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어드벤처–당신의 아기를 낳고 싶어-103화 (103/235)

00101 「10-10 : 서장(序章)의 끝 (10)」 =========================

미카와 아이라가 돌아왔다. 마리아와 아테나는 왕궁에 남아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거 같았다. 이틀 지나고 셋째 날 아침에 돌아왔으니 2박 3일이라 해야 할까.

캡슐 분배는 생각 외로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했다. 괜히 소동 따윌 일으켜서 캡슐을 못 받게 되는 처지에 놓이고 싶은 바보는 없었겠지. 이곳의 시민 의식이 한국보다 뛰어난 것도 없지 않았다만.

지금은 내 아내이고 섹스 이후로 개방적인 성격이 됐다지만 마리아와 아테나가 왕궁에 들어서니 성격이 확 바뀌었다나? 신속한 명령과 적절한 판단으로 각 마을과 수도에 캡슐의 분배를 명령하는 걸 보니 역시 여왕과 공주라는 칭호는 겉치레가 아니었다고 했다. 음……나중에 수도를 한 번 가봐야겠네. 걔들 일하는 것도 보고 싶고.

부카케에 간 미카는 경비대원들과 함께 캡슐 분배에 참여했다 한다. 경비대장의 자리는 벗어났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오랫동안 지켜오고 살아왔던 마을이다. 함께 했던 대원들 또한 칭호나 권위가 아닌, 진심과 마음으로 미카를 대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

부카케 주변의 기둥은 견고하게 설치되어 그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시퍼런 촉수 괴물은 이미 안 보이게 된지 3주 정도가 넘었다고 한다. 괴물 토벌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였는데 당연한 거겠지. 꼴 보기 싫은 괴물놈들이 안 보인다고 하니 속이 시원했다.

괴물이 없어졌지만 이미 사망한 사람들이 살아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인구는 우리가 떠날 때와 거의 엇비슷했다. 그런 사람들한테 먹는 것만으로 임신을 할 수 있는 캡슐을 분배하겠다고 하니 매우 기뻐했다고 말했다. 그것도 무상으로.

예전과 달리 10개월 정도의 기간이 필요했지만 생명의 씨앗을 구할 수 없게 된 지금, 그런 제약에 불만을 표하는 사람은 없었다. 중요한 건 시간이 아니라 ‘아기를 가진다’라는 사실이었으니까.

부카케의 경비와 치안은 여전했고 그녀들을 괴롭히는 요소 또한 사라졌다. 이제 건강한 아기를 낳는 것만 기다리면 되겠네.

그 이야기를 하며 미카는 자신의 이야기라도 되는 양 매우 기뻐했다. 다른 사람의 일을 이렇게 진심으로 기뻐해주고 축복해줄 수 있다니. 그런 미카를 쓰다듬어주며 다음에는 아이라한테로 시선을 돌렸다.

어보션에서도 캡슐의 분배는 경비대가 담당했다. 하지만 어보션의 인구수는 400명 정도. 경비대만으로는 힘이 들었기에 마법사 양성소의 사람들과 분배에 참여했다고 했다.

마법사 양성소에 소속된 사람들이니 부정을 저지를 리가 없다는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

많은 사람들이 캡슐 분배에 고마워하며 웃음 짓는 게 아직도 잊혀 지지가 않는다는 아이라를 보니 좀 미안했다. 아이라한테는 기쁘고 즐거운 일이겠지만 그 사람들한테 ‘그거 제 좆물로 만든 거임! 맛보면 좆물맛이 듬뿍 느껴질 거임!’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결과가 좋으니 됐다지만 미안함 마음이 아련하다…….

분배를 하는 경비대원들 또한 기쁨을 나타내는 인물들 중 하나였다. 그들 또한 생명의 씨앗이 단종됐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캡슐의 존재는 가뭄의 단비나 다름없었겠지.

프레그넌트의 경비도 힘들지만 어보션은 안 그래도 땅이 넓고 사람들이 많으니 여기보다 받는 스트레스가 많았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 스트레스가 조금이라도 줄어들길 바란다.

마리아와 아테나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다. 바로 남은 두 마을에 대한 것이었다. 200명 단위의 마을과 300명의 인구수를 가진 마을. 200명 정도의 인구가 사는 마을의 이름은 루인(Ruin)이였다. 뜻이 아마 ‘붕괴, 몰락, 파산시키다, 폐허로 만들다’였지.

