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어드벤처–당신의 아기를 낳고 싶어-111화 (111/235)

00109 「11-8 : 중장(中章)의 시작 (8)」 =========================

살아가면서 사람과 몇 번 정도 싸울까? 주먹다짐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사람과 말다툼 등을 하는 횟수는 좋든 싫든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유야 간단하지. 사람들이랑 자기 뜻이 아주 똑같을 수는 없으니까. 당연한 거 아니겠는가? 내 뜻이 있으면 남 뜻도 있듯이, 서로 다른 뜻을 주장하기 때문에 싸움이 일어나는 거다.

난 사람들과 다투거나 싸우는 것에 별로 인연이 없는 사람이다. 아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만나는 사람들과 그 정도로 격한 의견충돌을 한 적도 없으니까. 초면인 사람이랑 다짜고짜 싸우고 싶겠냐? 싸워서 무슨 돈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하렘 어드벤처의 세상에 와서는 꽤 많은 다툼이 있었다. 거기에 내가 관여한 것도 있고 안 한 것도 있지만……이유야 어찌 됐든 다툼이라는 점에 변함은 없었다.

그치만 너무한데. 칼까지 뽑을 줄은 몰랐다. 이건 좀 심해도 너무 심한 거 아니냐? 사람 목숨이 무슨 파리도 아니고. 난 회복마법조차 없는데…….

생각해보니 이건 이거대로 슬프다. 뭐가 슬프냐고? ‘자지의 맹세’를 비롯해 이상한 마법들은 많은데 정작 공격마법은 별로 없다. 있어봤자 강화 마법을 쓰는 거 정도?

‘마법 복사’를 써서 공격용 마법들도 얻어 놓긴 했지만 실제로 쓴 적은 별로 없었다. 평화로운 시대에 미쳤다고 공격용 마법을 난사하겠니?

내 앞에서 칼을 든 채 날 노려보고 있는 헬레나를 보니 분노도 치밀어 오르지만 한숨이 먼저 나왔다. 내가 어쩌다 여자한테 칼춤 서비스를 받게 됐을까?

음, 그래. 여자가 이렇게 칼을 들고 부들부들대는 모습을 어디에선가 본 적 있다. 미카가 은근히 생각나는 단어. 그래. 얀데레다.

상대방한테 집착적인 사랑을 보이는 얀데레는 자기 이외의 여자(얀데레에 걸린 것이 여자일 경우. 남자의 경우는 의처증(疑妻症)이라는 말이 있으니까)를 인정하지 않는다.

칼을 든 채 남자한테 ‘너한테는 나만 있으면 돼’부터 시작해 온갖 말을 다 하지. 칼은 왜 들고 말하냐고? 말 안 들으면 찔러야 하니까!

나에 대한 사랑의 감정은 헬레나한테 1%도 없을 거라 생각한다. 사랑하면 칼 들고 날 저렇게 꼴아보고 있겠냐?

이렇게까지 미움 받는 것도 어찌 보면 재능이라 생각한다만, 가능하다면 이런 재능 말고 다른 재능을 받고 싶었다. 현실에서는 무관심이라면 모를까 미움까지는 받지 않았었는데. 진짜 한숨만 나온다. 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아내들이 빠르게 움직여 헬레나를 둘러쌌다. 뒤에 있는 기사단의 단원들 또한 가세하여 나를 감쌌다. 헬레나를 합쳐 단원은 다섯 명. 시녀들은 저 멀리서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지켜볼 뿐이다. 나라도 저러겠다. 미쳤다고 이 안에 끼어들겠냐?

“있잖아. 숫자로 치자면 우리가 유리한 거 같은데?”

은근히 싸움을 그만두자는 메시지를 담은 말이었지만 아무래도 포기할 의사는 없는 거 같았다.

“숫자만 믿고 입을 열다니, 어리석은 놈! 여왕기사단의 단원을 여기저기에 굴러다니는 여행자와 똑같이 취급하지 마라!”

