잘 부탁해……헬·레·나·쨩♥”
커다란 좆을 뺨에 살짝 내리치며 인사한다. ‘지금까지 반항하며 날 죽이려 했던 헬레나’와 작별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는 줄조차 모른 채 그녀는 험한 인상만을 짓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제가 적었지만 확실히 개막장입니다. 중2병부터 시작해 폭군 노릇. 끝에 가서는 자기 아내들의 권력을 사용해 여기사를 굴복시키다니.
그뿐입니까. 후회는 언제나 늦게 하는 법이고 대가는 항상 크기 마련이다. 제가 적었던 하늘의 맹세, 사이버 월드, 아스라이 등에서 나오는 것까지 그대로 갖다 박았습니다. 대놓고 전자책 광고를 하네요.
소드 아트 온라인 팬픽부터 시작해 은근히 간접광고와 작가디스를 하는 세린입니다. 예? 소드 아트 온라인 팬픽은 언제 또 쓰냐고요? 레드썬! 잊어랏!
어쨌든, 힘든 나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백수보다는 낫지만 역시 회사생활은 힘드네요. 집에 와서는 다른 집안일도 해야 하고. 자유시간을 깎으면서까지 일을 한 후에는 취침을 최우선.
혹시 글을 보고 계시는 분들 중에 수면시간을 깎으면서까지 취미생활에 투자하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정말 부럽다고밖에 할 말이 없네요.
저요? 취직 안 됐을 때는 구직활동하느라 빌빌댔고 취업한 후에는 많은 업무량과 잔업, 집안일에 끙끙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떡타지를 쓰고 있으니 요 모양 이 꼬라지가 된 거죠.
간밧떼 콘나 꼬라지니 낫딴다요-!!
벌건 대낮에 공공장소에서 강간 & 결혼 선언, 모녀와의 3P, 스캇 플레이, 낙태 배빵, 노예 플레이, 몬스터 테이밍, 여왕+공주 모녀 덮밥, 여기사.
……이걸 쓴 거 저 아닙니다. 또 하나의 인격을 가진 저, 발작왕(유희왕 아님!)이 썼습니다.
수십일 지나~
마침내 선택받은~
싸이코패스의 마음을 가진……
그의 이름은 발작왕!
(SBS판 유희왕 오프닝 인트로로 부르시면 재밌습니다. 꽤 괜찮네요)
이상입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