명사와 동사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특이한 단어였지만 마음에 걸리는 건 뜻이다. 루인이라니. 이래서야 마치 파멸이나 멸망의 이미지를 가진 마을이지 않은가.

심지어 가장 인구가 적은 200명대라는 점 또한 묘하게 이름과 들어맞았다. 설마 이것도 그 백발 여자의 짓인가…….

300명이 사는 곳의 마을 이름은 걸작이었다. 마지막 이름은 뭘까 싶었더니……[카미유]였다. 세상에. 그거 듣자마자 난 곧바로 뿜었다! 모두 날 보고 ‘왜 웃어?’라고 물었지만 차마 그 질문에 대답할 수는 없었다!

세상에! 이런 세상에 마상에! 지금까지 백발 여자를 미쳤다고 욕했지만 이건 정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여자는 미쳐도 이상한 방향으로 미쳤어!

카미유(Camille)라는 이름은 프랑스 이름이다. 남녀 모두한테 붙일 수 있는 이름이며 유명한 실존 인물로는 카미유 클로델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실존 인물’이라는 점이다.

왜 실존 인물이라는 조건을 붙였냐고? 그야 당연하지. 카미유라는 이름을 듣고 내가 빵 터진 이유는 ‘카미유’라는 이름을 가진 ‘가상 인물’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비롯해 건담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 정도는 들어봤을 거라 생각한다. 그 이름은 바로 카미유 비단(カミーユ・ビダン / Kamille Bidan)이다. 유명한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의 두 번째 시리즈이자 퍼스트 건담의 후속작인 [기동전사 Z건담]의 주인공이다.

왜 마을의 이름을 듣고 빵 터졌냐고 묻는 사람들을 위해 간략한 설명을 하려 한다. 정말 쉽게 말하자면……카미유 비단은 인터넷에서 유명하다. Z건담의 주인공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요 근래 들어 이상한 동영상으로 유명해졌기 때문이었다.

카미유 비단의 성우가 야근병동을 비롯해 19금 미소녀 게임 등에 나와 했던 충격적인 대사를 옛날 건담의 동영상에 그대로 갖다 붙인 것 때문이었다.

어머니를 눈앞에서 잃어버린 카미유는 아버지 앞에서 갑자기 웃었다. 생각을 해보라! 눈앞에서 어머니를 잃은 자식이 갑자기 웃어대다니? 이건 충격적이다 못해 정신의 건강이 걱정될 정도가 아니던가?

헌데 그 다음에 19금 미소녀 게임에 나오는 대사를 박으니 정말 걸작이 됐다. 대사는 다음과 같았다.

‘후후후……섹스! 섹스! 모두 계속 섹스해라! 격하게! 더욱 격렬하게! 섹스! 섹스! 자지와 보지를 비벼대며 정액과 애액을 섞어대며, 육체와 육체가 서로 녹아 없어질 때까지 계속해서 섹스해라! 섹스! 머지않아 학교의 학생들도 참가시켜주마! 착한 척 하는 교사들도! 학교 안에 있는 여자들의 구멍이란 구멍에 정액을 주입시켜……교장과 교감도 참여시켜주마. 모두 가축처럼 더럽혀서 귀여운 제자들의 질 안에 페니스를 박게 해주마! 섹스……섹스……섹스! 섹스!’

바람을 피던 아버지한테 소중한 어머니가 죽었다는 걸 알리는 장면에서 갑자기 섹스를 외쳐대니 안 뿜을 리가 있겠냐? 나도 뿜어댔는데!

게다가 그 유명한 건담 시리즈의 주인공을 맡은 성우가 야애니, 야게임에 나와 그런 걸 외쳐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컬쳐 쇼크다만! 여하튼, 그 덕분에 카미유 비단이라 하면 모두 ‘후후후……섹스!’라는 걸 떠올리게 됐다.

이 하렘 어드벤처는 남자를 위해 만든 19금 싱글 플레이 게임이나 다름없다. 마을 이름도 프레그넌트, 부카케, 자멘, 어보션 등이지. 루인은 그렇다 쳐. 잘 지었으니까.

헌데 ‘카미유’라는 마을 이름을 들은 순간, 난 확신했다. 그 백발 여자, 만약 내 기억을 읽어서 지은 게 아니라면 틀림없는 오타쿠일 거다. 애니 덕후거나.

세상에 지을 이름이 없어서 ‘카미유’라는 마을 이름을 짓다니! 이쯤 되니 그 마을이 과연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보고 싶었다. 설마 진짜 제타 건담 모형의 상이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참아다오. 그럼 진짜 박장대소를 터뜨릴 거 같았다. 남의 마을에서 무슨 망신이야 그게!?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안타까운 소식이란 괴물의 출몰과 사람들의 사망 소식이었다. 아무리 나라지만 그 소식을 들으니 웃음이 싹 가셨다.