기분 존나 더럽네. 저 말은 좀 아니지 않냐? 쟤 입장에서 보면 내가 부랑자(浮浪者)나 놈팽이로 보이겠지. 그런 천하디 천한 놈이 여왕인 마리아아 공주인 아테나를 꼬셔 인생 좀 펴보겠다고 발악하는 걸로 보일 수도 있다.

그래, 인정해. 내가 한국 드라마를 자주 본 건 아니지만 플롯이 대강 그랬으니까.

하지만 여기저기에 굴러다니는 여행자라니. 착각도 유분수다. 여기 있는 멤버들 중 순수하게 실력으로만 치자면 로라와 미카, 안나가 가장 우수하겠지.

로라와 미카는 경비대장 직을 맡은 적이 있는 여자들이다. 그냥 여행자들이랑은 실력이 다르다. 안나는 용병 생활을 하며 실력과 경험을 쌓았다. 절대 보통 여행자 취급당할 사람들이 아니란 말이다.

그 말을 듣고는 아내들 또한 표정을 구겼다. 오오, 그래. 역시 내 아내들이다. 자기들을 뛰어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멸시받아 마땅하다고도 생각은 안 하겠지. 나뿐만 아니라 아내들까지 적으로 돌리다니. 한심한 년…….

“여왕님과 공주님께 무슨 간계(奸計)를 부려 이 지경까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이젠 그 사악한 장난도 끝이다!”

……얘 무슨 중세 시대 기사인가? 그, 그래. 확실히 여기가 중세 시대를 모티브로 두고는 있지.

이 하렘 어드벤처는 중세 시대에 샤워기나 급수(給水)시스템, 홀로그램 윈도우 등의 오버 테크놀로지를 삽입시킨……. 어, 좋게 말하면 짬뽕. 나쁘게 말하자면 잡탕죽 같은 시대다. 그런 곳에서 중세 시대에서나 볼 법한 기사도 발언을 하니 좀 황당했다.

“저기, 그렇게까지 사악한 수법은 안 썼는데?”

오죽 억울했으면 이런 말이 나올까? 응, 그래. 사악한 수법이라니. 내가 ‘자지의 맹세’를 쓰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파티 멤버에 넣기만 한 거다. 날 좋아하게 된 것도. 날 초대한 것도. 모두 다 그녀들의 독단이지 내가 명령을 내린 건 아니라니까?

근데 내가 왜 사악한 수법을 써서 여자들을 가지고 노는 마법사 역할을 해야 하는 건데?

“헛소리하지 마라! 자애롭고 아름다우신 여왕님과 공주님이 아침부터 알몸으로 일어나 이런 추잡한 모습을 보인 게 네놈의 짓이 아니라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이냐! 설마 두 분께서 스스로 이런 일을 하시겠다고 말씀하셨을 리는 없을 터!”

……괴, 굉장해! 생각해보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금 바닥에 쓰러져 똥과 음식물 범벅이 된 그녀들한테 켄타우로스 보행법─질(膣)이나 항문에 자지를 박은 채 움직이는 것─을 강요해서 이 꼴이 된 거니까 아주 틀린 말은 아닌데!? 딱 잘라 말해서 스스로 하겠다고 한 적은 없으니까!

“야 임마…….”

내가 할 말을 잃은 채 머뭇거리자 은채가 날 부른다. 다른 아내들도 ‘아, 하긴……그걸 스스로 해달라고 부탁할 위인은 별로 없겠지’라는 눈빛으로 날 본다.

아, 이것들아! 니들은 날 실드 쳐야지!

“전 세린한테 해달라고 했으니 너무 상심하지 말아요.”

“아, 그러고 보니 나도 아빠한테 부탁했었지?”

이 슬픈 분위기에 초를 치다니. 나이스합니다! 로라! 메이! 확실히 저 두 명은 나한테 스스로 해달라고 했었지. 이 버티기 힘든 분위기 속에서 저렇게 해맑게 웃어주니 나도 답례를 해줘야겠지?

