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9 「10-8 : 서장(序章)의 끝 (8)」 =========================
“윽, 앗! 세린……아침부터 격렬하네? 우리 남편……앗♡ 아, 아기가 움찔해쪄……흐윽!”
“아빳, 아, 흑! 또, 똥꾸멍에 박지 마아……또, 또 똥싸면……아, 하끅! 쬐, 쬐끔 싸버렸……윽!”
그래, 알아. 메이야. 뿌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내 좆에도 니 똥이 묻어나왔으니까. 그치만 이제 상관없었다. 응, 아무 상관없다. 그도 그럴 것이……똥이든 오줌이든 지금의 나한테 있어서는 매우 사소한 것이었으니까.
아침을 먹은 후부터 지금까지.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점심시간이네. 세 시간 넘도록 아내들과 섹스를 나누고 있었다. 마리아와 아테나를 따라간 아이라와 미카를 제외한 다른 아내들은 각자의 방을 잡아 아침부터 질펀한 사랑을 나누고 있으니……행복하겠지. 응, 행복할 거다. 그럴 거야. 아마도.
“윽, 아읏……헤헤. 우리 남편, 아침부터 꼴렸나봐? 으응……내 보지에 엄청 박아대는 거 보니까……?”
“……혜린아, 사랑해.”
그 말에 대답을 할 틈도 주지 않았다. 무슨 뜻이냐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키스를 하니 더욱 더 흥분이 됐고, 이미 질 안에 들어간 자지가 다시금 커지는 느낌을 받았다. 혀와 혀가 서로를 느끼며 허리를 움직여댈 때마다 보지는 더욱 세게 내 물건을 조여 온다.
“로라의 모유, 하읍……정말 맛있어요. 천하의 일미에요……쯉……!”
“읏, 세, 세린……제 모유가 마음에 드나요? 후후, 이제 곧 한 아이의 아빠가 되는데……세린은 어린애군요? 아, 읏! 유, 유두를 그렇게 핥지 마세요……!”
쮸읍, 쮸읍!
더욱 더 강하게 빨아들이자 시트를 꼭 쥐는 로라의 모습은 정말 천사 같았다. 이 구릿빛 피부의 가슴에서 이렇게 톡 쏘는 맛의 모유가 나오다니. 멀리서 인체의 신비를 찾을 필요 없었다. 그저 이 모유를 빨아먹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로라는 이미 질내사정을 마친 상태였기에 나한테 모유를 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른인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모유를 탐하는 내 모습은 그야말로 변태였다. 하지만 이제 상관없다. 난 원래 변태였고,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게 됐으니까…….
“혜린아……나 사랑하지? 응?”
“으, 응……왜? 윽! 아, 아아앗……보, 보지에 자짓국물 들어와……!?”
제대로 된 말도 못 한 상태에서 난 다시 한 번 질내사정을 했다. 몇 번이고 사정한 혜린이의 보지는 또 다시 내 정액으로 흥건하게 젖은 상태가 됐다. 그런 것에 관계없이 계속해서 자지를 박아대는 내 행동에 혜린이는 등에 손톱을 박으며 비명을 질러댔다.
“세, 세린! 그만해……아펏!”
“윽, 하아! 하아! 효, 린아……사랑……해…….”
결국 제풀에 지친 나는 이미 사정이 끝났는데도 몸을 부르르 떨며 끝을 맞이했다. 축 늘어진 몸과 손. 그리고 남근. 정상적인 섹스였다면 내 물건을 빨며 날 올려다보는 혜린이가 보여야 했지만 그녀는 걱정스런 표정을 날 보고 있다.
“혹시……어디 아파? 응?”
“……아, 니. 그냥. 좀……피곤해서 그래.”
거짓말이다. 피곤하면 애초에 섹스 자체를 안 해야 옳은 거지. 그렇지만 말할 수 없었다. 백발의 여자에 관한 것은 그 누구한테도 말을 안 한 상태였다. 그런 걸 말해봤자 더 걱정만 안겨주는 꼴이 되니까. 그 여자랑 대화한 나도 이 지경이 됐는데 괜한 걱정하게 만들 생각은 아예 없다. 그냥 이걸로 된 거다.