빌어먹을……우리처럼 아예 토벌을 목적으로 싸우는 사람들이 없었기에 일이 그렇게 된 건가. 안타깝군. 우리가 괴물을 토벌할 때 가끔 이렇게 생각하곤 했었지.

‘아예 우리가 다른 마을까지 돌아다니며 괴물이라는 괴물은 모조리 다 죽여 버리면 이 세상에 평화가 찾아오지 않을까?’하고. 실현성이 별로 없다는 건 둘째 치더라도, 괴물이 어딘가에서 나타나는 건 그 백발 여자가 관련되어 있을 거라 어렴풋이 생각하며 지냈었다. 그때는 아직 백발 여자에 관한 건 제대로 몰랐던 때니까.

프레그넌트 때는 레벨 업을 위해. 부카케 때는 미카와 마을 사람들을 위해 토벌을 했었다. 그때는 아이라를 데려오기 위한 여행도 있었기에 어느 한 곳에 정착하며 토벌을 한다는 생각은 할 수가 없었다. 어디까지나 즉흥적으로 떠오른 생각이었지.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니 괴물 토벌을 다시 해야 하나 싶은 마음이 떠오른다.

그래, 안다. 누군가는 ‘너랑 관련 없는 일이잖아’라고 하겠지. 까놓고 말해서 나랑 관계도 없고 내 잘못도 없다. 이 세상에 괴물 만들어 풀어 놓은 건 그 여자지, 내가 아니니까. 난 아무런 잘못도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이러다가 과거에 죽었던 사람들까지 내 탓이라고 여기게 되는 거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군.

그치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사람이 죽었다. 경비대원들은 마을을 보호하는 게 임무지 괴물을 토벌하는 것에 대해서는 적극적이지 못했다. 그야 당연하잖냐. 쟤들도 살아있는 사람인데. 자기 목숨 걸고 그 짓 하다 죽으면? 끝이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비록 다른 세상의 사람들이라지만 인격과 생명을 가진 인간이다. 죽었다고 부활하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여자다. 아기를 낳는 것부터 시작해 모성애 등을 소중히 여기는 그녀들이 아기를 남긴 채 죽든 아기를 못 낳고 죽든 간에 비극일 수밖에 없다. 캡슐 분배에 성공했다는 건 이미 임신 상태가 됐다는 거겠지. 하지만 괴물의 위협은 계속 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루인과 카미유. 둘 다 괴물의 습격으로 인해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분배되기로 예정되어 있던 캡슐이 좀 남아버렸다는 것까지 들으니 착잡했다.

빌어먹을……비록 레이 시리즈한테 하루를 빼앗기긴 했지만 매혹 마법에까지 걸려가며 미친 듯이 만든 캡슐이다. 아내들한테 핀잔까지 먹어가며 만들었단 말이다.

헌데 그렇게 죽어서 캡슐이 남으면……내가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냐? 열심히 만든 캡슐 남았다고 춤이라도 출 줄 알았냐고!? 이런 망할……! 절로 욕이 나왔다.

“……세린 탓이 아니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

아이라를 비롯한 모든 아내들이 날 보고 있었다. 마음뿐만 아니라 얼굴 또한 찡그리고 있었군. 그래, 맞는 말이다. 내 잘못은 아니다. 저 멀리 들은 적도 없고 가본 적도 없는 마을의 죽음은 당연히 내 탓이 아니지. 하지만 기분이 더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남은 캡슐은 왕궁에서 보관하기로 했어. 루인과 카미유에서 일어난 사고는 안타깝지만……이미 일어난 일을 가지고 후회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어.”

“……다른 곳은? 그, 자멘이라든가. 어보션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어?”

혹시나 누가 또 죽은 게 아닐까 걱정된다. 내 탓이 아니지만 캡슐이 늦게 만들어져 그걸 받지 못한 채 죽었다……는 이야기는 정말 싫었다. 그래서는 마치 내가 대역죄인 같지 않은가……. 나 또한 최선을 다했는데 그 성과를 받지 못한 채 죽어버리다니. 슬프다. 그리고 안타깝다.