“……나중에 또 해줄게.”

로라와 메이는 이 험악한 분위기만 아니었다면 바로 환호성을 질렀겠지. 다른 아내들도 ‘치사해! 로라랑 메이한테만?’이라는 분위기를 냈기에 ‘일이 잘 풀리면 너희 다 해줄게!’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어휴, 내 인생 퀄리티가 이렇죠 시팔!

“지, 짐승 같은 년놈들……!! 마리아 님과 아테나 님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 그런 짓을 하겠다고 대놓고 말하다니!”

저것도 맞는 말이다. 말이 좀 그렇지만 짐승 같이 섹스에만 매달리는 우리를 섹스에 미친 연놈들이라 한들 뭐라 할 말이 없다. 열은 받지만. 자, 이제 슬슬 이 험악한 분위기를 해결해볼까.

“그래서, 날 죽이려고?”

“물론이다! 너 같이 허약하면서 자기 욕심에만 충실한 더러운 시정잡배! 여왕님과 공주님의 곁에 둘 수는 없다!”

너 무슨 소설가냐? 말하면 말할수록 내 본질을 잘 말해주네. 아주 찰지다. 내 욕을 듣고 감탄하는 날이 올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냐? 본인인 나도 상상을 못 했는데?

“흐응, 그래? 그럼 어제 대련을 한 것도 내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랬어?”

“얼마나 강했기에 여왕님과 공주님이 그토록 좋아하셨는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다. 이미 실력 검증이 끝났지. 넌 나를 이길 수 없다!”

아니, 그런 말 하다가 역관광 털리면 안 창피하겠니? 저렇게 자기 승리를 확신하다가 털리면 어쩌려고 쟤는 말을 저렇게 하냐?

내 주변에 있는 기사단의 단원들 또한 언제든지 나를 찌를 수 있도록 칼을 뽑은 상태였다. 텔레포트를 쓰면 피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마을과 마을 간의 거리를 이동할 때 쓰는 거다. 도망가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는데.

“그래? 그럼 내가 너보다 강하면 날 인정해줄 거냐?”

“아니! 강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고귀한 두 분께는 고귀한 배우자가 필요한 법! 강하지만 너 같이 간교(奸巧)한 인물은 두 분께 어울리지 않는다!”

니가 무슨 쟤들 시어머니냐? 어울린다 안 어울린다를 떠나서 사랑은 서로 좋아하니까 하는 거지. 누구 허락 맡고 하는 경기가 아니거든?

하아……말이 안 통했다. 내가 자기(헬레나)보다 강하면 우리의 사이를 인정해주겠다 뭐 이런 말을 기대했었는데, 저래서야 그냥 ‘시발 헤어지고 꺼져 병신아’라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너는 인정 못 해도 고귀하신 우리 두 분은 이미 날 인정했는데? 그럼 뭐냐? 넌 고귀한 두 분이 인정하신 사실을 인정 못 한다 이건가? 마리아와 아테나한테 들려주면 아주 좋아 죽겠는데? 믿을 만한 부하가 사실 하극상, 반역죄나 저지르려는 더러운 범죄자였다니…….”

“더, 더러운 놈! 두 분을 빌미로 추접하기 짝이 없는 말이나 지껄이다니!”

큭큭. 더럽긴 더럽지. 누구한테 일러바치기. 나쁜 말로 ‘꼰지르기’. 군대식으로 말하자면 ‘마음의 소리’나 ‘소원수리’ 같은 짓이니까. 군대 갔다 온 덕분에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거겠지.

“사실이잖아? 게다가 뭐야? 니가 더럽다 추접하다 쓰레기다 이런 말 하는데, 나는 뭐 ‘아, 예. 그렇습니다’라면서 비굴하게 있어야 하냐? 자기가 하고 싶은 말도 못 하게 만드는 건 더러운 짓 아냐? 이런 더러운 속물 근성을 가진 여자가 부단장이라니. 아테나도 마음고생이 심했겠어?”