내 대답이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던지 자지를 빨아대는 혜린이었다. 그녀의 얼굴과 뺨을 어루만질 때마다 입의 힘은 더욱 강해졌고, 귀두 끝에서 나오는 좆물 한 방울까지 빨리는 느낌이 든다. 기쁘군.
“끅! 아, 빳! 안 됏!”
뿌즈즈즉! 뿌직!
결국 엉덩이에 박혀진 상태에서 나와 버린 똥은 철퍼덕 소리를 내며 땅으로 떨어졌다. 경비대원들은 최근에는 그저 그러려니 하며 치워준다.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부끄럽다고 생각할 것도 없었다.
“아, 아빠……미안해. 나……또 똥 싸버렸어…….”
제대로 몸을 가누기도 힘든 상태에서 사과부터 하다니. 착한 딸이다. 그녀한테 다가갈 때마다 자지가 항문 깊숙이 박혔기에 ‘으, 끅!’이라며 몸을 꿈틀댔다.
“우리 메이, 미안하기는. 귀여운 아빠 딸인데, 미안할 게 뭐 있어.”
“……아빠? 윽! 앗! 들어 올리지, 마요!”
허리를 위로 들어 올리자 평소 쓰지 않았던 근육이 자극 당했다. 다시금 뿜어져 나오는 똥이지만……이제 아무래도 좋겠지. 내 죽음이 확정된 이상 이런 건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오히려 이 똥도 못 느끼게 되겠구나 하는 서글픔마저 느껴졌다.
“메이야……아빠 사랑을 느껴줘……큭!”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메이의 항문은 내 정액으로 범벅이 되어갔다. 똥과 정액이 섞이는 이 감각은 언제 느껴도 참으로 오묘한 것이군.
축 늘어져 땅에 손을 짚은 메이의 모습은 흡사 개와 같았다. 살짝 허리로 찔러대니 으극 소리를 내며 더욱 개에 가까운 모습이 됐다.
비틀대는 메이의 똥구멍을 휴지로 잘 닦은 후 침대에 눕혔다. 몽롱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세 아내를 보니 기쁘다. 내 인생은 적어도 여자 부분에서는 대성공이었던 거 같다.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들을 13명이나 넘게 아내로 맞이할 수 있었으니까.
그녀들 사이로 누우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커다란 가슴과 아름다운 몸. 예쁜 얼굴을 가진 미인들과 이렇게 즐겁게 지낼 수 있다니. 어쩌면 난 이미 죽은 상태인데 천국의 형태가 이런 것이라 죽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만약 그랬다면 최고였을 텐데. 죽었으니 더 이상 죽음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될 테니까.
내 분신 두 명은 로라의 유두를 모두 빨며 그 맛을 음미하고 있다. 로라는 안 된다면서 두 명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를 짓고 있었고, 혜린은 그런 모습을 보다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세린, 무슨 고민 있으면 말해. 들어줄 테니까.”
역시 혜린이다. 눈치가 빠르네. 그렇지만 말해 봤자다. 혜린이한테 말한다고? 그래서 달라지는 게 무엇이 있겠는가?
나를 포함해 이 세상의 모두는 그 여자한테 조종당하고 있다. 문제는 자기가 조종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는 거지. 게임의 관리자나 운영자가 캐릭터를 조작한다고 캐릭터가 알 수 있을 리가 없다.
“고민은 무슨. 그냥 요즘에 너희 신경 못 써준 게 미안해서 그런 거지.”
“……진짜?”
그렇게 집요하게 물어 와도 솔직하게 대답을 해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어떤 사람은 ‘왜? 혜린이한테 털어놓으면 한결 나아지잖아?’라고 하겠지. 나도 그 생각 안 해본 건 아니다.
나도 무섭다. 혜린이가 내 몸을 어루만지며 다가오는 것은 매우 황홀한 느낌이었지만……언제 그 손길이 날 죽이려는 손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카 때도 그랬지만 내 전투력은 실로 바닥이다. 총이나 투영마술을 쓸 수 없게 된다면 그야말로 짐짝. 짐덩어리. 살아있는 인간 쓰레기─내 인격이나 행동이 쓰레기라는 뜻도 되지만,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뜻에서도 쓰레기가 된다. 어느 쪽이든 해당된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다─가 된다. 장난도 아니고 농담도 아니다. 사실이다.