안타까운 건 죽었다는 소식뿐만이 아니다. 보통 그리웠던 고향에 다녀오면 ‘어떤 일이 있었냐, 모두는 잘 지냈냐’와 같은……형식적이면서도 일상적인 질문.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물어보는 질문을 해야 했다. 헌데 나는 다른 사람은 안 죽었냐 따위의 질문이나 해대고 앉아있다. 무능한 새끼 같으니라고……. 욕지기가 솟아오른다.

“자멘은 성벽은 견고하지만 안의 치안이 엉망이니까……. 괴물 때문에 죽은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사람들 간의 다툼이나 납치 등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약간 있었어. 어보션은 그런 일 없었고. 거기 경비대원들은 절대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니까.”

그거 참 다행이군. 괴물 때문에 죽은 거라면 모를까 다툼이나 납치 등으로 살해당한 건 나랑 하등 관계없는 일이니까. 여기까지 생각하니 내가 왜 이렇게 다른 사람의 죽음에 집착하는지 알 수 있었다. 답은 간단했다.

죄책감을 느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생명의 씨앗을 만들 수 없게 된 이유는 모두가 알 거라 생각하지만, 어찌 됐든 프레그넌트에서 벌인 섹스 파티. 마리아와 아테나와의 만남과 레이 시리즈. 좆물 캡슐 제작 프로젝트 등. 크고 작은 일로 시간을 낭비해버렸다.

시간을 낭비한 이유? 뻔한 걸 뭐하러 묻냐? 누군가 죽고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으니까. 아스카를 포획해 드디어 프레그넌트의 평화를 되찾았는데 다른 마을의 괴물이나 사람들의 목숨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었으니까. 내가 임금님도 아니고 신도 아닌데 대체 어떻게 그런 부분까지 신경 쓴단 말인가?

하지만 그렇게 낭비된 시간 속에서 죽어간 사람들이 있다는 걸 들으니 참을 수가 없었다. 조금만 더 빨리 계획을 앞당겼다면, 조금만 더 캡슐 제작이 끝났다면. 죽는 걸 막을 수는 없었겠지만 하다못해 ‘아기를 가졌다’라는 희망을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죽음 속에서도 행복을 조금이나마 느끼며 생을 마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이 머리를 채웠다.

죽인 것에 대한 책임은 전혀 없다. 하지만 그녀들이 받아야 했던 ‘생명의 씨앗’. 정확히는 그 씨앗을 대체할 캡슐이 세상에 덩그러니 남은 걸 생각하니 마음이 복잡했다.

어머니를 만나 이 세상에 태어났어야 할 아기들은 이제 어디로 가게 될까. 그 사람들은 멀리 떨어진 이 프레그넌트에서 캡슐이 올 것이라는 사실조차 몰랐을 텐데. 착잡함에 한숨을 쉰다.

“세린. 아이라 말이 맞아. 죽은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거기에 책임을 느끼면 한도 끝도 없어. 부카케를 포함해 어디든 간에 사람은 죽어 나가잖아. 그게 세린 탓이라 생각해? 그런 부분에 대해서라면 신이 책임감이나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해.”

미카의 말도 옳다. 그리고 난 ‘과연 그 백발의 여자가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 책임감이나 죄책감을 느끼고 있을까?’라고 잠시 생각했다. 생각한 내가 바보였다. 생각하느라 낭비한 시간과 뇌세포가 아깝다. 그럴 리가 없지. 그럴 거면 애초에 괴물을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망할 년.

신경써줘서 고맙다고 한 후 그녀들한테 쉬라고 했다. 난 로라의 방에 들어가 커다란 침대에 누웠다. 푹신푹신한 게 좋다만 죽었다는 소식은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 남아 날 괴롭히고 있었다. 또 한숨 나온다.

결국 난 ‘포기하는 삶’을 그만두기로 했다. 닥쳐오는 죽음의 공포를 도저히 이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의 죽음에조차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내가 스스로의 죽음에 이기려 하다니. 오만방자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겠지. 아니, 주제를 모른다고 해야 하나?

내 목숨과 다른 사람들의 목숨. 어느 쪽이 중요하냐고 물으면 당연히 내 목숨이라 할 거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바칠 정도로 난 어리석은 놈이 아니니까. 하지만 이런 식으로 물어온다면 어떨까?

‘내가 니 사랑스런 아내들을 모조리 죽일 생각인데, 니가 죽으면 살려줄게. 자, 어떻게 할래?’

당연히 죽어야겠지, 시발. 죽어야 하는 것도 그렇지만 ‘죽여야 한다’라는 말도 옳긴 옳았다. 내가 죽든 그런 협박하는 년─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누군지 다들 알잖아?─을 죽이든 무슨 수를 내긴 내야 하지 않겠는가?