“개, 개 같은 자식……!!”

칼을 든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후후, 그래. 그러시겠지. 내가 쓰는 방법은 아주 더럽고 치졸하지만 확실한 방법이었으니까.

아무리 그녀가 긍지 높은 여왕기사단의 부단장이라 치더라도 단장이자 공주인 아테나 선에서 끝이 난다. 하물며 이 사실을 여왕인 마리아한테 말한다면?

끝났다 ^0^/

오 >_

생각해봐라! 다 큰 내가 쪼르르 달려가 ‘저기요, 쟤가 날 괴롭혀쪄요! 혼내주세요!’하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은가? 내가 생각해도 닭살이 돋고 짜증이 나는데 하물며 날 싫어하는 헬레나 입장에서는 아주 갈아 마셔도 속이 시원찮겠지?

마리아나 아테나가 이 건으로 날 추궁할 일은 거의 100% 없다고 봐도 된다. 내가 그녀들한테 켄타우로스 보행법을 강요한 건 맞지만, 분신을 발로 차 설사 바다가 되게 만든 원인은 헬레나였으니까. 분신을 발로 차다니. 아무리 그래도 너무하잖냐. 맞은 게 오리지널인 나였다면 어떻게 하려고 그 짓을 했냐.

일러바치기 수법은 현실이나 여기나 유효한 방법이긴 한 거 같다. 난 성격 좋은 놈이 아니었기에 일러바치기(꼰지르기) 방법을 말하며 헬레나에 대한 디스 또한 잊지 않았다. 자기뿐만 아니라 존경하는 아테나마저 디스했으니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겠지.

근데 그거 아냐? 내 속은 더 부글부글 끓고 있거든?

“난 여왕과 공주가 인정한 남자다. 이 나라의 임금이자 왕이지. 여왕도 아니고 공주도 아닌 한낱 부단장 년이 욕을 하며 나가라고 하다니. 나라 꼬라지가 말이 아니구나.”

그녀는 말조차 못한 채 부들대고 있었다. 주변을 천천히 한 바퀴 둘러보며 나한테 칼을 겨누고 있는 여자들의 몸매를 확인했다. 불끈 달아오르는 자지와 내 행동에 그녀들은 머뭇거릴 뿐, 공격을 가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내가 임금임을 선언하자 그녀들은 처음과는 달리 확실하게 머뭇거린다. 날 건드리는 건 개인의 행동일지 모르지만 그 행동의 결과는 반역죄나 왕족 시해(弑害)죄에 해당될 테니까. 내 입으로 확실하게 왕가의 두 명한테 인정을 받아 임금이 된 걸 선언했기에 그 효과는 더욱 선명하겠지.

“남편과 아내는 일심동체. 여기 있는 너희는 내 독단에 따라 반역죄 및 왕족 시해죄 미수의 죄를 부여한다.”

그 순간, 날 둘러싼 채 칼을 겨누던 네 명의 손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목숨이나 다름없는 소중한 검이 바닥에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은 팔을 부르르 떨며 뒤로 물러선다.

“아, 아닙니다……저, 저희는 결코 그런……!”

“와, 왕이시여……!! 아, 아닙니다! 저희는 결코 그런 발칙한 생각을 했던 것이……!”

오오, 굉장한데? 반역죄와 왕족 시해죄. 반역이야 누구나 알겠지.

시해죄란 국가원수 시해죄나 왕후 시해죄 등 높은 사람을 살해하려 했을 때 쓰는 말이다. 내가 임금이기 때문에 존나 잘났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들지만 그녀들이 날 향해 칼을 향한 건 엄밀히 말해 마리아나 아테나한테 칼을 겨눈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녀들이 인정 안 한다고 세상일이나 사실이 바뀌는 건 아니다. 그녀들보다 아득히 높은 자리에 있는 마리아와 아테나. 두 명이 나를 임금이자 왕으로 인정했을 때부터 사실상 나는 왕의 권리나 명령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실험삼아 말을 해봤는데 이렇게까지 반응을 하다니. 권력이나 돈의 힘을 맛본 사람들은 이런 느낌을 받았던 거구나 싶었다.