괜한 걱정을 안겨주기도 싫고 말한다고 한들 아무런 타개책이 없다면 그저 가만히 있고 싶었다. 내가 선택한 삶은 이미 내 생각이나 예상 이상으로 그녀들을 걱정시키게 만들고 있는 거 같네. 다른 아내들은 어떨까……?
† † † † † † † † † †
“세린의 자지가 닿을 때마다 아기가 움찔거리는 거 같아……으읏……!”
“세, 세린……마마한테만 그러지 말구! 나한테도 해줘어……응?”
두 손을 머리 뒤로 넘긴 안나는 목과 겨드랑이, 가슴을 훤히 드러낸 상태였다. 땀을 많이 흘리는 건 용병 생활 때문이기도 했지만 체질 때문에 그런 것도 있었다.
땀으로 젖은 그녀의 몸에서는 살짝 비릿하면서도 남자를 자극하는 냄새가 풍겼다. 이게 바로 암캐의 냄새라는 걸까.
안나의 겨드랑이를 찌를 때마다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평소 누군가한테 자극을 당할 일도 없고 근육도 발달하지 않은 부분을 자지로 찔러대니 간지러우면서도 짜릿하겠지. 니나는 그런 광경을 보고 자신한테도 해달라며 팔을 뒤통수 쪽으로 모았다.
겨드랑이에 자지를 댄 채 비벼대니 팔의 근육이 움찔 거리는 것마저 느껴진다. 미카의 눈두덩이에 좆을 비벼댈 때 변태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그건 틀린 말이다. 이런 부분까지 확실하게 점령을 마쳐야 변태 소리 들을 자격이 있지.
뭐? 변태 소리 듣는데 무슨 자격이 필요하냐고?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였다.
사람은 누구나 성욕을 가지지만 성벽(性癖)은 사람에 따라 달랐다. 그러한 성벽을 흔히 ‘페티시’ 혹은 ‘페티시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자세히 파고 들어가면 길어지니 요약하자면……성적으로 흥분시키는 요소는 무엇이든 페티시라고 부를 수 있다.
안나는 현재 타입문(TYPE-MOON社)의 [페이트 스테이나이트] 시리즈에 나오는 ‘토오사카 린’의 옷을 입은 상태였다(물론 상의는 벗었다. 옷 위에다 비벼대는 건 감도(感度)도 나쁘고).
상의를 벗은 채 치마만 입은 모습은 묘한 정복욕을 일으켰고, 평소에 박아 넣던 하반신보다는 상반신의 익숙하지 않은 부분을 맛보고 싶다고 느꼈었지.
괴물을 어렵지 않게 죽여대는 안나와 니나의 겨드랑이를 찌를 때마다 두 사람은 익숙지 않은 쾌락과 충격을 짧은 신음으로 뱉어냈다.
“윽, 큭! 하읏! 아, 안 돼……!”
겨드랑이를 숨기고 싶겠지만 내가 그곳에 물건을 박고 싶다고 했기에 끝까지 버티는 건가. 착한 아내로군…….
갸륵함마저 느껴지는 그 아름다움에 자극을 받은 걸까. 물건이 울컥대다 하얀 액체를 뿜어냈다. 겨드랑이 사이에 묻은 정액을 확인하자마자 난 겨드랑이를 보이지 않게 팔을 모으라 했다.
“겨드랑이가……뜨거워……후훗♪”
삐지직 소리를 내며 살과 살이 맞물린다. 본디 자궁에 들어갔어야 할 생명의 액체는 겨드랑이라는 외지(外地)에서 물리적으로 짓눌리며 끈적함과 불쾌함만을 남기겠지. 안나와 니나한테 있어서 그 불쾌함은 쌍수를 벌려 환영할 만한 것일 테니 오히려 좋을 것이다.