문제는 죽일 능력이 없다는 거지. 오히려 날 언제 죽일지 몰라 지금도 불안한 상태다. 밤에 비하면 좀 나아졌다만. 기껏 죽음을 잊고 아이라와 미카를 맞이할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다른 사람들의 사망 소식을 가지고 오니 할 말이 없었다. 그녀들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게 놔둔 그 빌어먹을 백발의 여자가 나쁜 거지.

“……그리고 나도 개새끼지.”

다른 사람 욕하는 건 괜찮지만 나 자신에 대한 욕은 정당화한다. 이게 바로 사람이 사는 방법 중 하나였다. 그래, 남이야 어쨌든 간에 자기만 괜찮으면 장땡 아니겠는가?

허나 지금에 한해서는 그렇게 될 수 없었다. 왜일까? 난 신도 아니고 모든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 책임을 느낄 필요도 없는데? 그렇게 자기 자신을 정당화하지만 이것 또한 답을 알고 있었다.

“그럴 능력이 있으니까. 그런데 안 했으니까.”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거지만 중요한 건 결과다. 결국 ‘하지 않았다(못했다)’라는 것은 같았다. 여기 와서 얻은 소총 2자루와 마법, 코스튬의 힘. 모두 다 강한 힘이었다. 괴물이 나타나도 단숨에 없앨 수 있는 힘이 있었기에 토벌에 참여할 수 있었던 거겠지.

착각할까봐 말해두지만 그렇다고 내가 모든 마을을 돌아다니며 토벌 퀘스트를 진행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었다.

내가 미쳤음?

소중한 아내들 놔두고 그런 짓을 하게?

그러다 나나 내 아내들 중 누군가가 죽으면 누가 책임을 진단 말인가?

이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마음이었다. 자기가 무사해야 다른 사람을 도와주거나 하지! 자기가 몸이 만신창이에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괜찮아요, 다른 사람을 도와야 해요’라며 움직이려 든다 치자. 그걸 보는 사람들은 한결 같이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할 거다.

‘남 걱정 말고 댁 걱정이나 하세요! 피 철철 흘려서 당장이라도 뒤질 거 같은데 무슨 헛소리에요?’

정말 멋진 지적이다. 그래, 빌어먹게 맞는 말이다. 자기 몸 하나 간수 못 하는 사람이 누구를 걱정한단 말인가? 내가 바로 그 짝이었다.

부카케에서 괴물한테 베이며 느꼈던 고통은 아직도 생생했다. 그랬기에 난 다른 마을을 도와준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었다. 아내가 된 미카를 위해 부카케 주변을 토벌했던 건 이례적인 일이었지.

그런 내가 이렇게까지 마음이 착잡한 건 스스로 말했듯이 ‘그 사람들을 도울 능력이 있었는데 안 했으니까’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내 이야기를 들으면 ‘그건 니가 잘못 생각하는 거지. 시발, 그럼 사람 죽는 게 다 니 탓이라 생각하냐? 너님이 그렇게 위대함? 사람의 목숨이나 인생은 결국 그런 거다’라고 말하겠지. 나도 그런 소리를 듣는 것으로 지금 느끼는 착잡함을 없애고 싶었다.

그치만 결과가 그렇다고 해서 과정이 생략되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 하더라도 그 과정이 더럽거나 옳지 않으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다. 아이라를 데려오는 일에 급급했기에 다른 일에 신경을 쓰지 못했지만 만약 루인이나 카미유 주변의 괴물을 조금이나마 퇴치했다면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후회감이 든다.

착잡함과 후회감, 책임감으로 눈을 감고 있던 나는 결국 마무리를 지었다.

“……그만두자. 이미 일어난 일이잖아.”

그래. 이미 일어난 일이다. 역사에 IF는 없다. 이미 일어난 역사는 그 자체로 어떻게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영역이 된 것이다.

이미 일어난 사건에 우리는 관여하지 않았다. 단지 내 멋대로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것일 뿐. 아무리 노력해도 과거를 바꿀 수는 없다. 죽은 사람들의 명복을 빌며 몸을 일으킨다.

“세린, 들어간다?”

내 대답은 듣지도 않고 혜린이 들어왔다.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대답 없이 들어올 거면 말은 뭐 하러 하는 거야, 이 아가씨야…….