권력이나 돈의 힘으로 많은 걸 누리게 되는 것만 해도 굉장한데 겨우 명령이나 말 한 마디에 이렇게까지 오들오들 떨다니. 음, 이것도 시스템 상으로 구현된 능력인 걸까? 만약 그렇다면 폭군(暴君)이 나올 수도 있겠는데…….

아, 물론 난 그런 게 될 생각이 전혀 없다. 기분 전환도 하고 마리아와 아테나를 만나기 위해 여기까지 온 거지. 일이 끝나면 프레그넌트로 돌아갈 생각이라고.

“듣지 마! 이놈은 왕이 아냐! 임금이 아니라고! 여왕님과 공주님을 홀리고 권력의 힘에 기대 우리를 굴복시키려는……이런 비열한 놈 따위! 내 손으로 죽여주마!!”

젠장! 역시 시스템 상으로 정해진 건 아니었나? 아니면 개인의 감정에 따라 명령을 일부 무시하는 것일 수도 있겠고! 날 향해 달려드는 그녀를 보며 난 ‘마법 복사’로 배운 마법 중 하나를 사용했다.

“배리어(Barrier)!”

“큭!”

까앙!

철이 강한 무언가에 맞물려 울려 퍼지는 소리가 방 안 구석까지 전해진다. 내가 쓴 마법은 배리어. 단어 뜻 그대로 ‘보호막’이었다. 마력으로 만들어진 둥근 막이 내 몸을 감쌌기에 헬레나의 공격은 날 베지 못했다. 마법 복사를 틈틈이 해두길 잘 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더욱 큰 분노가 나를 지배한다.

미친년! 정말로 날 베려 했다! 아무리 그렇다지만 맨몸……아, 아니지? 알몸이구나. 자지를 빳빳하게 세우고 있는 알몸의 남자한테 칼을 들이대다니! 이런 미친!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도 미쳤군! 음, 그럼 미친년이 미친놈한테 칼을 들이댔다고 해야 하나? 미친놈들의 퍼레이드다!

“이걸로 확실해졌군. 헬레나. 너는 반역죄뿐만 아니라 왕족 시해죄까지 추가다.”

“입 닥쳐! 이 더러운……컥!”

헬레나의 자세가 무너졌다. 간신히 바닥에 고꾸라지지는 않았지만 부들거리는 그녀의 등에는 눈에 보일 정도로 확실한 데미지가 남아 있었다. 저 멀리에는 단검을 겨눈 채 웃고 있는 희진이와 은채가 보였다.

“마법 소녀 희진이와 은채의 마력탄, 맛이 어때?”

‘마나 블릿(Mana Bullet)’. [마력탄(魔力彈)]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그 능력은 단검에 내장된 기능이다. 날 지키기 위해 쏜 건가. 기특하고 사랑스러웠기에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한손으로 바닥을 짚은 채 부들부들 떨고 있는 헬레나의 가슴팍에 정성을 가득 담은 킥을 먹이자 단말마와 함께 뒤로 고꾸라졌다.

“왕족을 시해하려 하는 이런 년이 부단장이었다니……공주와 여왕을 죽이고 자기가 여왕이라도 될 생각이었냐?”

“으, 큭……누가 그딴……흐윽! 아아아악! 내 손! 내 소오오────ㄴ!!”

말버릇이 매우 고약했기에 그녀의 왼손을 힘껏 짓밟았다. 맨발로 지근지근 밟아대는 이 감촉은 꽤 좋은 것이었기에 잘못했다간 중독될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난 이런 육체적 고통을 주는 건 별로 취향이 아니라고. 이건 그것과는 별개로 벌이니까 하는 거다만.

“날 시해하려 한 네 명. 너희의 죄는 나중에 묻겠다. 우선 이 꼴같잖은 년을 묶어놔라.”