니나의 겨드랑이에 정액이 뿌려지기가 무섭게 니나는 팔을 모았다. 차렷 자세를 하는 것처럼 팔을 가지런히 모으자 정액은 밑으로 떨어지지도 못한 채 겨드랑이 근처에 봉인된다. 조금씩 팔을 움직이며 액체가 겨드랑이 근처로 퍼져나가도록 움직이는 걸 보니 정말 내 좆물이 소중하긴 소중한가 보네. 기쁘기 그지 없구만.
“헤헤……임금님의 좆물, 엄청 따뜻해☆”
“임금님……? 아아, 그거 말하는 거구나.”
난 왕이 된다고 선포한 적 따위 없지만 마리아와 아테나의 발언으로 인해 일단 그렇게 인식은 된 거 같았다. 왕이나 임금님 등으로 날 부를 때마다 ‘아,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라며 손을 내저었지. 몇 번이고 말했지만 나 같은 놈한테 왕이라는 직책을 맡기면 그 순간 나라가 끝장난다. 믿어라. 이건 장담할 수 있다.
“세린이 이 나라의 임금님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쯉……뽀옵……!”
귀두를 공략하는 안나를 쓰다듬으며 만족감을 느낀다. 임금님이라는 칭호 때문이 아니다. 나 같이 미덥지 못한 놈을 사랑하고 신뢰해주는 그녀들한테 고마움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아빠, 쯔읍! 아, 물……끄쯉. 꾸쁩……!”
“니나, 자지를 빨면서 말하면 안 되잖니.”
예전보다 강도가 줄어든 꾸짖음을 들으니 니나도 나도 웃음을 지었다. 육체적, 심리적으로 편안해진 안나는 더 이상 예전의 안나가 아니었으니까. 그 말을 들은 니나는 빨던 것을 멈추고 혀로 좆대가리를 핥아대며 질문을 던졌다.
“아빠는……그, 우리를 버리지 않을 거지?”
숨을 들이마셨다. 정말 대단하군. 혜린이도 그렇거니와 여자들이란 분위기나 변화 등에 매우 민감하다고 느꼈다. 고민한 끝에 결심한 ‘다른 삶의 방향’을 누군가한테 말한 적도 없는데 이렇게 금방 내가 변했다는 걸 알아차리다니.
그래, 인정한다. 여자는 정말 대단한 것이라는 걸. 얼버무리기 위해 그녀들이 말한 ‘임금님’이라는 단어를 쓰기로 했다.
“무, 무슨 소리야. 혹시 그거야? 너희가 말하는 왕이나 임금님이 됐다고 내가 너희를 버릴 거라 생각한 거니?”
임금님(왕)이라는 단어를 써서 나름 일리가 있는 질문을 했지만 불안함은 여전했다. 내심 불안해하며 되묻자 좆대가리에 살짝 키스를 한 니나는 날 보며 대답했다. 더 이상 혀로 자극을 주거나 빨지도 않으며.
“아니, 그거랑은 관계없어. 아빠는 신분이나 계급 따지는 그런 사람 아니잖아. 그냥……아빠가 우리랑 섹스하기 전부터 뭔가 좀……피곤한 느낌 같았거든. 엄마도 느꼈지?”
나와 니나의 시선이 가자 안나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니나뿐만 아니라 안나도 눈치를 챘었다니?
“섹스가 끝난 후에 물을 생각이었는데……. 그, 세린이 혹시 무슨 고민이라도 있다면 몸으로 즐겁게 해서 조금이라도 고민을 덜게 해주고 싶었거든.”
그렇게까지 날 생각해준 건가. 그 말 속에 내가 임금님이 되어서 봉사하고 싶다는 의미는 전혀 없었다. 날 배려해주는 아내들(딸도 아내다. 인간말종 같으니라고!)을 보니 다시금 가슴이 아려온다. 이렇게까지 쉽게 간파될 줄이야. 앞으로 할 기회도 없겠지만 포커 같이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하는 도박은 절대 하면 안 되겠군.
“우리 안나랑 니나, 남편 생각하는 마음이 갸륵한데?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돼. 약간 피곤해서 그런 거니까.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내들을 버리다니, 그러다 천벌 받게?”