로라나 메이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한국에서 섹시 스타라는 소리를 듣던 그녀답게 살짝 구릿빛의 피부가 아름다웠다. 불러온 배 안에는 나와 그녀의 사랑의 결정체가 있다. 그걸 생각하자 하반신이 불끈거렸다.

“괜찮아……? 며칠 전부터 많이 이상한 거 같던데.”

“응. 이젠 괜찮아. 루인이나 카미유라는 마을의 소식이 안타까운 거라서 좀…….”

침대에 올라온 혜린이는 내 곁으로 다가왔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안심이 되다니. 정말 좋군.

“넌 진짜……착한 건지 못된 건지 모르겠다니까.”

“뭐가?”

내 하반신에 슬쩍 손을 대는 혜린이를 보니 웃긴 놈 본다는 표정이다. 왜 그러냐?

“벌건 대낮에 강간해서 결혼식을 올리는 놈이 저 멀리 듣도 보도 못한 마을 사람이 죽었다고 그렇게 풀이 죽다니. 그러면 니가 착한 건지 못된 건지 알 수가 없어.”

“우리 혜린이가 보기에는?”

“나쁜 개새끼지.”

그렇게 말하며 내 쪽으로 입을 내밀었고 난 당연히 거기에 내 입을 맞추었다. 혀와 혀가 맞물릴 때마다 불끈거리며 자지가 울어댔다.

“구할 수 있었는데 못 했다고 그러는 거지?”

“……정확히는 안 했다고 해야지.”

어떻게 알았냐는 질문 대신 약간의 수정(修正)을 가한 대답을 하자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으이그! 내 남편이지만 그래서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려고 그래?”

“적어도 이 세상은 원래 세상보다는 덜 험하잖아.”

“괴물이 있다는 거 제외하면 말이지.”

그 말에 동의하며 혜린이를 안았다. 따뜻하다. 이런 나날을 맞이할 수 있다니. 정말 꿈 같았다.

“있지, 세린. 정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앞으로 태어날 아기에 대해 생각해줘. 다른 사람들도 중요하다는 건 인정해. 하지만…….”

“곁에 있는 너희한테조차 최선을 다하지 못한다면 다른 곳에 가서 노력해도 결국 아무것도 못 한다. 뭐 이런 거지? 야, 너무 실례되는 표정 아니냐 너? 나도 생각 많이 했다?”

그 말에 베시시 웃으며 내 뺨에 얼굴을 부벼댔다. 귀여운 아내 같으니라고. 그래, 그 말이 맞다. 죽음은 안타까운 것이다. 어쩌면 그 죽음에 내 책임이 있을지도 모르겠지.

하지만 지금 신경 써야 하는 건 이미 끝난 죽음이 아니라 곧 태어날 생명이다. 내가 저지른 짓에 대해 책임을 진 후에 행동해도 늦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세린이 계속 그런 상태면 다들 걱정하거든. 내가 대표로 온 거니까 고맙게 생각해?”

“……고마워, 혜린아.”

불러 오른 배가 살짝 짓눌릴 정도로 안았다. 좋은 냄새다. 기분이 편안해진다. 눈꺼풀이 점점 내려오는 걸 느낀다. 최근 너무 무리했던 것이 이제야 몸에 나타나는 건가.

“혜린아. 나 있잖아……너랑 결혼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억지 결혼이었지만 말이지. 이렇게 말은 해도 나도 너랑 결혼해서 다행이었다고 느끼고 있어. 현실에서 자기 욕심만 채우려던 놈들이랑은 달랐으니까. 대신 다른 쪽으로 변태 성향이 강하다는 점이 좀……뭣 같지만.”

마지막에 욕을 안 써준 건 고맙군. 섹스가 아니라 이렇게 서로를 안고 자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기분은 좋다. 아마 편안하게 잠들 수 있을 거 같았다.

“마리아랑 아테나가 오면……수도에나 가볼까.”

“수도? 거긴 왜?”

점점 잠이 온다. 수도에 가려는 이유라…….

“우리 아내들 서울 구경도 시켜주고, 왕궁에도 가볼까 싶어서…….”

“으이구, 난 원래 서울 살았어. 니가 말하는 건 시내나 수도 말하는 거지?”

대답도 힘들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다. 진짜 이대로라면 금방 잠들겠군.

“그치만 생각해보니 좋은 기회네. 수도라……. 응, 나중에 다른 아내들한테 말해놓을게. 지금은 푹 쉬어, 세린. 쪽♡”

입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을 느끼며 오랜만에……정말 오랜만에 해방감을 느끼며 잠에 들었다. 일어나면 그때는 또 다른 고민이나 일이 있을 것이고, 백발의 여자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답을 내지 못했다.