“아, 알겠습니다…….”

네 명의 단원은 반역죄와 왕족 시해죄에 해당하는 엄청난 짓을 저질렀다는 충격뿐만 아니라, 자기 상관을 묶어야 한다는 안타까운 상황까지 맞이해야만 했다. 그 때문인지 헬레나를 대하는 그녀들의 손은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오오, 묶이고도 날 그렇게 꼴아보다니. 보나마나 자기가 저지른 죄는 인정하고 있지도 않겠지?”

마나 블릿에 맞아 몸이 성하지가 않을 텐데도 저런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다니. 예전의 은채가 생각났지만 적어도 그 당시 은채는 나한테 칼을 들이밀지는 않았다. 박은채 본인이 그런 의도가 없었던 것도 있고 살인을 저지를 배짱도 없었던 게 주된 원인이기는 하지만……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나를 죽이려 했던 것이 용납되는 건 아니다.

“이곳에 감옥이 있나?”

“이, 있습니다.”

내 말에 어렵게 대답한 단원을 보고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리 그래도 부단장인 그녀를 함부로 감옥으로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마리아와 아테나의 뜻도 물어봐야 하니까.

“아니, 감옥은 됐다. 그녀의 무장을 해제시키고 묶어놓은 채 대기시켜라. 이 건에 대해서는 마리아와 아테나와 상의해볼 테니. 땅에 떨어뜨린 너희 무기도 챙겨가라.”

이런 오글거리는 말투는 현실이었다면 절대 못 쓸 것이었지만 여기서는 그게 당연한 것이었다. 나도 이런 말을 쓰다 보니 의외로 입에 착착 감겼기에 속으로 ‘어? 뭐임? 나 사극(史劇) 같은 거 별로 본 적 없는데 말 잘 하네? 우왕ㅋ굳ㅋ’같은 생각이나 해대고 있었다.

시녀들을 시켜 마리아와 아테나를 방으로 옮기라 했다. 더러워진 양탄자와 바닥은 내가 마력으로 직접 청소할 생각이었기에 음식물만 치워라 말했다. 양탄자를 비롯해 바닥을 치우는 작업이 끝나자 정적만이 방안에 맴돌았다.

“응? 다들 표정이 왜 그래?”

모두 멍한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내가 뭐 이상한 짓 한 것도 아닌데?

“아, 아니. 그……장난삼아 임금님이다 왕이다 놀렸는데 그렇게 명령하고 말하니까 진짜 왕 같아서.”

혜린이 그렇게 말하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음……내 이미지가 얼마나 바보 같았으면 저럴까. 내가 해온 바보짓이 한두 개가 아니었기에 욕을 할 수도 없었다. 나도 조금 전 내가 했던 행동에 놀랐는데 아내들이 날 보고 놀라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겠지.

“그냥 어쩌다보니 그렇게 말한 거지. 나 걱정해줘서 고마워. 특히 희진이랑 은채. 정말로 날 구한 마법소녀가 됐네?”

그러자 두 명이 매우 밝게 웃었다. 그녀들이 웃는 걸 볼 때마다 자지가 불끈거렸기에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집중됐지만……이런. 똥이 묻은 상태 그대로군. 슬슬 닦아낼까 싶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다.

이 ‘하렘 어드벤처’는 세세한 부분, 더러운 부분의 리얼리티는 그렇게 강조되지 않은 곳이다. 그건 병(病)에도 포함되는 이야기였다.

다치거나 아픈 것에 대해서는 치료 마법 등이 존재했지만 현실에서 보던 심각한 병이나 파상풍 등은 없었다. 심각한 병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니 자지에 똥이 묻어있다고 해서 나쁜 병균에 감염될 위험도 없다는 거다.

“몸은 괜찮느냐?”

아스카의 말을 듣곤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싶었다. 분신이 맞아서 사라진 건 안타깝지만 내 몸에 통증이나 이상은 전혀 없었다. 그녀의 공격도 배리어로 막았기에 실질적인 아픔은 없다고 봐야겠지.