과장스러울 정도로 아부성이 넘치는 멘트였지만 그녀들은 그 말에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그래, 이걸로 된 거다. 완전히 눈치를 챈 게 아니라면 이렇게나마 안심시키면 그걸로 된 거야. 침대에 누워 내 자지를 기다리는 두 명의 질에 입성하자 침을 흘릴 정도로 기뻐했다.
“우리한테 새 삶을 준 것도 고마운데 설마 왕의 아내가 되다니……정말 고마워, 세린.”
몇 번이고 되풀이할 정도로 기뻤던 것일까. 질과 남근이 연결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일어나 키스를 하는 안나를 보니 그 기쁨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느껴졌다. 물건이 불끈댈 때마다 움찔거리는 안나는 그 누구보다 매력적이고 귀여운 여자였다.
“아빠……우리 싫어하게 된 건 아니지? 윽! 앗, 아빠……! 우리가 천한 용병생활을 하던 여자들이라서 싫어하게 된 거 아니지? 버리는 거 아니지? 응?”
자기들이 버림받는 게 아닐까 하는 고민을 눈물이 고일 정도로 했던 걸까. 그 불안함을 해소시켜주고 싶었기에 눈에 키스를 했다. 평소 입이나 음부에 닿던 입이 눈에 닿자 움찔거리는 게 느껴졌다. 눈에 고여 있던 눈물을 깨끗하게 빨아먹으니 불안에 젖은 얼굴만이 남아있었다.
“우리 딸, 그런 섭섭한 소리 하면 아빠 화낸다? 너흰 천하지도 않고 천박하지도 않아. 안나와 니나는 내 사랑스러운 아내이자 딸인데? 뭣하면 지금 당장 이 상태로 마을에 나가서 소리칠까? 너희가 바로 사랑스러운 내 아내이자 딸이라고?”
그 말을 듣자 다시금 눈물을 흘렸다. 불안함에 젖어있던 얼굴은 웃음이 피어 있었기에 고민이 해소됐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고마워……아빠……고마워요, 세린……!”
이름을 부르며 ‘사랑해줘서 고마워’라고 하는 딸을 보니 가슴이 뭉클했다. 싫어하다니. 당치도 않은 말이다. 납치를 비롯해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지금은 프레그넌트에 거주하고 있는 사랑스런 아내들이다.
안나한테도 혹시나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안나도 니나만큼은 아니지만 약간 불안을 품고 있었던 건지 고맙다고 인사했다.
싫어해? 버린다고? 당치도 않은 말이다. 그렇게 싫어하고 증오했다면 아직도 노예로 삼아 실컷 부려먹고 있겠지. 이 모녀와 함께 자멘을 나왔을 때 그녀들이 겪었던 힘든 삶의 여정과 사정을 들었었다. 내 아내들이나 나한테 휘둘렀던 폭력은 참기 힘든 것이었지만, 기묘하게도 나는 그들한테서 동질감을 느꼈다. 이유는 간단했다.
원하지 않는 힘든 삶을 강요받았다는 점에서 나와 그녀들은 같았으니까. 내 부모는 나한테 빚을 남겼고 안나의 어머니는 용병 생활과 혹독한 현실을 남겨줬다. 사람이 태어나며 자기 부모를 선택할 힘이나 권리는 없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기한테 주어진 힘든 현실을 입 닥치고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나도, 안나도. 서로의 인생에 주어진 혹독한 현실을 부수기 위해 노력했다. 안나의 경우 딸인 니나를 낳아 용병생활을 하며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지혜와 힘을 주기 위해 노력했지. 자기 몸 하나 챙기기도 힘든데 그렇게까지 노력한 걸 보니 정말 여자와 어머니는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나? 어, 노력은 했지만 안나와 같은 결과는 내지도 못했다. 부모님 등살에 휘말려 결국 빚을 갚기 위해 계약직으로 취업도 했었고 노력도 했지만 결과는 신통찮았지.
납치나 극단적인 방법은 절대 옳지 않았지만, 니나를 키우면서도 납치 등의 용의주도한 계획을 세우는……그런 수완을 가지기까지 얼마나 힘든 생활을 했을지 상상이 안 간다.