그치만 그런 힘들고 어려운 이야기는 잠시 잊어버리자. 지금은……지금만큼은. 숲의 평화, 아내들과 보내는 행복을 얻었다. 앞으로 겪을 힘든 일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모두와 함께 일구어놓은 현재에 만족하며 자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난 잠을 청했다.

아주 힘들었던 이야기의 서장(序章)이 이제야 끝났다고 느끼며…….

============================ 작품 후기 ============================

드디어 100편을 달성했습니다. 꾸준히 연재했기에 기뻐해야 하는 상황입니다만……안타깝게도 그럴 수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말씀드렸던 집안 사정(집안에 커다란 일이 있었다는 것)이 다시금 터져버렸습니다.

이미 대부분 아시겠지만 소드 아트 온라인 팬픽이나 하렘 어드벤처, 전자책으로 낸 아스라이 등에는 별로 좋은 가정의 모습이 나오지 않습니다. 이전에도 힌트를 드렸지만 100화 기념(이걸 기념이라고 하자니 슬프네요)으로 말씀드리자면…….

예, 집안 사정은 별로 안 좋습니다.

그리 화목하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집안입니다.

이딴 걸 100화 기념으로 말씀드리다니. 참 좆같네요. 집안 사정을 남한테 말하는 건 꺼려지지만 사실 대부분의 독자분들은 다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모르셨다면 이번 후기를 통해 아시게 됐으니 큰 상관은 없겠죠.

여하튼, 별로 화목하지 않은 집안에서 20년 넘게 살아왔으니 성격이 이 따위로 변해버렸습니다. 진짜 왜 이럴까요. 웃음도 별로 안 나오네요.

어떻게 된 게 또 집안일이 터져버렸습니다. 그것도 100화를 업로드하기 전에 말입니다. 덕분에 여러 모로 문제가 생겨 재연재에 대한 시간을 잡는 게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예상으로는 5월이었지만 워낙 큰일이라 6월. 늦으면 7월에 연재할 수도 있습니다.

대체 왜 저한테 이런 마가 끼는 걸까요. 이미 출판취소크리를 처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딴 일만 일어나다니. 그냥 재수없는 것 자체가 제 인생의 기본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입니다.

아주 힘들었던 이야기의 서장이 끝났다며 100편을 마무리하는데 왜 제 인생은 원하지도 않는 불행만 연달아 찾아오는 걸까요. 모르겠습니다. 그냥 힘드네요. 울고는 싶은데 눈물도 안 나옵니다. 힘든 일을 많이 겪어서 SAN 수치가 안 깎여나가는 거 같네요. 그 덕분인지 안 좋은 일이 일어나도 내 인생이 그럼 그렇지 하며 넘어가기가 일쑤입니다.

코멘트에 대한 답변입니다.

로리콤MK님, 지금까지 봐주시며 늘 코멘트 달아주셔서 감사했습니다. 100화를 달성했는데 전해드릴 소식이 안 좋은 거밖에 없어 죄송스럽네요. 희망을 가지고 시작한 노블레스 연재인데 현실은 안 좋은 일만 연달아 일어나니 글쓰기가 너무 힘이 듭니다. 독자분들의 유입이 많이 줄어든 것도 있구요. 로리콤MK님을 비롯해 조회, 추천, 코멘트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쓰굴님, 세린을 말만으로 몰아붙이는 그 부분은 세린의 행동 및 성격을 철저히 공격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주인공 같은 인생이었지만 사실은 백발 여자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 것에 지나지 않았고, 그런 것도 모른 채 자기가 주인공인 줄 알고 하반신만 움직여댔는데 기분이 어떠냐? 라고 물으니 세린은 할 말을 잃어버립니다. 무서워서 그런 것도 있지만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겠죠.

자기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해 저항할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끝끝내 선택한 게 발버둥. 포기하는 삶을 포기하다니. 말장난 같기도 하고 비전이나 제대로 된 미래도 없는 선택입니다. 과연 이 선택이 옳았는지, 백발 여자가 했던 말은 대체 무슨 뜻인지. 모든 것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챕터로 갈 수 밖에 없겠죠.

이렇게 말하는 저도 남말할 처지는 못 됩니다. 백발 여자 같은 존재가 아니더라도 개인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 많습니다. 제가 겪고 있는 일도 그 중 하나죠. 세린을 굴리는 것도 좋지만 그 이전에 눈앞의 일부터 해결하는 게 좋을 거 같네요. 다시금 (별 쓸모없는) 노력하는 삶을 살아볼까 싶네요.