“응. 다치거나 아픈 곳은 없어. 그렇게 갑자기 달려드니 그게 좀 놀라웠긴 한데……. 이제 묶였으니 큰일은 없겠지.”

“다친 곳이 없어서 정말 다행이야.”

안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 무얼 할까 생각했다. 일단 나는 마리아와 아테나한테 가봐야 할 거 같다. 얘들은 손님이 머무르는 방에 잠시 있으라고 해야겠다.

“난 마리아랑 아테나한테 가볼게. 아마 일어났을 테니 이 건에 대해 상의를 해봐야지. 너희는 손님이 묵는 방에서 대기해줘.”

“어, 혹시 사형시킬 거야?”

아이라의 말에 ‘설마’라고 대답했다. 사형이라니. 아무리 그녀가 무례를 범했다지만 사람을 죽일 생각은 없다. 이 일을 계기로 그녀를 범하는 것도 괜찮겠지.

일단 그녀가 왜 이런 짓을 저질렀는가를 알고 싶었다. 어제부터 시작해 결국 나한테 이런 짓을 저지른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테니까. 아무런 이유 없이 이런 짓을 했을 리는 없잖냐.

마리아와 아테나의 침실로 가니 두 명은 황금색의 비키니 아머를 입고 날 맞이했다.

“미, 미안해요 세린……. 식사를 하는 곳에서 똥을 싸버리다니…….”

내가 식사 중에도 그녀의 엉덩이에 자지를 박아댄 것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건가. 오히려 내 책임이 컸기에 그녀의 말을 끊었다.

“괜찮아. 오히려 그런 걸 강요한 내가 나빴지. 앞으로는 이런 일이 안 일어나도록 할게. 정말 미안……”

“아, 아니에요! 오히려 기뻤어요! 그, 아주……짜릿했고요.”

짜릿하다는 말을 할 때 부르르 떠는 몸을 보니 그녀 또한 쾌락에 젖어 변했구나 싶었다. 아테나는 처음 만났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태도가 달라진 것도 있지만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바닥을 보는 게 마치 무언가를 잘못한 학생을 보는 느낌이었다.

“아, 아빠……. 미안. 나……설사를 해버렸어.”

병의 개념은 존재하지 않지만 똥이나 설사 같이 배설물이 나오는 상태는 컨디션에 따라 달라졌기에 그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다.

웃기다면 웃긴 설정이다만……이걸 5개월 넘게 경험해서 그리 큰 잘못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 여기로 오기 전 옷 입기를 잘 했다고 생각했다. 내 자지에 묻은 똥과 설사를 봤다간 둘 다 지금보다 더 맹렬히 사과할 테니까.

“우리 아테나의 설사, 따뜻해서 좋기만 했는데 뭘. 다음에는 설사로 같이 샤워라도 할까?”

미친 아이디어지만 솔직히 아무래도 좋았다. 그런 플레이도 한두 번 해보면 경험이 될 거고, 이런 식으로 말을 하면 누구도 상처입지 않고 일이 해결되니까. 웃으며 날 껴안는 아테나를 보며 바로 내 품으로 온 마리아를 쓰다듬는다. 행복하다……. 그래, 정말 행복하다.

“너희가 한 일은 내 탓도 있으니까 그렇게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보다……헬레나에 대해서인데.”

두 명은 어렴풋이 그 이야기를 시녀로부터 들은 거 같았다. 그녀가 나한테 욕과 폭언을 한 것부터 시작해 검으로 날 죽이려고 했던 부분을 설명할 때는 둘 다 입을 막은 채 놀라움을 표현했다. 죽을 뻔한 나도 놀라웠는데 얘들은 어떨까.

“일단 그렇게 돼서 일단락은 됐는데……혹시 헬레나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짐작 가는 일이 있나 해서.”