하반신을 박을 때마다 더 이상 버림받지 않을 거라는 확신과 다시금 느낀 사랑에 경련하며 그녀들은 환희에 찬 비명을 지른다. 내 아기를 임신하고 있는 두 명은 ‘자기들을 싫어하지 말라’라고 했다.
난 당연히 그럴 일이 없다고 했지만……솔직히 말해서. 그 말은 내 입에서 나와야 했던 말이었다. 농담 같지만 은근슬쩍 진심을 담아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난 오히려 너희가 나를 싫어할까봐 두려운데 말이지. 차마 그 말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아침부터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난 계속 그녀들을 탐하고 있었다. 그녀들을 사랑해서 그런 것도 있고, 끔찍했던 꿈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런 것도 있지만……이 모든 것은 내가 정한 삶의 방식 때문이었다. 그건 정말 간단했다.
전부 다 포기하는 거였다.
목숨? 언젠가 그 빌어먹을 여자한테 잃을 거다.
물욕(物慾)? 내가 여기 와서 금이나 보석에 관심을 보였던가?
모조리 포기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든 간에 아무런 상관이 없다.
애초에 내 것도 아니었고, 모든 걸 포기한 상태였으니까.
난 현실에서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 ‘포기하는 삶’은 살 수가 없었다. 이유? 간단했다. 그럼 다 죽으니까. 나도 굶어죽고, 부모님도 굶어 죽으니까.
물론 한국에서는 극빈층을 도우기 위한 제도가 조금은 마련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제도의 혜택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이미 가계가 매우 위험하다는 걸 뜻했다.
우리 부모님은 그런 걸 받을 생각 자체가 없었다. 그 정도로 가난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빚은 많지만 어떻게든 살아는 가는 전형적인 빚쟁이식 태도. 그 태도와 빚을 나한테 부가함으로써 자기들은 보다 편안한 인생을 살려고 했겠지.
난 수많은 짐을 져야만 했다. 내 자신의 미래, 학자금, 집안의 빚 등. 그런 와중에 ‘아버지, 어머니. 전 모든 걸 포기하겠어요’라고 말했다간? 그야말로 난리법석이겠지. 쌍욕과 주먹이 날아왔을 것이다.
정말 웃긴다니까. 자기들이 만들어 놓은 빚을 갚을 수는 없지만 내가 그 빚을 포기한 채 내 마음대로 살아가는 것 또한 용납할 수 없다니. 책임전가도 적당히 해라, 쓰레기 같은 부모 연놈들아!
모든 걸 포기하게 내버려 둘 부모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집안에서 뛰쳐나가자니 갈 곳조차 없었다. 죽지 못해 살아간다는 느낌이 들었었지.
헌데 지금, 이 판타지 세상에 와서 그 ‘포기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오늘 아침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이렇게 살겠지.
더 이상 죽음을 무서워 할 필요가 없다. 언젠가 그 여자가 날 죽일 테니까. 노력의 의미? 노력해서 죽는 게 결과라면 대체 왜 노력을 해야 할까. 노력 안 해도 죽을 거고 도망쳐도 죽을 텐데. 죽음을 위한 노력 따윈 할 필요도 없다. 그딴 건 하고 싶은 놈들이나 하라 그래라.
한국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노예였다. 그들은 입으로는 자기들이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이라 하지만 그건 틀린 말이다.
연예인이나 유명 인사의 발언에는 민감하면서 정작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정부가 국민들을 괴롭히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했으니까. 그런 놈들은 민주주의 사회의 주인이 될 자격이 없다. 노예로 살다가 죽어야겠지.
난 지금 그 노예처럼 살려고 하는 거다.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이런들 어떠며 저런들 어떠하리. 누가 부정을 저지르든 말든 그저 술에 취하듯, 섹스에 취해 모든 걸 다 잊고자 했다. 죽기 전 사랑하는 아내들의 몸을 더욱 더 탐하고 싶다. 그저 그뿐이었다.
물론 누군가 내 아내들이나 평화, 행복에 손을 대려 한다면 저지할 것이다. 하지만……지금도 불안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그 백발 여자가 내 목숨을 빼앗는다면? 지금 몸을 나누고 있는 아내들이 날 죽이려 든다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야말로 무능력자. 무위의 치다.