아, 혹시나 '포기하는 삶을 포기한다'라고 해서 '내가 포기하는 걸 포기해라!'라며 외치는 나루토가 생각나셨을 수도 있습니다. 여러 모로 비판 받는 나루토 질풍전(흔히 말하는 2기)이지만 페인과의 전투는 꽤 흥미진진했었죠.

그렇지만 이 글에 나오는 세린은 나루토처럼 금수저도 아니거니와 대단한 능력이나 DNA를 가진 것도 아닙니다. 비참한 걸로 치자면 세린이 더 위겠죠.

후기를 보고 '뭐야, 이 작가. 자기 캐릭터 존나 후빨하네!'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나루토를 주의깊게 보신 분들이라면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아버지는 4대 호카게, 어머니는 우즈마키 일족. 스승은 전설의 3닌자 중 한 명인 지라이야고 무한에 가까운 차크라를 공급해주는 9미. 주변에 있는 동료나 친구들은 한 핏줄 하는 사람들이고 인맥, 혈통 부분에 있어서는 나루토만큼 축복받은 캐릭터도 없죠.

초반에 힘들어하던 나루토라면 또 모를까, 질풍전의 나루토는 사실상 초기 나루토와 별개의 캐릭터라 쳐도 상관없을 겁니다. 근성과 노력으로 문제를 풀어가던 캐릭터들이 어느 새 혈통빨, 눈깔대전, 금수저 DNA 배틀을 벌이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혈연, 지연, 학연 없으면 죽으라는 작가의 메시지가 내포된 걸까요. 그 덕분에 나루토 질풍전은 그냥 '아, 그런 게 있었지' 정도로 여기게 됐습니다.

나선환이야 개인의 노력이라지만 환영분신술 및 다중 환영분신술은 나루토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구미의 차크라 덕분에 쓸 수 있었던 인술이기도 합니다. 그냥 기승전나선환이라면 어쩔 수 없다고 치지만 온갖 버프와 스펙을 받은 나루토의 활약은 솔직히 말해 보기 좀 그랬습니다. 차라리 노력과 진취적 자세로 자기만의 닌자도를 추구하려는 록 리가 멋있었으면 멋있었죠.

작가인 키시모토 마사시는 왜 록 리를 불쌍한 캐릭터로 만든 걸까요. 노력으로 단점을 보완하려는 록 리는 무능한 바보 닌자가 됐고 온갖 버프와 혈통빨을 받은 나루토는 킹왕짱 강한 주인공으로 전락해버렸습니다.

노력과 근성으로 무언가를 해결하려 했던 1기의 순진한 캐릭터들은 모조리 죽은 거 같네요. 제 인생도 암울하지만 나루토 질풍전도 참 암울합니다. 꼭 '혈연, 지연, 학연, 눈깔버프 없으면 싸우지 마셈 ㅋㅋㅋ'이라고 말하는 거 같네요.

이러한 한계점은 결국 해결되지 못한 채 후속작인 보루토(BORUTO)가 나와버리고 말았습니다. 현재 호카게인 나루토와 백안 계승자인 히나타의 아들. 심지어 사스케라는 엄청난 스승까지. 강력한 주인공을 만드는 건 좋지만 기존의 한계점이었던 혈연, 지연, 학연, 눈깔대전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라 접하기 껄끄럽네요.

'노력=성장'이 아니라 '인맥빨을 비롯해 얼마나 좋은 수저를 타고 났느냐=성장'인 거 같아 씁쓸합니다. 현실이 좆같아서 애니나 만화를 접하는 건데 이제는 그 창작물마저 '학연, 지연, 혈연 없음? 깝ㄴㄴ 그럼 성장도 못 하고 3류 캐릭터나 엑스트라, 조연 해먹어야 함. 싫음? 꼬움? 꼬우면 하지 말든가? ㅎㅎㅎ' 라고 말하네요. 내용의 진행도 궁금하지만 이러한 문제점이 어떻게 해결될지도 궁금합니다.

안 좋은 일과 함께 맞이한 하렘 어드벤처 100화. 여기까지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시금 시작할 때는 '아, 미친 작가 새끼 ㅋㅋㅋ 안 좋은 일 있다고 해서 연재중지하나 싶었더니 더 약 빨고 돌아왔어 시발 ㅎㅎㅎ'하며 웃음을 선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빠른 시일 내로 여러분과 재회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