“저, 정말 모르겠어요.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도 믿기지 않지만, 그 일을 벌인 사람이 헬레나라니……그렇게 저와 아테나를 위해 헌신했던 헬레나가 그런……!?”

“헬레나는 좀 딱딱하고 원칙을 중요하게 여기는 여자지만……살인을 저지를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야……. 아, 아빠! 설마 죽이진 않을 거지? 응?”

“야, 내가 무슨 사형이나 살인에 맛 들린 폭군도 아니고……그런 짓 안 해. 그냥 왜 그런 짓을 했는지 궁금해서 그렇지.”

결국 이 모녀조차 왜 헬레나가 그런 짓을 벌였는지에 대해서는 짐작조차 못 하는 거 같았다. 가까이에서 지낸 이들이 모르는 걸 내가 단숨에 알아챌 리가 없지. 그럼 명탐정 코난이나 소년탐정 김전일의 세상에 내가 소환됐겠지.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나와 두 명은 헬레나가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작품 후기 ============================

권력을 쓰는 건 역시 좀 어려운 거 같습니다. 너무 안 쓰면 있는 권력도 쓸 줄 모르는 멍청이, 너무 쓰면 남용한다고 폭군 소리 듣고.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추라는 건지 모르겠네요.

세린의 경우 무분별한 살인을 피하기 위해 권력을 썼다고는 하지만, 은근히 권력을 쓰고 싶어 했던 것 같은 느낌이 납니다. 사극처럼 왕 행세를 하며 왕족 시해죄 따위를 언급하다니. 이놈, 은근히 중2병 냄새가 풀풀 나는데…….

HUH? 그, 그럼……이런 중2병 냄새가 풀풀 나는 캐릭터를 만든 나는……중2병?

……(나 자신한테) 레드썬!

저한테 중2병 따위는 없습니다.

예, 없고 말고요. 그런 건 없습니다.

그나저나 막장이긴 진짜 막장이네요. 밥상머리에서 섹스하는 것도 모자라 똥과 설사를 뿌지직 싸대며 여자들과 싸우다니. 대체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지적하고 수정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생각하다보면 '테? 이런 개막장 소설을 굳이 수정할 필요, 없지 않은 테치? 이 자체로 혼돈의 카오스인 테챠아아앗! 이 소설로 조아라의 독자분들 정신을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리는 테챠아아아앗!'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왜 저런 결론에 도달하는지는 굳이 말씀드릴 필요도 없습니다. 약을 한 사발 빨았는데 정상적인 결론이 나오면 그게 이상한 거죠.

물론 제 정신머리가 이상하긴 하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이상한 건 아닙니다. 나쁜 방향으로 이상한 것도 아닙니다. 그냥 아무도 생각 안 하는 미친 생각 쪽으로 치우친 거지.

어찌 됐든, 이제 헬레나의 조☆교가 시작되겠네요. 예? 여왕과 공주도 모자라 여기사까지 붕가★붕가 하렘에 참여시키냐고요? 어허, 이 사람들이!?

(귓속말) 여기사가 나왔으니 로리 캐릭터도 나올 확률이 올라가잖아요……이 기세로 아청법조차 천원돌파합시다!

데프프……로리 캐릭터 등장! → 독자들 대거 유입! → 작품의 인지도 상승! → 독자분들과 내가 서로 Win-Win!!

행복……만땅!

아청법을 무시하면 좀 어때?

인기만 끌면 그만이지! 데퍄퍄퍗!

응? 이 늦은 시각에 왜 초인종이 울리지? 이제 곧 12시인데 초인종을 누르다니. 몰상식도 정도가 있지. 예, 누구세요……예? 경찰? 포돌이? 잡았다 요놈? 그게 대체 무슨……?

나레이션 : 그 후, 하렘 어드벤처가 업로드되는 일은 없었다…….

P.S - 문재인 후보가 드디어 대통령이 됐네요. 개표가 다 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확정됐습니다. 부디 전 정부가 저질러놓은 병신 크리티컬 똘추짓을 잘 정리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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