이렇게까지 무능력한 놈이 되니 오히려 가뿐했다. 그나마 자신 있는 건 아내들과의 섹스라니. 미친놈. 무능력한 것도 모자라 미치기까지 하다니.
그 여자가 날 병신 취급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내가 봐도 내 자신이 미쳤다고 생각하는데 하물며 절대자 입장에서 볼 때 난 가지고 놀기 좋은 장난감이겠지.
인간의 존엄과 위엄이 순식간에 장난감 수준으로 다운됐지만 이제 와서 슬퍼할 일도 아니다. 맨 처음부터 그랬을 테니까. 원래 세상에서도 내 존엄과 위엄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고. 그런 명예나 긍지 따위 개나 줘라. 난 아내들과 남은 시간을 보내련다.
죽음을 받아들인 채 그저 아내들의 몸을 탐하며 남은 행복과 평화를 보내려는 인생. 도망치고 포기하는 삶을 선택한 나는 안나와 니나의 자궁을 연달아 자지로 찌르며 느꼈다. 내가 이런 삶을 결심했다는 걸 그녀들은 알까. 알면 뭐라고 할까. 응원? 아니면 매도? 비난?
어느 쪽이 됐든 이젠 글러먹었다. 알든 모르든 해결할 방법도 없고 힘도 없으니까. 그저 그녀들을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좆물과 자지에 휩싸여 황홀해하는 그 얼굴을……. 아기를 어루만지며 곧 맞이할 행복한 미래를 생각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다시금 좆물을 쏴댔다.
뜨거운 자짓물이 아기의 보금자리를 적셔대자 용병 생활로 단련된 몸을 이상한 방향으로 비틀어대며 그녀들은 환희를 맛본다.
이미 사정이 끝난 자지로 좆물 범벅이 된 씹구멍을 몇 번이고 찌르며 그녀들한테 사랑을 고백한다. 그 고백에는 진심도 담겨 있지만, 내 심경의 변화를 그녀들이 더 이상 의심하지 않도록 안심시키려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정말 그것뿐일까? 과연 사랑과 배려만을 담은 말일까? 그 말 안에 ‘난 지금 포기하고 도망치는 삶을 선택했어. 말은 하지 못하지만……내 변화와 마음을 눈치 채줬으면 좋겠어’라는 마음이 단 1%도 없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겠지. 나도 인간이니까. 내색은 안 하지만 돌봐줬으면 좋겠다고.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에서 구원해줬으면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겠지.
아무런 말도 안 하고, 스스로 말할 용기도 없는 주제에 배려와 친절함만을 원하다니.
……나는 쓰레기 같은 놈이다.
============================ 작품 후기 ============================
결국 발버둥보다는 포기하고 현재에 안주하는 것을 고른 신세린. 엔딩으로 치자면 [개인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현실에 절망한 나머지 쾌락에 빠져버렸다]. 흔한 배드 엔딩으로 볼 수 있겠네요.
굳 엔딩이나 트루 엔딩이라는 말이 자주 나오곤 하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시간 리얼타임 현재진행형 배드 엔딩을 겪고 있는 중입니다. 그 정도로 세상살이가 힘들거든요.
이 부분을 쓸 때는 코즈믹 호러인 크툴루 신화를 염두에 두고 썼습니다. 크툴루 신화나 크툴루 신화 TRPG를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크툴루 신화는 말 그대로 우주적 공포.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신화생물이나 초자연현상이 밥 먹듯이 일어나는 세계관입니다. 인간의 희망이나 꿈, 미래, 사랑, 우정 등은 실로 길에 나뒹구는 개똥만도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죠.
길에 나뒹구는 개똥이라고 하니 '죠스타의 혈통이란 길에 나뒹두는 개똥 같은 것이었지만……최후의 최후에는 나한테 이용당하는 운명이었구나!'라며 즐거워하는 DIO가 생각나시는 분도 계시겠죠. 인간찬가를 다룬 죠죠와 인간찬가 같은 건 쓰레기 통에 버린 크툴루 신화. 크로스오버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실제로는 코즈믹 호러의 압승입니다. 왜냐고요?
크툴루 신화의 신화생물이나 마도서는 접하는 것만으로 Sanity 수치(정신력 ; SAN 수치라고 표기)가 깎여 나가거든요.
신화생물이나 초자연 현상을 보면 SAN 체크.
마도서나 모독적인 현상, 자료를 봐도 SAN 체크.
혹시나 그레이트 올드원급이 나오면 1D100으로 SAN 체크.
그레이트 올드원이나 아우터 갓, 엘더 갓까지 갈 필요도 없습니다. 신화생물들 몇 대가 나오기만 해도 스탠드 유저는 못 이깁니다. 진짜 꿈도 희망도 없는 우주급 절망 이야기. 죠죠를 바보 취급하는 게 아닙니다. 크툴루 신화가 개막장급으로 미친 거죠.
스탠드 유저라고 해도 쓰는 사람은 인간이나 동물. 정신력을 가졌다는 점에서 이미 SAN 수치가 깎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거고, SAN 수치가 0가 되는 사람은 사망 혹은 발광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건 정신력이 강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작가 공인으로 대부분의 주인공들이 죽거나 정신병자 엔딩을 맞이하는 상황이니……. =_=;;
주인공인 신세린이 모든 걸 포기하고 쾌락에 빠지는 삶을 선택한 것도 나쁘다고는 말할 수 없겠죠. 하렘 어드벤처라는 세상. 거기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다 만들었다고 대놓고 말합니다. 그런 신과 싸워야 한다니. 그냥 얌전하게 주지육림이나 즐기는 게 더 나을 거라 생각한 거겠죠. 저런 선택을 하게 만든 저도 그 의견에 동의하는 편이구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우병우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번째로 기각되었습니다. 정말 쩔어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최순실과 박근혜마저 피하지 못했던 구속을 두 번이나 튕겨내다니.
농담삼아 '대한민국의 권력서열이 어떻게 되는 줄 아느냐? 1위가 우병우, 2위가 박근혜, 3위가 최순실이다'라고 말하는데……그게 농담이 아니라 사실이 됐습니다. 루리웹으로 치자면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최순실이야 최순실 게이트 터져서 스스로 한국으로 들어왔고 박근혜는 탄핵 당해 구속까지 당했습니다. 헌데 우병우는? 그 난리가 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검찰을 자기 사단 부리듯이 부렸죠. 이번에도 우병우 사단의 입김이 강력히 적용됐을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박정희 딸인 박근혜마저 못 피했던 구속을 피할 수 있을 리가 없거든요. 밤늦게 구속영장 기각이 됐다는 걸 보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때 기분이요?
헐 ㅋㅋㅋ 세상에마상에.
우병우가 살아남았다고?
레알? 리얼리? 혼또니? 마지데?
와, 검찰 진짜 갈아버려야죠 쒸빨 ^^
지지하는 후보는 사람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우병우를 비롯해 검찰들도 갈아버릴 사람을 뽑아야 할 거 같네요. 그렇지 않고서야 제2의 우병우, 제2의 최순실이 나오더라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을 테니 말입니다.
자기보다 약한 사람은 철저하게 괴롭히고 죽이지만 정작 자기가 법에 심판받을 때는 미꾸라지나 생쥐처럼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모습이라니. 이딴 놈들을 싹 쓸어버리지 않고 '^^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기존 정부 시스템을 그대로 두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하는 놈 있으면 진짜 죽여버리고 싶네요. 투표라는 이름의 죽창으로 처찔려봐야 정신을 차릴 연놈들.
그래도 일부에서는 우병우가 구속되지 않아 다행이라는 소리도 나오네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주요범인 중 한 명인 우병우가 구속되지 않았다는 것은 여전히 우병우 사단을 비롯한 부정세력이 활개치고 있다는 증거. 그걸 알면서도 보수층이나 새누리당의 파벌한테 표를 줄 사람들은 별로 없겠죠. 물론 줄 사람들은 주겠지만 말입니다.
진심으로 바라건데, 이번 5월 9일 대선에서 개표 장난질은 안 쳤으면 좋겠습니다.